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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우연(雨緣) (24)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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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흐르는 물에다 비유했던가? 그 말이 정말로 딱 맞는 것만 같았다.


이 도시를 처음 들어설 때 한겨울 들판에 선 것처럼 썰렁하게만 느껴지더니 이제는 진짜로 겨울이 되어버렸다.


어느덧 두 달의 시간이 지나갔다.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번화가나 주택가 쪽을 빼고, 구역을 정해 호프집, 카페 그리고 커피숍 위주로 하나씩 훑어갔다.


중고차를 구입해 자전거를 싣고 다니며 골목골목을 빠트리지 않고 돌았다.


오늘은 그 동안 목표로 잡았던 중간 라인의 마지막 지역을 탐방할 차례였다.


그곳이 끝나면 도심 쪽으로 들어가던지 외곽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아마 도심보다는 외곽 쪽이 수아의 성격상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았다.


애초에 외곽부터 먼저 시작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약간 들기도 한다.


어쨌던 이건 인내력의 싸움이었다.


조급하게 마음을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 휴우~ 어디 보자? 흐음~ 이만하면 아주 미남이지? 하하하~”


 


차에서 내리기 전에 백미러에다 얼굴을 비쳐보면서 싱긋이 웃었다.


매일매일 오늘은 꼭 수아를 만날 거라 가정하면서 가능한 단정하게 꾸미고 다녔다.


그래야만 그녀가 덜 아파하고 미안해할 테니까, 그리고, 나 역시 그리운 연인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니, 솔직히 그보다는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하는 자신에게 의욕을 주기 위해, 일부러 단장을 하고 이렇게 혼자서 썰렁한 농담도 던져보는 거였다.


제일 무서운 적은 희망을 잃어버리는 순간 빠져들게 되는 무기력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 으~~ 춥구나 추워~ 이제는 자전거로 다니기도 만만찮은 걸? 불알이 다 쪼그라드는 같구나~”


 


자전거안장의 써늘한 촉감이 사타구니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 흐흐흐~ 그러다가 자지까지 쪼그라들면 정말 큰일이지...기껏 수아를 찾아놓고도 쫓겨날라..크큭~’


 


왠지 자신이 점점 더 실없는 놈이 되어간다는 생각에 실소를 흘렸다.


그래도, 뜨듯한 순대국으로 점심을 든든하게 챙겨먹은 덕분에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 흠~ 일단 저쪽부터 시작해서....”


 


골목길을 워낙 돌다 보니 이제는 한 블록을 눈으로 대충 훑으면 동선이 머리 속에 환하게 그려졌다.


핸들을 꽉 거머쥐고는 페달에 얹은 발에다 힘을 주었다.


 


 


심장이 마구 뛰었다.


뚜렷하게 뭔가 확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모퉁이에 있는 자그마한 카페를 보자마자 갑자기 수아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지금까지 발이 닳도록 그렇게 많은 곳을 찾아 다녔어도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 그린 비...”


 


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줄기처럼 구불구불하게 적힌 상호를 읽는 순간 그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마음 속에다 비를 그려본다는 건지, 아니면 그리운 비, 혹은 비와 함께 간직한 그리운 추억이 있다는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던 그걸 입으로 되뇌어보자 아련한 그리움이 마구 밀려든다.


자신도 모르게 후들거리는 손으로 천천히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다.


약간은 어두운 듯한 실내가 처음엔 한눈으로 들어오지를 않다가, 서서히 익숙해지자 아담한 공간에 놓인 몇 개의 테이블이 보였다.


창가에 놓인 소파에 한 여자가 앉아서 멍하니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굵직한 검은 테의 안경, 부드럽게 흘러내린 머리카락, 그리고 수수한 옷차림, 마치 시집을 읽다가 감동에 빠져서 하염없이 넋을 놓아버린 문학소녀와 같은 모습이었다.


 


입에서 튀어나오려는 소리를 억지로 삼켰다.


아마 그게 밖으로 흘러나왔다면 꽤나 기괴했을 것 같다.


환성? 비명? 아니면 울음? 어쩌면 그 모두가 한꺼번에 쏟아졌을지도 모른다.


메추리를 잡으러 가는 아이처럼 뒤꿈치를 들고서 살며시 다가갔다.


수백 미터 전방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그녀를 잘못 봤을 리는 없다.


단지, 이 꿈에서 깨어날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 언젠가처럼 속이 텅 비어버린 듯한 그녀는, 내가 바로 뒤에 섰는데도 여전히 밖만 내다보고 있었다.


이 향기, 너무나 그리웠던 연인의 체취가 가슴 속을 확 채운다.


꿈은 아닌가 보았다.


그녀를 꿈 속에서 몇 번이나 보고 안기도 했었지만 이렇게 냄새까지 생생한 적은 없었다.


갑자기 눈앞이 흐릿해졌다.


 


‘ 처음 만났을 때처럼 장대비라도 쏟아지는 것일까?’


 


소나기가 내 뺨을 때리는지 굵은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양팔을 뻗어서 가녀리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한 어깨를 감싸 안았다.


흠칫하더니 파르르 떠는 게 느껴지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움직이지를 않았다.


너무나 익숙한 온기가 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 ..미안해...내가 너무 많이 늦었지?”


“ ..흑....”


 


참으로 이상했다.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느껴진 낯선 사람의 손길이었는데도 전혀 놀라지를 않는다.


조용히 흐느끼면서 잘게 떨기만 했다.


 


“ 미안해...정말 미안해...다신 너를 이렇게 혼자 두지는 않을 거야...약속해...”


“ 흑흑흑~ 흑~ 바...보...”


“ 사랑해..수아야...”


“ 으아앙~ 오빠아~”


 


내 팔에 안긴 작은 몸이 점점 더 크게 떨리더니 결국 커다란 울음소리와 함께 안겨왔다.


이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 드디어 내 연인을 찾은 것이다.


 


“ 어디 봐...우리 예쁜 수아...여전히 예쁘구나..아니 더 예뻐졌어...하하하...”


“ 흑흑~ 바보~ 바보~ 흑흑흑~”


“ 그래...난 바보야...우리 수아를 만날 울리기만 하는 바보...사랑해~”


 


눈물을 펑펑 쏟아내면서도 정말 바보처럼 웃고 말았다.


바보면 어떠랴, 이렇게 행복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데.


그렇게나 보고 싶었던 크고 맑은 저 눈동자가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선명한 붉은 입술이 유혹을 했다.


살포시 갖다 대자 말랑말랑한 촉감과 함께 사르르 벌어지면서 달콤한 숨결이 흘러나왔다.


 


 


일단은 며칠간 가게를 쉬기로 하고 내 짐들만 대충 챙겨서 수아의 원룸으로 왔다.


내가 지내던 곳이야 언제라도 떠날 수 있게 월세로 있었기에 내일 당장 정리를 하면 된다.


하지만, 가게는 조금 달랐다.


이제부터는 둘이서 모든 걸 같이 해나가야 한다.


이미 회사를 그만둘 때부터 그렇게 작심을 했었다.


어쨌던 그 일들은 차근차근 풀어나갈 거였다.


앞으로 며칠 동안은 서로를 느끼면서 사랑만 나눌 생각이었다.


온전한 우리만의 공간에서 이렇게 마주하는 건 처음이다.


그게 막 실현되려는 순간 일이 벌어졌었다.


그 많은 질곡을 거쳐서 드디어 신혼 첫날밤을 맞이했다.


 


“ 자~ 이제 서로 맞절을 하는 거야...”


“ 이, 이상해요~”


“ 떽~ 이상하다니? 신랑신부가 맞절을 하는 건, 평생 서로를 사랑하고 존경하겠다는 신성한 맹세야..”


“ 킥~ 하지만, 이렇게 발가벗고 하진 않잖아요?”


 


새하얀 나신을 눈부시게 드러내고서 킥킥대는 수아가 정말로 아름다웠다.


내일 날이 밝으면 혼인신고부터 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는 거였다.


사랑을 나누려는 순간 즉흥적으로 결정했더니, 이런 요상한 장면이 되긴 했어도 왠지 이게 더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 역시 굉장히 쑥스럽긴 마찬가지였지만 반면에 야릇한 흥분도 커졌다.


그래서, 일부러 조금은 장난스럽게 말을 하고 있었다.


 


“ 자~ 자~ 집중...시작하는 거야...”


“ 네...오빠..”


 


수아는 자꾸 웃음이 나는지 그걸 억지로 참느라 입가가 실룩거렸다.


내가 방바닥에 엎드리면서 큰절을 하자, 그녀도 마주앉으며 상체를 숙였다.


양반다리를 한 탓에 까만 음모 아래로 새빨갛게 빛나는 꽃잎이 살짝 벌어지면서 숨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그녀를 확 덮칠뻔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제의를 해놓고서 그러기에는 체면이 안 섰다.


대신, 머리 속에 있던 잡다한 절차를 몽땅 생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자..이리 당겨서 앉아..”


“ 네...”


 


방바닥에서 마주보고 앉아 무릎을 맞댔다.


수아는 이제 제법 진지해졌건만 오히려 내가 문제였다.


가까이 다가앉자 물기가 배여 나온 꽃잎이 더 확 벌어져 그 사이의 깊은 속살까지 훤히 보였다.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고 숨결이 거칠어지면서 머리 속이 멍하다.


입술을 혀끝으로 축이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 날 따라서 해...”


“ 네..”


 


두 손을 맞잡으면서 말했다.


 


“ 나는..”


“ 나는...”


 


빠져들듯한 깊은 눈동자가 똑바로 부딪쳐왔다.


그 속에 담긴 애정과 감사의 염이 나를 포근하게 감싼다.


 


“ 수아를 내 평생의 동반자로 맞이하여...”


“ 장우 오빠를 내 평생의 동반자로 맞이하여...”


 


나도 모르게 눈에서 습기가 느껴졌다.


두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하면서도 뜨거운 목소리가 실내를 따스하게 했다.


 


“ ...사랑해...수아..영원한 내 아내...”


“ ..사랑해요...오빠...제 남편...제 하늘..그리고 제 생명...”


 


서로의 맹세가 끝나고서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입술을 겹치면서 나를 정신 없이 만들고 있던 꽃잎으로 손을 뻗었다.


뜨겁고도 촉촉한 살결이 손끝에 감겨와 옴찔거렸다.


그때 흐느적거리는 보드라운 손이 내 하체를 더듬더니 기둥을 감아 쥐었다.


너무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찔한 쾌감이었다.


그 동안 이걸 되새기면서 자위로 쏟아낸 정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모르겠다.


 


“ 이게 뭐지?”


“ 아~ 수아의 보지에요...”


 


입술을 떼어내고 묻자 주저 없이 대답을 해온다.


이제는 연인이 아니라 진짜 부부가 된 탓인지 과거의 딱딱한 껍질이 전혀 느껴지지를 않았다.


 


“ 누구 거지?”


“ 제 남편...오빠 거에요...언제나 영원히...”


“ 그러면 이건?”


“ 오빠 자지는 제 거...호호호~”


“ 왜 웃어?”


 


기둥을 거머쥔 그녀의 손을 감싸며 묻자 갑자기 크게 웃는다.


 


“ 킥킥킥~ 아까 절을 할 때...얘도 얼마나 열심히 하던지...킥~”


“ 뭐어~? 그러면 나만 손해를 본 거잖아?”


“ 꺅~ 오빠~아~”


 


수아를 안고 일어서서 침대 위로 와락 쓰러지자 달뜬 비명을 토해낸다.


 


“ 사랑해..수아야...”


“ 하아~ 사랑해요...오빠...해줘요...빨리...제 보지를 빨아줘요...오빠 자지를 먹고 싶어요...”


 


가랑이를 넓게 벌리면서 내 머리를 그리로 당기는 수아에 미칠 것 같은 흥분이 밀려들었다.


몸을 빙글 돌려 그녀 위로 올라가면서 얼굴을 처박자 농밀한 냄새가 아찔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귀두를 감싸는 촉촉하고 따스한 느낌에 침음을 토하며, 혀를 움직여 매끄러운 살결을 가르기 시작했다.


환한 불빛 아래서 실내는 질척한 소음과 뜨거운 신음으로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 딸랑~ 딸랑~’


 


흠칫하며 일어서다가 엉거주춤 멈추었다.


태풍이 온다더니 빗줄기는 물론 바람까지 들이닥친 탓에 출입문이 흔들렸던 것이다.


아무리 낮이라지만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가끔씩은 이런 분위기도 나쁘지는 않았다.


창 밖의 흐릿한 빗속 풍경과 고즈넉한 실내, 그리고 흐린 날이면 어김없이 트는 저 음악이 함께하고 있었다.


 


Rain rain rain~ in my tears....Measuring carefully~ in my mind...”


 


나도 모르게 가사를 흥얼거려보다, 음치인 내 목소리가 좋은 음악을 망가뜨리는 쑥스러움에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


평화롭고 행복했다.


 


‘ 딸랑~’


 


이번에도 바람이려니 하다가 빗물이 뚝뚝 흐르는 우산을 든 여자손님을 발견하고 급하게 일어섰다.


 


“ 어서 오세요~ 자~ 우산은 이리로 주세요...제가 보관을 해.....”


 


최대한 느끼하지 않은 미소를 지으려 애를 쓰며 부드럽게 말하다가, 치마의 물기를 ‘툭툭’ 털고서 고개를 돌린 여자에 그만 굳어버렸다.


 


“ 헤헤~ 제대로 찾아왔네? 오랜만이야, 삼촌....”


“ 예..지...예지야?”


 


3년만이었다.


상상도 못했던 사람이 눈앞에 서있었다.


떠올릴 때마다 아릿한 아픔과 그리움으로 가슴을 가득 채우게 만들던 아이들, 예지가 이렇게 찾아온 것이었다.


 


“ 치~ 뭐야? 별로 반갑지가 않은 거야? 나 그냥 가?”


“ 예지야~ 반가워...너무 반가워...정말 고마워, 이렇게 찾아와줘서...”


“ 삼촌~”


 


장난스럽게 입을 비쭉거리면서 두 팔을 벌리는 예지를 끌어안았다.


눈시울이 축축해지고 목이 잠긴다.


그런 내 등을 가볍게 두드리다 머리를 쓰다듬는 따스한 손길이 다정하기만 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짧지는 않다지만 정말 놀라웠다.


젖살이 완전히 빠지고 이제 성숙한 여자가 된 예지는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거기다가 여전히 애기 같은 싱그러운 미소를 짓자 순간적으로 아찔한 현기증까지 들었다.


 


“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 체에~ 알기야 예전에 벌써 알았지...삼촌이 부담스러워할까 오고 싶은 걸 참았을 뿐이야..”


 


하기야 일부러 숨으려고 한 게 아니었으니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못 찾을 건 없었다.


아저씨 내외분께는 일년에 몇 번 명절 때마다 작은 선물이라도 보냈었다.


그게 아니라도 수아의 가게를 넘겨받은 그분에게 물어보면 바로 알았을 것이다.


어쨌던 너무나 반가웠다.


아련하게만 여겨지는 그리운 추억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 딸랑~ 딸랑~’


 


다시 울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수아가 보였다.


잠시 은행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다.


 


“ 수고했어...비 때문에 힘들었지?”


“ 아니에요...오빠...”


 


포근하게 웃음을 짓는 수아에게서 우산을 받아 들었다.


 


“ 오랜만이에요, 언니...”


“ 으, 응? 어머?”


 


어느새 다가온 예지가 인사를 하자 의아한 눈으로 보던 수아가 깜짝 놀란다.


중간에서 약간은 머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재회를 한 이후로 민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예지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표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 정말 반가워요...예지 씨라고 했죠?”


“ 네...언니...그냥 편하게 말을 놓으세요....”


“ 호호호~ 제가 그걸 잘못해서요...불편해도 이해를 해요...”


“ 아, 아니에요..언니...”


 


수아가 예지의 손을 잡으면서 반기는 걸 보자 긴장이 풀렸다.


 


“ 오빠~ 여기서 이러지 말고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가요...


  이렇게 비가 오는데 술이나 한잔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 하지만, 아직은 너무 이르잖아?”


“ 호호호~ 오빠도 참? 반가운 사람을 만났는데 뭐 그런 걸 따져요?”


“ 그래, 그럴까? 예지 너 괜찮겠어? 술을 먹고 나중에 갈수는 있겠니?”


“ 아이~ 하여간에 오빠는 이럴 땐 무지 눈치가 없다니까?


  가긴 어딜 가요? 오늘은 저희 집에서 자야죠...그렇죠? 예지 씨..호호호~”


“ 아...네...”


 


왠지 내가 기억하고 있던 예지와는 조금 달랐다.


오히려 지금 수아 모습이 예전의 예지를 떠올리게 했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고 성숙해지면서 많이 차분해진 것 같았다.


 


“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옷을 좀 갈아입고 올 테니까..”


“ 응...삼촌...”


 


두 여자가 여전히 손을 맞잡은 채 자리에 앉더니 이야기를 나누는 게 보였다.


 


 


이제는 제법 술꾼의 자세가 나오는 예지에게서 다시 한번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그래도 족발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건 여전했다.


혹시나 싶어서 일부러 방을 부탁했더니 내 생각이 옳았다.


눈이 튀어나오게 멋진 미녀가 통째로 들고 먹는 모습을 남자들에게 보이는 건 엄청난 민폐였다.


그건 여자에 대한 남자들의 로망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짓이다.


물론, 내게는 저런 모습이 훨씬 더 아름답지만 말이다.


 


“ ..예지야....”


“ 으, 응? 삼촌, 왜? 이 집 족발 정말 맛있네? 헤헤헤~”


“ 녀석도...하하하...”


 


뺨에까지 기름기를 묻힌 예지가 활짝 웃자 새하얀 이빨이 드러나면서 눈을 부시게 한다.


참으로 예쁘게 피어난 모습에 나도 흐뭇해졌다.


하지만, 정작 내가 묻고 싶은 건 민지에 대한 소식이었다.


그래서 망설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 저...민지...는 잘 지내?”


“ 언니?”


“ 으, 응...”


 


잠깐 나를 응시하던 예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언니..어쩌면 곧 결혼을 할지도 몰라...”


“ 겨, 결혼? 아...그래...”


 


순간적으로 심장이 죄어왔다.


하지만,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 상기 오빠하고 사귄 지가 좀 됐어...삼촌도 알지? 상기 오빠...”


“ 상기? 그게 누군데?”


“ 웅~...왜...삼촌을...때렸다고 하던데...”


“ 헉~”


“ 언니한테 들었어...”


“ 그랬구나...”


 


하기야 떠나오기 전 며칠 동안을 민지가 내 방에서 머물며 미친 듯이 사랑을 나누었었다.


이미 그것까지 다 알고 있는 예지인데 딱히 놀랄 일은 아니었다.


 


‘ 그래...그 친구하고...’


 


이제는 정말로 모든 걸 잊고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어야 한다.


 


“ 삼촌...”


“ 응? 왜?”


“ 우리 나가자, 조용한 데서 맥주나 한잔해...”


“ 그래...좋지...”


 


괜히 민지 이야기를 꺼내서 어색해지는 분위기였는데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았다.


 


 


조용하게 맥주를 홀짝거리던 예지가 입을 열었다.


 


“ ..나 삼촌한테 고백할 게 있어...때려도 좋아...”


“ 예지야...그때 그건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던 거야....”


 


가슴이 철렁했다.


너무나 가슴 아픈 기억, 민지의 뺨을 때린 게 예지에겐 큰 충격이었던가 보다.


 


“ ..그게 아니야...그때..언니가 아니라...내가 맞았어야 해...”


“ ....무슨...소리야?”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졌다.


 


“ 내가...영수 언니를 찾아갔었어...언니가 아무 말도 안 했다며?”


“ ..도대체...”


“ 그러니까...”


 


조용한 목소리가 실내를 울렸다.


내게서 이야기를 듣고 충격이 컸던 예지는, 어느 날 문득 퇴근하는 수아의 뒤를 밟았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일단 사는 곳만 확인하고서 되돌아오자 궁금증에 견딜 수가 없어진 거다.


자신도 모르게 다시 그곳으로 발길이 향한 예지가 소문을 듣는 건 아주 쉬웠다.


엄청나게 충격을 받은 건 당연했다.


그러던 와중에 민지와 내가 새벽에 같이 들어온 사건이 벌어졌다.


그 다음날로 수아를 찾아간 예지는 설마 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아는 내게 그런 과거를 숨긴 정말로 염치없는 여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내 짝으로 어울릴 사람은 자기 언니뿐이라고 하며, 이미 깊은 관계라는 것까지 양념으로 덧붙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수아가 그 말에 동의를 하면서 민지를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이제서야 몇 가지 의심스러웠던 일들이 모두 풀렸다.


 


“ 삼촌...미안해...난...영수 언니한테 그런 사연이 있는 줄 정말 몰랐어...


  그래서...그 동안 삼촌을 너무 보고 싶은데도 미안해서 못 왔어...”


“ 아니야...그땐 그럴 수 밖에 없었잖아? 날 위해서 그런 거니까 괜찮아...


  바보처럼? 진작에 오지 그랬어? 얼마나 궁금했는데..”


 


내가 한 말은 진심이었다.


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오히려 내 진심을 다시 확인하고서 이렇게 행복해졌다.


어떻게 보면 고맙기까지 했다.


예지가 혼자 속으로 앓으면서 힘들어했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 삼촌, 나 유학 가...”


“ 으, 응..응? 유학?”


“ 응...”


 


그때 갑자기 예지가 말했다.


 


“ 어디로? 몇 년을 예상하고?”


 


가슴이 싸하게 아파왔다.


물론 예지를 위해서 좋은 일이긴 하지만 너무나 허전해진다.


 


“ 나...어쩌면 영영 안 돌아올지도 몰라...”


“ 예, 예지야?”


“ 흑흑흑.....”


 


갑자기 예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무슨 일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가슴이 축축해져 왔다.


 


“ 흑흑...삼촌...나 좀 안아줘...예전처럼...흑흑흑...”


“ 그래...그래...이리와...”


“ 흑흑흑~ 삼초온~~”


 


마지막 기억보다 아름다워진 건 외모만이 아니라 육체도 마찬가지였다.


품 속에 안긴 여체는 더욱 탄력이 넘치고 굴곡이 완연했다.


하지만, 흐느끼는 예지에게서 예전의 모습이 확 살아났다.


속은 그때와 변한 게 전혀 없었다.


여전히 자신만의 아픔을 숨기고 사는 모양이었다.


 


“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응...?”


“ 흑흑흑...삼촌...”


“ 그래..이야기해봐...”


 


내 가슴에다 뺨을 댄 채로 예지가 울먹이며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이 내 가련한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걸 우연히 엿듣고서 이미 어릴 때부터 결심을 했단다.


그 마음을 더 굳히게 했던 건 내가 배신의 상처로 인해 휘청거리는 모습이었다.


예지는 혼자 몰래 울면서 그 아픔들을 자신이 모두 채워주리라고 맹세를 한 것이다.


 


“ 흑흑흑~ 잊어야 하는데...안 잊혀져...죽을 것만 같아...흑흑흑..이젠 삼촌을 사랑하면 안 되는데...”


“ 예지야....”


 


언젠가 불안했던 것처럼 예지는 내게 너무 깊은 정을 가지고 있었다.


차곡차곡 마음 속에다 쌓아왔으면서도, 이 아이의 성격답게 참고 숨기며 언니에게 양보를 하고,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나는 모습까지 속으로 울면서 지켜본 거다.


그런데, 이제는 그마저도 한계에 부닥쳤다.


결국에 내가 가장 잔인하게 대했던 건 바로 예지였다.


 


“ 흑흑흑...자신이 생기면 돌아올 거야...”


“ 흐윽~ 예지야...미안하다....”


 


가슴을 꽉 막고 있던 뭔가가 예지의 그 말과 함께 울컥 넘어오면서 비통한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민지는 그나마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단지 나를 잊기 위해서 머나먼 타향으로 홀로 떠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이렇게 미안해하며 같이 눈물을 흘리기만 한다.


 


“ 훌쩍~ 그래도 이젠 많이 시원해졌어...이렇게 고백을 하니까..사랑해...삼촌...”


“ 예지야....”


 


저 말을 들을 자격이 없는데도 말리지를 못했다.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 저 한마디를 얼마나 해보고 싶었을지 상상을 하기가 겁이 난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들어봤던 그 어떤 고백보다도 더 깊고 무거웠다.


단 세 글자가 내 온몸을 짓눌러 바스러뜨릴 것만 같았다.


 


“ 삼촌...”


“ ...그래...”


“ 날 보내줘...”


“ 예지야?”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을 조용히 쳐다보면서 눈물을 가다듬은 예지가 문득 내뱉었다.


 


“ ..언니가 삼촌을 보내줄 수 있게 했듯이...이번에는 내가 갈 수 있게 해줘...”


“ 예, 예지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야 그 말뜻을 알아들은 것이다.


민지에게 해주었듯이 자신을 여자로 안아달라는 이야기였다.


절대로 그럴 수는 없었다.


도대체 나는 얼마나 더 죄를 지어야 되는 업보를 타고 났단 말인가!


 


“ 제발...흑...안 그러면 난 못 가...삼촌...흑...”


“ 하아~....”


 


아찔했다.


솔직히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욕심이 난다.


3년 만에 본 예지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때와는 또 달랐다.


이제는 엄연히 한 여자의 남편이었다.


다시 흐느끼고 있는 예지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 여보세요?”


“ 오빠? 저에요...”


 


수아의 전화에 왠지 가슴이 뜨끔했다.


 


“ 응...올래? 어디냐 하면...”


“ 아니에요...갑자기 손님이 와서 전 못 갈 거 같아요...”


“ 그래? 그러면 내가 갈게...혼자 힘들 텐데...”


“ 아이~참? 그게 무슨 소리에요? 예지 씨 들으면 서운하겠다...


  전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둘이 있다가 집에서 바로 보자고 전화한 거에요...


  멀리서 일부러 찾아온 반가운 손님인데, 재미있게 해줘야 해요..알았죠? 약속~”


“ 그, 그래...알았어...미안해...나중에 집에서 봐....”


“ 네~~”


 


전화를 끊고 멍하니 있는 나를 예지가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애절하게 쳐다보았다.


아름다운 한 여자를 욕심 내는 건지, 아니면 예지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기 위한 마음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갈등을 하고 있던 내 마음이 수아의 전화를 받으면서 결정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 가자...”


“ 훌쩍~ 삼촌...”


“ 나가자...”


“ 으, 응...”


 


벌떡 일어서면서 손을 내밀자 얼떨떨하게 바라보던 예지가 잡아왔다.


예전과 똑같이 보드랍고 따스한 촉감이었다.


 


 


“ ..삼촌....”


“ 그래...”


 


눈이 부시다.


아니, 눈이 부신 정도가 아니라 숨이 멎는다.


 


“ 그거 알아?”


“ 뭘?”


“ 전에 삼촌한테 갈 때마다 일부러 브래지어를 안 했었다는 거...이렇게 해주길 바라고..”


“ 그랬었구나...아름다워...너무...”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요란했다.


백옥 같은 젖가슴이 도도하게 고개를 쳐들고 유혹을 한다.


크기나 모양 그리고 탄력까지 모두가 완벽했다.


물론 예전에도 종종 느꼈던 거지만 직접 눈과 손으로 확인하자 감탄밖에 안 나온다.


 


“ 해줘...날 가져, 삼촌...내게 용기를 줘...어서...”


“ 예지야...”


 


침대 위에 드러누워 가랑이를 벌린 예지의 몸 여기저기가 내 타액으로 반짝거렸다.


일부러 그녀의 부끄러움을 배려하지 않았다.


내 본 모습을 다 보여주는 게, 이 아이의 큰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나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살갗 곳곳에다 묻어두고는, 그 머나먼 땅에서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하나씩 펴보기를 기원하며 빠짐없이 핥았다.


음부는 물론 항문과 귓구멍, 심지어 코와 눈 속까지도 타액을 발라 내 체취가 깊숙이 스며들기를 바랬다.


예지는 그런 내 마음을 안 건지 얼굴을 붉히면서도 절대 움츠리지를 않았다.


역시 내 감정에 대해서는 감탄을 할 정도로 민감하게 알아챈다.


물을 잔뜩 쏟아내 번들거리는 꽃잎이 너무나 깨끗했다.


솔직히 손을 대기가 겁이 날 정도로 맑고 투명한 피부였다.


 


“ 이제...네 보지에다 이걸 넣을 거야...”


“ 하아...삼촌...해줘...삼촌 자지를 넣어...”


 


애초에 그렇게 작정은 했다지만, 노골적인 표현들을 하는데도 예지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내게 맞추었다.


어쩌면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게 하는 아이였다.


내 마음 속에서 사랑의 줄기가 또 하나 돋아나버렸다.


 


“ 사랑해...예지야...”


“ 사랑해, 삼촌..어서~”


 


귀두에 맞닿아 파르르 떨고 있는 꽃잎의 움직임이 애처롭기만 했다.


그때 예지가 내 엉덩이를 당기면서 뜨겁게 속삭였다.


 


“ 아악~”


“ 예지야~!”


 


허리를 미는 순간 그 빡빡한 구멍을 벌리고 들어가는 귀두 끝으로, 뭔가 질긴 것이 저항을 하더니 찢어지는 느낌과 함께 예지에게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느껴지는 뜨거운 액체, 혹시나 했었지만 정말로 오직 나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것이다.


 


“ 괘, 괜찮으니까...계속, 계속...제발 멈추지 말아...삼촌...”


“ 알았어....”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감동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슬픔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 여리고 깊은 곳에다 처음 받아들이는 이물질로 힘들어하는 예지에게 키스를 하며 천천히 전진을 했다.


 


 


“ 으, 응...예지? 예지야?”


 


깜빡 잠이 들었던가 보았다.


창을 두들기는 빗소리에 홀연히 깨어났다.


그런데, 곁에 예지가 없었다.


상체를 일으키자 제일 먼저 하얀 침대시트의 빨간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청백의 상징, 그 선명한 빛깔이 가슴 한구석을 아프게 했다.


둘러보자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이와 손수건이 보였다.


어쩌면 이런 걸 예상했던 건지도 모른다.


의외로 담담한 기분이었다.


 


“ 예지야...”


 


손수건을 펴보자 장미꽃이 피어 있었다.


그 아이는 자신의 순결을 내게 이렇게 선물하고 간 것이었다.


이번에 쪽지를 펴봤다.


 


‘ 삼촌 사랑해...


  고마워..나 꼭 돌아오도록 노력할게...


  아주 씩씩하고 건강해져서 올 거야...’


 


너무나 짧아서 오히려 그 절절한 사랑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제야 조용하던 내 가슴이 동요를 일으키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술 생각이 간절했지만 일단 집으로 향했다.


수아가 돌아오면 같이 마실 생각이었다.


예지의 행방을 물을 게 뻔했다.


아니, 그보다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지에 대한 결심이 아직도 서지를 않는다.


 


“ 어? 벌써 들어와있었어?”


“ 네...오빠...응? 예지 씨는 갔나 봐요?”


“ 응...”


 


집으로 들어서자 수아가 먼저 와있었다.


순간 당황을 했지만 모든 걸 털어놓자는 결심이 들면서 차분해졌다.


 


“ 수아야...할 이야기가..”


“ 오빠...”


“ 응? 왜?”


 


그런데 입을 열자마자 수아가 동시에 불렀다.


 


“ 사람은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생겨요...”


“ 그래...그렇지...”


“ 우리는 그냥 이 자리에서 언제나처럼 변함이 없을 거에요...맞죠?”


“ 으, 응...”


“ 사랑해요...오빠...우리 오늘은 일찍 자요...”


“ 사랑해...”


 


왠지 모든 걸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수아의 부드러운 미소에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키스를 했다.


 


‘ 예지야...건강해야 해...알았지?’


 


속으로 잠시 중얼거리고는 수아의 허리를 강하게 당겨 안았다.


언제나처럼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 그렇다, 언제나 우린 이렇게 하나일 것이다.


창 밖의 빗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 에필로그 ]


 


‘ 딸그랑~’


 


여자손님인가 보았다.


아마 섬세한 성격인 것 같았다.


이제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저 소리만 듣고서도 성별이나 성격을 꽤나 잘 맞출 정도였다.


하기야 벌써 몇 년째인가? 근 10년이 다되어간다.


 


“ 어서....”


“ 삼촌~ 나 왔어~~ 안녕~ 호호호~”


 


일어서다가 우뚝 멈추고 말았다.


환상인줄만 알았다.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 아니 더욱 아름다워졌다.


5년, 그렇다, 그렇게 내 가슴을 저리게 해놓고 떠난 그날 이후로 무려 5년만이었다.


 


“ 예지야...”


“ 와~ 역시...전혀 변하지 않았구나...너무 좋아...”


“ 웅~ 엄마~”


 


환하게 웃는 그녀가 너무나 밝고 건강해 보여 안심이 되면서도 코끝이 찡했다.


타국에서 저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으려 다가서려는 순간 갑자기 그녀의 뒤에서 작은 물체가 나타났다.


엄마라는 말을 내뱉는 조그마한 여자아이에 그만 얼어붙어버렸다.


 


‘ 엄마? 딸? 그렇다면?’


 


순간적으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지만 정신을 차렸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니, 원래부터 이렇게 돼야만 하는 것이었다.


내 나이도 곧 불혹이다.


감정적인 부분에서 어쩔 수 없는 게 있더라도, 진심으로 축하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정도는 마음을 다스릴 수가 있었다.


 


“ 아이쿠~ 예쁜 공주님이 계신 줄 몰랐네? 미안~ 안녕~”


“ 안녕~”


 


인형같이 예쁜 아이였다.


예지를 쏙 빼 닮았으면서도 나중에 크면 제 엄마보다 더 미인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아이가 없는 입장에서는 정말로 훔쳐오고 싶을 만큼 깜찍했다.


 


“ 이름이 뭐야?”


“ 웅~ Rainy”


 


아마 유학시절에 결혼을 해서 낳은 모양이었다.


 


“ 너? 또?”


“ 웅~ 미안 엄마~ 아저씨, 난 우연이야~”


 


예지가 눈을 부릅뜨자 찔끔하더니 다시 정정을 한다.


그 모습이 너무나 예쁘고 귀여워서 안아보고 싶은 마음에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 하하하~ 그래? 내 이름은 장우야...성은 한이고...그러니까 한 장우...반가워...우연아...”


“ 우와~ 아저씨 나랑 이름이 두 글자나 똑같아~~ 나도 한 우연인데...헤헤헤~”


 


머리 속으로 번개가 떨어졌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예지를 쳐다보자 눈물이 글썽해서는 미소를 짓는다.


 


“ ..그..래...우연이...이 아저씨가 한번 안아봐도 되겠니?”


 


목소리가 잘 나오지를 않는다.


 


“ 엄마?”


“ 그래...괜찮아...아저씨는 언제라도 돼...”


“ 웅~ 헤헤~”


 


외국에서 자란 아이답게 낯선 어른의 포옹에 대해 대뜸 엄마에게 확인부터 한다.


그리고는, 예지의 허락에 내 품으로 쏙 안겨 들었다.


작고 보드라우면서도 따스한 감촉이 내 가슴을 감동으로 가득 채웠다.


 


“ 웅~ 엄마는 내가 비를 타고 와서 우연(雨緣)이래..근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힝~ 어려워...”


 


종달새처럼 재잘대는 우연, 아니, 내 딸의 청아한 목소리에 그만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 우웅~ 앙~ 엄마~ 아저씨 울어~ 앙앙~”


 


내 얼굴을 만지작거리다가 물기에 놀란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덩달아 울음을 터뜨렸다.


 


“ 흑..그래...우연아...네가 눈물을 닦아주렴...그러면 아저씨가 안 울 거야...”


 


결국에 예지도 눈물방울을 흘려내고 말았다.


그때, 작고 보드라운 손이 내 눈가를 쓰다듬는 게 느껴졌다.


 


“ 앙앙~ 아저씨 울지마~ 앙~”


“ 크흠~ 그래...미안...안 울게...그래...우연아...”


 


눈물을 구겨 넣었다.


내 딸의 손길이 너무나 따사로워서 세상 모든 걸 잊게 했다.


 


‘ 딸랑~’


 


“ 영수 언니~”


 


그때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더니 예지의 음성이 들렸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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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처음 시도해본 로맨스 한 편이 끝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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