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들의 오너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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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1.그들의 내기?
빌어먹을! 그 아자씨는 무슨 그림에 목숨을 건건지...대충 서울 근교에다가 창고를 만들것이지,경기도 외곽에다
가 박아논 이유가 뭐야?덕분에 나의 똥차는 몇번이고 푸쉬쉬거리며 덜덜 거리는 산길을 올라가야 했다.솔직히 다
른 차에게는 산길이 아닌 그냥 언덕길이겠지만...내차에게 있어서는 오프로드 랠리나 다름없는 길이었다.
출발전에 내 옆자리..그러니까 조수석 쟁탈전이 10분간이나 계속된 끝에 노아가 타고 있었고,세라와 유나는 서로
사이 안좋은 것을 과시라도 하듯 각각 뒷좌석 좌우측 사이드에 자리잡았다.경기도니 시골길이라 할수는 없겠지만
인적은 시골길보다 더더욱 드문 곳이었다.역시...그 남자 겁나게 수상한 놈이야.
"여긴가?"
나는 노아에게 지도를 펴라고 지시한후 차를 세워 한참이나 지도를 바라보았다.네비게이션?그딴거 없다.워셔액도
떨어진지 오랜데 무슨 네비게이션이 있겠는가.그런것은 이 고물차 에게는 사치,즉, 돼지 발톱에 봉숭아 물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휴우우.."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차를 세웠다.이곳이 틀림없었다.저 앞에 커다란 가건물이 보이는것으로 보아,맞는거
같았다.저 안에는 아마 내가 100년을 알바를 뛰어도 못벌 금액을 가진 그림들이 가득하겠지.
나는 찬찬히 J라는 녀석의 협박장을 바라보았다.허...치밀하다.국내외에서 탐정이나 추리쪽 모임에 가면 늘상
보는 협박장의 정석이로군.필적이 남지 않도록 여러군데서 오린 협박장.그리고 녀석은 친절하게도 방화를 저지를
날짜와 시간까지 명시해 두었다.그것이 바로 오늘이었다.
이제야 그런 대 화랑께서 미천한 탐정을 찾은 이유를 알거 같았다.발끝에 불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게다가 협
박장에는 그림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수송차를 비롯해서 수송인원까지 불태워 버린다고 친절하게 적혀 있
었다.
하하.그 아저씨.급할만도 하다.분명 J라는 유명 방화범의 표적이 되었다면,뭔가 뒤가 구린 그 부분도 언론에 공
개 되겠지.녀석은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나를 찾은것이다.이런 의뢰에 억단위의 겔러까지 제시하면서.
"주인님.나 배고파요..배고파..배...."
노아의 칭얼거리는 소리를 듣는순간 나는 얼른 운전석 옆 수납공간에 꽂아 두었던 딸기우유를 노아에게 물려주
었고,재잘거리는 소리는 금새 멈추었다.하하하하.
"주인님.언제....의뢰받은 일을 하실건가요?"
"으응?이녀석이 나타나면..이겠지?"
세라의 질문에 나는 무심코 대답했다.그랬다.나는 이 녀석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잡을 단서가 없다고.
"그게..언제인데요?"
"협박장에 의하면....약 30분정도 남은거 같은데?왜?"
내 말에 세라는 침착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하하.그래도 이 아이들 중에 세라가 있는것은 행운이다.그나마 이
아이는 주위 시선을 의식할줄 아니 말이다.
"그럼...조금 수련을 할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면 안되나요?"
"여..여기서?"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아무리 인적이 드물어도...어디 저 아이들이 보통 아이들인가.성인 조폭 엉아들을 장력
으로 날리고,얼음을 침뱉듯이 쏘며,가스렌지 불로 앵무새 만들어서 갖고 노는 아이들인데...
"네.수련을 하지 않으면...불안할거 같아서."
저 아이들과의 동거가 몇주째 지속되고 있지만,세라가 나에게 간곡히 부탁을 하는것은 처음이었다.나 역시 세라
처럼 주위를 둘러보았다.멀리 가건물이 보이긴 했지만,숲에 인접한 언덕길이라 인적은 느껴지지 않았다.이곳이라
면 그닥 무리는 없어 보여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하지만 너무 요란하게 해선 안돼."
"네."
세라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더니 차에서 내려 나무가 있는 숲속으로 걸어갔다.
"유나야.너는?안해도 돼?"
내 질문에 유나는 삐죽 입술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안할래요.안해도 충분히 강하다구요."
하하하.역시 유나다운 대사였다.가만히 꿍해있던 유나는 갑자기 운전석으로 팔을 뻗어 나를 감싸안았다.
"그러지 말고 나랑 놀아요 주인님?네?네?헤헤헤."
윽..이봐.우린 놀러온게 아니라고.게다가 그런 뇌쇄적인 미소를...지으며 놀자고 하지마.나 오해한단 말이야.
엉큼한 놈이라고 말해도 좋다.하지만 이제 천천히 아이의 모습을 탈피해가고,페어리들은 점점 자라날 것이다.
벌써부터 성숙한 여인미를 풍기기 시작하는 유나와 세라가 더욱 자란다면...조카와 삼촌의 모습에서 청춘남녀의
동거 생활로 변해 버리는건 순식간이란 말이다!
"그럼..세라 수련하는거 조금만 보자."
"핏...볼거도 없는데..."
"나두!나두!볼래요!"
엄청난 흡입력(?)으로 딸기 우유를 엔고로 만들어 버린 노아도 신이나서 팔을 뻗어 대었다.
"그래그래.다같이 보자.."
내가 내리자 마자,유나도 따라 내렸고,잠시후 노아역시 내 옆으로 바짝 붙어서서 내 손을 만지작 거렸다.
"핫!"
세라의 짧은 기합소리.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바라보는 유나와 노아와는 달리,내 동공은 또 한번 휘둥그레졌다.
조밀하게 자란 나무와 나무사이를, 그녀는 땅에 한번도 착지 하지 않고 그 사이를 내달리고 있었다.
"맙소사...도대체 뭐가 수련이 필요하다는 거야..."
정말 완벽한 모습이었다.가냘프고 청순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검정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궤적을 그리는 그녀의
모습.게다가 양손에 맺힌 푸른 빛무리가 중간중간 나무의 몸통을 직격했고,여지 없이 사람 머리통만한 구멍이 뻥
뻥 뚫린다.한참이나 아름다운 춤사위를 보여주던 세라의 움직임이 멈췄다.
"하아..하아.."
그녀는 숨이 찬지 서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그거 역시 나는 멍하니 보고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역시...아직은 이 정도 뿐인가..."
어이..세라양."이정도"라니.내가 보기엔 전성기때에 이소룡도 너는 못이겨.게다가 너 이종격투기계에 진출하면
아마 이틀만에 세계챔피언이 될지도 모른단 말이다.
세라가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수련이 벌써 끝난건가?아니면...설마 나보고 스파링 상대가 되달라는건 아니겠
지?
"상대가 되어줘."
커억!나는 움찔해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세라의 시선은 내가 아닌 내 옆에서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나를 향
해 있었다.
"싫어."
퉁명스러운 유나의 거절에 세라의 표정이 굳었다.으으...이런 도화선 같은 녀석들.거..똑같이 신비의 종족(?)인
데 좀 사이좋게 지내지 그러냐.
"너도...수련을 하는 편이 좋을텐데."
"관심없어.그런거.난 충분히 강한걸."
세라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유나를 바라보았다.태연하게 은발의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는 유나.당장이라
도 싸움이 벌어질것만 같은 숨막히는 적막이 흘렀다.
"와!재밌겠다!"
이봐....노아야.지금 언니들(?)은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라고....그런말을 하면...
"게다가...그냥 하는 대련은 재미없는걸."
"좋아.그럼 내기를 하자."
"내기?"
내기란 말에 유나가 관심을 보이며 그제서야 세라를 바라본다.
"어떤 내기?"
다시 한번 물어보는 유나의 말에 세라는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앙증맞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2차개화의...순서를 걸고."
뭐..뭐?그게 무슨소리야?게다가...유나는 세라의 그말에 금새 호전적인 표정이 되어가고 있었다.항상 장난기가
넘치던 유나의 눈망울이 호전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2..2차 개화가 뭐길래 그래?
"좋아.나중에 다른말 하기 없기야."
"물론."
그들은 내가 전혀 알수 없는 합의점을 통해 숲속에 약간 넓은 공터로 자리를 옮겨 대치했다.이봐...2차개화가 뭐
냐고...게다가...니들은 카드속에서 나오는게 개화라고 했잖아...아닌거야?
"준비가 되면 말해."
"언제든지."
유나의 말에 세라는 격투자세를 취해 보였고,유나의 양손에서 백색 빛무리가 맺혀가기 시작했다.헐...이거...대
형사고 나는거 아닌가? 그치만 말릴수도 없다.나역시...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해 버렸기 때문이다.
"조심하는게 좋을거야.봐주지 않을 거니까."
"상관없어.어차피 검을 잡지 않은 블랙나이트는....반쪽짜리일 뿐이야."
세라는 유나의 도발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듯, 양 손날에 푸른기운을 맺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프리즈 에로우!"
선공은 유나에게서 이루어졌다.그녀의 낭랑한 시동어와 함께 수십개의 얼음결정이 모여드는가 싶더니,이내 십여
미터 앞에 서있는 세라에게 폭사되어 가기 시작했다.
순간 나도모르게 위험해!라고 외칠 뻔했지만,그것은 괜한 걱정이었다.세라의 몸이 빙글빙글 도는가 싶더니,이내
푸른 빛무리가 원형으로 감싸는 형상이 되며 그것에 부딪힌 유나의 공격이 모두 흰색 눈가루를 뿌리며 사라져 버
렸기 때문이다. 곧이어 세라의 신형이 흐릿하게 변했다.
"연환격!"
어느새 유나의 근처까지 접근한 세라의 손이 여러개로 늘어난 착각까지 든다.푸른 기운을 머금은 수십개의 장력
이 유나의 머리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프로즌 월!"
이번엔 유나의 우아한 손동작에 의해 거대한 백색 방어막이 형성되었다.세라의 장력은 그 얼음 장벽을 부숴 버렸
지만,정작 유나의 몸에는 털끝만한 상처도 없었다.
"와아.."
아름답다.두명의 미소녀가 대련을 하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유나의 정적 아름다움과 세라의 동선이 그리는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였다.게다가 유나와 세라의 공격이 맞붙을 때마다,흰색 눈가루가 휘날리는 모
습은 정말 장관이었다.그 눈가루 처럼,세라의 흑발과 유나의 은발역시 묘한 조화를 이루며 허공에서 반짝인다.
"와와!잘한다 잘해!"
노아는 신이나서 손뼉까지 쳤다.이봐..너 최강의 페어리 맞긴 한거니...님아..자중을...
"하아..하아..."
"후우..."
몇번의 타격기를 주고 받은 둘은 다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숨을골랐다.아름다운 미소녀가 거칠게 호흡하는 모습
이라니....제길..난 왜 이런상황에서 묘하게 기분좋게 웃고 있는거냐..
우우우우우웅....
이윽고 세라의 손이 허공에서 교차하더니 묘한 공기의 파공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마치 바람이 세라의 몸 주
변으로 모여드는 듯한 착각마져 드는 신비로운 모습이었지만,그것을 본 유나의 눈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치잇!치사하게...대련중에 그런 큰 기술을!"
유나의 수인역시 빠르게 맺어지기 시작했다.뭐..뭐야..갑작스럽게 두배로 뛴 이 긴장감은? 유나의 반응으로 보아
세라가 시전하려는 기술은 조금 큰 것인 모양이다.게다가 유나의 수인역시 방금전 것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복잡
한 동작이었다.니...니들 왜그래..나 무서워.
"아이스 스피...."
어라?갑자기 유나가 시동어를 외치다 말고 자세를 푼다.세라의 주변에 모여있던 기운들도 급격히 사라져 버렸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듯 준비하던 공격을 무위로 돌려버린 것이다.
"얘들아 왜그래?"
"잠시만..."
유나와 세라가 동시에 주변을 살핀다.어라?노아...노아마저도 유나와 세라처럼 살짝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이봐.
가만히 있는 나만 뻘쭘하잖아.나도 덩달아 두리번 거려야 하는거야?
내 손을 잡은 노아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순식간에 긴장이 잔뜩 들어가버리는 상황에서 나는 마른침만 꼴깍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세라야..왜 그래?"
나는 최대한 떨지 않도록 애쓰며 조용히 물었다.한참이나 내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던 세라가 살짝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는 약간은 긴장된 목소리로 조용히 내게 말했다.
"페어리 하나가 접근하고 있습니다.그것도 아주 강력한....."
#2.또다른 오너,그리고 페어리의 등장.
뭐..뭐라고?나는 세라의 말을 의심할수 밖에 없었다.페..페어리 하나가 접근한다니 그게 무슨소리야...너희 자
꾸 한겨울에 남량특집 분위기 낼래?
스스스스스...
풀잎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세라와 유나는 동시에 그 쪽으로 몸을 돌려 경계를 취했고,노아는 내 손
을 꼭 잡은 채로 가만히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나는 나도 모르게 작은 탄성을 질렀다.뭔가가 느껴졌다.뭐라 말로 표현할수는 없지만,처음 페어리의 카드들을 봤
을때처럼,무언가 강렬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느껴지고 있었고,나도 모르게 심장이 뛴다.
"어서..주인님을!"
아까만 해도 대치하고 있던 둘은 세라의 낮은 속삭임에 빠르게 내 앞을 가로막으며 보호하는 자세를 취했다.소리
가 난 쪽에서 두개의 실루엣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꿀꺽.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는 소리가 너무 크
게 들려 창피할 지경이었다.
"아까부터 신경쓰인다....했더니 말이야."
풀숲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유나와 세라의 자세가 낮아지며 공격적인 형세로 바뀌었다.항상 장난스러운 유나의 진
지한 표정에 나는 어느정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며 침착하려 애썼다.
"어..어?"
내 눈이 크게 물들었다.풀숲 사이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하나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약간 찢어진
듯한 눈.살짝 교활하게 생긴 인상이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붉은 머리칼을 한 여자 하나가 뒤따르고 있었다.
"페어리의 오너가...여기 또 계셨구만."
그는 실룩거리며 웃었다.옆에 서있는 붉은 머리칼의 여인.세라와 유나처럼,이 세상 사람이 아닌듯한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었다.게다가...저 야한 차림은 뭐냐...이 겨울에 가슴만 살짝 가리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성숙
한 색기를 풍기기까지 하는 그녀가 공손히 그 녀석의 뒤에 서있다.
"또..라니.당신도 오너인겁니까?"
내 질문에 그는 답하지 않고는 세라와 유나,그리고 노아를 천천히 둘러 보았다.특히 세라를 볼때는 살짝 입맛을
다시기 까지 한다.으윽!저 재수없는 녀석이!
"오호...소문만 들었는데.....니가 바로 그녀석이로군.처음부터 셋이나 페어리를 가졌다는...."
허허.이것참 여기서 나는 우쭐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거야?내가 묘한 표정을 짓고있자,그는 금새 무시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영락없는 초짜인 모양이구만.오너도...페어리도.크큭."
그의 말에 세라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잠깐..잠깐만.나 말고도 오너가 또 있는거였어?
"왜...놀랐냐?오너는 너밖에 없는 줄 알았던 모양이로군."
쳇.마음을 읽혀버린 나는 살짝 그를 노려보았다.하기야, 내가 생각해도 나 하나만 있다는 것은 조금은 무리가 있
는 말이기도 하다.하지만..이렇게 실제로 다른 오너를 보니까 좀 기분은 별로인데.
"아니.뭐.특별히 그렇게 생각한것은 아닌데."
초면에 반말을 까니,나 역시 반말로 응수해 주었다.하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그래.잘 알았으면 비켜.난 해야 할 일이 있거든.초짜 오너랑 페어리를 데리고 놀아봐야 재미도 없고."
"뭐..?"
내가 살짝 발끈 하는 반응을 보이자 세라와 유나역시 천천히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호전적인 우리의 모습
에도 그는 여유롭기 그지 없었다.
"하하하.머릿수로 밀어보겠다 이건가.어차피 오합지졸일 뿐일텐데....그치?마유미."
마유미라 불린 여자.그녀가 살짝 미소를 짓더니 손을 앞으로 뻗었다.그와 동시에 엄청난 불꽃이 일어나기 시작하
더니,이내 그것은 이글이글 거리는 마그마 덩어리로 바뀌어 있었다..
맙소사...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마유미라는 저 여자가 페어리 였구나.근데 어째서 저렇게 완벽한 성인의 모습인
거지?엄청나게 오랫동안 생활해서 그런거냐?
"4...4써클..."
유나가 희미하게 중얼거리는 소리.분명히 내 귀에도 똑똑히 들렸다.이봐..그건 또 뭔뜻이야..페어리도...레벨
이라는게 존재한다는거야?
화르르르르...
그녀의 손에 맺힌 불덩이가 언제든지 우리에게 쏘아질 것만 같은 모습을 보이자,유나의 양손에도 백색 빛무리가
진하게 맺혀가기 시작했다.일촉측발의 그 상황에서,그는 여유롭게 웃었다.
"헛수고야.아무리 셋이나 되는 페어리라 하더라도...성장이 끝나지 않은...게다가 2차 개화조차 하지 않은 녀
석들은 한트럭이 와도 소용없어."
뭐...?지금 너 뭐라고 했어.내가 분명 낮익은 단어 하나가 들렸는데 말이지.
"2차개화....?"
내가 얼빠진 목소리로 그것을 되뇌이자,그의 표정은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잠깐 마유미.불꽃을 없에."
"네...주인님."
그녀는 공손하게...하지만 색기있는 미소를 띄우며 손에 맺힌 구형의 불덩어리를 일순간 없에 버렸다.그가 천천
히 나를 바라보며,입을 열었다.
"너...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로구만?"
"그런 비아냥은 그만하고...2차 개화가 뭔지나 말해주지 그래?"
내 말에 유나와 세라가 움찔한다.인석들...도대체 나에게 뭘 숨기는 거야!
"너..인도자가 그런것도 말해주지 않았던 거냐?"
"인도자?"
"답답한 자식."주인의 쉼터"의 인도자 말이다."
아...내 머리속에 금새 알버트의 중후한 수염이 떠오른다.그 사람을 인도자라고 부르는 건가.
"없었어.카드만 받았을 뿐이야."
"휘유우...무책임한 인도자를 만났군."
"빙빙 돌리지 말고 말해.요점이 뭔데?"
"하하하.지금 날 협박하는 거냐?그 실력을 가지고?"
녀석의 계속되는 비아냥과 도발에 응하지 않으려,나는 가슴속에서 화를 삭히고 또 삭혔다.
천천히 생각해보자.분명 알버트는 시간이 다 되었다고 했고,세 장의 카드와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여러장
의 카드를 넘겨주고는 빠르게 사라져 버렸었다.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알버트는 나에게 페어리에 대한 정보를
더 가르쳐 줬을 거라는 계산이 된다.
"여하튼.난 싸울 생각이 없다.무엇보다 난 할일이 있거든."
"할일?"
내 되물음에 녀석의 시선이 내 뒤에 있는 가건물을 향했다.
"태워버릴 무언가가 있어서 말이야."
맙소사...나는 그대로 시간이 멈춘것처럼 굳어버렸다.이제서야 왜 쌩뚱맞게 페어리의 오너가 이런 인적없는 산길
에 나타났는지를 알수 있었다.그 녀석이 바로 J라 일컬어 지는 녀석이라는 뜻이다.
#3.노아의 힘.
"니가...J라는 녀석이로군."
"어라라?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나는 말없이 품안에 든 녀석의 협박장을 꺼내 들었다.그것을 본 녀석의 표정이 험상궂게 일그러진다.
"나는...J라는 녀석을 막기위해 고용된 탐정이거든."
"탐정?"
그의 표정이 일순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변해 버린다.하하하.그래.나도 내 직업말할때 사람들이 다들 저런
표정을 짓곤 하지.
"풉...크큭...쿠쿡...크하하하하하!"
녀석은 호탕하게 웃어 제꼈다.하하.이거...기분이 좀 나쁜데 그래.
"뭐가 그리 웃기냐?"
"크크크큭...당연히 웃기지 않웃기냐 그럼?페어리의 힘을 고작 탐정질에 쓴다는게...웃긴거다..크하하하하!"
"호오.그럼 방화범에 쓰는것은 고귀한 모양이군."
나도 눈치는 있다.녀석이 어떤 보안시스템과 소방시스템을 무색하게 불을 질러 왔던 것은,아마도 저 옆에 있는
마유미라는 여인...아니, 페어리를 이용한 것일 것이다.방금전에 보여줬던 거대한 불덩어리를 미뤄 봤을때,그것
은 꽤 신빙성있는 유추였다.
"크크큭.이런 바보자식아.페어리의 오너라는건 신이 내린 축복이다.이 무한하고도 거대한 힘을 나를 위해서 쓸수
있다는 거다."
"너를위해 쓰는게....고작 이런 범죄냐?"
"멍청하긴.신문지상이나 언론은 나를 신비의 방화범 J라고 포장을 해주지.그리고 나는 뒤가 구린 녀석들만 불을
지른다 이 멍청아.멋지지 않냐?그런데 뭐?탐정이라고?크하하하!"
역겹다.솔직히 역겹다.녀석은 의적놀이에 페어리의 힘을 이용하고 있는것이다.호탕하게 웃는 저녀석의 얼굴에는
이종족의 침입과 그에따른 전쟁을 우려하는 모습따윈 없다.하하하.진짜 화가 치미네.
"그건 그렇고 블랙나이트씨.저런 초짜에게 있지 말고..주인을 바꿀 생각은 없어?아주...강하게 만들어 줄수 있
는데 말이야..."
세라는 녀석의 음흉한 시선에 움찔하고는 공격자세를 취했다.이자식...지금 너 누구에게 추파냐?
"그만둬.그리고...물러서라."
"너에게 물은게 아니야.페어리에게 물은 거다."
"거절합니다."
세라의 입에서 조용하고도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J의표정은 심술궂게 물들었다.
"뭐야?"
"저는 처음부터...그리고 개화가 끝나고 나서부터...저에게 주인님은 단 한분뿐 입니다."
아...감동해야하나....세라의 말에 유나도,노아도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그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낄새도 없이
녀석의 한쪽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더니,이윽고 한쪽팔을 들어 뒤에 있는 마유미에게 신호를 보냈다.
화르르르르...
그와 동시에 아까 우리를 위협했던 화염덩어리가 다시금 생성되었고,J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방해할 생각이라면...뭐 적당히 혼쭐을 내주는 것도 선배의 예의겠지."
"주인님.어서 뒤로..."
"아..응."
나는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고,노아는 내 옷자락을 꼭 쥐고 나를 따랐다.
"상대는....4써클의 적법사야.조심해."
"그런건...나도 안다고."
세라의 말에 유나는 삐죽 입술을 내밀며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유미의 손에서 붉은색 화염
덩어리가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파이어 스트라이크."
시동어와 동시에 무서운 속도로 화염구가 날아 들었고,유나의 입에서도 극적인 순간에 시동어가 울려퍼졌다.
"아이스 스피어!"
유나에 의해 만들어진 백색의 창이 화염구와 요란하게 부딪히며 굉음을 울린다.맞부딪히는 순간 유나의 표정이
당혹으로 물들었고,반대로 마유미는 태연하게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섬풍."
이윽고 세라의 몸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마유미의 측면으로 푸른색 기운이 날아들었다.
콰직!
순식간에 마유미가 뒤로 몇발자국 물러섰고,세라의 기운에 의해 마유미가 서있던 자리에 있는 굵은 나무뿌리가
깔끔하게 절단 되었다.
"칫...협공을 한다는 건가."
마유미가 표독스럽게 중얼거렸다.
"누가 협공이라는 거야!각자 공격일 뿐이야!"
....유나야.지금 그런 자존심을 세울때가 아니잖니.나는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지만,왠지 모르게 짜증이 밀려왔
다.저 아이들은 나를 보호하려고 저렇게 싸우는데,나는 아무것도 할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와와!"
게다가 옆에 있는 노아는 신이나서 그것을 구경하고 있지 않은가.이런 철없는 녀석...아니,페어리 같으니.너도
좀 거들순 없는거냐?
콰콰쾅!
순간 굉음이 들려 고개를 돌렸다.맙소사...유나의 몸에서 무럭무럭 연기가 나고 있었다.마유미의 불꽃에 상당수
타격을 입었는지 그녀의 표정은 당혹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아...하아..."
하지만 위안을 삼을 점은,마유미 역시 당혹스럽다는 표정이었다.아무리 뛰어난 페어리라 한들,둘을 상대로는 약
간 무리가 있는 모양이었다.
"쳇...역시...정령의 여왕 때문인가..."
나는 조용히 중얼거린 마유미의 말에 깜짝 놀라 노아를 바라보았다.역시나 노아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전장을 바
라볼 뿐이다.근데...얘가 뭘 어쨌다는 거야?
"그렇구만...생각과는 다르다 싶더니...그런 거였군."
J란녀석의 중얼거림에도,허공에서 몇번이나 세라의 우수와 마유미의 화염이 충돌했다가 떨어졌다를 반복하고 있
었다.세라역시 몹시 지친 표정으로 겨우 가드를 올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마유미.철수하자.중요한건 싸우는게 아니니까."
참내...지가 먼저 싸움 걸어놓고 무슨 헛소리냐? 하지만 나역시 바라던 바였다.더이상 세라와 유나가 고전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녀석의 말에 마유미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여전히 여유있는 미소를 띈 J는 나를 살짝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오너는 초짜지만...꽤나 좋은 페어리들을 데리고 있구만.니 행운에 감사해라.그리고...나중에 보면 나 방해하
지 말아라.뭐...조만간 대 회의에서 보게 되겠지만."
대회의?저자식 자꾸 아까부터 의미를 알수 없는 말을 프리스타일로 지껄이네...나는 뭐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사실상 유나와 세라의 지친 모습에 가슴이 아파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그리고.....가는 마당에 할 일은 해야겠으니...작은 선물하나 주고가지."
"뭐..뭐?"
뭐가 좋은지 피식 웃어버리는 녀석의 모습이 급격히 사라졌다.
"하...하하."
나는 헛것을 본놈마냥 웃었다.그녀석의 몸이 흡사 세라의 몸처럼 날렵하게 나무사이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
다.그것을 따라 가는 마유미라는 페어리의 움직임은 그렇다치고...어떻게 인간인 저녀석이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거지?
"하아...하아.."
"얘들아!괜찮아?"
난 그제서야 유나와 세라에게로 달려갔다.
"괜찮습니다....전..."
세라는 매우 창백해진 얼굴로 힘겹게 중얼거렸다.
"유..유나야.."
왠일인지 유나가 내목을 꼭 끌어안는다.조금씩 자라기 시작하는 유나의 뭉클한 가슴감촉이 전달되어 왔지만 그것
을 신경쓸 여유따윈 없었다.유나가 조금씩 내품에서 흐느끼는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자존심에...상처를 입은 거구나.나는 그렇게 생각할수 밖에 없었다.첫날 나에게 마법력을 보여주며,이래도 아이
같아 보이냐고 당돌히 물었던 이 아이.마유미라는 적법사에게 한수 뒤지고 있음을 그녀는 깨달은 것이다.비록
유혈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지만,그녀의 공격은 세라와 유나가 겨우겨우 막아내었을 뿐이다.그것이 유나의 자존심
에 심한 상처가 되어버린거겠지...나는 조용히 유나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주..주인님!건물이!"
내 모습을 무표정으로 보고 있던 세라의 목소리가 다급해져,나는 황급히 그녀가 가리킨 곳을 돌아보았다.
"마,...맙소사..."
가건물이 불타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빌어먹을 자식...선물이란게 그거 였구나....J라는 자식은 싸움터에서 발
을 빼어 돌아가면서 마유미에게 화염마법을 지시한 것이 틀림없다.마법이니까...목재가 아닌 저런 건물도 매개
체없이 화르르르 타오르는 것이다.
"제..젠장할 자식..."
곧 안에 있는 그림들이 다 타버리겠지.하지만 내 품에 안겨있는 유나는 종전의 대결로 이미 힘이 없다.다급해진
내 눈이 노아를 향했다.그녀는 휘둥그레진 얼굴로 한손가락을 입술에 댄채로 불타오르는 가건물을 바라보고 있
었다.
"노아야!어서!빨리!"
"에에?"
왜인지 몰랐다.나는 다급하게 노아에게 소리쳤다.노아는 동글동글한 눈을 굴리며 그저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저 불!저불좀 어떻게 해봐!"
제길!다급했다.다급한 마음에 한 말이었다.동시에 노아의 고개가 천천히 건물을 향했다.노아의 눈망울이 발갛게
물들었고, 갑작스런 화재에 우왕좌왕 건물을 빠져나오는 인물들의 외침소리가 울려퍼졌다.
"운다인!"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별안간 노아와 건물을 번갈아 바라보던 나와 유나,그리고 세라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노아의 외침과 동시에 건물외벽으로 거대한 물 보호막이 형성되어 버린것이다.
"오...오마이갓.."
그것은 대 장관이었다.치지지..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무럭무럭 솟아 올랐다.마유미의 마법으로 인해 불이 붙
었던 건물을 물의 장벽이 감싸는가 싶더니,그 물의 장벽은 이내 거대한 들짐승의 형상으로 변해버린다.그 들짐
승은 화마를 삼킬듯 넘실거렸고,순식간에 불이 꺼지며 건물을 덮던 그 물의 형상역시 싸그리 사라져 버렸다.
그저 입만 쩌억 벌리고 있던 나.노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단발머리에 깜찍한 눈망울.그리고 연신 반짝이는
입술을 한채 노아가 베시시 웃었다.
"주인님 나 잘해써요?헤헤."
#1.그들의 내기?
빌어먹을! 그 아자씨는 무슨 그림에 목숨을 건건지...대충 서울 근교에다가 창고를 만들것이지,경기도 외곽에다
가 박아논 이유가 뭐야?덕분에 나의 똥차는 몇번이고 푸쉬쉬거리며 덜덜 거리는 산길을 올라가야 했다.솔직히 다
른 차에게는 산길이 아닌 그냥 언덕길이겠지만...내차에게 있어서는 오프로드 랠리나 다름없는 길이었다.
출발전에 내 옆자리..그러니까 조수석 쟁탈전이 10분간이나 계속된 끝에 노아가 타고 있었고,세라와 유나는 서로
사이 안좋은 것을 과시라도 하듯 각각 뒷좌석 좌우측 사이드에 자리잡았다.경기도니 시골길이라 할수는 없겠지만
인적은 시골길보다 더더욱 드문 곳이었다.역시...그 남자 겁나게 수상한 놈이야.
"여긴가?"
나는 노아에게 지도를 펴라고 지시한후 차를 세워 한참이나 지도를 바라보았다.네비게이션?그딴거 없다.워셔액도
떨어진지 오랜데 무슨 네비게이션이 있겠는가.그런것은 이 고물차 에게는 사치,즉, 돼지 발톱에 봉숭아 물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휴우우.."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차를 세웠다.이곳이 틀림없었다.저 앞에 커다란 가건물이 보이는것으로 보아,맞는거
같았다.저 안에는 아마 내가 100년을 알바를 뛰어도 못벌 금액을 가진 그림들이 가득하겠지.
나는 찬찬히 J라는 녀석의 협박장을 바라보았다.허...치밀하다.국내외에서 탐정이나 추리쪽 모임에 가면 늘상
보는 협박장의 정석이로군.필적이 남지 않도록 여러군데서 오린 협박장.그리고 녀석은 친절하게도 방화를 저지를
날짜와 시간까지 명시해 두었다.그것이 바로 오늘이었다.
이제야 그런 대 화랑께서 미천한 탐정을 찾은 이유를 알거 같았다.발끝에 불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게다가 협
박장에는 그림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수송차를 비롯해서 수송인원까지 불태워 버린다고 친절하게 적혀 있
었다.
하하.그 아저씨.급할만도 하다.분명 J라는 유명 방화범의 표적이 되었다면,뭔가 뒤가 구린 그 부분도 언론에 공
개 되겠지.녀석은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나를 찾은것이다.이런 의뢰에 억단위의 겔러까지 제시하면서.
"주인님.나 배고파요..배고파..배...."
노아의 칭얼거리는 소리를 듣는순간 나는 얼른 운전석 옆 수납공간에 꽂아 두었던 딸기우유를 노아에게 물려주
었고,재잘거리는 소리는 금새 멈추었다.하하하하.
"주인님.언제....의뢰받은 일을 하실건가요?"
"으응?이녀석이 나타나면..이겠지?"
세라의 질문에 나는 무심코 대답했다.그랬다.나는 이 녀석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잡을 단서가 없다고.
"그게..언제인데요?"
"협박장에 의하면....약 30분정도 남은거 같은데?왜?"
내 말에 세라는 침착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하하.그래도 이 아이들 중에 세라가 있는것은 행운이다.그나마 이
아이는 주위 시선을 의식할줄 아니 말이다.
"그럼...조금 수련을 할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면 안되나요?"
"여..여기서?"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아무리 인적이 드물어도...어디 저 아이들이 보통 아이들인가.성인 조폭 엉아들을 장력
으로 날리고,얼음을 침뱉듯이 쏘며,가스렌지 불로 앵무새 만들어서 갖고 노는 아이들인데...
"네.수련을 하지 않으면...불안할거 같아서."
저 아이들과의 동거가 몇주째 지속되고 있지만,세라가 나에게 간곡히 부탁을 하는것은 처음이었다.나 역시 세라
처럼 주위를 둘러보았다.멀리 가건물이 보이긴 했지만,숲에 인접한 언덕길이라 인적은 느껴지지 않았다.이곳이라
면 그닥 무리는 없어 보여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하지만 너무 요란하게 해선 안돼."
"네."
세라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더니 차에서 내려 나무가 있는 숲속으로 걸어갔다.
"유나야.너는?안해도 돼?"
내 질문에 유나는 삐죽 입술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안할래요.안해도 충분히 강하다구요."
하하하.역시 유나다운 대사였다.가만히 꿍해있던 유나는 갑자기 운전석으로 팔을 뻗어 나를 감싸안았다.
"그러지 말고 나랑 놀아요 주인님?네?네?헤헤헤."
윽..이봐.우린 놀러온게 아니라고.게다가 그런 뇌쇄적인 미소를...지으며 놀자고 하지마.나 오해한단 말이야.
엉큼한 놈이라고 말해도 좋다.하지만 이제 천천히 아이의 모습을 탈피해가고,페어리들은 점점 자라날 것이다.
벌써부터 성숙한 여인미를 풍기기 시작하는 유나와 세라가 더욱 자란다면...조카와 삼촌의 모습에서 청춘남녀의
동거 생활로 변해 버리는건 순식간이란 말이다!
"그럼..세라 수련하는거 조금만 보자."
"핏...볼거도 없는데..."
"나두!나두!볼래요!"
엄청난 흡입력(?)으로 딸기 우유를 엔고로 만들어 버린 노아도 신이나서 팔을 뻗어 대었다.
"그래그래.다같이 보자.."
내가 내리자 마자,유나도 따라 내렸고,잠시후 노아역시 내 옆으로 바짝 붙어서서 내 손을 만지작 거렸다.
"핫!"
세라의 짧은 기합소리.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바라보는 유나와 노아와는 달리,내 동공은 또 한번 휘둥그레졌다.
조밀하게 자란 나무와 나무사이를, 그녀는 땅에 한번도 착지 하지 않고 그 사이를 내달리고 있었다.
"맙소사...도대체 뭐가 수련이 필요하다는 거야..."
정말 완벽한 모습이었다.가냘프고 청순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검정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궤적을 그리는 그녀의
모습.게다가 양손에 맺힌 푸른 빛무리가 중간중간 나무의 몸통을 직격했고,여지 없이 사람 머리통만한 구멍이 뻥
뻥 뚫린다.한참이나 아름다운 춤사위를 보여주던 세라의 움직임이 멈췄다.
"하아..하아.."
그녀는 숨이 찬지 서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그거 역시 나는 멍하니 보고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역시...아직은 이 정도 뿐인가..."
어이..세라양."이정도"라니.내가 보기엔 전성기때에 이소룡도 너는 못이겨.게다가 너 이종격투기계에 진출하면
아마 이틀만에 세계챔피언이 될지도 모른단 말이다.
세라가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수련이 벌써 끝난건가?아니면...설마 나보고 스파링 상대가 되달라는건 아니겠
지?
"상대가 되어줘."
커억!나는 움찔해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세라의 시선은 내가 아닌 내 옆에서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나를 향
해 있었다.
"싫어."
퉁명스러운 유나의 거절에 세라의 표정이 굳었다.으으...이런 도화선 같은 녀석들.거..똑같이 신비의 종족(?)인
데 좀 사이좋게 지내지 그러냐.
"너도...수련을 하는 편이 좋을텐데."
"관심없어.그런거.난 충분히 강한걸."
세라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유나를 바라보았다.태연하게 은발의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는 유나.당장이라
도 싸움이 벌어질것만 같은 숨막히는 적막이 흘렀다.
"와!재밌겠다!"
이봐....노아야.지금 언니들(?)은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라고....그런말을 하면...
"게다가...그냥 하는 대련은 재미없는걸."
"좋아.그럼 내기를 하자."
"내기?"
내기란 말에 유나가 관심을 보이며 그제서야 세라를 바라본다.
"어떤 내기?"
다시 한번 물어보는 유나의 말에 세라는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앙증맞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2차개화의...순서를 걸고."
뭐..뭐?그게 무슨소리야?게다가...유나는 세라의 그말에 금새 호전적인 표정이 되어가고 있었다.항상 장난기가
넘치던 유나의 눈망울이 호전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2..2차 개화가 뭐길래 그래?
"좋아.나중에 다른말 하기 없기야."
"물론."
그들은 내가 전혀 알수 없는 합의점을 통해 숲속에 약간 넓은 공터로 자리를 옮겨 대치했다.이봐...2차개화가 뭐
냐고...게다가...니들은 카드속에서 나오는게 개화라고 했잖아...아닌거야?
"준비가 되면 말해."
"언제든지."
유나의 말에 세라는 격투자세를 취해 보였고,유나의 양손에서 백색 빛무리가 맺혀가기 시작했다.헐...이거...대
형사고 나는거 아닌가? 그치만 말릴수도 없다.나역시...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해 버렸기 때문이다.
"조심하는게 좋을거야.봐주지 않을 거니까."
"상관없어.어차피 검을 잡지 않은 블랙나이트는....반쪽짜리일 뿐이야."
세라는 유나의 도발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듯, 양 손날에 푸른기운을 맺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프리즈 에로우!"
선공은 유나에게서 이루어졌다.그녀의 낭랑한 시동어와 함께 수십개의 얼음결정이 모여드는가 싶더니,이내 십여
미터 앞에 서있는 세라에게 폭사되어 가기 시작했다.
순간 나도모르게 위험해!라고 외칠 뻔했지만,그것은 괜한 걱정이었다.세라의 몸이 빙글빙글 도는가 싶더니,이내
푸른 빛무리가 원형으로 감싸는 형상이 되며 그것에 부딪힌 유나의 공격이 모두 흰색 눈가루를 뿌리며 사라져 버
렸기 때문이다. 곧이어 세라의 신형이 흐릿하게 변했다.
"연환격!"
어느새 유나의 근처까지 접근한 세라의 손이 여러개로 늘어난 착각까지 든다.푸른 기운을 머금은 수십개의 장력
이 유나의 머리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프로즌 월!"
이번엔 유나의 우아한 손동작에 의해 거대한 백색 방어막이 형성되었다.세라의 장력은 그 얼음 장벽을 부숴 버렸
지만,정작 유나의 몸에는 털끝만한 상처도 없었다.
"와아.."
아름답다.두명의 미소녀가 대련을 하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유나의 정적 아름다움과 세라의 동선이 그리는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였다.게다가 유나와 세라의 공격이 맞붙을 때마다,흰색 눈가루가 휘날리는 모
습은 정말 장관이었다.그 눈가루 처럼,세라의 흑발과 유나의 은발역시 묘한 조화를 이루며 허공에서 반짝인다.
"와와!잘한다 잘해!"
노아는 신이나서 손뼉까지 쳤다.이봐..너 최강의 페어리 맞긴 한거니...님아..자중을...
"하아..하아..."
"후우..."
몇번의 타격기를 주고 받은 둘은 다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숨을골랐다.아름다운 미소녀가 거칠게 호흡하는 모습
이라니....제길..난 왜 이런상황에서 묘하게 기분좋게 웃고 있는거냐..
우우우우우웅....
이윽고 세라의 손이 허공에서 교차하더니 묘한 공기의 파공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마치 바람이 세라의 몸 주
변으로 모여드는 듯한 착각마져 드는 신비로운 모습이었지만,그것을 본 유나의 눈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치잇!치사하게...대련중에 그런 큰 기술을!"
유나의 수인역시 빠르게 맺어지기 시작했다.뭐..뭐야..갑작스럽게 두배로 뛴 이 긴장감은? 유나의 반응으로 보아
세라가 시전하려는 기술은 조금 큰 것인 모양이다.게다가 유나의 수인역시 방금전 것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복잡
한 동작이었다.니...니들 왜그래..나 무서워.
"아이스 스피...."
어라?갑자기 유나가 시동어를 외치다 말고 자세를 푼다.세라의 주변에 모여있던 기운들도 급격히 사라져 버렸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듯 준비하던 공격을 무위로 돌려버린 것이다.
"얘들아 왜그래?"
"잠시만..."
유나와 세라가 동시에 주변을 살핀다.어라?노아...노아마저도 유나와 세라처럼 살짝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이봐.
가만히 있는 나만 뻘쭘하잖아.나도 덩달아 두리번 거려야 하는거야?
내 손을 잡은 노아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순식간에 긴장이 잔뜩 들어가버리는 상황에서 나는 마른침만 꼴깍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세라야..왜 그래?"
나는 최대한 떨지 않도록 애쓰며 조용히 물었다.한참이나 내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던 세라가 살짝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는 약간은 긴장된 목소리로 조용히 내게 말했다.
"페어리 하나가 접근하고 있습니다.그것도 아주 강력한....."
#2.또다른 오너,그리고 페어리의 등장.
뭐..뭐라고?나는 세라의 말을 의심할수 밖에 없었다.페..페어리 하나가 접근한다니 그게 무슨소리야...너희 자
꾸 한겨울에 남량특집 분위기 낼래?
스스스스스...
풀잎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세라와 유나는 동시에 그 쪽으로 몸을 돌려 경계를 취했고,노아는 내 손
을 꼭 잡은 채로 가만히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나는 나도 모르게 작은 탄성을 질렀다.뭔가가 느껴졌다.뭐라 말로 표현할수는 없지만,처음 페어리의 카드들을 봤
을때처럼,무언가 강렬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느껴지고 있었고,나도 모르게 심장이 뛴다.
"어서..주인님을!"
아까만 해도 대치하고 있던 둘은 세라의 낮은 속삭임에 빠르게 내 앞을 가로막으며 보호하는 자세를 취했다.소리
가 난 쪽에서 두개의 실루엣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꿀꺽.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는 소리가 너무 크
게 들려 창피할 지경이었다.
"아까부터 신경쓰인다....했더니 말이야."
풀숲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유나와 세라의 자세가 낮아지며 공격적인 형세로 바뀌었다.항상 장난스러운 유나의 진
지한 표정에 나는 어느정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며 침착하려 애썼다.
"어..어?"
내 눈이 크게 물들었다.풀숲 사이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하나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약간 찢어진
듯한 눈.살짝 교활하게 생긴 인상이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붉은 머리칼을 한 여자 하나가 뒤따르고 있었다.
"페어리의 오너가...여기 또 계셨구만."
그는 실룩거리며 웃었다.옆에 서있는 붉은 머리칼의 여인.세라와 유나처럼,이 세상 사람이 아닌듯한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었다.게다가...저 야한 차림은 뭐냐...이 겨울에 가슴만 살짝 가리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성숙
한 색기를 풍기기까지 하는 그녀가 공손히 그 녀석의 뒤에 서있다.
"또..라니.당신도 오너인겁니까?"
내 질문에 그는 답하지 않고는 세라와 유나,그리고 노아를 천천히 둘러 보았다.특히 세라를 볼때는 살짝 입맛을
다시기 까지 한다.으윽!저 재수없는 녀석이!
"오호...소문만 들었는데.....니가 바로 그녀석이로군.처음부터 셋이나 페어리를 가졌다는...."
허허.이것참 여기서 나는 우쭐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거야?내가 묘한 표정을 짓고있자,그는 금새 무시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영락없는 초짜인 모양이구만.오너도...페어리도.크큭."
그의 말에 세라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잠깐..잠깐만.나 말고도 오너가 또 있는거였어?
"왜...놀랐냐?오너는 너밖에 없는 줄 알았던 모양이로군."
쳇.마음을 읽혀버린 나는 살짝 그를 노려보았다.하기야, 내가 생각해도 나 하나만 있다는 것은 조금은 무리가 있
는 말이기도 하다.하지만..이렇게 실제로 다른 오너를 보니까 좀 기분은 별로인데.
"아니.뭐.특별히 그렇게 생각한것은 아닌데."
초면에 반말을 까니,나 역시 반말로 응수해 주었다.하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그래.잘 알았으면 비켜.난 해야 할 일이 있거든.초짜 오너랑 페어리를 데리고 놀아봐야 재미도 없고."
"뭐..?"
내가 살짝 발끈 하는 반응을 보이자 세라와 유나역시 천천히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호전적인 우리의 모습
에도 그는 여유롭기 그지 없었다.
"하하하.머릿수로 밀어보겠다 이건가.어차피 오합지졸일 뿐일텐데....그치?마유미."
마유미라 불린 여자.그녀가 살짝 미소를 짓더니 손을 앞으로 뻗었다.그와 동시에 엄청난 불꽃이 일어나기 시작하
더니,이내 그것은 이글이글 거리는 마그마 덩어리로 바뀌어 있었다..
맙소사...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마유미라는 저 여자가 페어리 였구나.근데 어째서 저렇게 완벽한 성인의 모습인
거지?엄청나게 오랫동안 생활해서 그런거냐?
"4...4써클..."
유나가 희미하게 중얼거리는 소리.분명히 내 귀에도 똑똑히 들렸다.이봐..그건 또 뭔뜻이야..페어리도...레벨
이라는게 존재한다는거야?
화르르르르...
그녀의 손에 맺힌 불덩이가 언제든지 우리에게 쏘아질 것만 같은 모습을 보이자,유나의 양손에도 백색 빛무리가
진하게 맺혀가기 시작했다.일촉측발의 그 상황에서,그는 여유롭게 웃었다.
"헛수고야.아무리 셋이나 되는 페어리라 하더라도...성장이 끝나지 않은...게다가 2차 개화조차 하지 않은 녀
석들은 한트럭이 와도 소용없어."
뭐...?지금 너 뭐라고 했어.내가 분명 낮익은 단어 하나가 들렸는데 말이지.
"2차개화....?"
내가 얼빠진 목소리로 그것을 되뇌이자,그의 표정은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잠깐 마유미.불꽃을 없에."
"네...주인님."
그녀는 공손하게...하지만 색기있는 미소를 띄우며 손에 맺힌 구형의 불덩어리를 일순간 없에 버렸다.그가 천천
히 나를 바라보며,입을 열었다.
"너...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로구만?"
"그런 비아냥은 그만하고...2차 개화가 뭔지나 말해주지 그래?"
내 말에 유나와 세라가 움찔한다.인석들...도대체 나에게 뭘 숨기는 거야!
"너..인도자가 그런것도 말해주지 않았던 거냐?"
"인도자?"
"답답한 자식."주인의 쉼터"의 인도자 말이다."
아...내 머리속에 금새 알버트의 중후한 수염이 떠오른다.그 사람을 인도자라고 부르는 건가.
"없었어.카드만 받았을 뿐이야."
"휘유우...무책임한 인도자를 만났군."
"빙빙 돌리지 말고 말해.요점이 뭔데?"
"하하하.지금 날 협박하는 거냐?그 실력을 가지고?"
녀석의 계속되는 비아냥과 도발에 응하지 않으려,나는 가슴속에서 화를 삭히고 또 삭혔다.
천천히 생각해보자.분명 알버트는 시간이 다 되었다고 했고,세 장의 카드와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여러장
의 카드를 넘겨주고는 빠르게 사라져 버렸었다.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알버트는 나에게 페어리에 대한 정보를
더 가르쳐 줬을 거라는 계산이 된다.
"여하튼.난 싸울 생각이 없다.무엇보다 난 할일이 있거든."
"할일?"
내 되물음에 녀석의 시선이 내 뒤에 있는 가건물을 향했다.
"태워버릴 무언가가 있어서 말이야."
맙소사...나는 그대로 시간이 멈춘것처럼 굳어버렸다.이제서야 왜 쌩뚱맞게 페어리의 오너가 이런 인적없는 산길
에 나타났는지를 알수 있었다.그 녀석이 바로 J라 일컬어 지는 녀석이라는 뜻이다.
#3.노아의 힘.
"니가...J라는 녀석이로군."
"어라라?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나는 말없이 품안에 든 녀석의 협박장을 꺼내 들었다.그것을 본 녀석의 표정이 험상궂게 일그러진다.
"나는...J라는 녀석을 막기위해 고용된 탐정이거든."
"탐정?"
그의 표정이 일순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변해 버린다.하하하.그래.나도 내 직업말할때 사람들이 다들 저런
표정을 짓곤 하지.
"풉...크큭...쿠쿡...크하하하하하!"
녀석은 호탕하게 웃어 제꼈다.하하.이거...기분이 좀 나쁜데 그래.
"뭐가 그리 웃기냐?"
"크크크큭...당연히 웃기지 않웃기냐 그럼?페어리의 힘을 고작 탐정질에 쓴다는게...웃긴거다..크하하하하!"
"호오.그럼 방화범에 쓰는것은 고귀한 모양이군."
나도 눈치는 있다.녀석이 어떤 보안시스템과 소방시스템을 무색하게 불을 질러 왔던 것은,아마도 저 옆에 있는
마유미라는 여인...아니, 페어리를 이용한 것일 것이다.방금전에 보여줬던 거대한 불덩어리를 미뤄 봤을때,그것
은 꽤 신빙성있는 유추였다.
"크크큭.이런 바보자식아.페어리의 오너라는건 신이 내린 축복이다.이 무한하고도 거대한 힘을 나를 위해서 쓸수
있다는 거다."
"너를위해 쓰는게....고작 이런 범죄냐?"
"멍청하긴.신문지상이나 언론은 나를 신비의 방화범 J라고 포장을 해주지.그리고 나는 뒤가 구린 녀석들만 불을
지른다 이 멍청아.멋지지 않냐?그런데 뭐?탐정이라고?크하하하!"
역겹다.솔직히 역겹다.녀석은 의적놀이에 페어리의 힘을 이용하고 있는것이다.호탕하게 웃는 저녀석의 얼굴에는
이종족의 침입과 그에따른 전쟁을 우려하는 모습따윈 없다.하하하.진짜 화가 치미네.
"그건 그렇고 블랙나이트씨.저런 초짜에게 있지 말고..주인을 바꿀 생각은 없어?아주...강하게 만들어 줄수 있
는데 말이야..."
세라는 녀석의 음흉한 시선에 움찔하고는 공격자세를 취했다.이자식...지금 너 누구에게 추파냐?
"그만둬.그리고...물러서라."
"너에게 물은게 아니야.페어리에게 물은 거다."
"거절합니다."
세라의 입에서 조용하고도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J의표정은 심술궂게 물들었다.
"뭐야?"
"저는 처음부터...그리고 개화가 끝나고 나서부터...저에게 주인님은 단 한분뿐 입니다."
아...감동해야하나....세라의 말에 유나도,노아도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그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낄새도 없이
녀석의 한쪽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더니,이윽고 한쪽팔을 들어 뒤에 있는 마유미에게 신호를 보냈다.
화르르르르...
그와 동시에 아까 우리를 위협했던 화염덩어리가 다시금 생성되었고,J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방해할 생각이라면...뭐 적당히 혼쭐을 내주는 것도 선배의 예의겠지."
"주인님.어서 뒤로..."
"아..응."
나는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고,노아는 내 옷자락을 꼭 쥐고 나를 따랐다.
"상대는....4써클의 적법사야.조심해."
"그런건...나도 안다고."
세라의 말에 유나는 삐죽 입술을 내밀며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유미의 손에서 붉은색 화염
덩어리가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파이어 스트라이크."
시동어와 동시에 무서운 속도로 화염구가 날아 들었고,유나의 입에서도 극적인 순간에 시동어가 울려퍼졌다.
"아이스 스피어!"
유나에 의해 만들어진 백색의 창이 화염구와 요란하게 부딪히며 굉음을 울린다.맞부딪히는 순간 유나의 표정이
당혹으로 물들었고,반대로 마유미는 태연하게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섬풍."
이윽고 세라의 몸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마유미의 측면으로 푸른색 기운이 날아들었다.
콰직!
순식간에 마유미가 뒤로 몇발자국 물러섰고,세라의 기운에 의해 마유미가 서있던 자리에 있는 굵은 나무뿌리가
깔끔하게 절단 되었다.
"칫...협공을 한다는 건가."
마유미가 표독스럽게 중얼거렸다.
"누가 협공이라는 거야!각자 공격일 뿐이야!"
....유나야.지금 그런 자존심을 세울때가 아니잖니.나는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지만,왠지 모르게 짜증이 밀려왔
다.저 아이들은 나를 보호하려고 저렇게 싸우는데,나는 아무것도 할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와와!"
게다가 옆에 있는 노아는 신이나서 그것을 구경하고 있지 않은가.이런 철없는 녀석...아니,페어리 같으니.너도
좀 거들순 없는거냐?
콰콰쾅!
순간 굉음이 들려 고개를 돌렸다.맙소사...유나의 몸에서 무럭무럭 연기가 나고 있었다.마유미의 불꽃에 상당수
타격을 입었는지 그녀의 표정은 당혹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아...하아..."
하지만 위안을 삼을 점은,마유미 역시 당혹스럽다는 표정이었다.아무리 뛰어난 페어리라 한들,둘을 상대로는 약
간 무리가 있는 모양이었다.
"쳇...역시...정령의 여왕 때문인가..."
나는 조용히 중얼거린 마유미의 말에 깜짝 놀라 노아를 바라보았다.역시나 노아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전장을 바
라볼 뿐이다.근데...얘가 뭘 어쨌다는 거야?
"그렇구만...생각과는 다르다 싶더니...그런 거였군."
J란녀석의 중얼거림에도,허공에서 몇번이나 세라의 우수와 마유미의 화염이 충돌했다가 떨어졌다를 반복하고 있
었다.세라역시 몹시 지친 표정으로 겨우 가드를 올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마유미.철수하자.중요한건 싸우는게 아니니까."
참내...지가 먼저 싸움 걸어놓고 무슨 헛소리냐? 하지만 나역시 바라던 바였다.더이상 세라와 유나가 고전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녀석의 말에 마유미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여전히 여유있는 미소를 띈 J는 나를 살짝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오너는 초짜지만...꽤나 좋은 페어리들을 데리고 있구만.니 행운에 감사해라.그리고...나중에 보면 나 방해하
지 말아라.뭐...조만간 대 회의에서 보게 되겠지만."
대회의?저자식 자꾸 아까부터 의미를 알수 없는 말을 프리스타일로 지껄이네...나는 뭐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사실상 유나와 세라의 지친 모습에 가슴이 아파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그리고.....가는 마당에 할 일은 해야겠으니...작은 선물하나 주고가지."
"뭐..뭐?"
뭐가 좋은지 피식 웃어버리는 녀석의 모습이 급격히 사라졌다.
"하...하하."
나는 헛것을 본놈마냥 웃었다.그녀석의 몸이 흡사 세라의 몸처럼 날렵하게 나무사이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
다.그것을 따라 가는 마유미라는 페어리의 움직임은 그렇다치고...어떻게 인간인 저녀석이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거지?
"하아...하아.."
"얘들아!괜찮아?"
난 그제서야 유나와 세라에게로 달려갔다.
"괜찮습니다....전..."
세라는 매우 창백해진 얼굴로 힘겹게 중얼거렸다.
"유..유나야.."
왠일인지 유나가 내목을 꼭 끌어안는다.조금씩 자라기 시작하는 유나의 뭉클한 가슴감촉이 전달되어 왔지만 그것
을 신경쓸 여유따윈 없었다.유나가 조금씩 내품에서 흐느끼는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자존심에...상처를 입은 거구나.나는 그렇게 생각할수 밖에 없었다.첫날 나에게 마법력을 보여주며,이래도 아이
같아 보이냐고 당돌히 물었던 이 아이.마유미라는 적법사에게 한수 뒤지고 있음을 그녀는 깨달은 것이다.비록
유혈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지만,그녀의 공격은 세라와 유나가 겨우겨우 막아내었을 뿐이다.그것이 유나의 자존심
에 심한 상처가 되어버린거겠지...나는 조용히 유나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주..주인님!건물이!"
내 모습을 무표정으로 보고 있던 세라의 목소리가 다급해져,나는 황급히 그녀가 가리킨 곳을 돌아보았다.
"마,...맙소사..."
가건물이 불타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빌어먹을 자식...선물이란게 그거 였구나....J라는 자식은 싸움터에서 발
을 빼어 돌아가면서 마유미에게 화염마법을 지시한 것이 틀림없다.마법이니까...목재가 아닌 저런 건물도 매개
체없이 화르르르 타오르는 것이다.
"제..젠장할 자식..."
곧 안에 있는 그림들이 다 타버리겠지.하지만 내 품에 안겨있는 유나는 종전의 대결로 이미 힘이 없다.다급해진
내 눈이 노아를 향했다.그녀는 휘둥그레진 얼굴로 한손가락을 입술에 댄채로 불타오르는 가건물을 바라보고 있
었다.
"노아야!어서!빨리!"
"에에?"
왜인지 몰랐다.나는 다급하게 노아에게 소리쳤다.노아는 동글동글한 눈을 굴리며 그저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저 불!저불좀 어떻게 해봐!"
제길!다급했다.다급한 마음에 한 말이었다.동시에 노아의 고개가 천천히 건물을 향했다.노아의 눈망울이 발갛게
물들었고, 갑작스런 화재에 우왕좌왕 건물을 빠져나오는 인물들의 외침소리가 울려퍼졌다.
"운다인!"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별안간 노아와 건물을 번갈아 바라보던 나와 유나,그리고 세라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노아의 외침과 동시에 건물외벽으로 거대한 물 보호막이 형성되어 버린것이다.
"오...오마이갓.."
그것은 대 장관이었다.치지지..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무럭무럭 솟아 올랐다.마유미의 마법으로 인해 불이 붙
었던 건물을 물의 장벽이 감싸는가 싶더니,그 물의 장벽은 이내 거대한 들짐승의 형상으로 변해버린다.그 들짐
승은 화마를 삼킬듯 넘실거렸고,순식간에 불이 꺼지며 건물을 덮던 그 물의 형상역시 싸그리 사라져 버렸다.
그저 입만 쩌억 벌리고 있던 나.노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단발머리에 깜찍한 눈망울.그리고 연신 반짝이는
입술을 한채 노아가 베시시 웃었다.
"주인님 나 잘해써요?헤헤."
추천69 비추천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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