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역)음란한 집7
아랫층 현관앞에서 문을 두드렸다.
[ 탕 탕! 언니 저 예요! ]
잠시 후 늘 입고 있던 옷차림으로 그녀가 문을 열었다.
[ 들어와요.]
그녀의 시선이 비디오 테이프에 꽃혔다.
서음희가 웃으며 농담처럼 한마디 던진다.
[ 언니, 정말로 이런거 첨봐? ]
태연한척 하는 그녀의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가는 마른침을 서음희는 느낄 수 있었다. 한박자 늦게, 대답 대신 그녀는 커피를 권했다.
[ 커피...? ]
[ 커피보다 이럴 땐 술이 한잔 들어가야 하는데, 맥주있어 언니? ]
그녀는 그런 테이프를 정말 처음 접하는 것처럼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 서른여섯이 먹도록 정말 첨보나... 훗, 그럼 더 잘됐지만.)
[ 맥주말고 양주 있는데... 그거라도 줄까요? ]
[ 아무거나요. 비디온 어딨어 언니? 보면서 마시자.]
며칠전 밤에 본 그녀의 끼는 어디로 갔는지, 아랫층 여자의 행동은 자신이 가르치는 어린 여고생들과 다를바 없었다. 테이프를 건네 받으며 빨개진 그녀의 얼굴로 쿵쿵거리며 뛰고 있는 그녀의 박동소리가 느껴졌다.
비디오에 테이프를 꽃고는 서음희를 바라본다.
[ 지금 틀까요? ]
갈색의 알콜이 담긴 그라스를 기울이며 서음희의 고개가 끄덕거렸다.
스위치를 누룬 그녀는 서음희의 옆자리로 다가가 앉으며 그라스를 들었다. 가늘게 떨리는 그녀의 잔을 서음희는 느낄 수 있었다.
테이프가 돌아가면서 그녀의 입은 연신 잔을 찾았다.
그녀는 정말 처음 같았다. 남편아닌 다른 남자의 알몸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말없이 감격하고 있었다. 곁눈으로 동그랗게 떠진 그녀의 눈동자를 느낄 수 있다. 그녀가 잔을 찾는건 잔뜩 고인 침을 넘기기 위함이다.
금새 잔을 비운 그녀가 서음희의 잔을 바라본다.
[ 술 잘 못하나봐? ]
서음희가 술병을 들어 여자의 잔에 가득 채운다.
[ 응 언니. 천천히 마실께. 언닌 술 잘하네? ]
술기운에 붉어진 양, 빨개진 그녀의 얼굴에 즐거운 미소가 흐른다. 서음희가 티브이를 가르키며 얼굴을 찌프렸다.
[ 어머어... 저것좀 봐.]
여자의 고개가 티브이로 향한다.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여자의 자세가 바뀌었다. 다리를 꼬았다. 여자의 그라스는 탁자위에 놓일 여유가 없었다. 그녀의 자세가 다시 바뀌었다. 꼬여진 다리를 바꿔 올리며 슬며시 넘기는 그녀의 고인침을, 서음희는 감지하며 내심 웃고 있었다.
( 후후, 혼자 보고 싶겠지. 그래 가줄께. 실컷봐라.)
그라스에 남겨진 양주를 털어넣으며 무엇인가 갑자기 생각난 듯, 서음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섯다.
[ 어머! 깜빡했네. 아이, 정신없어. 언니 나 집에 좀 다녀올께.]
여자가 궁굼한 듯 서음희를 바라보았다.
[ 왜에? ]
[ 중요한 전화 올게 있는데, 깜빡했어. 벌써 했으면 어떡하지...]
[ 그럼 어서 올라가봐...]
[ 그래야겠다. 언니 보고있어라. 전화만 받고 금방 내려 올께.]
[ 아니야. 내려오면 같이봐. 기다리고 있을께.]
[ 괜찮아 보고있어도 되. 금새 내려올건데 머.]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비디오를 끄며 말했다.
[ 혼자 보기 이상해서 그래, 기다리께 다녀와.]
[ 훗 알았어 그럼. 전화만 받고 금새 내려올께.]
2층으로 올라온 서음희는 전화기를 들고 다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공간으로 내려갔다.
소파에 앉아있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듯 그녀는 팔장을 낀채 망연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가 일어나 비디오 앞으로 간다. 그리고 비디오를 켰다. 티브이 바로 앞에서 그녀는 지나가는 장면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비디오를 만진다. 원위치로 되돌리는 것 같았다.
서음희는 전화 버튼을 눌렀다.
아랫층 여자가 깜짝 놀라다 전화기로 걸어간다.
[ 여보세요? ]
[ 언니 나야.]
[ 으응. 음, 전화는 받았고? ]
[ 받았는데... 나 못내려갈거 같아.]
[ 왜에? ]
[ 수요일까지 해놓을 일이 있었는데. 월요일까지 제출해 달래. 지금부터 해도 시간 딸리는데... ]
[ 그럼 담에 같이보자. 테프 갔다줄까? ]
[ 아냐 언니. 보고 내일 줘.]
[ 그럼 나도 안보고 있을께, 내일 같이보자.]
[ 그러던가... 그럼 난 지금부터 일한다.]
[ 그래.]
아랫층 여자는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비디오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스위치를 눌렀다. 고개를 돌려 티브이를 바라보며 그녀는 소파로 걸어갔다. 탁자위에 놓인 그라스를 들어 목을 적신다. 티브이에 멈춘 시선이 움직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