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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전풍(31)

정말 죄송합니다... 매일 올린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습니다...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31장 마침내 호굴로


한데, 그게 아니었다. [담공자! 안심하시오! 우리는 천무대성에서
나왔소이다!] 우렁찬 외침과 함께 한 명의 백의노인이 담천기
앞으로 기쾌하게 내려섰다.
스스--슥! (천무대성의 백천위대!)
빙천공주의 얼굴은 낭패한 기새이었다. 그녀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미 철공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교활한 자! 하나 아직은.... 천무대성과 정면 충돌할 때가 아니다!)
그녀는 재빨리 신형을 숨기며 담천기에게 전음을 보냈다.
[담공자! 명심하세요. 천무대성에 협조하면 절대 안되요!]
순간, 스슥....! 그녀의 신형은 삽시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담천기는 눈 앞의 백의노인을 응시했다.
실로 위풍당당하기이를데 없는 인물이었다.
[노부 백천위대의 통령 하궁문이오다. 어디 다친 곳은 없소?]
담천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아주 때 맞춰 잘 오셨소.]
일순, 백천위대의 하통령이 굽혔던 허리를 쭉 펴며 노기 띤 음성으로
소리쳤다. [감히 천무대성의 경내에서 난동을 피우다니!
저들을 추격하라!] 순간, 휘--익! 휘--이--익!
백천위대의 고수들이 바람처럼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행동은 일사불란했고 기쾌무비하여 고도의 수련을 쌓은 듯
했다. [공자, 노부가 안내하리다!]
담천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함께 천무대성 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스스--슥! 휘--익!
실로 삽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게 얼마쯤 갔을까?
문득, [으음...!] 침중한 신음과 함께 하나의 인영이 기척도 없이
모습을 나타냈다. 한데, 그는 황하강변에 나타났던 황삼청년이
아닌가? 정녕, 내가 잘못 생각했단 말인가?] 대리석같은 그의
얼굴은 짙은 의혹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담천기! 그는 절대 만만한 놈이 아니다. 한데도 시종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니...?] 그의 시선은 담천기가 사라진
방향에 고정되어 움직일 줄을 몰랐다.
[어쩌면 놈이야말로 본 탑의 가장 위협적인 존재일 줄 모른다!]
순간, [그러나, 담천기! 너는 결코 천무대성에서 살아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의 음성에서는 피비린내가 물씬 풍겼다.
탑! 그곳에서 나온 황삼청년! 거대한 피빛 소용돌이가 이글대고
있었다.

태산 천왕령, 그곳에 거대한 성이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산맥처럼 천왕령을 휘감고 도는 성곽, 그 위세는 가히 하늘을
찌를 듯했다. 고루거각은 숲을 이루고 있었고, 곳곳에 솟아오른
속탑과 겹겹이 싸인 문루.... 아침햇살을 받아 더욱 찬연한
위세를 뿌리고 있다. 그리고 성문을 보라! 그대하게 치솟은 성문은
높이가 무려 삼십여 장에 달했고, 그 넓이는 여덟 대의 마차가
동시에 통과할 정도가 아닌가! 어디 그 뿐이랴?
성문 좌우에 버티고 있는 사자석상의 크기만 해도 족히 십여 장이
넘을 지경이었다. 그 정면, 황궁을 능가하는 성문 위,
그곳에 황금빛 현판이 걸려 아침 햇살에 찬연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천무대성>

오오.... 바로 이곳이었다. 천하 위에 군림하는 무림의 성역,
절대자 천무신제가 웅지를 틀고 있는 천하제일성인 것이다.
담천기, 그는 엄청난 천무대성의 위용에 내심 놀람을 금치 못했다.
(대단하구나! 마치 자금성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황성도 이만큼
엄청나지는 않으리라....!)
그의 안색이 굳어졌다.
(천무신제! 그가 영웅이건 횽웅이건 그는 결코 평범한 삶을 살 생각이 없음이 분명하다!)
그때, [어떻소, 담공자?] 그의 옆에 있던 하통령이 한 마디 불쑥
물었다. 담천기는 감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대단합니다.] 한통령의 얼굴에 자랑스런 미소가 번졌다.
[누구나 그렇게 말하지요. 이 앞에 서기만 해도 그 어른께 존경을
보내지 않는 사람이 없소이다.] [.....]
담천기는 내심 은근히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이 사람은 진심으로 복종하고 있다. 과연 천무신제, 그는 어떤
인물인가?)

담천기, 그는 하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천무대성 안으로 들어섰다.
몇 개의 문루를 지나고, 십여 개의 가산을 가로질렀다.
하나, 가도 가도 고루거각의 숲은 끝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는 동안, 담천기는 곳곳을 경비하는 위풍당당한 무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통령이 자상히 설명했다.
[저들이 바로 성을 지키는 삼위대 소속 고수들이오.]

천무대성의 삼위대!
흑천위대, 백천위대, 남천위대, 옷색깔로 구분되는 세개의
경비세력, 그들 개개인의 능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비록 경비를 서는 무사에 불과했지만 그들은 무림의 일류고수에
뒤지지 않는 경지를 이룬 고수들이었다.

(음....! 저들만 봐도 천무신군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 것
같군.) 담천기의 마음은 무거웠다.
바로 그때, 연무장을 가로질러 오는 인영이 있었다.
[....] 담천기는 그 인영의 걸음걸이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거행지보! 누군가? 걸음걸이 하나에도 태산의 풍도를 느끼게
하는 인물이다!) 노인이었다.
얼굴은 대추빛으로 물든 적면이었고, 위엄있는 노안은 팔순이 훨씬
넘어보였다. 그때, [공자, 저분이 바로 총관으로 계시는 적면신장
노영웅이시라오.] 하통령의 나직한 말에 담천기는 흠칫했다.
적면신장 이기문! 그를 가리켜 천하제일장이라고 부른다.
그의 쌍장은 거의 무적의 신화가 깃들어 있고, 천무신군이 천하를
평정할 때 오른팔이 되어 도운 불세기협이었다.
어느새, 적면신장의 붉은 얼굴이 담천기 코앞에 이르고 있었다.
[하통령, 이 공자가 바로 담공자인가?] [그렇습니다. 총관!]
하통령의 허리가 깊숙이 구부려졌고, 적면신장은 껄껄 웃으며
담천기의 손을 덥썩 잡았다.
[공자, 원로에 수고가 많았소. 내 위명은 익히 들은 터요.]
[과찬이십니다.] [허허... 직접 보니 과연 명가의 후손으로 손색이
없구려.] 문득, 적면신장은 무거운 얼굴로 하통령을 직시했다.
[보고를 이미 들었는데.... 하통령! 공자를 뒤쫓던 무리들은 어찌
되었소?]
[예...! 빙천신궁과 다른 몇몇 도당들이 담공자를 감히 납치하려
둘었으나....] 하통령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음....!] 적면신장은고리눈을 부릅떴다.
무서운 신광이 줄기줄기 일어났다.
[그놈들이 이젠 감히 본성의 경내에까지 나타나 설친단 말이냐!]
[....!] 담천기는 내심 놀랐다.
(음....! 이들의 상하 관계는 실로 엄격하구나!)
적면신장은 노기를 거두며 담천기를 응시했다.
[공자, 어디 다친 곳은 없소?] [하통령이 때맞춰 오신 탓에 별일은
없었습니다.]
[허허... 놈들이 아직 본성과 충돌할 담량이 없는 것이오 담공자.
고단하면 좀 쉬는 게 어떠소?]
[하하...아직은 괜찮습니다.]
[그러면 상의채로 모시리다. 그곳에 총호법께서 기다리고 계시오.]
총호법! 바로 담천기의 사부 북천신로를 말함이리라.
담천기는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북천신로의 진정한 제자는
혈공자였고, 담천기와 북천신로는 지금 첫대면을 해야할 판이었다.
과연, 북천신로의 이목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상의채, 후원에 자리잡은 아담한 소축, 그곳에 두 사람이 자단목
탁자를 사이에 두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자포노인, 그의 풍도는 위풍당당했으며,
기이한 정광이 감도는 눈에는 자상함이 배어있었다.
또 한 인물, 그는 청의유사 차림의 중년인이었는데,
두 눈빛은 낮게 침잠하여 깊은 심기를 엿보이게 했다.
그때, 스르륵....! 문이 가볍게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섰다.
담천기와 총관 적면신장이었다.
그 순간, 자포노인이 벌떡 일어섰다. [천기야! 이게 얼마만이냐?]
[....!] 담천기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저 인물이 바로 혈공자의 사부인 북천시로구나!)
그는 짐짓 반가운 신색으로 굽혀 허리를 숙였다.
[사부님!] [허허...이녀석! 그동안 몰라보게 달라졌구나? 너의
신태가 갑자기 비범해진 것 같구나!] [.....!]
담천기는 흠칫했다. 그의 등골에는 진땀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웃었다.
[모두 사부님이 전수해 주신 무공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허허....그래, 그 동안 많은 진보가 있었느냐?]
일순, 담천기는 내심 당황했다. 무슨 무학을 전수 받았는지 알 수가
없지 않은가? 낭패의 순간,
[하하... 눈만 뜨면 자랑이더니 과연 보기드문 기재구려! 노부에게
소개시켜 주시겠소?] 청의유사 차림의 중년인이었다.
담천기는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북천신로가 중년인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허허... 물론이오.]
그의 자상한 시선이 담천기에게 향했다.
[천기야, 인사 드려라. 이분이 바로 수석당주이신 풍령도주이시다.]
북천신로는 전혀 담천기를 의심하는 구석이 없었다.
한데, 담천기는 내심 흠칫하고 있었으니,
풍령도주 명군옥----!
겉보기에는 중년인으로 보이는 청의유사, 그가 바로 풍령도주였던
것이다. 실상 그의 나이는 일백이 넘은 북천신로와 동배였다.
더구나, 가장 무서운 것은 그의 심기였다.
지금 천무대성은 그의 심기로 운영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천무신군의 신임을 가장 두텁게 받고 있는 인물 중에 하나였다.
그가 주인으로 있는 풍령도 또한 가공의 세력, 한데,
그런 놀라운 인물이 수석당주 직에 만족하고 있다니.....?
천무대성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인재가 모여있는지 실감이 안될
지경이었다.
담천기, 그는 이미 천하정세록을 통해 풍령도주에 관해 소상이
알고 있기에 더욱 놀란 것이다.
[노선배를 뵙습니다.]
[하하...담공자의 이야기는 총호법에게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소이다.]
풍령도주의 입술은 초탈하게 웃고 있었으나, 눈빛은 차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심기가 대단한 인물! 조심해야 한다.)
그때, 풍령도주는 자연스럽게 담천기의 손을 잡아왔다.
[....!] 담천기는 흠칫했다. 손을 타고 장강대하같은 진력이
쏟아져들어오는 게 아닌가! 풍령도주의 입술은 여전히 웃고 있었고,
하나, 담천기의 신색은 태연했다.
일순, 풍령도주의 웃던 입술이 굳어졌다.
(이럴 수가? 어린 나이에 노부의 이갑자 공력을 거뜬히 결디다니..?)
그때, 북천신로가 낌새를 알아채고 호탕하게 웃어 젖혔다.
[하하하... 그만 두는게 좋을 것이오. 그애가 먹은 영약은 수석당주가 먹은 밥그릇 숫자보다 많소!]
풍령도주는 겸연쩍게 손을 거두었다.
[허허...그렇구려. 내 담공자가 천하제일 부호임을 깜박 잊었소이다.]
그는 웃었다. 하나, 그 웃음 속에는 예리한 빛이 번뜩였다.
(듣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 이 정도라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어, 그들 사인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담천기가 습격을 받은 이야기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순간,
북천신로의 얼굴에 은은한 노기가 피어올랐다.
[그자들이 감히 성지에까지 들어와 난동을 부리다니.....!]
총관 적면신장이 쓰게 웃었다.
[빙천신궁와 광사탑은 이미 중원에 들어와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소. 한데 왜 신제께서는.....?]
그는 말꼬리를 흐리며 풍령도주를 응시했다.
풍령도주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 분의 심중은 아무도 헤아릴 수 없소. 하나......]
그는 뒷말을 잊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담천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정중한 음성을 발했다.
[신제께서는 지금 폐관 중이시나.... 내일 오후면 만나뵐 수 있을
것이오.] [.....]
담천기는 내심 의혹이 일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나를 이토록 중시하는 것인가? 북천신로의 제자
로서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금천장의 재물이 필요한 까닭인가?)
그때, 북천신로가 자상하게 말했다.
[원래 노부가 너를 제자로 거둔 것은 모두 신제의 뜻이었다.]
[.....?] 그건 또 무슨 말인가?
풍령도주가 신공이 일렁이는 눈빛을 말했다.
[신제의 위대한 뜻은 천하의 영재를 은밀히 키워 무림을 사마의
손에서 지키려는 것이오.] [.....?]
담천기는 짐짓 놀랍다는 표정으로 북천신로를 바라보았다.
북천신로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래서 노부가 기초를 다지기 위해 우선 너의 사부가 된 것이다.]
[.....!] [다시말해... 내일 신제를 알현하게 되면 너는 정식으로
그 분의 제자가 될 것이다.] [......!]
담천기는 흠칫했다. 천무신제의 제자! 그것은 너무 뜻밖이었으며,
다른 사람이 생각한다면 어마어마한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하나, 담천기가 정작 놀란 것은 또 하나 있었다.
(혈사천! 그들은 그런 사실을 이미 알고 혈공자를 만들어 두었음인가? 그렇다면 그들은 배후에서 무서운 음모를 이미 진행했다는 말이
되는데.....!) 그의 내심은 침중히 굳어졌다.
(그러고 보니 빙천공주가 나를 저지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던가?) 그는 보이지 않는 먹구름이 몰려옴을 느꼈다.
그를 향해, 천무신제를 향해, 아니 천하무림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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