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추억2부2권-1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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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추억2부2권-1 러브레터 실시간 핫 잇슈
1 러브레터
세끼야마와 다시 마시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도끼에였다. 그녀는 위스키를 손에 들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와 술병을 식탁위에 놓고는 말했다.
“이거 주책없는 애 이야기를 들어준 보답이에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오늘밤은 이렇게 많이 못마셔요.”
“그럼 다음에 마시면 되지요. 위스키니까 얼른 마시진 않아도 되잖아요.”
마사오는 돌아가려고 하는 도끼에의 팔을 잡아 자리에 앉혔다.
“부인한테 뭘 가르쳐 달라고 했는지 이놈이 말해 주질 않습니다. 나도 배우고 싶어요. 대개 젊은 남자들은 연상인 여자한테 섹스에 관해 배우고 싶어합니다. 내게도 가르텨 주세요. 아직 시간 괜찮죠?”
“시간은 괜찮지만 너무 오래 않아 있으면 옆방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도끼에는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세끼야마의 겁에 위스키를 따른뒤 물었다.
“당신, 키스만 해도 그렇게 딱딱해져요?”
세끼야마는 허둥대며 대답했다.
“아뇨. 언제나 그런 건 아니고, 이거 난처해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사오는 능청스럽게 물었다.
“키스했어?”
“그래요. 미안해요. 당신 친군데.”
“아니, 괜찮아요. 세끼야마의 키스는 관능적이었어요?”
“물론. 내 나이를 읹을 정도로 정신이 멍해져 버렸어요.”
“거짓말이에요. 부인 저야말로..........”
“그래서 이놈은 어떻게 됐어요?”
마사오는 좀 노골적인 표현이 듣고 싶어진 것이다.
“여기가 커져서 고개를 들고 있었어요.”
놀랍게도 도끼에는 세끼야마가 아닌 마사오의 사타구니에 손을 뻗어 그것의 바로 위쪽을 눌렀다.
마사오는 감탄했다. 침착한 표현이다. 더구나 직접 만지지 않고 하북부를 누르기만 한 사실도 마사오에게는 절도가 있으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흔들기에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분명히 진한 입맞춤이었겠죠? 장난 인사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어째서 그렇게 빨리 나를 부르러 왔지요? 좀 더 이놈에게 실습을 시켜줬으면 좋았을 텐데.”
마사오는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신 뒤 물었다.
“위험하다고 생각해서였어요. 난 정신이 몽롱해지면 자제력이 없어져 버리거든요.”
“이놈은 그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첫 대면인 걸요. 게다가 이 사람 애인한테 미안하고.”
“아니에요.”
마사오는 억지 이론을 펼쳐냈다.
“세끼야마를 실습시켜 주면 세끼야마는 배운 것을 애인한테 써먹을 테니까 애인한테도 좋은 거예요. 옛날에 젊은 남자는 방중술이 좋은 기생한테 성교육을 받아 상당한 테크닉을 익힌 뒤에 신부감을 맞이했죠. 그러니까 감각이 뛰어난 여자를 않을 수 있는 남자일수록 여자와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잘 터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지금 우리들에게는 그런 교사가 없어요. 세끼야마한테는 좋은 찬스였어요. 뭐 어쨌든 다음 기회가 있을 테니까.”
“맞아요. 세끼야마 씨는 순진한 거 같아요. 여러 가지를 물어 보는 걸 보고 그걸 알았어요.”
“그 내용을 알고 싶은데.”
“미야자끼 씨는 분명히 다 알고 있을 거예요.”
결국 세끼야마의 질문 내용은 말하지 않은 채 도끼에는 시계를 보고나서 자리를 일어났다.
“가봐야겠군요.”
“자, 다시 한번 이별의 키스를 해주세요.”
마사오는 자리에 앉은 채 고개를 돌렸다. 창문이 정면으로 보였다.
사람의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가볍게 옷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뒤 몇 초가 지나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린 뒤 세끼야마가 말했다.
“다 됐어.”
도끼에는 이미 방에 없었다.
세끼야마는 입을 닦고 한숨을 쉬었다.
“개방적인 부인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만난 건 처음이야. 저 부인 낮에는 방에 있겠지?”
“그런 것 같아.”
“좋아, 다음번엔 선물을 준비해서 방으로 찾아가 봐야지.”
도끼에가 가고 30분 정도 지나 이번에는 요시무라의 맞은편 방의 남자가 찾아왔다.
“실례합니다. 좀 물어 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키가 큰 잘 생긴 청년이었다. 나이는 스물 다섯이나 여섯, 마사오보다 연상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이름은 가네스끼.
방으로 들어 온 가네스끼는 마사오가 위스키를 권하자 손을 들어 사양한 뒤 자기소개를 했다.
“가네스키 다찌오라고 합니다.”
가네스끼는 영어로 쓰여진 한 통의 편지 갖고 왔는데, 영어에 약하기 때문에 해석을 부탁하러 온 것이다.
편지를 건네 받은 마사오는 다시 그것을 세끼야마에게 넘겨 주었다.
“너 영어 잘하지? 읽어 봐.”
“실은 옆의 제2후지미 장에 사는 여자한테 부탁받은 겁니다. 여기에 학생이 살고 있다고 해서.......”
가네스키는 설명을 했다.
세끼야마는 편지를 읽어 내려가다 도중에 마사오에게 말했다.
“사전 좀 빌려 줘.”
마사오가 건네 준 사전을 찾아 가면서 읽고 난 뒤 세끼야마는 종이에다 옮겨 적기 시작했다.
“이 편지 쓴 사람 스펠링도 문법도 엉터리야.”
세끼야마는 그렇게 말하면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번역을 끝마쳤다.
“와! 이건 굉장한 러브레터인데. 이런 달콤하고 노골적인 걸 일본사람은 여간해선 못쓰지.”
그리고 번역한 것을 읽기 시작했다. 과연 처음 부분부터 달콤했다. 당사자간에 관계가 있었던 사실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여러 군데 있었으며, 상대방 여자의 육체를 찬미하고 그 육체를 생각하며 자신이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는지 넉살 좋게 써놓았다. 마지막에 올해 안으로 만나러 갈 테니까 어디 가지도 말고 바람도 피우지 말고 기다려 달라며 끝을 맺었다.
세끼야마가 읽는 것을 듣는 동안 가네스끼의 얼굴빛이 점차 변해 갔다.
재회를 바란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다짐하듯 물었다.
“정말입니까?”
그는 다시 읽어 줄 것을 요청했다. 세끼야마는 원문까지 읽어 주며 말했다.
“자, 봐요. 이 말은 사전에 이렇게 쓰여 있어요. 틀림없어요. 그 다음도 마찬가지예요. 보통 사이가 아닙니다.”
“그럼 실례했습니다. 고마웠어요.”
가네스끼는 편지와 번연문을 세끼야마로부터 거칠게 빼앗아 들고는 머리를 숙임과 동시에 몸을 홱 돌려 나갔다. 문은 반 열린 상태였다.
마사오와 세끼야마는 서로 쳐다보았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저 남자 제2후지미 장인가에 있는 여자한테 빠져 있는 거 아냐?”
“그렇다면 어째서 여자가 미국에서 온 편지를 저 남자한테 건네 줬지?”
“자기와 미국남자의 관계를 알려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대놓고 말할 수 없으니까 편지를 건네준 거야.”
“어쨌든 안색이 변해서 나갔어. 정말 아파트라는 데는 무수한 인간 드라마가 생겨나고 있군. 좋은 인생 공부가 될 거야.”
둘이 다시 술을 마시고 있는데 가네스끼가 여자를 데리고 왔다.
미국인과의 관계를 갖고 있는 여자라면 머리를 붉게 물들이고 자극적인 화정을 하고 있으리라고 마사오는 상상하고 있었으나, 여자는 흰 블라우스와 검은 스커트를 입고 퍼머도 하진 않은 정숙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이는 마사오와 비슷한 듯했다. 어딘지 모르게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미군들한테 몸을 파는 직업여성은 아니었다.
‘이런 여자가 미국인 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마사오에게 가네스끼가 여자를 소개했다.
“이쪽은 기무라 아유꼬예요. 여성용 옷을 만드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죠.”
“그럼 가네스끼 씨는?”
“난 수도공사 인부예요. 이 아파트 수도관에도 내 손때가 많이 묻었죠. 당신들과 달리 일생 동안 남 밑에서 일하는 노동자예요.”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가네스끼의 표정에는 자기비하적인 점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세끼야마가 말했다.
“아까 편지 내용을 듣고 깜짝 놀라던데, 무슨 일 있었어요?”
그러나 가네스끼가 아닌 아유꼬가 물었다.
“이 편지 정말로 그런 내용이에요?”
무릎 위에 그 편지가 있었다.
그녀는 진지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당신도 조금은 읽을 수 있겠죠?”
“예, 하지만..........”
아유꼬가 우물거리며 이번에는 가네스끼 쪽을 바라보았다.
“나 무서워요. 빨리 이사하고 싶어!”
팔짱을 낀 가네스끼의 표정이 굳어졌다.
“알고는 있었지만 놀랐어. 너와 토마스 사이는 그냥 형식적인 게 아니었어.”
“아니에요!”
아유꼬는 세차게 머리를 흔들며 가네스끼의 팔에 매달렸다.
“당신한테 얘기한 그대로예요.”
그러나 가네스끼는 아유꼬의 손을 뿌리치고 식탁으로 다가갔다.
“미안합니다. 소주 한 잔만 주십시오.”
“소주 말고 위스키를 드시죠.”
마사오는 위스키를 권했다. 가네스끼는 잔을 단번에 비웠다. 조금 따르긴 했지만 스트레이트였다. 가네스끼는 분하다는 듯 얼굴을 울그락불그락거리며 흐느꼈다. 세까야마가 물을 가져다 주었다. 물을 마신 가네스끼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역시 술에 익숙치 못한 남자인 듯했다.
세끼야마가 고개를 크게 좌우로 흔들며 난쳐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네스끼 씨, 사정이 있는 것 같군요. 괜찮다면 얘기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나는 그렇다치더라도 미야자끼는 여러 가지 남녀 문제에 접해 봤기 때문에 나이는 어려도 판단력은 있거든요. 당신과 이 여자분 애인 사이입니까?”
“나, 나는 이 여자한테 속았어!”
가네스끼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유꼬가 곧장 항의했다.
“속았다니요. 토마스 씨와의 일은 전부 고백했잖아요.”
“하지만 이 펴지 내용과 네 얘기하곤 완전히 달라. 편지 쪽이 사실이야. 아, 이젠 끝이야!”
가네스끼는 다시 위스키를 마셨다. 이번엔 흐느끼진 않았지만 아직 흥분한 표정이었다. 쓴 약을 다량 복용했을 때의 표정과 흡사했다.
“너무 마시지 마세요. 잘 마시지 못하면서.”
아유꼬가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두 번의 실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깊은 관계라는 걸 알고서 이 남자는 고민하고 있다. 어쨌든 육체관계가 있었던 사실은 확실하므로 이제는 유유한 마음으로 용서해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본인의 심정을 전혀 고려치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 끝난 일이잖아요? 남자건 여자건 살아 있는 이상 스무 살이 넘으면 그런 경우에 쳐하는 것이에요.”
세까야마가 일부러 냉소섞인 말을 했다.
“내가 이 여자를 이리로 데리고 온 건 두 분이 술안주 대신 이 여자의 정직한 고백을 들어 줬으면 해서입니다. 모순된 점이 있으면 쫒아내 주세요. 그래도 흥미없습니까?”
즉, 여자의 마음을 고문하기 위해서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보다 당신과 이분 사이는 이미 마지막 선을 넘은 거죠?”
마사오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했다.
가네스끼는 마사오가 자신에게 질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유꼬에게 답변을 재촉했다.
이 때문에 마사오는 화가 났다.
“그럴 필요 없어요. 당신과 관계된 일이니까 당신이 얘기하면 돼요. 얘기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되고.”
꽤 취한 탓이기도 했으나, 가네스끼가 아유꼬에게 화풀이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있어요. 하자만 나와 이 여자 관계는 그 코장이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편지가 확실히 증명하고 있어요.”
“아니에요. 증명하지 못해요. 이건 명백히 토마스쪽의 일방적인 러브레터일 뿐 아유꼬 씨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전혀 개의치 않은 편지예요.”
세끼야마는 반론했다.
“그만큼 친밀한 관계가 계속 되고 있던 거지요.”
“이런 일은 둘이서만 이야기하는 게 어떻습니까?”
마사오는 기분을 바꾸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지 마세요. 상대가 일본 사람이라면 나도 남들 앞에서 이런 추태는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상대가 외국이고 당신들은 같은 일본 남자이니까 얘기하는 겁니다.”
“이 토마스는 뭐 하는 사람입니까?”
“군인은 아니에요. 일본식 옷가지를 사러 온 바이어예요. 아버지가 슈퍼마켓 사장이고, 도오꼬에 와서 3개월간 있었죠.”
가느다란 목소리로 아유꼬가 대답했다.
“음, 몇 살이죠?”
“스물 일곱 살이에요.”
“당연히 미혼이겠군요. 그 편지에 의하면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고 써 있던데요?”
“예. 하지만 그런 약속 같은 건 한 기억이 없어요.”
“당신, 영어 회화는 잘 하나요?”
“그다지 잘 하진 못해요.”
그때 가네스끼가 또 위스키를 들이켰다. 이제 눈까지 빨갛게 충혈되고 상체를 휘청거렸다.
“빌어먹을! 변변히 회화조차 통하지 않는 남녀가 대체 어떤 경위로 달라 붙었을까? 나는 오래 전부터 이상하다고 여겼어. 응? 어떤 사랑을 나누었지?”
언어 사용도 난폭해져 갔다. 가네스끼는 급속히 취기가 오른 것이다.
마사오는 아유꼬가 운다면 곤란하다고 생각하고 가네스끼 앞의 술잔을 빼앗았다.
“역시 알콜은 무리인 것 같군요.”
양해한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기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평소의 분함 때문에 그럴 거야. 여자의 전번 애인이 미국인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남자들은 보통의 과거와는 다른 무엇인가를 느끼는게 당연하다.’
세끼야마는 마사오의 그런 사심과는 관계없이 단순히 가네스끼의 의문에 동조했다.
“나도 이상하단 말이야. 자신의 의지나 감정, 사고의 다양성을 말에 의지해서 상대에게 전달한다. 상대로부터 전해 받는 이런 식으로 도대체........”
마사오는 세끼야마의 말을 가로막았다.
“넌 세상물정도 모르면서 억지를 쓰고 있는 거야. 바보같이 말이란게 뭐야. 속임수가 많은 거야. 얼굴을 교묘하게 꾸민 여자들의 그 화장술에 많은 남자들은 반해 버려. 그래서 여자들은 미용을 위해 지나치게 돈을 낭비하고 있는 거라구.”
마사오의 변명을 가네스끼는 수긍하지 않았다. 상체를 좌우로 흔들거리다가 돌연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유꼬의 어깨와 살짝 맞부딪쳤다.
“자, 솔직하게 말해. 아직도 그 미국인을 잊지 못하나? 내가 펴지를 발견하지 않았으면 은밀히 숨어서 만나기를 기다릴 속셈이었나?”
‘아차, 큰일이다.’
마사오는 순간적으로 세끼야마를 쳐다보았다. 세끼야마도 마사오를 동시에 쳐다보았다. 서로 똑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끼야마가 번역하지 않더라도 결국 누군가가 가르쳐 주었을 것이다.
다시 충돌이 일어났다. 아유꼬는 반항하지 않고 고개만 세게 가로저었다.
“잊었던 사람이에요. 정말 벌써 반 년 전에 헤어진 사람이라구요. 편지는 숨길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기회를 봐서 보여 드릴 생각이었어요. 불과 삼 일 전에 왔을 뿐이에요.”
결사적인 해명이었다. 그 절실함이 갸륵하게 전해 왔다.
“가네스끼 씨, 이 사람은 진실을 고백하는 겁니다. 과장되게 생각하지 말아요. 일반적으로 구미 사람이란 허풍스런 표현을 좋아하는 타입이죠. 그런 펴지, 신경 쓸 필요 없는 것 아닙니까? 틀림없이 도오꼬에 올 스케즐이 생겨 겸사겸사 만나려고 가능한한 마음을 움직여 보려는 눈물 전술을 쓴 편지일 겁니다.”
갑자기 가네스끼가 일어났다.
“난 이제 싫어!”
휘청거리며 벽을 짚고 몸을 지탱했다. 이윽고 기둥을 부여 잡았다.
‘겨우 이 정도의 위스키로.... 어째서 알콜에 약한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 걸까.’
가네스끼는 주먹으로 기둥을 치기 시작했다.
“난 이제 방으로 가서 자야겠어. 넌 여기에서 해명해, 돌아가지 말고 내 방에도 오지 마. 마사오 씨, 나 대신 이 여자가 어떻게 말하는지 똑똑히 들어 줘요. 내가 없으면 얼마만큼은 진실을 말할지도 모르니까.”
쓰러질 듯 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유꼬가 일어나 부축하려고 했지만 가네스끼는 완강히 뿌리치며 고함을 질렀다.
“앉아 있어!”
마사오는 가네스끼를 부축하면 데려갔다.
“괜찮겠습니까?”
“어지러워요.”
복도를 따라 가네스끼의 방 앞까지 왔다. 가네스끼는 마사오의 팔을 움켜 쥐며 말했다.
“부탁이에요. 당신도 남자라면 내가 어떤 것을 듣고 싶은지 알 겁니다. 진실을 밝혀 줘요.”
“알겠습니다.”
가네스끼를 그의 방으로 들여보내고 돌아가자 아유꼬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세끼야마는 지친 듯 멍항 표정이었다.
마사오는 아유꼬의 옆에앉아 그녀의 옆 얼굴을 관찰했다.
확실히 자기와 비슷한 아이일 거라는 새삼스런 추리를 하였다. 그녀의 어깨에 손을 태며 말했다.
“저 사람, 항상 저런 식으로 화를 잘 내는 성격입니까?”
아유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겠지요. 원래는 다정한 사람이죠. 신경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질투하는 걸 겁니다. 그만큼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고.”
아유꼬의 어깨의 따스함이 전해져 왔다. 둥글고 탄력있는 어깨였다. 쓰다듬었다.
“대개 여자는 남자의 과거를 묻지 않아요. 여자 쪽이 현실적이고 바르게 사는 거죠. 많은 나자들은 여자의 과거를 캐묻고 트집 잡아요. 불안하기 때문일 거예요. 편지는 태워 버렀으면 좋았을 텐데. 숨긴다는 것만이 이니, 태우는 일 자체가 그에게 속해 있다는 의미죠. 나자는 그것을 확인함으로써 안심하게 되는 거죠.”
어깨와 손을 접촉시킨 채 마사오는 계속 속삭였다.
“지금은 그만을 사랑하겠죠.”
아유꼬는 고개를 끄덕이자 마사오는 손수건에서 손을 뗐다.
아유꼬도 얼굴에서 손수건을 내리고 얼굴을 들었다.
눈이 충혈되어 빨갛게 되어 있었다.
아유꼬는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나로서는............”
목이 쉬어 애처롭게 들렸다.
“아직 저 사람을 이해할 수 없어요. 아까는 정말 두려웠어요.”
“그건 겉으로만의 강함이죠.”
마사오는 아유꼬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위로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남자의 저런 히스테리는 일어나지 않아요. 그렇다고 놀라지 말아요. 위스키를 마시면 갑자기 취할 수도 있으니까 저 사람, 평상시는 매주 정도는 마시지 않나요?”
“그래요. 커피만.”
“못마시는 체질인가 보죠.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과음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아파지는 것이 보통인데, 가네스끼 씨는 지구가 도는 것 같이 어지러울 겁니다. 하지만 걱정 말아요. 누워서 쉬고 잇으니까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원래 상태로 되돌아올 거예요. 상태를 지켜 봐서 저와 함께 갑시다.
아유꼬가 울음을 그쳤기 때문에 어깨에 계속 손을 둘 필요가 없게 되었다.
마사오는 일어서서 자기의 위치로 가 앉았다.
아유꼬가 처음으로 정면에서 마사오를 보았다.
“미야모또 씨의 친구세요?”
“아니, 미야모또를 아세요?”
“예. 저이와 세 사람이 영화를 보러 간 적도 있어요.”
“그 녀석 어디로 이사했는지 알아요?”
“아뇨.”
“훌륭한 일을 하고 있어요. 젊은 미망인과 사귀더니, 그 집으로 들어갔죠.”
“어머, 그래요.”
간신히 아유꼬는 원상태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마사오는 위스키를 마셨다.
“그 녀석, 여자라면 무조건 좋아하는데, 설마 당신에게 못된 수작을 부리진 않았겠죠?”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가네스끼 씨와 친한 것뿐이에요.”
“당신과 가네스끼 씨는 바로 코앞에서 살면서 왜 동거하지 않는 겁니까?”
“아직 결혼하지 않았으니까요. 가끔 아버지가 상경하기도 하구요.”
“그와 아버님은 만났나요?”
“아직요.”
“어째서?”
“왠지 두려워서.........”
“만나고 싶다고 그가 말하지 않던가요?”
“말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하, 당신 쪽에서 아직 그와 결혼할 결심이 서지 않은 거군요.”
거기에 대해 아유꼬는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아까와 같은 일도 있고.......”순간 세끼야마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질문했다.
“그러나 육체관계는 있었겠죠? 가네스끼 씨완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니까.”
“이봐, 그건 실례야.”
마사오는 주의를 주었다.
세끼야마는 반박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거야.ㅣ 어쨌든 내 애인은 이 여자와 같은 또래인데, 아직 성의 즐거움을 모른단 말이야.”
“그만 둬.”
마사오는 어쩔 줄을 몰랐다.
“용서하세요 이 녀석은 마시기만 하면 이런 식이라서....... 아래층 부인에게도 그걸 상담했어요.”
“그 부인, 도끼에 씨죠?”
“잘 아시나요?”
“그 여자, 좋아하지 않아요.”
가까스로 아유꼬는 완전히 원기를 찾았다. 마사오를 바라보는 눈에도 요염함이 넘쳐흘렀다.
‘이 여자, 잘만 유혹하면 안을 수 있겠군.’
그런 흑심이 잠깐 스쳐갔다. 어깨의 온기가 다시 손바닥에 되살아났다.
“이봐요. 어째서?”
“..........”
대답하지 않았다.
마사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아유꼬의 옆에 기대앉아 살며시 그 어깨에 손을 얹으며 귀에 입술을 대었다. 세끼야마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속삭였다.
“당신은 아까 일방적으로 비난받았어요. 그럴 때는 그의 일도 말하는 게 좋아요. 그는 핸섬하죠. 여자에게 인기있는 건 당연한 거고 도끼에 씨는 요염해요. 남자를 상당히 좋아할 것 같던데요? 혹시 가네스끼 씨와 그 부인 사이에 무엇인가 있었던 건 아닌가요?”
아유꼬는 손수건을 쥔 손이 마사오의 무릎 위로 놓여져 무게가 더해져서 상체가 기울어져 왔다.
“저 사람과 내가 서로 알기 전의 일이에요.”
“한 번만?”
“그럴 거예요. 우리들, 처음에는 과거를 모두에게 서로 털어놨어요.”
마사오는 바지를 입고 있지 않았다. 파자마 차림이었다. 파자마는 편리한 차림이다. 팬티 한 장만 입었더라도 실례되지 않고 파자마를 걸치면 어느 정도는 무마된다. 그 파자마 위에서 아유꼬의 손가락 힘이 넓적다리에 가해졌다. 허리 부근에 팔꿈치도 얹었다. 그것은 첫 대면 치고는 매우 은밀한 표현이다. 마사오는 다리 사이가 불룩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당신을 좋아할 수 없을 텐데?”
“이런 일, 말하지 않는 게 좋겠군요.”
“나는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아요. 어차피 남의 여자라면 당신같이 아름다운 여성이 좋아요.”
“그런............”
아유꼬의 몸이 비틀렸다. 마사오의 다리 사이는 이미 뜨거워져서 흥분 상태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 상태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아무리 파자마 차림이라도 누구든지 확실히 눈치챌 것이다. 당황한 마사오는 아유꼬로부터 떨어져 제자리로 가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세끼야마가 덤벼들 기세로 다가왔다.
“무엇을 속삭이는 거야?”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것보다 내가 없을 때 너 도끼에 씨한테 여러 가지 가르침을 받은 것 같은데? 어떤 것을 배운 거야?”
“그런데 너 가네스끼 씨한테 보고하지 않을 작정 아니야?”
“아니, 좋아. 질문은 아무것도 없어. 기네스끼 씨는 아유꼬 씨한테 벌써 열중했고, 상대는 헤매고 있어. 중요한 점은 가네스끼 씨가 이 여자에게 할 수 있는 성의야. 남자가 너무 히스테리를 일으켜서는 안된다고 충고할 필요가 있어.”
“그럼 내가 묻겠다.”
세끼야마는 상당히 취한 상태였다. 입놀림이 어색해져 있었다.
“나는 외국인과 연애한 여자를 만난 것 처음이란 말야. 그래서 말인데, 터놓고 물어도 괜찮겠기요?”
아유꼬는 대답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하듯 마사오를 보았다.
마사오는 손짓으로 불렀다.
“이쪽으로 와요. 내 옆에 있으면 괜찮아요.”
생각해 보면 이상한 억지다. 세끼야마는 질문하려는 것이지 어떤 행동을 드러내려는 게 아니다. 불유쾌한 질물 따윈 어디에서 들어도 상관없지 않은가!
“예.”
아유꼬는 수긍하고 마사오 옆에 와 앉았다.
‘아까부터 나는 이 여자의 신뢰를 얻으려고 빈틈없는 언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여기에서만의 유희일 뿐이고 다른 속셈은 없다. 이 여자를 위로해 줄 뿐이다.’
“좋아요. 자, 이제 됐어요. 이젠 괜찮아요.”
마사오가 말했다.
무엇이 괜찮다는 것인가. 내심 세끼야마도 이상하게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거기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앗다.
세끼야마는 조금씩 말을 머뭇거리며 계속 이었다.
“백인이라면 일본 남자보다 그게 크겠지요?”
아유꼬가 대답하기 전에 마사오는 일부러 큰소리를 내었다.
“도대체 무례하게 뭘 묻는 거야?”
“아냐, 이것은 가네스끼 씨도 알고 싶어하는 거야.”
“바보같으니. 그 따위 것, 훨씬 전부터 그도 알고 있어. 나도 아는 사실이야. 벌써 옛날 이야기라구 여자 입에서 꼭 그런 말이 나와야되겠니?”
아유꼬 대신 변명이라도 하듯이 마사오는 여유를 두지 않고 응했다.
“그러나 가네스끼 씨는 지금 거기에 연연해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아무래도 나는 그런 느낌이 드는데.”
세끼야마는 마사오의 변명을 무시했다.
“그런 건 상관없어요.”
세끼야마도 어쩌면 아유꼬의 그 말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흐음. 바에서 일하는 여자들 몇인가는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고 하는 여자도 있어. 도대체 어느 쪽이 정직한 것일까?”
“어느 쪽이나 모두 사실이야. 그것보다 아유꼬 씨가 상관없다고 말한 이상 그 질문은 무의미한 거잖아.”
“그렇다면, 다음. 슈퍼마켓 사장 아들 정도면 꽤 부자겠군. 이런 고물 아파트와는 비교도 안 되겠지. 이번에 그 외국인이 일본에 와서 프로포즈한다. 그렇게 되면 횡재를 만나는 것 같은데, 내심 거기에 응해서 승낙하고 미국으로 가고 싶은 건 아닙니까? 가네스끼 씨는 아무래도 그걸 걱정하는 게 아닐가요.”
아무래도 세끼야마는 아유꼬를 괴롭히며 즐기는 듯했다.
세끼야마와 다시 마시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도끼에였다. 그녀는 위스키를 손에 들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와 술병을 식탁위에 놓고는 말했다.
“이거 주책없는 애 이야기를 들어준 보답이에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오늘밤은 이렇게 많이 못마셔요.”
“그럼 다음에 마시면 되지요. 위스키니까 얼른 마시진 않아도 되잖아요.”
마사오는 돌아가려고 하는 도끼에의 팔을 잡아 자리에 앉혔다.
“부인한테 뭘 가르쳐 달라고 했는지 이놈이 말해 주질 않습니다. 나도 배우고 싶어요. 대개 젊은 남자들은 연상인 여자한테 섹스에 관해 배우고 싶어합니다. 내게도 가르텨 주세요. 아직 시간 괜찮죠?”
“시간은 괜찮지만 너무 오래 않아 있으면 옆방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도끼에는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세끼야마의 겁에 위스키를 따른뒤 물었다.
“당신, 키스만 해도 그렇게 딱딱해져요?”
세끼야마는 허둥대며 대답했다.
“아뇨. 언제나 그런 건 아니고, 이거 난처해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사오는 능청스럽게 물었다.
“키스했어?”
“그래요. 미안해요. 당신 친군데.”
“아니, 괜찮아요. 세끼야마의 키스는 관능적이었어요?”
“물론. 내 나이를 읹을 정도로 정신이 멍해져 버렸어요.”
“거짓말이에요. 부인 저야말로..........”
“그래서 이놈은 어떻게 됐어요?”
마사오는 좀 노골적인 표현이 듣고 싶어진 것이다.
“여기가 커져서 고개를 들고 있었어요.”
놀랍게도 도끼에는 세끼야마가 아닌 마사오의 사타구니에 손을 뻗어 그것의 바로 위쪽을 눌렀다.
마사오는 감탄했다. 침착한 표현이다. 더구나 직접 만지지 않고 하북부를 누르기만 한 사실도 마사오에게는 절도가 있으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흔들기에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분명히 진한 입맞춤이었겠죠? 장난 인사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어째서 그렇게 빨리 나를 부르러 왔지요? 좀 더 이놈에게 실습을 시켜줬으면 좋았을 텐데.”
마사오는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신 뒤 물었다.
“위험하다고 생각해서였어요. 난 정신이 몽롱해지면 자제력이 없어져 버리거든요.”
“이놈은 그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첫 대면인 걸요. 게다가 이 사람 애인한테 미안하고.”
“아니에요.”
마사오는 억지 이론을 펼쳐냈다.
“세끼야마를 실습시켜 주면 세끼야마는 배운 것을 애인한테 써먹을 테니까 애인한테도 좋은 거예요. 옛날에 젊은 남자는 방중술이 좋은 기생한테 성교육을 받아 상당한 테크닉을 익힌 뒤에 신부감을 맞이했죠. 그러니까 감각이 뛰어난 여자를 않을 수 있는 남자일수록 여자와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잘 터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지금 우리들에게는 그런 교사가 없어요. 세끼야마한테는 좋은 찬스였어요. 뭐 어쨌든 다음 기회가 있을 테니까.”
“맞아요. 세끼야마 씨는 순진한 거 같아요. 여러 가지를 물어 보는 걸 보고 그걸 알았어요.”
“그 내용을 알고 싶은데.”
“미야자끼 씨는 분명히 다 알고 있을 거예요.”
결국 세끼야마의 질문 내용은 말하지 않은 채 도끼에는 시계를 보고나서 자리를 일어났다.
“가봐야겠군요.”
“자, 다시 한번 이별의 키스를 해주세요.”
마사오는 자리에 앉은 채 고개를 돌렸다. 창문이 정면으로 보였다.
사람의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가볍게 옷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뒤 몇 초가 지나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린 뒤 세끼야마가 말했다.
“다 됐어.”
도끼에는 이미 방에 없었다.
세끼야마는 입을 닦고 한숨을 쉬었다.
“개방적인 부인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만난 건 처음이야. 저 부인 낮에는 방에 있겠지?”
“그런 것 같아.”
“좋아, 다음번엔 선물을 준비해서 방으로 찾아가 봐야지.”
도끼에가 가고 30분 정도 지나 이번에는 요시무라의 맞은편 방의 남자가 찾아왔다.
“실례합니다. 좀 물어 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키가 큰 잘 생긴 청년이었다. 나이는 스물 다섯이나 여섯, 마사오보다 연상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이름은 가네스끼.
방으로 들어 온 가네스끼는 마사오가 위스키를 권하자 손을 들어 사양한 뒤 자기소개를 했다.
“가네스키 다찌오라고 합니다.”
가네스끼는 영어로 쓰여진 한 통의 편지 갖고 왔는데, 영어에 약하기 때문에 해석을 부탁하러 온 것이다.
편지를 건네 받은 마사오는 다시 그것을 세끼야마에게 넘겨 주었다.
“너 영어 잘하지? 읽어 봐.”
“실은 옆의 제2후지미 장에 사는 여자한테 부탁받은 겁니다. 여기에 학생이 살고 있다고 해서.......”
가네스키는 설명을 했다.
세끼야마는 편지를 읽어 내려가다 도중에 마사오에게 말했다.
“사전 좀 빌려 줘.”
마사오가 건네 준 사전을 찾아 가면서 읽고 난 뒤 세끼야마는 종이에다 옮겨 적기 시작했다.
“이 편지 쓴 사람 스펠링도 문법도 엉터리야.”
세끼야마는 그렇게 말하면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번역을 끝마쳤다.
“와! 이건 굉장한 러브레터인데. 이런 달콤하고 노골적인 걸 일본사람은 여간해선 못쓰지.”
그리고 번역한 것을 읽기 시작했다. 과연 처음 부분부터 달콤했다. 당사자간에 관계가 있었던 사실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여러 군데 있었으며, 상대방 여자의 육체를 찬미하고 그 육체를 생각하며 자신이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는지 넉살 좋게 써놓았다. 마지막에 올해 안으로 만나러 갈 테니까 어디 가지도 말고 바람도 피우지 말고 기다려 달라며 끝을 맺었다.
세끼야마가 읽는 것을 듣는 동안 가네스끼의 얼굴빛이 점차 변해 갔다.
재회를 바란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다짐하듯 물었다.
“정말입니까?”
그는 다시 읽어 줄 것을 요청했다. 세끼야마는 원문까지 읽어 주며 말했다.
“자, 봐요. 이 말은 사전에 이렇게 쓰여 있어요. 틀림없어요. 그 다음도 마찬가지예요. 보통 사이가 아닙니다.”
“그럼 실례했습니다. 고마웠어요.”
가네스끼는 편지와 번연문을 세끼야마로부터 거칠게 빼앗아 들고는 머리를 숙임과 동시에 몸을 홱 돌려 나갔다. 문은 반 열린 상태였다.
마사오와 세끼야마는 서로 쳐다보았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저 남자 제2후지미 장인가에 있는 여자한테 빠져 있는 거 아냐?”
“그렇다면 어째서 여자가 미국에서 온 편지를 저 남자한테 건네 줬지?”
“자기와 미국남자의 관계를 알려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대놓고 말할 수 없으니까 편지를 건네준 거야.”
“어쨌든 안색이 변해서 나갔어. 정말 아파트라는 데는 무수한 인간 드라마가 생겨나고 있군. 좋은 인생 공부가 될 거야.”
둘이 다시 술을 마시고 있는데 가네스끼가 여자를 데리고 왔다.
미국인과의 관계를 갖고 있는 여자라면 머리를 붉게 물들이고 자극적인 화정을 하고 있으리라고 마사오는 상상하고 있었으나, 여자는 흰 블라우스와 검은 스커트를 입고 퍼머도 하진 않은 정숙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이는 마사오와 비슷한 듯했다. 어딘지 모르게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미군들한테 몸을 파는 직업여성은 아니었다.
‘이런 여자가 미국인 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마사오에게 가네스끼가 여자를 소개했다.
“이쪽은 기무라 아유꼬예요. 여성용 옷을 만드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죠.”
“그럼 가네스끼 씨는?”
“난 수도공사 인부예요. 이 아파트 수도관에도 내 손때가 많이 묻었죠. 당신들과 달리 일생 동안 남 밑에서 일하는 노동자예요.”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가네스끼의 표정에는 자기비하적인 점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세끼야마가 말했다.
“아까 편지 내용을 듣고 깜짝 놀라던데, 무슨 일 있었어요?”
그러나 가네스끼가 아닌 아유꼬가 물었다.
“이 편지 정말로 그런 내용이에요?”
무릎 위에 그 편지가 있었다.
그녀는 진지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당신도 조금은 읽을 수 있겠죠?”
“예, 하지만..........”
아유꼬가 우물거리며 이번에는 가네스끼 쪽을 바라보았다.
“나 무서워요. 빨리 이사하고 싶어!”
팔짱을 낀 가네스끼의 표정이 굳어졌다.
“알고는 있었지만 놀랐어. 너와 토마스 사이는 그냥 형식적인 게 아니었어.”
“아니에요!”
아유꼬는 세차게 머리를 흔들며 가네스끼의 팔에 매달렸다.
“당신한테 얘기한 그대로예요.”
그러나 가네스끼는 아유꼬의 손을 뿌리치고 식탁으로 다가갔다.
“미안합니다. 소주 한 잔만 주십시오.”
“소주 말고 위스키를 드시죠.”
마사오는 위스키를 권했다. 가네스끼는 잔을 단번에 비웠다. 조금 따르긴 했지만 스트레이트였다. 가네스끼는 분하다는 듯 얼굴을 울그락불그락거리며 흐느꼈다. 세까야마가 물을 가져다 주었다. 물을 마신 가네스끼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역시 술에 익숙치 못한 남자인 듯했다.
세끼야마가 고개를 크게 좌우로 흔들며 난쳐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네스끼 씨, 사정이 있는 것 같군요. 괜찮다면 얘기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나는 그렇다치더라도 미야자끼는 여러 가지 남녀 문제에 접해 봤기 때문에 나이는 어려도 판단력은 있거든요. 당신과 이 여자분 애인 사이입니까?”
“나, 나는 이 여자한테 속았어!”
가네스끼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유꼬가 곧장 항의했다.
“속았다니요. 토마스 씨와의 일은 전부 고백했잖아요.”
“하지만 이 펴지 내용과 네 얘기하곤 완전히 달라. 편지 쪽이 사실이야. 아, 이젠 끝이야!”
가네스끼는 다시 위스키를 마셨다. 이번엔 흐느끼진 않았지만 아직 흥분한 표정이었다. 쓴 약을 다량 복용했을 때의 표정과 흡사했다.
“너무 마시지 마세요. 잘 마시지 못하면서.”
아유꼬가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두 번의 실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깊은 관계라는 걸 알고서 이 남자는 고민하고 있다. 어쨌든 육체관계가 있었던 사실은 확실하므로 이제는 유유한 마음으로 용서해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본인의 심정을 전혀 고려치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 끝난 일이잖아요? 남자건 여자건 살아 있는 이상 스무 살이 넘으면 그런 경우에 쳐하는 것이에요.”
세까야마가 일부러 냉소섞인 말을 했다.
“내가 이 여자를 이리로 데리고 온 건 두 분이 술안주 대신 이 여자의 정직한 고백을 들어 줬으면 해서입니다. 모순된 점이 있으면 쫒아내 주세요. 그래도 흥미없습니까?”
즉, 여자의 마음을 고문하기 위해서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보다 당신과 이분 사이는 이미 마지막 선을 넘은 거죠?”
마사오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했다.
가네스끼는 마사오가 자신에게 질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유꼬에게 답변을 재촉했다.
이 때문에 마사오는 화가 났다.
“그럴 필요 없어요. 당신과 관계된 일이니까 당신이 얘기하면 돼요. 얘기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되고.”
꽤 취한 탓이기도 했으나, 가네스끼가 아유꼬에게 화풀이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있어요. 하자만 나와 이 여자 관계는 그 코장이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편지가 확실히 증명하고 있어요.”
“아니에요. 증명하지 못해요. 이건 명백히 토마스쪽의 일방적인 러브레터일 뿐 아유꼬 씨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전혀 개의치 않은 편지예요.”
세끼야마는 반론했다.
“그만큼 친밀한 관계가 계속 되고 있던 거지요.”
“이런 일은 둘이서만 이야기하는 게 어떻습니까?”
마사오는 기분을 바꾸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지 마세요. 상대가 일본 사람이라면 나도 남들 앞에서 이런 추태는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상대가 외국이고 당신들은 같은 일본 남자이니까 얘기하는 겁니다.”
“이 토마스는 뭐 하는 사람입니까?”
“군인은 아니에요. 일본식 옷가지를 사러 온 바이어예요. 아버지가 슈퍼마켓 사장이고, 도오꼬에 와서 3개월간 있었죠.”
가느다란 목소리로 아유꼬가 대답했다.
“음, 몇 살이죠?”
“스물 일곱 살이에요.”
“당연히 미혼이겠군요. 그 편지에 의하면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고 써 있던데요?”
“예. 하지만 그런 약속 같은 건 한 기억이 없어요.”
“당신, 영어 회화는 잘 하나요?”
“그다지 잘 하진 못해요.”
그때 가네스끼가 또 위스키를 들이켰다. 이제 눈까지 빨갛게 충혈되고 상체를 휘청거렸다.
“빌어먹을! 변변히 회화조차 통하지 않는 남녀가 대체 어떤 경위로 달라 붙었을까? 나는 오래 전부터 이상하다고 여겼어. 응? 어떤 사랑을 나누었지?”
언어 사용도 난폭해져 갔다. 가네스끼는 급속히 취기가 오른 것이다.
마사오는 아유꼬가 운다면 곤란하다고 생각하고 가네스끼 앞의 술잔을 빼앗았다.
“역시 알콜은 무리인 것 같군요.”
양해한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기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평소의 분함 때문에 그럴 거야. 여자의 전번 애인이 미국인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남자들은 보통의 과거와는 다른 무엇인가를 느끼는게 당연하다.’
세끼야마는 마사오의 그런 사심과는 관계없이 단순히 가네스끼의 의문에 동조했다.
“나도 이상하단 말이야. 자신의 의지나 감정, 사고의 다양성을 말에 의지해서 상대에게 전달한다. 상대로부터 전해 받는 이런 식으로 도대체........”
마사오는 세끼야마의 말을 가로막았다.
“넌 세상물정도 모르면서 억지를 쓰고 있는 거야. 바보같이 말이란게 뭐야. 속임수가 많은 거야. 얼굴을 교묘하게 꾸민 여자들의 그 화장술에 많은 남자들은 반해 버려. 그래서 여자들은 미용을 위해 지나치게 돈을 낭비하고 있는 거라구.”
마사오의 변명을 가네스끼는 수긍하지 않았다. 상체를 좌우로 흔들거리다가 돌연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유꼬의 어깨와 살짝 맞부딪쳤다.
“자, 솔직하게 말해. 아직도 그 미국인을 잊지 못하나? 내가 펴지를 발견하지 않았으면 은밀히 숨어서 만나기를 기다릴 속셈이었나?”
‘아차, 큰일이다.’
마사오는 순간적으로 세끼야마를 쳐다보았다. 세끼야마도 마사오를 동시에 쳐다보았다. 서로 똑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끼야마가 번역하지 않더라도 결국 누군가가 가르쳐 주었을 것이다.
다시 충돌이 일어났다. 아유꼬는 반항하지 않고 고개만 세게 가로저었다.
“잊었던 사람이에요. 정말 벌써 반 년 전에 헤어진 사람이라구요. 편지는 숨길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기회를 봐서 보여 드릴 생각이었어요. 불과 삼 일 전에 왔을 뿐이에요.”
결사적인 해명이었다. 그 절실함이 갸륵하게 전해 왔다.
“가네스끼 씨, 이 사람은 진실을 고백하는 겁니다. 과장되게 생각하지 말아요. 일반적으로 구미 사람이란 허풍스런 표현을 좋아하는 타입이죠. 그런 펴지, 신경 쓸 필요 없는 것 아닙니까? 틀림없이 도오꼬에 올 스케즐이 생겨 겸사겸사 만나려고 가능한한 마음을 움직여 보려는 눈물 전술을 쓴 편지일 겁니다.”
갑자기 가네스끼가 일어났다.
“난 이제 싫어!”
휘청거리며 벽을 짚고 몸을 지탱했다. 이윽고 기둥을 부여 잡았다.
‘겨우 이 정도의 위스키로.... 어째서 알콜에 약한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 걸까.’
가네스끼는 주먹으로 기둥을 치기 시작했다.
“난 이제 방으로 가서 자야겠어. 넌 여기에서 해명해, 돌아가지 말고 내 방에도 오지 마. 마사오 씨, 나 대신 이 여자가 어떻게 말하는지 똑똑히 들어 줘요. 내가 없으면 얼마만큼은 진실을 말할지도 모르니까.”
쓰러질 듯 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유꼬가 일어나 부축하려고 했지만 가네스끼는 완강히 뿌리치며 고함을 질렀다.
“앉아 있어!”
마사오는 가네스끼를 부축하면 데려갔다.
“괜찮겠습니까?”
“어지러워요.”
복도를 따라 가네스끼의 방 앞까지 왔다. 가네스끼는 마사오의 팔을 움켜 쥐며 말했다.
“부탁이에요. 당신도 남자라면 내가 어떤 것을 듣고 싶은지 알 겁니다. 진실을 밝혀 줘요.”
“알겠습니다.”
가네스끼를 그의 방으로 들여보내고 돌아가자 아유꼬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세끼야마는 지친 듯 멍항 표정이었다.
마사오는 아유꼬의 옆에앉아 그녀의 옆 얼굴을 관찰했다.
확실히 자기와 비슷한 아이일 거라는 새삼스런 추리를 하였다. 그녀의 어깨에 손을 태며 말했다.
“저 사람, 항상 저런 식으로 화를 잘 내는 성격입니까?”
아유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겠지요. 원래는 다정한 사람이죠. 신경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질투하는 걸 겁니다. 그만큼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고.”
아유꼬의 어깨의 따스함이 전해져 왔다. 둥글고 탄력있는 어깨였다. 쓰다듬었다.
“대개 여자는 남자의 과거를 묻지 않아요. 여자 쪽이 현실적이고 바르게 사는 거죠. 많은 나자들은 여자의 과거를 캐묻고 트집 잡아요. 불안하기 때문일 거예요. 편지는 태워 버렀으면 좋았을 텐데. 숨긴다는 것만이 이니, 태우는 일 자체가 그에게 속해 있다는 의미죠. 나자는 그것을 확인함으로써 안심하게 되는 거죠.”
어깨와 손을 접촉시킨 채 마사오는 계속 속삭였다.
“지금은 그만을 사랑하겠죠.”
아유꼬는 고개를 끄덕이자 마사오는 손수건에서 손을 뗐다.
아유꼬도 얼굴에서 손수건을 내리고 얼굴을 들었다.
눈이 충혈되어 빨갛게 되어 있었다.
아유꼬는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나로서는............”
목이 쉬어 애처롭게 들렸다.
“아직 저 사람을 이해할 수 없어요. 아까는 정말 두려웠어요.”
“그건 겉으로만의 강함이죠.”
마사오는 아유꼬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위로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남자의 저런 히스테리는 일어나지 않아요. 그렇다고 놀라지 말아요. 위스키를 마시면 갑자기 취할 수도 있으니까 저 사람, 평상시는 매주 정도는 마시지 않나요?”
“그래요. 커피만.”
“못마시는 체질인가 보죠.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과음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아파지는 것이 보통인데, 가네스끼 씨는 지구가 도는 것 같이 어지러울 겁니다. 하지만 걱정 말아요. 누워서 쉬고 잇으니까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원래 상태로 되돌아올 거예요. 상태를 지켜 봐서 저와 함께 갑시다.
아유꼬가 울음을 그쳤기 때문에 어깨에 계속 손을 둘 필요가 없게 되었다.
마사오는 일어서서 자기의 위치로 가 앉았다.
아유꼬가 처음으로 정면에서 마사오를 보았다.
“미야모또 씨의 친구세요?”
“아니, 미야모또를 아세요?”
“예. 저이와 세 사람이 영화를 보러 간 적도 있어요.”
“그 녀석 어디로 이사했는지 알아요?”
“아뇨.”
“훌륭한 일을 하고 있어요. 젊은 미망인과 사귀더니, 그 집으로 들어갔죠.”
“어머, 그래요.”
간신히 아유꼬는 원상태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마사오는 위스키를 마셨다.
“그 녀석, 여자라면 무조건 좋아하는데, 설마 당신에게 못된 수작을 부리진 않았겠죠?”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가네스끼 씨와 친한 것뿐이에요.”
“당신과 가네스끼 씨는 바로 코앞에서 살면서 왜 동거하지 않는 겁니까?”
“아직 결혼하지 않았으니까요. 가끔 아버지가 상경하기도 하구요.”
“그와 아버님은 만났나요?”
“아직요.”
“어째서?”
“왠지 두려워서.........”
“만나고 싶다고 그가 말하지 않던가요?”
“말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하, 당신 쪽에서 아직 그와 결혼할 결심이 서지 않은 거군요.”
거기에 대해 아유꼬는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아까와 같은 일도 있고.......”순간 세끼야마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질문했다.
“그러나 육체관계는 있었겠죠? 가네스끼 씨완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니까.”
“이봐, 그건 실례야.”
마사오는 주의를 주었다.
세끼야마는 반박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거야.ㅣ 어쨌든 내 애인은 이 여자와 같은 또래인데, 아직 성의 즐거움을 모른단 말이야.”
“그만 둬.”
마사오는 어쩔 줄을 몰랐다.
“용서하세요 이 녀석은 마시기만 하면 이런 식이라서....... 아래층 부인에게도 그걸 상담했어요.”
“그 부인, 도끼에 씨죠?”
“잘 아시나요?”
“그 여자, 좋아하지 않아요.”
가까스로 아유꼬는 완전히 원기를 찾았다. 마사오를 바라보는 눈에도 요염함이 넘쳐흘렀다.
‘이 여자, 잘만 유혹하면 안을 수 있겠군.’
그런 흑심이 잠깐 스쳐갔다. 어깨의 온기가 다시 손바닥에 되살아났다.
“이봐요. 어째서?”
“..........”
대답하지 않았다.
마사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아유꼬의 옆에 기대앉아 살며시 그 어깨에 손을 얹으며 귀에 입술을 대었다. 세끼야마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속삭였다.
“당신은 아까 일방적으로 비난받았어요. 그럴 때는 그의 일도 말하는 게 좋아요. 그는 핸섬하죠. 여자에게 인기있는 건 당연한 거고 도끼에 씨는 요염해요. 남자를 상당히 좋아할 것 같던데요? 혹시 가네스끼 씨와 그 부인 사이에 무엇인가 있었던 건 아닌가요?”
아유꼬는 손수건을 쥔 손이 마사오의 무릎 위로 놓여져 무게가 더해져서 상체가 기울어져 왔다.
“저 사람과 내가 서로 알기 전의 일이에요.”
“한 번만?”
“그럴 거예요. 우리들, 처음에는 과거를 모두에게 서로 털어놨어요.”
마사오는 바지를 입고 있지 않았다. 파자마 차림이었다. 파자마는 편리한 차림이다. 팬티 한 장만 입었더라도 실례되지 않고 파자마를 걸치면 어느 정도는 무마된다. 그 파자마 위에서 아유꼬의 손가락 힘이 넓적다리에 가해졌다. 허리 부근에 팔꿈치도 얹었다. 그것은 첫 대면 치고는 매우 은밀한 표현이다. 마사오는 다리 사이가 불룩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당신을 좋아할 수 없을 텐데?”
“이런 일, 말하지 않는 게 좋겠군요.”
“나는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아요. 어차피 남의 여자라면 당신같이 아름다운 여성이 좋아요.”
“그런............”
아유꼬의 몸이 비틀렸다. 마사오의 다리 사이는 이미 뜨거워져서 흥분 상태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 상태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아무리 파자마 차림이라도 누구든지 확실히 눈치챌 것이다. 당황한 마사오는 아유꼬로부터 떨어져 제자리로 가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세끼야마가 덤벼들 기세로 다가왔다.
“무엇을 속삭이는 거야?”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것보다 내가 없을 때 너 도끼에 씨한테 여러 가지 가르침을 받은 것 같은데? 어떤 것을 배운 거야?”
“그런데 너 가네스끼 씨한테 보고하지 않을 작정 아니야?”
“아니, 좋아. 질문은 아무것도 없어. 기네스끼 씨는 아유꼬 씨한테 벌써 열중했고, 상대는 헤매고 있어. 중요한 점은 가네스끼 씨가 이 여자에게 할 수 있는 성의야. 남자가 너무 히스테리를 일으켜서는 안된다고 충고할 필요가 있어.”
“그럼 내가 묻겠다.”
세끼야마는 상당히 취한 상태였다. 입놀림이 어색해져 있었다.
“나는 외국인과 연애한 여자를 만난 것 처음이란 말야. 그래서 말인데, 터놓고 물어도 괜찮겠기요?”
아유꼬는 대답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하듯 마사오를 보았다.
마사오는 손짓으로 불렀다.
“이쪽으로 와요. 내 옆에 있으면 괜찮아요.”
생각해 보면 이상한 억지다. 세끼야마는 질문하려는 것이지 어떤 행동을 드러내려는 게 아니다. 불유쾌한 질물 따윈 어디에서 들어도 상관없지 않은가!
“예.”
아유꼬는 수긍하고 마사오 옆에 와 앉았다.
‘아까부터 나는 이 여자의 신뢰를 얻으려고 빈틈없는 언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여기에서만의 유희일 뿐이고 다른 속셈은 없다. 이 여자를 위로해 줄 뿐이다.’
“좋아요. 자, 이제 됐어요. 이젠 괜찮아요.”
마사오가 말했다.
무엇이 괜찮다는 것인가. 내심 세끼야마도 이상하게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거기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앗다.
세끼야마는 조금씩 말을 머뭇거리며 계속 이었다.
“백인이라면 일본 남자보다 그게 크겠지요?”
아유꼬가 대답하기 전에 마사오는 일부러 큰소리를 내었다.
“도대체 무례하게 뭘 묻는 거야?”
“아냐, 이것은 가네스끼 씨도 알고 싶어하는 거야.”
“바보같으니. 그 따위 것, 훨씬 전부터 그도 알고 있어. 나도 아는 사실이야. 벌써 옛날 이야기라구 여자 입에서 꼭 그런 말이 나와야되겠니?”
아유꼬 대신 변명이라도 하듯이 마사오는 여유를 두지 않고 응했다.
“그러나 가네스끼 씨는 지금 거기에 연연해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아무래도 나는 그런 느낌이 드는데.”
세끼야마는 마사오의 변명을 무시했다.
“그런 건 상관없어요.”
세끼야마도 어쩌면 아유꼬의 그 말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흐음. 바에서 일하는 여자들 몇인가는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고 하는 여자도 있어. 도대체 어느 쪽이 정직한 것일까?”
“어느 쪽이나 모두 사실이야. 그것보다 아유꼬 씨가 상관없다고 말한 이상 그 질문은 무의미한 거잖아.”
“그렇다면, 다음. 슈퍼마켓 사장 아들 정도면 꽤 부자겠군. 이런 고물 아파트와는 비교도 안 되겠지. 이번에 그 외국인이 일본에 와서 프로포즈한다. 그렇게 되면 횡재를 만나는 것 같은데, 내심 거기에 응해서 승낙하고 미국으로 가고 싶은 건 아닙니까? 가네스끼 씨는 아무래도 그걸 걱정하는 게 아닐가요.”
아무래도 세끼야마는 아유꼬를 괴롭히며 즐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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