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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추억2부2권-19 아가씨들


19 아가씨들


이쯔꼬의 얼굴에 파도가 밀어닥쳐 물방울로 얼룩졌다. 그 얼굴과 도발적인 눈을 보고 있는 중에 하루에에게 자신의 것을 잡혔던 감촉이 되살아나 마사오의 아랫도리가 불룩해지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물속에서 양손으로 이쯔꼬의 허리를 안았다. 이쯔꼬는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가슴을 밀착시켜 와서 포옹하는 형태가 되었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턱밑까지 물이 차는 장소로, 어린애들은 얼씬도 못했다. 두 사람의 목만이 해면 위에 나와 있으므로 가슴을 밀착시켰다고 해도 먼데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하고 싶으시죠?”


이쯔꼬는 더욱 요염한 웃음을 띠며 물어왔다.


“물론 둘만의 장소로 가고 싶어요.”


마사오는 솔직하게 표현하기로 했다.


“모기에게 물리는 건 싫어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예요.”


“장소는 당신이 결정해요.”


“알았어요.”


“제 남자 친구는 히로시마에 있어요. 그러니까 오늘밤뿐이에요.”


연인이 있다는 것을 먼저 알려온 정직함에 마사오는 감탄했다.


‘이 아가씨는 의외로 주의 깊은 데가 있는 것 같군.’


“그럼, 나중에 히또미나 마리꼬가 유혹하더라도 쏠리지 말고요.”


이쯔꼬는 휘감았던 팔을 풀며 말했다.


“알았어요.”


이쯔꼬는 해변 쪽이 아닌 옆쪽으로 헤엄쳐 나갔고, 마사오는 흥분해 있는 아랫도리를 식히기 위해 깊은 곳으로 헤엄쳐 나갔다.


십 분쯤 헤엄치다가 파라솔 밑으로 돌아오자 이쯔꼬는 이미 거기에 앉아 있었다. 오까모또와 다른 두 아가씨도 거기 있었다.


마사오의 얼굴을 보고 오까모또가 말했다.


“자아, 이제 돌아가서 낮잠이나 좀 자볼까?”


해변을 뒤로 하고 걸으면서 마사오는 오까모또에게 물었다.


“너, 빨간 수영복과 감색 수영복 중 어느 쪽을 노리는 거지?”


“감색의 마리꼬야.”


“호오, 그래?”


이쯔꼬의 말대로였다.


“히또미 쪽이 귀엽지 않아?”


“그렇게 귀여운 아가씨는 애처로워서 손을 댈 수 없어. 마리꼬라면 안심이지만.”


“그래. 그러니까 이제 돌아가지. 저녁 때 놀러 가면 되니까.”


“가서 놀고, 그리고 어쩔 거지?”


“둘이서 산책하는 거야. 어두운 소나무 숲을 걸어보면 어떻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히또미만 불쌍하겠군.”


“아니야. 그 애는 그래도 괜찮아. 아직 남자가 손을 뻗치길 기다릴 만큼 닳은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마리꼬는 너에게 안기고 싶어한다는 거야?”


“아마 그럴 거야. 그러니까 내가 마리꼬를 택한 거지. 너는 어땠어?”


“아직 모를겠어. 하루에와 약속했으니까.”


“하루에는 그만 두는 게 좋아.”


“그것도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잘 모르겠어.”


하루에의 집으로 돌아오자 오늘 아침 마사오를 여교사와 만나게 한 두 명의 국민학생이 앉아서 토마토를 먹고 있었다.


마사오를 보더니 말했다.


“저 아저씨예요.”


국민학생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은 하루에였다.


다가가서 마사오는 하루에에게 물었다.


“이 애들 어떻게 된 거지?”


“찌까에 선생의 전언을 가지고 왔어요.”


하루에는 아무렇지 않게 설명했다.


“사회운동 집회가 있다고 해요. 당신들도 모처럼 섬에 왔으니까 출석해 달라는 거죠.”


국민학생 중 하나가 옆에 놓인 한 장의 유인물을 마사오에게 내밀었다.


“저어, 아저씨 찌까에 선생님의 모처럼의 부탁이에요. 가지 않으면 혼날 거예요.”


“그래요.”


또 한 아이가 맞장구를 쳤다.


마사오는 유인물을 건네받았다. 국민학교 선생들이 중심이 된 문화회 같았다.


유인물을 오까모또에게 건네고 마사오는 소년의 어깨를 잡았다.


“이 녀석들, 거짓말 하지 마라. 이것은 찌까에 선생의 초대가 아니지? 너희들이 나를 놀리려고 온 거지?”


마사오의 팔을 떼내며 소년은 달아났다. 또 한 명도 뒤쫓아 달아났다.


“정말이라구요. 우리들은 선생님의 부탁으로 온 거라구요. 거짓말 같으면 학교에 가서 물어봐요. 선생님은 아직 학교에 계시니까요.”


소년들이 돌아가지 하루에가 투덜댔다.


“저 녀석들, 토마토 먹은데 대한 인사도 않고 가잖아.”


오까모또는 유인물을 마지작 거리더니 흥미 없다는 듯 말했다.


“어쨌든 이런 재미없는 모임에 우리들이 갈 필요가 없잖아. 나는 안가겠어.”


그리고 나서 오까모또는 하루에를 쳐다보며 덧붙이듯 말했다.


“약속이 생겼어. 오늘밤은 다른 여자애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어.”


“그러세요. 난 이 사람이 있으니까.”


“흥!”


오까모또는 코웃음을 치며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이제 저 사람, 내 일은 방해 않겠죠?”


하루에는 통쾌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렇겠지.”


마사오는 건성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서늘해지자 마사오는 빨리 돌라는 하루에의 소리를 뒤로 하고 오까모또와 함께 소나무숲을 향해 나아갔다.


손에는 위스키와 간단한 안주가 들려 있었다.


“낮에 하루에가 만든 수제 우동을 못먹게 되겠군.”


마사오가 그렇게 말하자 오까모또가 부정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우리들이 먹을 우동은 따로 남겨 두기로 했으니까.”


“그래?”


마사오가 오까모또의 얼굴을 보았다.


“그래.”


“그런데 넌 미망인의 집에는 안 갈 거야?”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너니까 너나 가.”


“나도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


“이제 난 네가 하루에를 품더라도 반대하지 않겠어.”


“알고 있어. 반대는 하지 않겠지만 재미있지는 않겠지? 그러니까 우동을 남겨 주도록 부탁했겠지?”


“아니야. 우동은 그런 의미가 아니야.”


“너는 그렇더라도 저쪽은 그렇지가 않을 거야. 네가 빨리 돌아온다는 약속했다고 해석할 거야.”


“그건 골란해. 나의 오늘밤 상대는 마리꼬라구.”


“뭐, 그것도 괜찮지.”


세 명의 아가씨가 묵고 있는 방갈로에 도착했다.


아가씨들은 원피스 차림으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사오와 오까모또도 그것을 도운 뒤 이십 후에 방갈로 안에 들게 되었다. 마사오의 좌우에는 이쯔꼬와 히또미가 앉고, 오까모또의 좌우에는 마리꼬와 히또미가 앉는 꼴이 되었다.


싸구려 위스키를 먹기 위해 이쯔꼬와 마리꼬는 컵을 꺼냈지만, 히또미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알콜은 싫어.”


그러자 이쯔꼬가 히또미을 위해 물에 담가둔 차가운 사이다를 꺼냈다.


다섯 사람은 건배를 했다. 오까모또는 히또미의 어깨를 안고 말했다.


“히또미도 그 사이다로 취해야 해.”


“예, 알았어요.”


히또미가 수긍하자 이번에는 반대 방향의 마리꼬의 어깨를 안았다.


“마리꼬는 진짜 취해야 해.”


“심술꾼이군요.”


마리꼬는 그렇게 말하며 오까모또의 어깨를 안았다.


“나는 함부로 취하지 않겠어요. 취하기 전에 그만 마시면 되니까.”


“마리꼬는 그렇겠지만 난 그 반대야. 나는 곧바로 취하겠어요.”


하고 이쯔꼬가 말을 받았다.


“그럼, 마시지.”


오까모또는 마리꼬의 어깨에 안았던 손으로 다시 위스키병을 잡았다.


“자아, 마시자구.”


“취해도 돼요?”


“물론이지. 바라는 바이기도 하구. 이봐 미야자끼, 그렇지 않아?”


“응, 그래.”


아직 바깥의 소나무 껍질에는 저녁 햇살이 빛나고, 바다에서 수영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오까모또는 빨리 취해 버린 나머지 다시 마리꼬의 어깨를 부둥켜 안았다.


“당신은 애인이 몇 명이지?”


“그런 건 없어요.”


“정말?”


“정말이에요. 나는 얼마 전에 실연했으니까요.”


“호오, 그래? 그거 재미있군. 그런데 그 실연담을 들려 주지 않겠어? 당신을 실연시키다니 제대로 된 녀석은 아니군.”


“그렇지 않아요. 이쯔꼬, 나와 그 사람과의 관계를 이야기해 줘.”


“마리꼬는 말이죠.”


이쯔꼬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마리꼬가 그 남자를 찬 거예요. 그러니까 실연이라고는 해도 스스로 택해서 고독하게 된 거죠.”


“음, 그랬군. 그러데 어째서 녀석을 차버린 거지?”


오까모또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좋지 않은 점이 여러 가지 눈에 띄었으니까요.”


“예를 들면?”


“인색해요. 검약가가 나쁜 건 아니죠. 하지만 그 남자의 경우는 상식을 초월하는 구두쇠예요. 마리꼬와 만나도 돈이 안 드는 곳만 골라서 가고, 먹는 것도 라면뿐이에요. 게다가 음식점에는 들어가지 않고 슈퍼에서 사서 자취방에 가서 먹으니까요.”


“함께 있을 때도 말이지?”


“그래요.”


“그 남자 뭘 하는 사람이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에요.”


“그럼, 집으로 돈을 부쳐야 할 사정이 있었던 모양이지.”


그러자 마리꼬가 말을 받았다.


“그건 그래요. 그러니까 난 속으로 계산했지요. 그런 입장의 사람과 결혼하는 건 큰 손해라고요.” “그건 현명하군. 노는 상대로도 그런 사람과는 재미가 없지. 결혼상대로는 더욱 그렇고 그밖에는?”


그 질문에는 이쯔꼬가 대다했다.


“거짓말장이인가 봐요.”


“거짓말장이?”


“그래요. 집으로 송금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인데도 부잣집 아들처럼 보이도록 말했다는 거예요. 하찮은 허세를 위해 거짓말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디까지 갔던 사이였죠?”


마사오가 물었다.


이쯔꼬가 마리꼬를 보았다.


“직접 말해.”


“전부예요. 전부 허락한 사이였어요.”


마리꼬는 그렇게 대답한 뒤 조금 허세가 담긴 표정으로 오까모또를 보고 물었다.


“알았어요?”


“알았어. 물론 난 처음부터 당신이 처녀가 아니라고 생각했어.”


오까모또가 수긍했다.


그 말을 듣고 마사오는 순간 생각했다.


‘이 녀석, 하루에 대신에 이 애를 쓰찌다에게 넘기려는 게 아닐까?’


“알고 있었다구요?”


“그래. 그런데 그 녀석과 섹스는 어땠지?”


마리꼬가 위스키를 삼켰다.


“그래도 그 사람과 처음 했을 때는 처녀였어요.”


“그래?”


불쑥 마리꼬는 오까모또에게 안겨왔다.


“당신, 나를 어떻게 해줘요.”


그러나 다음 순간 오까모또를 떨치고 바로 앉으며 말했다.


“후후후, 거짓말이에요. 그렇게 당황하지 말아요. 하지만 약간은 쓰라려요.”


“그렇지만 기뻤을 때도 있었을 텐데.”


“그건 그래요.”


하고 응한 것은 이쯔꼬였다.


“이 애는 그 남자와 일 년간 사귀었으니까요.”


“그렇게 몸을 섞으면서도 결국은 헤어진 거군.”


“그런 셈이에요.”


“음........”


“하지만 후회는 안해요. 그 남자만이 남자는 아니니까요.”


“그런데 헤어진 지는 얼마나 되지?”


“이제 이 주일 됐어요. 얼마 안 되지요?”


마리꼬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진짜 헤어진 건지는 의문이군요. 만약 만나러 오면 만날테죠?”


마사오는 일부러 고개를 갸우둥하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아직은 그렇지 않아. 나도 그게 걱정 되는 걸.”


이쯔꼬가 마사오의 무릎을 두드리며 의문스런 투로 마리꼬에게 말했다.


“아니,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마리꼬가 가슴을 펴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이윽고 해가 떨어졌다. 소나무숲의 녹색이 거무스름해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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