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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추억6-8.유부녀와 미망인

8.유부녀와 미망인
미야모또가 아야꼬의 집으로 옮기기로 한 것은 그후 얼마 안 있다가 생긴 한 가지 사건 때문이었다.
대학의 강의가 끝나고 저녁 때까지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미야모또는 갑자기 여자 생각이 났다.
세이꼬에게는 그녀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역시 세이꼬는 유부녀이기 때문에 위험도 따르고 만나도 신간의 제약을 받았다. 역시 거리낌없이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쪽은 아야꼬였다.
그것은 사실 일종의 구실이고 이미 마음가짐과 순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그래서 대학 안의 공중전화로 아야꼬를 불렀다. 전화를 받은 것은 도모꼬였으며, 이쪽이 미야모또라는 것을 알고 말했다.
“아, 아저씨, 어젯밤 도둑이 들어왔어요.”
“뭐라고! 그래서? 도모꼬도 엄마도 무사해?”
당연히 미야모또는 깜짝 놀랐다.
“예. 다친 데는 없어요.”
이런 경우 ‘다친 데’라는 말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뭐, 국민학생의 말이니까.
“우리가 자고 있을 때 훔치고 도망갔어요. 아침이 돼서 알았어요. 엄마하고 전화 바꿀께요.”
수화기를 받아든 아야꼬의 말로 도둑이 담을 타고 지붕으로 올라가서 미야모또가 자던 이층방 덧창을 뜯고 유리창을 유리칼로 자르고 창고리를 열고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
이층의 방이 어질러지고 몇 가지 옷이 없어졌다. 아래층에 내려온 흔적은 없었다. 들어온 길로 그대로 도망간 것 같았다.
“그만하길 다행입니다.”
“지금 좀 와주세요. 도모꼬가 무서워하고 나도 불안해요.”
“곧 가겠습니다.”
미야모또가 그 집에 도착한 것은 여섯 시 경이었으며, 세이꼬도 와있었다.
“우연히 내가 전화 했어요.”
세이꼬가 말했다.
“당신도 아야꼬도 전화가 없고 해서 나만 따돌림을 당한 줄 알고 불평을 하려고 전화했던 거예요. 그랬더니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겠어요. 그래서 달려온 거예요.”
옆자리에 도모꼬가 있는데도 세이꼬는 눈치없게 그런 소리를 했다.
미야모또는 이층을 살폈다. 새 유리를 끼웠으나 방 한구석에 유리조각이 남아 있었다. 팔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정사각형으로 잘려있었다.
“음. 이건 상당히 전문간데. 유리칼을 사용해도 보통 사람은 이렇게 깨끗이 자르지 못해요.”
“경찰관도 그런 말을 했어요.”
덧창도 전문적인 도구로 연 것 같았다. 부서진 곳은 별로 없고 그것도 수리되어 있었다.
“이층에는 아무도 없는 것을 도둑이 알고 있었나 봐요.”
“도둑맞은 것은?”
“별로요. 남편의 옷 몇 가지. 그리고 낡는 라디오와 탁상시계.”
“사람이 있는 아래층에 내려오지 않은 것을 보면 조심성 있는 도둑이군요. 사람을 해치지 않아 다행입니다.
“문단속을 잘 했는데도 이 모양이니 무서워요.”
아야꼬는 미먀모또의 팔을 잡았다.
“당신, 이사 와요. 방세는 필요없으니까요. 부탁이에요.”
세이꼬를 의식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모꼬도 엄마와 같이 미야모또를 보고 있었다.
“아저씨 와요.”
미야모또는 세이꼬를 보았다. 세이꼬가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천천히 의논해야겠군요. 사실 이 집은 둘이 살기에는 너무 커요.”
거기서 말투를 바꾸어 말했다.
“액땜으로 마십시다. 내가 술을 사오겠어요.”
세이꼬는 아야꼬와 무엇인가 의논하고서 술을 사러나갔다.
“정말 일층에는 내려오지 않았죠?”
“아무것도 도난당한 것이 없고, 계단에 발자국도 없어요. 나도 도모꼬도 전혀 몰랐어요. 얘가 학교에 간 후 덧창을 열려고 이층으로 올라갔다가 알았어요.”
“프로 도둑이군요.”
“오늘밤은 여기 좀 있어 주세요.”
아야꼬의 말에 맞추어서 도모꼬도 말했다.
“아저씨, 주무시고 가세요.”
도모꼬도 찬성이라면 미야모또는 그냥 갈 이유가 없었다.
“그러겠습니다. 내일은 별로 중요한 강의가 없으니까 쉬어도 괜찮아요. 그런데 세이꼬 씨 집은 괜찮대요?”
“남편에게는 이미 연락해서 여기 들르니까 늦는다고 말했대요.”
‘액땜’ 술파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돼서 세이꼬가 말했다.
“잠깐 전화를 빌리겠어요.”
일어서서 다이알을 돌렸다.
“아, 여보, 나예요. 아야꼬가 아직도 무서워하고 있어요. 오늘밤은 여기서 자겠어요. 아침 첫차로 갈 테니 식사 준비는 걱정없을 거예요. 문단속 잘 하세요.”
일방적으로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세이꼬다운 태도였다.
“그래, 이층의 옷가지는 모두 도둑맞았나요?”
“아뇨, 좀 큰 보자기 하나 만큼요. 가지고 갈 만큼 가져 갔어요.”
자리로 돌아온 세이꼬가 말했다.
“이봐, 나도 자고 가도 되지?”
그리곤 아야꼬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고마워. 마음 든든해.”
아야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으로는 아무것도 짐작할 수 없엇다.
‘내가 자고, 세이꼬도 잔다. 오늘밤은 어떻게 되지? 도모꼬는 아홉시에 잠들지만, 우리 세 사람은 각각 어디서 자야 하지?’
그래서 미야모또의 가슴에는 언젠가 세이꼬가 한 말이 기억났다.
‘세이꼬는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아야꼬다. 셋이서 같이자자는 말에 동의 할까? 이제까지의 이 여자의 언동을 봐서는 동의할 것 같지 않다. 그렇게 되면 삼각관계가 되어 나는 누구에게도 접근할 수 없게 된다. 가끔 그럴 수도 있지.’
세이꼬가 미야모또의 볼을 살짝 찔렀다.
“당신, 뭘 생각하고 있어요?”
“아니, 도둑놈 생각을……”
“그럴까요? 내가 방해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천만에.”
미야모또는 도모꼬를 의식했다.
“그 도둑은 잡힐 것 같아요? 경찰은 뭐라던가요?”
아야꼬에게 물었다.
“물건은 어디다 팔아 버리겠죠. 그런 곳에서 단서를 잡는 경우가 많대요. 그리고 다른 곳에서 잡혀가지고 자백하는 일도 있대요.”
“이봐요.”
세이꼬가 미야모또의 어깨를 건드렸다.
“이리로 이사 오세요. 역시 그러는 편이 좋겠어요. 이 타산적인 도오꾜에서 방세를 안 내도 되는 곳은 이곳밖에 없을 거예요.”
그래서 처음으로 미야모또가 아야꼬에게 말했다.
“그럼, 이사오겠습니다.”
“어머, 좋아라.”
도모꼬가 손벽을 치면서 좋아했다. 아야꼬의 안색이 밝아졌다.
“그러나 하숙비는 꼭꼭 물겠습니다. 조금은 싸게 해주십시오.”
“그것은 나중에 천천히 얘기해요.”
“나는 이런 일은 처음에 결정하고 싶습니다.”
“그건 그래요.”
세이꼬도 미야모또의 말에 찬성했다.
“그럼. 아침과 저녁 식사를 드리기로 하고…”
아야꼬는 금액을 말했다. 보통 하숙비의 반값이었다.
“그 이상은 받을 수 없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세이꼬가 미야모또의 무릎을 쳤다.
“아야꼬는 부자니까. 그리고 당신이 집을 지켜 주기도 하니까요.”
“당신 식성에 맞게 식사를 내놓을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너그럽게 봐주세요.”
아야꼬는 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야기는 끝났다.
이윽고 도모꼬가 저녁 인사를 하고 물러간 뒤 어른들만 남았다.
‘자, 문제는 이제부터다.’
미야모또가 자고 갈 테니까 이제 아야꼬와 아이는 마음 든든할 것이다. 그런데 굳이 세이꼬까지 잘 필요는 없었다. 세이꼬가 자고 가기로 한 것은 아야꼬를 돕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에라, 될대로 되라지. 나는 그저 따르 뿐이다.’
미야모또는 계속 술잔을 기울였다. 세 사람은 오늘밤에 예상되는 일은 말하지 않고 다른 얘기를 했다.
아야꼬가 부엌으로 갔을 때 세이꼬가 다가와서 미야모또의 무릎을 꼬집으며 속삭엿다.
“오늘밤 날 따돌리지 말아요.”
“예.”
세이꼬의 손이 다시 기어와서 그의 아랫도리를 건드렸다.
“이것이 필요해서 자는 거예요.”
“예.”
“아야꼬에게는 내가 말할께요.”
아야꼬가 돌아왔다.
잠시 있다가 세이꼬가 자연스럽게 물었다.
“아야꼬 나는 그냥 갈까?”
정면으로 아야꼬를 보는 눈이 빛나고 있었다.
“아니. 그런 생각 안 해. 세이꼬는 이분을 소개해 준 은인인걸.”
“그럼 안심했어.”
세이꼬의 눈빛이 누그러지고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시늉을 하며 미야모또를 보았다.
술이 몇 잔 들어갔지만 아직 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난 좀 더 취하는 편이 좋겠군.’
미야모또는 술을 단숨에 마셨다.
‘세이꼬의 비위를 건드릴 수는 없고, 그 이상으로 아야꼬를 괴롭힐 수도 없다.’
세이꼬가 화장실에 갔을 때 이번에는 아야꼬가 다가와서 미야모또의 팔을 잡았다.
“오늘밤은 이층에서 세이꼬와 자세요.”
“당신은?”
“난 아래층에서 자겠어요. ”
“……”
“괴롭지만 오늘밤은 단념하겠어요. 그 대신 내일 아침에 세이꼬가 나간 뒤에 남아 있으세요. 세이꼬는 집에 갔다가 회사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일찍 갈 거예요.”
“……”
“힘을 다 써버리지 마세요.”
“그럼 난 이방에서 자겠어요. 세이꼬 씨만 이층에 재우세요.”허둥거리며 아야꼬가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 짓 하면 큰일나요. 저 여자는 히스테리를 일으켜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고 당신이 탐나서 자는 거예요.”
돌아온 세이꼬는 미야모또에게 바싹 다가와 앉았다.
“나도 취해 보고 싶어요. 당신, 더 마시고 싶어요?”
“아, 좀 더요.”
아야꼬가 자리를 떴다.
“이층방에 이불을 깔고 오죠.”
아야꼬가 이층으로 올라간 뒤 세이꼬는 미야모또의 등을 껴안고 입술을 요구했다. 거절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응했다.
관능적인 키스를 하면서 세이꼬는 미야모또의 사타구니를 헤치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자연히 그의 몸이 그것에 반응을 일으켰다.
입술을 뗀 세이꼬는 미야모또의 귀에 속삭였다.
“오늘밤은 셋이서 자요. 중노동이 되겠지만 힘을 내요.”
“아뇨. 아야꼬 씨는 그럴 생각이 아닌 것 같던데요.”
“그럼 어떻게 하죠?”
“나하고 세이꼬 씨만 이층에서 자요.”
아직 도모꼬가 깨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서로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그건 안 돼요. 그럼 아야꼬가 불상해요.”
“하지만 아야꼬 씨는 그럴 생각이던데요.”
“당신은?”
“나는 어느 쪽이라도 좋아요.”
“당신은 좋죠? 셋이서 노는 거 말예요.”
“글쎄요……”
“됐어요. 그럼 갔다 올께요. 그 전에 조금만 키스하게 해줘요.”
세이꼬는 그의 것을 밖으로 꺼집어냈다. 아까부터 애무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것은 팽창해 있었다. 그 밑둥을 잡고 머리끝을 입에 물더니 두세 번 빨고 세이꼬가 일어섰다.
그것을 내놓은 채 미야모또는 술을 마셨다.
‘아야꼬는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 세이꼬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츠에서 얘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통음성으로 얘기하고 있을 텐데 들려왔다.
그러자 옆방 장지문이 열리고 피자마 차림의 도모꼬가 나왔다. 허둥지둥 미야모또는 아랫도리를 쑤셔 넣었다.
도모꼬가 다가와서 미야모또 옆에 앉았다.
“아줌마 왜 여기서 자죠?”
“엄마하고 할 얘기가 있대.”
“아저씨가 있어서 자지 않아도 되는데.”
“아줌마끼리 할 얘기가 있대. 나하고는 할 수 없는 얘기도 있고.”
도모꼬는 알았다는 표정을 하고 곧 일어섰다.
“그럼 이번엔 정말 안녕히 주무세요.”
‘아이구 살았다.’
미야모또는 급히 몸을 추스르고 술잔을 들었다. 그러자 세이꼬가 내려왔다. 그녀는 미야모또 옆에 앉자마자 허리에 팔을 감았다.
“설득했어요. 나중에 이층으로 온대요.”
“믿을 수 없어요. 세이꼬 씨는 그렇게 해본 일이 있어요?”
“없어요. 오해하지 말아요. 나도 처음이니까요.”
아야꼬가 내려왔으나 그 표정은 굳어 있었다.
“자, 이제 잠자리에 들어도 돼요. 더는 마시지 않는 게 좋지 않겠어요?”
십분후 미야모또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깔려 있는 침구는 하나뿐이고 베개도 두 개뿐이었다.
내의바람으로 창가에 앉았다. 그러다가 반듯하게 누어 있자니까 세이꼬가 들어왔다. 세이꼬는 미야모또의 눈앞에서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고, 벗으면서 옷을 한하나 개어 좋았다. 마지막으로 브래지어를 벗고 알몸이 된 세이꼬가 미야모또 옆자리에 들어왔다.
“아야꼬 씨는?”
“올 거예요.”
미야모또는 세이꼬의 손으로 알몸이 되고 두 사람은 끌어안았다. 곧 세이꼬가 그의 것을 잡았다.
“이리로 이사와도 지나치지 않도록 조심해요.”
“그건 알고 있어요.”
미야모또도 세이꼬의 사타구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세이꼬는 평소보다 더 젖어 있었다.
서로 애무를 시작했으나 아야꼬는 올라오지 않았다.
“아야꼬 씨가 정말 온다고 했어요?”
“온다고 했어요. 하지만 일단은 아래층에서 자야 할 거예요. 그랬다가 살짝 올 테니까 좀 더 기다려요.”
이윽고 세이꼬가 헐떡거리며 미야모또의 몸을 자기 위에 올려 놓으려고 했다.
“괜찮아요. 당신만 사정해 버리지 않으면. 아무튼 넣어 줘요.”
“하지만……”
하고 있을 때 들어온다면 아야꼬가 기겁을 하고 도망갈 염려가 있었다. 그리고 유쾌하지도 않을 것이다.
미야모또는 머리를 저으며 세이꼬의 젖가슴을 쓰다듬었다.
“좀 더 기다려요. 역시 동시에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당신은 의리가 강하군요. 그럼 그 동안 키스하게 해줘요.”
세이꼬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그의 것을 입에 물었다.
세이꼬가 그의 것을 애무하고 있는 동안에 미야모또는 계단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야꼬는 좀처럼 올라오는 기색이 없었다.
‘안 오는 것이 아닐까? 세이꼬에게는 온다고 했지만 역시 올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닐까?’
미야모또는 허리를 빼서 세이꼬의 입에서 떨어져 그녀의 팔을 당겼다. 세이꼬는 올라와서 상기된 얼굴로 입술을 더듬었다.
짧은 키스 뒤 미야모또가 말했다.
“왜 안 올라오죠?”
“그러니까 그 전에 한 번만 해줘요.”
“올 생각이 없는가 보죠?”
“그렇진 않을 거예요. 당신 나보다도 아야꼬가 더 좋아요?”
“그런 뜻이 아니에요. 내가 좀 가볼까요.”
“그럼 내려가 봐요. 하고 있으면 올 텐데, 당신도 참 고지식하군요.”
세이꼬가 한숨을 쉬었다.
미야모또는 이불 속에서 나와 잠옷을 걸쳤다.
“곧 돌아올께요.”
“알았어요.”
잠들어 있는 도모꼬를 깨워서는 안 되기 때문에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계단을 내려갔다. 침실은 어두웠다. 손으로 더듬어 들어가자 옆방과의 장지문 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잠시 생각을 하고 역시 도모꼬 쪽이 염려되기 때문에 장지문에 손을 대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용히 열였다.
희미한 전등 아래 두 벌의 이불이 깔려 있고, 아야꼬는 한쪽 자리에 누워 있었다.
아야꼬는 눈을 뜨고 있었다. 두 눈이 마주치자 아야꼬는 눈짓을 하고 도모꼬 쪽을 돌아보았다.
도모꼬의 검은 머리만이 보였다.
얼굴을 든 아야꼬는 다시 눈짓을 하고 천천히 일어났다. 미야모또는 장지문에서 물러섰다.
방에서 나온 아야꼬는 손을 뒤로 해서 장지문을 닫고 그대로 그에게 안겨왔다. 세이꼬를 안고 있었던 미야모또는 아야꼬의 몸에서 여자의 부드러움을 느꼈다.
“도모꼬가 아직 안 자요?”
귓가에 속삭였다.
“자고 있어요.”
“그럼 왜 안 올라와요?”대답 대신에 그녀는 미야모또의 잠옷 앞자락을 헤쳤다. 그 밑에는 아무것도 몸에 걸치지 않았다. 우뚝 일어서 있는 그의 것을 잡는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미야모또는 아야꼬의 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자, 가요”
아야꼬가 미야모또의 것을 꽉 잡고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벌써 했어요.”
“아니요.”
“왜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 하고 싶어요.”
아야꼬가 더 세차게 그것을 잡았다.
“가요.”
“하지만 괜찮아요. 세이꼬가 돌아간 뒤에 해도 돼요. 오늘밤은 세이꼬를 즐겁게 해주세요”
“오지 않겠어요.”
“난 보고 싶지 않아요. 괴로울 것이 뻔하니까요.”
미야모또는 그녀의 잠옷 속에 손을 넣었다. 그녀는 뿌리치지 않았다.
아야꼬의 팬티를 벗기고 있었다. 미야모또의 손이 사타구니에 닿고, 숲속을 애무했다.
‘이렇게 벗고 있는 것은 실은 이층으로 가고 싶은 것이다.’
미야모또의 손가락은 꽃잎 속에 들어갔고 이미 그 속이 젖어 있는 것을 알았다.
“이런데도 그냥 잘 수 있어요?”
“잘 수 없죠. 아니 자지 않겠어요. 그래도 아침까지 기다리겠어요.”
“그럼 나도 이층에 안 올라가겠어요. 가서 주무세요. 나는 여기서 밤을 새겠어요.”
“안 돼요. 그런 짓을 하면 감기 들어요.”
“그럼 나를 옆자리에서 자게 해줘요.”
“이층에 가지 않으면 세이꼬가 화를 내요. 그만 가세요.”
“싫어요. 당신이 안 가면 나도 여기 있겠어요.”
“나를 괴롭히지 말아요. 세이꼬가 화를 내면 큰일이에요.”
“그러니까 가요.”
“아! 난 무서워요.”
아야꼬는 한 손으로 그의 몸을 움켜 쥐었다.
그래서 미야모또는 생각해 두었던 말을 귀에 속삭였다.
“아야꼬 씨,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마지막에는 아야꼬 씨와 절정을 맞겠어요. 그러니까 자, 가요.”
“……”
“세이꼬 씨에게는 사정하지 않겠어요.”
“그럴 수 있어요?”
“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해서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어요?”
“될 거예요. 약속을 지키겠어요. 그러니까 갑시다.”
미야모또의 그것은 아야꼬의 손안에서 맥박을 치고 있었다.

마사오의 여자 관계에 대해서 미야모또는 아는 것이 없었다. 대개의 학생은 몸파는 여자에 의해서 욕망을 처리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허용하고 있는 애인이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미야모또는 마사오 역시 그런 행운을 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미야모또는 유부녀와 미망인 이라고 하는 예외적인 상대를 동시에 사귀고 있는 자신을 자랑하려 했던 것이다. 비밀을 털어놓고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마사오 또한 미야모또의 그런 심리를 맞추어서 신기한 얘기를 듣는 자세가 되어 있었다. 애인과의 일이라면 구체적인 얘기는 그저 시시한 정사 얘기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미야모또의 경험은 애인과의 정사에 견줄 수 없는 독특한 것이기에 애기할 이유가 있고 들어서 재미있는 것이다.
미야모또의 얘기는 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유부녀인 세이꼬와 애무를 하면서 점점 그녀가 결합을 재촉했으나 그것을 제지하고 아야꼬에게 내려간 것은, 셋이서 즐기는 괴상한 섹스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야꼬의 심정을 생각해서라고 강조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미야모또의 얘기 솜씨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래서 듣는 쪽이 맞장구를 칠 정도로 그의 말투에는 아야꼬에 대한 애정이 넘치고 있었다.

아야꼬는 다시 한번 도모꼬가 잠자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미야모또를 따라서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미야모또를 따라 들어온 아야꼬는 조용히 장지문을 닫고 이불 속에 누워 있는 세이꼬의 베개 맡에 앉았다.
“이분이 기어코 오라는 거야.”
변명 비슷한 말투였다. 세이꼬는 상체를 일으켰다. 알몸이어서 어깨도 유방도 드러나 있었다.
“자, 너도 벗고 들어와. 둘이서 괴롭혀주자구.”
“셋이서 자는 것은 무리야.”
“괜찮아.”
“안 돼.”
“그럼 자리를 하다 더 깔아. 붙여서 갈면 돼.”
“그렇게 할께.”
아야꼬는 반침을 열고 요를 하나 더 깔았다. 손을 뻗쳐서 세이꼬가 그것을 바싹 붙였다.
“자, 당신은 여기. 빨리 여기 누워요. 이불을 따뜻하게 녹혀 놨어요.”
서 있는 미야모또에게 세이꼬가 말했다.
그녀가 가리키는대로 미야모또는 잠옷을 벗고 세이꼬 옆자리에 들어갔다.
아야꼬는 잠옷을 입은 채 새로 깐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이쪽을 향해 누웠다. 눈에 불안한 빛이 비쳤다. 미야모또는 두 여자 사이에 끼어 있었다.
미야모또는 공평을 기하기 위해서 반듯하게 천정을 보고 누웠다.
‘어느 쪽이라도 좋다. 나는 저녁 때부터 하고 싶었다. 빨리 했으면 좋겠다.’
미야모또의 일어서 있는 육체는 그렇게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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