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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여자 33편

♠오르가즘이라는 봉우리 끝♠


환각 상태에 빠진 유미는 쾌락의 깊고 깊은 구
렁텅이로 빠져들었다. 자신이 있는 곳이 물속이
라고 생각하면, 물속처럼 아늑한 기분에 빠져들
었고,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조각구름 속이라
생각하면, 거기에 걸맞게 푸근한 느낌이 와 닿
았다. 무엇이든 마음 먹은대로 가능해지는 세계
속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섹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부드럽게 들어
오는 오준의 몸을 깊숙히 받아들인 그녀는, 그
작은 근육의 움직임을 따라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열락(悅樂)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안내자는 전능(全能)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불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갈 수 있겠
지?"
오준이 그렇게 말해주면 정말로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아...뜨거워요."
그녀가 소리치면서 오준의 몸을 껴안았다. 아
직 물속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몸은 시원스러우면서 매끄러웠다.
물과 불의 묘한 앙상블. 차갑고 뜨거운 감각의
변환. 그 속을 거침없이 유영하는 유미의 세포
들은 단근질 되고 있었다.
"난 네 심장이야. 네 안에서 뛰고 있어."
그러면 정말로 심장이 아랫도리 속에서 펌퍼질
을 하고 있었다. 잠시라도 움직임을 멈추면 죽
어 버릴 것같은 기분에, 그녀는 그녀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려고 애를 썼다. 그런 식으로 진행
되는 기이한 섹스에, 유미는 때로 물한방울 없
는 열사의 사막을 거닐기도 하고, 때로는 아름
드리 나무들이 하늘로 치솟은 숲속을 거닐기도
하면서, 극악한 갈증과 포만감에 몇번씩이나 정
신을 잃었다.
가상(假想)과 환각(幻覺)의 세계. 그속에 몰입
된 사람의 정서에 현실적인 감각이 살아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이 겪
어왔던 수동적인 일들을 잊어 버렸다.
"더 깊이, 더 깊이 들어와요. 난 참을 수 없이
뜨거워졌어요."
그녀가 적극적으로 허리와 아랫도리를 흔들어
대면서 적극적으로 오준을 받아들이기 시작했
다. 그 말대로 그녀는 이미 뜨거운 용암을 흘리
면서 오르가즘이라는 봉우리 끝에 도달해 있었
다. 열기속을 쉼없이 달려온 안내자도 그 뜨거
운 용암에 몸을 담그고나자 더 이상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아으으윽..."
비명을 토하던 오준이, 그 뜨거운 물속으로 자
맥질을 해서 유미의 가장 밑바닥까지 밀고 들어
갔다. 용암의 진원지까지 들어간 그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막다른 길에서 불길을 토하고
나동그라졌다. 용암과 불길은 또 하나의 거대한
불기둥이 되어 그들의 몸을 순식간에 불살라 버
렸다.
"아아..사랑해요. 당신을 오래전부터 사랑했어
요."
열에 들뜬 유미가 그의 몸을 어루만지면서 중
얼거렸다. 그러나 오준은 그 말에 대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깊이 박았던 몸을 그대로
둔 채 한쪽으로 쓰러져 버린 그는, 눈을 감은
채로 가쁜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유미는 그 숨
소리마저 깊이 들이켰다.
환각섹스를 끝낸 오준은 그대로 깊은 잠에 빠
져 버렸다. 태울 것을 모두 태워버린 탓에 움직
일 어떤 기운마저도 소진해 버렸던 것이다. 그
옆에 가만히 누운 채로 오준을 들여다보고 있던
유미는, 끈적거리는 물기를 흘리면서 오그라들
어 있는 그의 성기를 입에 쪽 빨아당긴 다음,
막대사탕의 단물을 빨아먹듯 진득하게 묻어 있
는 물기들을 핥아 먹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그
녀의 머리속에 살아 있던 남자의 원형(原形)이
었으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사모하던 연인이었
다. 성기의 물기를 달게 빨아먹고 난 유미는 사
랑스러운 아이를 대하듯 오준의 엉덩이를 토닥
거리고 나서 일어났다.

택시를 타고 오피스텔로 돌아오는 유미는, 환
각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쾌락의
여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차창을
스쳐가는 모든 것들이 꿈속처럼 몽롱했고, 보이
는 것들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와 닿았다. 그러
나 그것은 짧은 즐거움에 불과했다. 그녀가 오
피스텔에 도착하자마자 또다른 현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딜 쏘다니다가 이제야 들어오는 거야?"
오피스텔 입구에 서서 담배를 물고 있던 사내
하나가, 유미를 가로막았다. 처음보는 남자였다.
"누구...시죠?"
유미가 기억을 더듬으면서 물었다. 그러자 사
내가 물고 있던 담배를 탁 뱉고는 곧바로 그녀
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가 뒤로 확 젖혔다.
그 바람에 유미의 얼굴이 사내의 얼굴과 정면으
로 향했다.
"좋게 말할 때 조용히 가자. 응."
그때서야 사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 유미가 고
개를 꺾어 오피스텔 주변을 돌아보았다. 밤이
깊었기 때문에, 구원을 요청할 만한 사람은 보
이지 않았다. 대신, 오피스텔 앞쪽에서 승용차
한대가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이유를...말씀해 주셔야...악!"
두려움에 얼어붙은 그녀가 더듬거리다, 가슴
언저리에서 일어나는 극악한 통증에 입술을 물
었다. 머리채를 움켜잡고 있던 사내가 어느 새
주먹으로 그녀의 가슴팍을 내질렀던 것이다. 비
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풀썩 꺾이는 그녀의 몸
을 사내가 훌쩍 들어 어깨에 메고 승용차쪽으로
걸어갔다.
사내가 그녀를 승용차 뒷좌석에 밀어넣자 안쪽
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내가 그녀의 몸을 껴안
듯이 잡아당겼다. 그 옆으로 꼭 끼일 정도로 사
내가 타고나자 차는 그대로 그 곳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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