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19
제19장
위대한 탄생 대천황성(大天皇城)
화우성은 여러 번 놀라야 했다.
<대천황성(大天皇城)...>
그렇게 이름붙여진 초유의 엄청난 거성(巨城)은 군산(君山)의 광활한 지하 속에 건립되어 있었다.
천하제일지 혜천성녀 단리운혜의 지혜와 일천천불군의 파천황력이 합일되어 이룩된 미증유의 지
하거성으로 총 일만 평에 달하는 지하굴을 뚫고 수백 개의 고루거각이 세워져 있다.
일천 종의 살진(殺陣)과 일만 개의 사관(死關)으로 둘러싸인 천험의 요새! 백만 관의 화약이 터진
다 해도 끄떡 않을 이 엄청난 거성인 대천황성은 불과 일백 일 만에 세워진 것이었다.
-대천황성(大天皇城)!
항차 천하 위에 우뚝 서서 군림할 대천황이 기거할 성역은 탄생된 것이었다.
<수정별부(水晶別府)...>
일천천불군이 최대의 심혈을 기울여 건립한 수중별원(水中別院)으로 화우성과 단리운혜의 신방이
기도 했다.
동정호의 수심 오십 장 밑에 자수정으로 사면을 수족관처럼 만든 천외기경의 방으로 낮에는 햇살
을 투과하여 영롱하게 빛나고 밤엔 월광을 흡수하여 은하의 장관을 이룬다.
안에선 수중에 노니는 물고기와 수초까지 감상할 수 있으나 밖에선 그저 거대한 수중석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설사 황제라 할지라도 누리지 못한 천외의 신방의 실내는 온통 신비스런 금광 속에 휘황한 칠채
서기를 발한다.
환상의 수정별부... 헌데, 칠채의 서기 속에 타오르는 뜨거운 열기가 있었다.
월광을 받고 그것은 또다시 자수정벽을 통과하여 신비롭고도 찬연한 서광으로 변해 한 곳으로 집
중된다.
침상, 지상의 모든 축복이 집중되어 있는 듯 자단향목의 은은한 향내가 흐르는 사이로 두남녀의
뜨겁고도 농밀한 정사(情事)가 행해지고 있었다.
꿈틀거리는 나신 위로 쏟아져 내리는 보광은 번들거리는 땀방울 위에서 반짝인다.
"운혜!"
"성! 신첩은 견딜 수가...."
뜨겁게 뒤얽히는 숨가쁜 신음과 교성, 방 안은 휘몰아치는 열풍으로 후끈 달아올랐고 여인은 무
척이나 고통스러운 듯 신음과 함께 교구를 비틀고 있었다. 그녀의 교수는 고통으로 경련을 일으
키며 금침을 꼭 쥐고 있었다.
격심한 아픔으로 인해 상큼 찡그려진 아미와 살풋 감겨져 파르르 떨리는 긴 속눈썹과 흐느끼듯
교성을 발하는 여인의 입술 사이로는 연신 단내가 풍겨나오고 있었다.
"성!"
사내의 강력한 힘이 전신을 으스러질 듯 압박할 때마다 여인의 입에서는 숨넘어 가는 교성이 흘
러나왔다.
"운혜!"
"성!"
나신으로 뜨겁게 뒤얽힌 남녀는 바로 화우성과 단리운혜였다.
어느덧, 단린운혜와 화우성의 움직임이 급박해졌다.
단리운혜는 온몸에 가해지는 엄청난 중압감에 화우성의 등을 끌어안고 몸부림쳤다.
한 순간, 전라의 두 남녀는 동시에 헛바람을 삼켰다.
단리운혜는 자신의 비밀한 곳에서 엄청난 폭발이 이는 것을 느끼며 하얗게 눈을 치떴다. 그 고통
속에서 아련히 피어오르는 환희의 폭죽에 여인은 차츰 자신의 몸이 사내의 손에 익숙해져 감을
느낄 수 있었다.
화우성은 단리운혜의 교구를 가볍게 끌어안고 있었다.
"후훗! 운혜... 보기와는 달리 무척 풍요하구료. 어제도 느낀 바지만 운혜를 안으면 이 풍염한 몸
속으로 나의 모든 것이 파묻히는 듯하니..."
화우성은 문득 나직한 웃음을 발하며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힌 단리운혜의 옥용을 내려다 보았다.
"나빠요. 성!"
단리운혜는 옥용에 노을을 일으키며 화우성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정인을 그리는 마음에 대천황성을 벗어나 군산의 월경을 감상하던 여인, 꿈결같이 나타난 정인은
그녀의 모든 것을 원했고, 이 년(二年) 만에 해후한 정인에 의해 여인은 생각지도 못했던 월하의
정염을 불태웠던 터...
도둑처럼 지하의 대천황성을 둘러보며 놀람의 찬탄을 연발하는 그의 모습에 얼마나 웃었던지 여
인은 그 죄의 대가로 수정별부에서 달이 기울도록 흠뻑 사랑에 젖어야 했다.
단리운혜의 옥용에는 아직도 열기가 가시지 않은 듯 발그레한 홍운(紅雲)으로 뒤덮여 있었다.
문득, 그녀는 눈을 내리감으며 조심스레 물었다.
"천마대불종은 성의 장난이지요?"
그녀의 말에 화우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싱그러운 여인의 가슴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응! 지옥을 깨기위한 첫 번째 포석이지!"
단리운혜는 가슴이 간지러움을 느끼며 정인의 목을 끌어안았다.
"성이 없었다면 중원의 대혼(大魂)도 사라졌을 거예요. 또한.."
그녀는 문득 말을 끊으며 밑으로 내려가는 화우성의 응큼한 손을 잡아 올렸다.
"성은 내일 아버님과 세 분 숙부님을 뵈어야 해요! 그 분들은 불만이 대단해요! 아울러 흑!"
말을 하던 단리운혜의 봉목이 갑자기 하얗게 치떠졌다.
화우성의 손이 단리운혜의 교수를 벗어나 그녀의 은밀한 곳으로 파고든 때문이었다.
"다, 당신은 정말!"
단리운혜는 옥용를 빨갛게 물들이며 곱게 눈을 흘기며 화우성의 손을 떼어내려 했다.
그러나, 화우성은 눈을 찡긋하며 계속 손을 움직였다.
"훗! 장인어른을 뵙는 것은 날이 샌 다음의 일이고 나는 지금 못 참겠다고!"
이어, 그는 단리운혜의 풍염한 나신을 더듬으며 짓궂게 미소지었다.
"당신! 정말..."
이 밤이 하얗게 새도록 여인은 또다시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호천사비황!
천유대문성 단리천!
대전혈황 단천군!
불사성수종 초운학!
천기예후 교옥진!
천외의 신비문인 우내사비천의 지존들로 호천단혈맹을 구성하는데 주춧돌이 되었던 운중학(雲中
鶴)같은 기인(奇人)들이다.
헌데 그들 모두는 한결같이 경악하고 있었다.
(천하에 저런 인중용이 있었단 말인가?)
(운룡(雲龍)보다 십 배는 뛰어나다!)
불사성수종 초운학의 놀람은 다른 십 인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오오! 정(正)과 마(魔) 모든 것을 초월하여 천하에 군림한다는 제천성황신골(帝天聖皇神骨)을 당
대에 보게 되다니...)
그의 눈은 찢어질 듯 부릅떠져 있었다.
호천사비황의 전면에는 다정하게 단좌해 있는 단리운혜와 화우성의 모습이 보였다.
단리운혜는 화우성을 보고는 경탄하는 호천사비황의 눈치를 살피며 몹시 흐뭇해 하고 있었다.
"이름이 화우성이라고 했는가?"
천유대문성 단리천은 심유한 눈길로 화우성의 미안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빙장어른!"
화우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빙장? 벌써 혜아와 그렇게 가까운 사이였던가?"
단리천은 섭섭한 눈빛으로 단리운혜를 바라보자 그녀는 수줍은 듯 옥용을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
를 푹 숙였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단리천의 내심은 흐뭇하기조차 했다.
(혼기를 놓쳐 애태웠거늘 천룡(天龍)을 물어왔구나!)
그때, 대전혈황 단천군이 고개를 갸웃하며 화우성을 향해 물음을 던졌다.
"그런데 자네가 진정 번뇌관음인가? 천왕팔가 중의 천불세가주인?"
그의 뒤를 이어 따르는 천기예후 교옥린의 옥음이 있었다.
"혜아의 말에 따르면 막북의 절대자의 신화를 이룩한 도왕지존이기도 하다는데 그것이 사실인
가?"
그녀의 회사한 얼굴에는 아무래도 믿을 수 없다는 빛이 역력했다. 그것은 비단 그녀 뿐만의 불신
이 아니었다. 그러나, 단리운혜의 다음 말은 좌중을 온통 경악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이 분은 변황(邊荒)의 전설적 기인이신 범황삼천종의 공동 전인이시자 새북연맹의 맹주인 사라
천황(沙羅天皇)이세요."
".....!"
"거기에 천년해왕세가인 해왕세가의 천년절기를 이어받은 대해왕(大海王)이기도 해요!"
"그럴 수가!"
"어찌 한 사람이 그 모든 천학(天學)을 한 몸에 지닐 수 있단 말인가?"
일찍이 한 인간이 그토록 가공했던 예는 없었기에 호천사비황은 단리운혜의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호천단혈맹이 창설될 당시 본맹은 맹주의 위를 비워 두었었소! 그것은 맹주가 되기위해선 본인
보다 지혜가 뛰어나고 담형보다 무공이 뛰어난 탁월한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었
소."
".....!"
좌중은 조용한 단리천의 말을 들으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백 명은 됨직한 대전(大殿)에는
호천사비황을 비롯한 호천단혈맹의 주요 인물들과 일천천불군이 배석해 있었다.
단리천은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맹규 제일조에 명시되어 있듯 일백호천원로(一百護天元老)가 만장일치로 한 사람을 선출하여야
맹주가 될 수 있었소! 그러나 이제까진 그런 인물이 없었소. 이 자리에서 본인은 한 사람을 천거
하겠소!"
그의 말은 점점 열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여기 있는 사소협이라면 능히 그런 대임을 말을 능력이 있소! 본인은 사소협을 혈각을 깰 호천
혈(護天血)의 주인으로 천거하오! 마침 이 자리엔 일백호천원로께서 모두 계시니 가부(可否)를 결
정하시오!"
단리천은 할 말을 다했다는 듯 말문을 닫았다.
"아니 소생은 그런 대임을..."
화우성은 상황이 미묘하게 돌아가자 어리둥절해 하며 손을 내저었으나 그의 말은 대전혈황 담천
군의 육중한 어조에 감춰지고 말았다.
"지금같은 때에 사소협 같은 천인(天人)이 나타났음은 하늘의 뜻이오! 본인은 대륙천풍단(大陸天
風團)을 대표하여 수락하오!"
"허허! 이 늙은이도 불사천의림(不死天醫林)을 대표하여 허락할까 하네!"
불사성수종 초운학도 허연 백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녀도 군방천예루(群芳千藝樓)의 대표자로서 사소협의 맹주등극을 수락해요. 호호! 거부했다간
질녀의 미움을 사겠지?"
천기예후 교옥진은 단리운혜를 바라보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그것으로, 끝난 것이었다. 호천사비
황의 승낙은 곧 모든 사람의 마음을 한데 묶었고 그것은 한 영웅(英雄)의 새로운 변신이었다.
"삼가 호천대전풍군(護天大戰風軍)의 군주 철사자(鐵獅子) 담운룡이 맹주(盟主)를 뵈오이다!"
호천단혈맹의 무상(武相)이자, 후기지수 중 최강이라 일컫는 철사자 담운룡이 호천십이룡을 이끌
고 군례를 취한 것을 필두로...
"호천십팔봉(護天十八鳳)의 대봉후(大鳳后) 봉황서시(鳳凰西施) 매설란(梅雪蘭)이 맹주님을 뵈어
요!"
하나같이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닌 열여덟 명의 가인(佳人)들이 나비처럼 나풀 화우성의 앞에 무
릎을 꿇는다.
"서천무맹(西天武盟)을 이끄는 서천무황(西天武皇)입니다!"
"황하수룡채(黃河水龍寨)의 익수룡(翼水龍) 노량(魯亮)이외다!"
"거검패천종(巨劍覇天宗) 나백(羅伯)! 삼가 대종사께 인사드리오!"
그 뒤로 만리천강비(萬里天剛飛), 용녀(龍女) 해수련(海水蓮), 철선군자(鐵扇君子) 사승류(査丞流),
절대패승(絶代覇僧), 도광자(道光子) 등이 화우성을 향해 충성의 예를 올렸다.
아아! 과거 한 지방의 패주 아닌 자가 없고, 천 번을 싸워서 패한 숫자가 결코 십을 넘지 않는 대
기인들이 모조리 이곳에 운집해 있는 것이었다.
천뇌혈작 쌍뇌사혼자 북궁기의 예측은 정확한 것이었다. 호천단혈맹의 잠재력은 이토록 엄청났다.
허나, 그럼에도 호천단혈맹은 사라져야 했다.
"고수자는 많으나 초극이 모자란다. 지옥십대혈작을 상대할 만한 초극고수는 이삼 인에 불과해..."
고개를 젓는 화우성 말 그대로였다.
새로운 영원불멸의 위대한 탄생 대천황성!
향후, 일천 년 무림(武林) 위에 군림할 환우대천자(환宇大天子)의 거궁(巨宮)은 이렇게 있었다.
"훗! 그렇게 화내시는 것에도 매력이 계시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군요, 성!"
단리운혜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화우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화우성은 무언가 몹시
불만에 가득한 듯 연신 툴툴거리며 단리운혜를 아예 바라보고 있지도 않았다.
"화나셨어요?"
"솔직이 신경질이 좀 나오! 누님과 만나 편해지려고 왔는데 느닷없이 대천황성이란 것을 만들고
나를 대천황에 앉혀 짐을 지우는 것은 뭐요?"
"성!"
문득, 단리운혜는 코먹은 비음을 발하며 화우성의 목을 감아갔다.
"어어!"
느닷없는 단리운혜의 육탄공세에 화우성은 몸을 가누며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단리운혜는 혜지
넘치는 봉목을 들어 화우성의 두 눈을 빨아들일 듯 주시했다.
"구슬이 있다고 목걸이가 될 수는 없어요. 실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죠..."
"실?"
"그래요, 새북연맹을 비롯한 해왕세가, 일천천불군, 도왕세가, 그리고 호천단혈맹 등은 구슬이에
요."
".....!"
"그 구슬들은 성이 실이 됨으로써만 목걸이가 될 수 있어요."
(알고 있소! 천하를 위하는 누님의 마음을...)
화우성은 내심 가벼운 탄식을 흘렸다.
(천혜성령지신(天慧聖靈之身)! 하늘의 시기속에 시한부(時限附)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여인, 그 동
안 모든 방법을 연구해 보았으나 완치시킬 수 있는 묘법은 없었다.)
화우성의 눈가로 진한 아픔의 그늘이 스쳤다.
(누님도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그 전에 자신의 모든 능력을 기울여 나를 도와주려 하고 있는 것
이다! 허나...)
문득, 화우성의 눈가로 막연한 기대감이 어렸다.
(나의 몸 속에 잠재되어 이따금씩 터져나오는 엄청난 기류... 그것만 나의 모든 것으로 만들 수 있
다면 가능하거늘...)
화우성은 고개를 저을 때 단리운혜는 더욱 옥용을 들이밀며 단내나는 입술을 달싹였다.
스스로의 운명을 직감이라도 한 듯 그녀는 조금이라도 정인의 품에 더 머무르고 싶은 태도는 매
우 적극적이었다.
"성! 중원에는 당신에 이은 제 사(第四)의 변수가 있어요."
"제 사의 변수?"
단리운혜는 살포시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복수회(復讐會)라는 신비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을 불과 얼마 전에야 알았어요."
복수회(復讐會)!
제 사의 변수! 그것은 무엇인가?
"아(我)요. 적(敵)이요?"
화우성은 침중한 어조로 물었다.
"아직은 아무것도 복수회에 대한 것은 알 수 없어요. 다만 호천단혈맹과 버금가는 기세를 지녔다
는 것 외에는..."
"복수회라..."
단리운혜는 기이한 빛을 일렁이며 화우성에게 물음을 던졌다.
"천마대불종으로 변신하는 것은 혈각의 이목을 흩으리는 것 외에 또다른 이유가 계시지요?"
"정말 누님에게는 못 당하겠군!"
화우성은 감탄을 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중원은 이미 혈각의 천하요! 그들은 나를 제거키 위해선 막대한 희생이 따르리라 이미
예상하고 있을 것이오! 제거하기엔 너무 강하고 그렇다면 결과는 한 가지밖엔 없지 않겠소?"
"포섭!"
화우성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들은 기다릴 것이오! 지옥삼혈관문으로 내가 오기를 그러므로써 나는 자연스럽게 혈각로 들어
갈 수 있지..."
"아!"
단리운혜는 가벼운 탄성을 발했고 이내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화우성을 올려보았다.
"성! 조심하셔야 해요."
그녀의 말에 화우성은 빙긋 미소를 띄우며 호기롭게 대답했다.
"하핫! 누님, 기실 혈각쯤은 지금이라도 깰 수 있소."
중원천하를 독패하고 있는 혈각을 지금이라도 깨부술 수가 있다고 장담하는 화우성이었다. 하나,
그가 말한 것이기에 그 말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다만 참고 있는 것은 혈각의 뒤에 도사리고 있을 혈왕마가와 암흑마련을 알기까지는 우리의 전
력을 감춰야 합니다..."
"그러시다면?"
"이이제이(夷以制夷)!"
화우성은 짤막하게 답했다.
"혈각에 잠입하여 그들을 분열(分裂)시키고 그들의 힘으로 천하의 마세(魔勢)를 상잔시킨 후..."
파츠츳!
화우성의 눈가로 엄청난 광망이 솟구쳐 올랐다.
"그 여세를 몰아 혈각을 깨고 대천황성과 바다와 막북, 변황의 힘으로 일거에 혈왕마가와 암흑마
련을 박살낼 것이오..."
".....!"
"이 지상에서 다시는 지옥대전이란 말이 떠오르지 않을 것이오."
"아! 우성!"
이 순간, 단리운혜의 교구는 벅차오르는 희열과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성! 당신만이 할 수 있어요! 당신만이 환우대천좌에 올라 천년군림하실 수 있어요!)
여인은 단정했다. 그리고, 그 고난의 폭풍을 뚫고 그것은 실현된다.
대천황(大天皇) 화우성(花雨星)!
그에 의해서 말이다.
혈각의 천하(天下)가 당금 중원무림의 실상이었다. 그것은 거부될 수 없는 현실이었고, 그들은 곧
중원의 법(法)이었다.
혈각 무적군림의 시대의 중원천하는 한 장의 혈첩(血牒)에 격동하고 있었다.
한바탕의 대혈전(大血戰)은 인력(人力)의 손실을 가져왔고, 점령한 것을 지키기 위해선 몇 배의
손(手)이 필요하듯 혈각의 경우가 지금 그러했다.
<본 혈각의 천년군림시대가 도래했도다.
그 영광된 자리에 동참할 천년혈전사가 될 인재를 널리 구하려 하나니 가지고 있는 재주를 썩이
지 말고 오라!
천하천하의 기인(奇人)들이라 자부하는 인물들이여!
지옥삼혈관문(地獄三血關門)에 들라...>
<지옥삼혈관문(地獄三血關門)...>
그것은 향기로운 악마(惡魔)의 유혹이었다. 전염병처럼 삽시간에 전중원에 퍼져나가 욕망의 불을
가슴에 키우며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거마대효(巨魔大梟)들이 혈각로 모여들었다.
지옥밀야림(地獄密夜林)!
혈혈사혼관(血血邪魂關)!
천옥마욕문(天獄魔慾門)!
총 삼대관문으로 이루어진 지옥삼혈관문의 유혹은 실로 엄청난 것으로 인간이라면 조금의 야망을
생각했고, 약간의 탐욕을 지닌 인간이라면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악마의 유혹이었다.
지옥밀야림!
일백 리에 근처 있는 암흑과 공포의 밀림지대, 지옥삼혈관문의 제일관문이었다.
불과 제일 첫 번째의 관문이었으나 이곳의 통과자에게 부여되는 상품은 실로 아연실색한 것이다.
새로이 전중원에 설치되는 지옥백팔분성의 성주(城主)가 됨과 아울러 일천 명의 휘하고수를 거느
릴 수 있다.
뿐인가? 황금일천관의 상금을 받고, 절염의 미녀 하나를 첩으로 얻을 수 있으며 천 년 이전에 멸
망했다고 알려진 전설의 마문(魔門)인 마교의 비전마예인 마교백팔아수마전(魔敎百八阿修魔典) 중
의 한 가지씩을 얻을 수 있었다.
혈혈사혼관(血血邪魂關)!
통과자에게는 혈각의 중추신경이 될 혈천삼십육전(血天三十六殿)의 전주(殿主)가 된다.
오천 명의 수하를 거느릴 수 있고, 일만관의 황금을 받고 지옥백팔미희(地獄百八美姬) 중 이 인을
가질 수 있는 특권을 지닌다.
그와 아울러, 오백 년 전 천외(天外)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무적마군단 대전광풍삼십육천
강(大戰狂風三十六天剛)인 그들 일 인의 비학과 함께 그들이 지녔던 절대마병이 수여된다.
천옥마욕문(天獄魔慾門)!
새로이 확장된 지옥십팔혈궁(地獄十八血宮)의 궁주(宮主)로 임명된다.
지옥십팔혈궁 중 이미 십 인은 임명된 상태였는데 지옥십대혈작이 바로 그들이다.
혈각의 이인자 대열에 들어선다는 것은 곧 중원의 이인자가 된다는 것이었다.
일만의 무적마군단을 배속받으며, 십만 관의 황금을 손아귀에 틀어쥐며, 지옥십팔요정 중 세 명을
임의로 취할 수 있는 무상의 권좌! 그 모든 것이 천옥마욕문의 통과자에게 주어지는 것이었다.
<우우! 가자! 지옥삼혈관문으로...>
<캇! 비로소 본좌가 천하에 웅지를 펴리라!>
<흐흐! 혈각주여! 그대가 본좌를 열망으로 기다리는데 어이 가지 않으랴...>
보물에 눈이 뒤집힌 황금충들, 미녀라면 게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색한(色漢)들과 무공이라면 열흘
을 굶어도 모를 무광인군(武狂人群), 야망에 혼을 판 혈효(血梟)들 등 무수한 인간군들은 한 곳으
로 몰려들고 있었다.
야인산(野人山)...
안휘의 서남에 위치해 있는 천험의 대산, 검극(劍極)을 방불케 할 정도의 괴암검벽은 나는 새도
넘지 못할 정도로 높고 험하다.
중원천하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언제부터인가 야인산은 무인 그
것도 경세의 고수들이 집결하는 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간단했다. 지옥삼혈관문 때문이었다.
유명곡(幽冥谷)...
지옥의 유부를 방불케 하는 한 점의 빛조차 스며들지 않는다는 야인산 깊숙이 위치해 있는 죽음
의 계곡에 많지는 않으나 꾸준히 이 유명곡으로 혼자 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찾아드는 인물들
이 있었다.
뭉클! 뭉클!
한 점 빛도 없는 암흑 속에, 물씬 죽음의 향내를 포용하며 피어오르는 흑무, 그사이로 섬뜩한 핏
빛의 야명주가 귀기롭게 한 줄기 글귀를 수놓고 있었다.
<내공(內功)이 삼갑자 아래라면 돌아가라!
목숨이 아까운 자 아예 혀를 깨물고 자결하라!
흐흐! 들어왔으나 능력없는 자 본왕의 목을 죽이는 인혈로가 되리라!
식인마왕(食人魔王) 사혼(死魂) 서(書)>
금방이라도 핏물이 떨어질 듯한 혈서(血書),
그렇다! 이곳은 바로 지옥삼혈관문 중 제일관문인 지옥밀야림이었다.
끊임없이 들어오나 살아나와 혈각에 드는 자는 불과 천(千)에 십(十)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도 죽음의 초혼곡(招魂曲)을 따라 지옥문을 두드리는 야망에 혼을 판 인간군은 끊이지 않고 이어
지고 있었다.
"녠! 이곳이 바로 지옥삼혈관문 중 첫 번째 지옥밀야림인가?"
문득 암흑을 뚫고 울려퍼지는 쇠를 갉는 듯한 탁음이 있었고 유령인 듯 가벼운 파공음과 함께 한
인영이 나타났다.
적발, 혈면, 금안, 혈포를 걸친 괴인이었다.
"천마대불종!"
"지옥의 학살자!"
"저 공포의 대마종도 기어코 왔군!"
어둠 속에서 암흑에 구애받지 않는 초고수자들이 그를 일별하고는 경악성을 흘렸다.
"흐흐! 늙은 노물이 계집을 얻을 수 있다고 하니까... 크악!"
한 줄기 비릿한 조소를 흘리며 다가들던 인영 하나가 그대로 처절한 비명 속에 분육(分肉)되어
날아올랐다.
순간,
"허억! 백골수라신이 단 일장(一掌)에!"
"저럴 수가!"
백골수라신이라면 호남에서 일갑자 전부터 흉명을 떨쳐왔던 전대마인으로 백솔음풍수(白骨陰風
手)라는 한음공(寒陰功)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거마가 단 일장에 격살된 것이었다.
"크녠! 본좌를 건드리면 모조리 염왕의 제물이 되리라!"
화우성은 짙은 마소를 흩뿌리며 금안을 희번덕였다.
그 순간, 사위는 이미 잠잠한 침묵 속에 빠져 있었다.
"녠! 겁장이 같은 놈들!"
스윽!
화우성은 한 줄기 조소를 날리며 신형을 뽑아들었다.
끝도 보이지 않는 대밀림지대 사방 일백 리 이내는 수목군으로 뒤덮여 있었다. 거기에 죽음같은
정적과 칠흑같은 암흑만이 음울하게 깔려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늪, 피부의 모공을 통하여 끈끈하게 스며드는 장독, 독오공, 만년독봉, 천년독
혈사, 쌍두금린독와 한 방울의 독액만으로도 황소를 죽일 수 있다는 전설의 독물, 독충이 우글거
리는 독의 천국으로 발 끝마다 걸리고 넘어지는 식인마등(食人魔藤), 그것은 공포와 전율의 지옥
경이었다.
"으으... 사, 살려줘!"
스르르륵!
사십대 장한의 하반신은 이미 늪 속에 잠겨 연신 허위적거리며 사색을 띄고 있는데 그것도 잠시
뿐으로 어느 사이엔가 그의 부르르 떨리는 손 끝마저 사라져 버렸다.
오직 죽음만이 기다리는 무저필사소(無底必死沼)...
"으으!"
청해살황 마등은 청해일대에서 공포의 살황(殺皇)으로 군림하는 대마성으로 안색은 밀랍같이 창
백하게 변색되어 있었다.
그는 전신내력을 다하여 사지를 움직였으나 그럴수록 투명하기조차 한 은사가 그의 몸을 점점 옭
아들고 있었다. 은사는 엄청난 흡착력을 지닌 거미줄이었다.
"으으!"
하얗게 탈색된 그의 동공은 파열될 듯한 곳을 직시하고 있었다.
쉿! 쉬이!
천천히 느릿느릿 거미줄을 밟으며 다가들고 있는 일 장 크기의 거미는 은령사사신주(銀靈死死神
蛛)로 알려진 천 년 묵은 독거미였다.
주망(蛛網)은 일순 팽팽하게 당겨졌다.
"안 돼! 크아악!"
우두둑!
공포에 질린 음성은 이내 처절한 비명 속에 사그러들고 둔탁한 뼈조각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섬뜩한 인혈이 은빛 주망을 핏빛으로 물들인다.
"제길! 더럽게도 으스스하군!"
휘익!
빛살같이 암흑의 밀림을 누비는 인영은 천리독행비라는 경공술에 관한한 일가(一家)를 이룬 위인
이었다. 헌데, 그는 눈앞만 살피느라 그의 발 밑에서 하나의 검은 동결이 채이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스르르르!
그것은 분명 움직일 수 없는 나무등걸이었음에 분명했으나 물 속의 수초(水草)처럼 흔들리며 그
것은 점차 인간의 체온(體溫)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헛! 이, 이건 뭐야?"
나무 등걸이 천리독행비의 발목을 낚아챈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이것은 식인마등! 흐윽!"
경악은 잠깐이었고 그의 체내에 있던 피(血)가 빨려나간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털썩!
지면에 동댕이쳐진 천리독행비의 신형은 바람 빠진 고무공처럼 흐늘흐늘했다.
사방 일백 리에 걸쳐서 이런 끔찍한 혈사(血死)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일부분일 뿐이었다.
인간을 무서워한 일이 있는가?
지면을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두드려야 하고 안력을 극대화하여 독물, 독충을 미연에 방지하여 죽
이며, 청력을 돋우어 식인마들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피해야 하는 인간의 극한 한계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인간! 어둠과 밀림의 자식들은 지옥밀야림에 들어온 인물들이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면 죽음의 사
사혈전을 날려 잠든 자의 수급은 일각도 안 되어 사라지고 만다.
우두둑!
두 마리의 철갑악어가 무엇인가 희끄무레한 것을 양쪽에서 물고 몸을 비틀자 뭉턱뭉턱 잘려진 살
점들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악어들이 물어뜯고 있는 것은 바로 인육이 아닌가?
순간,
피피핑!
두 줄기 지강(指剛)이 날아와 악어들의 머리통을 산산이 부숴버렸고 그와 함께 한 인영이 서서히
장내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스르륵!
두 마리 악어와 분육된 시신은 점차 늪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인영은 늪 위 한 치 위에 둥실 떠 있는 것이 바람도 불지 않건만 긴 적발이 폭풍을 만난 듯 펄럭
인다.
화우성은 비록 천마대혈종으로 변신하여 금안(金眼)으로 보이나 그의 동공 깊숙이에는 엄청난 분
노의 화염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목숨을 건 관문이고 자의로 들어 왔다고는 하나 이토록 참혹할 수가!"
화우성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혈각! 여기서 본 이상으로 그대들을 다뤄주마! 처절하게..."
이제 오십 리를 왔건만 그 동안 눈으로 목격한 피의 살륙(殺戮)은 화우성의 노화를 극으로 치솟
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지옥밀야림!
이곳은 그대로 지옥의 밤이었다.
".....?"
문득, 사사림의 눈가로 스산한 살광(殺光)이 스쳐갔다.
(후후! 왔군! 암흑과 밀림의 자식들이...)
슷!
그런 그의 등 뒤로 한 줄기 섬광이 빨려들 듯 작렬했다.
"으음!"
털썩!
화우성은 일순 등 뒤로 진기를 모아 날아온 물체를 고정시키며 신형을 쓰러뜨렸다.
"캇! 죽였다! 죽였어!"
한 줄기 앳된 울부짖음이 밀림을 뒤흔들었는데 이런 류의 사람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까무
잡잡한 피부에 지나치게 두툼한 입술에 키는 삼 척을 결코 넘지 못할 난장이 하나가 풀잎으로 가
린 옷차림에 한 손엔 자그마한 대롱 하나를 들고 팔짝팔짝 뛰며 기뻐하고 있었다.
"캇! 오늘은 열 개를 죽였다! 왕께서 기뻐하신다. 돌아가자!"
난장이는 기쁜 듯 웃으며 밀림 속을 유유히 헤치며 사라져 갔다.
"후후... 지상에서 가장 작다는 야효밀족(夜梟密族)을 보게 되다니 허나!"
어느새 신형을 일으켜 세운 화우성은 어떤 결심을 굳힌 듯 안색을 싸늘하게 변색시켰다.
"감히 중원 한복판에서 살륙을 자행하다니, 내 그냥 두지 않으리라!"
슷!
싸늘한 냉갈을 토하며 화우성은 야효밀족의 난장이가 사라진 곳으로 신형을 날렸다.
"끼이호!"
둥! 두두두두두둥!
휘황하게 타오르는 엄청난 불길의 주위, 삼 척밖에 안 되는 난장이들이 미친 듯이 몸을 흔들며
광무(狂舞)의 춤사위판을 벌이고 있었다.
미친 듯한 통나무의 괴성과 어우러지는 야수의 괴성으로 장내는 광란의 도가니였다.
"카캇! 실시하랏!"
상좌에 앉아 있던 난장이는 뭇 난장이들보다 한 배 반은 더 큰, 오 척은 됨직한 거인이 가래 끓
는 듯한 괴음을 발했다.
흡사, 올빼미를 보는 듯한 그의 입가로는 날카로운 귀아가 번뜩이고 있었다.
"끼야호! 왕께서 허락하셨다."
"카오! 왕을 즐겁게 해 드려라!"
난장이들은 거대한 철관을 메고 나오며 연신 괴성을 질러댔는데 안에는 발가벗겨져 묶인 나인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촤악!
철관 안으로 매케한 기름이 부어지고 화염의 불꽃 속으로 들어갔다. 인간을 통째로 구워 먹으려
하다니 이런 천인공노할 일이 잇단 말인가?
둥! 둥둥둥둥!
"끼호!"
장내는 다시금 미친 듯한 광무의 광란으로 돌변했다.
(저, 저런! 금수만도 못한 야만인들이!)
야효밀족을 따라온 화우성은 어둠 속에서 한쌍의 눈이 잔혹한 살기를 피어올리며 이 미친 광태에
피가 거꾸로 치솟는 듯한 느낌이었다.
"죽이리라! 인세의 모든 악을!"
쐐액!
어둠 속에서 유성처럼 한 줄기 빛무리가 자애로 폭출되었다.
"악(惡)의 씨를 말리고 말리라! 벽뢰유성폭(霹雷流星爆)!"
콰콰콰쾅!
"크아악!"
수백 명의 난장이들은 유성처럼 쏟아지는 수천, 수만 가닥의 벽뢰강에 새카맣게 그을려 죽어갔다.
"어떤 놈이냐! 감히 본 식인마왕의 식사를 방해하는 크흑..."
오척단구의 올빼미 난장이는 눈을 부릅뜨다가 단상에서 나뒹굴었다.
"크으! 감히!"
상처입은 독오른 올
위대한 탄생 대천황성(大天皇城)
화우성은 여러 번 놀라야 했다.
<대천황성(大天皇城)...>
그렇게 이름붙여진 초유의 엄청난 거성(巨城)은 군산(君山)의 광활한 지하 속에 건립되어 있었다.
천하제일지 혜천성녀 단리운혜의 지혜와 일천천불군의 파천황력이 합일되어 이룩된 미증유의 지
하거성으로 총 일만 평에 달하는 지하굴을 뚫고 수백 개의 고루거각이 세워져 있다.
일천 종의 살진(殺陣)과 일만 개의 사관(死關)으로 둘러싸인 천험의 요새! 백만 관의 화약이 터진
다 해도 끄떡 않을 이 엄청난 거성인 대천황성은 불과 일백 일 만에 세워진 것이었다.
-대천황성(大天皇城)!
항차 천하 위에 우뚝 서서 군림할 대천황이 기거할 성역은 탄생된 것이었다.
<수정별부(水晶別府)...>
일천천불군이 최대의 심혈을 기울여 건립한 수중별원(水中別院)으로 화우성과 단리운혜의 신방이
기도 했다.
동정호의 수심 오십 장 밑에 자수정으로 사면을 수족관처럼 만든 천외기경의 방으로 낮에는 햇살
을 투과하여 영롱하게 빛나고 밤엔 월광을 흡수하여 은하의 장관을 이룬다.
안에선 수중에 노니는 물고기와 수초까지 감상할 수 있으나 밖에선 그저 거대한 수중석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설사 황제라 할지라도 누리지 못한 천외의 신방의 실내는 온통 신비스런 금광 속에 휘황한 칠채
서기를 발한다.
환상의 수정별부... 헌데, 칠채의 서기 속에 타오르는 뜨거운 열기가 있었다.
월광을 받고 그것은 또다시 자수정벽을 통과하여 신비롭고도 찬연한 서광으로 변해 한 곳으로 집
중된다.
침상, 지상의 모든 축복이 집중되어 있는 듯 자단향목의 은은한 향내가 흐르는 사이로 두남녀의
뜨겁고도 농밀한 정사(情事)가 행해지고 있었다.
꿈틀거리는 나신 위로 쏟아져 내리는 보광은 번들거리는 땀방울 위에서 반짝인다.
"운혜!"
"성! 신첩은 견딜 수가...."
뜨겁게 뒤얽히는 숨가쁜 신음과 교성, 방 안은 휘몰아치는 열풍으로 후끈 달아올랐고 여인은 무
척이나 고통스러운 듯 신음과 함께 교구를 비틀고 있었다. 그녀의 교수는 고통으로 경련을 일으
키며 금침을 꼭 쥐고 있었다.
격심한 아픔으로 인해 상큼 찡그려진 아미와 살풋 감겨져 파르르 떨리는 긴 속눈썹과 흐느끼듯
교성을 발하는 여인의 입술 사이로는 연신 단내가 풍겨나오고 있었다.
"성!"
사내의 강력한 힘이 전신을 으스러질 듯 압박할 때마다 여인의 입에서는 숨넘어 가는 교성이 흘
러나왔다.
"운혜!"
"성!"
나신으로 뜨겁게 뒤얽힌 남녀는 바로 화우성과 단리운혜였다.
어느덧, 단린운혜와 화우성의 움직임이 급박해졌다.
단리운혜는 온몸에 가해지는 엄청난 중압감에 화우성의 등을 끌어안고 몸부림쳤다.
한 순간, 전라의 두 남녀는 동시에 헛바람을 삼켰다.
단리운혜는 자신의 비밀한 곳에서 엄청난 폭발이 이는 것을 느끼며 하얗게 눈을 치떴다. 그 고통
속에서 아련히 피어오르는 환희의 폭죽에 여인은 차츰 자신의 몸이 사내의 손에 익숙해져 감을
느낄 수 있었다.
화우성은 단리운혜의 교구를 가볍게 끌어안고 있었다.
"후훗! 운혜... 보기와는 달리 무척 풍요하구료. 어제도 느낀 바지만 운혜를 안으면 이 풍염한 몸
속으로 나의 모든 것이 파묻히는 듯하니..."
화우성은 문득 나직한 웃음을 발하며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힌 단리운혜의 옥용을 내려다 보았다.
"나빠요. 성!"
단리운혜는 옥용에 노을을 일으키며 화우성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정인을 그리는 마음에 대천황성을 벗어나 군산의 월경을 감상하던 여인, 꿈결같이 나타난 정인은
그녀의 모든 것을 원했고, 이 년(二年) 만에 해후한 정인에 의해 여인은 생각지도 못했던 월하의
정염을 불태웠던 터...
도둑처럼 지하의 대천황성을 둘러보며 놀람의 찬탄을 연발하는 그의 모습에 얼마나 웃었던지 여
인은 그 죄의 대가로 수정별부에서 달이 기울도록 흠뻑 사랑에 젖어야 했다.
단리운혜의 옥용에는 아직도 열기가 가시지 않은 듯 발그레한 홍운(紅雲)으로 뒤덮여 있었다.
문득, 그녀는 눈을 내리감으며 조심스레 물었다.
"천마대불종은 성의 장난이지요?"
그녀의 말에 화우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싱그러운 여인의 가슴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응! 지옥을 깨기위한 첫 번째 포석이지!"
단리운혜는 가슴이 간지러움을 느끼며 정인의 목을 끌어안았다.
"성이 없었다면 중원의 대혼(大魂)도 사라졌을 거예요. 또한.."
그녀는 문득 말을 끊으며 밑으로 내려가는 화우성의 응큼한 손을 잡아 올렸다.
"성은 내일 아버님과 세 분 숙부님을 뵈어야 해요! 그 분들은 불만이 대단해요! 아울러 흑!"
말을 하던 단리운혜의 봉목이 갑자기 하얗게 치떠졌다.
화우성의 손이 단리운혜의 교수를 벗어나 그녀의 은밀한 곳으로 파고든 때문이었다.
"다, 당신은 정말!"
단리운혜는 옥용를 빨갛게 물들이며 곱게 눈을 흘기며 화우성의 손을 떼어내려 했다.
그러나, 화우성은 눈을 찡긋하며 계속 손을 움직였다.
"훗! 장인어른을 뵙는 것은 날이 샌 다음의 일이고 나는 지금 못 참겠다고!"
이어, 그는 단리운혜의 풍염한 나신을 더듬으며 짓궂게 미소지었다.
"당신! 정말..."
이 밤이 하얗게 새도록 여인은 또다시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호천사비황!
천유대문성 단리천!
대전혈황 단천군!
불사성수종 초운학!
천기예후 교옥진!
천외의 신비문인 우내사비천의 지존들로 호천단혈맹을 구성하는데 주춧돌이 되었던 운중학(雲中
鶴)같은 기인(奇人)들이다.
헌데 그들 모두는 한결같이 경악하고 있었다.
(천하에 저런 인중용이 있었단 말인가?)
(운룡(雲龍)보다 십 배는 뛰어나다!)
불사성수종 초운학의 놀람은 다른 십 인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오오! 정(正)과 마(魔) 모든 것을 초월하여 천하에 군림한다는 제천성황신골(帝天聖皇神骨)을 당
대에 보게 되다니...)
그의 눈은 찢어질 듯 부릅떠져 있었다.
호천사비황의 전면에는 다정하게 단좌해 있는 단리운혜와 화우성의 모습이 보였다.
단리운혜는 화우성을 보고는 경탄하는 호천사비황의 눈치를 살피며 몹시 흐뭇해 하고 있었다.
"이름이 화우성이라고 했는가?"
천유대문성 단리천은 심유한 눈길로 화우성의 미안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빙장어른!"
화우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빙장? 벌써 혜아와 그렇게 가까운 사이였던가?"
단리천은 섭섭한 눈빛으로 단리운혜를 바라보자 그녀는 수줍은 듯 옥용을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
를 푹 숙였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단리천의 내심은 흐뭇하기조차 했다.
(혼기를 놓쳐 애태웠거늘 천룡(天龍)을 물어왔구나!)
그때, 대전혈황 단천군이 고개를 갸웃하며 화우성을 향해 물음을 던졌다.
"그런데 자네가 진정 번뇌관음인가? 천왕팔가 중의 천불세가주인?"
그의 뒤를 이어 따르는 천기예후 교옥린의 옥음이 있었다.
"혜아의 말에 따르면 막북의 절대자의 신화를 이룩한 도왕지존이기도 하다는데 그것이 사실인
가?"
그녀의 회사한 얼굴에는 아무래도 믿을 수 없다는 빛이 역력했다. 그것은 비단 그녀 뿐만의 불신
이 아니었다. 그러나, 단리운혜의 다음 말은 좌중을 온통 경악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이 분은 변황(邊荒)의 전설적 기인이신 범황삼천종의 공동 전인이시자 새북연맹의 맹주인 사라
천황(沙羅天皇)이세요."
".....!"
"거기에 천년해왕세가인 해왕세가의 천년절기를 이어받은 대해왕(大海王)이기도 해요!"
"그럴 수가!"
"어찌 한 사람이 그 모든 천학(天學)을 한 몸에 지닐 수 있단 말인가?"
일찍이 한 인간이 그토록 가공했던 예는 없었기에 호천사비황은 단리운혜의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호천단혈맹이 창설될 당시 본맹은 맹주의 위를 비워 두었었소! 그것은 맹주가 되기위해선 본인
보다 지혜가 뛰어나고 담형보다 무공이 뛰어난 탁월한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었
소."
".....!"
좌중은 조용한 단리천의 말을 들으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백 명은 됨직한 대전(大殿)에는
호천사비황을 비롯한 호천단혈맹의 주요 인물들과 일천천불군이 배석해 있었다.
단리천은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맹규 제일조에 명시되어 있듯 일백호천원로(一百護天元老)가 만장일치로 한 사람을 선출하여야
맹주가 될 수 있었소! 그러나 이제까진 그런 인물이 없었소. 이 자리에서 본인은 한 사람을 천거
하겠소!"
그의 말은 점점 열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여기 있는 사소협이라면 능히 그런 대임을 말을 능력이 있소! 본인은 사소협을 혈각을 깰 호천
혈(護天血)의 주인으로 천거하오! 마침 이 자리엔 일백호천원로께서 모두 계시니 가부(可否)를 결
정하시오!"
단리천은 할 말을 다했다는 듯 말문을 닫았다.
"아니 소생은 그런 대임을..."
화우성은 상황이 미묘하게 돌아가자 어리둥절해 하며 손을 내저었으나 그의 말은 대전혈황 담천
군의 육중한 어조에 감춰지고 말았다.
"지금같은 때에 사소협 같은 천인(天人)이 나타났음은 하늘의 뜻이오! 본인은 대륙천풍단(大陸天
風團)을 대표하여 수락하오!"
"허허! 이 늙은이도 불사천의림(不死天醫林)을 대표하여 허락할까 하네!"
불사성수종 초운학도 허연 백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녀도 군방천예루(群芳千藝樓)의 대표자로서 사소협의 맹주등극을 수락해요. 호호! 거부했다간
질녀의 미움을 사겠지?"
천기예후 교옥진은 단리운혜를 바라보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그것으로, 끝난 것이었다. 호천사비
황의 승낙은 곧 모든 사람의 마음을 한데 묶었고 그것은 한 영웅(英雄)의 새로운 변신이었다.
"삼가 호천대전풍군(護天大戰風軍)의 군주 철사자(鐵獅子) 담운룡이 맹주(盟主)를 뵈오이다!"
호천단혈맹의 무상(武相)이자, 후기지수 중 최강이라 일컫는 철사자 담운룡이 호천십이룡을 이끌
고 군례를 취한 것을 필두로...
"호천십팔봉(護天十八鳳)의 대봉후(大鳳后) 봉황서시(鳳凰西施) 매설란(梅雪蘭)이 맹주님을 뵈어
요!"
하나같이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닌 열여덟 명의 가인(佳人)들이 나비처럼 나풀 화우성의 앞에 무
릎을 꿇는다.
"서천무맹(西天武盟)을 이끄는 서천무황(西天武皇)입니다!"
"황하수룡채(黃河水龍寨)의 익수룡(翼水龍) 노량(魯亮)이외다!"
"거검패천종(巨劍覇天宗) 나백(羅伯)! 삼가 대종사께 인사드리오!"
그 뒤로 만리천강비(萬里天剛飛), 용녀(龍女) 해수련(海水蓮), 철선군자(鐵扇君子) 사승류(査丞流),
절대패승(絶代覇僧), 도광자(道光子) 등이 화우성을 향해 충성의 예를 올렸다.
아아! 과거 한 지방의 패주 아닌 자가 없고, 천 번을 싸워서 패한 숫자가 결코 십을 넘지 않는 대
기인들이 모조리 이곳에 운집해 있는 것이었다.
천뇌혈작 쌍뇌사혼자 북궁기의 예측은 정확한 것이었다. 호천단혈맹의 잠재력은 이토록 엄청났다.
허나, 그럼에도 호천단혈맹은 사라져야 했다.
"고수자는 많으나 초극이 모자란다. 지옥십대혈작을 상대할 만한 초극고수는 이삼 인에 불과해..."
고개를 젓는 화우성 말 그대로였다.
새로운 영원불멸의 위대한 탄생 대천황성!
향후, 일천 년 무림(武林) 위에 군림할 환우대천자(환宇大天子)의 거궁(巨宮)은 이렇게 있었다.
"훗! 그렇게 화내시는 것에도 매력이 계시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군요, 성!"
단리운혜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화우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화우성은 무언가 몹시
불만에 가득한 듯 연신 툴툴거리며 단리운혜를 아예 바라보고 있지도 않았다.
"화나셨어요?"
"솔직이 신경질이 좀 나오! 누님과 만나 편해지려고 왔는데 느닷없이 대천황성이란 것을 만들고
나를 대천황에 앉혀 짐을 지우는 것은 뭐요?"
"성!"
문득, 단리운혜는 코먹은 비음을 발하며 화우성의 목을 감아갔다.
"어어!"
느닷없는 단리운혜의 육탄공세에 화우성은 몸을 가누며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단리운혜는 혜지
넘치는 봉목을 들어 화우성의 두 눈을 빨아들일 듯 주시했다.
"구슬이 있다고 목걸이가 될 수는 없어요. 실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죠..."
"실?"
"그래요, 새북연맹을 비롯한 해왕세가, 일천천불군, 도왕세가, 그리고 호천단혈맹 등은 구슬이에
요."
".....!"
"그 구슬들은 성이 실이 됨으로써만 목걸이가 될 수 있어요."
(알고 있소! 천하를 위하는 누님의 마음을...)
화우성은 내심 가벼운 탄식을 흘렸다.
(천혜성령지신(天慧聖靈之身)! 하늘의 시기속에 시한부(時限附)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여인, 그 동
안 모든 방법을 연구해 보았으나 완치시킬 수 있는 묘법은 없었다.)
화우성의 눈가로 진한 아픔의 그늘이 스쳤다.
(누님도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그 전에 자신의 모든 능력을 기울여 나를 도와주려 하고 있는 것
이다! 허나...)
문득, 화우성의 눈가로 막연한 기대감이 어렸다.
(나의 몸 속에 잠재되어 이따금씩 터져나오는 엄청난 기류... 그것만 나의 모든 것으로 만들 수 있
다면 가능하거늘...)
화우성은 고개를 저을 때 단리운혜는 더욱 옥용을 들이밀며 단내나는 입술을 달싹였다.
스스로의 운명을 직감이라도 한 듯 그녀는 조금이라도 정인의 품에 더 머무르고 싶은 태도는 매
우 적극적이었다.
"성! 중원에는 당신에 이은 제 사(第四)의 변수가 있어요."
"제 사의 변수?"
단리운혜는 살포시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복수회(復讐會)라는 신비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을 불과 얼마 전에야 알았어요."
복수회(復讐會)!
제 사의 변수! 그것은 무엇인가?
"아(我)요. 적(敵)이요?"
화우성은 침중한 어조로 물었다.
"아직은 아무것도 복수회에 대한 것은 알 수 없어요. 다만 호천단혈맹과 버금가는 기세를 지녔다
는 것 외에는..."
"복수회라..."
단리운혜는 기이한 빛을 일렁이며 화우성에게 물음을 던졌다.
"천마대불종으로 변신하는 것은 혈각의 이목을 흩으리는 것 외에 또다른 이유가 계시지요?"
"정말 누님에게는 못 당하겠군!"
화우성은 감탄을 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중원은 이미 혈각의 천하요! 그들은 나를 제거키 위해선 막대한 희생이 따르리라 이미
예상하고 있을 것이오! 제거하기엔 너무 강하고 그렇다면 결과는 한 가지밖엔 없지 않겠소?"
"포섭!"
화우성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들은 기다릴 것이오! 지옥삼혈관문으로 내가 오기를 그러므로써 나는 자연스럽게 혈각로 들어
갈 수 있지..."
"아!"
단리운혜는 가벼운 탄성을 발했고 이내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화우성을 올려보았다.
"성! 조심하셔야 해요."
그녀의 말에 화우성은 빙긋 미소를 띄우며 호기롭게 대답했다.
"하핫! 누님, 기실 혈각쯤은 지금이라도 깰 수 있소."
중원천하를 독패하고 있는 혈각을 지금이라도 깨부술 수가 있다고 장담하는 화우성이었다. 하나,
그가 말한 것이기에 그 말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다만 참고 있는 것은 혈각의 뒤에 도사리고 있을 혈왕마가와 암흑마련을 알기까지는 우리의 전
력을 감춰야 합니다..."
"그러시다면?"
"이이제이(夷以制夷)!"
화우성은 짤막하게 답했다.
"혈각에 잠입하여 그들을 분열(分裂)시키고 그들의 힘으로 천하의 마세(魔勢)를 상잔시킨 후..."
파츠츳!
화우성의 눈가로 엄청난 광망이 솟구쳐 올랐다.
"그 여세를 몰아 혈각을 깨고 대천황성과 바다와 막북, 변황의 힘으로 일거에 혈왕마가와 암흑마
련을 박살낼 것이오..."
".....!"
"이 지상에서 다시는 지옥대전이란 말이 떠오르지 않을 것이오."
"아! 우성!"
이 순간, 단리운혜의 교구는 벅차오르는 희열과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성! 당신만이 할 수 있어요! 당신만이 환우대천좌에 올라 천년군림하실 수 있어요!)
여인은 단정했다. 그리고, 그 고난의 폭풍을 뚫고 그것은 실현된다.
대천황(大天皇) 화우성(花雨星)!
그에 의해서 말이다.
혈각의 천하(天下)가 당금 중원무림의 실상이었다. 그것은 거부될 수 없는 현실이었고, 그들은 곧
중원의 법(法)이었다.
혈각 무적군림의 시대의 중원천하는 한 장의 혈첩(血牒)에 격동하고 있었다.
한바탕의 대혈전(大血戰)은 인력(人力)의 손실을 가져왔고, 점령한 것을 지키기 위해선 몇 배의
손(手)이 필요하듯 혈각의 경우가 지금 그러했다.
<본 혈각의 천년군림시대가 도래했도다.
그 영광된 자리에 동참할 천년혈전사가 될 인재를 널리 구하려 하나니 가지고 있는 재주를 썩이
지 말고 오라!
천하천하의 기인(奇人)들이라 자부하는 인물들이여!
지옥삼혈관문(地獄三血關門)에 들라...>
<지옥삼혈관문(地獄三血關門)...>
그것은 향기로운 악마(惡魔)의 유혹이었다. 전염병처럼 삽시간에 전중원에 퍼져나가 욕망의 불을
가슴에 키우며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거마대효(巨魔大梟)들이 혈각로 모여들었다.
지옥밀야림(地獄密夜林)!
혈혈사혼관(血血邪魂關)!
천옥마욕문(天獄魔慾門)!
총 삼대관문으로 이루어진 지옥삼혈관문의 유혹은 실로 엄청난 것으로 인간이라면 조금의 야망을
생각했고, 약간의 탐욕을 지닌 인간이라면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악마의 유혹이었다.
지옥밀야림!
일백 리에 근처 있는 암흑과 공포의 밀림지대, 지옥삼혈관문의 제일관문이었다.
불과 제일 첫 번째의 관문이었으나 이곳의 통과자에게 부여되는 상품은 실로 아연실색한 것이다.
새로이 전중원에 설치되는 지옥백팔분성의 성주(城主)가 됨과 아울러 일천 명의 휘하고수를 거느
릴 수 있다.
뿐인가? 황금일천관의 상금을 받고, 절염의 미녀 하나를 첩으로 얻을 수 있으며 천 년 이전에 멸
망했다고 알려진 전설의 마문(魔門)인 마교의 비전마예인 마교백팔아수마전(魔敎百八阿修魔典) 중
의 한 가지씩을 얻을 수 있었다.
혈혈사혼관(血血邪魂關)!
통과자에게는 혈각의 중추신경이 될 혈천삼십육전(血天三十六殿)의 전주(殿主)가 된다.
오천 명의 수하를 거느릴 수 있고, 일만관의 황금을 받고 지옥백팔미희(地獄百八美姬) 중 이 인을
가질 수 있는 특권을 지닌다.
그와 아울러, 오백 년 전 천외(天外)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무적마군단 대전광풍삼십육천
강(大戰狂風三十六天剛)인 그들 일 인의 비학과 함께 그들이 지녔던 절대마병이 수여된다.
천옥마욕문(天獄魔慾門)!
새로이 확장된 지옥십팔혈궁(地獄十八血宮)의 궁주(宮主)로 임명된다.
지옥십팔혈궁 중 이미 십 인은 임명된 상태였는데 지옥십대혈작이 바로 그들이다.
혈각의 이인자 대열에 들어선다는 것은 곧 중원의 이인자가 된다는 것이었다.
일만의 무적마군단을 배속받으며, 십만 관의 황금을 손아귀에 틀어쥐며, 지옥십팔요정 중 세 명을
임의로 취할 수 있는 무상의 권좌! 그 모든 것이 천옥마욕문의 통과자에게 주어지는 것이었다.
<우우! 가자! 지옥삼혈관문으로...>
<캇! 비로소 본좌가 천하에 웅지를 펴리라!>
<흐흐! 혈각주여! 그대가 본좌를 열망으로 기다리는데 어이 가지 않으랴...>
보물에 눈이 뒤집힌 황금충들, 미녀라면 게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색한(色漢)들과 무공이라면 열흘
을 굶어도 모를 무광인군(武狂人群), 야망에 혼을 판 혈효(血梟)들 등 무수한 인간군들은 한 곳으
로 몰려들고 있었다.
야인산(野人山)...
안휘의 서남에 위치해 있는 천험의 대산, 검극(劍極)을 방불케 할 정도의 괴암검벽은 나는 새도
넘지 못할 정도로 높고 험하다.
중원천하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언제부터인가 야인산은 무인 그
것도 경세의 고수들이 집결하는 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간단했다. 지옥삼혈관문 때문이었다.
유명곡(幽冥谷)...
지옥의 유부를 방불케 하는 한 점의 빛조차 스며들지 않는다는 야인산 깊숙이 위치해 있는 죽음
의 계곡에 많지는 않으나 꾸준히 이 유명곡으로 혼자 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찾아드는 인물들
이 있었다.
뭉클! 뭉클!
한 점 빛도 없는 암흑 속에, 물씬 죽음의 향내를 포용하며 피어오르는 흑무, 그사이로 섬뜩한 핏
빛의 야명주가 귀기롭게 한 줄기 글귀를 수놓고 있었다.
<내공(內功)이 삼갑자 아래라면 돌아가라!
목숨이 아까운 자 아예 혀를 깨물고 자결하라!
흐흐! 들어왔으나 능력없는 자 본왕의 목을 죽이는 인혈로가 되리라!
식인마왕(食人魔王) 사혼(死魂) 서(書)>
금방이라도 핏물이 떨어질 듯한 혈서(血書),
그렇다! 이곳은 바로 지옥삼혈관문 중 제일관문인 지옥밀야림이었다.
끊임없이 들어오나 살아나와 혈각에 드는 자는 불과 천(千)에 십(十)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도 죽음의 초혼곡(招魂曲)을 따라 지옥문을 두드리는 야망에 혼을 판 인간군은 끊이지 않고 이어
지고 있었다.
"녠! 이곳이 바로 지옥삼혈관문 중 첫 번째 지옥밀야림인가?"
문득 암흑을 뚫고 울려퍼지는 쇠를 갉는 듯한 탁음이 있었고 유령인 듯 가벼운 파공음과 함께 한
인영이 나타났다.
적발, 혈면, 금안, 혈포를 걸친 괴인이었다.
"천마대불종!"
"지옥의 학살자!"
"저 공포의 대마종도 기어코 왔군!"
어둠 속에서 암흑에 구애받지 않는 초고수자들이 그를 일별하고는 경악성을 흘렸다.
"흐흐! 늙은 노물이 계집을 얻을 수 있다고 하니까... 크악!"
한 줄기 비릿한 조소를 흘리며 다가들던 인영 하나가 그대로 처절한 비명 속에 분육(分肉)되어
날아올랐다.
순간,
"허억! 백골수라신이 단 일장(一掌)에!"
"저럴 수가!"
백골수라신이라면 호남에서 일갑자 전부터 흉명을 떨쳐왔던 전대마인으로 백솔음풍수(白骨陰風
手)라는 한음공(寒陰功)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거마가 단 일장에 격살된 것이었다.
"크녠! 본좌를 건드리면 모조리 염왕의 제물이 되리라!"
화우성은 짙은 마소를 흩뿌리며 금안을 희번덕였다.
그 순간, 사위는 이미 잠잠한 침묵 속에 빠져 있었다.
"녠! 겁장이 같은 놈들!"
스윽!
화우성은 한 줄기 조소를 날리며 신형을 뽑아들었다.
끝도 보이지 않는 대밀림지대 사방 일백 리 이내는 수목군으로 뒤덮여 있었다. 거기에 죽음같은
정적과 칠흑같은 암흑만이 음울하게 깔려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늪, 피부의 모공을 통하여 끈끈하게 스며드는 장독, 독오공, 만년독봉, 천년독
혈사, 쌍두금린독와 한 방울의 독액만으로도 황소를 죽일 수 있다는 전설의 독물, 독충이 우글거
리는 독의 천국으로 발 끝마다 걸리고 넘어지는 식인마등(食人魔藤), 그것은 공포와 전율의 지옥
경이었다.
"으으... 사, 살려줘!"
스르르륵!
사십대 장한의 하반신은 이미 늪 속에 잠겨 연신 허위적거리며 사색을 띄고 있는데 그것도 잠시
뿐으로 어느 사이엔가 그의 부르르 떨리는 손 끝마저 사라져 버렸다.
오직 죽음만이 기다리는 무저필사소(無底必死沼)...
"으으!"
청해살황 마등은 청해일대에서 공포의 살황(殺皇)으로 군림하는 대마성으로 안색은 밀랍같이 창
백하게 변색되어 있었다.
그는 전신내력을 다하여 사지를 움직였으나 그럴수록 투명하기조차 한 은사가 그의 몸을 점점 옭
아들고 있었다. 은사는 엄청난 흡착력을 지닌 거미줄이었다.
"으으!"
하얗게 탈색된 그의 동공은 파열될 듯한 곳을 직시하고 있었다.
쉿! 쉬이!
천천히 느릿느릿 거미줄을 밟으며 다가들고 있는 일 장 크기의 거미는 은령사사신주(銀靈死死神
蛛)로 알려진 천 년 묵은 독거미였다.
주망(蛛網)은 일순 팽팽하게 당겨졌다.
"안 돼! 크아악!"
우두둑!
공포에 질린 음성은 이내 처절한 비명 속에 사그러들고 둔탁한 뼈조각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섬뜩한 인혈이 은빛 주망을 핏빛으로 물들인다.
"제길! 더럽게도 으스스하군!"
휘익!
빛살같이 암흑의 밀림을 누비는 인영은 천리독행비라는 경공술에 관한한 일가(一家)를 이룬 위인
이었다. 헌데, 그는 눈앞만 살피느라 그의 발 밑에서 하나의 검은 동결이 채이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스르르르!
그것은 분명 움직일 수 없는 나무등걸이었음에 분명했으나 물 속의 수초(水草)처럼 흔들리며 그
것은 점차 인간의 체온(體溫)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헛! 이, 이건 뭐야?"
나무 등걸이 천리독행비의 발목을 낚아챈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이것은 식인마등! 흐윽!"
경악은 잠깐이었고 그의 체내에 있던 피(血)가 빨려나간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털썩!
지면에 동댕이쳐진 천리독행비의 신형은 바람 빠진 고무공처럼 흐늘흐늘했다.
사방 일백 리에 걸쳐서 이런 끔찍한 혈사(血死)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일부분일 뿐이었다.
인간을 무서워한 일이 있는가?
지면을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두드려야 하고 안력을 극대화하여 독물, 독충을 미연에 방지하여 죽
이며, 청력을 돋우어 식인마들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피해야 하는 인간의 극한 한계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인간! 어둠과 밀림의 자식들은 지옥밀야림에 들어온 인물들이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면 죽음의 사
사혈전을 날려 잠든 자의 수급은 일각도 안 되어 사라지고 만다.
우두둑!
두 마리의 철갑악어가 무엇인가 희끄무레한 것을 양쪽에서 물고 몸을 비틀자 뭉턱뭉턱 잘려진 살
점들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악어들이 물어뜯고 있는 것은 바로 인육이 아닌가?
순간,
피피핑!
두 줄기 지강(指剛)이 날아와 악어들의 머리통을 산산이 부숴버렸고 그와 함께 한 인영이 서서히
장내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스르륵!
두 마리 악어와 분육된 시신은 점차 늪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인영은 늪 위 한 치 위에 둥실 떠 있는 것이 바람도 불지 않건만 긴 적발이 폭풍을 만난 듯 펄럭
인다.
화우성은 비록 천마대혈종으로 변신하여 금안(金眼)으로 보이나 그의 동공 깊숙이에는 엄청난 분
노의 화염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목숨을 건 관문이고 자의로 들어 왔다고는 하나 이토록 참혹할 수가!"
화우성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혈각! 여기서 본 이상으로 그대들을 다뤄주마! 처절하게..."
이제 오십 리를 왔건만 그 동안 눈으로 목격한 피의 살륙(殺戮)은 화우성의 노화를 극으로 치솟
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지옥밀야림!
이곳은 그대로 지옥의 밤이었다.
".....?"
문득, 사사림의 눈가로 스산한 살광(殺光)이 스쳐갔다.
(후후! 왔군! 암흑과 밀림의 자식들이...)
슷!
그런 그의 등 뒤로 한 줄기 섬광이 빨려들 듯 작렬했다.
"으음!"
털썩!
화우성은 일순 등 뒤로 진기를 모아 날아온 물체를 고정시키며 신형을 쓰러뜨렸다.
"캇! 죽였다! 죽였어!"
한 줄기 앳된 울부짖음이 밀림을 뒤흔들었는데 이런 류의 사람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까무
잡잡한 피부에 지나치게 두툼한 입술에 키는 삼 척을 결코 넘지 못할 난장이 하나가 풀잎으로 가
린 옷차림에 한 손엔 자그마한 대롱 하나를 들고 팔짝팔짝 뛰며 기뻐하고 있었다.
"캇! 오늘은 열 개를 죽였다! 왕께서 기뻐하신다. 돌아가자!"
난장이는 기쁜 듯 웃으며 밀림 속을 유유히 헤치며 사라져 갔다.
"후후... 지상에서 가장 작다는 야효밀족(夜梟密族)을 보게 되다니 허나!"
어느새 신형을 일으켜 세운 화우성은 어떤 결심을 굳힌 듯 안색을 싸늘하게 변색시켰다.
"감히 중원 한복판에서 살륙을 자행하다니, 내 그냥 두지 않으리라!"
슷!
싸늘한 냉갈을 토하며 화우성은 야효밀족의 난장이가 사라진 곳으로 신형을 날렸다.
"끼이호!"
둥! 두두두두두둥!
휘황하게 타오르는 엄청난 불길의 주위, 삼 척밖에 안 되는 난장이들이 미친 듯이 몸을 흔들며
광무(狂舞)의 춤사위판을 벌이고 있었다.
미친 듯한 통나무의 괴성과 어우러지는 야수의 괴성으로 장내는 광란의 도가니였다.
"카캇! 실시하랏!"
상좌에 앉아 있던 난장이는 뭇 난장이들보다 한 배 반은 더 큰, 오 척은 됨직한 거인이 가래 끓
는 듯한 괴음을 발했다.
흡사, 올빼미를 보는 듯한 그의 입가로는 날카로운 귀아가 번뜩이고 있었다.
"끼야호! 왕께서 허락하셨다."
"카오! 왕을 즐겁게 해 드려라!"
난장이들은 거대한 철관을 메고 나오며 연신 괴성을 질러댔는데 안에는 발가벗겨져 묶인 나인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촤악!
철관 안으로 매케한 기름이 부어지고 화염의 불꽃 속으로 들어갔다. 인간을 통째로 구워 먹으려
하다니 이런 천인공노할 일이 잇단 말인가?
둥! 둥둥둥둥!
"끼호!"
장내는 다시금 미친 듯한 광무의 광란으로 돌변했다.
(저, 저런! 금수만도 못한 야만인들이!)
야효밀족을 따라온 화우성은 어둠 속에서 한쌍의 눈이 잔혹한 살기를 피어올리며 이 미친 광태에
피가 거꾸로 치솟는 듯한 느낌이었다.
"죽이리라! 인세의 모든 악을!"
쐐액!
어둠 속에서 유성처럼 한 줄기 빛무리가 자애로 폭출되었다.
"악(惡)의 씨를 말리고 말리라! 벽뢰유성폭(霹雷流星爆)!"
콰콰콰쾅!
"크아악!"
수백 명의 난장이들은 유성처럼 쏟아지는 수천, 수만 가닥의 벽뢰강에 새카맣게 그을려 죽어갔다.
"어떤 놈이냐! 감히 본 식인마왕의 식사를 방해하는 크흑..."
오척단구의 올빼미 난장이는 눈을 부릅뜨다가 단상에서 나뒹굴었다.
"크으! 감히!"
상처입은 독오른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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