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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천년 - 7장

第 七 章 千年전前의 미인美人


「누란왕후!」
이검한은 자신도 모르게 경악성을 터뜨렸다.

──── 누란왕후(樓蘭王后) 흑요설(黑妖雪)!

그녀가 누구인가?
저 전설의 왕국 누란의 마지막 왕후,
신강 일대에서는 아직도 그녀를 고금제일미인(古今第一美人)으로 추앙하고 있었다.
하나,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 했던가?
누란왕후 흑요설(黑妖雪)은 그 아름다운 용모 때문에 비극적인 일생을 살아야만 했다.
그녀는 열세살의 어린 나이로 누란왕의 눈에 들어 누란왕후(樓蘭王后)의 고귀한 신분이 되었다.
하나,
그녀가 십구세 되던 해,
그녀의 남편은 흑요설의 미모를 욕심낸 자에 의해 피살 당하고 말았다.
살인자는 다름 아닌 누란왕의 친동생이었다.
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한 그 자는 왕위 뿐 아니라 형수인 왕후까지 차지해 버렸다.
누란왕후 흑요설,
그녀는 모진 목슴을 연명하기 위해 시동생이며 남편의 원수와 부부로 살아야만 했다.
하나,
그것으로 그녀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그녀의 나이 이십 육세가 되던 해,
두 번째 남편마저 타인에 의해 피살되고 말았다.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을 살해한 인물은 전남편의 아들이었다.
흑요설에게는 전처소생의 아들이 한명 있었다.
바로 그자가 자신의 숙부를 살해하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왕위를 되찾은 것이었다.
하나,
그자 역시 짐승과 다름없는 사내였다.
그자는 숙부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것에 그치지 않고 흑요설의 육체까지 유린한 것이었다.
그로써,
흑요설은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시동생에게까지 몸을 허락한 비참한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다.
양아들이기도 한 그녀의 세 번째 남편은 그러나 오래지않아 죄값을 치루었다.

──── 양모(養母)를 아내로 삼다니 용서할 수 없다!

그같은 핑계로 주위의 소국들이 연합하여 누란왕국을 쳐들어 온 것이었다.
결국,
누란왕은 양어머니의 육체를 즐기다가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그와함께,
화려하던 누란왕국도 한 순간에 잿더미로 화해 버렸다.
그 전란 중에 누란왕후 흑요설도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녀는 누란왕국을 멸망시킨 십삼개국 국왕들의 공동 전리품이 되고 말았으니......
누란의 보물을 각기 나눠가진 십삼국의 국왕들,
그자들은 누란왕후 흑요설의 처리 문제에 이르러서는 골치를 앓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흑요설의 나이는 겨우 이십구세였다.
한창 완숙하여 물이 오른 그녀의 미모는 절정에 달해 있었다.
십삼개국의 국왕들이 그런 그녀에 홀딱 반한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자들은 흑요설에 대한 소유권을 놓고 서로 치열한 암투를 벌였다.
급기야 십삼연합국의 사이가 전쟁으로 비화될 판국이었다.
이에,
각국의 왕들은 한 가지 절충안을 짜내기에 이르렀다.
누란왕후 흑요설을 어느 한 곳에 감금해두고 돌아가며 그녀를 소유하기로 한 것이었다.
실로 짐승만도 못한 만해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결국,
흑요설은 한곳 이궁(離宮)에 갇힌 채 십삼국왕의 노리개로 전락하고 말았다.
일국 왕후(王后)의 고귀한 신분에서 욕정에 미친 사내들의 정액받이로 전락하게 된 흑요설,
그녀는 처음에는 반쯤 미쳐 버렸다.
하나,
오래지않아 그녀는 이성을 되찾았다.
그녀는 복수를 다짐했다.
그리고 기회를 엿보았다.
삼년(三年),
흑요설은 삼 년의 세월동안 십삼국왕의 노리개 노릇을 충실히 해냈다.
과연,
흑요설이 굴욕과 수치를 참으며 인내한 보람이 있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오래 먹다보면 질리게 되는 법,
하루도 쉬지 않고 흑요설의 육체를 탐닉하던 십삼국왕도 삼년이 지나자 차츰 발길이 소원해졌다.
그때를 노려 흑요설은 마침내 이궁을 탈출할 수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자유의 몸이 된 흑요설,
그녀는 이곳 대과벽으로 달아났다.
그녀는 오래 전 누란왕국의 보물창고에서 한 장의 장보도를 본적이 있었다.
그 장보도는 현음마모(玄陰魔母)라는 전설적인 상고기인의 은거지를 담고 있었다.
현음마모(玄陰魔母)는 호풍환우의 신술마저 지녔었다고 알려진 고금제일의 여고수였다.
그녀의 절기만 얻으면 흑요설은 자신을 농락한 세상의 모든 사내들을 몰살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그녀는 현음마모의 은거지였던 이곳 현음동천(玄陰洞天)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나......
현음동천의 어디에도 현음마모(玄陰魔母)의 유학은 남아있지 않았다.
흑요설이 현음동천에 들어왔을 때는 숱한 보물들 외에 무공과 관련된 유물은 단 한가지도 없었던 것이다.
흑요설은 절망에 빠졌다.
망연자실해져 있던 흑요설,
하나,
오래지않아 그녀는 복수를 할 수 있는 한가지 방도를 생각해냈다.
그녀에게는 남들이 지니지 못한 한가지 특이한 비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내들을 기쁘게 해주는 방중비법이었다.
그 방중비법 중에는 사내의 양기를 갈취하여 젊음을 유지하는 채양보음의 사술도 포함되어 있었다.
곧 흑요설은 한가지 독계(毒計)를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즉,
몇 명의 고수를 이곳 현음동천으로 유인하여 자시의 미모로 그들의 내공을 갈취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네명의 고수가 선택되었다.

------ 황역사천왕(荒域四天王)!

당시 신강 일대를 주름잡던 최강의 무인들,
개개인이 한 가지 방면에서 가히 우내최강이랄 수 있는 자들이었다.

적양신마(赤陽神魔)------!
천랑신붕황(天狼神鵬皇)------!
유사지존(流砂至尊)------!
도마(刀魔) 파천(破天)------!

바로 이들이었다.
그들은 중원무림의 역대 어떤 고수에게도 뒤지지 않는 초절정의 고수들이었다.
당시 그들은 사분한 채 웅거하고 있었다.
흑요설은 그들을 현음마모(玄陰魔母)의 장보도로 유인했다.
사 인은 동시에 현음동천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치열한 암투를 벌이며 그 와중에서도 흑요설과 함께 현음마모의 유물을 찾았다.

------ 현음마모(玄陰魔母)의 유물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그 계집이 노린 것은 다름아닌 우리 네 사람의 내공이었다. 그녀는 차례로 우리 사 인을 유혹했고 ...... 어리석게도 우리는 그 계집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만큼 그 계집의 매력은 치명적이었다......


회한과 원통함으로 가득찬 글,
그렇다.
사 인은 어느덧 흑요설의 마수에 빠져들고 만 것이었다.
사 인은 그 초절한 무공실력만큼 극도로 자존심이 강한 인물들이었다.
하나,
그런 그들이건만 흑요설의 앞에서는 그저 무력한 수컷에 불과 했으니......
흑요설의 육체를 독점하기는커녕 그저 넷이서 흑요설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감지덕지할 뿐이었다.
어이없게도 그들은 매일매일 흑요설의 부름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어느날 문득,
그들은 깨닫게 되었다.
자신들의 내공 중 태반이 소멸되었음을......
그들은 아연실색했다.
하나,
이미 늦었다.
그들의 막강한 내공은 거의 흑요설이 갈취해간 것이었다.
가히 천년수위의 내공,
그것이 모두 흑요설의 한몸으로 흘러든 것이었다.
아연함을 금치못한 사인,
결국 그들은 흑요설을 협공하기에 이르렀다.
생사를 건 치열한 격전,
그 와중에 도마(刀魔) 파천(破天)과 유사지존(流砂至尊)이 흑요설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또한,
천랑신붕황(天狼神鵬皇)과 적양신마(赤陽神魔)도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하나,
그 대가로 그들은 흑요설을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회한에 찬글의 내용은 계속이어지고 있었다.
------ 그러나 비록 흑요설을 쓰러뜨리기는 했으나 완전히 죽이지는 못했다. 그 계집은 어느덧 우리 사인의 내공을 융합하여 반불사지체(半不死之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인 중 최강자인 적양신마(赤陽神魔)가 최후의 수법으로 그 계집을 잠재우겠다고 그 요녀의 침실로 들어갔으나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경고하거니와 그대는 발길을 돌릴지어다. 그 대가로 우리 사인의 절기를 그대에게 남기노니 그것으로 만족하기를 바란다.

X X X

철문에 기대선 채 죽어있는 피의인, 즉 천랑신붕황(天狼神鵬皇).
그가 남긴 글은 그렇게 끝나 있었다.
이검한,
그는 그 글을 읽으며 마치 한 편의 전설을 읽은 느낌이 들었다.
「서역제일미인으로 이름난 누란왕후가 이 안에 잠들어 있단 말이지?」
그는 눈을 빛내며 철문을 주시했다.
(과연 그 분은 얼마나 아름다웠기에 황역사천왕(荒域四天王) 정도의 고수자들을 미혹케 했단 말인가?)
그는 강렬한 호기심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당장 그는 철문을 열고 들어가 누란 왕후가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또한,
천랑신붕황의 경고도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경계심도 없지 않았다.
하나,
경계심보다는 호기심쪽이 더 강한 법,
이검한은 강렬하게 치미느 호기심과 궁금증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의 생각을 합리화시켰다.
「이미 천년 이전에 벌어진 일이다. 그 여자가 아직 살아 있을 리가 없어!」
이어,
그는 마침내 손을 뻗어 철문을 밀었다.
순간,
쩡 ------!
「웃!」
그는 깜짝 놀라며 흠칫 몸을 떨었다.
(저럴 수가......!)
그는 검미를 찡거리며 경악이 가득한 시선으로 철문의 안쪽을 주시했다.
철문 안,
그곳은 한 칸을 석실이었다.
석실의 중앙,
하나의 백옥침상이 놓여 있었다.
한데,
그 침상 주위를 온통 시뻘건 빛의 막이 뒤덮고 있지 않은가?
마치 사발을 엎어놓은 듯한 시뻘건 광구,
그 안에 한 명의 여인이 반듯이 누워있었다.
나이는 얼마나 된 것일까?
여이의 용모로 보아서는 나이를 종잡을 수 없는 모습,
어찌보면 그녀는 앳된 십대소녀로 보였다.
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녀의 나이는 아주 많은 듯도 했다.
어찌되었건,
여인은 실로 대단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이검한은 이제껏 여자라고는 전모(電母) 냉약빙밖에는 보지 못했다.
당연히 그는 냉약빙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나,
그 절대적인(?) 믿음은 이순간 깨지고 있었다.
냉약빙은 천하절색(天下絶色)이었다.
젊었을 때는 천하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미인(美人) 소리를 듣던 그녀였다.
하나,
그런 그녀이건만 지금 백옥침상 위에 누운 여인의 미모에 비하면 많은 손색이 있었다.
침상 위의 여인,
그녀는 아름다웠다.
너무 아름다워 보는 이의 혼을 빼놓을 듯했다.
십전완미(十全完美)!
가히 완벽한 미모!
무엇하나 모자라거나 넘침이 없는 절대의 균형미와 조화,
그 위에 눈부신 관능미......
여인은 한눈에 보기에도 중원인이 아님을 알수 있었다.
그녀는 이역의 색목여인인 듯 했다.
서역여인 특유의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 빼어난 기품,
실로 천하를 떨어 울리고도 남을 절륜한 미색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이검한은 침상위의 여인을 바라보며 절로 얼굴을 붉혔다.
(민망하네!)
그도 그럴 것이,
백옥 침상 위의 여인,
그녀는 아찔하게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아닌가?
그 때문에,
신비하고도 황홀한 여체가 그대로 이검한의 눈에 들어왓다.
이검한은 가슴이 터질 듯 세차게 두근거렸다.
난생 처음 보는 여체,
그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으나 여인의 나신에서 눌을 떼지 못했다.
그만큼 여인의 나신은 아름다웠으며 어떤 기이한 마력(魔力)마저 풍기고 있었다.
사발을 엎어놓은 듯 우람하고 탄력있는 젖무덤,
양지유로 빚은 듯 기름진 복부,
미끈한 허벅지,
그리고,
그 사이에 자리한 은밀하고도 깊은 계곡......
이검한은 마치 홀린 듯한 눈빛으로 침상위의 여인을 바라보며 나직히 중얼거렸다.
(이분이 바로 누란왕후(樓蘭王后)구나!)
그는 경이와 감탄의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누란왕후(樓蘭王后) 흑요설(黑妖雪)!

아아!
그렇다.
백옥 침상 위에 누운 여인,
그녀는 바로 비운의 여인 누란왕후 흑요설이었다.
일천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놀랍게도 그녀는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문득,
흑요설의 모습을 주시하던 이검한은 고소를 지었다.
(누란왕후가 대머리인줄은 몰랐는걸?)
대머리,
그렇다.
기이하게도 누란왕후의 머리에는 한올의 머리카락도 나 있지 않았다.
매끄럽게 반들거리는 머리,
그것은 마치 비구니와 같아 보였다.
비단 머리털 뿐만 아니었다.
흑요설의 몸에는 단 한올의 터럭도 나있지 않았다.
눈썹과 겨드랑이,
그리고 미끈한 허벅지 사이의 둔덕에도 한올의 체모조차 찾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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