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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후예(76,77/80)

제 3 부 카인의 배반 #10

76
류지오는 테시에게 일을 처리하라고 했다.
일본을 태평양에 침몰시키든 동경에다 원자 폭탄을 떨어뜨리든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다.
류지오는 자신 나름대로 할 일이 있었다.
그리고 일본으로 다시 돌아갔다.
사나에는 류지오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자 무척이나 반가웠다.
"돌아오셨군요."
"그렇소. 가쓰오와 료오이찌의 행방은 찾아냈소?"
"아니요. 하지만 이치모토씨가 홍콩에 있는 자신의 부하인 무사시를 시켜 야마치의 세력을 제압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새로운 대부를 만나 보려고 방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시죠."
류지오는 사나에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 큰방이 아니었고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 자리에 앉으세요."
류지오는 낮은 탁자가 놓여져 있는 상석에 앉는다.
순간 맞은 편의 장지문이 열린다.
류지오는 눈이 확 트이는 것처럼 잇달아 열리는 장지문들을 흥분된 마음으로 지켜본다.
종종 사무라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모두 열두 개의 장지문이 열리고 백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사무라이 복장으로 서 있다. 가장 앞쪽에는 이치모토가 서 있었고 맞은 편에는 바로 무사시라는 사람이 서 있었다.
사나에는 류지오의 옆에서 무릎을 꿇어앉고는 말한다.
"사마야호님의 뒤를 이어 우리 야꾸자를 이끌어 주실 분입니다." "나가야마 류지오님께 목숨을 받쳐 뜻을 받들겠습니다." 그러더니 백여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무릎을 꿇고 예를 올린다.
류지오는 너무나 당황스런 일이었지만 어쩔 수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사나에가 지금의 상황을 귀뜸이라도 해주었더라면 결코 이 자리에 앉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 앉으십시오."
"네!"
그들은 동시에 소리치며 무릎을 꿇고 앉는다.
이치모토가 한 자루의 칼을 두 손으로 받들어 가져온다. 하지만 장지문을 넘지 않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는 자기 머리를 더욱 낮추어 칼을 높이 들어 공손한 태도를 취한다.
사나에가 칼을 받아서는 류지오의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이 칼은 대부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사마야호님의 소유였지만 이제는 나가야마 류지오님의 소유입니다." 류지오는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로써 류지오는 정식으로 야꾸자의 대부가 되었다.
연회가 시작되자 서열이 낮은 사람들은 모두 방을 빠져나갔다.
이치모토와 서른도 안되어 보이는 무사시를 비롯해 10여명만이 남아 있었다.
류지오는 이치모토가 따라 주는 술을 받아 마시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술을 따라 준다. 모두 송구스러워 어쩔 줄을 모른다.
류지오의 나이는 겨우 스물네 살에 불과했지만 이치모토는 마흔을 훨씬 넘긴 사람이다.
료오이찌나 가쓰오 역시 젊은 나이였지만 그래도 류지오 보단 나이가 훨씬 많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이 어린 대부를 얕잡아 보지 못한다. 그것은 이치모토 때문이다. 이치모토는 사마야호 외에는 누구에게도 무릎을 꿇지 않는다. 한 때, 료오이찌를 도와주면서도 그가 대부의 승인식을 거치지 않았기에 무릎을 꿇지 않았다. 하지만 류지오에겐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예를 다해 받들어 모신다.
연회는 일찍 끝났고 이치모토부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일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나가야마님!"
"그러세요."
그 뒤를 따라 모두 사라진다.
몇몇 여자들이 들어와 상을 치우고 류지오는 자리에 누울 수 있었다.
술을 몇 잔 먹고 나자 다시 담배가 피우고 싶었다.
"이봐요. 담배 좀 부탁합니다."
사나에가 옆에 있더니 말한다.
"이제부턴 우리에게 하대를 하셔야 합니다. 게다가 시녀에게 부탁한다는 말은 쓰는 것이 아닙니다."
"젠장. 그럼 담배 하나 갔다 줘!"
사나에는 자신도 모르고 빙긋이 웃음을 짓더니 이내 정색을 한다.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하다는 거죠?"
"아... 아니에요."
사나에는 자신이 얼른 나가서 담배를 가져온다. 류지오는 담배를 피우며 누워 있다. 사나에는 나가지 않고 옆에 가만히 앉아 있다.
"당신은 자러 안 갑니까?"
"난... 오늘 밤... 시중을..."
"그래요? 그럼 이리 와요."
"네."
류지오는 담배 불을 끄고는 사나에를 끌어안고 눕힌다. 화복을 벗겨 내자 안에는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은 알몸이었다. 담배를 가져오면서 그 사이 속옷을 모두 벗어버린 모양이다.
류지오는 사나에의 음부에 입을 가져간다.
"아아..."
류지오는 사나에의 엉덩이를 끌어안고는 더욱 애무에 열중한다. 류지오는 사나에의 그 곳이 흥건히 젖어들 때까지 애무를 해주고는 물러난다.
사나에는 류지오의 옷을 벗겨 준다. 우람한 물건이 드러난다. 그걸 입으로 물고는 한참이나 빨아 댄다.
류지오는 사나에의 애무를 받고는 그녀의 얼굴을 밀어낸다.
"누워요."
"엎드릴까요?"
"좋을 대로해요."
사나에는 엎드린다.
류지오는 사나에의 엉덩이를 잡고 물건을 밀어 넣는다.
밤이 무르익었을 때, 류지오는 사나에를 다시 안았다.
뜨거운 정사 끝에 두 사람의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난, 한국 사람이오."
류지오는 사나에를 안고 그렇게 말한다.
사나에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는 공손히 말한다.
"알아요. 하지만... 일본인으로 남아 주세요."
"그럴 수 없소."
"그렇다면 당신의 후계자가 나타날 때까지 만이라도..." "이리 와요."
류지오는 사나에를 다시 끌어안고는 그녀의 목덜미를 애무하며 말한다.
"료오이찌와 가쓰오를 해결하고 난 뒤 이 자리를 떠나겠소." "알겠어요... 하지만... 그 때... 나도 함께 데려가 주세요." "알겠소."
"당신한테 여자가 많은 건 알아요. 난... 당신의 시중만 들더라도 만족해요."
"후후... 시중은 내가 들 테니 그런 생각은 말아요."
"제가... 마음에 드나요?"
"그렇소."
"그러면... 저를 그냥 사나에라고 불러 주세요."
"알겠어. 사나에."
류지오는 다시 사나에를 눕히고는 그녀를 탐하기 시작한다.
다음날 류지오는 이치모토와 아침에 대련을 가졌다. 물론 날이 시퍼런 진짜 칼을 들고 설쳤다. 류지오는 이치모토의 칼날이 매섭게 찔러 오자 몇 번이나 물러서며 겨우 피할 수 있었다.
"제발! 가도로 대결해요!"
"사나에! 정신 산란해! 입다물고 가만히 있어!"
류지오가 그렇게 입을 여는 동안 이치모토의 칼이 목젖을 노리고 들어온다. 류지오는 피할 수도 없어 그대로 멈췄다. 이치모토의 칼도 멈췄다.
"내가 졌습니다!"
"아닙니다. 사나에님이 절 도와주었습니다. 이긴 게 아니죠." "음... 나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다시 합시다!"
류지오는 이치모토의 상대가 아니었다. 이치모토는 류지오의 공격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류지오 역시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류지오는 엄청난 속도로 이치모토의 실력을 따라잡고 있었다.
역시 오랜 대련 끝에 나이가 많은 이치모토가 먼저 지쳤는지 땀을 흘린다. 어쩌면 자신의 칼에 고귀한 대부에게 상처를 입힐 것 같은 염려에 속고생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음! 정말 훌륭하군요. 이치모토씨! 점심 먹고 다시 합시다." "알겠습니다."
류지오는 방안에 들어가서도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휘두르기보다는 벽을 향해 찌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점심 드세요."
사나에가 직접 상을 들고 온다.
"상 허리가 부러지는 게 아니라 당신 허리가 부러지겠군!" "염려 말아요. 난 튼튼하니까!"
"다음부턴 우리 두 사람 먹을 만큼만 가져와요. 에고! 근데 왜 밥그릇이 하나뿐이지?"
"전..."
"음... 그러고 보니 같이 먹자이거군!"
류지오는 야꾸자의 대부에게 대대로 내려온다는 보도를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고는 사나에의 팔을 잡는다.
"앉아요."
"전......"
"숟가락질 할 줄 알아?"
"네."
"잘됐군! 당신 한입, 나 한입. 자, 어서 먹여 줘!"
그렇게 밥을 나눠 먹는다. 그러면서도 사나에의 몸을 더듬는 것을 잊지 않는다.
사나에는 온 몸이 달아 오른 채 상을 가져 나갔고 류지오는 다시 칼을 들고 연습을 한다.
이치모토의 실력은 후센 사부와 비등할 정도로 보였다. 류지오는 이치모토를 상대로 마음껏 연습을 할 작정이었다.
류지오는 밖으로 나가더니 이치모토가 머물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류지오가 들어가자 밥을 먹고 있던 이치모토와 무사시가 벌떡 일어선다.
"아아! 죄송합니다. 아직 식사 중이었군요. 나도 같이 좀 먹읍시다. 사나에씨한테 내 밥을 다 빼앗겨 버렸거든요."
그러면서 류지오는 털썩 앉는다.
"드십시오."
이치모토가 얼른 자기 밥그릇을 류지오에게 내민다.
"이거 미안해서...!"
그러면서도 얼른 받아먹는다. 시종을 드는 여자가 그걸 보고 다시 가서 밥을 가져온다. 류지오는 그 사이에 밥을 모두 먹어 버리고 무사시는 자기 밥도 빼앗기고 말았다.
류지오는 다시 한 그릇을 더 먹고는 이치모토와 연습을 한다. 이치모토는 류지오의 엄청난 실력 향상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수십 년 갈고 닦은 이치모토에게는 여전히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얼마 있지 않으면 그를 능가할 것이다.
류지오는 저녁을 먹고 나서는 다시 이치모토를 불러낸다. 무사시는 오후에 홍콩으로 날아가고 없었다. 그와 서너 시간이나 대련을 끝내고 들어오자 사나에가 말한다.
"당신은 사람 고생시키는 데는 재주가 있네요!"
"왜 그래?"
"몰라서 물어요?"
"아하! 내가 당신을 너무 오래 동안 혼자 내버려뒀다 이거군! 이리와! 지금이라도 안아 줄 테니!"
"이러지 말아요!"
"음... 벌써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데! 혼자서 자위한 거야?" "저질!"
류지오는 다음날 아침에도 이치모토와 대련을 가졌다. 그리고 오후에는 이곳 저곳에 전화를 걸어서 자신의 건재를 알렸다.
"이번에는 남극 탐험을 했어요. 곧 돌아갈 테니 염려 말아요!" 류지오는 도시에에게 그렇게 헛소리를 하고 전화를 끊어 버린다. 다른 사람한테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밤새 고심하더니 한다는 거짓말이 고작 그거예요?"
"응."
"정말 못 말려!"
"근데, 료오이찌와 가쓰오가 허튼 짓을 하지 않을까?" 류지오의 걱정은 바로 납치였다.
"걱정 말아요. 당신이 아는 사람이면 모두 수십 명씩 경호를 붙여 놓았으니까요."
"그래?"
"네. 심지어 당신 가정부까지요."
"오호! 나쓰꼬를 두고 하는 소리군! 그럼 내가 한 거짓말이 전혀 안 통할 거 아냐?"
"걱정 말아요. 비밀리에 경호하고 있으니까요."
"그래? 대단한데! 야꾸자들을 모두 모아 차라리 경호서비스센타를 차리는 게 어떻겠어? 당신이 사장을 하고."
"그따위 농담하지 말아요. 그러다간 이치모토에게 목이 날아갈 거예요."
"그런가?"
"료오이찌와 가쓰오란 사람은 여자들을 납치해서 협박할 정도로 못난 사람들은 아니에요.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조심하기 위해 경호를 둔 것뿐이에요. 어쩌면 그들은 머리를 숙이고 당신 앞에 찾아올지도 몰라요. 그리고 이 곳 일본 땅에 그들이 순순히 들어오기는 힘들 거예요."
"으흐흐...! 차라리 경찰로 모두 전업하지 그래!"
"당신 정말!"
"미안! 미안!"
류지오가 하는 일이란 이치모토와 상대로 대련을 하는 것뿐이었다. 그 덕에 이치모토는 류지오에게 칼선생으로 붙잡혀 있어야 했고 조직의 대부분의 일은 오와다에게 맡겨야 했다.
아직도 홍콩 등지의 료오이찌를 따르는 잔류 세력과, 이치모토의 입김으로 그 곳의 새로운 우두머리가 된 무사시 사이에는 산발적인 싸움이 계속 되었다. 하지만 사실, 그들 역시 료오이찌에게는 고개를 돌렸고 자신들 스스로의 입지를 마련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어졌다.
사나에는 류지오를 대신해 실질적인 우두머리였고 자신의 할아버지가 소유했던 재산을 조직을 키우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류지오의 말대로 경호 서비스 회사를 차리기까지 했으니 그의 농담 한마디도 천금처럼 떠받드는 처사였다.
그렇게 보름 정도가 지나는 동안 비상 사태가 발생했다. 해외파가 새로운 대부를 만나기 위해 인사차 방문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사마야호의 윗대부터 조직에서 떨어져 나가 독립적인 세력을 유지하는 해외파였다. 사마야호 생전에도 코빼기 한번 보이지 않던 그들이 직접 일본으로 찾아온다는 것은 도전의 의사였다.
"그들이 국내에 들어온다면 한바탕 피바람이 불 것입니다." 이치모토는 강력하게 말했다.
"공항 경찰청에서 그들의 입국을 허용했다는 것은 해외파와 현재의 정권 사이에 암암리 관계를 맺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건 바로 우리를 몰아내자는 수작이죠!"
"그렇다면 연립 여당이 그들과 손을 잡았다는 말입니까?" 류지오의 말에 이치모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우린 어떡해야 되죠?"
"일단 부딪히는 수밖에요. 하지만 우리도 뒤를 받쳐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정민당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어떨까요? 차기 대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당입니다."
"하지만 정민당은 보수당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보수당을 지지해 왔습니다. 사마야호님께서도 정민당의 국회의원이셨던 만큼 우리와는 친숙한 사이죠."
그 동안 가만히 앉아 있던 사나에가 입을 연다.
"맞아요! 분명 해외파와 여당이 손을 잡은 것은 확실해요. 하지만 이건 누구의 계략이에요."
"누구지?"
류지오는 짐작하면서도 묻는다.
"바로 가와가미 가쓰오죠!"
"음..."
류지오는 깊게 탄식한다.
"가쓰오는 이미 일본에서의 입지를 잃자 해외파에 투신했을 거예요. 그게 바로 그의 특기죠. 과거 당신이 대학생들을 이끌고 료오이찌의 패거리와 싸울 때 덕을 본 건 연립 여당이었어요. 그래서 그 사건을 정민당의 공격 실마리로 잡아 확대 보도하고 당신들의 뒤를 수사하지 않은 것이죠. 당시 할아버지께서 생존해 계실 때는 개혁당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쉬었어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가장 좋아했던 사람들이 연립 여당이었죠. 그래서 그들은 가쓰오를 지지해 준 거예요. 반면 료오이찌는 역시 보수당인 정민당과 손을 잡았는 것이 사실이구요."
사나에는 숨을 한번 돌리고는 다시 말한다.
"가쓰오가 그 중간에 끼어 다리를 놓은 것이 분명해요. 그렇다면 우리는 정민당과 손을 잡아야 해요. 하지만 그건 당신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민당은 이미 무너져 가는 당이에요. 썩어빠진 고목을 부둥켜안고 있어 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어요."
"그럼 어떡하지?"
"만약 국내에서 싸움이 벌어진다면 경찰들은 국내파들만 연행해서 조사할 거예요. 그 전에 우리가 미국으로 가서 싸움을 걸어야 되요."
"음..."
류지오는 묵직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것 역시 위험하죠. 그 곳은 그들의 활동 무대니까요." "그렇겠지..."
류지오가 다시 고개를 끄덕이면서 묵묵히 있자, 이치모토가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연다.
"우리측에서 알아 본 바에 의하면 그들의 선두 부대는 모래 아침에 이 곳에 도착할 것입니다. 좀... 잔인한 수법이지만 그들이 타고 오는 비행기를 폭파시키면 어떨까요?"
"이치모토씨!"
류지오는 당치도 않는 소리라는 듯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당장에 이치모토는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조아린다.
하지만 사나에가 동조하며 말한다.
"하지만 그 방법도 쓸만하죠. 특히 미국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는 비행기라면 더더욱... 여권을 발급해 주는 것은 역시 미국 정부니까 여객기 테러를 한번 일으킨다면 겁이 나서 여권을 발급해 주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압력을 넣으면 되는 거죠."
"젠장...!"
"그럼 당신은 무슨 수가 있어요?"
류지오가 욕을 하자 사나에가 발끈거리며 말한다.
이치모토를 비롯해서 모든 사람들이 류지오를 어렵게 대했지만 사나에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밤마다 시종 노릇을 너무 잘 해준 탓이리라.
류지오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번 사나에를 쳐다본다.
사나에는 금방 기가 죽어 버린다.
"죄송해요."
"이치모토씨 편하게 앉아요."
"네."
"이번에 우린 공항에 가서 그들을 정중히 맞이할 것입니다. 기자들과 방송국에 귀뜸을 해 주세요. 그리고 공항에 마중 나갈 때에는 아무런 무기도 지참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겁없는 사람들이라도 공항에서 총질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네!"
"나의 아버지는 미국 등지에서 활동하며 암암리 조직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그들을 한번 써먹어 보죠."
"멋진 계획입니다!"

카인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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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부 카인의 배반 #10

77
사흘 뒤, 세계적인 배구스타 류지오는 야꾸자의 대부로써 얼굴을 내밀었다. 류지오의 실종 뒤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며 말도 많았던 그가 검은 양복을 입고 다시 나타난 것이다.
해외파 야꾸자의 제 2인자로 알려진 야마자끼 노모는 마중 나온 손님들로 당황한다.
검은 양복을 입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도열해 있고 사진 기자들의 플러쉬 세례와 카메라맨들의 초점을 받고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린다.
"야마자끼 노모님을 뵙습니다!"
도열해 있던 검은 양복의 모든 사람들이 허리를 숙였다.
그 중 유일하게 한 명이 당당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지 않는가.
노모는 특이한 미소를 지으며 류지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는 절도있게 고개만을 숙여 보이더니 말한다.
"이렇게 접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야마자끼씨!"
류지오는 손을 내밀었다.
둘이 손을 잡자 다시 플러쉬가 터져나왔다.
류지오는 그들을 동영호텔로 데려갔다.
둘은 나란히 앉아 기자들의 인터뷰를 받기 시작했다.
노모는 자신들을 마중 나온 사람들이 국내파의 야꾸자들인 것에 아직도 당황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문은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대부분 자신이 답할 입장이 아니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류지오는 달랐다.
"이번 방문은 우리가 초대한 것입니다. 이미 야꾸자는 암살과 테러를 일으키는 집단이 아닙니다. 그리고 정치권의 권모술수에 이용되는 도구 역시 아닙니다. 우리 국내의 조직은 경호 서비스 센타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명 인사와 생명의 위협을 당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오랫동안 해묵어 왔던 해외파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협조 체제를 이루기 위해 이렇게 정중히 초대한 것입니다."
노모의 일행은 그 호텔에서 발이 묶기고 말았다. 거의 백여 명에 가까운 사람이었고 저녁 비행기로 다시 그만한 숫자가 도착했다. 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수많은 기자들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고 텔레비전으로는 계속 특집 방송이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암암리 그들이 도착한 수만큼 류지오의 무리들이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노모는 자신들을 마중 나오기로 되어 있는 연립 여당의 인물들과는 접선도 못해 본 채 사흘을 그 곳에서 머물러야 했고 그 날 저녁 텔레비전으로 미국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다음 날 아침 해외파의 우두머리격인 센리 도히토가 살해당한 채 발견됨으로써 일본에 온 노모와 그의 부하 이백여 명은 미아 신세가 되어 버렸다.
류지오는 다음날 공개 성명에서 미국에서의 총격 사건은 미국 내의 야꾸자들간의 내분에서 일어난 것이고 자신들과는 관계없다는 발표했다. 그리고 노모를 위시해 그를 따라온 사람들과 더불어 동경 시내를 돌아다니며 쇼핑을 즐겼다.
류지오는 오랜만에 요꼬를 만났다.
"안녕?"
류지오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요꼬는 호텔방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들어선 한 사내를 보고는 울먹인다.
"또 울려는 거지? 이리와."
요꼬는 류지오에게 달려오더니 안겨 든다.
류지오는 요꼬를 안고는 힘겹게 들어 올려 본다.
"왜 이렇게 무거워졌지?"
"그 동안 5킬로그램이나 살이 빠졌는데 무겁다니!"
요꼬는 울먹이면서 그렇게 말한다. 류지오는 요꼬보다도 더 빼빼 마른 사나에의 무게만 생각한 것에 아차 싶었다.
"그래? 그럼 내 힘이 예전보다 줄어들었나 본데."
"바보같이 야꾸자 두목이 뭐야!"
"아야!"
요꼬가 어깨를 때리자 류지오는 소리를 지르며 요꼬를 침대 위에 집어던진다. 그리고 자신도 침대 위로 올라온다.
"그렇게 됐어. 요꼬... 그 동안 보고 싶었어."
"나쁜 자식! 저리 가!"
류지오는 요꼬에게 주먹을 얻어맞으면서도 기필코 입을 맞추고 만다.
완강하게 거부하는 요꼬를 차지하고 차지당하고서야 둘은 잠잠해 진다.
요꼬는 류지오의 품안에 꼭 안겨서는 놓아주지 않으며 말한다.
"나... 물먹고 싶어."
"알았어. 이거 놓아 줘. 물 가져올게."
"놓아주면 또 도망가 버릴 것 같애...!"
"하하! 도망 안 갈 테니까, 걱정마...!"
류지오는 요꼬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물을 가져온다. 요꼬는 한 컵을 다 마셔 버리고는 말한다.
"더 줘."
"하하... 물배만 채울 거니?"
류지오는 호텔 로비에 전화를 걸어 식사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요꼬와 밖에 나가서 식사하고 싶었지만 지금 호텔 주위와 안에는 백여 명 이상이 경호를 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알아냈는지, 사나에의 집을 빠져 나올 때는 혼자였는데 이곳에 도착해 보니 잔득 깔려 있었던 것이다. 아마 집안의 전화기에 모두 도청 장치를 해 놓은 것 같았다.
류지오는 겁에 질려서 식사를 가져온 호텔 직원을 보고는 실소를 지어 보인다. 류지오는 그 중에 먹을 만한 것을 몇 접시 집어들고는 침대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는 요꼬와 함께 손가락으로 서로 집어먹는다.
"야꾸자 두목 하니까 어때?"
요꼬는 자기 손으로 류지오의 입에 고기를 집어넣어 주고는 그렇게 묻는다.
"정말 짜증나. 곧 집어 치울 거야."
"그럼 뭐할 거야?"
"음... 애나 낳고 낚시나 하면서 살지 뭐."
"그럼 마누라하고 애기는 무슨 돈으로 먹여 살릴 거야?" "왜? 그게 걱정 돼?"
"응."
"걱정마. 이 일본을 사고도 남을 돈이 스위스 은행에 쳐 박혀 있으니까. 요꼬... 너에게 그 돈을 모두 줄까?"
"흥! 거짓말!"
"정말이야. 내 집에 있는 컴퓨터에 그 비밀 번호와 세계를 몇 번이나 놀라게 만들 신무기들이 가득 들어 있지."
"그래?"
"그럼! 이리 가까이 와 봐."
류지오는 요꼬의 귀에다 속삭인다.
"컴퓨터에는 암호를 걸어 놓았는데 그 암호를 가르쳐 줄게." "싫어."
"암호는 사랑하는....."
"사랑하는 뭐?"
"바로 그 뒤에 정말 내가 사랑하는 여자의 이름을 암호로 했어. 사랑하는 뭐뭐! 후후...!"
"그럼 내 이름이겠네!"
"잘난 체 하기는!"
류지오는 요꼬의 뺨을 꼬집어 준다. 그러더니 자기 옷에서 컴팩트디스크 하나를 꺼낸다.
"이건 뭐야?"
"여기에 나의 가장 소중한 것들이 담겨 있어. 요꼬가 보관해 줘." "소중하기는 뭐가 소중해!"
그러더니 그것을 집어던지려고 한다.
"아아! 미안! 여긴 별로 소중한 것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야. 요꼬가 가장 소중해. 그럼 됐지?"
"음. 뽀뽀!"
류지오는 요꼬의 입술에다 키스를 해 준다.
"레이꼬한테 얼마 전에 전화 왔는데 류지오, 네가 나쁜 짓하면 자기가 잡아넣겠데."
"그럼, 조심해야겠는걸."
"이거 하나 남았어."
요꼬가 고기 덩어리를 하나 집더니 류지오의 입안에 넣어 준다. 류지오는 고기 덩어리의 끝을 물고는 요꼬에게 내민다. 요꼬는 서슴없이 그 반쪽을 잘라먹는다.
"요꼬, 그림 그리고 싶지?"
"응."
"그럼 기다려."
류지오는 밖으로 나가더니 문 밖에 서 있는 두 명에게 그림 그릴 수 있도록 물품들을 준비해 오라고 시켰다. 그러자 5분내에 모두 준비해서 가져온다.
"야. 재미있네. 나도 한번 시켜 보면 안돼?"
"그럼 해 봐."
류지오는 둘을 들어오라고 했다. 이께오는 이치모토의 아들인데 스물네 살로 류지오와 동갑이었다. 그리고 히또시는 이께오의 친구로서 둘 다 총알이 날아오면 대신 몸으로 맞을 정도로 충성스런 부하였다.
"저..."
요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네! 말씀하십시오!"
둘이 깍듯하게 허리를 숙이며 절도 있게 말하자 요꼬가 깜짝 놀란다.
"저... 저..."
요꼬는 계속 더듬거리며 말을 못했다.
"왜 그래? 요꼬?"
요꼬는 개목걸이를 사다 달라고 시키려고 했는데 도저히 그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랬다간 그들이 화를 내며 당장에 품안에서 총을 꺼낼 것만 같았다.
"아무 것도... 아니야... 우리... 그냥 그림 그리자." "흐흐... 알았어."
류지오가 눈짓을 주자 둘은 방을 나갔다. 둘이 나가자 요꼬는 겨우 길게 한숨을 내쉰다.
"저... 사람들 왜 저렇게 뻣뻣해? 꼭 로보트 같아! 생긴 것도 무시무시하고..."
"무시무시하다구? 저 두 사람은 내 부하들 중에서 가장 잘 생긴 놈들인데."
"휴우...! 그림이나, 그리자."
요꼬는 침대에 걸터앉아 그리고, 류지오는 의자를 끌어당겨 안고는 그림을 그렸다.
서로 마주보고 서로가 그리는 그림을 보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나서 서로 보여 주는 거야."
"알았어요. 아가씨."
"절대로 보기 없기!"
요꼬의 말에 류지오는 빙긋이 웃으며 그림을 그렸다.
거의 두 시간이 지나서 류지오가 입을 연다.
"다 그렸냐?"
"아니... 조금..."
류지오는 가만히 다가가서 요꼬가 그리는 것을 본다.
"그게 뭐냐?"
"보지 말랬잖아!"
요꼬는 커다랗게 남자 성기를 그려 놓고는 그 머리의 목에다가 개목걸이를 걸어 놓았다. 그리고 요꼬, 자신인 듯한 신기하게 생긴 꼬마가 그 끈을 잡고 있었다.
"그럼 넌 내 거 보면 되잖아."
"어때? 잘 그렸어?"
"훌륭하군. 역시 현대파야!"
"하하하! 이게 누구 물건인지 맞춰 봐?"
"음... 잘 모르겠는걸. 내건 절대로 그만큼 안 큰데. 너 다른 남자 사귀냐?"
"시...! 또 헛소리!"
"이것 봐! 내 물건은 여기에 상처도 있다구. 여기는 없잖아?" 그러면서 류지오는 자기 물건을 꺼내 보여 준다. 포경 수술을 한 자국이다.
"어서 집어넣어! 개목걸이로 걸어 버리기 전에!"
류지오는 오히려 팬티를 벗어버린다. 그리고 요꼬를 안고는 자기가 그린 그림을 보여 준다.
"어때?"
흰색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요꼬의 모습이다.
"아름다워...!"
"너도 저런 옷 입고 싶지?"
요꼬는 대답 대신 류지오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류지오는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우리... 결혼할까?"
"우리 아버지는 깡패 두목하고 결혼하는 거 반대할 거야." "그럼, 깡패 두목 안하면 될 거 아냐?"
"그래도 그럼, 레이꼬가 가만 안 둘텐데...!"
"레이꼬가 못 찾는 곳으로 도망가 버리지!"
"그럼 다른 여자들은 모두 포기하는 거야?"
류지오는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그럼... 나도... 좋아..."
"대신... 바람 피워도 괜찮다고 말한 것 잊지마!"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바람 못 피우게 개목걸이 해서 데리고 다닐 거야!"

카인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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