늬 에미한테 키스할꺼야 (2)
늬 에미한테 키스할꺼야! (2)
"이리 와 봐! 이 새끼야!"
최소령은 내 멱살을 잡고 우리집 담을 낀 골목으로 끌고 갔습니다. 내 따귀를 올려 붙이고 욕설을 하자 행인들이 발걸음도 멈추며 보는 것이 그도 마음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더구나 권총까지 찬 그의 모양새는 혼자 서 있기만 해도 남의 시선을 끌 차림이었으니까요.
"윽! ...... "
담벽에 밀어부쳐진 나는 배에 펀치를 맞고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읍니다. 그러나 곧 내 몸은 붕 뜨는 것 같았습니다. 그의 오른 손 어퍼커트가 내 턱에 작렬했기 때문입니다. 숨을 못 쉴만큼 통증이 밀려 오는데 한편으로는 하늘이 빙빙 돌며 몽롱한 기분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의 양주먹이 또 한번씩 배와 턱을 강타하자 나는 소리도 못지르고 웅크려 앉았습니다.
"어, 이 새끼가 엉부리네. 그렇게 독한 척, 잘난 척 하던 새끼가 겨우 주먹 몇대에 이래? ...... 이 새끼야! 네가 우리 마누라한테 키스했어?"
"잘못 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이제는 버티거나 부인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된 나는 초라한 처지로 용서를 빌었습니다.
"뭐, 용서 ...... ? ...... 애가 넷이나 있는 여자한테 그런 짓을 하고 용서를 바래, 이 새끼야!"
그는 내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우더니 다시 뺨을 때리고 주먹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아저씨, 왜 그래요?"
앙칼진 소리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뒤돌아 보았습니다. 골목을 지나던 중년여인 셋이 보다 못해 끼어든 것입니다.
"남의 일에 참견말고 그냥 가시오!"
최소령이 차갑게 말했지만 끼어 든 여인도 성깔이 만만찮아 보였습니다.
"아니, 웬만하면 말로 하지, 왜 그렇게 폭력을 써요? 끔찍해서 못 보겠네."
"뭐요?"
그는 말리는 여인들에게도 싸움을 걸 듯 눈을 부릅떴습니다.
"이 새끼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지도 못하면 괜히 끼어들지 말고 가시라구요!"
"무슨 잘못을 했든 일단은 말로 타이르지, 백주 대낮에 길거리에서 ...... 더군다나 계급도 높은 군인 아저씨가 댓꺼리도 못 하는 어린 학생을 그렇게 때려서야 되겠어요?"
정말 백주 대낮에 동행이 있어서 그런지 여인도 전혀 기가 죽지 않았습니다.
"여보시오!"
포효하는 맹수처럼 고함을 빽 지르는 바람에 여인들은 한발자국씩 물러 섰습니다.
"이 새끼가 야밤중에 남편이 없는 집을 찾아와 내 마누라한테 키스했단 말이오! 그것도 애가 넷이나 있는 여자한테 ...... "
"어머나!"
"아이구, 망측해!"
여인들은 비명을 지르고 얼굴을 가리면서 대꾸를 못했습니다. 자기들이 당사자인양 얼굴까지 붉히는 여인도 있었습니다. 최소령은 상황에 따라 전략도 잘 활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야 이 새끼야! 너는 나이 든 여자를 좋아하지? 저 아주마씨들한테도 키스 한번 해 줄래?"
"어머나, 창피하게 ...... !"
"얘, 빨리 가자!"
미친놈처럼 날뛰는 그가 무서워서인지 더러워서인지 나의 지원군은 대항을 포기하고 퇴각해 버렸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나는 그 여인들이 처음 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습니다. 동네 여인들이었다면 소문이 퍼지며 창피함도 더욱 커졌을 테니까 ......
또 한가지 다행인 것은 내가 더 이상 주먹질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여인들과 말다툼 중에 벌써 동네 조무라기들 대여섯명이 모여들었고, 호통을 치며 쫓으려 해도 호기심 가득한 그 애들한테는 권총까지 찬 그의 공갈이 먹히지 않았습니다.
"에이, 개놈의 새끼! 늬 에미 왔을 때 다시 보자!"
조인트를 한대 까고 돌아서는데 그 통증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조인트는 상급생이나 체육선생한테도 까인 적이 있지만 워커로 진짜 군인이 하는 조인트는 정강이로부터 온 몸으로 퍼져가는 아픔이 진저리를 칠만큼 대단했습니다. 더구나 "다시 보자."는 그의 말에 발길을 돌리는 그의 뒷 모습을 보며 차라리 매를 맞을 때보다 더 막막한 공포에 내 몰린 것 같기도 했습니다.
참담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온 나는 어머니와 함께 저녁을 먹고, 공부하는 척 책상에 앉아 있는 중에도 대문소리에만 신경이 쓰이며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너 어디 아프냐?" 는 어머니의 물음에 "괜찮다." 고 했지만 표정마저 꾸미지는 못해서인지 어머니는 몇번이나 되묻곤 했습니다.
어디로 도망이라도 치고 싶었습니다. 학생도 아니니 그게 제일 간편한 수단일 듯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신미숙과의 깊은 관계를 인정하는 셈이고, 내가 없는 사이 최소령이 우리 가족에게 대신 행패를 부릴 것도 걱정이 되어 그런 생각을 접어 버렸습니다.
대신 내 머리를 점령한 것은 이 모든 불안과 공포의 발단이 된 그녀와의 지난날, 그 순간 순간들이었습니다.
운명적 사랑을 체험한 분이 계십니까?
만 18살, 어른인 척 하고 싶어도 여전히 세상살이에 미숙한 나에게 갑자기 밀어닥친 한 여인에 대한 연모와 그에 따른 번민과 열정과 환희, 그 모든 것들을 나는 당시 운명이라는 말로 포장했었답니다.
"그대 보았을 때 내 가슴은 뛰노니 ...... " --- 지금은 제목이나 그 뒷귀절도 기억이 안 나지만 분명 하이네의 시(詩)였던 것 같습니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의 내 감정에 너무 적절한 표현입니다.
그 후 그녀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은 점점 더 세차게 뛰었고, 혼자 가슴 조리며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다 연모의 불길은 더욱 거세게 피어 갔으며, 마침내 그녀를 품에 안았을 때의 그 황홀함과 감미로움. ......
이를테면 내가 대학입시에 실패한 것, 재수학원에서 새 친구를 사귄 것이며, 그 친구의 누나가 서점 주인이며, 그래서 소설을 좋아했던 나와 말이 잘 통했다는 것, 그녀가 남편의 바람끼와 위압적인 점에 고통과 혐오감을 갖고 있었던 것 등이 모두 우리가 결국은 맺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재수학원의 대입종합반에서 첫강의를 듣던 날, 40명 정도 수강생 중 아는 얼굴이 딱 하나 있었습니다. 강정배라고 바로 고교 동창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3년동안 한 학교에 다니면서 항상 반도 달랐고, 이를테면 노는 물도 달라 말을 나눈 기억도 없을만큼 별로인 사이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첫날부터 오랜 단짝처럼 친해 졌습니다. 당시 우리는 입시에 떨어진 것 만으로 인생의 패배자며 낙오자라는 의식이 강했고 그런 점에서 일종의 동병상련의 정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알고보니 정배와 나는 집도 한 50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웃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원을 오갈 때도 거의 동행했고 학원이 끝난 뒤에도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는 원래 강원도가 고향으로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다 가난을 견디지 못해 중학교 때 대전의 큰 외삼촌댁에 더부살이처럼 이사를 왔다고 합니다.
정배 어머니의 오빠는 중앙시장에서 제일 큰 철물점을 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넉넉했고, 그의 어머니는 처음 오빠의 집에서 일종의 식모로 집안 일을 봐주고 정배도 학교 수업이 끝나면 외삼촌의 철물점에서 점원 노릇을 해 왔는데, 같은 시장 안에 채소가게를 열게되어 이제 좀 여유가 생겼답니다. 그래서 외삼촌이 "장사나 배우라." 고 하는데도 정배 어머니의 고집으로 다시 재수학원을 다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정배는 음악을 좋아해 기타와 하모니카를 능숙하게 연주했지만 또 무척 내성적이었습니다. 가끔 그의 단칸방에 놀러 가면 기타로 타리가의 <알함부르 궁전의 추억>이나, 슈베르트의 <밤과 꿈>을 클래식 주법으로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반면 나는 책은 많이 읽은 편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껄렁거리는 편이라 그를 술집으로 인도했습니다. 소주나 막걸리, 혹은 싸구려 국산 위스키집에서 술을 마시며 인생의 부조리가 어떻고, 니체의 철학관이 어떻고 하는 식으로 주저리를 떨다 밤거리에서 함께 고함지르듯 노래를 부르기도 했죠.
이렇게 성격이나 취미가 상반되는 듯 하면서도 우리는 잘 어울렸고, 한달 쯤 지나자 내가 그의 음악에 끌리기 보다는 술마시고 비틀거리는 나의 행동에 그가 더욱 동화되기도 했습니다.
"벌써 출출하네. 빵이나 우동이라도 ...... ? 아니면 지금부터 한잔 걸칠까?"
군것질 값은 거의 내 부담이었고 그날도 내가 먼저 제의 했습니다.
"잠깐, 가면서 누나 집에 좀 들려야 하는데 ...... 외숙모가 뭘 전해주랬거든."
그는 지나는 말처럼 하고는 잠시 있다 빙긋 웃으며 덧붙였습니다.
"운 좋으면 거기서 새참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형설서점>이라는 간판 앞에서 나는 운명의 길로 접어든 셈입니다.
유리창을 통해 주인인듯 싶은 여인의 책 읽는 모습에 나는 벌써 매혹되었읍니다. 투피스 차림에 고개를 약간 숙였어도 유난이 길어 보이는 목과 흰 살결, 그 자태부터가 국전에서 큰 상을 받은 인물화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 서자 돌아 보는 그 얼굴을 보며 나는 정말 가슴이 뛰고 얼굴을 붉혔습니다.
큰 눈과 오똑한 코, 꽤 빨간 루즈를 바른 입술이 모두 흰 얼굴에 더 할 수 없이 조화를 이루며 우아하면서도 기품있는 미모에 갑자기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오! 정배 왔니?"
반갑게 맞아주는 그녀에게 친구는 편지 봉투 같은 것을 건네주고 몇마디 서로 안부인사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친구는 머쓱한 표정으로 서 있는 나를 소개했습니다.
"참, 누나! ...... 여긴 내 친구야. 고등학교 동창인데 지금 같은 학원에 다녀."
"저 ...... 박민수라고 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인사했습니다.
"아, 그래요? 만나서 반가워요."
그녀의 대응은 상냥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준수한 청년이 정배처럼 낙방거사라는게 좀 뜻밖인데 ...... ?"
그 말에 나는 다시 얼굴을 붉히면서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언뜻 놀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재치있는 말로 나를 추켜세워 주는 것을 나도 알아 들었으니까요.
"책이 참 많네요."
가만히 있기도 뭣해 한마디를 꺼냈는데 내가 생각해도 멋대가리 없었습니다. 과연 정배가 곧 놀려 댔습니다.
"야, 임마! 철물점에 쇠붙이가 많고 쌀집에 쌀 많듯이 서점에 책 많은게 당연하지."
"아, ...... 내, ...... 내 말은 내가 보고 싶은 책이 많다고 ...... "
나는 변명처럼 얼버무리려 했지만 말을 더듬으며 얼굴까지 붉어져 더욱 창피한 꼴이 되었습니다.
"아, 민수씨도 독서를 좋아 하는군요. 무슨 책을 좋아 해요?"
정배의 누나가 내 무안함을 감싸주듯 말을 걸었습니다.
"주로 소설책들이예요."
"그래요? ...... 어떤 책들을 읽었는데 ...... ?"
"저기, <삼국지> 열두권짜리 하고 <수호지>, 저쪽에 <일리야드>와 <오디세이>, <아이반 호>, <삼총사>, <노인과 바다>, <본노의 포도>, 러시아 문학도 <첫사랑>, <대위의 딸>, <죄와 벌>, <카츄사> ...... 우리나라 것도 <여인천하>, <등신불>, <황순원 단편집>과 <카인의 후예> ...... "
"어머나! 정말 많이 읽었군요. 책 장사를 해서가 아니라 나는 정말 독서 많이 하는 사람이 좋아. 읽은 만큼의 무엇인가를 그 속에 간직하고 있거든. ...... 정배, 너는 여기 있는 책 중에 어떤 것을 읽었니?"
"글쎄 ...... 저기 <성웅 이순신> 하고 <링컨전(傳)>, 하지만 국어 교과서에 있는 소설들은 다 읽었어."
우리는 함께 웃고 읽었던 소설에 관해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러자니 자연 대화는 그녀와 나 사이에 오갔습니다.
"그럼 이제 가 볼까?"
정배의 말에 엉덩이를 들면서 나는 아쉬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그의 작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얘! 모처럼 친구까지 같이 왔는데 뭐라도 좀 먹고 가지. 배 안 고파?"
"누님이 주신다면 굶주린 백성들이야 그저 황송하게 받죠."
우리의 새참 기대는 맞아 떨어졌습니다. 잠시 의논 끝에 그녀는 전화로 짜장면 두그릇과 탕수육을 주문했습니다.
"와, 탕수육까지 ...... ! 그럼 누나, 이것도 껴야지."
정배가 손으로 술잔을 넘기는 시늉을 했습니다.
"아니, 너 술도 마셔?"
"그럼! 이제 우리도 성인인데 ...... "
정배의 손은 이제 술잔 대신 머리를 쓸어 보였습니다. 당시 고교생은 모두 박박머리였는데 이미 졸업하고 재수생인 우리는 모두 머리를 덮수룩하게 기르고 있었습니다.
"그래봤자 대학도 못 가 머리 싸매고 공부해야 할 처지에 ...... "
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고량주 한병도 추가했습니다.
우아한 인상과는 달리 그녀도 독주를 꽤 잘 마셨습니다. 결국 술 한병을 더 추가해서 셋이 거의 비슷한 양으로 나눠 마시고 우리는 약간 알딸딸한 기분으로 그녀와 작별했습니다.
"야, 오늘은 <형설서점>에 좀 들렸다 가자."
"왜?"
"응. 수학 참고서 하나 사려고 ...... "
"그건 학원이나 그 앞 책방에도 있잖아?"
"이왕이면 너 아는 집에서 사 주면 더 좋잖아."
짜식, 따지기는 ...... 그 서점은 우리가 학원에서 집으로 가는데 좀 옆길로 도는 셈이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요. 그가 내 속셈을 알아 빈정거리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나는 그녀와 첫 대면을 한 후, 그 영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의 얼굴, 모습, 말투를 되새기며 그리워 하다 며칠만에 겨우 꾀를 내본 것입니다.
"아, 민수씨! 어서 와요."
사촌 동생보다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 주는 것에도 나는 감격했습니다.
그날도 그녀는 우리에게 과자와 차를 대접해 주었습니다.
"안나 카레리나 ...... "
좀 이무로워진 나는 역시 그녀가 읽다가 덮어 둔 책의 제목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그 책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였습니다.
"아, 민수씨도 읽어 봤어요?"
"아뇨. <바보 이반>이나 <카츄사>는 읽었고 <전쟁과 평화>는 읽다 지루해서 그만 두었는데, ...... 사실 저는 톨스토이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이 더 좋아요."
"호, 어째서 ...... ?"
"롤스토이 작품은 목사님이나 학교 선생님 말씀 같다고 할까,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 같거든요. 그런데 도스토예프스키의 것은 처음 읽기는 힘들지만 진정한 인생의 고뇌를 담은 것 같고 문장에 힘이 느껴져요."
"역시 민수씨는 책을 많이 읽고 그래서 판단력도 예리하군요. 나도 그 말에는 동감이예요. <안나 카레리나>는 여고시절 읽었던 것인데 요즘 심심해서 다시 꺼내 들었죠. 그런데 10대에 읽던 것과 30대에 읽는 것이 느낌은 좀 다르더군요."
두번 째 만남에서 그녀와 나는 소설과 작가에 대해, 또 감명 깊었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소설이나 영화에 거의 문외한이라 대화에 잘 끼지 못하는 정배에게 미안함도 느꼈지만 그녀와 말을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습니다.
"야, 우리 누나 괜찮지?"
서점을 나온 뒤 정배와 나는 곧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나의 발동으로 소주를 마셨습니다. 몇잔이 오간 뒤 정배가 말을 꺼냈습니다.
"뭐라구 ...... ?"
눈을 치뜨며 반문하는 나에게 정배는 조금 움찔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야, 임마! 나이는 들었어도 꽤 매력적이지 않아?"
다시 묻는 말에는 내가 혹 무슨 반박이라도 할까, 걱정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 누님은 ...... "
그날의 나는 오버 액션의 끼가 다분히 있었습니다. 여전히 굳은, 혹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괜찮다느니 매력이 있다느니 라는 식으로 표현할 대상이 아니야. 논 플루스 울트라 ..... 너의 사촌 누나는 더 이상이 있을 수 없는 , 바로 최고급의 여자란 말야."
"히히 ...... "
내가 그의 말에 반박이 아니라 한 술 더 뜨는 것에 마음이 놓였는지 정배는 웃고 나서 나를 놀렸습니다.
"너 이 짜식, 우리 누나한테 반했구나. 하지만 괜히 넘보지 마라. 재수생 하고, 네 말대로 최고급 여자는 우선 격이 다르잖아."
"넘보기는 임마, ....... 아무리 매력이 넘친들 친구 누님에다 이미 유부녀인데 ...... "
괜히 얼굴까지 붉어지며 한 내 말은 진심이었습니다. 비록 그녀에게 반했다고는 하나 그것은 일방적인 감정일뿐, 그녀가 나를 받아 준다거나 특별한 사이가 된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배가 묘한 말을 했습니다.
"하기야 골키퍼 있다고 공이 안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 하지만 그 누나는 위험해. 매형이 너무 독종이란 말야."
남은 술을 마시는 동안 정배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들을 간추려 들려 주었습니다.
이름은 신미숙, 나이는 나보다 15살 많은 34살, 남편은 서울 육군본부에 근무하는 소령이며 중학교 1학년 큰 딸부터 3살짜리 아들까지 1남3녀의 어머니.
어릴 때부터 미모와 총명이 뛰어났고, 대전의 일류 여고를 나온 뒤 다시 교사 자격증까지 따서 국민학교 교사를 하던 중 육군 중위인 지금 남 편의 끈질긴 구애로 결혼한 뒤, 가정주부로 들어 앉았다가 막내 아들을 낳고 경제적 문제보다 사회활동을 하고싶어 한 2년 전 서점을 열었다는 이야기들이 당시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 전부였습니다.
며칠 후, 마침 정배가 학원을 결석한 날 나는 혼자 그녀의 서점에 들렸습니다. 참고서는 이미 한권 샀지만 소설책을 사겠다는 핑계였습니다.
"어머나! 입시생이 한시가 아까운데 소설 읽을 시간이 있어요?"
반갑게 맞아 주면서도 그녀는 걱정부터 해 주었습니다.
"머리도 좀 휴식이 필요하죠. 신간중에 누님이 한권 좀 골라 주세요."
그녀는 서가를 잠시 두리번거리다 말했습니다.
"신간은 나도 못 읽은 것이 많아 추천하기가 어렵고 ...... 아, 우리 집에도 내가 읽은 장서가 꽤 있는 편인데 그중 하나를 빌려 보면 어때요? 수험생 처지에 돈도 안들고 ...... "
서점 주인이 책 팔기를 포기하고 그런 제의를 한다는 것에 나는 또 감격했습니다. 마침 와 있는 중학교 1년생 큰딸에게 서점을 맡기고 함께 그녀의 집으로 갔습니다. 그녀의 살림집은 서점에서 30m 쯤 떨어진 골목에 있었습니다.
과연 그녀의 집에는 꽤 많은 장서가 있었고 특히 시집과 음악 및 미술 관련 서적이 많은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문이 열려 있는 안방에는 그 무렵 서민들 가정에서는 거의 없는 더블 침대가 보였습니다. 불손하게도 나는 그녀가 남편과 알몸으로 그곳에서 엉켜 있는 모습을 언뜻 상상하며 괜히 질투와 부러움이 뒤섞인 감정이 스쳐 가기도 했습니다.
"민수씨, 이거 읽어 봤어요?"
제목들을 훑어 보는 중 그녀가 책 한권을 뽑아 보이며 물었습니다. 레마르크의 <개선문>이라는 소설이었습니다.
"아뇨.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읽었고, <사랑할 때와 죽을 때>는 영화로 봤는데 <개선문>은 아직 못 읽었어요."
"그럼 우선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데 ...... "
나는 감사의 말을 전하며 그 책을 받아 들었는데 그녀가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그러고보니 민수씨가 주인공 라비크를 좀 닮았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군요. 그 말투나 생각하는 것들이 ...... "
나는 그날 밤을 거의 새우며 하루만에 책을 독파했습니다.
<개선문>은 사실 내가 본 소설 중 꽤 감명을 받을만 한 작품이었습니다. 독일에서 이름난 외과의사였으나 나치의 폭정을 피해 파리에 망명, 남의 수술을 몰래 해 주며 살아가는 라비크라는 주인공과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술주정뱅이면서도 묘한 매력을 지닌 여인, 미국에 가서 함꼐 살자고 유혹하는 또 하나의 여인, 그리고 공산주의가 싫어 쏘련에서 망명해 나이트 클럽에서 문지기로 일하는 러시아인등이 어울려 고향과 삶의 뿌리를 잃은 사람들의 애환이 펄쳐 집니다.
그런데 유심히 보아도 주인공 라비크와 나의 닮은 점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나치의 고문으로 아내를 잃고, 그 고문범을 파리에서 만나 완전범죄로 살해하고, 여인들과 사랑을 나누면서도 항상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주인공과 아직 사회에 첫발도 못 디딘 나는 비교 대상도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왜 내게 그런 말을 했을까? ......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대화중에도 유머에 좀 신경을 쓰고, 재수생이라는 자격지심 때문에 더러 자조적인 말이 나왔던 것을 그녀가 그런 식으로 받아 들였을까? ...... 어쩌면 소설 속의 멋진 주인공에 나를 대입시키려 했거나 그저 나를 기분좋게 해주려고 말을 과장한 것일지도 모른다. ...... 단정적 판단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도 어느 정도 나에게 호감을 가졌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습니다.
책을 빌려 본다는 것은 참 멋진 발상이었습니다. 빌린 책을 돌려주고 다시 다른 책을 얻어 온다는 것은 친구를 제쳐두고 그녀를 만날 수 있는 훌륭한 핑계꺼리였으니까요.
당장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또 누르다가 3일 후 나는 다시 그녀를 만났고 새 책을 받아 왔습니다. 그때가 마침 학원의 실력평가 시험과도 겹쳐 나는 근 일주일이 지난 초저녁에 <형설서점>에 들렸습니다.
"민수씨, 오늘 나 술 한잔 사 줄래요?"
늘 그렇듯 소설이나 영화, 또 그저 그런 생활 주변의 잡담을 나누다 그녀가 불쑥 이 말을 했을 때 나는 너무 놀라 눈만 크게 뜬 채 바로 응답을 못했습니다.
"왜, 돈이 없어? 그럼 빌려 줄께요. 오늘은 남자가 사 주는 술 한번 먹고 싶어."
"가 ..... 갑시다. 누님! 그냥 지금 가요!"
정신을 차린 나는 고함을 지르듯 소리가 컸습니다. 당시 나는 용돈도 많이 받는 편이지만 가끔 집의 돈을 훔치기도 해 항상 주머니는 넉넉헸습니다.
마침 아들을 데리고 나온 식모에게 서점을 맡기고 우리는 중국집으로 향했습니다. 그 무렵 우리집도 그랬지만 웬만한 집들은 거의 식모들 두고 살았었습니다.
그녀는 정말 술이 고팠던 양 꽤 빨리 마셨습니다. 술잔이 몇차례 오갈동안의 대화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그녀가 화제를 바꾸었습니다.
"민수씨도 <보바리부인>을 읽어 봤죠?"
"네."
"나도 가끔 보바리부인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
"네 ...... ? "
나는 그녀가 "술을 사 달라."고 할 때보다 더 놀랐습니다.
플로베르의 <보바리부인>은. 시골의사의 아내인 주인공이 바람을 피우다 자살하는 내용으로 프랑스 사실주의의 대표작이라는 설명을 듣고 읽은 소설입니다. 특별히 큰 감동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읽고 나서 일부러 발자크나 모파상의 소설을 찾아 읽은 기억도 납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성욕이 주체 못할만큼 넘치는 18살 청년 앞에서 바람 난 유부녀를 들먹이며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그 후로는 그녀가 거의 이야기를 주도하고 나는 가끔 맞장구나 치면서 듣는 입장이었습니다.
처녀 시절 그녀는 동화 같은 화려한 미래를 꿈꾸며 살았답니다. 불쑥 나타난 육군 중위의 끈질긴 구애도 매멸차게 거절하며 더 아름다운 미래를 상상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별을 전제로 한 그 남자와의 마지막 데이트에서 순결을 잃고 결국은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전방 부대며 후방으로 이사도 자주 다니고, 아기도 낳고, 또 섹스의 환희도 알게 되며 이것도 운명이며 천정배필이라고 체념하며 살던 중 그녀는 남편의 외도를 알았답니다. 남편은 이미 다른 여인과의 사이에 아이도 하나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살을 기도했다가 살아 났습니다. 남편은 울면서 용서를 빌었습니다. 이미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된 그녀도 생활을 송두리채 깨버릴 용기는 없었습니다.
남편은 그 내연녀와 헤어지고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신과 부모, 자신들의 아이들 이름까지 들먹이며 맹세 했지만 내연의 여자과 사이에 낳은 아기는 키워 달라고 애걸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매정한 반대로 그 아이는 고아원에 보내졌다고 합니다.
그 후, 남편은 그녀와 가정에 충실한 듯 하지만 그녀가 당한 배신감은 여전히 가슴에 못으로 박혀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이란 정말 바벨탑 같아요."
지나 온 인생을 털어 놓으면서 축축해져 있었던 그녀의 눈은 이 말을 하며 끝내 눈물을 주르르 흘렸습니다.
나도 사실 머리가 멍하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픔이 밀려 왔습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신처럼 되겠다고까지 오만해져 하늘에 닫는 탑을 쌓으려다 허망하게 종말을 맞는 이야기 아닌가. 그녀의 사랑도 그렇게 무너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우선 저토록 아름답고, 또 기품있고 우아하며, 나에게는 한없이 친절하며 재치있는 말들로 더욱 나를 옭아 매었던 그녀가 이렇게 슬프고도 고통스러웠던 지난 날이 있었다는 것이 우리가 자주 대화를 나누었던 소설보다 더 리얼하게 충격적이며 나에게도 아픔으로 닥아 왔습니다.
그리고보니 그녀가 지난번에 읽던 <안나 카레리나>라는 소설도 떠 올랐습니다. 그 작품 역시 유부녀가 청년과 간통하고 끝내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내용이고, "10대에 읽을 때와 30대에 읽는 느낌이 다르다."는 말도 했었습니다. 그녀는 지금 흔들리고 있는거야. 마담 보바리나 안나 카레리나처럼 ......
그런데 그때의 나는 여전히 감정의 표현에 솔직하지 못하고 멋대가리 없는 놈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누님! ......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 들여야죠. 더구나 누님이 보바리부인이 되는 것은 정말 싫어요. 내가 누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 그 이미지를 깨면 나는 누님을 경멸하고 미워 할꺼예요."
그녀는 아직 눈물이 얼룩진 얼굴에 미소를 띠웠습니다. 하지만 그 미소는 그때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조소나 자조의 웃음 같기도 했습니다.
"그렇죠. ...... 그렇겠죠. ...... 남자란, 아니 세상 모두가 자기 입장으로만 생각하고 말하니까 ...... 어떻든 민수씨하고 실컷 수다를 떨다 보니 일단 기분은 좀 풀어 졌어요. 이것도 일종의 카타르시스 효과일까? ...... 자, 이제 가죠."
내가 서둘러 술값을 치루고 식당을 나왔을 때 그녀는 약간 비틀거렸습니다. 둘이서 고량주를 3병이나 마셨거든요. 하지만 나는 긴장했던 탓인지 거의 취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술도 마셨으니 그냥 서점에서 자야지."
혼잣말처럼 하며 앞장 서 걷는 그녀의 휘청거림에 팔을 잡아주려 하자 "괜찮아요. 그냥 가!"라며 매정하게 내 손을 뿌리치는데 좀 화가 난 듯 했습니다.
<형설서점>은 이미 간판이 꺼지고 덧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그 앞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몇걸음 걷다 뒤돌아 보니 식모가 그녀의 아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식모가 골목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발걸음은 무거웠습니다. 몇걸음 걷다 멈칫 서고, 다시 몇걸음 걷다 멈칫, 결국 나는 발길을 돌렸습니다.
"누님, 저 박민수예요."
문을 두드리고 나를 밝히자 그녀가 나오는 기척이 들리고 서점에 불이 켜 졌습니다. 그러나 문이 열리지는 않았습니다.
"왜 그래요?"
"누님한테 꼭 드림 말씀이 있어서 ...... "
문을 사이에 두고 나는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무슨 맗을 ...... ? 밤도 늦었으니 오늘은 그냥 가요."
그녀도 작은 목소리였지만 떨리는 듯 했습니다.
"잠깐, 할 말이 있어서 ...... "
"그럼 거기서 해요."
"아니, 직접 마주 보면서 ...... "
"싫어요! 안 돼요! 할 말이 있으면 내일 해요."
"꼭 한마디만, 누님. ...... 딱 한마디만 ...... "
"내일 하라니까 ...... 나는 지금 너무 참담해요. 더 괴롭히지 말고 빨리 가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확실히 떨렸습니다. 나는 그녀가 결코 내숭을 부린 것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문짝 하나로 가로막힌 저쪽에서 그녀는 지금 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작정했습니다.
"그래, 꼭 할말이 뭐예요?"
결국 문이 열리고 서점으로 들어선 나와 마주 서자 그녀는 냉정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습니다. 그 호수 같이 맑은 눈은 공포에 질린 것 처럼 더 커졌습니다.
"누님! ...... "
그녀의 두 팔을 손으로 잡자 몸도 떨고 있었습니다. 나는 잠시 그 눈을 응시하다 격정적으로 말했습니다.
"누님, 사랑하 ...... "
말을 다 끝맺지 못한 것은 첫마디가 나올 때부터 그녀가 도래질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 입은 말 대신 행동으로, 그녀의 입술을 덮어 버렸습니다.
"읍! ...... 읍! ...... "
그녀는 잠시 몸부림을 쳤지만 이미 내 두손은 그녀의 얼굴을 확실하게 고정시켜 놓았습니다. 세차게 입술을 빨며 혀로 그 틈을 갈라 놓고 굳게 닫힌 이빨도 열려고 맹렬히 움직였습니다.
"으 ..... 읍!"
신음과 함께 입이 열리더니 그녀의 혀가 쏙 들어왔습니다. 두팔은 내 허리를 꽤 센 힘으로 조여 옵니다. 마른 장작 같은 우리 둘에 결국 점화가 된 것입니다.
"누님, 우리 저 방으로 가요."
선채로 혀를 주고 받다, 입술을 떼고 잠시 가쁜 숨을 쉬다, 다시 입술이 부딛치기를 몇차례 거듭하다, 나는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습니다.
서점에는 일종의 숙직실처럼 조그만 방이 있고 방문 앞에는 수도와 간이 취사시설도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아이 참! 이걸 어떡해?"
두팔을 내목에 감고 얼굴은 내 가슴에 묻으며 그녀는 속삭였습니다.
"아, 잠깐 ...... " 이라며 그녀는 팔을 풀고 발을 내렸습니다.
"문을 좀 잠그고 ...... "
함께 방으로 들어선 우리는 이제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선 채로 입을 맞추다 다시 앉아서 가슴과 허리도 더듬으며 입맞춤은 계속 되고 이미 펴 있는 요 위에 그녀를 눕혔습니다.
그녀가 허리를 돌려 주고 엉덩이를 들어 주면서 우리는 재빨리 알몸이 되었습니다. 브래지어를 벗기자 꽤 큰 그녀의 젖통이 철렁 하며 축 쳐졌고 젖꼭지는 포도알만큼 컸지만 피부는 얼굴보다 더 희고 매끄러웠습니다. 아래로 손을 내리자 수북한 털 사이로 벌써 물끼가 질퍽했습니다.
다급한 나는 곧바로 몸을 포갰고 그녀는 무르팍을 세우며 가랭이를 벌렸습니다. 그래서 막 살이 섞이려는 순간 그녀가 나를 제지하며 물었습니다.
"민수씨, 다른 여자를 취해본 적이 있어요?"
"네?"
나는 처음 그 말을 못 알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 이런 행위를 ...... 다른 여자하고도 이런 짓을 해본 적이 있느냐고 ...... "
나는 멈칫했습니다. 하필이면 이런 타이밍에 그런 질문을 해야 하나 하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누구 ...... ? ...... 돈 주고 산 여자 ...... ?"
그녀도 잠시 멈칫한 듯 한데 실망한 표정 같기도 했습니다.
"아니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당당한 기분으로 말했습니다.
"그럼 누군데 ...... ? ...... 어떤 여자 ...... ?"
"그저 동내애 사는 누나뻘 여자였어요."
자지는 그녀의 문전에서, 까실까실한 털의 감촉을 느끼며 벌떡거리고 있는데 이깟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참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런데 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불쑥 그때의 경험이 떠 올랐습니다. 그녀도 당시 비슷한 질문을 했었습니다.
고교 3년, 그러니까 작년의 여름방학 때였습니다.
그날 내가 왜 집 밖에 서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여튼 나는 큰길의 맞은편을 보다 길을 건넜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몇명의 승객이 내렸을 때 나의 눈에는 곤란한 처지를 당한 한 여인이 들어 왔습니다. 쌀인 듯한 큰 자루에다 채소나 잡곡이 들었을 짐꾸러미가 3개, 게다가 큼직한 수박 한통까지, ...... 누가 보기에도 그녀에게는 벅찬 짐이었습니다. 그녀는 자루를 머리에 인 채 양손에 짐을 번갈아 들어 보면서 한걸음도 떼지 못한 채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나와 대화는 커녕 인사도 나눈 적이 없지만 그녀에 대해 좀 알고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 동네에 사는 중학교 3년생 홍창식의 누나였습니다. 창식이는 연산인가 어느 시골에서 대전으로 유학을 왔고, 가끔 우리가 골목에서 공을 차거나 말타기 등을 할 때 나를 "형아." 라며 붙임성이 있어 더러 어울렸던 아이입니다. 그의 누나는 방직공장에 여공으로 일하고 남매가 우리 집에서 한 3백m 떨어진 철공소 집에 셋방을 얻어 자취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울타리나 대문이 별로 중요하지 않던 시절, 동네에서는 남의 집 숫가락이 몇개인지 궤뚫는 사람도 많았고, 웬만하면 기본적인 정보들은 쉽게 알려지기 마련입니다.
"아이, 괜찮아요."
나도 누가 친절을 베풀려 했을 때 그랬겠지만, 그녀도 사양부터 했습니다. 나는 그런 말을 무시하고 수박과 보따리 3개를 양손에 들고 다시 길을 건너 그녀의 집을 향해 앞장 서 걸었습니다.
"대경상회 학생이죠?"
우리 점포 앞을 지날 때 그녀가 알은 체를 했습니다. 대화도 인사도 한 적 없지만 그녀도 나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우리집은 대로변에서 문구점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규모면에서 학교 앞의 문방구와는 달랐습니다. 우리집은 충청도 전체에서도 몇손가락 꼽는 전문점으로 충남도청이나 대전시청, 경찰서등에도 납품을 했고, 항상 종업원이 3~4명, 점포 뒷편에는 꽤 큰 창고가 있고 그 뒤에 살림집이 있었습니다.
"창식이를 집에 데려다 주고 한 이틀 쉬었다가 오는 길이예요. 엄마가 무겁다고 해도 자꾸 담아주는 바람에 ...... "
그녀가 변명처럼 말했지만 나는 그저 말 없이 걸었습니다. 그녀의 자취방은 철공소 점포의 뒷편 살림집에 셋방용으로 방 4개를 들인 것중 하나였습니다. 요즘의 원룸처럼 달랑 방하나에 부엌이 딸렸고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구조였습니다.
"아이, 너무 고마워요. ..... 더운데 뭐 시원한 거라도 잠깐, ...... 아참, 미싯가루도 있는데 ...... "
그녀가 짐도 제대로 내려 놓지 못하고 허둥거리며 내 옷깃까지 잡았지만 "괜찮아요." 라며 나는 발길을 돌렸습니다. 땀이 약간 나기는 했지만 사실 별로 힘든 것도 없고, 나는 그저 보이스카웃 처럼 선행을 한가지 했다는 기분으로 그날 일은 완전히 기억에서 지웠습니다.
그런데 저녁밥을 먹은지 얼마 안되어 그녀가 우리집까지 나를 찾아 왔습니다.
"오늘 낮에 정말 고마웠어요. 수박을 차게 해 놨는데 좀 들고 가세요."
한두마디 사양은 했지만 일부러 나를 찾아 왔는데 차마 거절할 수 없어 함께 그녀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습기차고 무더운 여름 저녁이지만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그녀의 긴 머리가 살랑거리고, 삼푸인지 비누인지 향긋한 냄새가 풍겼습니다.
그녀는 얼음까지 띄운 수박 화채에다 역시 얼음을 넣은 미싯가루를 내 왔습니다. 당시 냉장고가 있는 집은 거의 없었고 그녀는 나를 위해서 얼음까지 사 왔을 것입니다.
방에는 앉은 책상에 창식이 것일 중학교 3학년용 교과서와 참고서가 몇권 있고, 조그만 옷장과 경대 하나, 이불은 선반에 얹혀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두명이 겨우 누울만큼 좁았습니다. 창문이 있지만 열리지 않았고 선풍기도 없는데 그녀는 나를 향해 부채칠을 하며 먹기를 권했습니다. 별것도 아닌데 ...... 라고 나는 오히려 미안한 기분이 들면서 그때문에 더 열심히 수박을 먹어 댔습니다.
"이름이 뭐예요?"
"박민수라고 합니다."
"그래요? 나는 홍점례. 히히 ...... 이름이 너무 촌스럽죠?"
나는 그저 빙그레 웃었습니다. 골방에 성숙한 여인과 단둘이 있다는 것이 웬지 쑥스러운데 그녀는 명랑한 성격 같았습니다.
"나이는 얼마 ..... ?"
"지금 고3이니 열여덟이요."
"나는 스물네살, 내 바로 및의 동생도 스물두살이니 내가 한참 누나네. 히 히 ...... "
그건 새삼 말할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그녀가 나보다 연상인 것은 틀림 없으니까요.
"아, 너무 덥다. 좀 벗어야겠어. 민수 학생도 윗도리는 벗어요."
그녀의 동작을 보며 나는 깜짝 놀랐고 곧 시선을 어찌 해야할지 허둥댔습니다.
그녀가 윗옷을 벗는데 시꺼먼 겨드랑털이 내 눈에 들어왔고, 달랑 런닝셔츠 차림이라 그녀의 젖통 윤곽과 볼록 솟은 젖꼭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 무렵 나이 든 여자나 아기 엄마의 그런 차림은 가끔 볼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여인들은 브래지어를 착용한다는 것이 나의 상식이었습니다. 조숙하다는 말을 듣던 둘째 누나는 젖통이 겨우 엄지손가락 첫마디 정도 커진 국민학교 6학년 때부터 브래지어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바로 내 눈 앞에 이토록 감각적인 젖통과 젖꼭지, 시꺼먼 겨드랑털이 그대로 보인다는 것에 얼굴은 화끈거리고 정신은 몽롱한 상태였습니다.
"아이, 민수 학생도 벗으라니까.
그녀의 재촉에 곧바로 윗도리를 벗어버린 것도 몽롱한 상태 때문인 것 같습니다. 눈 둘 곳을 몰라 허둥거리며 수박 화채를 두 숟갈 쯤 먹었을 때 그녀는 내 앞에서 옷을 벗어제낀 것 처럼 또 돌발행동을 했습니다. 그녀가 내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쓰다듬는 것입니다.
"있으나 마나 한게 남자의 젖꼭지라는데 민수 학생은 꽤 크네. 히 히 ...... 어머, 딱딱해 졌어!"
남자, 그러니까 내 젖꼭지에도 전류가 흐르고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나는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마치 스파크가 난 것 처럼 내 머리에 불꽃이 튀고 나는 낭떠러지에서 추락하다 나뭇가지를 잡듯, 충동적으로 얇은 셔츠만으로 가린 그녀의 젖통을 두손으로 움켜 쥐었습니다.
"아악!"
비명을 지르며 두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고통스런 표정을 지을 때 나는 조금 정신을 차렸습니다. 나는 요즘 말로 하자면 성추행을 한 것입니다. 그녀가 먼저 내 젖꼭지를 만졌다고 하나 그것은 내 손이나 어깨를 만진 것과 마찬가지도 대수롭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내가 성숙한 여인의 젖통을 두손으로 움켜 쥐었다는 것은 성격이 다릅니다. 길거리나 전철 안에서 이런 짓을 하다 남에게 들켰다면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입니다.
나는 황급히 손을 떼고 순간적으로 이 곤경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다음 말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유방은 여자 몸에서 제일 연약하고 예민한 부분이예요. 아이, 그렇게 우악스럽게 쥐어 뜯으면 어떡해?"
그녀는 눈을 살짝 흘겼지만 웃음을 띠고 있었습니다.
"미안해요, 누님."
나는 한손바닥으로 그녀의 왼쪽 젖통을 부드럽게 감쌌습니다. 살짝 눌러 보니 비로서 뭉클한 감각이 전해 집니다. 손가락으로 쓸어 보니 젖꼭지도 딱딱한 것이 이리 저리 쏠립니다. 슬쩍 그녀의 표정을 보니 눈을 사르르 감은 채 가만히 있었습니다. 이제 나는 자신감이 생겼고 이대로는 성이 차지 않았습니다.
셔츠를 들어 올리자 두개의 젖통이 스프링처럼 튀어 나왔습니다. 젖꼭지와 젖무리는 연분홍 빛이었습니다. 어머니나 나이 든 여인들의 젖통은 더러 볼 기회가 있었지만 이토록 탄력 있고 매끄러운, 명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젖통을 송두리 채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나는 "흑!" 하고 낮은 비명을 낸 뒤 그중 한 젖꼭지를 입에 물었습니다. 그녀의 가슴에서도 향긋한 비누 냄새가 났습니다.
"아이, 이렇게까지 ...... "
그녀는 나를 잠시 밀어내는 것 같았지만 내가 세차게 빨아 대자 그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아악! 아파!"
그녀가 또 비명을 질렀습니다. 나는 또 아차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젖꼭지를 깨문 것입니다. 나는 정말 우악스럽지 않게, 그녀의 젖꼭지와 그 주변을 혀로 훑어 갔습니다.
"으 ...... 음!"
그녀는 아무 동작도 없이 낮은 신음을 내고 있는데 나는 또 성이 차지 않았습니다. 재빨리 치마를 걷으며 한손이 팬티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이, 거긴 안 돼!"
그녀가 몸을 비틀며 내 손을 당겼지만 내 동작이 더 빠르고 강했습니다. 수북한 보지털을 손바닥으로 덮으며 가운데 손가락으로 구멍을 찾았습니다. 물끼가 이미 질퍽해 손가락이 쑥 들어갔습니다.
털이 난, 그러니까 성인의 보지를 나는 제대로 본 적도 없건만 본능적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것 같습니다.
"아이 참! 이러지 말라니까 ...... "
그녀는 다시 내 손을 잡아 빼려하고 몸을 비틀고 엉덩이를 들썩거렸습니다. 하지만 내 오른 손은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녀는 또 모든 동작을 멈추었는 데 가만히 보니 가랭이를 좀 벌려 준 것 같기도 합니다.
나는 팬티를 벗기려 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반항이 좀 더 완강했습니다. 엉덩이를 꽉 바닥에 붙인 채 두팔로 나를 밀어내며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이제 그만 해요! 학생, 그렇게 안 봤는데 왜 이래? 왜 이러는거야?"
나는 약간 밀려난 가슴을 다시 그녀 몸에 덮으며 다급하게 속삭였습니다.
"누님, 한번만 ...... 딱 한번만 ...... "
"한번만 뭘 ...... ?"
그녀가 내 얼굴을 빤히 올려다 보며 말하는데 나는 머뭇거렸습니다. 이럴 때 뭐라고 말해야 하나? ...... 소설이나 영화에서 찾으려 해도 이런 식의 실랑이 장면이 떠 오르지 않더군요.
"한번만 뭘 ...... ?"
그녀가 내 얼굴을 빤히 올려다 보며 말하는데 나는 머뭇거렸습니다. 이럴 때 뭐라고 말해야 하나? ...... 소설이나 영화에서 찾으려 해도 이런 식의 실랑이 장면이 떠 오르지 않더군요.
"누, ...... 누님을 갖고 싶어요."
"나를 가져? ...... 어떻게 ...... ?"
이 상황에서 내 속셈을 빤히 알텐데 자꾸 말을 돌리는 것이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누 ...... 누님 몸 속에 ...... 들어가고 싶어요."
"참, 내, ...... 들어 오면 나를 갖는거야? 나는 민수 학생 소유물이 아니예요."
"그 ...... 그냥 ...... 그저 나를 좀 받아 주세요. 아! 나 정말 미 ...... 미쳐 버리겠어요."
입안은 바싹 타 들어가고 진땀이 얼굴에 흐릅니다. 열릴 듯 열릴 듯 하면서도 아직 닫혀 있는 그녀의 문 앞에서 나는 정말 속이 탔습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돼요?"
"아아 ...... !"
이제 나는 말을 꾸며대기도 지쳤습니다.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 안으며 목덜미에 땀 흐르는 얼굴을 묻고 비명 같은 신음을 지르며 헐떡거릴 뿐이었습니다.
"아이 참! 결국은 이렇게 ...... 아이, 난 몰라!"
나를 밀어내려 내 가슴팍에 있던 그녀의 두손이 축 쳐지고 온 몸에 힘을 빼며 그녀는 축 늘어졌습니다. 시체처럼, 혹은 나 잡아 잡수 하는 식으로 ...... 미처 내가 다음 행동을 옮기지 못하고 있는데 그녀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민수 학생은 이렇게 옷 입은 채 할꺼야?"
아아! ...... 소리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나는 속으로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녀는 허락을, 아니 지금 나한테 재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믐을 일으켜 런닝셔츠를 벗어 던지고 일어서서 바지 혁대를 풀었습니다. 그녀도 젖통이 드러난 채 목덜미에 걸려 있던 런닝셔츠를 벗었습니다. 또 그 시꺼먼 겨드랑털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그녀는 선반에서 요를 꺼내 방바닥에 펴고 누웠습니다. 나도 재빨리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내리자 꽤 오래 압박을 당해 왔던 자지가 튀어 나왔습니다.
몸을 굽혀 그녀의 치마를 벗겼습니다. 치마는 고무줄이 달려 있었고 그녀가 엉덩이를 살짝 들어주기에 내가 아래를 벗을 때처럼 팬티를 함께 내리자 순식간에 우리 둘은 알몸이 되었습니다. 털이 너무 수북해 내가 들어갈 그곳은 입구가 잘 안 보일 정도였습니다.
나는 다시 몸을 포갰습니다. 이제 우리 사이는 아무 장벽도 없습니다. 그런데 발딱 선 자지는 갈 곳을 못찾고 헤메기만 합니다. 결국 한 손으로 잡고 입구를 찾으려는데 그녀가 불쑥 말을 걸어 왔습니다.
"민수 학생. 많이 해 봤어요?"
"뭐를 ...... ?"
그녀는 피식 읏으며 말했습니다.
"지금 뭘 하려는데 ...... ?
"나 ...... 나는 처음이예요."
"정말 ...... ?"
크게 뜬 그녀의 눈 앞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머나! 진짜 숫총각이란 말야?"
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내 자지를 움켜 쥐었습니다. 따스한 손길에 자지는 저 혼자 벌떡거렸습니다.
"어휴, 꽤 우람하네! ...... 딱딱하고 ...... 그런데 남자는 아다라시하고 중고가 어떻게 차이가 나지? ...... 에이, 아무래도 많이 사용한 것 같아. 이렇게 색깔도 진하고 ...... 내 말 맞지?"
"아뇨. 나는 여자 유방도, 이렇게 옷을 다 벗은 여자도 처음이예요. 누님이 처음이란 말예요."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사실이니까요.
"정말 ...... ?"
그녀는 내 표정을 훑어 보며 다짐하듯 다시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머나, 그럼 내가 오늘 숫총각을 맛보네! 아니, 민수 학생 동정을 내가 갖는거야. 학생이 나를 갖는게 아니고 ...... "
그녀는 나를 꼭 끌어 안더니 등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숫총각 맛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지만, 어떻든 이제 나는 그녀에게 기꺼이 동정을 줄 것입니다. 나는 엉덩이를 살짝 들고 다시 자지를 손으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또 제동이 걸렸습니다.
"우리 키스부터 해요."
그녀가 도톰하게 내민 입술에 내 입을 덮는데 혀가 쏙 들어 오는 것에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당시 나는 섹스, 혹은 남녀 관계에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키스도 "어른들은 영화에서처럼 입술만 대는 것이 아니라 혀로 한다."는 것을 국민학생 때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상식과 다릅니다. 그 혀를 빨면서의 감미로움은 "키스를 혀로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와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그녀가 혀를 거두며 세차게 빨아대자 다시 내 혀를 들이 밀었을 때, 그래서 그녀가 내 혀를 빨아줄 때 더욱 충격적인 황홀감에 나는 몸을 떨었습니다.
그녀의 침이 입안 가득 고였다가 목구멍을 넘기고 다시 내 혀가 들어가면서 침도 함께 보내고, 그러면서 한손은 계속 그녀의 젖통을 매만지고, 그 행동만으로도 나는 이대로 죽어도 좋다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입을 떼며 가쁜 숨을 내 뱉더니 빨리 꼽아 달라는 듯 아래를 움직였습니다. 나도 자지를 한손으로 잡고 진입하려 했습니다. 그래도 쉽게 들어가지 못하고 잠시 헤메는데 그녀가 또 몸을 움직였습니다.
분명히 손을 쓰지는 않았고 다리를 더 벌렸거나 엉덩이를 움직인 것 같은데 쑥 --- 거침 없이 자지가 그녀의 몸을 파고 들었습니다.
아아! ...... 속으로 나는 또 탄성을 질렀습니다. 자지뿐 아니라 내 몸 전체가 펄펄 끓는 가마솥, 아니 한없이 아늑하고 평온한 어느 동굴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황홀함과 행복감에 몸부림치듯 자지는 혼자 벌떡 거렸습니다. 그런데 나를 감싸고 있는 동굴도 내 몸 전체를 어루만지듯 옴찔거렸습니다.
"아아! ...... "
실제로 그녀는 입 밖으로 신음을 냈습니다. 그리고 나를 더욱 끼어 안으며 엉덩이를 흔들고 아래위로 들썩였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당시 숫총각일 뿐 아니라 지금 되돌아 보면 고3의 남자 치고 섹스, 혹은 빠구리에 백치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 행위가 자지를 보지에 넣고, 그래서 아기도 생긴다는 것은 국민학교 2학년 때 이미 알았었지만 그렇게 집어 넣고 방아질을 한다는 것 까지는 몰랐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직접 빠구리를 해봤다는 친구도 있었고, 끼리끼리 모여 섹스나 여자 이야기도 나누고, 남녀의 행위를 적나라하게 담은 사진이나 잡지도 더러 구경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내 주변에는 포르노 테이프나 동영상은 없어 나의 상식도, 정적으로 그저 자지를 보지에 박는 것이 빠구리다 라는 정도로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엉덩이가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주는 자극에 나도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들썩였습니다. 환희가 온몸으로 밀려 오고 나는 그것이 본격적 빠구리 동작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우쳤습니다. 그리고 나는 난생 처음의 황홀한 클라이막스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너무 짧았습니다.
한 10번 쯤 꿀렁였을까, 미처 마음을 가눌 여지도 없이 찍 하고 첫 정액이 발사된 것입니다.
"어머나, 벌써 ...... !"
그녀도 나의 사정을 알았는지 엉덩이를 올리며 나를 더욱 세차게 끌어 안았습니다. 나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자지를 박아 댔습니다.
찍, 찍. ...... 정액은 보통 자위할 때보다 훨씬 많이 나오는 것 같았고, 자위 때의 사정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황홀감이 등줄기를 통해 온몸으로 퍼져 갔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도 너무 짧았습니다.
꼴깍 ...... 하고 마지막 정액이 빠져 나간다고 느끼는 순간 갑자기 허망함 같은 것이 밀려 오고 꿀렁이면 자지가 아파 왔습니다. 아니, 더 이상 움직이기조차 싫었습니다.
"흐윽 ...... !"
신음을 지르고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계속 가쁜 숨을 토해 냈습니다. 그녀는 전혀 지치지 않은 듯 숨소리도 변하지 않은 채 엉덩이를 조금 들썩거리려 했지만 나는 그녀의 몸을 누른 채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제야 그녀도 자극 받기를 포기한 듯 두다리도 뻗으며 가만히 있었습니다.
"아, 밑으로 흐른다!"
그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녀가 어깨를 밀기에 몸을 떼었더니 쬐그맣게 줄어든 자지 끝에 방금 내가 토해 놓은 정액이 실처럼 매달려 나옵니다. 그녀의 보지에서도 정액이 꿀럭거리며 흘러 내렸고 요는 이미 물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어휴, 많이도 쌌네!"
그녀는 두리번거리다 우선 벗어 놓은 자신의 팬티로 보지를 닦았습니다. 이어 그녀는 정액과 자신의 분비액으로 번들거리는 내 자지와 주변을 닦아 주었습니다. 팍 시들어버린 자지 때문에 나는 좀 창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사이 그녀의 보지에서는 또 정액이 배어 나왔습니다. 그녀는 팬티로 그곳을 막고 물었습니다.
"좋았어?"
"네?"
질문은 알아 들었건만 사실 나는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내 감정은 약간 미묘했습니다.
처음 그녀의 젖통을 만졌을 때, 알몸을 보았을 때, 또 살을 섞었을 때, 그럴 때마다 내 욕구와 열망은 더욱 불타 올랐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사정할 때는 환희의 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나자 타던 불이 꺼지듯, 허탈감이나 후회 같은 감정이 밀려 왔습니다. 이 방에 들어온 뒤 그토록 기세등등했었으나 이제는 쪼그라 든 자지나, 마치 배설물처럼 정액이 꿀럭꿀럭 나오는 그녀의 보지도, 창피하고 불결한 기분마저 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예의를 차렸습니다.
"좋았어요. 또 고마워요, 누님."
"고맙기는 ...... ? ...... 내가 더 고맙지. 민수 학생의 동정을 내가 가졌는데 ...... "
" 누님도 좋았어요?"
"물론! 숫총각하고 했는데 ...... "
나는 그녀가 숫총각이며 동정을 들먹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남자는 무슨 표시가 날 것 같지도 않은데 특별한 사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갑자기 벌어진 일에 처음이건, 10번 째 하는 것이건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히, 히, ...... "
그녀는 또 혼자 키득거리고 나서 좀 짖꿎은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맗하자면 좋다, 나쁘나 말할 여지도 없었어요. 너무 빨리 끝나 버렸거든."
"미안해요. 누님."
지적까지 받자 사실 그녀에게 미안하고 창피했습니다. 소설에서 보거나 친구들의 경험담을 들어 보면 여자가 더 좋아해서 헉헉거리고 심하면 울부짖기까지 한다는데 그녀는 아무 반응이 없었거든요.
"괜찮아요. 민수 학생이 처음이고 너무 서둘러서 그랬을 거예요. 사실 남녀의 관계란 분위기도 중요하고, 미리 서로가 부드럽게 애무도 해주고, 서로 정겨운 말도 나누고, ...... 어머!"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은 내 자지였습니다. 사정을 하고 그녀가 뒷처리를 해 준 뒤에 나는 그 다음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그래서 아직 모두 알몸인 채 나는 무릎을 꿇고 어정쩡한 자세로 고작 몇마디 나누었을 뿐인데 그 사이에 나도 모르게 자지가 스멀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역시 총각이라 달라. 아니, 이제는 총각이 아니지. 하지만 10대 청년은 정말 다른가 봐. 벌써 이렇게 ...... "
그녀가 놀란 표정을 지었을 때 내 자지는 사실 약간 부풀어 있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닿자마자 자지는 금방 빳빳해 졌습니다. 그녀는 자지 밑둥을 손바닥으로 슬슬 부벼대고, 불알을 두어번 주물럭거리고, 다시 자지를 부드럽게 움켜쥐자 자지는 저 혼자 벌떡거렸습니다.
나는 또 스파크가 일어난 것 같았습니다. 방금 전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과는 달리 오로지 다시 그녀의 보지 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열망만이 솟구쳤습니다. 그녀를 눕히고 오른 손을 젖통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녀가 말한 분위기와 부드러운 애무, ...... 나는 스스로를 억제하며 될 수 있는대로 천천히 , 또 부드럽게 젖통을 매만지며 입을 맞추려 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문이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연산 처자 있나?"
우리는 다 화들짝 놀랐고 나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았습니다. 바로 이 집의 주인인 철공소집 아주머니였습니다.
"아! 아주머니, 잠깐 ...... 제가 나갈께요."
그녀는 다급하게 말하며 런닝셔츠나 팬티는 챙기지 못한 채 겉옷만 둘을 걸쳤습니다. 하기야 그녀의 팬티는 정액과 분비물로 더럽혀져 있어 시간 여유가 있어도 입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곧 돌아온 그녀는 보따리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세며 투덜거렸습니다.
"집에 갔다 와서 방세를 주겠다고 했는데 숨도 돌리기 전에 재촉이네."
다시 그녀가 나간 후 보니 자지는 또 쪼글어져 버렸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집주인의 좀 언성이 높아진 소리도 들려 왔습니다. 조금 전까지의 열망도 찬물을 끼얹은 듯 확 죽어 버렸습니다. 꽤 극성스럽고 잔소리도 많은 그 아주머니가 바로 문밖에 있다는 것도 부담스러웠습니다. 나는 급히 옷을 챙겨 입었습니다.
"효재 엄마는 갔어요?"
"응. 안채로 들어갔어."
"그럼 나도 갈께요."
더 이상 말을 나누지도 않았고 그녀가 나를 붙잡지도 않았습니다. 이미 분위기가 깨졌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었습니다.
약간은 뒤꼭지가 아린 것처럼 어색하게 그녀와 헤어져 몇걸음을 옮기면서 나에게는 새롭게 벅찬 감회가 밀려 왔습니다.
아, 나는 빠구리를 했어! 진짜 빠구리를 한거야! ...... 중학교 1학년 때 몽정과 자위를 연거푸 경험한 이래 자위는 지금까지 거의 주기적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자위를 하면서 가끔은 진짜 빠구리를, 여자의 보지에 자지를 집어 넣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특히 골목에서 몇번 마주 친 예쁜 여학생, 영화에서 정말 매력적인 여주인공, 극장의 쇼무대에서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나 육감적인 무용수들을 보면 그녀들을 생각하며 자위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심지어는 중학교 때 영어를 가르치는 여선생이 몸을 숙일 때 살짝 보인 젖무덤 때문에,
또는 낮잠 자는 누나의 허벅지를 깊게 보고 나서 바로 그녀들을 생각하며 자위를 하기도 했죠.
그럴수록 진짜 빠구리를 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 때까지 연애는 커녕 여자의 손목 한번 잡아보지 못한 처지였습니다. 그래서 끝내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대학 입시만 치르면 곧바로 창녀촌에라도 가서 총각딱지를 떼어야겠다고 작정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나는 전혀 에상도 기대도 하지 않았던 오늘 갑자기 진짜 빠구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집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내가 외출했던 시간은 겨우 한시간 남짓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집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다음달에는 시집을 갈 둘째 누나, 그리고 나보다 두살 많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방학이 되어 집으로 내려 온 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외출했다 돌아 온 나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괜히 나는 섭섭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쭐한 기분도 함께 들었습니다. 그 잠깐의 외출에서 나는 엄청난 모험을 하고 18년동안 지녀 왔던 동정도 잃고 왔는데 ...... 그날 우리 가족 중 누구라도 "너, 어디 갔다 왔니?" 라고 물었다면 나는 "빠구리를, 진짜 빠구리를 하고 왔어요." 라고까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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