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받는 힘 제2화 설립 문예부를 만들 때까지(신임교사 츠치모토 아키) -구교사, 그 뒤에서- (…
“어라? “
방과후, 직원실에 향하는 도중의 연결도로에서 나는 걸음을 멈췄다.
중앙정원을 끼고 반대편의 연결도로를 걷고 있는 정장차림에 기억이 있던 것이다. 키가 작은, 세미롱 머리의 여성은 츠치모토 선생님이었다.
츠치모토 선생님은 그대로 북교사로 들어갔다. 나는 급히 온 길을 되돌아가 츠치모토 선생님을 뒤쫓았다.
방과후라고 해도, 교사 내에는 아직 상당한 수의 학생이 남아있다. 이건 찾는 게 큰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창문 바깥에 세미롱의 뒷모습이 걷고 있는 것이 보였다. 향하는 곳은 구교사인 듯하다.
유나 선배의 정보에 의하면 츠치모토 선생님은 어느 부활동의 고문도 맡고 있지 않은 듯하다. 선배도 한 번 부탁하러 가 본 모양이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신임 1년차에 아직 여유가 없어서인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뒷모습을 놓치지 않도록 나는 급히 밖으로 나왔다. 그대로 실내화지만 어쩔 수 없다.
선생님은 구교사 안으로 들어가는 가 싶더니 바깥벽을 따라 바깥쪽을 걸어갔다. 그대로 교사 뒤---우리들이 점심을 먹고 있던 본교사의 뒷정원이 아니라, 구교사의 뒤-로 향해 걸어가기에 나는 점점 의아해져싿. 이 앞은 부지를 둘러싼 펜스가 펼쳐져 있을 뿐으로 아무 것도 없는 장소였다고 기억한다.
구교사 뒤에는 역시 아무 것도 없었다. 정원이라 부를 정도의 넓이도 아니고, 녹슨 펜스가 부지의 끝까지 뻗어 외부와의 경계를 형성하고 있다.
츠치모토 선생님은 교사 외벽에 등을 기대면서 멍한 모습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표정은 어딘가 지친 느낌이 들어서 말을 거는 것이 꺼려졌다.
“……응? “
그 일순간의 망설임이 기척이 되어 상대에게 전해져버린 건지, 츠치모토 선생님은 이쪽에 시선을 향하더니 아아, 하고 중얼거렸다.
“사쿠라 군이네. 무슨 일이니? “
이름을 기억해주고 있다는 것에 조금 감격하면서 나는 대답했다.
“무슨 일이냐는 건 이쪽의 대사라구요. 무슨 일이신가요, 이런 곳에서. “
“음……생각에 잠겨 있었어. “
수심에 잠길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선생님은 나를 손짓하곤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도 선생님 옆에 서서 마찬가지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늘에서도 날씨가 좋은 탓인지 그렇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햇살이 조금씩 약해져가는 황혼의 하늘은 덧없는 아름다움을 가득 담고 있어, 생각에 잠기기에는 안성맞춤인 것처럼 보였다.
“혹시 마음에 들어하는 장소인가요? “
별 생각없이 묻자 선생님은 뭐 그렇네라며 작게 혀를 내밀었다.
뭘까. 지금의 선생님은 뭔가 선생님답지 않았다. 츠치모토 선생님답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교사같지 않았다. 뭔가 나와 마찬가지로 고등학생 같은, 혹은 대학생 같은, 그런 프라이빗에 가까운 친근함을 느꼈다.
나쁜 인상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긴장을 푼 분위기가 상당히 호감이 갔다.
“여기, 그다지 사람이 오지 않잖아. 혼자가 되고 싶을 때에 자주 와. “
“아, 죄송합니다. 방해였나요? “
“아니. 딱히 괜찮아. 단지 다른 아이에겐 말하지 말아줘. 사쿠라 군과 나만의 비밀. “
딱 좋게 어깨의 힘이 빠진 자연스런 미소에 무심코 두근거렸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역시 츠치모토 선생님은 귀엽다.
교사다움이 느껴지지 않는, 지금의 분위기라면 특히.
“뭔가 용건이 있던 게 아니니? “
말을 듣고 핫하고 정신을 차렸다. 그랬었지.
“저기, 선생님. “
“응? “
“이 전엔 죄송했습니다. “
내가 머리를 숙이자 선생님은 당황한 듯이 놀란 목소리를 냈다.
“에? 에, 뭐, 뭐야? “
나는 머리를 숙인 채로 대답했다.
“이전에 직원실에서 저, 선생님에게 이상한 짓 해버렸으니까, 그 일을 제대로 사과하려고 생각해서. “
“…..놀랬다. “
그 말에 고개를 들자 선생님은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사쿠라 군은 별나다는 말 듣지 않니? “
“들은 기억은 딱히 없습니다만….. “
“그래? 저런 걸 해놓고, 일부러 사과하러 오다니. 최근의 고등학생은 잘 모르겠어. “
츠치모토 선생님은 후우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저런 일은 여자애한테 하면 안돼. 선생님이니까 특별히 용서해주지만, 동급생한테 저런 짓을 하면 고발당해서 체포당할거야. “
미인의 상급생한테 같은 일을 했더니 사귀게 되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선생님 미인이고, 가슴 크니까, 그만. “
“저 때도 말했지만, 그만이 아닙니다. 그 말투도 성희롱이야? “
“칭찬할 생각이었지만요. “
“…정말로 사과하러 온거니? “
선생님의 미심쩍어하는 눈에 미소가 경련한다.
“그, 그런데, 왜 생각에 잠겨 있던 건가요? “
난처함을 얼버무리려고 한 질문이었지만 츠치모토 선생님의 반응은 예상외였다.
“응? 아-, 응….뭐, 가끔은 말야. “
말 끝이 흐리다. 신경쓰였기에 찔러들어가봤다.
“그래도 방금 전 혼자가 되고 싶을 때에 여기에 자주 온다고 말하지 않으셨나요? “
“…말했을지도. “
거북해보이는 표정으로 선생님은 기분탓인가 고개를 숙였다.
“…..뭐, 나도 아직 신참이니까 말야. 이것저것, 큰일이야. …..미안, 지금 것. 잊어줘. “
유감이지만 선생님의 부탁은 나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듣지 않는다.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잊는 다거나 할 수 없다구요. 푸념이라면 들을 테니까 고민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
자, 뉘앙스로서는 이것은 부탁이 아니다. 하지만 말로서는 부탁의 말투로 해석할 수 있는 미묘하게 돌려 말하는 표현이다. 이것이 과연 유효한지, 선생님의 반응을 기다렸다.
선생님은 신기한 듯이 내 얼굴을 바라봤다.
“어째서려나….사쿠라 군의 말을 들으니 그만 푸념을 흘리고 싶어져버려. 교사가 학생에게 푸념하는 건, 안되는 일인데 “
능력에 대해선 물론 말하지 않는다. 대신에 이렇게 말해 둔다.
“그래도 학생입장에서 보자면 진심을 이야기해주는 건 제법 기쁜 일이라구요. 저는 츠치모토 선생님의 푸념, 듣고 싶은데요. “
“…..역시 사쿠라 군, 별나네. “
아뇨아뇨, 이런 귀여운 사람의 푸념이라면 기꺼이 듣고 말고요.
츠치모토 선생님은 픽하고 표정을 풀었다.
“대단한 일은 아냐. 일에 미스만 저질러서 여러가지로 낙담해있을 뿐. 좀 더 요령좋게 대응하면 좋겠지만 좀처럼 잘 되지 않아서 말야. 교감 선생님한테 자주 혼나고 말야. 다른 선생님들한테서 제법 도움을 받으며 어떻게든 여기까지 해오고 있지만….아직 반년인걸. 갈 길이 멀구나 라고 뭐….그런 느낌으로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
대단한 일은 아니지, 라며 선생님은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대단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교사에 한하지 않고, 어떤 일이라도 처음에는 잘 되는 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분명 누군가가 고민하거나 풀이 죽거나 하는 건 흔한 이야기겠지. 아직 학생인 나라도 그런 것은 왠지 모르게 상상이 갔다
그래도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은 츠치모토 선생님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그 외 다수의 일반인이 아니다.
선생님이 고민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도 일개 고교생이 한 교사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만한 어드바이스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도 아니라, 나는 으음하고 신음하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문득 웃었다.
“왜, 왜 그러세요? “
“그치만 열심히 생각해주고 있으니까 “
“그야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
“…….응. 고마워. “
역시 사쿠라 군은 나쁜 아이가 아니네, 츠치모토 선생님은 그렇게 말해주었다.
“요는 말야, 내가 자신을 가지지 못할 뿐이라고 생각해. “
“1년차부터 자신을 가질 수 있는 사라이라니, 그리 흔치 않다고 생각하지만요 “
“그래도 그 자신없음이 행동에 드러나면 안되는 걸. 뭔가를 계기로 자신을 가진다면 나도 좀 더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
“…..애당초 왜 학교의 선생님이 되신 건가요? “
의문을 느껴 묻자, 선생님은 바로 답해주었다.
“옛날부터, 사람에게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어. 책을 좋아했으니까 말야. 딱딱한 교수법이 아니라 간단한 이야기를 섞어 즐겁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면서 가르치면 모두 알기 쉽다고 칭찬해주었어. 그래서 학교의 선생님이 되면 많은 아이들에게 많은 걸 가르칠 수 있으니까, 뭔가 자연스레 동경하게 되어서. “
“그럼 천직아닌가요. “
“그렇게 생각했지만 실제로 해보니 좀처럼 잘 되지 않네. 결국 익숙해질 수밖에 없겠지만. “
선생님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시각을 확인했다.
“슬슬 돌아가야겠네….사쿠라 군은 아직 여기에 있을래? “
“아, 아뇨. 저도 돌아가겠습니다. 선생님은 오늘도 잔업? “
“응. 이전보다는 빨리 끝낼 생각이지만 말야. “
“죄송합니다, 이야기를 길게 끌어버려서. “
선생님은 붕붕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지 않아. 나, 살짝 놀라버렸어. 사쿠라 군은 말을 들어주는 것에 능숙하려나. 이야기하기 쉬워서 굉장히 말이 많아져 버렸네. 이쪽이야 말로, 미안해. “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저는 기뻤는 걸요. 이전의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평범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
직원실에서 당한 성희롱을 떠올린 것인지 선생님은 얼굴이 빨개졌다.
“정말. 다시 꺼내지 않아도 되잖니. 선생님, 정말로 신경쓰지 않으니까. 사과받아서, 뭔가 안심했어. “
그것을 듣고 나야말로 안심했다. 아무래도 무섭게 만든 것은 아닌 듯했다.
먼저 그 자리를 떠나려 하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쫓으면서 나는 문득 떠올렸다.
“선생님. 제가 한 가지 암시를 걸어드릴까요. “
츠치모토 선생님은 내 말에 돌아보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암시? “
“그렇다고 할까, 최면술 같은 거려나. “
“사쿠라 군, 그런 걸 믿고 있는 거야? 의외. “
믿고 있는 건 아니고 지금부터 할 건 술 같은 레벨이 아니지만,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최면술이라니, 뭔가 야한 느낌. 또 ‘그런 일’을 할 생각? “
농담섞인 어조로 빼꼼 혀를 내미는 선생님. 그런 귀여운 모습을 보고 욕정이 샘솟을 뻔 하지만 참았다.
“그런 게 아니에요. 선생님은 자신을 가지고 싶다고 말하셨죠? “
“에? 으, 응. “
“그럼. “
나는 머릿속에서 말을 정리하고, “부탁”을 했다.
“선생님, 부디 자신을 가져주세요. “
“에……. “
“무모한 자신이 아닙니다. 선생님은 교사라는 일을 정말로 좋아하고 지금의 일에도 보람을 느끼고 있을 터에요. 그러니까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을 가지란 무책임한 말은 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뿐이에요. ‘자신은 정말로 교사라는 직업을 정말 좋아하는구나’라는 것에 대해서 자신을 가져주세요. 선생님은 아직 지금의 환경에 익숙하지 않을 뿐입니다. 익숙해진다면 선생님은 멋진 교사가 될 수 있어요. 그때까지 시간은 걸릴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동기와 꿈, 동경하는 마음에 자신을 가지면 도중에 좌절할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자신 안의 좋아한다는 마음에 자신을 가져주세요. “
말하고 싶은 것을 단숨에 말하자, 선생님은 어딘가 당황한 듯이 시선을 헤매고 나서, 그리고는
“으, 응. 알았어. “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효과가 났음을 느끼고 저절로 표정이 풀렸다.
“지, 지금 것이 암시? “
“네. 말을 선생님에게 심어넣었습니다. “
선생님은 눈을 몇 번이나 깜빡거리고 내 말을 반추하듯이 자신의 가슴 부근을 내려다보았다.
“……정말로 신기하네. 사쿠라 군이 말하니까 그런 기분이 들고 있어. 자신을 가지자고, 생각하게 돼. “
츠치모토 선생님은 오른손으로 가슴을 눌렀다. 두 번 세 번 심호흐을 하고,
“고마워. 격려해준거지? “
“에? 아, 에 그러니까, 뭐, 그렇네요. “
선생님 안에선 지금 것은 격려의 말이 된 듯하다. 뭐 보통은 그렇겠지. 암시니 최면술이니 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선 기본적으로 인연이 없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납득해준다면 그 쪽이 좋다고 생각한다.
“저기 말야. “
“네. “
“이런 일, 학생에게 부탁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또 이렇게 둘이서 이야기를 할 수 없을까? “
생각지 못한 제안에 놀랐다.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선생님은 말을 계속했다.
“푸념 같은 게 아니라, 화제는 뭐라도 괜찮아. 사쿠라 군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뭔가 마음이 편해져. 그러니까 방과후라던가 빈 시간이라도 괜찮으니까 여기서…..억지로까지는 말하지 않지만….. “
사양하고 있는 것인지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면서 끊겼다.
내 쪽에서는 물론 거절할 이유는 없기에.
“말씀드렸잖아요. 고민이 있다면 듣겠다고. 푸념이라도 뭐라도, 저라도 괜찮다면 언제라도 들을게요. 선생님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저도 기쁘고. “
“…….응, 고마워. “
그렇게 말할 때의 미소는 그때까지의 어딘가 피곤한 듯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정말로 기뻐보이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 만면의 미소에 무심코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선생님과 헤어진 뒤에도 그 얼굴은 한동안 뇌리에 새겨져 있었다.
“…앗! “
새로운 부의 고문이 되어줬으면 한다는 부탁을 하지 못한 것을 깨달은 것은 귀가하고 나서 얼마 지난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