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야설) 색몽전 27
색몽전
27
화려한 실내장식과 바닥에 깔아놓은 고급스러운 양단이 눈에 띄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조각상과 조각품들이 널려 있었다.
그 중심에 거대하고 화려하고 이를 데 없는 상아로 만든 침상이 있었다.
그 침상 위에 두명의 남녀가 음탕하게 몸을 섞고 있었는데 침상 중앙에 한 남자가 대 자로 누워 있었고 남자의 양 다리를 벌린 사이에 웬 나이는 사십 전후 정도의 아주 기품있는 중년 미부가 얼굴을 묻고 열심히 혀를 놀려 사내의 물건을 빨아대고 있었다.
여인의 봉사가 만족을 했는지 사내는 상태를 일으켰다.
침상에서 상태를 일으키며 사내의 얼굴이 보였다.
온화한 인상의 중년인이었다.
다만 흠이라면 여체를 범하면서도 눈빛만은 섬뜩할 정도로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중년인은 미부의 탱탱한 젖가슴을 뒤에서 주물러 거리면서 자신의 물건을 뒤에서 집어넣었다.
“아아아흑~!!”
중년미부는 사내의 공격에 네발로 엎드린 채 희열의 흐느낌을 토하고 있었다.
고아하고 기품 있는 미모를 지닌 여인, 지금 그녀는 전신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마침 짐승의 암컷 같은 자세로 엎드려 연신 희열의 흐느낌을 토해내고 있었다.
“하악! 더....... 더 깊이...... 흐윽!”
숨 넘어갈 듯 뜨겁고 끈적끈적한 신음성, 그 기품 있는 용모의 어디에서 그같은 음탕한 신음성이 흘러나올까 싶을 정도로 여인의 신음성은 낯뜨겁고 원색적이었다.
그런 여인의 뒤쭉에서 중년인은 무릎을 꿇은 채 격렬히 여체를 범하고 있었다.
“하악! 흐윽!”
사내가 세차게 하체를 움직일 때마다 여인의 입에서 숨넘어 갈듯이 헐떡임이 터져나왔다.
사내의 물건이 드나드는 여체의 동굴에서는 다량의 애액이 토해져 그녀의 뽀얀 허벅지를 흘러 내리고 있었다.
아마도 여인은 절정에 가까워진 것이리라.
그녀는 자꾸만 침상 위로 허물어지려 했다.
그런 그녀의 허리를 큼직한 두 손으로 떠 받치며 중년인은 규칙적으로 여체를 범했다.
“...!”
중년인은 희열의 몸부림치는 여인의 육체를 냉정한 눈으로 내려다보며 규칙적으로 하체를 움직였다.
그때,
“하악! 조금만 더...... 더...... 아흑~!!”
여인의 신음소리는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로 급박해졌다.
그녀는 절정에 임박한 것이다.
바로 그 때였다.
“급보입니다. 검마가 죽었습니다! 어찌할까요?”
돌연 천정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어떤 자가 천정에 은신한 채 두 남녀의 짐승처럼 교합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듯하지 않은가?
그러나 중년인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는 태연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여인을 범했다.
“그 이유는?”
중년인이 입을 열자, 천정에 은신하고 있던 인물은 즉시 대답했다.
“뜻밖에도 검왕이 화경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연회에 살포한 산공독 역시 사전에 당문에게 걸렸습니다.”
중년인의 눈빛은 여전히 냉정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군사에게 보고가 됐나?”
“지금 보고가 되었습니다.”
츠읏!
순간 중년인의 무심하던 눈에서 차가운 한광이 번쩍였다.
“군사에게 전해라! 벌써 구대천마 중에 삼마가 쓰러졌다. 그 이유를 확실하게 파악해서 보고하라고 해라!”
“그리고 무왕은 그대로 실행하고, 유령은 혈영을 투입하라고 전해라.”
“마지막으로 이 계집은....?”
“산서성주의 딸입니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두 번째는 별로야~ 정리해!”
“다음에는 그년의 딸입니다.
“딸?”
“나이?”
“올해로 열다섯이 된다고 합니다.”
문득 중년인의 눈이 음탕하게 번뜩였다.
그는 사악한 웃음을 흘리며 자신에게 짐승의 암컷 같은 자세로 범해지고 있는 여인을 내려다보았다.
한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중년여성의 신분이 산서성주의 딸이란 말인가?
그런 신분의 여성이 남편이 아닌 외간 남자에게 치욕스럽게 범해지고 있었다.
거기다 그녀의 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래?! 그럼 다음번에는 모녀를 전부 취해보지 준비하게....”
“존명!”
한 소리 음침한 대답과 함께,
스스스...
천정으로부터 아주 흐릿한 하나의 인영이 안개같이 떠올라 침실을 빠져나갔다.
(본좌에게 온갖 아양을 떨다가 배반을 한 놈들 똑똑히 저승해서 한탄해라.)
(네놈들의 핏줄이 어떤 고난을 당하는 것을.....)
퍽... 퍽...
중년인은 두 눈을 흉흉하게 번뜩이며 세차게 여인을 공격했다.
“아악! 흐윽...!”
순간 사내의 과격한 공격에 여인은 숨넘어 갈 듯이 신음을 토했다.
그와 함께 마침내 그녀는 절정에 이르러 단말마의 교성를 토하며 몸부림쳤다.
그리고 그녀의 탐스러운 몸은 희열의 격랑에 휘말려 축 늘어졌다.
그러나 중년인은 아직 만족하지 못한 듯 축 늘어진 여인의 허리를 끌어올린 채 하체를 움직였다.
그것은 이미 인간의 장사라 할 수 없었다.
짐승들끼리의 교합이나 마찬가지였다.
“흐윽! 싫어! 그만... 흐윽!”
자신은 이미 절정에 이르렀음에도 계속되는 사내의 집요한 공격에 여체는 꿈틀거리며 고통의 신음이 방안을 울려 퍼졌다.
스으으윽!
붓끝이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선이 어긋났다.
뜻밖의 소식을 들은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화지에서 그리던 연꽃마저 그의 기세에 눌려 죽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수한 붓의 선이 죽음의 경계가 되어 꽃을 죽여버린 것이다.
살의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은빛 머리카릭이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었다.
그의 앞에 부복한 채 소식을 전하던 흑영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실패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검마를 포함해 회의 초절정 고수들 2인 그리고 검혈단의 무인들까지 파견했다.
절정의 무력을 지닌 교의 무력부대였다. 그리고 오랜 세월동안 공들여 매수한 세 문파였다. 특히 세문파의 문주들은 충분히 무림 백대고수 안에 들어가는 초절정 고수들이였다.
이런 전력이라면 충분히 남궁세가 아니 구대문파의 한곳을 멸문시킬 전력이 실패를 했다는 것이 의문이다.
그는 상황을 너무 쉽게 낙관했다고 여겼다.
작은 실로 인해 무언가가 뒤틀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크하하하하!”
그가 느닷없이 콘소리로 웃었다.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더니.”
완벽한 계략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뜻하지 않는 변수로 인해 계획이 빗나가거나 실패할 수도 있다.
평소에 그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였다.
자신이 해낼 수 없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살마는 그렇다치고, 검마와 열화신마의 죽음은 뜻밖이다. 극마에 오른 검마와 천적인 열화신마가 죽었다는 것은 검왕과 남천독후가 본회의 분석보다 더 강하다는 소리가 된다.”
구대천마는 진짜 말 그대로 회의 아니 교의 최고의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들의 무공은 교의 천마비전을 제외한 가장 강력한 구종의 마공이였다.
그런 마공의 계승자들인 구대천마 중에 삼마가 쓰러졌다.
계획서를 세 번이나 다시 검토를 했지만, 완벽했다.
그런데 실패를 하였다.
그것은 회의 정보망, 그중에서도 절대 고수 쪽으로 구멍이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구멍은 쉽게 막을 수가 없었다.
그중에서도 절대 고수의 움직임을 알지 못하면, 그가 세웠던 계략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신중을 가해 처음부터 확실하게 재정립을 할 시간도 없다.
참으로 진퇴양난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렇게 고민을 할 때, 그의 앞에 있던 흑영이 입을 열었다.
“현재로선 정보의 질은 몰라도 정보량을 늘리는 대책이 하나 있습니다.”
그 말에 그의 눈빛이 번쩍였다.
그가 흑영을 바라보자.
흑영은 품속에서 하나의 서류를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서류를 본 그는 흑영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석가장의 일이 성공했을 때, 후속조치 중에 하나 아닌가?”
“이미 석가장의 일이 실패로 끝나 다른 것들은 모두 폐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예, 그러나 이 계획은 약간 손을 보고 저희 군사부가 약간 무리를 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계획이며, 현재 저희에게 가장 필요한 수입니다.”
그는 지금 망설이고 있었다.
흑영의 말대로 이 계획은 현재 자신들에게 최고의 한 수였다.
하지만 그는 완벽주의자였다.
모든 계획은 처음부터 하나하나 완벽하게 준비를 해야 직성이 풀렸다.
이렇게 실패한 계획의 일부를 보완수정을 한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자존심을 건들었다.
하지만 현재로서 이것만큼 대항이 없었다.
그는 한 숨을 내쉬면서, 흑영에게 말하였다.
“확실한 계획서를 만들어서 제출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존께서 유령쪽으로 혈영을 투입하라 명은.....”
“휴우~ 어쩔 수 없다, 상대는 삼패의 한 곳인 유령이다.”
“독성부의 일이 성공만 했어도, 이렇게 무리를 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그리고 혈영이 투입이 되니, 무왕쪽으로 창천오기를 투입하도록 그렇게 하면 자부 녀석들이 아무런 불만이 생기지 않겠지.”
“물론입니다.”
바로 그때였다.
방문이 열리면서 또 다른 흑영이 들어왔다.
“하북에서 날아온 급보입니다.”
말과 함께 두 번째 흑영은 급보를 그에게 전했다.
급보를 본 그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공자의 죽음을 다른 공자와 공녀들에게 알려 줘라!”
“그럼 오공자를 죽인 천무의 후예는.....”
“천무의 후예는 잠시 놔두어라.”
“예에~?”
흑영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그런 흑영을 보면 피씩~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전부를 알고 있는 자와 모르는 자의 차이다.
이럴 때가 그가 가장 기분이 좋을 때였다.
“잘만하면, 천무후예를 이용하여 삼패를 흔들 수가 있을 것이다.”
“우선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이다, 본회의 계획에 연관 된 것이 파천도룡 적뢰라는 녀석을 철저히 조사를 해라!”
“예에~ 하지만...”
“그렇게 실행하도록~!”
“알겠습니다.”
흑영들은 그의 명령을 받고 방밖으로 나갔다.
상식적으로는 천무후예를 감시하고 조사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별것 아닌 놈이 눈에 너무 거슬린다.
이성은 무시해 버리라고 하지만 직감이 붙잡고 있었다.
검마 남궁철과 안휘삼문이 일으킨 혈사가 있은지 사흘이 흘렀다.
그동안 검왕 남궁중, 남궁혁, 남궁장천 삼대는 그날 연회장에 있었던 하례객들을 일일이 찾아가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일이 좋게 끝나서 그렇지 자칫 잘못했으면 모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연회를 개최한 주인으로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히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었던지라, 하례객들은 남궁세가의 사과를 받고 좋게 넘어가 주었다.
남궁세가는 힘들게 찾아온 하례객들을 이대로 그냥 돌려보낼 수없다는 생각에 만찬을 열어 성대히 대접을 한 후 하례객들을 돌려보냈다.
그렇게 모든 하례객들이 돌아간 후 가주인 남궁혁은 세가의 무력집단인 창궁, 무애, 천풍, 천리, 사검대들을 소집했다.
이미 혈사에 가담을 함 문주와 안휘 세 문파의 징벌하기 위해서 이다.
세가의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이에는 이인 법이었다.
당한 만큼 아니 그 배로 돌려주는 것이 무림의 철칙이었다.
남궁세가를 침입한 세 문파를 응징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하여 가주인 검군 남궁혁이 친힌 검대를 이끌고 세 문파를 징벌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 남궁세가에서 적뢰에게 초대장이 날려왔다.
안휘의 세 문파를 정리하기 위해 정신이 없는 남궁세가가 자신을 초대한 저의 궁금한체 적뢰는 남궁세가를 방문하였다.
남궁세가를 들어가자 세가의 무인들이 모두 적뢰를 바라보았다.
남궁혈사 때 활약한 젊은 무인에 대한 호승심이었다.
하지만 감히 적뢰를 상대로 도발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어때든 적뢰는 세가를 구한 은인 중에 한 명이고 혈사 때 보인 그의 압도적인 무위가 그들의 뇌리에 아직 생생했던 탓이다.
내전으로 들어가자 검왕 남궁중이 적뢰를 반겨주었다.
“세가를 정비하느라 젊다 할 수 있는 아이들은 정신이 없이 바빠 이렇게 할 일 없는 뒷방 늙은이가 자네에게 고맙다는 말을 대신하게 되었네.”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말씀을 하시려고 저를 부르시진 않았겠죠? 무슨 일입니까?”
“역시 대단하군, 그럼 본론을 말하겠네. 그날 본가에 침입했던 적들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네. 세 문파의 제자들 말고, 다른 이들은 어떤 인물들인지 전혀 자료가 없었지. 그래서 재물까지 사용해 조사를 했지만 결론은 아직까지도 밝혀진 게 없다는 것이네. 그들의 무공이 마공이라는 것만 밝혀졌을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네. 그래서 자네에게 물어보고 싶네. 제일 먼저 그들의 존재를 눈치 챈 자네에게 말이네.”
백 여명이나 되는 사람에 대한 신상조사가 불과 몇 일만에 조사를 했다는 것은 대단했지만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집단의 일원인지 전혀 알아내지 못했다.
개방 및 하오문을 이용해 모든 정보력을 집중했지만 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남궁세가는 이번 혈사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물리적으로 세가의 무인들이 상당수 죽었다는 것도 문제지만 세가 내의 잔치에 초대된 다른 오대세가와 구파일방, 강호명사들이 죽었기에 세가의 명예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면목이 없을뿐더러 자칫하면 세가와 반목할 수도 있을 정도로 사태는 민감했다.
반드시 원흉을 찾아내서 일벌백계를 내려야 했다.
유일한 단서는 죽은 사촌형 남궁철의 행적이었지만, 이미 오래전에 연락이 끊겨있어 조사를 하는데 큰 애로 사항이 많았다.
적뢰는 여태껏 누가 물어도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여기서는 어느 정도는 공개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천검문과 함께 추적하는 단체가 있습니다. 그들이 이번 남궁세가와 그리고 지난 석가혈사 때 석추명을 도운 세력과 같은 집단이고 자신들을 지존회라는 불리우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 그 이상은 모릅니다.”
남궁중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지존회라? 처음 들어보는 조직이다.”
정체불명의 조직이 하루에도 십여 개나 생기는 곳이 무림이다.
하지만 이렇게 체계적이고 조직을 만들기에는 반드시 어딘가에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흔적이 전혀 없었다.
거기다 그들이 사용한 마공은 그 어디에도 기록에 없는 마공을 사용하는 것으로 봐서 보통 집단이 아닌 것 같았다.
“그것보다 자네의 사문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은데, 알려줄 수 있는가?”
정체 모를 집단에 대한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어린 나이에 절대 지경에 오른 적뢰에 대한 정보도 중요했다. 무림역사상 이렇게 어린 나이에 깨달음을 얻어 화경에 오른 인물은 적뢰가 처음이었다.
실종된 천무존 독고한도 사십대 초반에 오른 것도 당시 말이 많았는데, 이십대에 올랐다는 사실에 검왕 남궁중이 어이없게 만들고 있었다.
“사문이랄 것도 없습니다. 어떤 좋은 분을 만나 무학기초를 배웠고, 그 후 기연과 함께 매우 소중한 분에게 무공을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제가 소중하게 생각한 분은 현재 무림과 아무런 교류를 하지 않았기에 아시지 못하겠지만 제게 기초를 가르쳐 주신 분의 함자는 냉 자, 곡자를 쓰시는 분께 배웠습니다.”
“허~! 천기무영자 냉형님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그런 자네 하남 자애원 출신이군.”
적뢰는 매우 놀라워했다.
냉곡의 이름으로 천기무영자라는 것은 당연히 같은 십대고수로서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남 자애원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고 있었다.
남궁중과 냉곡은 같은 세대였고 같이 반원활동을 했던 동료였다.
그렇기에 난세에 고통을 받는 어린 아이들을 보며 슬퍼했던 냉곡이 후일 그런 고아들을 모아 자애원을 운영하고 그들에게 무공일부를 가르쳐 잔병차례가 없는 튼튼한 몸과 기술을 배워 독립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현재 남궁세가의 무사 중에도 냉곡의 자애원 출신이 있었다.
그래서 자애원이 가르치는 무공이 무엇인지 안다.
그것으로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다른 소중한 이가 누구인지는 적뢰의 눈치 상 가르쳐 주지 않을 것 같았다.
남궁중의 예상대로 적뢰는 빙하여제 수운월의 존재를 말하지 않았다.
천여년 전 고수가 죽지 않고 부활하여, 자신의 무학을 지도하였다는 것을 누가 믿을 것인가?
또한 수운월은 어떻게 보면 적뢰에게 최후의 한 수라 할 수 있는 존재였다.
물론 처음에는 그런 생각도 했지만, 이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자애원을 떠나 기연을 만나 파천구식과 함께 상승의 무학과 내공을 얻고 그 분을 만나 지도를 받았습니다. 그 덕택에 빠른 시간안에 초절정까지 올랐습니다.”
“그 후 실전을 통한 경험과 함께 얼마 전에 석사혈사에서 동급의 고수와 생사를 오가는 대결에서 깨달음을 얻어 이 경지에 올랐습니다.”
“어떻게 보면 진짜 하늘이 저에게 많은 복을 주어, 가끔은 두렵기까지 합니다.”
“큰 힘에는 나름대로 그 책임이 있으니까요.”
검왕 남궁중 같은 거인에게는 어느 정도의 진실과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그의 눈을 속일 수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허점을 보이면, 자신의 비밀을 전부는 몰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들통이 난다.
그렇기에 무협소설의 주인공다운 정인군자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대단하군. 어린 나이에 익힌 무공으로 화경에 오르다니 말이야!”
남궁중은 진정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기연을 통해 초 절정까지 오른 것도 놀라운데, 생사의 대결을 통한 깨달음으로 절대 지경에 오른다.
무인이 가장 이상적으로 꿈꾸는 모습이 아닌가?
검왕 남궁중은 젊은 시절 반원활동 이후 제대로 비무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세가 내에서도 적수가 없었다, 오랜 경쟁자였던 천검문의 칠성검조가 20년 전에 화경의 경지에 올랐다.
그 때 남궁중의 자존심은 크게 상처를 입었고, 곧 바로 가주직을 물러나 폐관을 여러 번 하며 수련을 하여 깨달음을 얻고 화경이 되었다.
하지만 이미 오랜 세월 검을 논했던 칠성검조는 세상을 떠났다.
그런 가운데 어린 나이에 화경이 된 적뢰가 나타났다.
한 번쯤 대결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는 무인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솔직히 나는 자네와 한번 겨루어보고 싶네.”
“원하신다면 저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대결해 보고 싶다는 상대 앞에서 무작정 거절하면 나중에 더 귀찮아질 것 같았다.
이런 무협소설의 특성상 거절을 하면 반드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대결을 강요하게 만들기에 할 수 없이 비무를 허락하는 적뢰였다.
“하하! 시원스레 대답해 줘서 고맙네. 만약 자네가 나를 노망난 노인으로 봤으면 어쩌나 하고 염려했네.”
(어떻겠습니까? 모든 것은 소설 상의 작가가 정한 설정이니..... 할 수 없이 따라야지요.)
남궁세가엔 가주만이 드나들 수 있는 개인 연무장이 따로 존재한다.
가주를 비롯해서 그의 직계가족이나 제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남궁세가의 전각들 사이에서 중심을 가주실 근처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가주의 개인 연무장이다.
검왕 남궁중은 딱 두 사람만 불렀다. 바로 손자인 남궁장천과 남궁가희였다.
이들이 다음 남궁세가를 이끌어갈 기대주들이기에 고수들의 간의 대결을 보는 것이 공부가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남궁중은 이번에 새롭게 구입한 검을 들었다.
검왕 남궁중은 평생 세 개의 검을 사용했다. 이번이 네 번째 검이다.
그 중 두 자루는 소가주와 가주시절 사용하던 창룡검과 창궁검이다. 물론 그것들은 이제 아들과 손자가 사용하고 있었다.
나머지 한 자루는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했던 검이었다.
하지만 그 검은 지난 남궁철과의 대결에서 부셔졌다.
현재 안휘성 제일의 장인이 만들었다는 검을 들었다.
제일 장인 만든 것 답게 기의 순환이 매우 잘 됐다.
“자네도 지난번에 들었지만, 남궁의 검은 창궁, 대연, 무애가 중심이네. 거기서 나는 세가의 검법을 통달하기 위해서는 그 시작인 창궁을 완전히 이해야 한다고 생각했네. 그래서 지난 20여년 동안 창궁검경을 보고 또 보고 수련을 했네.”
“그 결과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었고 그것을 자네에게 선 보일 생각이네.”
“사실 지난 번 남궁철 형님에게도 선 보일수도 있었지만, 세가의 무학을 무시하고 버린 형님에게 진정한 세가 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보이지 않았네.”
“괜히 내 보였다가 나의 짧은 깨달음으로 세가의 검의 명예가 실추 될 수도 있기 때문이네.”
검왕 남궁중은 남궁세가의 검법에 대한 자부심을 밝혔다.
조부의 말을 듣고 있던 남궁장천과 남궁가희는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자신들 역시 남궁세가의 검을 천하제일검으로 만들겠다고 말이다.
“아무든 설명은 그만두고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나는 네가 깨달음을 얻은 것의 이름을 창궁일로결이라고 이름을 붙었네.”
검을 뽑아 든 남궁중은 날카로운 눈으로 적뢰를 바라보았다.
그는 적뢰가 어리다고 해서 그를 경시하지 못했다.
이미 적뢰의 신위를 보지 못했다면 남궁중조차 적뢰를 그저 어린 놈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남궁중은 자신의 눈으로도 파악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진 적뢰를 인정하고 있었다.
꿀꺽!
남궁장천은 침을 삼키며 상황를 주시했다.
(조부님의 기가 이 정도로 대단했다니....!)
그저 검을 들고 기를 가다듬었을 뿐인데 지켜보던 자신의 몸이 저절로 떨려왔다.
만약 정면에서 그 기를 받았다면 자신이 적뢰처럼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적아우의 실력이 어느 정도일까?)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검왕의 기운을 받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적뢰는 정말 괴물 같았다.
같은 또래에서 이만큼 격차가 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남궁가희가 받은 충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빙화이기 전에 검을 수련한 무인이었다.
검을 들고 그녀는 한시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미모를 가꾸는 것보다 검을 수련하여 경지를 개척하고 싶은 욕망이 더 컸다.
여인이지만 검호로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고, 이제는 그 실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의 이런 마음이 몇 일 전에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또한 지금 다시 한 번 좌절을 맛보았다.
(도대체가...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그럼 지금껏 내가 수련한 것은 대체 뭐냔 말이야?)
검왕 남궁중은 자신이 이십여년 동안 참오하고 깨달음 창궁일로결을 펼치기 위해 검을 비스듬히 들어 올렸다.
피류류륭!
그건 수십 수백 개의 화살이 시위를 떠나 날아갈 때 나는 소리와 비슷했다.
검왕 남궁중의 검이 환영처럼 변하더니 수십 수백 개의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실로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마치 폭죽놀이를 하듯 수백 개의 검영이 떨어져 내리는 모습은 화려하다 못해 장엄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를 지켜보던 남궁장천이나 가희의 눈을 놀라움과 경악의 빛이 가득햇다.
(세상에... 저런 검초가 있다니.)
(창궁검에 저런 무서운 변화가 있어다니... 창궁검결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보아야겠어.)
창궁일로결은 단 일 초에 불과했지만, 수백 개의 방위를 모조리 점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도저히 한 사람이 단 일검에 펼칠 수 있는 수준의 검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 사람의 힘으로 막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고, 몇 사람이 힘을 합쳐야 겨우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검왕의 일검에 적뢰는 매우 놀라고 있었다.
자신의 정면으로 촘촘하게 만들어진 그물망이 쏟아져 오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모든 방위가 차단당해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온몸이 수백 개의 바늘로 콕콕 찔리듯 고통이 몰려왔다.
도저히 파천구식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도 없거니와 피할 방법도 없었다.
태양천화신공의 극양절학을 사용하면 활로를 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의 주무공이 도법이 아닌 극양신공이라는 것이 알려지게 된다.
또한 태양천화신공을 알아볼 수도 있을지 몰랐다.
그때, 문득 적뢰의 머릿속에 태양광검의 구결과 파천구식의 구결이 떠올랐다.
왜 갑자기 두 무학의 구결이 떠올랐는지도 그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파천구식 육초 파천둔.”
세상이 느릿해진다.
바람을 가르며 날카로운 예기를 자랑하던 검 역시 천천히, 느릿느릿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적뢰의 도가 들어갔다.
도의 실린 공력이 천천히 나아가 주변으로 퍼진다.
그리고 공력에 의하여 퍼지는 기의 파도는 주벽을 집어삼켰고, 검에 실린 기운 또한 사납게 물어뜯었다.
남궁중의 운기가 순간 뚝하고 끊기듯이 멈췄다.
검에 실린 내기가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뚝 끊겼다.
운기가 멈추자 검초 역시 자연스레 끊어진다.
(이게 뭔....?)
그리고 다시 느릿해진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장천과 가희는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적뢰의 도가 앞으로 쭉 내밀면서 남궁중의 검초가 햇빛에 눈이 녹듯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두 사람의 검과 도의 끝이 다 있었다.
잠시 망연한 표정이었던 검왕 남궁중은 적뢰를 쳐다 보았다.
그가 이십여년 간 노력하고 깨달음 창궁일로결이 아닌가?
한데 그것이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져 버리자 마음이 허탈해지고 말았다.
“흐음, 노부가 졌네.”
남궁중은 검을 내리면서 자신의 패배를 시인하였다.
그러자 적뢰는 도를 회수하고 포권을 하면서 말하였다.
“아닙니다. 이 승부는 무승부입니다.”
“만약 실전이었다면 검왕께서는 천뢰제왕신공으로 이 초식을 펼쳤다면 저는 이 초식을 막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거기다가 이번에 저는 신병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말과 함께 적뢰는 연무장을 나섰다.
적뢰가 떠나는 것을 보며 몸을 돌린 검왕은 아직도 충격에 빠져있는 남매의 모습이 보였다.
검왕이 박수를 치자, 그래야 정신이 든 남매였다.
그런 남매를 보며, 남궁중은.....
“이런, 이런, 오랜만에 이 할애비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여고 했는데, 망신만 당했구나....”
“반쪽짜리 무학을 보여 아직 미숙한 너희에게 혼란만 주게 되었구나.”
“그게 무슨말입니까? 조부님. 적아우도 이번 비무는 무승부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진심이라고 생각하는냐.”
“예?”
남궁중의 말에 의문을 갖는 남궁장천이었다.
남궁중은 말없이 자신의 허리에 있는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그리고 검을 흔들자.
놀랍게도 검이 산산조각이 나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에 놀란 남궁장천은 남궁중을 바라보자.
“기본적인 내력으로 펼친 일로결이었다. 그런데도 검은 검결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망가지고 말았다. 그런데 실전이고 천뢰제왕신공을 펼쳤다면 일로결을 펼치는 도중에 검이 산산조각이 나 나는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거기다 그는 나의 일로결을 상쇄시켰다. 당연히 일로결 상쇄시키는데 비슷한 힘이 들었는데 그의 도는 신병답게 아무런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즉, 현재 일로결은 부족한 부분이 있고, 또한 천뢰를 사용한 일로결을 견딜 수 있는 검이 본가에 현재 없다.”
“그러니 나의 패배인 것이야.”
“그리고 오늘 일은 비밀이다.”
“그게 무슨....?”
“쪽팔리잖느냐!”
“큭...”
남궁장천은 하마터면 소리내어 웃을 뻔했다.
설마 조부인 검왕 남궁중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하긴 천하의 검왕의 검이 어이없게 막혔다는 것을 누가 믿어줄까.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이것으로 오늘 있었던 비공식 비무는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남궁중과 남궁장천 두 조손간의 어이없는 대화를 하는 사이에도 남궁가희는 말 없이 적뢰가 있던 자리를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다.
동시에 너무 힘을 줘어서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손에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모른체 그녀의 눈에는 한 남자의 모습이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