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iental Matrix - 伍 -
the Oriental Matrix
第壹章 - 惡魔之計
이따위로, 이따위로 죽을 순 없다. 제기랄, 내가 이따위 상황에 향냄새 맡을 정도로 말랑하게 산 줄 알아? 너 이 새끼, 내가 얼굴봤어 씨발새끼. 죽여버려, 확실하게 죽여버린다. 내가 여기서 살아나기만 하면, 잡아 죽여버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만은 찢어죽인다 이 개새끼야. 으흐흐흑, 씨발 이렇게 내가 여기서 죽어야 하는 거야?
도망 다니는 순간 순간 내가 그렇게 빌었는데, 무자비한 놈. 제발, 제발 누군가가 날 도와줘. 저 자식의 발이 허공에 멈춰버렸으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나님, 성모님, 천주님, 단군할배.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까 저 발을 멈추게 해 주던지 내 사지 좀 돌려주쇼. 나 정말 그 은혜 잊지 않고 착하게 살아갈게요. 제발, 내가 잘못했어. 내가 왜 이런 꿈을 꿔야해. 내가 아무리 죄가 많아도 이렇게 처참하게 찢겨죽을 운명이던가. 이렇게 까지 나 잘못살지 않았다구.
보이지 않는 장벽! 투명한 벽이라도 생겨서 저자식 발을 막았으면 좋겠다. 저 대로 묶여서 허공에 정지했으면 좋겠다.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꺼야. 그렇게 되어야해. 그렇게 되라구 제발!!!!
"이런 씨바아아아아알!!!"
"터어엉!"
순간 나의 시야에 눈부신 섬광이 가득하게 들어온다. 내가 죽어버린 것인가. 사후 세계는 이런 걸까? 그나마 흰 색인 걸 보니 사랑과 영혼에서 나오는 천국이란 델 가는 건가? 나 천국에 갈 만큼 착하게 산 적 없는데. 아! 내 생애도 이렇게 마치는구나. 우리 애인은 이제 어떡하지, 나 없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살갑게 굴면서 살아가려나.
"에라. 생각해서 뭐하랴. 난 이미 죽은 것 같은데. 그나저나 이놈의 사지는 뒤져서도 이렇게 쑤신다냐! 썅!"
"크으으으윽..."
영과 육이 분리되는 걸 죽음이라고 하니까, 내가 죽었다면 사지가 멀쩡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와중에(실제로도 끊어졌던 사지의 감각이 짜릿하게 느껴졌다), 서서히 걷혀가는 시야의 섬광 사이로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침음성이 들려왔다. 어떻게 잊을 수 있으랴. 씹어죽여도 시원찮을 새끼. 아무리 창촐지간이라지만 갈갈히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호로새끼 목소리를 어떻게 잊겠는가!
"어이. 씨발놈. 너 이 새끼 너도 저승행 열차 탄거야 뭐야. 아놔, 재수가 없으려니까."
"이건 불가능해. 이... 이건 불가능해! 어떻게 인간이 그런 능력을!"
"뭐가 불가능해 이 새끼야. 사람 죽여놓고 그런 헛소리 하면 좋냐? 너 힘 조절 못해서 너도 휘말려 뒤졌지 병신새끼야.. 크크크크크, 너 도데체 정체가 뭐야. 얼빠진 저승사자냐? 크크크크크."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이번에야 말로 확실하게 처리해 주지."
"지랄 옆차기 하네. 한 번 뒤진 놈이 겁날 게 있을 거 같아? 어디보자. 역시. 사지가 돌아온 걸 보니, 확실히 난 뒤진게 맞나보구나. 갈려나간 사지 따위가 한방에 돌아올 리가 없으니."
"여유는 거기까지다 인간. 이젠 정말로 소멸시켜주마."
"근데 말이야... 내가 알기론 말이다... 귀신은 의지력이나 한(恨)의 깊이와 능력이 비례한다고 들었거든?"
"닥쳐!"
"내가 알기론 맞아 뒈진 귀신 한도 만만치 않은 걸로 아는데... 엉겁결에 저승길 탄 꼬꼬마 따위가 게긴다 이거지?"
아! 나는 내가 생각해도 적응력이 너무 뛰어나다. 사지가 멀쩡하게 돌아온 걸 보면, 뒈지던 뭐가 됐던 사단이 생긴 건 확실하고, 저 새끼도 확실하게 타격을 입은 것 같으니 말이야.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고, 내가 그래도 저승길 0.1초 선배인데 위계질서는 확실하게 해야겠지 암암.
나는 겁 없이 이젠 어렴풋이 보이는 녀석을 향해 걸어갔다. 그 녀석의 움직임은 여전히 빠른 듯 해서 순간 당황했지만, 저 정도에 당황하면 저승길 0.1초 선배로서의 면목이 서질 않지. 니가 그 정도면 나는 니 애비다 이 호로새끼야!
"푸화아아악!"
일순간 내 몸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아하. 이것이 바로 한 많은 귀신의 능력이구나. 이젠 녀석의 움직임이 보인다. 아래, 좌측, 위쪽연타, 어이쿠!
"어이쿠, 이 자식이 저승길 선배 치겠다?"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믿을 수 없다! 인간 따위가!"
"자꾸 아까부터 따위 따위 하는데, 넌 뭐가 그렇게 잘났니, 넌 뭔데 이 호로야."
이제 저 새끼와 비슷한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으니 어디 시작해 보실까나...
"구타도 생각대로 하면 되고오..."
"이이이이익!"
"왜. 아까 생전처럼 쉽게 안돼지? 저승길 선배의 위력이 이정도란다 아가."
한참을 녀석의 발악적인 공격을 막고만 있다가, 어느 순간 나는 문득 녀석의 움직임이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완전히 정지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허공에 매달린 녀석을 뼈마디(귀신자식에게 뼈마디 따지는 것은 무리인가?) 하나하나를 죄다 으스러 주고, 몸의 살이란 살은 죄다 얇게 져며 소금을 쳐 주면 참 좋겠다고 생각헀다. 그래. 저 녀석이 순간 정지하기만 하면, 정지하기만 하면!
"터어엉!"
"얼라. 이게 무슨소리레... 얌마, 너 또 무슨 괴이한 짓거리... 어라?"
내가 저승 귀신이 된 순간 들렸던 소리가 다시 들려온 순간, 내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녀석이 내가 상상한 대로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마치 곱게 잘 져며 달라는 듯 사지를 곱게 펼치곤 다소곳하게도 매달려 있었다. 물론, 발악을 하는 것 같았지만.
"얼랄라? 이거 진짜 생각대로 되는거야?"
"이.. 인간 따위가. 이...이런 능력을 갖추었을 리 없다."
"어이. 개 자제분. 이거이거... 저승에선 아무레도 내 생각대로 되나보이. 크크크크."
나는 처음에 저승에 맞아죽어 온 나의 한이 강해서 녀석의 기운을 압도해서 벌어진 일인 줄 알았다. 사람이 죽기에 이르면 무슨 짓인 들 한다고, 저승 문턱을 넘어서자 나의 뇌리는 전에 없던 속도로 연관성을 추리해 내기 시작했다. 나는 몇 가지 실험을 녀석을 대상으로 자행(?)하였고, 생각대로 된다는 나의 이론을 충실하게 증명하였다. 전기적 자극을 주어 온 몸의 근육을 뒤틀어놓고, 살이란 살은 죄다 찢어놓았다. 눈과 귀와 코와 입과 혀는 친절하게 손도 대지 않았는데, 나의 거룩한 실험을 끝까지 지켜보라는 나의 자비심의 발로였다. 신기하게도 놈은 기절하지 않고 나의 실험에 잘 따라와 주었다.
살 가르기 놀이가 지겨워져서 손가락 뽑기 놀이와 이빨 뽑기 놀이를 거쳐, 해부실습놀이를 하려 할 때 쯤이었다. 내가 녀석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려 하자 그 녀석의 입에서는 놀라운 사실이 털어져 나왔다.
"크아아아아악! 이.. 인간! 제발. 제발 그만해!"
"싫은데? 우리 집안 사람들의 철칙이야. 되로 받으면 말로 값자.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이 행동을 멈춰주면 네가 알고 싶은 모든 걸 말해주겠다."
"저승길 까지 온 마당에 뭔 알고 싶은게 있겠니. 지금 내가 역모죄인 고문하니? 병신."
"넌 인간들이 말하는 저승길에 온 게 아냐. 크윽, 여긴 네 의식의 공간이라고."
"뭐시라? 내가 죽은 게 아니고 살아있다고? 야. 어떻게 사지가 한번에 돌아오냐?"
"넌 의식의 공간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이런 능력을 사용하지?"
"나도 모르지. 난 저승길 귀신은 한 많은 순으로 능력이 있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제발. 제발 멈춰줘. 모든 질문에 다 대답하겠다."
"싫어. 그냥 하면서 물어볼거야."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친절하게 녀석의 발가락을 하나 씩 뽑으며 지금 껏 궁금하지만 물어 볼 경황이 없었던 질문을 하나 씩 던지기 시작했다. 내가 듣고 싶은 질문이면, 들으면 되고, 듣기 싫은 답이 나오면, 어차피 죽일 놈 뭐하러. 큭큭큭큭.
"허억.. 허억.. 허억.."
"첫 번째 질문. 아까 그 마법진에서 처자의 가슴을 손으로 뚫어버린 것. 설명해."
"뭘 설명하라는 건가. 현실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말하기 실으면 말고. 끙차."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녀석의 왼쪽 엄지발가락을 뽑았다. 그대로 뽑으면 너무 아름답지 않으니까, 스크류처럼 돌려서 뽑아주었다.
"전부다 설명해. 니가 알고 있는 먼지 한 톨 이름에 관련된 새끼 사돈의 팔촌까지 이름 싹 대 썅놈아."
"그... 그 여자는 이 메트릭스의 존재가 아니다. 우리 요원들은 메트릭스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존재들을 처결하는 존재다. 그 여자는 이 메트릭스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시도했고, 나는 그것을 멸절하였을 뿐이다."
"지랄하네. 그건 내 손이 그 여자 심장을 움켜쥔 사건에 대한 답이 안돼. 어째서 니가 죽였다고 말하지?"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두 번째 발가락은 잘 있나 몰라아...
"자! 잠깐!! 뽑지마! 제발 뽑지마! 마..말하겠다! 제발, 제발, 제발!!"
"그 여자를 죽인게 내가 아니라 너라면,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
"요.. 요원은 실체가 없다. 메트릭스의 물질계에 영향을 미치려면 물질계의 존재를 빌려야 해. 난 그 여자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인간인 너의 신체를 요원화 하여 사용한 것 뿐이다. 제발. 그것 뿐이야."
요원화? 아까 녀석의 말 중에 유전자를 활성화 어쩌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흥미로운걸.
"요원화가 뭐지? 너 둘째 발가락 발톱 아직 남아있구나?"
"아아아아악! 허억, 허억, 요... 요원화는..."
"늦어. 발가락 통째로 뽑아다 물려줄까?"
"이.. 인간의 DNA는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내재되어있다. 일반적인 인간은 그 능력의 대부분을 활성화 시키지도 못하고, 활성화 시킨다 하여도 고작 몇%정도 활용하는 정도이지만, 우리는 요원화 할 인간의 DNA적 능력을 최대한도로 활성화시켜 제어할 수 있도록 한다. 일반적인 인간의 정신능력으로는 이 신체를 이겨낼 수 없지만, 요원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인간을 진화의 끝에 서도록 하는 것이다."
"으으음... 그래서 그랬던 것인가. 결국 그녀는 나의 몸을 빌린 네가 죽인 셈이 되는군."
"그렇다."
갑자기 갑갑한 기분이 울컥하고 올라온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보인 눈물, 작은 입술의 달싹거림, 피, 살인. 씨발. 너 이 새끼 도데체 무슨 짓을 한거냐. 뭐야 너 도데체.
"그롸아아아아아악!"
"엄살 부리지 마. 발가락 두어 개 뒤틀은 것 갖고 엄살은. 넌 내 몸 전부 다 갈아버렸었거든?"
"흐억.. 흐으으으.."
"그럼 아까 네가 나와 싸웠던, 아니 니가 날 죽였던 곳은 뭐하는 곳이지?"
"너의 의식의 공간이다. 네 정신이 존재하는 공간이지."
뭣이라? 이 자식이 아까부터 이상한 소릴 하네. 그러면 내 이 능력과 돌아온 사지는 어떻게 설명할건데. 니가 살아 보려고 별의 별 발악을 다하나본데... 뭔가 더 털어봐야겠군.
"방금 니가 날 보고 죽지 않았다고 했는데, 여긴 그 때 그 공간이 아닌데, 전혀 다른 모습이잖아. 거긴 밝은 부분 조금에 검었는데, 여긴 정신병원처럼 온통 하얗잖아. 재수없게. 저승길이 아니고 뭐야."
"나도 그 부분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육체적 활성화만을 할 뿐인데 너는 정신영역까지 완벽하게 활성화 되어 버렸다. 지금 너의 정신은 육체가 견딜 수 있는 한계수준까지 열려있다. 그렇게 않다면 인간이 이 영역에서 요원보다..."
"아... 그러면 그 의식의 공간이란게, 정말 생각대로 하면 되는 공간이란 말야?"
"정신능력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쿨럭쿨럭, 강한 염(念)일수록 구체적으로 형상화된다."
하아... 그럼 이게 정말 내 상상의 세계란 말야?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대로 다 이루어졌던 거라고? 뭔가 너무 황당하잖아. 갑자기 메트릭스라니, 요원이라니. 이 자식 무슨 소릴 하는거야?
"어이. 그럼 그 여자가 만든 마법진의 정체는 뭐냐."
"위협되는 수준의 에너지 반응으로만 알고 있을 뿐, 자세한 것은 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 그래? 어쩌냐. 그만 알고 싶은 내용이 끝나버리고 말았네."
어쩌나. 발가락이 꽤나 남았네...... 일단 아까 뒤틀어 놓았던 것 부터 뽑고 시작해 볼까나......
"크허어어억!!"
"아. 미안. 두 개 한꺼번에 뽑다보니까 손이 좀 미끌어졌네. 마저 뜯어줄게."
"으아아아아악!"
"나 한테 더 내놓을 것이 없으면, 나도 널 더 쉬게해 줄 생각이 없어."
"이..인간.. 쿨럭. 인간! 나와 거래를 하자!"
"지랄. 니가 지금 나랑 거래 운운할 때인 것 같아?"
"너에게 분명 이익일 거다! 모든 인간이 원할 만한 거라고!"
모든 인간이 원할 만한 것. 무엇일까? 메트릭스의 요원이라고 했지... 그러면 영화 메트릭스에 나오는 요원이랑 비슷한 걸까? 모든 인간이 원할 만한 것... 돈? 뭐지? 명예? 권력?
"뭔데. 빨리 말해. 니 남은 발가락들이 제발 어서 뽑아달라고 꿈틀거리잖아."
"본래 요원화를 거친 인간은 자신의 신체를 제어할 정신적 능력이 없다. 곧 모든 기능이 폭주해서 죽고 말지만, 정신영역까지 활성화된 너는 원래의 인간 신체 이상으로 너의 신체를 제어할 수 있다. 너의 몸을 너에게 돌려주지. 넌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간이 될 수 있어. 쿨럭, 쿨럭.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조치해 주겠다. 너의 육체와 정신능력만 하여도 충분하지만, 네가 더 완벽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인간의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신체. 세상 누구보다 빠른 반사신경과 동체시력, 가장 강력한 근력과 골격, 그리고 뇌기능 까지. 매력적이다. 이번에야 말로 내가 꿈꾸던 파라다이스를 현실세계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를 놓아다오. 그러면 너는 이 메트릭스에서 가장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있다."
"......뭘 믿고 널 놓아주지?"
"넌 이미 요원의 능력을 초월했다. 나 따위가 위협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으음......"
"더군다나 날 소멸시키더라도, 메트릭스는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의미가 없지 않은가!"
어차피 난 이 의식의 공간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 일단 그 방법을 알아내고 나서 이 자식을 갈아마셔도 늦지 않아. 내가 세상에서 가장 엄청난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다. 크흐흐흐흐, 하렘이라도 건설해 볼까나.
"좋아. 날 이곳에서 나가서 다시 내 몸의 지배력을 찾도록 해 주면 네 마음대로 여기서 나가도 좋아."
"조...좋다. 내가 이 곳을 먼저 빠져나가겠다."
"지랄하네. 나가는 방법 먼저. 내가 그 걸 성공한 후에 나가던지 해."
"마음대로 해라."
"얼른 읊으셔. 어떻게 여기서 나가는지."
큰 비밀이라도 되는 양 큰소리 치던 녀석이 말한 방법은 간단했다. 허탈할 정도로. 내 의식의 공간. 내 의지가 닿는 공간이기에 내가 나가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고. 더군다나, 의식의 공간 자체가 비활성화지역의 의식을 틈으로 임의로 생성된 공간이기 때문에, 정신영역이 완전히 활성화된 나는 가만히 있어도 의식공간이 붕괴하며 다시 표면으로 정신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내 의식이 여기 있기 때문에 붕괴가 아주 더딘 것 뿐이란다.
왠지 속아버린 기분이었지만 내가 빠져나간 후 급격하게 붕괴될 의식의 공간을 빠져나가는 것이 엄청난 모험이라는 녀석의 징징거림을 믿기로 했다. 내가 의식의 표면화를 시도하는 순간, 요원 녀석도 나의 공간에서 빠져나간다는 느낌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부우우우우우우우우웅."
"으...으윽, 눈부시군. 이게 뭐야?"
다시 익숙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어정쩡한 각도로 있던 손과 발을 움직여 보았다. 확실히 내 몸이 다시 돌아왔다. 주변을 보니, 선혈이 낭자한 나와, 그녀의 주검. 그리고 피를 머금은 마법진. 내 몸은 마법진 안쪽에 서있었는데, 어째선지 마법진이 가동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더욱 더 불길한 것은 의식이 돌아오는 순간 피가 뭍은 내 손끝이 공중의 구슬을 건드린 것 같다는 거다). 곳곳에 흩뿌려진 선혈이 점점 자취를 감춤과 동시에 마법진의 빛이 조금씩 강해지고 진동도 강해지고 있었다.
"이... 이게 뭐지??"
내가 이상한 느낌에 서둘러 마법진을 벗어나려 한 순간.
나의 몸과 마법진, 그리고 그녀의 사체는 강한 섬광과 함께 콘크리트 공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파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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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러 분들의 응원을 보는 재미에...
비축분 생각도 않고 한 편 더 올리는 이야기꾼입니다.
성실연재의 압박감이 무겁기는 하지만...
여러분의 반응을 보는 재미가 이렇게 쏠쏠할 줄이야.
지금까지 막연한, 꿈결 같은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아마 곧 어느 정도 이해하실 만한 설명을 보실 수 있을거에요.
응원해 주신 분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제가 프로 작가가 아니고,
좋아하는 대로 글을 마구마구 써서 졸작을 찍다 보니...
아마 "이 장면 어디서 보았는데..." 하는 경우도 있으실거에요.
설정이나 장면을 크게 차용한 경우는 될 수 있으면 명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단, 저도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협지, 판타지 본 것도 어언 드래곤라자 이래 10년인데,
저도 모든 소설들의 설정을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특히 인터넷 소설의 경우 더더욱 그러합니다.
이 부분 독자님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바닥은 거의 다 닦았습니다.
슬슬 출발해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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