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렉스 21
<여왕의 굴복>
".....어때요?!! 어떻냐구요?!!"
"....보면 모르겠소?!! 낸들 어쩌란 말이오?! "
이마에 땀방울을 연신 맺어가면서, 강희의 몸에 주사기를 꽂으려 애쓰는 닥터. 그런 그를 보면서 계속 어떻냐고 묻기만 반복하는 여왕 진설영. 그런 그 둘과, 죽은듯이 누워 있는 강희의 얼굴을 번갈아보면서 안절부절못해대는 가연과 선민.
진설영은 다시 악을 썼다.
"빨리!! 빨리 주사기를 꽂아요!! 그래서 약물을 투여해보란 말이에요!! 각성제든, 뭐든!!! 이 애가 눈을 뜨게~~!!"
여왕의 외침을 들은 닥터는 다시 한번 잘 해보려 했던 주사기 바늘이, 강희의 몸에 찔러들어가지지 못하고 휘어져버려 못쓰게 되자 인상을 팍 찡그리면서 설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도 어지간히 답답한 모양이었다.
"아니!! 보고도 모르겠소? 바늘이 안들어가는걸 나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그놈의 경계식인지 뭔지에 들고부터 나서!! 이 아이의 피부표면이 강철같이 굳어버렸다는건 설영씨 당신도 만져보고 느꼈잖소!! 약물을 투여할 방법이 없는데 나보고 도대체 어떻게 하라고!!"
진설영에게 고함을 칠정도면 닥터도 상당히 열이 뻗친 모양이다. 설영은 입술을 꽈악 깨물다 다시 말했다.
"주사기가 안되면 호흡기관을 써보자구요!! 거의 멎었지만, 숨을 쉬기는 쉬잖아요!! 코나 입을 통해서 액체성!! 아니면 기체성 약물을 써보면 될거 아니에요~!!"
하지만 닥터는 거칠게 고개를 저었다.
"자가호흡을 하기는 하니까 코마상태보다 좀더 나아보일진 몰라도, 이정도면 거의 죽은것으로 봐도 이상할게 없소!! 숨을 쉬기는 쉬지만, 이렇게 미약해서야!! 호흡기관을 통해봤자, 기체성이든 액체성이든 효과는 거의 못볼거요!! 게다가 상황을 보아하니 식도로 직접 투여한다 해도 안먹힐듯하군. 나도 믿기는 싫지만!! 정말로...그 경계식이란걸 발동한 모양이오!!"
설영은 재차 악을 썼다.
"그래서 어쨌단 거에요~!! 그런 이야기를 지금 와서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죠?!! 빨리 이 아이를 다시 눈뜨게 할 방법을 모색하잔 말이에요~~~!! "
박사도 결국 언성을 더 크게 올렸다.
"난들 안 답답한줄 아시오?!! 이런 제길!! 설마 이렇게 되다니~~!!"
그가 거칠게 화장대를 후려치자, 여왕도 흠칫 했고, 가연, 선민은 움찔 하고 놀라면서 오들오들 떨었다.
잠시동안 후욱 후욱 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던 박사는, 자신이 생각해도 여자들 앞에서 좀 심했다 싶은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하오....나도 모르게 그만...."
설영은 인상을 찡그린채 닥터 솔을 보다가, 고개를 확 돌리더니 방 밖으로 나갔다. 박사는 고개를 숙인채 바닥만을 쳐다보았다.
가연과 선민은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있다가, 아무 표정 없이, 죽은듯 잠들어 있는 강희의 얼굴만을 바라봤다.
"강희 언니..."
"언니..."
세 사람은 그렇게 우두커니... 한동안 서 있기만 했다.
xx고등학교. 오후 수업 시작 전. 점심 시간
두 남학생과 한 여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정안과 한웅, 그리고 유정이었다.
"왜 자꾸 불러내는거니? 또 강희 때문이야?"
자신들쪽은 쳐다보지도 않은채 시선조차 딴곳에 주면서 말하는 유정의 어투를 듣던 정안은, 순간 눈썹이 꿈틀하지 않을수 없었다.
"왜 자꾸...또 강희 누나..때문?"
정안은 순간, 상대가 유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분노가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안은 이빨을 꽉 물고 있다가 너무나 분노해서인지 한껏 낮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강희 누나는...유정이 누나하고...가장 친한 친구사이 아닌가요?"
"...근데 왜?"
유정이 이번엔 자신을 쳐다보면서 묻는다. 여전히 어딘가 싸늘해 보이는, 인형같은 표정.
정안의 입가가 씰룩여졌다. 마침내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오늘이 금요일이에요....5일째에요...5일째라구요.....무려 5일 동안!! 5일씩이나!! 강희 누나가 학교에 등교를 안 했어요~!! 근데 유정이 누나는!! 그 태도는 뭐에요?!! 강희 누나가 걱정도 안되요?!! 예?~!!"
"..............."
말없이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는 유정때문에 더 화가 나는지 정안은 길길이 날뛰었다.
"오히려 누나가 더 걱정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지금 이런 상황이면?~!!"
유정에게 점차 악을 쓰는 듯한 정안의 모습을, 옆에서 우두커니 바라보던 한웅은 순간 그를 말리려 했지만, 입술을 꾹 문채 좀더 상황을 두고보기로 했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친구가 이런 반응을, 이런 행동을 취해도, 능히 그 심정을 이해할만한,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되는게, 현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강희가 무려 월~금까지, 단 하루도 학교를 나오지 않고 있으니 그럴 만 했던 것이다.
최강희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선생들로서나, 학생들로서나 썩 유쾌하지 못한 일이었다.
누가 뭐래도 xx고등학교를 빛나게 하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이 학교 최고의 퀸카. 그녀가 교내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그녀가 운동장에 있는 것만으로 학교는 빛이 난다.
선생이든 학생이든, 자유로운 품성의 그녀를, 활기차게 사는 그 멋있는 여자애를 싫어할 사람이 누구도 없었다. 최강희만큼 시기를 안 받고 사는 여자애도 드물것이다.
최강희는, 등 하교를 자기 내키는데로 할때가 가끔 있는 여자애였다. 선생들도, 학생들도, 그걸 익히 알고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최강희는 친구들 보러 학교를 나오는게 아닌가 하는 소리까지 나왔을 정도이니까.
xx고등학교에 현 학교장이 직접 말했다는 유명한 어록이 있다. <최강희가 학교에 나오는 날에 본 교는 활기차고, 나오지 않은 날에는 선생이나 학생 할것 없이 왠지 우울한 기분이다> 라는...
말 그대로 이 학교의 심볼.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여학생.
어쨌건 강희가 학교를 등교 안하는 날에는, 담임은 물론이지만, 학교장까지도 눈감아 주는 특별전형을 누리고 있었다.
교와 교 사이에서 벌어지는 체전에 항상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는 여학생. 교단의 보석 중의 보석. 물론 드러내놓고 모든것을 딱히 그녀 위주로 편애하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강희가 무엇을 하든지 일절 관여하지 않는, 태클걸지 않겠다는 것이 교단의 입장이었다.
때문에, 비록 강희가 오늘부로 5일씩이나 등교를 안 했지만 아직까지도 강희의 반 담임 선생님은 부모님께 연락을 따로 넣지 않았다.
5일씩이나 등교를 안하는건 처음 있는 일이었고, 또 강희가 이토록 오래 학교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건 선생들의 입장에서나, 학생들이나 슬픈 심정이었지만, 원래 내키는데로, 마음먹은대로 행하는 그녀의 성격을 알기에 아직까지는 좀더 두고보자는것이 교단의 의견이었다.
어떻게 걱정이 안 된단 말인가. 지난 토요일부터 뭔가 심상찮은 느낌이었는데, 오늘로 금요일씩이나 날이 지났다.
어찌되었건 최강희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건 한유정, 그리고 유정은 무언가 알고 있는데 감추는 듯한 눈치. 오늘이야 말로 대답을 반드시 듣고 말리라 다짐하면서 정안은 유정 앞에 선 것이다.
"...그때 말했을 텐데....난 강희와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하고...바로 헤어졌어. 그게 다라고...."
"...거짓말..."
"..뭐?"
유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정안은 그녀의 눈을 마주보면서 확 외쳤다.
"거짓말 마요!! 유정이 누나는 강희 누나하고 xx탕을 갔잖아요!! 난 그걸 알아요!!"
움찔
유정은 순간 고개를 꿈틀 했다. 하지만 얼른 아무것도 아닌 듯이 정안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을, 정안이나 한웅은 놓치지 않았다.
"...난 모르는 일인데? 누가 그래? 내가 강희하고 거길 갔다고..."
자신이 먼저 들어가 있던 사이에, 최강희와 진정안이 통화를 했던 일을 모르는 유정인지라, 진정안이 그 사실에 대해서 안다는 것 때문에 순간 동요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태연을 가장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이쯤 되자 정안은 이를 갈기 시작했고, 한웅도 유정을 의심했다.
"유정이 누..."
한웅은 입을 열면서 직접 물으려 했지만, 정안이 손동작으로 제지하면서, 조용히 한마디 했다.
"....교내니까....이따가 이야기하죠..."
방과 후에 따로 보자는 말뜻이었다. 유정은 정안을 빤히 쳐다보다가 휙 하고 몸을 돌렸다.
"...난 그럴 생각이 없어..."
정안은 순간 유정의 팔목을 잡아채려 앞으로 튀어나갈 뻔했지만 한웅이 얼른 그의 몸을 붙잡았다.
"놔!!"
강희의 걱정때문에 너무 흥분한 정안은 한웅을 강하게 뿌리치려 했지만, 역시 힘으로는 한웅한테 어림없었다.
하지만 그의 기분이 워낙 격해져 있었기에, 한웅조차 그를 제지하는데 이마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우와 이자식..화나니까 엄청 쎄네..."
한웅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 후에 계속 그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정안아 진정해라 진정. 응? 바르게 보지만 말고.. 성이랑 이름 앞글자 값도 해야지. 어? 진정해 진정"
"...크윽..."
정안은 부르르 몸을 떨면서 몸서리 치다가 고개를 떨궜다. 한웅은 그런 그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걱정마...방과 후에는...내가 도와줄께. 유정이 누나랑 다시 한번 잘 말해보자. 알았지?"
정안은 계속 어깨를 떨다가 고개를 느리게 두번 끄덕였다....
한웅과 헤어진 후에 강희의 반 담당 선생님인 정 선생을 만나본 정안은 입을 열었다.
"저..선생님"
"응?"
"강희 누나 집에는...연락하셨어요?"
진정안이 왜 그런걸 묻나 싶어 순간 그를 쳐다본 정 선생. 하지만, 그는 피식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마 이녀석도 강희를 짝사랑하는 녀석 중의 한 놈인가보다 하고 가볍게 여긴 모양이다. 그는 웃더니 대답해줬다.
"아니, 연락은 취하지 않았다. 강희는 원래, 이럴때가 종종 있었지. 그래서...."
"그래도..부모님이 아셔야 하지 않을까요?"
정안이 그렇게 말하자 정선생은 잠깐 생각하는 눈치였지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닐 거다. 그리고 혹시 모르지. 집안 문제일지도...또, 그게 아니라 해도, 그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리긴 싫구나..."
정안은 그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다가 정 선생에게 강희의 부모님이 거주하시는 곳의 연락처를 여쭈었다. 정 선생은 정안을 잠시 바라보다가 연락처를 적은 쪽지를 넘겨주었다.
뚜르르
뚜르르
신호음이 가다가 중년의 목소리로 느껴지는 한 여성이 통화를 받았다. 강희의 어머님이 틀림없었다.
"전화받았습니다. 누구시죠?"
"아...안녕하세요? 전 강희 누나 후배입니다 어머니"
잘만 된다면, 진짜 잘만 된다면 미래의 장모가 될지도 모르는 분이기에 그는 예의와 격식을 깍듯이 차려서 인삿말을 건넸다. 강희 어머니는 그의 그런 태도가 상당히 흡족하셨는지 흐뭇한 듯한 심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렇군요. 호호. 강희 일때문에 전화를 한건가요 학생?"
"그렇습니다...저....강희 누나가 요 며칠동안 학교를 안 나오길래...무슨 일이 있나 하구요..."
그의 걱정이 고마운지, 강희 어머니는 배려해줘서 고맙다고 말을 한 후에 이어 말하셨다.
"그렇군요...호호. 그 아이는...강한 애랍니다 학생. 어릴때부터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지만....혼자 잘 이겨냈지요. 무슨 일이 있어 학교를 쉬는지 모르겠지만....나는 그 아이를 믿고 싶네요. 내 딸이라서 자랑하려 하는 말이 아니라....누가 봐도 정말 듬직한 애라고 느끼죠. 근래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는 모르지만...분명 성장의 한 과정을 겪고 있을거라 봐요. 내가 전화받은게 아니고 남편이 받았어도 같은 생각일거라 여겨지는군요. 아무튼 신경써줘 고마워요 학생"
강희 어머니의 말을 들으면서, 진정안은 강희누나의 두 부모가 얼마나 딸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딸을 사랑하는지 능히 짐작할수 있었다. 그는 이 이상 말하는것도 괜히 실례와 염려를 끼치겠다 싶어 알겠습니다 하고 간단히 말을 전했다.
끝인사를 하고 전화를 마치려 하는데 강희 어머니가 한마디 덧붙이셨다.
"학생하곤 언제 한번 만나보고 싶군요. 참 착한 인상으로 느껴져요. 호호. 볼수 있음 꼭 봐요"
"가..감사합니다 어머님. 안녕히 계세요.."
정안은 그렇게 통화를 마쳤다. 그리곤 하늘을 쳐다보았다.
"강희 누나...."
오후 5시경
거실.
설영은 혼자 앉아서, 독하기 그지 없는 양주를, 안주도 없이 계속 마셔 댔다. 그녀는 술잔을 연거푸 기울이면서, 사우전드에 누워 있는 강희를 생각했다.
"날...사랑해요?"
"놓아주라고 부탁하면...놓아줄수 있나요?"
"그게...사랑과..소유욕의 차이에요..."
강희와 나누었던 대화. 그 아이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계속 자신을 자극한다.
최강희는 자신에게 말했었다. 불쌍하다고. 가엾은 분이라고.
아마 과거일때의 자신과 같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차이가 있다면, 최강희는 나아갔고, 자신은 그렇지 못했다는 정도랄까.
진설영은 어렸을때를 생각한다.
그녀도 평범한 여자였고, 어릴때는 순수한 한명의 여자애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치원에서 아이들끼리 다툼이 일어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곰인형을 가지고 왔는데, 한 아이가 그걸 보더니, 잠깐만 빌려달라고 하는것도 아니고, 아예 자기에게 달라는것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녀는 싫다고 했다. 당연했다. 자기가 가장 아끼는 거였다. 절대 주기 싫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자신을 때렸다. 저항했지만, 그 남자애는 당시의 자신으로서는 벅찰만큼 무척이나 힘쎈 애였다.
결국 자신은 그 인형을 빼앗겼다. 그 애는 곰인형을 손에 넣고 나더니 좋다면서 웃어대었다. 유치원 선생님이 잠시 화장실을 가신 사이였던지라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수 없었다. 자신은 무력했고, 그 애는 계속 승리자의 웃음을 취했으며, 주위의 아이들은 그런 승자와 패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자신은 외쳤다. 앙앙 울면서.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면서. 힘껏!!
"너같은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그러자, 놀라운 일이,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그때까지도 웃고 있던 남자애는, 갑자기 멍해지더니, 자신을 보면서, 응...하고 말하면서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그리고 나선 유치원 밖으로 갑자기 나갔다.
그리고는....돌아오지 않았다.
경찰 아저씨들이 오고, 아이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라도 할 양인듯, 마냥 우는 애들을 어르고 윽박질러서 사건의 진상을 캐내려 해댔다.
유치원생이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을 생각을 하다니,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그들도 답답했을 것이다.
설영은 그 애가 죽어버린 걸 알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하지만 주위 아이들이 하나같이 자신을 가리키면서 저 애가 그랬어요~ 죽어버리랬어요~ 하고 말해대는 통에, 유치원생때 취조 라고 할만한 것을 경찰한테 받아보았다.
결국 사건은 미스테리로 남아버렸다. 여자애가 그런 말 한마디 했다고 그 남자애가 죽었다고 생각하기엔 말이 안 맞는다고 어른들은 생각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그 아이가 먼저 잘못한것도 사실이었기에, 설영이 그런 폭언을 했어도, 피해 아동의 부모님들은 별다른 반박도 못한채 울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들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들은 말했었다. 지금도 생생하다. 그들은 자신에게 손가락질 했다.
"저 아인 마녀야!! 귀신 들린 아이야!!"
그때부터 설영의 얼굴표정은 눈에 띄게 그림자가 자리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자신에게 대해주는것도 예전같지 않았다. 친구들도 점차 없어져 갔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자신을 눈에 넣어도 안 아플듯이 대해주던 아빠 엄마가, 자신을 정말로, 배척하기 시작했다.
믿을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몰라도 , 부모님만은 자신에게 잘해줄줄 알았는데.
설영은 그 어린 나이때부터, 아빠 엄마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잘 해드릴려고, 예쁘게 보일려고 안해본 행동이 없었다. 하지만...소용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은 감정대로 사는 동물이고, 살면서 누군가에게 화가 날만한 일이 또 있었던 설영은, 그들에게 순간적인 분노를 터뜨린 때가 있었고...그들은 모두....
경찰들의 신세를 한두번 진것이 아니다. 관할 서에서도 이젠 자신을 이상한 눈초리로 보기 시작하는 듯했다. 부모님들은 연신 피해자측에 고개를 조아렸다. 부모님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점차로 차가워졌다.
설영은 절망했다. 그리고 그 절정은....그날 밤에 일어났다.
그날은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깨어 있어야만 할것 같았다. 본능적인 행동이랄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눈을 떠보니, 두 그림자가 자기 위에 있었다.
설영은 눈을 부릅떴다. 아빠였다. 엄마였다. 그들의 손에는 자루가 들려져 있고, 재갈과 밧줄이 들려져 있었다.
그 짧은 순간에 그녀는 깨달았다.
(날 죽이려 해!!)
틀림없었다. 이 분들은, 아니, 이 사람들은 자기를 죽이려 하는 것이다. 자기들을 힘들게 하는, 비록 자식일지라도 재앙으로밖에 생각이 안되는 그녀를.
설영은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도 아버지인데, 어머니인데...그들의 뜻대로 죽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그녀는 반항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손목이 묶이면서, 발목이 묶이면서...그녀는 순간 속으로 부르짖었다.
"내가!! 내가 왜!! 난 잘하려 했잖아?!! 잘보이려고 애썼잖아!!"
사랑받으려고 애썼잖아!! 수없이 노력했잖아!!
그런 생각이 가슴속에 생성되자 순간 한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재갈이 물려지기 전에 그녀는 외쳤다.
"싫어요!!"
"또!!"
그녀는 경악했다. 이젠 이 빌어먹을 이상한 능력이, 아무때나 발동되는것이다. 그녀는 원하지도 않았는데...
설영은 눈물을 흘리면서 아빠 엄마를 보며 물었다.
"...뭐 하려 했어요?...아빠..엄마...에헤헤..."
눈물을 흘리면서 그녀는 애써 웃어보였다.
최면에 걸린듯한 표정의 그 두사람은, 거짓을 말할수도 없는지, 마치 인형같은, 기계같은 음성으로 자신에게 말했다.
"널....죽이려 했다......"
"...묻어버리려 했어..."
설영은 그 말을 듣더니, 눈가에 눈물을 쓱 훔치곤 아하하 하고 웃었다. 닦아내었는데 더 많은 눈물이 쏟구친다.
"...그래요?..왜요? 나...사랑받고 싶었는데...."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대답했다.
"...넌.....악마의 딸이니까....."
".....난..아빠 엄마 딸인데?...."
그녀는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그들이 다시 말한다.
"....넌....귀신이야....."
"..마녀야....."
설영은 아악 하고 외치더니 말했다.
"사라져버려!! 가버려요!! 내 눈에 띄지 않게!! "
그들은 느릿느릿 움직이더니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설영은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끝끝내 한마디를 외쳤다.
"죽어버려요!!"
.
상속은 물론 자신의 몫이었다. 하지만 설영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몇날 며칠동안, 그날의 악몽이 떠올랐고, 경찰들이 전해주었던 말이 생각났다.
아빠 엄마가. 고속도로에서 누워 있었다고 했다. 머리가 수박처럼 잘 깨졌다고 했다. 그런 잔인한 이야기를 유치원생인 나이의 자신에게 전해줄 정도라니...그들도 그녀에게 혐오감을 느끼는게 분명했다.
돌봐줄 사람이 없었기에, 그녀는 비뚤게 자랐다. 원하는 것만을 입에 넣고, 쓰고, 가지고, 행했다.
그러면서 생긴, 자연스러움. <소유욕> . 소유욕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될 만큼 그녀의 몸에 배었다.
필요하면 손에 넣는다. 쓸모가 다했다고 여겨지면 버린다. 그게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차피 자신은 남들과 틀린 이들이다. 누구도 어릴때의 자신을 이해 해줄 사람도 없을것이고, 이해하려 들 사람도 없을 것이다. 부모보고 죽어버리라고 한 딸을 누가 도대체 위로해준단 말인가. 세상 입장에서 보면 그녀는, 아무 필요도 없는, 살 가치가 없는 페륜아임에 틀림없을진데.
설영은 혼자 성장하면서 결심했다.
누구도 나를 이해해주길 원치 않아.
누구도 내 심정을 모를거야.
그렇다면....누가 되었든지 나에게 손대지 못하게....참견 못하게.....하겠어.
보통 인간인 주제에....감히 나에게 손을 뻗치는 행동따위...용납 않겠어.
오히려...내가 ....부리겠어....무릎꿇리겠어....가지고 놀아주겠어..... 종으로 삼겠어....
그런 감정들. 그런 결심들. 그 모든 것이 그녀 마음속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그녀는 그날..... <여왕>이 되었다.....
자신은 만인을 부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여인. 그 누구도 그녀의 눈동자, 그녀의 명령이 깃든 말투를 거역할수 없다.
<매혹안>. 마인드 컨트롤.
눈에서, 입에서 뿜어나온다. 넘쳐나온다. 여왕의 기품이. 기운이,
여왕은 점차 커지면서, 쾌락에 사로잡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했던 여자애다.
모성애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랑. 절대의 순수가 깃든 찬란한 사랑이라고 믿는 설영이었다.
설영은 생각했다. 자신도 여자이다. 그리고 그녀는 떠올린다. 어릴때 사랑받지 못하고 성장한, 웅크린 여자애를.
그렇다면.....
잘해주리라. 냄새나는 남자들은 몰라도.....여리고 여린....약하디 약한....여자들만은.....아름다운 것들만은......사랑해주리라.....보듬어주리라....어루만져주리라....
그날이....진설영. 여왕에게 동성애가 자리하게 된 날이다...
아름다운 여자들. 귀여운 여자아이들. 예쁜 여자애들에 대한 집착이, 무섭도록 커진 그녀.
그 아이들의 미소가 보고 싶었다. 웃음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럼 뭘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간지럼을 태우자. 간지럼을 피우자.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면 웃을 것이다. 옆구리를 자극하면 웃을것이다. 발바닥을 긁어대면 웃을것이다. 발가락 사이를 깃털로 어루만지는 센스도 필요하지 않을까. 분명 그 아이는 좋아할 것이다. 웃음지을 것이다. 그래.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의 그곳은 젖어들 것이다. 촉촉하게. 그로 인해 예쁘게 빛날 것이다..
하지만....이왕 하는 것. 그 아이는 전유물. 그렇지. 자신의 전유물이니까. 자신의 것이라는, 누구도 가져갈수 없는, 자기만의 것이라는 표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눈에 띄는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또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묶는 것이다. 결박이다. 구속이다. 그 애는 묶임으로서, 자신의 노예임이 입증되는 것이다. 그리고 간지럽히는 데도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 아이는 도망가지 못한다. 그 아이는 반항하지 못한다. 그 아이는 오로지 웃어야 한다. 자신에게 사랑스러운 웃음소리를 선사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렇게....Bondage와 Tickling이...자신의 성향중의 하나로 생겨났다....
설영은 자신했다. 자신이 있었다. 자신에겐 매혹안이 있다. 마인드 컨트롤이 있다. 이 세상 그 누구라도, 아무리 지체 높은 사람이어도,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어도 자기 앞에서는 머리를 숙여야 할 것이리라.
그렇게 만들수 있었다 그녀는. 분명 그럴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언제나 항상 그래 왔고,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어 왔다....
그런 어느 날.. 최근에....한 존재를 보았다. 한 여자애를 보았다.
그 여자애는 예뻤다. 18살, 고 2라고 하였다.
얼굴에서도 이미 감탄했지만, xx고등학교의 퀸카라는 화려한 프로필. 정말이지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수밖에 없을만큼 뛰어난 몸매. 훌륭한 신체.
수천명의 팬까페를 거느리고 있는 여자애. 하지만 그 아이의 본성은 놀랍게도 M. TBM에 가입되어 있는 정회원. 닉네임. 티렉스.
왜 그런 닉네임이었을까. 따로 이유가 있나 싶었다. 그때 당시만 해도.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놀라운 사실...
Dinosaur(공룡) 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엄청난 힘을 가진 여자아이. 상상을 초월하는 괴력을 가진 여학생.
그 아이를 만나보았다는 S를 몇명 만나보고 나서 그런 소리를 들었지만, 당시에만 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욕탕에서 보인 그 힘....말 그대로 경이적인 파워.
하지만....그 대단한 티렉스를, TBM의 그 어떤 S도 사로잡지 못했던, 구속하지 못했던 그 여자아이를, 자신은 사로잡았다. 옭아매었다.
그렇게 그 아이의 몸을 가질수 있었다. 입술을 빼앗을수 있었고, 몸 어느 곳이라도 어루만질수 있었다. 자신은 환호했다.
이제 다 되었다 싶었다. 시간을 두고, 느긋하게 즐기면서, 매혹안을 걸면 될것이라 생각했다. 확실히 자신의 딸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아니었다.
최강희는 끝끝내 자신을 거부했다. 자신의 의지를, 기백을 서슴없이 내비쳤다. 그 아이는 자신의 긍지를 지켰다. 몸은 주어도 마음까진 맘대로 못할거라는 그 긍지.
티렉스의 자존심을.
최강희는, 여왕에게 사로잡힌 후에, 단 한번도 그런 말을 한적이 없었다. 자신을 풀어달라는 말을.
물론, 의향을 물은 적은 있지만, 그때 역시도, 의중을 물은 것이지 직접적으로 자신을 놔달라는 표현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런 말은, 발린 말조차 일체 입에 담지 않았다...
이제서야 여왕은 후회한다. 되새긴다. 강희가 어제 했던 말을.
"난...거기서 벗어나왔지만...헤어나왔지만....여왕님이...박사님이....다시 저를 나락에 떨어뜨리려 한다는걸...아시는지?"
그때 깨달았어야 했다. 협박이 아니었던 것이다. 농담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아이는 정말 비장의 각오를 그때 했던 것이다.
최강희로서도 그만큼 궁지에 몰려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손발가락까지 제압되어 있는 상황에, 자살할 방법이라곤 혀를 깨무는것 뿐이다. 하지만, 그녀가 자살을 하도록 여왕이 냅둘리가 없는것이다. 닥터가 항상 대기했던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런 짓을 해보았자 결코 성공할수 없을 것이라는걸 최강희는 짐작했을것이 분명하다.
대신에 선택한, 최후의 길. 경계식.
그건 정말로, 계산 밖이었다. 최강희에게 그런 자아의식이 있을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티렉스는, 멋지게 퀸과 닥터 솔에게 한방 먹인 셈이다.
설영은 눈가에 눈물이 핑 돌더니 중얼대었다.
"난...난.. 결코 이런걸 원한 건 아니었어....난 다만....널 가지고 싶었을 뿐인데....니가 너무나 좋아 견딜수 없었을 뿐인데......왜....."
최강희의 이성은 무너졌다. 하지만.....이건 아니었다. 최강희는 매혹안에 반응하지 않는다. 자신의 마인드 컨트롤이 통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저 그렇게, 하염없이 눈만을 감고 있을 뿐이다.
설영의 눈가가 점차로 붉어질대로 붉어져갔고, 술잔을 기울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방과 후.
진정안과 김한웅은, 학교를 마치고 나서 하교를 하고 길을 나서는 유정을 미행했다. 한동안 그렇게 걸어가다가 사람이 별로 없는 거리에 들어선 유정을 보고 나서는 번개같이 거리를 좁혀들고 나서는 유정의 앞뒤를 막아세웠다.
유정은 눈썹을 찡그렸다.
"..이게 무슨 짓이야? 비키지 못해?!!"
정안은 고개를 가로젓더니 말했다.
"유정이 누나. 이번엔 대답을 들어야겠어요...강희 누나...어디 있어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모른대두?"
유정은 차갑게 말하고는 옆으로 쓰윽 나섰다. 하지만 정안이 얼른 바싹 거리를 좁혀들어오더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자꾸 이러면...대답을 듣기 전에는...못 보내요"
유정은 헛웃음을 지었다. 어찌나 싸늘해 보이는 표정인지,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 예상할수 없을 모습이라고 정안과 한웅은 생각했다.
"웃기는구나 정말. 소리 지르기 전에 빨리 비켜"
정안은 유정의 눈을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한웅을 한번 보았다.
"한웅아"
"으..응?"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정안의 목소리에 한웅은 어리둥절해 했다. 정안은 인상을 살짝 쓰면서 오른팔 소매를 슬쩍 걷었다.
"미안하다. 나도 지금...강희 누나걱정때문에...제정신이 아니라서...이해해라!!"
"무..무슨..."
한웅이나 유정이 당황한 표정이 되면서 몸을 움찔 했지만 정안이 더 빨랐다.
파바박
순식간에 주저앉다시피 무릎을 굽힌 정안은 오른 손의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유정의 아킬레스건을 꽉 잡아쥐었다.
꽈악
움찔
"아!! 아학!!"
유정은 순간 신음성을 흘리면서 비틀 하고 무릎을 꺾었다. 한웅의 눈이 커졌다.
"야!!"
한웅이 얼른 정안을 잡아채려 했지만 정안이 악을 썼다.
"별일 아냐!! 제발 두고만 봐!! 괜찮아!! 유정이 누나가 다칠 일은 없으니까!!"
한웅은 그의 고함을 듣고서는 일단 동작을 멈춘 채 정안과 유정을 지켜만 보았다. 과연, 유정은 무릎을 꺾고 주저앉기만 했을 뿐, 어딜 다친 데는 없었다.
그녀가 허물어질때 얼른 정안이 움직여 그녀의 등을 받쳤기 때문이다. 정안은 유정의 등 뒤를 가슴으로 받은 후에 이번엔 오른손으로 그녀의 오른 발목을 꼭 감아쥐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유정이 누나!! 강희 누나 어딨어요?!! 누난 알죠?!! 말해줘요!!"
꽈악
"악!! 꺄아아아악!!"
유정은 오른발의 아킬레스건이 정안에 의해 더욱 꽉 잡히자, 갑자기 난데없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한웅이 인상을 팍 쓰면서 무릎을 굽히곤 정안을 보며 소리쳤다.
"야!! 왜이래? 누나가 왜이리 아파하는거야?!!"
정안도 좀 당황했다.
"뭐..뭐야?! 난 그냥 힘을 빼놓으려고 하기만 한건데....왜 비명을?"
한웅은 그렇다치고, 정안마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수가 없었다.
자신의 능력은 무력화. 상대의 힘을 빼놓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정은 지금 힘없이 주저앉기만 하고 고통은 없을텐데, 왜 비명을 지른단 말인가.
정안이나 한웅이나 모르지만,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정안은 지금, 자신도 모르게, 여왕이 유정에게 건 <정신의 유대>라고 하는 매듭을 끊어내는 중이었다.
최강희를 사로잡기 위해선, 한유정만큼 적임자가 없다고 생각한 진설영이, 그녀를 마인드 컨트롤, 즉 매혹안을 걸 당시에 상당히 강한 최면을 걸었다.
왜 그랬냐면, 뭐니뭐니해도 한유정은 최강희의 베스트 프렌드. 가장 친한 친구이다. 그렇다면 어중간히, 대충 최면을 걸시에, 강희의 목소리로 인해 한유정이 정신을 차릴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매혹안이 깨질수도 있는것이다.
그렇기에 진설영은, 유독 한유정에게만은, 엄청나게 신경을 써서 상당히 심도 깊은 매혹안을 걸었다. 강희가 아무리 애를 써도 제정신으로 돌려놓을수 없을정도로 말이다.
한유정에게 건 최면은, 가연이나 선민이, 이런 이들에게 건수준 정도와는 차원이 틀렸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토록 착하고 여린 한유정이, 완전 딴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차가운 이미지의 인상으로 보일 정도로 사람이 돌변했던 것이다.
그런 상태의 유정을, 진정안이 지금 그녀의 발목을 잡음으로서, 여왕이 건 최면 능력과, 진정안의 무력화 능력이 충돌을 일으키는 바람에, 그것이 깨질락말락 하는 상황이었고, 그로 인한 충격때문에 유정이 이토록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는것이었다.
하여튼, 비록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진정안의 무력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 여왕이 유정에게 건 매혹안을,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마침내 깨뜨리기에 이르렀다.
파지직
"아악!!"
그렇게 유정이 마지막으로 비명을 지른 것을 시점으로 순간 전류가 오는 듯한 느낌이 잠깐 정안에게 다가왔다.
깜짝
"뭐! 뭐야!!"
진정안은 놀랐지만 그래도 유정의 발목을 잡은 손을 놓지는 않았다. 그때 갑자기 유정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흑...흐흑....."
"!! 유..유정이 누나?"
"..누나?"
두 남학생은 난데없이 한유정이 눈물을 흘리자,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때 한유정이 여전히 울먹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고개를 살짝 돌리면서 진정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흐흑...정안아.....어떻게 해.....한웅아.....으흑....."
두 남학생은 얼굴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도대체 유정이 누나가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일까.
유정은 울먹이다가 정안에게 말했다.
"뭔진 몰라도...일단 좀 놔줘...흑....그리고 나서..이야기해줄께...."
그녀의 눈물맺힌 눈동자가 하도 애처로워서 정안은 부르르 몸이 떨리는걸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잘은 모르겠지만...유정이 누나의 눈이...생기를 되찾았어..."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그러자 그녀는 눈물을 쓱 닦더니 말했다.
"..잘 들어...흑...믿을진 모르겠지만.....지금 강희는.......납치되어 있어...흑흑....."
"네에?!!"
정안과 한웅은 경악했고, 유정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면서 더욱더 울먹이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흐느꼈다.
"그것도!!....흑흑.....내 마음이 더 아픈건.....으흑....강희가 그렇게 된게...다 나때문이라는거야.....으흐흑!!"
유정이 마침내 오열하면서 어깨를 떨어대자, 정안과 한웅은 난감했다.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텐데 유정의 기분이 지금 이래서야.
정안은 입술을 깨물면서 주먹을 꽉 쥐고 안달했지만, 유정이가 지금 이런 상태면 재촉하기도 영 그랬다. 한웅이 쓱 다가와 유정의 어깨를 잡아주면서 말했다.
"저..누나. 여기서 우리 집이 가깝거든요? 일단 우리 집에 가서 이야기해요. 네? 누나 심정이 어떤지는 다는 모르겠지만....정안이도 그렇고....지금...급히 움직여야 할때가 아닌가 싶네요"
유정은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고개를 확 도리질 치더니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음성은 상당히 다급해져 있었다.
"아..아냐!! 이럴때가 아냐!! 버스? 택시? 아!! 아무튼...빨리!! 빨리 그 여자 집으로 가야돼!!"
"..그 여자?"
두 사람은 어리둥절해 했지만 유정은 그런 그들에게 재촉했다.
"그래! 그 여자!!"
둘이 동시에 물었다.
"누구요?"
유정이 외쳤다.
"여왕!!"
유정이 엄청나게 서두르려 하는 기색을 보이자, 잘은 몰라도 정안과 한웅은, 강희가 어디에 있는지 유정이 확신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안이 재빨리 물었다. 그도 다급해져 있었다.
"유정이 누나는 강희 누나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거죠? 그렇죠?!!"
유정은 소리질렀다. 그녀는 너무 흥분해 있었고 마음이 급한듯했다.
"그래!! 알아!! 그러니 빨리 가야돼!! 강희가...강희가 위험해!!"
강희가 위험하다는 말에 한웅도 낯빛이 변했지만 진정안은 거의 제정상이 아닌 수준이었다.
"뭐에요?!! 어디에요?!! 안다면 빨리 가요!!"
유정의 두 어깨를 콱 움켜쥐고 미친듯 소리를 질러대는 정안. 한웅은 혀를 차더니 그의 등을 탁 하고 치면서 말했다.
"야야. 됐어. 걱정마. 우리집이 이 근처라고 내가 했잖아. 집에 차 있어. 내가 몰테니까 누나는 길안내를 부탁해요"
유정과 정안이 동시에 한웅을 돌아보았다.
"너 면허 있어?"
유정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정안이 다급히 물었는데 한웅이 씨익 웃었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하하....몰줄은 알아...삼촌한테 배웠거든...크크..."
유정과 정안은 인상을 찡그렸다. 한웅이 다시 어색하게 웃더니 힘차게 말했다.
"지금 그런거 따질때냐? 강희 누나가 위험하다며? 빨리 가야지!! 안그래? 걸리지만 않음 되잖아!!"
한웅의 말대로였다. 지금은 비상시이다. 그녀가 위험하다. 최강희가 위험하다. 구해야 한다. 셋이서!!
정안은 한웅의 손을 잡아주더니 말했다.
"고마워..빨리 가자"
한웅은 고개를 끄덕였고, 유정은 눈가에 또다시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닦은 후에 입술을 꼭 물었다.
셋은 달렸다. 힘껏.
달리면서 정안이 말했다.
"누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유정이 외쳤다.
"차 안에서 이야기해 줄께!! 여기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야!!"
정안은 수긍하고는 앞을 보면서 달리는것에만 전념했다. 그는 속으로 외쳤다.
"조금만 기다려요...강희 누나!!"
아버지의 소렌토를 몰래 끌고 나온 한웅. 다행히 차키가 집에 있었고 부모님도 출타중이셨다. 만약에 걸리면 경을 치를 일이지만, 친구의 연인이 위험하다는데야 한웅은 선택이고 자시고가 없었다. 그는 무섭게 악셀레이터를 밟고 있었다.
부우웅
차선을 연신 질주하면서 목적지를 향해가는 세 학생. 교복 차림으로 세명 모두 차를 타면 의심을 살수 있기에 지금 정안은 한웅의 사복을, 유정은 한웅의 누나의 옷을 빌려 입고 있었다.
정안은 조수석에 앉은 채 고개를 돌려 유정에게 질문을 했다.
"누나. 도대체 아까부터 무슨 말이에요? 그 여자..여왕이라는 사람은 누구이고..강희 누나가 왜 위험하다는 거죠? 그리고 유정이 누나..요새 이상했어요 솔직히. 그러다 좀전에서야 정신이 든것같이 보여요. 도대체가...설명을 듣고 싶어요 이젠."
유정은 정안의 여러 질문을 받은 후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설명해줄께...믿을진 모르겠지만...난 지금 분명 정상이야....그러니 내 말을 계속 들어줘? 후....문화제가 열렸던 그 날의 일이야. 검은 정장을 입은 한 아주머니가 나에게 다가왔어. 그리곤 강희를 아냐고 물었었지. 그래서 안다고, 제일 친한 친구라고 그랬어....그리고 그 아주머니의 손가락이 나에게 뻗치고...눈동자가 마주쳤어...그때부터....시작이었어...."
그녀는 두려운 듯 몸을 움츠렸다.
"뭐가요?"
정안은 재차 물었고 운전을 하는 한웅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후...진짜 사실이니까 믿어줘...난 그때부터...그 아주머니의...조종을 받기 시작했어.....거짓이 아냐. 정말, 그 아주머니가 하는 말을 죄다 듣게 되었지. 오로지 그 분..아니아니. 그 아주머니의 음성만이 귀에 들리는 듯했고...나를 지배하는 듯했어...마치...여왕같았어...나의..여왕"
"............."
두 남자애는 말없이 긴장한채 그녀의 말을 듣기만 했다. 유정은 말을 이었다.
"그 아주머니는....능력...그래...초능력....그런 걸 가진 사람임에 틀림이 없어....초능력자야....확실해.....아무튼.....그 아주머니는 날 이용해서.......강희를 잡으려 했어...."
정안과 한웅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유정은 한숨을 쉬고 나더니, 자초지종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매혹안이 깨져버리면서, 그녀는 최근에 있었던 일을 모두 떠올리게 된 것이다. 자신이 강희에게 어떻게 했었는지, 욕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등. 모든 것이.
하염없이 눈동자를 떨면서 말을 이으는 유정. 그녀의 눈에 그때 자신이 강희에게 했던 일이 다시 떠오르자, 그녀의 눈에는 왈칵 하고 주체할수 없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
...
...
...
...
한웅은 거칠게 말했다.
"이런 제길. 완전 초능력자라는 거잖아? 그런 여자가 다 있어? 우와...야 이럴 때가 아니다.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안돼!!"
정안이 갑자기 왁 하고 소리지르자 한웅은 흠칫 했고 유정도 놀라 그를 보았다. 정안은 씩씩대다가 말했다. 거칠게. 자신의 의지를 가득 담긴 음성으로.
"강희 누나는...내가 구할거야!! 경찰? 강희 누나가 지금 어떤 꼴일지 모르는데, 그런 모습을...그들에게 보일 순 없어..보여주지 않을거야!!....내가...나만이...."
그의 거친 숨결과 호흡을 느끼고 보면서, 한웅과 유정은 정안이 어느정도로 강희를 마음속에 담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한웅은 얼마 전에 정안의 고백을 들었지만, 유정은 강희를 사랑하는 정안의 속마음을 이번에 처음 본지라 상당히 놀란 터였다.
"정안이가...강희를 이토록...."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강희에게 그런 짓거리를 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자 다시 눈물을 쏟으며 흑흑대었다. 정안은 유정이 울자 고개를 돌리더니 안쓰러운 표정이 되어 말했다.
"누나. 신경쓰지 마요. 누나가 왜 그러는지 저도 짐작하지만....누나로선 어쩔수 없었잖아요? 아니..누구라도 그럴수밖에 없었을거에요...그러니 너무 자책 마세요 자신을.."
하지만 유정은 여전히 눈물을 펑펑 쏟았다.
"나..나때문에 강희가 잡힌 거야...흑흑..나때문에....강희는 안잡힐수 있었어...흑흑..그럴수 있었어...."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유정의 머릿속에 떠오른, 강희의 모습.
그녀는 강했다. 자신의 친구는 강했다. 땅에 지진이 일어날정도의 진동을 일으키는 힘. 수십명이 팔다리를 잡아채도 아무렇지 않게 상대하는 늠름한 육체.
최강희가 그런 능력을 가진 것은 자신도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는데, 기억을 살리면서 그걸 알게 된것이다.
하지만....그 강한 최강희가...오로지 자신때문에, 바보같은 자기때문에 발목이 잡혀서 여왕한테 잡힌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유정은 진짜로 미치고 팔짝 뛸듯한 심정이었다.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안은 다시 그녀를 위로했다.
"지금은 이것저것 생각하지 마요. 강희 누나를 구하는것만 생각하자구요. 알았죠?"
유정은 어깨를 들썩이다가 고개를 들더니 정안을 마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잠시 끄덕이다 유정은 갑자기 생각난듯이 핫 하고 탄성을 터뜨린 후 정안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난 최면이 풀렸는데....어떻게 풀려났지? 그 여자 말대로면 절대로 못 풀려나는거랬는데....혹시....아까....정안이 니가?"
발목이 잡힌 후에 최면이 깨진 것을 유정이 상기해낸 것이다. 정안은 우물쭈물 거렸다.
유정이 그런 그를 보다가 대답해줄것을 요구했고, 결국 정안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유정과 한웅은 다시 한번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한웅은 이마에서 땀을 흘리며 중얼대었다.
"허....세상에.....이런......"
세상에 이런 인간들이 다 있구나 하고 말할 뻔 했다가 왠지 정안에게 욕을 하는 듯해서 그는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닫았다.
정안은 멋쩍은 듯한 웃음을 지은 후에 더는 말을 않았다. 그리고 다른 두 사람 역시 더는 말을 삼갔다.
그렇게 세 사람은 침묵에 들어갔다. 기필코 강희를 구하겠다는 강한 결심을 몸안에 품은 채.
부아앙~
한시간 후
진설영은 양주 한병을 내리 다 비워내었다. 그녀 생애에서 가장 많이, 독하게 마신 날이었는데도 이상하게, 취기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걸 느끼기에 자신의 감정은 지금 너무 고양되어 있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면서 몸을 이동했다...
"어디쯤이죠?"
정안이 다급히 물었고, 유정이 황급히 대답했다. 핸들은 잡은 한웅의 손에 점차 땀이 맺혀갔다.
타박 타박
설영은 힘없는 걸음걸이로, 강희가 누워 있는 방을 들어왔다. 박사는 방 한구석에서 의자에 앉은 채 방 바닥만을 보고 있었다. 그도 어지간히 충격의 늪에서 헤매고 있는 듯했다.
설영은 그렇게 닥터 솔에게 잠시 시선을 주다가 사우전드에 누워 있는 강희에게 다가갔다.
"프린...세스....."
설영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강희에게 다가가, 그 감긴 눈을 어루만지고, 뺨을 어루만지고, 이마를 쓰다듬었다. 그때 가연과 선민이 연신 고개를 조아리다가, 지금이 때이다 싶은듯이 입을 열었다.
"여왕이시여..."
설영의 눈동자가 느릿하게 움직이면서 가연과 선민을 시선에 담았다.
두 여자아이는 무릎을 꺾고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동시에 입을 열었다.
"프린세스....공주께서 여왕님께 전해드리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나에게?...언제..."
설영은 멍한 시선으로 그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제입니다. 여왕님께서 방에서 나가신 직후입니다"
"...얘기해봐"
설영은 다시 강희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무엇을 말하려 했니?"
두 여자애는 합창하듯이 말했다.
"경애합니다. 존경합니다. 여왕님. 여왕님께서 이기셨습니다. 티렉스는 여왕님의 것입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다만, 한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를 마지막으로, 저를 제물로 하시고...그 늪에서 헤어나오시길 바랍니다. 고통에서 구원받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할 수만 있다면 제 소중한 친구를, 그리고 여왕님을 모시는 많은 이들을...부디 해방시켜 주십시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이젠...멈추시기를....."
설영은 그 말을 듣고는 눈가에서 툭 하고는 눈물을 터뜨렸다.
주륵
주르륵
털썩
설영은 무릎을 꿇었다. 그 자리에서. 힘없이.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면서 속으로 외쳤다.
"가....가질수 없어......꺾을 수가 없어........"
최강희의 마지막 말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여왕 진설영. 그녀는 최강희의 분명한 의지를 읽었던 것이다.
설령 부러진다 해도, 꺾이지는 않을 여자애. 최강희.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여왕인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은, 단 한명의 여자.
진설영은 오열했다.
"나의...프린......세...."
그녀의 어깨가 하염없이 떨려대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그리고 누워 있는 강희를, 쟃빛으로 변한, 납덩이같은 얼굴을 한 박사를, 시선에 담으면서 두 여자아이 역시 눈가에 눈물을 흘렸다.
두 여자애가 마지막 종언을 고하듯이 이어 말했다.
"프린세스의 말씀. 확실히 전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방 안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여기에요?"
한유정도 엄청나게 예쁜 여학생이다. 진설영이 그런 그녀를 그냥 놔두었을리가 만무하다. 이미 한유정은 여왕과 같이, 최면상태에서 이 저택을 방문한 적이 몇번 있었고,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었다.
비밀번호 입력식 채택을 취하는 만큼, 그걸 써야만 통과를 할수 있으니, 여왕은 휘하에 거느린 모든 여학생들에게 비밀번호를 암기하게끔 한것이다.
유정 또한 그 비밀번호를 외우고 있었고, 손쉽게 대문을 열고 들어갈수 있었다.
"서둘러야 해!!"
유정이 그리 말하고 두 남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셋은 정원을 지나서 현관까지 후다닥 짓쳐들어간 후에 현관문에 또 한번 있는 비밀번호 입력기에 다달아 그걸 해체한 후에 마침내 여왕의 저택에 발을 들였다.
정안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마자 고함을 쳤다.
"누나!! 강희 누나!! 어딨어요?!!"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는 사방을 둘러보다가, 가장 호화찬란한 문양이 되어 있는 방문을 보곤 그리로 뛰어갔다. 유정과 한웅이 그 뒤를 따랐다.
콰광
거칠게 문짝을 열어 제낀 후에 정안은.....보았다. 그 상황을.....
"!!!!"
정안이 눈을 크게 부릅뜨고 뒤따라 들어온 한웅도 역시 동공이 벌어졌으며, 유정은 기함을 지를 듯이 두 손을 입으로 막았다.
"아..학!!"
유정은 너무 놀랐는지 그렇게 신음을 흘리면서 동시에 두 눈에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는...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