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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과 여형사 - 마지막회(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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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




남자가 막 개의 물건을 은수에게 삽입시키려는 순간 거실을 울리는 또 한명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소리가 2층쪽을 올려다 보았다. 그곳에는 발가벗은 또 한명의 여자가 놀란듯 그리고 화가난듯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진이 욕실을 뛰쳐나와 소리가 나는 거실쪽으로 달려가 거실을 내려다 볼때 한 명의 여자가 개에게 깔려서 몸부림 치고 있었다. 현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처음 그 모습을 봤을때 언니는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축 늘어진 여자의 얼굴..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긴 머리가 아닌 짧은 커트머리의 모습이었지만 자신이 아는 은수가 분명했다.



미친듯 몸부림치다 기절한듯 축 늘어져버린 은수의 얼굴은 애처롭고 가련해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애처롭고 가련한 모습은 자신이 만들어버린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짓을 하고 있는 아랫층 남자들의 모습을 보자 현진은 미친듯이 화가나고 심장이 찢어지는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현진은 거의 날다시피 2층에서 뛰어내려와 개의 옆에있는 남자를 발로 차버렸다.

그리고 있는 힘껏 개를 끌어다가 옆으로 내팽개쳐 버렸다.



『언니!! 언니!! 언니!!! 정신차려!! 일어나봐!! 언니!! 』



현진은 은수에게 다가가 은수의 어깨를 잡고 은수를 흔들어대며 악을 쓰듯이 은수를 불렀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면 이렇게 눈물을 흘린채 기절해버렸을까... 은수를 잡고 흔드는 현진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언니!! 나야!! 눈좀 떠봐!! 언니!! 』



현진이 미친듯이 은수를 잡고 흔들어대며 은수를 부르자 은수의 눈이 떠졌다.

 

 

『꺄아아아악!! 오지마!! 하지마!! 하지마!! 』

 

은수는 일어나자마자 조금전의 악몽이 떠올랐는지 현진을 알아보지 못하고 몸을 질질 끌며 뒤쪽으로 물러나면서도 비명을 지르며 오지말라는 말과 하지말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언니!! 아아앜.. 』

 

현진이 은수에게 다가가려고 할때 현진은 누군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것을 느꼈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힘에의해 현진의 몸이 그쪽으로 딸려갔다.

 

 

퍼억..

 

『허억.. 』

 

헛바람 삼키는 소리와 함께 현진의 허리가 앞쪽으로 굽혀졌다. 현진을 따라나온 동훈이 은수에게 다가가려는 현진의 머리카락을 잡고 자신쪽으로 끌어당기면서 현진의 복부를 강하게 쳤기 때문이었다.




퍼억... 우당탕탕..

 

 

또다시 살을 치는 소리와 함께 현진의 몸이 한쪽으로 나가떨어지며 바닥에서 굴렀다.
현진의 복부를 친 동훈이 허리를 숙이고 있는 현진을 발로 힘껏 차버린것이다. 발로 현진을 찬 동훈의 한손에는 작은 권총처럼 생긴 주사기가 들려져 있었다. 이미 그 신체능력을 향상시키는 약을 복용한 모양이었다.




『허억..허억....커어억.. 』

 

 

동훈의 발에의해 나가떨어진 현진은 자신의 복부를 손으로 잡고 엎드린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고통을 참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도무지 몸이 말을 듣는것 같지 않았다. 주먹을 불끈 쥐어보았지만 그 주먹에 힘은 하나도 들어가지지 않고 있었다. 일어서는것조차 지금의 현진에게는 힘들어 보일 정도였다. 현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안돼..이길수 없어..언니가...언니가 저기있는데..구해줄 수가..없어.."

 

 

"안돼...언니가..언니가.. 하지만..지금의 나로서는..."




동훈과 상극의 약을 맞고 패한 현진이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현진으로서는 이미 처참하게 패배해버린 동훈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더구나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버리고 지칠대로 지쳐버린 지금에 와서 동훈과 나머지를 모두 처리하는건 불가능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언니를 구해줄수 없는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비참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자신이 자신이 아니었으면 싶었다. 자신이 아닌 무엇이든 은수를 구할 수 있는 무엇이라도 되었으면 싶었다.

 

아주 오래전.. 은수가 백성기를 처음 만난날 심하게 린치를 당하고 온 은수를 보고 몸을 떨며 은수에게 아무런 힘도 되어주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고 몸을 떨던 은진이 처럼.. 지금 현진도 그런 은진의 절망감을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파사삭...



현진의 귀에 무언가 부셔지는 소리가 들렸다. 은진이었을때의 절망감을 느낀 그 순간 자신의 몸속에서 불길을 감싸고 있던 작은 보호막같은 구슬이 부셔지는듯한 소리가 현진에게 들려오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자신의 몸이 맹렬하게 그리고 순식간에 구슬에 갖혀있던 불길에 휩싸여가는 느낌이 들고 그 불길이 현진의 정신마저 불태워버리는듯 현진의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누...누구라도... 조..좋으니까.. 제..제발.. 어..언니...언니 좀... 살려줘... "

 


 


 


 

 

 

 

 

 

 

 

 

 

 

 

 

 

 

 

 

 

 

 

『병신같은 년!! 』

 

『크크 저 년 한방맞고 기절한거 같은데? 여태 저런 년한테 당하고 산거야? 』

 

『저년 무서울때는 무섭다고..뭐 지금은 싸구려 창녀같은 계집애에 불과하지만.. 』

 

이동훈과 백성기는 키득거리며 쓰러진 현진에 대해 한마디씩 주고받고 있었다. 은수는 아직도 쇼파의 한쪽구석에서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백성기가 그런 은수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속삭이듯 은수의 귀에 이야기를 했다.

 

『니가 끔찍하게도 생각하는 니 동생 왔자나.. 보고싶다며? 』

 

『하..하지마...하지마.... 』

 

은수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지 쇼파한쪽구석에 잔뜩 몸을 웅크리고 앚아서는 하지말라는 소리만 중얼거리듯 내뱉고 있었고 그런 은수에게 동훈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듯 보였다.

 

『저렇게 나자빠져 있는데 구하고 싶지않아? 저 현진이라는 년말이야.. 』

 

"혀..현진? 현진이..??"

 

『넌 앞으로 보지속에 개의 자지를 끼우고 좋다고 헐떡거리며 살거고... 』

 

"동생...현진이...내동생...현진이.. 사랑하는 현진이..보고싶은 현진이..."

 

『현진이라는 년은 지금까지 그년을 모시던 놈들의 섹스토이가 되어 남은 인생을 살게 될거야.. 과연 둘중 어떤 년의 인생이 더 불쌍해지는걸지? 크크킄 』

 

"현진이..보고싶어...안아보고 싶어.."

 

두려움에 머리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지면서 모든것을 잊고 부들부들 떨던 은수의 머리속에 한명의 인영이 흐린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흐린 모습은 점차 사람의 그리고 여자의 모습을 갖춰나가는듯 싶더니 이내 은수가 그렇게 그리워하고 보고싶은 현진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은수는 그렇게 현진에게 손을 뻗듯이 천천히 허공에 손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크크 이년도 미쳐버린거 아냐? 』

 

 

『미쳐도 이년은 개야... 앞으로 개의 자지나 박아대며 살아갈 년이라구 크크킄 』


 


 


 


 


 


 


 


 


 

 

 

 

 

 

 

 

 

 

 

 

 

 

 

 

 

 

 

 

 

 

 

 

 

 

 

 

 

 

 

 

 

 

 

 

 

 

 

 

크르르르릉...


 

 

 

 

 

 

 

 

 

 

 

 

 

 

 

 

 

 

 

 

 

 



그렇게 농담따먹기를 하듯 이야기하고 있는 두명의 남자에게 개가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들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나는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 은수에게 달라붙어 킁킁거리던 개가 한쪽을 바라보며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 대고 있는 것이었다. 남자들은 개가 바라보는 쪽을 바라보고 깜짝 놀라버렸다.




여자..현진이었다. 자신들이 눈치 채지도 못한 순간에 일어서서 고개를 숙이고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길게 늘어져 있는 머리때문에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현진이 맞았다. 그리고 유일하게 그걸 눈치 챈 개가 현진을 바라보고 곧 달려들 기세로 으르렁대고 있었던 것이었다.



『뭐..뭐야?? 저년 언제 일어났어?!! 』

 

 

『흥..일어난다고 별 수 있나! 와일러!! 물어!!! 』

 

백성기는 으르렁 거리는 개에게 명령했고 개가 이빨을 드러내며 현진에게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죽은듯 꼼짝하지 않던 현진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개의 존재를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개를 바라보았다.




현진에게 다가가던 개가 현진의 눈과 마주치자 그자리에서 멈췄다.

그리고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으르렁거리고만 있었다.

 

 

『뭐해 와일러!! 물어!! 물으란말이야!!! 』



 

 

 

 

 

 

 

 

 

 

 

 


크르르릉...

 

 

백성기의 명령에도 와일러는 으르렁대기만할뿐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고 있었다. 현진이 그런 개를 보며 개가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와일러는 으르렁 거리기는 하면서도 주춤주춤 뒤쪽으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런 와일러의 모습에 약간 당황했는지 백성기는 자신의 옆에서 와일러를 훈련할때 쓰는 채찍인듯 보이는 것을 들고 있는 남자의 손에서 채찍을 뺏어들어 와일러에게 다가가 와일러의 등짝을 채찍으로 내리쳤다.



『가서 물으란 말이야 와일러!!! 』


 


크르르릉..

 

 

 

 

 

 

백성기가 신경질적으로 와일러의 등짝을 계속해서 후려치며 명령하자 와일러도 결심을 했는지 현진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침이 뚝뚝 떨어지는 커다란 이빨이 있는 입을 벌려 현진에게 달려들었다. 현진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개를 보며 손바닥을 곧게 펴고 힘껏뒤쪽으로 손을 빼는듯 하더니 빠른속도로 뛰어올라오는 개를 향해 손을 날렸다.



 

 

 

 

 

 

 

 


잠시후..

와일러가 현진이 내뻗은 손을 물었다. 현진의 손이 와일러의 입속으로 빨려들어가듯이 들어갔고 그걸 본 사람들은 잠시후면 현진의 손이 와일러에 의해 잘려나갈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와일러가 입에 현진의 손을 넣은건 사실이지만 남자들의 기대처럼 현진의 손을 물지는 못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와일러의 입속으로 들어간 현진의 손이 와일러가 미처 현진의 손을 깨물기도 전에 와일러의 목구멍을 뚫고 지나가버렸기 때문이었다.



현진의 손을 입으로 물어버린 아니.. 현진의 손에 의해 목구멍에 구멍이 난 와일러가 몸을 부르르 떠는듯 하더니 미끄러지듯 현진의 아래쪽으로 쓰러져 내려갔다. 와일러가 현진의 손에서 빠져나오자 와일러의 피인듯 보이는 붉은 색의 액체가 현진의 손에 잔뜩 묻어있었다.



현진이 천천히 그 팔을 들어 잠시 와일러의 피를 바라보는듯 하더니 손을 입가에 가져가 혀로 와일러의 피를 한번 핥아내었다. 그리고 마치 맛있다는듯이 입가에 묻은 피마저도 혀로 핥아내며 동훈과 백성기가 있는 쪽을 바라보고는 씨익 웃어보였다. 싸늘한 얼굴에 피어난 사악한 미소.. 도저히 사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라 생각되지 않는 악마..아니..악마라도 저런 표정은 지어보이지 못할것만 같은 그런 미소... 
그 미소자체에 사악한 생명이 깃들여있어 그들에게 말하고 있는듯 했다.



이번엔 너희들의 피를 먹어야겠노라고....

 



자신을 바라보던 현진의 눈을 보던 백성기도 동훈도 그리고 나머지 남자들도 놀랐다.
분명 자신의 앞에있는 여자는 현진이라는 여자였지만 왠지 분위기가 달랐다. 그리고 자신들을 바라보는 현진의 눈에서는 아까 흘린 눈물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건만 눈빛만은 아까의 눈빛이 아니었다.




그 눈...

 


현진의 눈이 아니었다. 동훈이 예전에 알던 무심하거나 살기를 띄운 그런 눈도 아니었다. 지금 현진의 눈은 그런걸로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무언가 알듯하면서도 처음 보는 듯한 그런 눈빛..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눈빛이었다.



그래.. 감정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한가지 그나마 가장 근접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있었다. 피에 굶주린 자의 눈빛... 피를 간절하게 원하는듯한 그런 눈빛..  죽음을 부르는.. 상대의 죽음을 원하는 눈빛.. 구지 설명하자면 그런 섬뜩한 눈빛이었다.



『뭐...뭐해? 막지 않고!! 』



백성기의 말에 동훈이 퍼득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된건지 모르지만 어차피 그래봐야 현진이었다. 그리고 현진의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이미 두번이나 이겨본 경험이 있는데다 결정적으로 이곳에 들어오고 난 후 최음제 섞인 음료수 한잔 이외에 아무것도 먹지도 못했고 기절한 것 이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게다가 이래저래 체력소모를 심하게 한 현진이었다. 어차피 이미 나약해질대로 나약해진 계집애일 뿐이었다.



갑자기 무섭게 변한 분위기에 압도당해 잠시 당황했지만 이렇게 약해진 여자에게 질리가 없지 않은가? 어차피 자신은 지금 약까지 투약한 상태이니까... 동훈은 힘껏 주먹을 쥐고 현진을 향해 대쉬하며 주먹을 날렸다.



『키키키킼.. 죽어버려... 』

 


현진의 입에서 섬뜩할만한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새어나오면서 현진은 동훈을 향해 자신도 주먹을 날렸다.




콰앙...



마치 거실안의 공기가 진동해서 거실전체가 울리는듯한 느낌과 함께 동훈의 주먹과 현진의 주먹이 공중에서 만났다.

 

 

『크윽... 이...이건..? 』

 

『모두 죽여버리겠어.. 키키키킼.. 』

 

동훈이 현진에게서 주먹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이건 현진이 싸우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싸움에 관해 많이 아는것은 아닌 동훈이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있는 여자가 싸우는 스타일은 분명 현진의 스타일이 아니라는건 확신할 수 있었다.




현진이 어렸을때부터 가장 고민하던 부분이 이 부분이었다. 남자와 여자의 파워차이.. 한때 현진은 이 차이를 극복하기위해 미친듯이 자신의 근육을 키워나간적도 있었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골격자체가 달랐다.



남자의 몸에 붙는 근육들은 그대로 파워가 되어 상대방에게 전달될 수 있었지만 여자의 경우 몸에 붙은 근육만큼의 파워를 전달하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근육이 비대해지면서 움직임이 불편해지고 굼떠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스피드가 급격히 떨어져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현진이 고민하면서 의학서적, 한의학서적등 각종 인체에 대한 서적이나 강의를 들으며 연구해서 개발한게 급소라는 것이었다.



급소를 알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가만히 서있는 사람이라해도 급소의 부분이 아닌 정확한 급소를 찍어서 누르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다가 싸우면서 움직이는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것은 정말 엄청난 노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런걸 현진이는 노력과 연구끝에 결국에는 해내고 말았다. 다른 남자들같으면 급소부위만 타격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타격을 줄 수 있었지만 파워가 딸리는 여자인 현진으로서는 급소부위 공격으로는 강한 타격을 주기 어려웠기에 직접 급소를 정확하게 공략하려 노력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게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무엇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있었다. 맷집.. 바로 맷집이었다. 어느 누군가가 그랬다. 동일한 기량을 가진 사람이 대결할때 몇키로의 체중차이는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그런 이유로 현진은 싸움에서 거의 맞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남자가 한대 맞는것과 여자가 한대 맞는것은 들어오는 데미지의 차이가 심하니까...



그런 현진이 지금 자신이 내뻗은 주먹을 피할생각은 하지도 않고 정면으로 그것도 주먹으로 받아내버린 것이었다. 동훈이 아는 현진이라면 절대 힘자랑하는듯한 이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는다. 남자들의 세상에 사는 여자로서 한순간의 판단미스나 무모한 짓으로 자신의 생명을 잃거나 부하들을 위함하게 만들 수 있었고 더구나 어렸을때부터 남녀의 뚜렷한 힘차이를 느껴왔던 현진의 싸움에 이런 패턴은 절대 나올 수 없었다.



동훈이 당황하고 있는 사이에 또다시 현진의 주먹이 동훈의 얼굴을 향해 날라왔다. 동훈은 가까스로 현진의 주먹을 피하면서 비어있는 현진의 복부에 힘껏 자신의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현진의 복부로부터 느껴지는 타격감을 느꼈다.



"끝났다..."



동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온 힘을 다해 찔러넣은 펀치였고 그 펀치가 상대에게 데미지를 주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동훈의 얼굴이 한쪽으로 심하게 꺾여버렸다. 피했다고 생각한 현진의 손이 어느순간 다시 나타나 동훈의 얼굴을 그대로 가격한 것이었다. 동훈이 다시 뒤로 물러나면서 현진을 바라보았다.

 

 

"이...이년... 히..힘이.....???"

 

『키키키킼..죽어!! 죽어!! 죽어!! 죽어버렷!!!! 』

 

분명히 자신은 있는 힘껏 현진의 복부를 가격했다. 아무리 힘을주고 방어를 해도 약을 투약받은 자신의 파워를 아무렇지않게 받아낼 수는 없었다. 남자라도 쓰러져야할 판에 여자인 현진이 자신의 파워를 그대로받고 쓰러지지 않는것은 물론 그자리에 서서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방금 자신의 머리를 강타한 현진의 주먹... 비록 머리부분이라지만 이건 여자의 힘이 아니었다. 아니.. 남자의 힘이라도 이렇지는 못할듯 했다. 이건 분명 사람이 그것도 여자가 낼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동훈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싸움의 경험이 거의 없는 그로서는 힘으로 약효로 해결될 줄 알았던 자신의 생각이 빗나가자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또다시 현진이 동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동훈도 현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실에서 현진과 동훈의 싸움이 거실전체를 진동시키고 있었고 그 엄청난 싸움의 위압감에 아무도 움직이지도 작은 소리조차 내지도 못하고 있었다.


 

 

 


퍼억...퍼억..퍼억..퍼억...



동훈과 현진이 서로 부딪치고 주먹이 오가는 소리가 거실내에 울려퍼졌다.

그 싸움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했다. 이건 싸우는게 아니라고....



서로 상대의 주먹을 피하면서 자신의 공격을 상대에게 꽂아넣는 그런 싸움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난타전 서로 무분별하게 주먹을 주고 받으면서 누가 먼저 쓰러지냐 하는 그런 무식하고 저돌적인 대결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동훈의 강화된 주먹을 맞으면서도 현진이라는 여자의 얼굴에서는 사악해 보이기까지하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반면 웃고있는 여자의 얼굴과 달리 동훈의 얼굴은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밀리고 있었다. 누가봐도 그리고 동훈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지금 자신이 밀리고 있었다. 싸움의 경험이나 기술따위가 아닌 힘으로 밀리고 있었다. 약까지 투약받은 몸인데 한낱 여자에게 그것도 힘으로 이렇게 밀리고 있는 것이었다.



『으아아아아악!!!! 』

 

 

현진과 또한차례 붙었다 떨어진 동훈이 화가난 듯 몸을 뒤흔들며 악을 쓰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진다..내가 쓰러진다.."

 

분명 자신이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싸움에 관한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동훈에게 이제 어떻게 해야 이 밀리는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지 도무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답답해 하며 당황해가는 동훈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었다.

 

 

주사기...

 


동훈이 투약받은 그 주사기였다. 도망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도망간다는 것은 백성기를 버리겠다는 것이고 그건 자신에게 남은게 아무것도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이대로가다간 현진의 손에 죽을것 같았다.



확실히 이 상태로 다시 한번 주사를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대로 그냥 죽는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자 동훈은 주사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또한번 자신의 팔에 주사약을 투입시켰다.



『끄으으으으으.. 』

 

 

괴로운듯한 소리와 함께 자신의 몸속에 또다시 파고들어온 약이 고통스러운지 미친듯이 자신의 겉옷을 찢어발기던 동훈이 주사기를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는듯하던 동훈이 비명을 지르며 현진에게 자신의 주먹을 날렸다.

 

『으아아아아아아!! 』

 

『키키킼 』

 

그런 동훈의 모습에 현진은 예의 그 웃음을 흘리며 자신도 주먹을 내뻗어갔다.



 

 


쿠우우웅...

 

 

또다시 처음과 같이 현진과 동훈의 주먹이 공중에서 맞부딪쳤다. 그리고 서로 힘겨루기라도 하듯이 두 주먹은 떨어지지 않고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다. 아까전까지만해도 밀리고 있던 동훈의 힘이 이번에는 밀리지 않았다.




동훈의 팔에 힘줄과 혈관그리고 근육들이 동훈의 살을 뚫고 튀어나오듯이 울룩불룩하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얼핏보기에도 정상은 아닌듯이 모든 혈관이 그리고 모든 근육들이 몸밖으로 튀어나올듯한 흉직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와 주먹을 맞대고 있는 현진의 얼굴에도 아까의 그 웃음은 사라졌다. 그리고 동훈만큼은 아니지만 현진의 팔에도 힘줄과 혈관들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둘의 맞부딪침에 집전체가 무너져 내릴듯한 느낌이었다. 실제 흔들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느껴질만큼 그들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위압감은 실로 대단했다 지금 거실에서 싸우고 있는 두 사람 이 두사람은 이미 사람이 아니었고 이 싸움역시 사람을 넘어선 사람이 아닌 그 무엇들의 싸움이었다. 모두들 몸을 떨며 그들의 대결을 보고 있을때 단 한사람만 그 위압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현진이..현진이.. 내동생.. 내 사랑하는 동생.. 현진이.. 살려...살려야해.."

 

몸을 웅크린채 부들부들 떨고 있던 은수가 눈을 떴다. 조금전처럼 겁에질려있는 눈빛이 아닌 원래의 눈으로 돌아온듯 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동훈과 맞서 싸우고 있는 현진의 모습을 보았다.




"저...저건.. 어..어째서? "



현진이 아니었다. 싸움의 형태나 기술따위를 보지 않아도 그 분위기만으로 알 수 있었다.

오래전 은진이었을때 한번 본적이 있는 현진이도 은진이도 아닌 그 무엇이었다.

 

 

"어..어째서 현진이가 또다시 저런 모습으로...?"




처음 은진이 저렇게 변했을때는 또다시 저런 상태가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산에 올라간이후 많이 안정되었고 지금까지 저런 모습이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사라져버린 줄 알고 알았었다. 그런데 지금 또다시 그런 모습이 나타나버린 것이었다.

 


 



 

 

 

 

 

 

 

 

 

 

 

 

 

 

 

 

 

 

 

 

 

 

 

 


『저 년...죽을거야... 』

 

 

현진의 모습을 보고 놀라고 있는 은수의 귀에 속삭이는듯한 백성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

 

『저년 죽을거라고... 저 약을 만들면서 여러 실험을 해봐서 알지... 저 년 몸이 못버텨... 』

 

『안돼..말려야해.. 』

 

은수가 현진을 말리려고 일어서려고 하자 백성기가 다시 은수에게 말했다.

 

『저건 못말려... 아마 피아식별도 못하고 있을껄? 』

 

백성기의 말에 은수는 오래전 변해버렸던 은진을 생각해냈다. 분명 은진은 자신의 모든것을 내버릴 정도로 은수를 좋아하고 있었지만 그때 변해버린 은진은 죽일듯이 은수에게 달려들었었다.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채 10%정도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지.. 천재라 불리는 사람이라해도 아무리 넉넉하게 인심써야 30%가 고작이야.. 왜그런지 알아? 』

 

『인간의 육체가 그걸 감당하지 못하기때문에 그래.. 잠재능력..그걸 개발한다는 건말이야.. 숨어있는 잠재능력을 끌어내는게 아니야.. 그 능력을 감당할 신체적인 몸이나 두뇌의 용량을 늘리는것.. 그것 뿐이거든... 』




『그런데 잘은 모르겠지만 저 년은 지금 그 잠재능력을 모두 활용해서 쓰고 있는것 같거든.. 봐봐.. 온몸에 혈관들이 터질듯이 팽창하고 있지? 잠재능력을 모두 쓰는만큼 신체가 그만큼 많은 피를 필요로하니까.. 더 많은 양의 피를 공급해야하는데 피가 공급되는 혈관은 그만큼의 피를 한꺼번에 감당하기에는 너무 작고.. 그래서 저렇게 터질듯이 팽창하고 있는거거든... 』



『이동훈 저놈.. 저놈도 지금 두번이나 약을 투약해버렸어.. 이동훈 저 놈 이대로 두면 분명 죽을거야.. 저렇게 감당못할정도로 신체능력을 끌어올려놓은데다가.... 저놈은 지금 그걸 전부 활용해버리고 있거든... 인간의 육체는 저정도를 감당해내지 못해.. 』



『그런데.. 지금 그런 이동훈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힘만으로 싸우고 있는 저 년의 신체는 어떻게 될거라 생각해? 비록 저년이 이동훈처럼 괴물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저런 모습이 될정도로 과도하게 힘을 사용하고 있는 이동훈과 저 정도로 싸우고있다면 아마.. 겉으로 표시는 나지 않아도 저년 내부는 걸레처럼 너덜너덜하게 되어가고 있을거라고... 』



『아..안돼!! 』

 

 

『크크크 저년이 어쩌다 저렇게 변했는지 궁금하지 않아? 』

 

『너...너는 안다는 소리야? 』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 하지만말야.. 저년 니년이 개에게 강간당하는 걸보고 미친듯이 날뛰다 쓰러지더니 저렇게 변해버렸어.. 아마도.. 너때문에 변한거겠지.. 마치 개한테 강간당하는 널 보고 참을수 없는 분노만 몸에 남겨진 년처럼 저렇게 변해버렸단 말야.. 너때문이라고.. 니가 결국엔 저년을 저렇게 미쳐버리게 만들었단 말이야 넌 저년한테도 쓸모없는 해가 될뿐인 년이라구 크크 』

 

『참을수 없는 분노만 남겨졌다고...?? 』

 

은수의 머리속에 무언가 하나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래전 은진이 처음 저런 모습이 되었을때 의사를 찿아가 의사와 상담하던 중 의사가 했던말...
그중에 자신이 별생각없이 받아들이고 있던 그 말이 은수의 머리에 떠올랐다.

 


 

 

 

 

 

 

 

 

 

 

 

 

『뇌자체가 물리적인 손상을 입어 당하는 기억상실과 달리 은진씨처럼 어떤 충격에 의해 기억을 상실하는 경우 넓게보면 기억상실 자체도 자아가 주도권을 포기해버린것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경우는 어떤 새로운 자아가 새롭게 주도권을 잡은게 아니라 어떤 자아도 주도권을 잡지 않은 경우입니다. 과거의 단편적인 기억들이나 습관등만을 가지고 은진씨는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과정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자아를 잃어버리고 다른 자아가 주도권을 잡았다면 과거에 주도권을 포기한 자아일수도 있다는 거지요... 』



 


『또한 극히 낮은 가능성이긴하지만 극렬한 감정에 의해 생성된 어떤 그 감정자체가 자아처럼 몸의 주도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 주도권적인 자아와 그렇지 못한 여러자아들이 있는 경우 극렬한 감정을 느꼈다고 해도 어떤 자아는 그것을 극렬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어떤 자아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거든요... 그런 틈에서 그 극렬했던 감정은 희석되어 잊혀지거나 완충되어 감정자체가 마치 자아인듯 주도권을 잡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상관없지만....은진씨같이 내면세계가 무(無)인 상태에서는 마땅히 같이 섞여 희석될 자아가 없으므로 그런 감정자체가 주도권을 잡고 자아처럼 행동 할 가능성도 아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

 


 

 

 

 

 

 

 

 

 

 

 

 

 

감정자체가.. 하나의 자아인듯이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다는 그말..


그리고 오래전 은진이 처음 변했을때 그때를 생각해보면 그때도 은수가 공장에서 무참히 강간을 당하는걸 은진이 보았고 그리고 은진에게 달려가는 자신을 붙잡고 무참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그 순간 그렇게 괴로워하는 은수를 보고 아무것도 할수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어야하던 은진은 지금 눈앞에 있는 현진이처럼 변했었다.



처음으로 자신이 남자들에게 윤간당하던 그 때....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개에게 자신의 비밀스러운 부위를 내어주어야만 했던 그때...
은진과 현진은 이렇게 다른 사람인듯이 변해버렸다.



만약 그때 의사가 말한것이 맞다면 지금 현진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분노라는 감정.... 은수가 당하는 것을 보고 분노를 느꼈을테고..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이 어떻게 은수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자.. 스스로를 포기해버린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포기해버린 자리에 은진이일때 생겨나서 현진의 몸속에 잠들어있던 그 분노라는 감정이 마치 자아인듯 현진의 몸을 움직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은수의 이 생각이 가장 현진의 상태를 설명하고 이해하기에 적합한 생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나...나란 존재가.. 그런 자아를 만들어내야할 정도로..은진이와 현진이에게 소중했다는 건가...?  나같이... 이기적이고 바보같은년때문에...자신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이나..? "



은수의 눈에서 고마움에 미안함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늦어서 더이상 손을 쓸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전에 자신을 위해 변해버린 현진이를 구해내야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저건 은진이야.. 아..아니.. 은진이 감정의 잔재야.. "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현진이가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이대로 현진의 육체가 감당하지못하고 죽어버리면 현진이도 그리고 현진의 마음속에 작게나마 자리잡고 있을 은진이도 사라져버린다..

 

 

"살려야한다.. 살린다..!! 현진이도.. 은진이도.. 어떻게든 살려낸다!!"

 

은수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은수는 그런 생각과 함께 현진을 막기위해 일어나려는 은수의 어깨를 누르며 백성기가 말했다.

 

 

『저들의 싸움 아무도 못끼어들어.... 하물며 너같이 오줌이나 받아먹는 개따위가 무슨수로 저길 끼어든단말이야..? 』

 

얼마전까지 백성기에게 당한 기억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일까?
은수의 몸이 조금 전까지 개취급을 당하며 끌려다니던 때를 생각하는듯 흠짓하며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동안 떨리는 몸으로 미동조차 하지 못하고 서있었다.



『넌... 개야...!! 그냥 주인의 말에 복종해야만 하는 개일뿐이라구!! 』

 

 

『 ...... 』

 

『너같은 개따위가... 뭘 할수 있단말이야!!?? 넌 내 명령없인 무엇을 해서도.. 무엇을 할 수도 없는 그런 개일뿐이란 말야!! 』

 

『얌전히 내말 듣고 여기에 쳐박혀있기나해!!  』




백성기의 말에 은수는 얼어붙은듯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본 백성기는 씨익 웃어보이며 은수의 어깨에서 자신의 손을 떼었다. 어차피 은수는 자신의 말을 거역하기 힘든 상황까지 몰렸고 움직일수 있다해도 이 상황에서 은수가 할 수 있는건 없을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현진이라는 여자와 동훈은 둘 다 죽을것이었다. 저렇게 미친듯이 강렬하게 싸우다 누군가 먼저 쓰러져 죽을테고 쓰러지지 않는 쪽이 여자가 된다고 해도 위협될건 없었다. 쓰러지지만 않았을뿐 그때쯤되면 이미 신체는 더이상 어찌 할 도리도 없이 너덜너덜하게 걸레처럼 되어버릴테니까....

 


 


 


 


 

 

 

 

 

 

백성기의 말에 이미 몸은 백성기의 말을 따르지않으면 안되는 개가 되어버린듯 꼼짝도 하지 못할것만같던은수의 기억속에 오래전 자신때문에 주혁이 파견나가게 되었을때 그 미안함에 스스로를 비하하던 자신에게 주혁이 해주었던말이 떠올랐다.

 

 

 

『니가..여왕이 되어야.....나도 왕이 될 수 있어..니가 스스로 천한 존재라 생각하면....널 사랑하는 나 역시 그저 천한 그런 존재뿐이 안되는거야... 』


 


 


 


 


 


 


 


 


 


 


 


 


 


 


 

 

 

 

 

 

 

 

 

 

 

 

 

 

 

 

 

 

 

 

 

 

 

 

 

 

 

 

 

 

 

 

 

 


『난.........  개가 아니야.. 』

 

갑자기 조용히 내뱉는듯한 은수의 말에 백성기는 조금 놀랐다. 백성기의 말에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몸을 떨고 있던 은수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던 것이다. 그리고 백성기가 서있는 뒤를향해 돌아서서 백성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난 현진이...저 아이의 언니야.. 저 아이의 언니로 있기위해서라도.. 난 개가 되면 안돼... 난!!! 개따위가 아니란말이야!! 』



평소에 보기 어려운 얼굴을 하고 그리고 마치 은수가 아닌듯 아주 낮고 낯선 목소리로 강하게 그리고 아주 차가운 느낌으로 마지막은 소리치듯 은수는 말했다.



『너..너...?? 』



백성기는 뒤돌아 자신을 노려보는 은수의 눈을 보자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지금 백성기가 보고 있는 은수의 눈.. 생기가 빠져버린 것도 현진을 살려달라며 자신에게 애원하는 것도 아닌 엄청난 위압감이 실려있는 눈이었다. 그리고 은수의 눈을 보는 순간 오래전 백성기가 처음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백성기는 마른침을 삼기켜 주춤주춤 뒤쪽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공....포...? 내...내가 이년에게까지도...고..공포를 느낀다고?? "



 

 

 

 


현진을 처음 만난날 현진의 눈을 보고 느낀 공포...

꿈에서까지 나타나던 그 눈빛..
온 몸이 땀에 쩔도록 두려움에 떨게 했던 그 눈빛..

현진에게서 느껴지는 그 눈빛이 지금 은수를 통해서 다시 백성기에게로 쏘아져나오고 있었다.



얼마전 창고에서 현진을 자신의 발아래로 깔아뭉개며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그 공포가 다시 백성기의 가슴속에서 활화산같이 살아나며 백성기 전체를 집어삼킬듯이 온 몸을 뒤덮어가고 있었다.



『못가게 막고 싶으면... 막아.. 그대신.. 넌 죽어!! 』



"죽어"라는 말이 은수의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그 "죽어"라는 말자체가 자신도 도저히 어쩔수 없는 거대한 맹수가 되어 자신을 덮쳐오는 듯한 느낌에 백성기는 부들부들 떨며 그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현진을 처음 만났을때 떨리는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던 그때의 느낌이 지금 현진이 아닌 은수를 통해 쏘아져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주저앉아버린 그의 바지가 젖어들기 시작했다. 순간 드는 공포감에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현진의 눈빛에 대한 공포감마저도 살아나서 더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지려버린 것이지만 백성기는 스스로 그런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듯 보였다.



"저..저년..왜..왠지.. 현진이라는 년과 닮았다...?"



머리를 잘라서 특히나 더 어려보이고 귀여워보이는듯한 은수의 얼굴이었건만 그 귀여운 얼굴에서는 거대한 하나의 맹수가 자신을 잡아먹을듯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듯한 기세가... 오래전 현진에게 느꼈던 그 공포감보다 훨씬 두렵고 거대한.. 그래서 막연하기까지한 공포감이 백성기를 휘감고 있었다. 은수의 그런 시선이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한 절대 움직이지 아니 꼼짝도 하지 못할것 같은 느낌이었다.



백성기가 오래전 현진의 눈빛의 공포를 보지 못한채로 이번이 처음느끼는 것이었다면 이정도까지는 아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백성기는 이미 오래전 현진으로부터 그 공포라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두려워했었고 그 두려움이 몇 배나 커져서 다시 백성기를 덮치고 있었기에 백성기는 더 이상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백성기의 온 몸에 식은땀이 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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