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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수정편 제 33 부


**  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수정편 제 33 부  **    [수정일. 2006 년 3 월.]



제 11 장. 정략(政略)에 오가는 여심(여心) 3.


「헉..! 소림지밀비록(小林至密秘錄)..!」


달마동(達磨洞)내의 모든 눈동자들이 안광(眼光)을 번쩍이며 책자에 쏠렸다.


말로만 들어오던 소림지밀비록(小林至密秘錄), 아무도 그 존재조차 믿지 않았던 비록(秘錄)
이 서문인걸(西門仁杰)의 수중에 있다.
이제는 어쩔도리가 없이, 모두가 마음속으로 서문인걸(西門仁杰)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서문인걸(西門仁杰)은 계속되는 놀라움에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그들을 부릅뜬 눈으로 노려
보며 입을 열었다.


「소림제자들은 들으시오..! 소림(小林)의 번성(繁盛)을 위해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바칠 것입
니다. 이제 곧 소림제자들의 위맹(威猛)을 보여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내가 앞을 설
것이니 소림제자들은 나를 믿고 따라 주시기를 바랍니다.」


「예, 조사(祖師)님.. 제자들은 조사(祖師)님의 분부를 명심하여 따르겠습니다.」


어쩔수 없었다.
백팔한옥금강주(百八寒玉金剛珠)는 아무도 그 권위를 거역할 수 없는 지엄(至嚴)한 소림의
신부(信符)가 아니던가..!


모두 서문인걸(西門仁杰)의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명(命)을 받들고 있었다.


「허허.. 이것 참..! 사형님들, 그리고 십팔나한(十八羅漢)..! 더이상 제게 조사(祖師)라
칭하지 마십시오. 전날과 마찬가지로 지원(智元)사형께서 방장의 책무를 흔들림 없이 다해
주셔야만 합니다. 굳이 조정의 눈을 자극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다만 제가 특별히 부여
하는 임무를 그때 그때 성실히 수행을 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또하나..! 소림지밀비록
(小林至密秘錄)의 무공을 각자의 적성에 맞게 전해 줄 것이니 완벽한 연성(鍊成)을 이루기
를 부탁 드립니다. 조만간 소림의 힘이 필요하리라 생각 합니다.」


그러한 서문인걸(西門仁杰)의 모습을 보고 있는 혜승대사(惠昇大師)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삼일..!
서문인걸(西門仁杰)이 소림에 머문 기간은 단 삼일이었다. 그 삼일동안 소림의 제자들에게
지밀비록(至密秘錄)속의 무공(武功)을 각자의 능력에 맞게 한가지씩 전수(傳受)를 한 후 급히
어디론가 바쁜 모습으로 사라져 갔다.


 * * * * * * * * * *


비연선원(秘緣仙院)은 언제나 미효가주(美肴嘉酒)를 즐기는 명숙협사(名宿俠士)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비연선원(秘緣仙院)의 제궁(帝宮)안..!
상관명의 집무실인 서원(書院)에는 상관명이 자의(紫衣)여인과 마주앉아 환담(歡談)을
나누고 있었다.


「홍련(紅蓮)채주.. 이제 몸은 괜찮으십니까..?」


「예, 공자님 덕분에 오히려 더욱 내공이 증진된 느낌입니다.」


서원(書院)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자의여인은, 상관명의 말에 따라 기회를 보아 비연선원
(秘緣仙院)을 찾아온 백련채주(白蓮菜主) 홍련(紅蓮)이었다.


「그때 부상당한 백련(白蓮)의 문도(門徒)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그들도 모두 회복되어 지금은 모두 옛날의 기력을 되찾았습니다.」


「아하.. 불행중 다행입니다.」


「그런데 공자님.. 그때 공자님이 떠나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한무리의 무인들이 찾아와
이곳 저곳을 살피고 갔습니다.. 어찌 그들이 올 것을 알았습니까..!」


누군가 찾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그곳을 떠난 상관명의 예측이 신기하다는 듯 묻는 말이었다.


「하하하.. 나도 그곳을 찾지 않았소이까..! 내가 생각한 바를 그들도 당연히 생각을 했었던
것이겠지요.」


「공자께서는 그들이 누구인지, 또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무엇때문에 백련채(白蓮菜)가 그런 피해(被害)를 당해야 했는지 그 억울한 마음을 하소연
하며 묻고 있는 홍련(紅蓮)이었다.


「채주(菜主)..! 곧 그들이 스스로의 음모를 밝히는 움직임이 있을 거외다. 그보다 그사람
들이 어떤 상황들을 살피고 갔는지요..?」


「예, 공자님.. 그들은 모두 파괴되어 폐허처럼 되어버린 백련채(白蓮菜)의 겉모습만 살피
고는 더이상 돌아볼 필요도 없다는 듯 그냥 철수를 해 버렸습니다.」


「백련채(白蓮菜)의 문도들은 모두 무사 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냥 철수를 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더욱 잘된 일입니다. 이제 제가 홍련(紅蓮)채주님께 어려운 도움을 청해도
되겠습니까..?」


「무슨 그런 서운한 말씀을..! 예, 공자님 말씀하십시오. 저와 백련채(白蓮菜)의 큰 위급을
막아주신 공자님이 아니십니까..! 당연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 드려야지요.」


홍련(紅蓮)이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했다.


「미안.. 미안하외다. 그렇다면 안심하고 청(請)을 드리겠습니다. 내가 부탁드리고자 하는
것은..!」


말을 계속하려는 그 순간, 똑 똑 똑.. 서원(書院)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군.. 완(婉)아 입니다. 예원(藝院)에 공주(公主)님께서 와 계십니다.」


상관명을 만나기 위해 비연선원(秘緣仙院)을 찾아온 자혜공주(慈惠公主)는 상관명이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말을 듣고 학련(鶴蓮)의 거처인 예원(藝院)에서 기다리며 완(婉)아
를 보낸 것이었다.


그러나 공주가 왔다는 전언을 들은 상관명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를 않았다.


「오.. 그래 어서 모시고 오너라..!」


방문을 사이에 두고 오가는 말에 오히려 홍련(紅蓮)이 당황해 하고 있었다.


(주군(主君)이라..? 이 공자가 어떤 신분이기에 주군이라 불리우며, 지체높은 황궁(皇宮)의
공주가 직접 여기를 찾아 오다니, 어쩐 영문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구나..!)


「공자님..! 손님이 찾아 오신 것 같으니 저는 이만 물러갈까 합니다.」


마음속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홍련(紅蓮)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듯 하여 문을
나서려 했다. 그러나 그런 홍련(紅蓮)에게 상관명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아니오..! 그냥 계셔도 괜찮습니다. 아직 부탁의 말씀을 드리지도 못하지 않았습니까..!」


상관명의 만류(挽留)에 도리 없이 그 자리에 멈추어 서 있는 사이에 방문이 열리며 자혜공주
(慈惠公主)와 구(龜)가 안으로 들어섰다.


「상관오라버니.. 오랫만에 뵙겠습니다.」


「공주님.. 어서 오십시오..! 구(龜)도 함께 왔느냐..? 학련(鶴蓮)누님은..?」


학련(鶴蓮)과 구(龜)에게 공주를 호위하며 주변을 맴도는 인물들을 면밀히 살피라 명(命)
하지 않았던가..! 함께 움직이고 있을 학련(鶴蓮)은 어디에 있는가 묻는 것이었다.   


「예, 주군.. 완(婉)아와 차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금방 여기로 올 것입니다.」


그러나 이 순간에 상관명이 공주를 바라보는 표정은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것은 또 무슨
이유인가..!


또한 홍련(紅蓮)의 눈에 비친 지금의 광경들..!
공자의 수하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공자를 주군(主君)이라 부르며 지극히 존경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그보다 공주는 이 공자를 오라버니라 부르며 애정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이 분별(分別)하기 어려운 상황에 어리둥절 몸 둘 곳을 몰라 당황해 하고 있는 홍련(紅蓮)을
자혜공주(慈惠公主)는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었다.


그런 자혜공주(慈惠公主)의 모습을 본 상관명이 홍련(紅蓮)을 불러 공주에게 인사를 시켰다.


「홍련(紅蓮)채주.. 이리오십시오. 이분은 자혜공주(慈惠公主)이십니다. 공주님.. 이낭자는
백련채(白蓮菜)의 채주 홍련(紅蓮)입니다.」


홍련(紅蓮)이 공주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홍련(紅蓮)이라 합니다. 공주님께 인사 드립니다.」


자혜공주(慈惠公主)는, 얼른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고 예(禮)를 올리는 홍련(紅蓮)의
두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반갑게 말했다.


「낭자가 백련채(白蓮菜)의 채주군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한 방파를 주도(主導)하는
채주(菜主)라 하여 건장(健壯)하고 무서운 여걸(女傑)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렇듯 아름답고
수려(秀麗)한 모습의 낭자였군요.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아닙니다 공주님.. 공주님의 용태는 가히 폐월수화(蔽月羞花; 달도 얼굴을 가리고 꽃도
부끄러워 함)..! 어찌 저같은 몸이 그런 찬사를 들을 수가 있겠습니까..!」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며 십년지기나 된 듯 손을 맞잡고 반가워 하고 있었다.


 * * * * * * * * * *


「공주님.. 기별도 없이 어인일로 찾아오셨소..?」


차(茶)를 끓여온 학련(鶴蓮)과 완(婉)아가 자리에 앉기를 기다려 모두 자리에 좌정을 한 후
상관명이 공주에게 물었다.


보고싶은 마음이 앞서 부리나케 달려온 자혜공주(慈惠公主)..! 비록 여러사람이 모인 공적인
자리이기는 하나 좀 더 자상하고 따듯한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그러나 아무런
감정이 담겨져 있지 않은 메마른 듯한 상관명의 목소리 였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자리여서 그런가..?)


그리던 사람을 만나 응석이라도 부리고 싶은 자혜공주(慈惠公主)의 마음이었지만 표정없는
상관명의 태도에 서운한 생각이 가슴속에 가득했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내색을 하지 못하
고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자혜공주(慈惠公主)의 시선은 자꾸만 홍련(紅蓮)을 바라보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아아.. 공주님, 홍련(紅蓮)채주도 이제 우리 가족이나 다름 없으니 마음놓고 말씀을 하셔
도 됩니다.」


헉..! 가족이나 다름이 없다..? 저 홍련(紅蓮)이라는 여인 때문에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이
렇듯 냉정해 졌는가..? 자혜공주(慈惠公主)는 더욱 혼란 스러워 졌으나 그렇다고 여기를 찾
아온 목적을 밝히지 않을 수는 없었다. 


「예, 오라버니.. 급히 의논을 드려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서문인걸(西門仁杰)이 빠른시일
내에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해 왔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무슨 일로 만나자고 합니까..?」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고 단지 추밀사(樞密使) 조평환(趙平換)에 관해 은밀히 의논할
일이 있다고만 했습니다.」


상관명은 서문인걸(西門仁杰)이 무슨 목적으로 회동을 하려 하는지 의도를 파악하려는 듯
한동안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서문인걸(西門仁杰) 그사람.. 그날 자신이 뿌린 망아미혼독(忘我迷魂毒)에 우리들이 분명
중독 되어 있으리라 확신하는지 저에게 명령하듯 빨리 만날 장소를 정하라 재촉 하였습니다.」


「후후후.. 망아미혼독(忘我迷魂毒)에 중독이 되어 자신이 명령을 하면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아니오, 서문인걸(西門仁杰) 그 어른, 모든 일을 그리 쉽게 판단을 할 인물이 아
닙니다. 필시 공주님에게 말을 던져놓고 분명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반응을 기다리고 있을
거외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 까요..?」


상관명의 말에 자혜공주(慈惠公主)가 초조한 마음으로 방법을 물었다.


「공주님.. 내일 신시(申時;오후 3시- 5시)에 이 비연선원(秘緣仙院)의 운향원(雲香院)에서
기다린 다고 전하십시오. 나도 그자리에 함께 하겠습니다.」


상관명은 천궁(天宮)의 가족들만 그곳에 들어 밀담을 나누는 장소인 비연선원(秘緣仙院)의
밀실(密室) 운향원(雲香院).. 그 은밀한 장소에 서문인걸(西門仁杰)을 불러들여 그의 속내
를 살펴볼 요량인 것이었다.


「상관 오라버니.. 지금 당장 전언을 보내겠습니다. 밖에 광진(光振)호위 있습니까..?」


「예, 공주마마..!」


문앞에 시립(侍立)해 지키고 서있던 광진(光振)이 달려 들어왔다.


「지금 바로 서문대인께 달려가 이곳에서 만나자 한다고 전하세요..!」


광진(光振)이 자혜공주(慈惠公主)의 말을 듣고는 실내에 있는 모두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
후 제궁 서원(書院)의 문을 나서는 것을 본 상관명이 학련(鶴蓮)에게 말했다.


「학련(鶴蓮)누님.. 내일 손님을 맞을 준비를 충분히 해 주십시오..!」


「예, 주군..!」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홍련(紅蓮)은 도무지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에 끼어들 여지는 더욱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주의 일행이 찾아 오기전 분명 이 공자가 자신에게 부탁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쩔수 없이 듣고만 있던 홍련(紅蓮)은 이제 그들의 대화가 어느정도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
하고는 상관명을 향해 물었다.


「공자님.. 조금전에 저에게 부탁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재촉하듯 하는 홍련(紅蓮)의 말을 듣지 못하였는지 상관명은 아무 말없이 입을 다물고 허공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하다.. 오늘따라 오라버니가 너무도 냉정해 보인다. 말없이 이곳을 찾아온 내가 잘못한
것인가..? 나는 어떤 사소한 일이 생기더라도 오라버니와 의논을 하고 싶었고, 오늘의 일은
너무나 중요한 사항이라 여겨 급히 달려온 것인데..!)


상관명의 태도에 오히려 자혜공주(慈惠公主)가 불안해 하며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주군(主君).. 주군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무슨 고민이 있는 것입니까..? 완(婉)아
혹시 그동안 주군께 무슨일이라도 있었더냐..?」


한동안 학련(鶴蓮)과 함께 공주의 신변을 보살피던 구(龜)도 달라진 듯한 상관명의 모습에
의아심을 가지고 묻고 있었다.


 * * * * * * * * * *


자상함과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어 아랫사람 조차 형제처럼 여기던 상관명이 갑자기 모두에게
전혀 다른 인물로 보일 만큼 달라진 오늘의 태도..! 이상하기만 했다.
더우기 자혜공주(慈惠公主)에게는 충격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홍련(紅蓮)의 물음에도 대답 없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상관명 이었다.


(이제 어느정도 상대의 복심(腹心)은 파악이 되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유지(有志)를 지키
고자 하면 자혜공주(慈惠公主)와의 관계부터 우선 정리를 해야 한다. 나중에 공주가 우연히
알게 된다면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상대가 발호(跋扈)를 하려 하는 지금 이시점,
마침 백련채주(白蓮菜主)까지 자리하고 있는 오늘.. 우리의 마음을 더욱 공고히 다져 놓아야
할때가 아닌가..!)


상관명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공주, 백련채주(白蓮菜主).. 그리고 천궁(天宮)의 제자들..! 여러분들이 모두 모인 이 자리
에서 나의 지난날을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진중(鎭重)한 표정으로 입을 여는 상관명의 모습에 모두 긴장을 하며 귀를 기울였다.


(아앗..! 천궁(天宮)이라니.. 그럼 이 공자가 천궁(天宮)과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이들 사이에 앉아있던 홍련(紅蓮)은 또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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