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다나 #008
#008 Runaway -2
*
불꽃처럼 정열적이고
얼음처럼 냉정하고
바람처럼 자유롭고
대지처럼 편안한
그 마법의 세계를...난 너무나도 좋아한다.
- 어느 마법사의 일기장에서
우루루 몰려드는 사내들의 몰골은 정상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상처가 많았다.
특이한 것은 그 상처들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좁고 깊게 베인 듯 한 상처가
한 개도 아니고 몸 여기저기에 나 있는 것으로 보아 매우 빠른 검술을 가지고
있거나 검과는 전혀 다른 무기로 상처를 입힌 듯 했다. 그래도 급소는 건들지
않았는지 모두들 생생하게 잘 움직이고 있었다.
“야압!”
샤르페스는 기합을 넣고서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원래 정석대로라면 문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격파해야 하지만 그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점에
샤르페스는 주저하지 않고 몸을 문 안쪽으로 날린 것이다.
퍼억!
몸과 몸이 부딪히는 소리와 여러 사내들이 나가 떨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문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문 앞에서는 일단 모여들 수 밖에 없고 그 순간을
이용해 샤르페스가 있는 힘껏 그들을 밀어버린 것이다.
쿠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꽤 많은 사내들이 넘어졌다. 확실히 저 상처가
패널티로 작용했었으리라.
샤르페스는 방안으로 들어오자 마자 넘어지지 않고 서 있는 사내들에게 꽤
아픈 주먹을 날렸다. 그 결과 방안에서는 멍청하게 샤르페스를 쳐다보고 있는
두목으로 보이는 사내만 빼고는 다 뒹굴고 있었다.
“제...제길! 두고 보자! 이 새끼들아! 안 일어나!”
그 두목으로 보이는 자는 부하들에게 발길질을 선사하고는 샤르페스를 한 번
쏘아보고 그대로 달아났다.
“휴우, 끝난거 같네. 근데 에스텔란 씨는 안오나?”
어지럽혀진 방안을 대충이나마 치워 보면서 샤르페스는 그 에스텔란이라는
사람을 기다렸다.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기에 20분 정도가 흐르자 메모를
남기고 택배물을 카운터에 맡기기로 했다.
“휴우...이제 갔나 보네요, 에스텔란 님.”
복도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문이 닫혀 있었기 때문에 저 목소리의
주인공은 분명 방 안의 기척을 감지해 내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척을
숨기는 것쯤은 기본으로 하는 샤르페스이기에 목소리의 주인공을 속여 넘길
수 있었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한 남자와 여자가 들어왔다.
“어, 어라? 누구시죠?”
“부...분명 기척은 없었는데?”
남자는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샤르페스에게 물었고 여자는 그럴 리가 없다는
표정을 내비치면서 황당한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에스텔란 씨인가요?”
“네... 제가 에스텔란인데요..?”
“여기 택배가 왔습니다만..”
“아아, 그렇군요.”
“잠깐만요!”
그 여자가 에스텔란이라는 남자와 샤르페스의 사이에 서면서 샤르페스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여기에 있던 패거리들은 어디로 간거죠?”
“그 녀석들이라면 쫓아버렸습니다. 이 택배물을 갈취하려는 아주 못된
놈들이었거든요.”
“네? 쫓아요? 무력으로 쫓아버리셨단 말이신가요?”
“네. 무슨 잘못이라도??”
여자는 정색을 하면서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그 녀석들은 요 몇 달간 우리를 추적한 집단입니다. 흉악하고 실력도 뛰어나죠.
그런 그들이 고작 당신 하나를 상대하지 못하고 도망쳤다는 것은 솔직히 믿기가
힘드네요. 사실대로 말하세요.”
그럴듯한 설명이었다. 사실 척 보기에도 별 실력이 없을 것 같은 인상을 가진
샤르페스였다.
“그..그런데 사실 맞는데요?”
“어쨌든! 택배 감사합니다. 이만 나가주시겠어요?”
‘경호원인가? 왜 이리 쌀쌀맞아?’
매몰차게 샤르페스에게 나가달라고 하는 여자와 난처한 듯이 머리를 긁적이는
남자를 뒤로한채 그는 한 마디를 남기고 여관을 나왔다.
“이아문 택배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리나, 꼭 그렇게 매몰차게 대해야 했어?”
에스텔란이 세리나에게 물었다. 세리나는 아까 샤르페스를 대할 때와는 다른
분위기로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하지만... 전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고 있었어요. 아까 그 택배원은
평범한 것 같았지만 상당한 실력자라고 추측하고 있었거든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방에 들어오기 전에 밖에서 안의 기척을 살펴봤는데요...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안심하고 문을 열었는데 그자가 있었죠. 웬만한
고수들도 기척을 숨기기 힘든데 제 감각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기척을 숨긴다는
것은... 소름끼치는 일이에요. 분명 다른 제국들 쪽에서 우리를 감시하기 위해서
보낸 특수 요원인게 확실해요.”
“으음.... 아무래도 라이온 페리스나 엘 카사트... 그쪽일까?”
“아마도 두 곳 중에 하나겠죠. 아무래도 리제니스는 우리 쪽에서 확실하게
정보를 얻고 있으니...클루스의 라이온 페리스나 네안의 엘 카사트 둘 중의
하나일거에요.”
“후우....점점 더 힘들어지네... 아참, 택배가 뭐가 온 걸까? 역시 네리사에게서
온 걸까?”
에스텔란이 포장지를 찢으면서 말했다. 3겹 정도의 포장지를 풀어헤치자 꽤
단단해 보이는 정육면체 나무 상자 위에 손바닥 모양을 하고 있는 기이한
낙서가 보였다.
“에드만 니슈”
암호를 말하고는 오른손바닥을 그 낙서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더니 약간의
빛이 그 낙서에서 새어나오더니 나무 상자의 옆쪽의 나무판과 위쪽의 나무판이
서서히 움직이면서 내용물이 드러났다.
그것은 어떤 문서였다. 암호로 된.
다음 날, 샤르페스는 여행의 준비를 끝마치고 그동안 정들었던 여관에서
나왔다.
“마법상점이...마법상점이...음....아, 저기다!”
원래 마법 물품은 상당히 비싼게 흠이지만 지금 샤르페스에겐 중요한 일이
있었으므로 지난 3개월 동안 모은 돈을 탈탈 털어서 마법 물품을 사기로 했다.
원래 그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도 살 수 있었겠지만 저축을 할려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꺼내지 않았다.
“으음... 아공간을 만들려면 어떤 것을 사야 하죠?”
한 40대 후반 정도는 되었을까? 전형적인 마법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는
영업용 미소를 띠면서 대답했다.
“여기 보시면 쉽고 재미있게 따라서 만드는 아공간 만들기 세트가 있습니다.
가격은 234골드이지요.”
“뭐...뭐요? 234? 뭐 이리 비싸죠?”
한 20골드 정도의 돈이 있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샤르페스에겐 너무나도
청천벽력같은 소리나 다름 없었다.
“아니, 말이 안됩니까? 손님? 아공간 만들기 세트를 보시면! 공간을 마음대로
줄이고 늘이고 할 수 있는 옵션에다가 최소한의 시동어만으로도 물건을 꺼내고
넣을 수 있는 옵션, 그리고 단 한 번의 조작으로 완벽한 아공간을 만들 수 있고
말이죠, 아공간 안에서 자동적으로 수납장에 정리가 가능해서 지금까지의 어지러운
아공간에서 물건꺼내는 속도를 굉장히 t향상시켰죠. 예전엔 이 상점 한 가득의
물건이 아공간 안에 있다고 할때의 꺼내는 속도를 100이라고 한다면 지금 이
상품에서의 속도는 1도 채 안된답니다. 마법진 알고리즘은 마법 협회에서
인정받았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지요. 참고로 제가 그 알고리즘 개발에 참여했답니다.
엣헴~ 어쨌든 또 다른 장점이 있습죠. 식물밖에는 안되지만 살아있는 생물 역시
넣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아공간에서는 구현할 수 없었던 기능이죠! 그리고
아공간이 타격을 입어서 사라졌을 경우에 복구를 시켜주는 서비스! 그리고 3년간의
아공간 무료 업그레이드 서비스까지! 234 골드는 오히려 적은 돈이란 말입니다!!”
엄청나게 장황한 설명에 샤르페스는 질려버렸다. 확실히 굉장한 물건이기는
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돈은 너무 부족했다.
‘가만있자... 아공간을 만드는 마법진 정도는 나도 만들 수 있을 거 같은데?
으음...공간 만드는 마법진를 조금 변형시켜서 음음.... 꽤 희미하긴 하지만
어떤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다 기억나는군. 난 마나 유동 한계량이 한
3서클 정도밖엔 안되니 5서클 짜리 마나석만 사면 되려나?’
대충 기억나는 대로 마법진을 그려보면서 부분 부분 수정해서 아공간을 만들어볼
작정이었다. 실패를 한다고 할지라도 그냥 귀찮더라도 가방을 메고 다니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샤르페스는 그렇게 결정한 뒤 마나석을 사기 위해서
무시무시하게 긴 말을 쏟아내고 잠시 숨을 진정시키고 있는 저 마법사를 향해
말했다.
“5서클 짜리 마나석 하나에 얼마죠?”
234 골드 짜리의 아공간 만들기 종합 세트 광고를 고생스럽게 했건만 마나석
이야기를 꺼내자 약간 맥이 풀리는 듯한 마법사였지만 손님 앞이었는지라
재빨리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네! 18골드입니다. 지금 드릴까요?”
마법 상점에서의 전투 후, 샤르페스는 한적한 공터로 자리를 옮겼다. 팻말에
공사 예정지로 쓰여져 있는 꽤 넓은 곳이었다. 페르베나를 관통하는 호모드
강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고 꽤나 긴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공사 자재들이 공사가 임박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약간 외딴 곳에서 샤르페스는 조그마한 나뭇가지를 손에 들고 예전에 영혼의
잔영에서 장로에게서 배운 마법진 지식을 모두 활용해서 그리기 시작했다.
검사에게는 마법진은 필요없는 지식이지만 장로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았고
마나석만 있으면 발동시킬 수 있는 마법진을 기초적인 수준 정도로 가르쳐
주었다. 혹시라도 어떤 곳에 침투를 하거나 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마법진
지식을 조금 가지고 있으면 마법 트랩 같은 것을 효과적으로 분석해 낼 수
있고 쓸데없이 마법진을 파괴시켜서 곤란해 지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장로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일반적인 마법 트랩의 경우 알람 마법이 기본적으로 함께 구동이 되기
때문에 허가받지 않은 자극이 가해올 경우 마법 경비 시스템에 알려지게 되고
사람들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무작정 파괴시킬 것이 아니라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피해갈 수 있을지를 마법진을 꼼꼼하게
분석해내면 알 수 있다.
“또 틀렸다! 으그그!”
발로 지금까지 그렸던 마법진을 지워버린 샤르페스는 머리를 감싸쥐고 후회의
늪에 빠졌다.
“배울 때 좀 잘 배워 놓을걸, 이게 뭐야~!”
벌써 몇 번째의 실패지? 지우고 또 지우고 미약한 마나나마 불어 넣어서
작용을 하는지 체크하고....
각 기능을 담당하는 마법진은 성공적으로 기억해 내었지만 그 마법진들을
연결시키는 방법에서 완전히 막혀버린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괴로워했다.
“자자 샤르페스, 넌 할 수 있어. 다시 한 번 기억을 끄집어 내보는 거야.”
다시 한번 정신을 집중시키며 샤르페스는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렇게...아니아니, 여긴 이쪽으로 그리고...음....확인해 볼까.”
아공간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5서클 분량의 마나량에 꽤 못 미치는 약 3서클
정도의 마나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샤르페스는 부분 부분마다 마나를 불어넣어가면서
잘못된 곳이 있는지 확인했다. 물론 마나 컨트롤이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쉬면서
했긴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잘못된 곳은 없는거 같은데...자! 마나석! 네가 활약할 차례다!”
어디선가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지만 그것은 상큼하게 무시하고는
마나석을 마법진에서 마나를 공급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곳에다가 올려두고
마나석에 달려있는 조그마한 종이를 찢었다. 마나석에서 마나가 빠져나오는
것을 막고 있는 그 종이가 찢어지자 작은 돌멩이에 얽매여 있던 마나가 풀려
나오면서 마법진에 흡수 되었다.
이제 서서히 마나가 마법진으로 감겨들고 있는데...!!
파악!
어떤 정체불명의 발이 마법진을 쓰윽 밟고 지나갔다. 신기한 마나의 흐름에
정신을 빼앗겨서 마법진만 바라보고 있던 샤르페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사건이었다.
다행히도 아직 마나가 유통되지 않은 곳이 발자국에 지워졌고 손상 부분도
크지 않았기에 샤르페스는 범인을 확인하는 것도 잊은 채로 마법진 수정을
위해서 나뭇가지를 손에 들었다.
팍팍팍!!
곧이어 지나가는 발들의 연속공격에 샤르페스가 몇 시간이나 끙끙대면서
그렸던 마법진이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비싼 마나석도 이젠 보통의
돌멩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하하하...”
기가 막혀서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체!! 어떤!!
“어떤 놈이야!!!!!”
샤르페스가 절망과 좌절이라는 느낌을 몸소 체험하면서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그의 외침에 서로 대치하고 있던 한 명의 남자와 다수의 무리들이 샤르페스를
쏘아보았다.
“뭐야! 썩 꺼져!”
무리의 우두머리인 듯 한 사내가 눈을 부라리면서 샤르페스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 사내의 옆에서 어떤 한 녀석이 일어나더니 샤르페스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두...두목! 어제 엘포니 형님을 방해한 자가 바로 저 잡니다.”
“뭐야? 저 비리비리하게 생겨먹은 놈이? 그 택배원이라 이거냐?”
“네..네! 트..틀림없습니다요!”
‘뭐? 비리비리한 놈?’
“도망가세요! 위험합니다!”
왜 내가 비리비리한 놈이지?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저 뒤에서
자신을 보고 소리치는 남자를 보고선 어제의 그 에스테란이라는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당신은..?”
“저는 괜찮으니까 어서 도망가세요!”
정말 비리비리한 사람은 저 에스텔란일 것이다.
“어딜 도망간다고 그래? 야! 저 새끼 좀 쓰다듬어 주고 끌고 와라. 엘포니가 2차로 더 해줄거야.”
“넵!!!”
우두머리가 그렇게 호기롭게 명령하자 주먹 깨나 쓸 것 같은 덩치 몇 명이서
샤르페스에게 다가왔다. 샤르페스는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서 먼저 공격해 들어갔다.
“이놈이!”
제일 앞에 있던 덩치에게 몸을 날리니 덩치는 꽤나 빠르게 주먹을 들이밀었다.
또 다시 등장한 비밀스러운 남자와 여자!!
너무 우연을 남발하는게 아닌지 걱정스럽네염;;
이제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과연 연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연중은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연중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사태가 이르렀을 때만..;;
기숙사 들어가면 월간 연재 아님 주간 연재가 될텐데...거참..;;;
어떻게든 무슨 수가 생기겠죠 뭐..
그럼 다음 화 #009 Runaway -3에서 다시 만나요~
사족 -
이 소설은 지금까지 제가 써본 것 중에서 가장 많은 연재횟수와 분량을 자랑하는
글입니다..;;;;;; 워낙에 끝까지 밀고 나가는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하지만 이제 어느덧 두 자릿수 연재에 가까워지다 보니 이 글에 애정이 팍팍 생기는군요.
그냥 필력이나 키워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소설인데...이젠 애착이 가네요 ^^
*
불꽃처럼 정열적이고
얼음처럼 냉정하고
바람처럼 자유롭고
대지처럼 편안한
그 마법의 세계를...난 너무나도 좋아한다.
- 어느 마법사의 일기장에서
우루루 몰려드는 사내들의 몰골은 정상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상처가 많았다.
특이한 것은 그 상처들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좁고 깊게 베인 듯 한 상처가
한 개도 아니고 몸 여기저기에 나 있는 것으로 보아 매우 빠른 검술을 가지고
있거나 검과는 전혀 다른 무기로 상처를 입힌 듯 했다. 그래도 급소는 건들지
않았는지 모두들 생생하게 잘 움직이고 있었다.
“야압!”
샤르페스는 기합을 넣고서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원래 정석대로라면 문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격파해야 하지만 그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점에
샤르페스는 주저하지 않고 몸을 문 안쪽으로 날린 것이다.
퍼억!
몸과 몸이 부딪히는 소리와 여러 사내들이 나가 떨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문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문 앞에서는 일단 모여들 수 밖에 없고 그 순간을
이용해 샤르페스가 있는 힘껏 그들을 밀어버린 것이다.
쿠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꽤 많은 사내들이 넘어졌다. 확실히 저 상처가
패널티로 작용했었으리라.
샤르페스는 방안으로 들어오자 마자 넘어지지 않고 서 있는 사내들에게 꽤
아픈 주먹을 날렸다. 그 결과 방안에서는 멍청하게 샤르페스를 쳐다보고 있는
두목으로 보이는 사내만 빼고는 다 뒹굴고 있었다.
“제...제길! 두고 보자! 이 새끼들아! 안 일어나!”
그 두목으로 보이는 자는 부하들에게 발길질을 선사하고는 샤르페스를 한 번
쏘아보고 그대로 달아났다.
“휴우, 끝난거 같네. 근데 에스텔란 씨는 안오나?”
어지럽혀진 방안을 대충이나마 치워 보면서 샤르페스는 그 에스텔란이라는
사람을 기다렸다.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기에 20분 정도가 흐르자 메모를
남기고 택배물을 카운터에 맡기기로 했다.
“휴우...이제 갔나 보네요, 에스텔란 님.”
복도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문이 닫혀 있었기 때문에 저 목소리의
주인공은 분명 방 안의 기척을 감지해 내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척을
숨기는 것쯤은 기본으로 하는 샤르페스이기에 목소리의 주인공을 속여 넘길
수 있었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한 남자와 여자가 들어왔다.
“어, 어라? 누구시죠?”
“부...분명 기척은 없었는데?”
남자는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샤르페스에게 물었고 여자는 그럴 리가 없다는
표정을 내비치면서 황당한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에스텔란 씨인가요?”
“네... 제가 에스텔란인데요..?”
“여기 택배가 왔습니다만..”
“아아, 그렇군요.”
“잠깐만요!”
그 여자가 에스텔란이라는 남자와 샤르페스의 사이에 서면서 샤르페스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여기에 있던 패거리들은 어디로 간거죠?”
“그 녀석들이라면 쫓아버렸습니다. 이 택배물을 갈취하려는 아주 못된
놈들이었거든요.”
“네? 쫓아요? 무력으로 쫓아버리셨단 말이신가요?”
“네. 무슨 잘못이라도??”
여자는 정색을 하면서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그 녀석들은 요 몇 달간 우리를 추적한 집단입니다. 흉악하고 실력도 뛰어나죠.
그런 그들이 고작 당신 하나를 상대하지 못하고 도망쳤다는 것은 솔직히 믿기가
힘드네요. 사실대로 말하세요.”
그럴듯한 설명이었다. 사실 척 보기에도 별 실력이 없을 것 같은 인상을 가진
샤르페스였다.
“그..그런데 사실 맞는데요?”
“어쨌든! 택배 감사합니다. 이만 나가주시겠어요?”
‘경호원인가? 왜 이리 쌀쌀맞아?’
매몰차게 샤르페스에게 나가달라고 하는 여자와 난처한 듯이 머리를 긁적이는
남자를 뒤로한채 그는 한 마디를 남기고 여관을 나왔다.
“이아문 택배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리나, 꼭 그렇게 매몰차게 대해야 했어?”
에스텔란이 세리나에게 물었다. 세리나는 아까 샤르페스를 대할 때와는 다른
분위기로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하지만... 전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고 있었어요. 아까 그 택배원은
평범한 것 같았지만 상당한 실력자라고 추측하고 있었거든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방에 들어오기 전에 밖에서 안의 기척을 살펴봤는데요...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안심하고 문을 열었는데 그자가 있었죠. 웬만한
고수들도 기척을 숨기기 힘든데 제 감각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기척을 숨긴다는
것은... 소름끼치는 일이에요. 분명 다른 제국들 쪽에서 우리를 감시하기 위해서
보낸 특수 요원인게 확실해요.”
“으음.... 아무래도 라이온 페리스나 엘 카사트... 그쪽일까?”
“아마도 두 곳 중에 하나겠죠. 아무래도 리제니스는 우리 쪽에서 확실하게
정보를 얻고 있으니...클루스의 라이온 페리스나 네안의 엘 카사트 둘 중의
하나일거에요.”
“후우....점점 더 힘들어지네... 아참, 택배가 뭐가 온 걸까? 역시 네리사에게서
온 걸까?”
에스텔란이 포장지를 찢으면서 말했다. 3겹 정도의 포장지를 풀어헤치자 꽤
단단해 보이는 정육면체 나무 상자 위에 손바닥 모양을 하고 있는 기이한
낙서가 보였다.
“에드만 니슈”
암호를 말하고는 오른손바닥을 그 낙서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더니 약간의
빛이 그 낙서에서 새어나오더니 나무 상자의 옆쪽의 나무판과 위쪽의 나무판이
서서히 움직이면서 내용물이 드러났다.
그것은 어떤 문서였다. 암호로 된.
다음 날, 샤르페스는 여행의 준비를 끝마치고 그동안 정들었던 여관에서
나왔다.
“마법상점이...마법상점이...음....아, 저기다!”
원래 마법 물품은 상당히 비싼게 흠이지만 지금 샤르페스에겐 중요한 일이
있었으므로 지난 3개월 동안 모은 돈을 탈탈 털어서 마법 물품을 사기로 했다.
원래 그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도 살 수 있었겠지만 저축을 할려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꺼내지 않았다.
“으음... 아공간을 만들려면 어떤 것을 사야 하죠?”
한 40대 후반 정도는 되었을까? 전형적인 마법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는
영업용 미소를 띠면서 대답했다.
“여기 보시면 쉽고 재미있게 따라서 만드는 아공간 만들기 세트가 있습니다.
가격은 234골드이지요.”
“뭐...뭐요? 234? 뭐 이리 비싸죠?”
한 20골드 정도의 돈이 있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샤르페스에겐 너무나도
청천벽력같은 소리나 다름 없었다.
“아니, 말이 안됩니까? 손님? 아공간 만들기 세트를 보시면! 공간을 마음대로
줄이고 늘이고 할 수 있는 옵션에다가 최소한의 시동어만으로도 물건을 꺼내고
넣을 수 있는 옵션, 그리고 단 한 번의 조작으로 완벽한 아공간을 만들 수 있고
말이죠, 아공간 안에서 자동적으로 수납장에 정리가 가능해서 지금까지의 어지러운
아공간에서 물건꺼내는 속도를 굉장히 t향상시켰죠. 예전엔 이 상점 한 가득의
물건이 아공간 안에 있다고 할때의 꺼내는 속도를 100이라고 한다면 지금 이
상품에서의 속도는 1도 채 안된답니다. 마법진 알고리즘은 마법 협회에서
인정받았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지요. 참고로 제가 그 알고리즘 개발에 참여했답니다.
엣헴~ 어쨌든 또 다른 장점이 있습죠. 식물밖에는 안되지만 살아있는 생물 역시
넣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아공간에서는 구현할 수 없었던 기능이죠! 그리고
아공간이 타격을 입어서 사라졌을 경우에 복구를 시켜주는 서비스! 그리고 3년간의
아공간 무료 업그레이드 서비스까지! 234 골드는 오히려 적은 돈이란 말입니다!!”
엄청나게 장황한 설명에 샤르페스는 질려버렸다. 확실히 굉장한 물건이기는
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돈은 너무 부족했다.
‘가만있자... 아공간을 만드는 마법진 정도는 나도 만들 수 있을 거 같은데?
으음...공간 만드는 마법진를 조금 변형시켜서 음음.... 꽤 희미하긴 하지만
어떤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다 기억나는군. 난 마나 유동 한계량이 한
3서클 정도밖엔 안되니 5서클 짜리 마나석만 사면 되려나?’
대충 기억나는 대로 마법진을 그려보면서 부분 부분 수정해서 아공간을 만들어볼
작정이었다. 실패를 한다고 할지라도 그냥 귀찮더라도 가방을 메고 다니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샤르페스는 그렇게 결정한 뒤 마나석을 사기 위해서
무시무시하게 긴 말을 쏟아내고 잠시 숨을 진정시키고 있는 저 마법사를 향해
말했다.
“5서클 짜리 마나석 하나에 얼마죠?”
234 골드 짜리의 아공간 만들기 종합 세트 광고를 고생스럽게 했건만 마나석
이야기를 꺼내자 약간 맥이 풀리는 듯한 마법사였지만 손님 앞이었는지라
재빨리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네! 18골드입니다. 지금 드릴까요?”
마법 상점에서의 전투 후, 샤르페스는 한적한 공터로 자리를 옮겼다. 팻말에
공사 예정지로 쓰여져 있는 꽤 넓은 곳이었다. 페르베나를 관통하는 호모드
강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고 꽤나 긴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공사 자재들이 공사가 임박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약간 외딴 곳에서 샤르페스는 조그마한 나뭇가지를 손에 들고 예전에 영혼의
잔영에서 장로에게서 배운 마법진 지식을 모두 활용해서 그리기 시작했다.
검사에게는 마법진은 필요없는 지식이지만 장로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았고
마나석만 있으면 발동시킬 수 있는 마법진을 기초적인 수준 정도로 가르쳐
주었다. 혹시라도 어떤 곳에 침투를 하거나 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마법진
지식을 조금 가지고 있으면 마법 트랩 같은 것을 효과적으로 분석해 낼 수
있고 쓸데없이 마법진을 파괴시켜서 곤란해 지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장로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일반적인 마법 트랩의 경우 알람 마법이 기본적으로 함께 구동이 되기
때문에 허가받지 않은 자극이 가해올 경우 마법 경비 시스템에 알려지게 되고
사람들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무작정 파괴시킬 것이 아니라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피해갈 수 있을지를 마법진을 꼼꼼하게
분석해내면 알 수 있다.
“또 틀렸다! 으그그!”
발로 지금까지 그렸던 마법진을 지워버린 샤르페스는 머리를 감싸쥐고 후회의
늪에 빠졌다.
“배울 때 좀 잘 배워 놓을걸, 이게 뭐야~!”
벌써 몇 번째의 실패지? 지우고 또 지우고 미약한 마나나마 불어 넣어서
작용을 하는지 체크하고....
각 기능을 담당하는 마법진은 성공적으로 기억해 내었지만 그 마법진들을
연결시키는 방법에서 완전히 막혀버린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괴로워했다.
“자자 샤르페스, 넌 할 수 있어. 다시 한 번 기억을 끄집어 내보는 거야.”
다시 한번 정신을 집중시키며 샤르페스는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렇게...아니아니, 여긴 이쪽으로 그리고...음....확인해 볼까.”
아공간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5서클 분량의 마나량에 꽤 못 미치는 약 3서클
정도의 마나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샤르페스는 부분 부분마다 마나를 불어넣어가면서
잘못된 곳이 있는지 확인했다. 물론 마나 컨트롤이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쉬면서
했긴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잘못된 곳은 없는거 같은데...자! 마나석! 네가 활약할 차례다!”
어디선가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지만 그것은 상큼하게 무시하고는
마나석을 마법진에서 마나를 공급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곳에다가 올려두고
마나석에 달려있는 조그마한 종이를 찢었다. 마나석에서 마나가 빠져나오는
것을 막고 있는 그 종이가 찢어지자 작은 돌멩이에 얽매여 있던 마나가 풀려
나오면서 마법진에 흡수 되었다.
이제 서서히 마나가 마법진으로 감겨들고 있는데...!!
파악!
어떤 정체불명의 발이 마법진을 쓰윽 밟고 지나갔다. 신기한 마나의 흐름에
정신을 빼앗겨서 마법진만 바라보고 있던 샤르페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사건이었다.
다행히도 아직 마나가 유통되지 않은 곳이 발자국에 지워졌고 손상 부분도
크지 않았기에 샤르페스는 범인을 확인하는 것도 잊은 채로 마법진 수정을
위해서 나뭇가지를 손에 들었다.
팍팍팍!!
곧이어 지나가는 발들의 연속공격에 샤르페스가 몇 시간이나 끙끙대면서
그렸던 마법진이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비싼 마나석도 이젠 보통의
돌멩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하하하...”
기가 막혀서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체!! 어떤!!
“어떤 놈이야!!!!!”
샤르페스가 절망과 좌절이라는 느낌을 몸소 체험하면서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그의 외침에 서로 대치하고 있던 한 명의 남자와 다수의 무리들이 샤르페스를
쏘아보았다.
“뭐야! 썩 꺼져!”
무리의 우두머리인 듯 한 사내가 눈을 부라리면서 샤르페스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 사내의 옆에서 어떤 한 녀석이 일어나더니 샤르페스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두...두목! 어제 엘포니 형님을 방해한 자가 바로 저 잡니다.”
“뭐야? 저 비리비리하게 생겨먹은 놈이? 그 택배원이라 이거냐?”
“네..네! 트..틀림없습니다요!”
‘뭐? 비리비리한 놈?’
“도망가세요! 위험합니다!”
왜 내가 비리비리한 놈이지?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저 뒤에서
자신을 보고 소리치는 남자를 보고선 어제의 그 에스테란이라는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당신은..?”
“저는 괜찮으니까 어서 도망가세요!”
정말 비리비리한 사람은 저 에스텔란일 것이다.
“어딜 도망간다고 그래? 야! 저 새끼 좀 쓰다듬어 주고 끌고 와라. 엘포니가 2차로 더 해줄거야.”
“넵!!!”
우두머리가 그렇게 호기롭게 명령하자 주먹 깨나 쓸 것 같은 덩치 몇 명이서
샤르페스에게 다가왔다. 샤르페스는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서 먼저 공격해 들어갔다.
“이놈이!”
제일 앞에 있던 덩치에게 몸을 날리니 덩치는 꽤나 빠르게 주먹을 들이밀었다.
또 다시 등장한 비밀스러운 남자와 여자!!
너무 우연을 남발하는게 아닌지 걱정스럽네염;;
이제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과연 연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연중은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연중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사태가 이르렀을 때만..;;
기숙사 들어가면 월간 연재 아님 주간 연재가 될텐데...거참..;;;
어떻게든 무슨 수가 생기겠죠 뭐..
그럼 다음 화 #009 Runaway -3에서 다시 만나요~
사족 -
이 소설은 지금까지 제가 써본 것 중에서 가장 많은 연재횟수와 분량을 자랑하는
글입니다..;;;;;; 워낙에 끝까지 밀고 나가는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하지만 이제 어느덧 두 자릿수 연재에 가까워지다 보니 이 글에 애정이 팍팍 생기는군요.
그냥 필력이나 키워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소설인데...이젠 애착이 가네요 ^^
추천84 비추천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