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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골 저택의 황태자(수정본) - 24부

양기골 저택의 황태자 24부.



건물 밖으로 나오니 답답한 가슴이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다. 이곳에 처음으로 건물 밖으로 나온 것이다. 건물 밖의 풍경은 선경이 창가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너무나 아름다웠다. 족히 수 백 년은 넘은 나무들이 즐비하고, 기기묘묘한 나무들은 정갈하고 깨끔하게 정리 되어 유럽의 고성(古城)에 온 느낌이다. 선경이 정경을 구경하고 있는데.......한 남자가 선경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정원 관리인입니다. 새로 오신 가모님이시죠. 가주님 비서에게 연락받았습니다.”

“.............”

“이곳 정원에는 곳곳에 침입방지용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어 함부로 돌아다니시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정원을 구경하시겠다면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니요. 정원을 구경할 생각은 없고, 마을을 한번 구경하고 싶어서요.”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차를 가져오겠습니다.”

“그럼 부탁해요.”



관리인이 차고로 가자, 선경은 자신이 지금까지 갇혀 있던 건물을 살펴보았다. 건물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밖에서 보기에 3층 건물 같은데 모두 거대한 돌로 만들어져 마치 성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도대체 이 가문은 얼마나 대단한 돈과 권력이 가지고 있기에 그 옛날에 이처럼 거대한 건물을 지었단 말인가? 밖에서 보니 1층과 2층은 창하나 없는 돌로 만들어져 있고, 3층에만 창문이 있다. 하지만 그 창문들도 대부분 두꺼운 쇠창살로 막혀 있었다. 잠시 후에 관리인이 차를 끌고 왔다. 선경이 차에 오르자 차는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건물이 멀어지며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관리인은 정문을 지키던 사람과 몇 마디 하더니 차는 정문을 통과하여 다시 달려간다.



차에 앉아 스쳐가는 정경을 살펴보니, 보이는 것은 온통 산뿐이다. 산에는 곳곳에 계단식 논과 밭이 정비되어 있고, 간간이 기와집들이 보이는 것이 마치 조선시대 산골마을을 보는 느낌이다. 차가 10여분을 달리자 건물들이 즐비한 곳에 나타났다. 이곳에 있는 건물들은 모두 3~4층의 현대식 건물들이었다. 차가 멈추고 관리인이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 주었다.



“이곳이 마을 입니다.”

“아! 예”



선경이 내리자 관리인은 한쪽에 차를 주차했다. 사실 주차라고 할 것도 없다. 마을에 차라고는 선경이 타고 온 차를 제외하고는 한대도 없다. 관리인이 다시 선경에게 다가왔다.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돌아보시고 돌아오세요. 그리고 필요한 물건은 그냥 가져오시면 됩니다.”

“그냥이요?”

“예~ 돈은 필요 없어요. 달라고 하면 주실 겁니다.”

“누구나 그런가요. 아니면............”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가주님의 것입니다. 또한 우리 모두의 것이죠. 이곳은 밖에 사람들이 말하는 경제라는 개념이 없어요. 모두가 공동체죠.”

“예! 알았어요.”



선경은 주위를 둘려보았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명동이나 신촌처럼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복잡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활기찬 거리다. 또한 길가는 사람들의 복장이나 헤어스타일을 보아도 자신이 살던 동네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길 가던 사람들이 선경의 목걸이를 보고 인사를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선경이 가모라하여 특별하게 대우하는 사람은 없다. 선경이 술집으로 보이는 가게로 들어갔다. 깨끗한 분위기에 밖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술집이었다. 시간이 일러 사람들은 많지는 않았지만 몇몇 테이블에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선경도 한쪽 테이블에 앉으니 여종업원이 메뉴판을 내밀었다. 메뉴판을 보자 차, 음료, 술 모두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가격이 없다.



“커피 주세요.”

“예”



종업원은 잠시 후에 따뜻한 커피 가져다주었다. 진한 향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최고급 헤즐럿커피다. 선경은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선경을 보고도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없다. 또한 감시하는 사람이나 마을이나 골목을 감시하는 초소도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은 산으로 돌려 쌓인 곳이니, 산으로 도망친다면 쉽게 잡히지도 않을 것이다. 평소 무용으로 단련된 몸이라 남들보다 체력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종업원을 불렸다.



“술집에 사람들이 별로 없네요.”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래요. 밤이 되면 손님이 많아져요.”

“그럼 지금 다른 사람들은 어디 갔죠.”

“보통 낮에는 자신이 담당하는 일을 해요. 농부도 있고, 장인도 있고, 관리인도 있지요. 저와 같은 상인도 있고, 각자의 현장에서 일하는 거죠.”

“그럼 지금은 모두 일터에 있겠네요.”

“예! 특별한 일이 없으면 대부분 일터에 있겠죠!”

“산에도 일하는 사람이 많아요.”

“요즘은 자동화 되어, 농부들이 직접 산에서 일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대부분 아침에 기계작동 시키고 다른 일을 하죠.”

“아~~예, 화장실이 어디죠.”

“저쪽 입니다.”



선경은 화장실로 가는 척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거리를 천천히 걸어가며 주위를 살펴보니, 뒤를 따라오거나 감시하는 사람은 없다. 선경은 서서히 마을을 벗어났다. 마을을 벗어나니 간간히 멀리 떨어진 집이 보이고, 이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선경은 산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산을 넘고 넘으면 언젠가는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길도 무시하고 울창한 숲을 따라 자꾸만 걸어갔다. 옷이 나뭇가지에 걸려 찢어지고 넘어져도 선경은 멈추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렸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오르니 정상이 보인다. 선경은 조심스럽게 정상에 올려 밑을 보니 한쪽은 자신이 잡혀 있던 마을이 보이고 한쪽은 또 다른 산이 보인다. 선경은 쉬지 않고 다시 다른 산이 보이는 곳으로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가니 해가 지며 밤이 깊어졌다. 얼마를 왔는지 모르겠다. 주위가 온통 깜깜하고 나무들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선경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 앞만 보고 걸었다. 이젠 찾지 못할 것이다. 이만큼 왔으니 찾으려 해도 못 찾을 것이다. 조금 마음이 안정된다. 이제 자유의 몸이다. 지옥에서 탈출한 것이다. 그때 갑자기 광음이 들리며 헬기 한대가 날아올랐다. 헬기에서 강력한 불빛이 정확하게 선경을 비추고, 헬기에서 빗줄이 내려옴과 동시에 두 명의 남자가 빗줄을 타고 내려왔다.



“악~~”



두 명의 남자는 내려오자마자 선경을 잡아 헬기에 태우고 날아올랐다. 태자는 그 모습을 모니터을 통해 보고 있었다. 헬기에 장착된 CCTV카메라가 선경을 발견하고 잡을 때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바보, 잡히지나 말지.)



빌어먹을 정말 바보 같은 여자다. 이곳은 결코 호라호락한 곳이 아니다. 선경은 모르고 있겠지만 이곳 사는 여자들은 정보실에서 알게 모르게 몸에 위성추적 장치를 장착한다. 그것이 옷의 단추일 수도 있고, 신발에 있는 장식일 수도 있다. 그건 정보실만이 알고 있다. 아마도 선경의 몸에도 추적 장치가 있을 것이다.



(정보실 놈들. 신발 아니면 목걸이에 장착 한 거 같은데.......바보 도망치겠다는 놈이 그것도 생각 못해.)



태자가 생각하기에 두 가지 물건밖에 장착할 곳이 없다. 아무리 정보실이라도 감히 가모들이 기거하는 곳까지 들어와 추적 장치를 장착하지는 못한다. 선경이 자신의 숙소에서 나와 몸에 걸친 것이 목걸이와 신발뿐이니 2개의 물건 중 한곳에 장착되었을 것이다. 태자는 한숨을 쉬고 전화기를 들었다.



“예! 가주님.”

“지하 감옥 연결해”

“알겠습니다.”

“예. 감옥입니다.”

“태자다.”

“예. 말씀하십시오.”

“아마 조금 있으면 김선경이 들어 올 거야. 감옥에 수감해. 다신 손끝하나 건들리지 마”

“알겠습니다. 그런데 누가 김선경 인지 저희들은 모릅니다. 확인할 방법을 알려주세요.”

“목에 가모들이 착용하는 목걸이를 하고 있을 거야. 만일 오늘 그런 죄수가 들어오지 않으면, 지금부터 잡혀오는 죄수들을 한명도 건들리지 마!”

“그건 좀...........”

“명령이다.”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태자는 전화를 끊고 의자에 깊숙이 기대였다. 지금 당장 선경에게 달려가 데려오고 싶지만 그건 문제가 있다. 형평성의 문제다. 아무리 가모라고 하더라도 도망친 여자에 대한 형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건 이곳 양기골 저택에서 지켜야 할 가법이다. 가주 스스로가 가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누가 그 법을 따르겠는가. 태자의 고민은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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