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괴 면상에 악플 달아 고소당한 ssul.txt
엄청 추운 날이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나는 산쾌한 모닝딸을 치고 일베를 켠다.
재밌는 게시물을 찾는다.
동물짤 몇 개만 있을 뿐 맘에 드는 게 없다.
호옹이?
성괴녀끝판대장이란 게시물이 있다. 클릭한다.
예상했던 대로 분필 박은 코에 꽁치주둥아리, 과할 정도의 애교살 등 성괴녀의 표본.
일베게시물은 일게이들 드립의 향연의 장이 되었다.
나또한 일베짬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진성 일게이.
남들과 다른 특별한 드립을 치고 싶다는 욕구가 떠오른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애굣살.
애교살. 대음순. 안구.
별 개의 단어들이 아나그램처럼 머릿속에서 합쳐진다.
그리고 떠오른 드립.
2급프로일베인 : 안구 밑에 대음순 붙였나염?
간만에 배설한 훌륭한 드립.
두어명의 게이들이 ㅋㅋㅋㅋㅋㅋㅋㅋ로 칭찬을 한다. ㅋㅋㅋㅋㅋㅋㅋ는 선량한 일게이들이 보내는 최고의 찬사.
만족한 나는 주방으로 가 컵라면을 꺼내들고 아침을 해결한다.
한달 후 대구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거기 2급프로일베인 닉쓰는 김XX씨죠?"
"아닌데요."
3일 뒤 아무도 찾지 않는 집에 초인종이 울린다.
두근 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문을 여니 대구 사투리 쓰는 경찰들이다.
"2급프로일베인씨? 따라가시죠?"
빽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대구수성경찰서.
입구부터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줄을 서 있다.
이상한 기운을 느끼며 조사실로 들어간 나는 낯익은 인물이 날 노려보는 것을 발견했다.
"니가? 이 쌍노무새끼가."
그렇다. 나한테 쌍욕을 하는 여자는 얼마전 일베게시물에서 봤던 성괴.
나는 그제야 내가 왜 이곳에 알게온지 알아차리며 살짝 팬티를 지렸다.
"김XX씨."
경찰이 나를 부른다.
"네."
"범죄사실 확인하겠습니다. 귀하는 지난달 일간베스트 일베글 성괴끝판대장.jpg란 글에 댓글로 안구 밑에... 크킄. 이거 직접 읽어보시죠?"
"네?"
"차마 나는 못 읽겠으니 여기와서 보세요."
경찰이 가리키는 것은 내 간만의 드립.
안구 밑에 대음순인가염?
"어서 해보세요."
성괴녀가 싸늘한 시선을 받는 가운데 경찰이 종용한다.
"잘못했습니다."
나는 앙망했다.
"아니 해보시라고요. 왜 못해요?"
"잘못했습니다."
아무리 내가 일게이라지만 차마 입밖으로 그런 드립을 할 순 없었다.
나는 나약한 일게이일 뿐이니까.
"아니 해보라니까. 이 양반아! 왜 현실서는 못해."
"어휴 장애인 일게이새끼."
성괴녀가 나를 멸시하며 비웃는다.
하지만 나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앙망할 뿐이었다.
잠시 후.
성괴녀가 간 후 나는 반성문을 하나 작성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존경하는 아가씨에게.
고소에 전념하시는 가운데 존체 더욱 건승하시기를 앙축하나이다. 아가씨께서도 아시다시피 본인은 일베에 오른 게시물에 악플을 달아 아가씨의 분노를 사는 행동을 하였습니다. 본인은 아가씨께서 용서하여주신다면 일베에서 평온한 생활을 하며 동물짤이라 감상하고자 희망하온데 용서하여주신다면 감사천만이겠습니다. 아울러 말씀드릴 것은 본인은 앞으로 일베외를 막론하고 일체 악플을 달지 않겠으며, 일방 네티즌의 미풍양속을 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겠음을 약속드리면서 아가씨의 선처를 앙망하옵니다.
고소에 전념하시는 가운데 존체 더욱 건승하시기를 앙축하나이다. 아가씨께서도 아시다시피 본인은 일베에 오른 게시물에 악플을 달아 아가씨의 분노를 사는 행동을 하였습니다. 본인은 아가씨께서 용서하여주신다면 일베에서 평온한 생활을 하며 동물짤이라 감상하고자 희망하온데 용서하여주신다면 감사천만이겠습니다. 아울러 말씀드릴 것은 본인은 앞으로 일베외를 막론하고 일체 악플을 달지 않겠으며, 일방 네티즌의 미풍양속을 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겠음을 약속드리면서 아가씨의 선처를 앙망하옵니다.
그날 이후 나는 더이상 일베를 하지 않는다.
나는 오유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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