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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일생 - 14부


여자의 일생 - 14부 

 

 

그 날밤 밖으로 나간 아주머니는 돌아오지 않았고 

방에는 세미와 아저씨만이 발가벗은 채 한 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세미는 아저씨가 무섭기도 했으나 꼭 껴안아 주기를 기다렸지만 

아저씨는 처음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세미의 근처에도 오질 않았다. 

“세미야~ 이제 일어나야지..... ” 

잠을 잔 것 같지 않았는데 벌써 날이 밝아 

세미는 아저씨가 깨우는 소리에 뜨이지 않는 눈을 비벼가며 억지로 일어난다. 

“어메~ 벌씨로 아침이네.... 아 하 하 함~ 하 아 아 압!!” 

“녀석 피곤한가 보구나...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늦게 깨웠는데...” 

세미의 잠을 깨우는 아저씨의 얼굴에서는 

어젯밤 그 무서웠던 모습이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늦게 깨웠다고예? 지금 얼매나 됐는데예? 

“벌써 10시가 다 되어간다... 오빠도 학교에 갔구...아주머니도 볼일이 있어서 나갔어..” 

“10시라꼬예? 으으~” 

세미는 아저씨가 10시라고 알려줬지만 

아직까지 시간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에 그냥 늦잠을 잔 것으로만 생각했다. 

“얼른 씻고 밥 먹어야지..... 자~ 오늘은 이 옷을 입어...아주 잘 어울릴꺼야...” 

아저씨가 하늘거리는 하늘색 원피스를 세미에게 건네 주니 

세미는 그것을 펼쳐 보고 금방 잠이 달아나 버린다. 

“와~예쁘다~ 히힛... 아저씨.... 아저씨는 오늘 집에 있을 꺼래예?” 

“아냐.... 나도 나가 봐야지...오늘도 세미 혼자 집을 지켜야 해...” 

세미는 혼자 집을 지키라는 아저씨의 말이 왠지 서운하게 들려 

원피스를 걸칠 생각도 않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방을 나왔다. 

“참!! 오늘부터 세미는 이 방을 쓰도록 해... 맘에 들꺼야...” 

같이 따라 나오던 아저씨가 욕실 옆에 딸린 방문을 열었다. 

“그라믄 오늘부터는 내 혼자 자야되예? ” 

방안에는 자그마한 옷장과 일인용 침대가 있었으며 

한 눈에 봐도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방이란걸 알 수 있었지만 

세미는 점점 아저씨와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어제...내가 잘못을 해서 이래는 거지예?” 

“아냐...아냐... 그것 때문이 아니구... 계속 같이 있을 수는 없거든.....” 

아저씨는 손을 저어가며 아니라고 했지만 세미는 어제 일이 자꾸 마음에 걸려 

이러다가 얼마 있지 않아 쫓겨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녀석... 그건 다 어제 일이야... 그리고 아저씨가 세미를 예뻐하는거 알지?” 

“야아~~ 그래도.....” 

그 순간 아저씨의 얼굴에는 이상한 미소가 흘렀다. 

“으음~ 혹시 세미가 어제 우리가 했던 비밀을 또 해 준다면... 내가 세미의 방에 자주 찾아 갈꺼구...” 

“하께예~ 그건 할 수 있어예...” 

세미는 아저씨가 자주 찾아 준다는 말에 반색을 했다. 

“정말이야? 어제처럼 입으로 빨아줄 수 있어?” 

“야아~ 하께예~” 

“그럼...또 먹을 수도?” 

“야아~~” 

아저씨는 세미에게 다짐을 받는 것처럼 재차 물었고 

세미는 대답을 하면서 어젯밤이 떠 오르자 몸이 저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세미가 싫은데... 괜히 그러는 거지?” 

“으으~ 저..저어~” 

세미는 좋다는 말이 입밖에 맴돌았지만 차마 그것을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것봐... 싫지..... 아무래도 방에 찾아가는 것은 그만둬야겠는걸...” 

“아니래요...좋아예... 흐흡...” 

세미는 아저씨의 말에 좋다는 소리를 바로 해 버리더니 

금새 부끄러운지 고사리 같은 손을 입으로 가져가 버린다. 

“알았어... 그럼 세미도 그런 비밀은 지킬 수 있지? ” 

세미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이제 아저씨, 다녀 올테니까..... 혼자 집 잘 보고 있어..... 후훗...이쁜 것...” 

“댕겨오이소...” 

또다시 혼자가 된 세미는 방으로 들어가 

조금 전에 아저씨가 건네 준 원피스를 입더니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이래믄 우째노? 어뜬게 젤로 좋은지 알 수가 없데이~” 

집을 떠나 올때 입었던 세라복도 맘에 들었고 

어제 입었던 빨간 원피스도 너무 예쁜데 

지금 입고 있는 하늘색 원피스가 거울에 비치자 

세미는 마치 자신이 선녀같다는 생각까지 든 것이다. 

“우 히 히~ 그래도 좋데이~ 내는 다 이쁜거 밖에 없으니께...그란데...빤쓰가??” 

그제서야 자신이 빤쓰를 입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안방을 여기저기 둘러봤지만 그 어디에도 세미의 빤쓰는 보이지 않았다. 

“히 히~ 개안타 머..... 내는 빤쓰를 안 입어도 이쁜데 머...” 

안방을 나온 세미는 

커다란 거실에서 나비처럼 손을 나풀거리며 몇 바퀴를 돌다가 

한번씩 커다란 거울 앞에서 예쁜 모습을 확인해 본다. 

“아 하 하 함~ 하 아 아~ 아휴~ 자부러버라....아 하 하• 함....” 

그렇게 하품을 몇 번 하던 세미는 낮잠을 자려고 안방으로 들어가려다 

아저씨가 일러준 방으로 가더니 방문을 살짜기 열었다. 

“좋데이~ 우 히 히~ 인자 이게 내 방이라꼬? 히 히 히~” 

문을 열때 까지만 해도 조심스럽던 세미는 

금새 얼굴이 밝아지면서 몸을 날리더니 침대위로 풀썩 쓰러져 버린다. 

“우 히~ 푹신하데이~ 증말 좋네.... 히 힛.....” 

“말순아~ 말순아~” 

이건 틀림없는 오빠의 목소리다. 

잠이 들었던 세미는 눈을 번쩍 뜨며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을 열었다. 

“오빠야~ 히 히 히~ 인자부터 이 방이 내 방이라켔데이~” 

“오오~ 말순이가 거기 있었구나... ” 

“치잇..... 내는 인자 말수이가 아이고... 세미라카이...” 

벌써 말순이란 이름이 싫어진 세미는 경일이 오빠를 보며 입을 삐죽거린다. 

“아 참!! 그렇지... 하 하 하~ 미안, 미안.... 이쁜 내 동생...세미... 하 하 하~” 

“우 히 히~ 오빠야~ 이 옷 이쁘제? ” 

“응...그래...정말 이뻐..... 아니........근데 너... 빤쓰는?” 

하늘거리는 원피스에 세미의 속살이 비쳐지자 경일이가 몹시 의아해 한다.. 

“아우~ 오빠야 봤나? ......그래도 개안테이... 내는 집에서도 빤쓰 안 입었걸랑...” 

“뭐야? 그래도 여자가 치마를 입으면 빤쓰를 입어야지... 빨리 입어...” 

“찾아 봤는데도 없든데..... 난중에 아저씨 오믄 물어봐야지 머...” 

“어휴~ 넌 어쩜... 그래...세미 넌 아무렇지도 않니?” 

“우 히 히~ 개안데이.... 근데...오빠야~ 내는 집에서 빤쓰를 한번도 안 입어 본기라...” 

“뭐어? 아이구... 참... 세미 너...점심은 먹었니?” 

세미는 아직까지 점심을 먹지 않았었다. 

그것은 집에서 굶던 것이 버릇이 되었던지 때가 되어도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아서이다. 

“으응... 안 묵었어... 내는 배가 안고파서...” 

“아니...지금이 몇 신데? 어휴~ 또 짜장면 시켜 먹을까? 실은 나도 배가 좀 고픈데...” 

“오빠야.....진짜로 또 사 줄끼라?” 

“세미 너... 짜장면 정말 좋아하는가 보네... 알았어.. 세미가 좋아하면 얼마든지...후후~” 

경일이 오빠는 어제처럼 까만 기계 앞으로 가더니 짜장면을 시킨다. 

이제 세미도 그 까만 기계가 전화기라는건 알고 있다. 

 

 

“자~ 오늘은 세미 니가 주문해봐... 짜장면 곱빼기 하나와 보통 하나 달라고 해..” 

경일이 오빠가 전화를 들더니 세미에게 건네 주자 

어떨결에 전화기를 받아 든 세미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모른다. 

“으흣...저어..... 저어...” 

“후훗...짜장면 곱빼기 하고 보통이요...해 봐...” 

“으흐~ 몬하는데... 우째노? 저..저..저어~ 짜장면이요...흐흣... 오빠야가 해라...” 

세미는 결국 수화기를 경일이에게 넘겨줘 버리자 

그 어색한 표정에 한참을 웃던 경일은 주문을 한 뒤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래도 잘 했어...첨인데... 내일 부터는 세미 니가 주문을 해야 해...” 

“근데... 그거 너무 무섭드라... 자꾸 여보세요...여보세요.. 이래니까...” 

“하 하 하~ 괜찮아 한번 해 보면 아무것도 아냐...후훗..” 

“씨이~ 와 자꾸 웃노? 내사 남사시러버 죽겄는데...” 

역시 짜장면이 배달되자 경일은 곱빼기를 세미에게 주는 것이었고 

세미는 곱빼기를 게눈 감추듯이 얼른 먹어 치운다. 

“세미 너~ 글씨는 읽을 줄 아니?” 

“아니....... 내는 글씨를 암만 봐도..... 모르겠드라...” 

“뭐어....... 안되겠다... 너 오늘부터 나한테 글씨 배우도록 해...” 

“진짜라? 오빠야.... 오빠야가 가리케 줄께라?” 

“그래... 요즘 글 모르면 바보 취급 당해... 따라 와...” 

경일은 세미를 2층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가더니 연습장과 연필을 꺼냈다. 

“자..... 이건 ㄱ 이고... 따라해 봐...기역...” 

“기역... 우 히 히........ 쉽데이...기역... 히 히~” 

“그래..쉽지? 하 하~ 세미가 똑똑해서 그래... 이번에는 니은...” 

“니은... 니은... 히 히~” 

새로운 시작이다. 

세미는 글을 가르치는 경일이 오빠가 점점 좋아지자 

이런 오빠가 내 몸을 만져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 가면서 

빤쓰도 입지 않은 원피스를 살짝 살짝 들추어 보였으나 

아저씨와는 달리 경일이 오빠는 전혀 눈길 조차 줄 생각을 않는다. 

“오빠야~ 내 오늘 목깐 안했는데... 오빠야가 좀 씻어 줄래?” 

“뭐어..... 니 몸을??” 

“어어~ 히 히~” 

“세미...너...열두살인데....... 그러다가 오빠야가 니 몸이라도 만지면 어쩌려구...? 

“개안타... 오빠야가 만제믄 내는 개안테이... 으응.... 빨리..오빠야...” 

“안돼..... 니가 더 크면 몰라도...지금은 안돼...” 

“치잇... 오빠야는 내가 싫은가 보제? 싫으믄 내는 오늘 안 씻을끼라...” 

경일은 아무것도 모르고 몸을 씻어달라는 세미가 귀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측은한 생각 마저 들었다. 

“세미야...... 우리 시내 나가 볼래? 구경할 것도 많은데...” 

“증말?? 내도 나가고 싶었는데... 오빠야...가자...빨리가자....” 

“아참...안되겠다... 오늘은 세미가 빤쓰도 안 입었잖아... 그렇게 나가면 사람들이 놀려...” 

“개안타..... 놀리믄 놀리래지 머....가자 오빠야...” 

“아냐... 내일 빤쓰를 입고 나가자...... 오빠가 약속을 할께...” 

세미는 서운했지만 경일이 오빠가 너무 완강하자 어쩔 수 없었다. 

"그라믄 손까락 걸어.... 내일...꼭 시내 갈끼라꼬..."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내밀자 경일은 빙긋이 웃으며 손가락 고리를 걸어주었고 

그제서야 세미는 배시시 웃으며 경일이에게 찰싹 달라 붙었다. 

그 날도 밤이 늦어서야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저씨........ 인자 오세요.......히히~ 기달랬는데...” 

“그래 세미는 하루 종일 잘 놀았니? ” 

“야..... 오빠하고 놀았어예....히 히~ 공부도 하고... 낼은 시내에도 가기로 했어예...” 

“뭐어..... 공부도 하고 내일 시내에 나간다구?” 

세미의 이야기를 듣던 아저씨는 공부도 하고 시내에 나간다는 소리를 듣자 

갑자기 얼굴에 웃음끼가 사라지면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왜예? 시내에 가믄 안되예?” 

 

 

“아..아..아니...... 그게 아니구... 나..나가야지... 구경도 하구...” 

“우 히 히~ 아구......내일이 기다려 진데이....히 히~” 

세미가 웃음을 지어보이자 아저씨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 다음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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