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일생 - 18부
여자의 일생 - 18부
홍노인과 함께 백화점에 들어간 세미는 보는 것마다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우 히~ 야아~ 할베요....조오기~ 우와~ 디게 이뿌데이.... 우메.....”
“아이구~ 이녀석아... 좀 천천히 가자... 어 허 허 허~ ”
입도 다물지 못하고 떠들어 대는 세미가 홍노인으로서는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어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홍노인은 돌아가자는 말을하지 못한다.
외동딸인 정희가 어렸을 때만 해도 돈을 벌기에 정신이 없었던 홍노인은
겨우 한달에 몇 일씩만 집에 들어 올 뿐 아이의 얼굴 조차 잊어 버릴 정도였으며
모처럼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을 가지게 되면 정희의 모난 성격에 짜증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세미는 전혀 달랐다.
좋은 것이 있으면 좋아 할 줄을 알고 기쁜일이 있으면 즐거워 할 줄도 안다.
홍노인은 그런 천진스러운 세미의 모습이 좋았던 것이다.
“자아~ 세미야... 이젠 집으로 돌아가자... 다음에 또 나오구....”
“아이~ 쪼끔 더 보고 싶은데... 할베......힘들지예? 그라믄 그만 가예... 히 히~”
비록 표정에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세미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홍노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런 모습은 누가 봐도 다정스러운 할아버지와 손녀다.
“으흠~ 세미가 할아버지의 선물이 마음에 들어야 할텐데...”
“피이~ 할베는 암꺼도 안 샀으믄서... 머가 맘에 들어예?”
“허헛...그런가? 허 허 허~ 아마 집에 가면 세미가 깜짝 놀랄텐데... 허 허~”
세미는 할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커다란 눈망울만 깜빡인다.
“히 히~ 그딴거 안사줘도 되예... 내는 오늘 구경을 실컷 했거등예...”
“그래~ 세미는 오늘 뭐가 제일 재미있었나?”
“으음~ 쭈욱~ 타고 올라가는거......그라고... 은형...맞다...은형이 디게 이뿌든데...히힛...”
“은형? 아아~ 인형 말이구나.... 허 허~ 그래 세미는 여자니까 인형이 좋았겠구나...”
“근데...그란거...안 사줘도 되예... 우와...... 디기 비싸든데예... 이 천원인가?”
홍노인은 운전을 하면서 세미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얼굴에는 마냥 갖고 싶은 표정이 역력한데 사 주지 않아도 된다는 작은 아이,
그 여린 마음을 읽은 홍노인은 세미가 그렇게 예뻐 보일수가 없었다.
드디어 차는 한참을 달려 과수원의 입구를 지나 집앞으로 다가가자
집 앞에는 낯설은 차가 한대 서 있었던 것이었다.
“어어~ 누가 왔나 봐예? 아저씨 차도 아인데...”
할아버지는 빙긋이 웃으며 차를 세우자
미리 와 있던 그 차의 문이 열리며 깔끔한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이 내리더니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차 안에서 커다란 상자를 두개 내리는 것이었다.
“사장님께서 구입하신 것입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요~”
그 아저씨는 다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더니 차를 타고 가 버렸다.
“이...이게 머래예? ”
“아까 내가 차에서 세미의 마음에 들어야 할텐데...라고 했었지? 한번 열어 봐...”
할아버지는 빙긋이 웃으시며 그 아저씨가 놓고간 상자를 열어보라고 턱으로 가리킨다.
“으음........ 이게... 어 엇... 우와~ 하..하..할 베 요...... 우와...이그 언제??? 흐흐흣...”
상자 안에는 울긋불긋한 물건들이 가득 들어 있었으며
그것은 모두 세미의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어때....마음에 들어? 허 허~”
“그란데...이게 다...머...머....어 어 엇.... 와아~ 은형이데이... 우와~”
상자 안에는 인형을 비롯해서 여자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장난감들과
또 다른 상자 안에는 예쁜 옷들과 한번도 보지 못했던 신기한 것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이...이거...서..설마....내 줄라꼬 그래는게 아이지예? 흐흣...”
“허 허 헛... 그거 모두 세미꺼야~ 할아버지에게 온 기념으로 선물 한거니까...”
“야 아??? 지..지..진짜로 내꺼래예? 으 흐흐흐~ 흐흐~”
세미는 열린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할아버지와 상자를 번갈아 보았다.
“고마버예....증말로 고맙심데이~ 흐흣...고..고마버예....”
“허헛...녀석 인사도 할 줄 알고... 허 허~ 자아~ 이제 안으로 들어가자... ”
세미는 상자안의 물건을 꺼내 볼 생각도 못하고 그냥 만지기만 하더니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고개를 몇 번이나 숙였는지도 모른다.
“이제...그 상자는 저 방으로 가져다 놓도록 해....... 앞으로 그 방이 세미 방이니까..”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세미의 얼굴이 일그러져 버린다.
“하..하..할베요~ 내..내느은~ 내..내방이 싫어예... 내는.....할베하고...”
“허 허 허~ 이녀석아~ 내가 너보고 그 방에 자라고 했냐? 그냥 니 방이라고 했지...”
“즈..증말이라예? 그라므은~ 내는 기냥 할베하고 같이 자도 되는거지예? ”
“그러엄~ 할아버지도 세미와 같이 있는게 좋은데... 허 허~”
“휴우~ 살았데이~ 키키~ 내는 놀랬다 아이래예~ 히힛...”
세미는 할아버지가 가리켜 주는 방의 문을 열어보았다.
“우와~ 으메이~”
홍노인은 언제 준비를 한 것인지 벌써 방안에는 침대와 더불어
세미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이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음에 들어? ”
“야~ 증말 좋아예.......히 히~”
세미는 쪼로로 달려가더니 할아버지를 꼭 끌어 안았다.
홍노인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흐뭇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한켠이 쓰라려 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그렇지 않아도 조용하던 과수원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만 들릴 뿐 주위는 너무나 적막하다.
세미는 아직까지 들뜬 마음을 가라 앉히지 못하고
입가에 미소를 잔뜩 머금은채 할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
“할아버지는 세미와 약속을 하고 싶은게 있는데...”
“그기 뭔데예? 약속 할끼예....”
세미는 할아버지의 말에 아무 생각없이 대답을 해 버리자
할아버지는 세미의 엉덩이를 툭 치는 것이었다.
“뭐야... 이녀석.....들어보지도 않고 약속을 한다니... 허헛...”
“내는 할베가 하는 말이믄... 다 들을 자신이 있어예... 히힛...죽는거만 빼고...히 히~”
“그래? 그럼 이제 할아버지가 약속 할 것은 첫 번째...”
“첫번째?”
홍노인이 검지 손가락을 세우며 첫 번째라고 하자 세미가 따라 해 본다.
“으흠~ 잘 때는 꼭 잠옷을 입고 잘 것.... 두 번째..”
“잠옷을예? 으음~ 그라고 두 번째는예?”
“두 번째는 언제든지 빤쓰를 꼭 입을 것... 그리고 마지막은...”
세미는 할아버지가 꼭 빤쓰를 입어야 한다고 하자 미간이 살짝 일그러진다.
“세 번 째 는 예? ”
“응~ 세 번째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할아버지에게 이야기 할 것...”
세 번째 까지의 약속을 다 들은 세미는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삐죽거린다.
“다른거는 다 좋은데... 으흠~”
“왜......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어?”
“내는 빤쓰를 입으믄~ 너무 답답해예..... 그기...”
“세미 너~ 할아버지랑 약속 한다고 했지? 그럼 그것도 지켜야 해... 후 후~”
세미는 못 마땅한 듯한 얼굴이 되더니 이내 생긋이 웃음을 지어본다.
“알았어예~ 근데...잘 때는 벗고 잘끼예~ 대신에~ 잠옷을 입으믄 되잖아예~”
“잘때도 마찬가지야~ 여자란 자고로...”
“아이~ 할베요~ 지발....으으응~ 너무 답답하단 말이래예~”
“참...이녀석... 허 헛... 좋아...그럼 잠옷을 꼭 입는걸로 하고...잘때만 그렇게 하도록 해..”
“히힛... 알았어예~ 우리 할베 최고데이~ 히힛..”
세미는 홍노인의 목을 감싸 안으며 뺨을 비벼대는 것이엇고
할아버지는 그런 세미의 행동이 너무나 귀엽고 이쁘기만 하다.
“할베요~ 내.....이뻐예?”
발목까지 오는 노란색의 잠옷을 입은 세미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 두 팔을 들어 보인다.
“오호~ 꼭 날아가는 잠자리 같구나......”
세미는 미리 펴 놓은 이부자리로 살며시 들어가서 할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히힛... 할베도 빨랑 누어예~ ”
“그래 그래~ 알았다... 어유~ 이녀석...손을 놓아야지...허 헛...”
홍노인이 못 이기는 척 세미의 손에 이끌려 잠자리에 들자
세미는 할아버지의 품안으로 쏘옥 파고 들었다.
“내는 할베가 꼭 안아주믄 좋드라... 히힛...”
“이렇게? 후후훗... 어디...으쌰~”
“우으읍...수..숨막혀예... 으읍...”
홍노인이 장난스럽게 꼭 끌어안자 세미는 얼른 할아버지를 밀쳐버린다.
“에이~ 그란게 어딨어예? 기냥 꼭 안아주믄 되는데...”
“허 허 헛...그래... 그럼 다시...”
세미는 포근히 감싸주는 할아버지의 품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하 하 하 함~ 아 흠~ 아우~ 자부러워~ 내는 할베하고 더 놀고 싶은데....아 함~”
낮잠을 자지 않았던 세미는 할아버지의 곁에 눕자말자 하품을 하기 시작했고
눈을 수 없이 깜빡이는가 싶더니 이내 꿈나라로 빠져들어 버린다.
홍노인은 잠들어버린 세미를 바라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보면 볼 수록 귀엽고 예쁜 아이다.
맑고 티없는 아이, 천사를 닮은 순수한 아이다.
세미와 같이 있다가 보면 자신도 모르게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고
모든 것이 아깝지 않고 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세미를 바라보고 있는 홍노인은
어젯밤 일들이 생각나자 가슴 한 곳에는 두근거리는 것을 느낀다.
“휴우~ 내가 왜 이러지? 어휴~”
홍노인은 세미에게 등을 돌리면서 수없이 자책을 해 보지만
몸은 마음과는 달리 자꾸만 세미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홍노인은 다시 돌아 누우며 잠들어 있는 세미의 엉덩이에 손을 살며시 올려보았다.
역시 잠들어 있는 세미는 깨어날 줄을 모른다.
홍노인은 손을 올려 놓은 채 한동안 가만히 있는가 했더니
그 손이 다시 움직이며 무릎까지 올라가 있는 잠옷을 슬며시 들추어 올렸다.
햇볕에 그을려 구릿빛이 된 세미의 엉덩이가 무척 건강해 보인다.
홍노인은 세미를 바로 눕히며 고사리처럼 작고 귀여운 손을 잡더니
살며시 끌어당겨 자신의 아랫도리 위에 올려놓았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작은 손이지만 홍노인의 가슴은 마구 뛰는 것이었다.
홍노인은 세미의 작은 손을 덮은 채 자신의 거시기를 잡을 수 있게 살짝 힘을 주었다.
“으 으 으 음~%^&* 아 아 음[email protected]%#^^^&& 으음~”
잠꼬대처럼 세미의 입에서 무슨 소리를 중얼거리는가 싶더니
아랫도리에 올려진 손이 꼼지락거리며 홍노인의 그곳을 움켜잡았다.
“으흐흐흡... 흐흣...”
그 순간 비록 발기는 되지 않지만 짜릿한 느낌이 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이었고
홍노인은 그 느낌만으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홍노인은 세미의 손을 살며시 떼더니 일어나 불을끄고 다시 자리에 누었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세미의 손을 조금 전처럼 아랫도리에 가져가더니
아이의 몸을 끌어 안으며 볼에다가 입술을 대어본다.
향긋한 비누 냄새가 코끝을 스치며 부드라운 아이의 살결이 입술에 느껴진다.
“으 흐 흐 흐~ 흐 흣...휴우~~~”
홍노인은 떨리는 호흡을 내 뱉으며 긴 한숨을 곁들인다.
발기되지 않는 아랫도리, 그리고 겨우 새끼 손가락 하나만이 들어가는 아이,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는 아이에게서 무엇을 느끼는 걸까?
세미의 몸을 얼마동안 끌어안고 있던 홍노인은
두 팔에 힘을 풀어버리며 아이를 품안에서 떼어 놓았다.
날이 환하게 밝아 창문으로 들어 온 햇살이 세미의 얼굴에 비친다.
“으 으 으~ 흐으~ 하...할베.....어엇...”
몸을 뒤척이던 세미가 눈을 떳으나 옆에 있어야 할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에이~ 내가 늦잠을 잤는가벼.... 으 으 으~”
세미는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방문을 열고 나가 봤으나 할아버지는 보이질 않았다.
“어어!! 어데 갔제? 할베요........할베....어어?????”
할아버지는 어제 세미의 방이라고 일러준 방에서 사가지고 온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우 히 히~ 내는 할베가 어데 간줄 알았어예........히 히~”
“녀석...실컷 잤는가 보군... 허 허~ 그래 잘 잤어?”
“야아~ 아 하 하 함~ 할 베 에~”
세미는 방에서 나오시는 할아버지의 품으로 쪼로로 달려가 안겨버린다.
“허헛...녀석... 이번 주는 그냥 할아버지랑 놀고 월요일부터 세미도 학교에 가야지...”
“어어......그라믄 내도 학교에 댕기는거래예? 와아~ 히힛...”
“그래... 학교에 다녀야지... 세미 넌 학교에 다니는게 좋으냐?”
“그라므요~ 내는 학교 댕기는거 얼마나 부러벘는데예....”
“어휴~ 저런... 쯪쯪...... ”
세미는 학교에 간다는 소리를 듣자 가슴이 마구 뛰었다.
몇 년전 입학을 해 봤던 세미였지만 1년도 채 다니지 못하고 그만 두었던 학교,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까지 한글 조차 깨우치지 못한 세미는
학교란 것이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아침을 먹자 할아버지는 세미를 부르더니 잠시 다녀 올 곳이 있다고 했다.
“어데 가는데예? 차도 안타고...........”
“으음~ 그냥 이렇게 걷는거야....... 후 후~”
“히 히~ 내는 할베하고 같이 댕기니께.... 디게 좋데이.....히힛...”
홍노인의 손을 잡은 세미는 토끼처럼 팔짝팔짝 뛰면서 마냥 신이났다.
- 다음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