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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 단편3장



이 놈들은 이런 류의 놀이를 많이 해 본것 같았다. 서로 박자가 잘 맞아 들어가고 있었다. 평득이가 여자의 항문을 그리고 사토가 여자의 보지를, 그리고 사사끼는 여자의 입을, 마치 아주 잘 숙련된 사람들같이 박자를 맞추어 정희를 마음껏 농락하였다. 정희도 이런 상황에서 쾌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거부하는듯한 몸집이었지만, 이내 익숙해져서 그들의 움직임에 같이 박자를 맞추고, 입에서는 자지를 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렇게 네 명의 남녀는 여균의 존재따위는 까맣게 잊고 섹스에 몰두하고 있었다. 하긴 정희에게 이런 상황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 뭐라 할 게 없다. 여균 자신도 지금 자신의 처지와는 정반대로 여균의 자지는 발딱 서 있었으니. 자신을 고문했던 짐승같은 놈들이 자신의 아내를 강간에 윤간을 하고 있는 마당에 이 철모르는 자지는 발딱 서서 어쩔줄을 모르고 있으니. 녀석들이 움직임이 빨라졌다. 절정에 다다른 모양이다. 평득이의 움직임이 빨라 졌다. 이내 아래에서 박고 있던 사토도 빨라 졌다. 사사끼는 아내의 얼굴을 마구 잡아 당겼고, 정희는 입안 깊숙히 들어오는 자지에 목젖이 닿는지 연신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지만, 그래도 자지를 빠는 짓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드디어 세놈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파정을 했다. 사사끼는 정희의 입에 사정을 했다. 정희의 입에 사사끼의 정액이 흘러 나왔다. 평득이도 정희의 똥꼬에서 자지를 빼냈다. 평득이의 자지에는 허연 정액과 약간 노란색의 이물질이 묻어 있었다. 평득이도 또 다시 정희의 입에 자지를 갖다 대었다. 사토도 정희의 보지에서 자지를 빼서 정희의 입에 물려 주었다. 이제 정희의 입에는 방금 정액을 발사한 세 개의 자지가 그 허연 좆물을 번득거리며 서로 교대로 물려 있었다. 정희는 그 세개의 자지를 골고루 빨아 주었다. 평소 여균의 자지도 입으로 잘 빨아 주지 않던 수줍던 그녀가 지금은 보지와 똥꼬에서는 하얀 정액을 흘러 내리며, 입으로는 세 개의 자지를 빠는 모습을 보니, 자기가 평소에 알던 그 아내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득이가 여균을 바라 보았다. 여균은 이내 눈을 감았다. 마치 자기가 자고 있었던 것처럼. 평득이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비쳐졌다. "이봐, 당신 남편이 당신 모습을 보고 흥분한 모양인데. 저 좆만한 자지가 발딱 섰는데." 평득이는 정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 이제 당신 남편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어. 자, 저기 가서 당신 남편 자지를 빨아줘, 어서. 자, 개처럼 기어서, 어서" 순간 정희는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개처럼 기어서 여균의 앞으로 왔다. 그 새하얀 엉덩이를 요염하게 흔들며 여균의 앞으로 와서 여균의 자지를 물었다. 여균의 자지는 아까부터 벌떡 서 있었다. 그런 여균의 자지를 정희가 빨아 주었다. 정희가 입속 깊숙히, 여균의 자지를 모두 빨아 들였다. 불알까지도 다 삼켜 버릴수 있을 정도로 깊게 빨아 들였다. 정희와 여균의 첫날밤은 참으로 평범했다. 이제 열다섯, 열일곱살의 처녀 총각이 첫날밤을 치루는 것을 보겠다고 동네 아낙들이 한바탕 수선을 떨고 간 직후, 여균은 조심스럽게 어머니가 가르쳐 준데로 신부의 쪽두리를 벗기고, 저고리를 벗기고 치마를 벗기고. 그리고 자신의 인도로 이불속으로 들어 갔다. 생전 처음으로 접하는 여인의 하얀 속살, 그 속살 내음으로도 이제 갓 피어난 여균의 자지는 최고조로 벌떡 서 있었다. 자지끝이 아플 정도였다. 자지끝에서 금방이라도 정액이 발사될 것 같았다. 여균은 신부의 옷을 모두 벗겼다. 이제 막 자지에 털이 나서 엷은 색의 좆털이 자지위쪽을 덮은 여균과 달리 정희는 제법 검은 털이 보지를 뒤덮고 있었다. 나이가 겨우 두 살 차이지만 이제 소년티를 벗어난 여균과 달리 정희는 처녀티가 완연했다. 또한 정희의 봉긋 솟아 올라 있는 가슴은 여균이 어릴때 파묻고 지내던 어머니보다 더 크고 더 풍성해 보였다. 여균은 그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 가슴에 얼굴을 묻으니 세상에 남부러울 것 없이 편안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정희의 보지를 만졌다. 정희는 아직도 부끄러워 어쩔줄 모르지만, 어머니와 언니로부터 들은데로 신랑이 잘 하도록 편안한 자세로 신랑을 맞이해 주었다. 여균이 난생 처음으로 만져 본 여자의 보지는 정말 오묘했다. 검은 털이 뒤덮혀 있고, 그 털사이로 살이 찢어진 틈이 있고, 그 틈사이를 만져보니 조그만 구멍같은게 있는데, 그 사이에서 진득진득한 물이 계속 흘러 나오고. 여균이는 신부의 보지를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아직은 그럴때가 아닌것 같아서 꾹 참았다. 대신 신부의 손을 잡고 신부의 손을 이끌어 자기 자지에 갖다 대었다. 정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의 벗은 몸을 보았고, 어른 남자의 자지를 보았다. 여균이의 자지는 큰 편이 아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10센티가 겨우 넘어가는 수준이었고, 어린 시절 동네에서 발가벗고 물놀이를 하면 다른 아이들의 자지에 비해 조금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밤을 치룰때도 이제 겨우 세치(9센티)를 넘어가는 수준이었지만, 정희가 그날 저녁에 만진 자지는 세상 그 어느 자지보다 큰 자지였고, 정희는 그렇게 알고 살아 왔다. 여균의 자지는 생전 처음으로 아리따운 여인의 손을 맞이하자 겉잡을수 없이 팽창해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부드러운 여인의 손이 자신의 자지를 수줍게 만져 주자 자지가 어쩔줄 모르고 커졌다. 더구나 자신은 이 여인의 성숙한 보지를 만지고 있으니. 여균이는 마음이 급해져 신부의 배위로 올라갔다. 신부의 배위에 올라가니 그 따뜻한 몸을 느낄 수 았어 더욱 흥분되었다. 여균은 손으로 정희의 보지구멍이 이쯤 있겠다 하고 어림짐작으로 잡고 자기의 자지를 들이댔다. 너무 어려웠다. 구멍을 찾을 수 없었다. 여균은 다시 시도를 해보았다. 그러나 자지는 보지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여균의 자지는 부드러운 여인의 사타구니살에 자구만 스치자 어쩔줄을 모르고 있다. 그러다, 여균은 자기 몸이 둥 뜨는 그런 기분을 느꼈다. 자기의 자지끝에서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짐을 느꼈다. 여균의 자지는 정희의 보지를 찾아 들어가기도 전에 정희의 아랫배에다 그만 싸고 만 것이다. 여균의 자지를 빨고 있는 정희의 뒤로 다시 평득이가 다가오더니 다시 자지를 푹 박았다. 평득이의 자지는 크기도 여균의 자지보다 거의 두배가까이 크고, 정력도 엄청나게 센가보다. 벌써 두번이나 싼 것 같은데 벌써 커져서 정희의 보지에 다시 박아대니. 평득이가 뒤에서 박아대자 정희는 여균의 자지는 자동으로 정희의 입안에서 펌프질이 되었다. 순간 여균은 첫날밤 그랬던 것처럼 자기의 의지와는 딴판으로 정희의 입에 사정을 하고 말았다. 정희의 입가로 정액이 스며 나오는 것을 보고 평득이가 큰소리로 웃었다. "자지도 좆만한 녀석이 싸기도 정말 빨리 싸네. 그래 가지고 사내 구실이나 하겠나?" 여균은 그런 평득이의 말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다. "이제 네년은 저런 자지로는 만족을 못할걸. 이제 내 자지밑에서 박아달라고 빌어대는 음탕한 개로 변할거다." 평득이는 아내의 보지를 마구 찔러 댔다. 정희의 표정은 이상야릇해졌다. 남편앞에서 다른 남자의 자지를 받아들이는 자신의 처지와 보지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쾌감의 끝자락에서 방황하는 여인의 모습이었다. 평득이는 정희를 뒤에서 박은체로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정희가 엎드려 있고 누워 있던 책상위로 데려가 거기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여균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서 정희의 보지를 마음껏 찔러 댔다. 평득이의 거친 뒷치기에 정희의 얼굴은 아까의 이상야릇한 표정에서 확실히 쾌감에 물든 표정으로 바뀌었다. 평득이는 한참동안 정희를 유린하더니 정희의 보짓속에 다시 정액을 쏟아냈다. 정희의 입가와 보지, 똥꼬에는 누구의 정액인지도 모를 허연 액체들이 잔득 묻어 있다. 정희의 보지에서 자지를 뺀 평득이는 아직도 정희를 놔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평득이는 옆에 놓여 있던 다듬이방망이보다 더 큰 몽둥이를 들었다. 그리고 그 몽둥이를 정희이 보지와 똥꼬에 문지르며 거기에 묻어 있는 정액을 듬뿍 발랐다. 그리고 정희의 보지에 그 엄청난 굵기의 몽둥이를 밀어넣기 시작했다. "이제 네 보지에는 이 정도가 들어가줘야 좋을거다." 정희는 자기 보지위에 들어오는 이물질에 놀랐다. 피하려고 발버둥을 쳐봤지만, 이내 평득이는 정희의 허벅지와 복부에 주먹을 날렸다. 허벅지와 아랫배에 느껴지는 통증으로 인해 정희의 몸이 다시 늘어졌고, 그런 정희의 보지를 평득이는 몽둥이로 마음껏 유린했다. 사토와 사사끼는 다시 여균이에게 시인할 것을 종용하며 다시 몽둥이로 때리기 시작했다. 5평정도 되는 취조실은 흡사 지옥과도 같았다. 여균이와 정희를 괴롭히는 그 놈들은 야차와도 같았다. 묵묵히 여균의 몸을 때렸고, 이미 저항감도 잃어버린 정희의 보지와 똥꼬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때리다 지치면 정희를 괴롭혔고, 정희를 괴롭히다 여균을 때리는 반복된, 기계와도 같은 시간이 흘렀다. 정희는 이 세 남자와 몇번의 섹스를 했는지 셀 수도 없었다. 정희의 보지와 똥꼬는 벌겋게 부어 올랐다. 여균의 시인이 없었음에도 여균의 조선청년동맹의 중간 조직책 활동 혐의로 국가내란죄로 피소되었다. 이미 만주로 도망간 이형식은 조선청년동맹이라는 불법단체를 조직한 괴수로 전국에 지명수배됨과 동시에 궐석재판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여균뿐만 아니라 여균과 같이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 대부분이 크고 작은 죄로 경성으로 이송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다. "대동아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이런 중대차한 시기에 천황폐하의 뜻을 저버리는 반역행위를 서슴치 않는 이들을 바라 보며 황망한 마음 그지 없습니다. 피고들은 사회체제를 부정하는 불법단체를 조직하여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고 밖으로는 적들과 내통하여 국가혼란을 조장, 천황폐하의 위대한 국가를 전복시키려 한 중대차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따라서 본 검사는 피고 이형식에게 사형, 피고 정여균에게 무기징역, 피고 김정익에게 무기징역,,,, 피고 김형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하는 바입니다." 결국 여균은 판사로부터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여균은 법정을 둘러 보았다. 저 멀리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다. 어머니 옆으로 여균의 둘째부인인 소이가 보였다. 불쌍한 여인. 가난한 집안에서 첩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는 것때문에 꽃다운 나이에 첫째부인도 아니고 둘째부인으로 시집와서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일을 당한 여인. 자기때문에 그보다 더한 고통을 당한 정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균은 서대문 형무소에 갇히는 몸이 되었다. 징역 20년. 서대문 형무소에서 5년이상을 버틴 정치범이 없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네 배에 해당하는 20년. 이 작은 독방에서 20년을 지내야 한다. 어머니와 소이가 면회를 왔다. 여균은 의외로 담담했다. 오히려 어머니의 건강을 더 걱정했다. 아버지는 그 일 이후로 자리를 보전하고 누워 계신다고 한다. "어머니, 죄송해요. 저때문에 아버지 건강도. 어머니도 건강조심하세요." "우리 걱정일랑 말아. 네 처가 요즘엔 더 고생한다. 집안 살림에 너희 아버지 병 수발까지." 그러고보니 정희가 보이지 않는다. 어머니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런데, 네 처 말이다, 큰일이다. 그날 잡혀간 이후로 아직까지 들어 오지 않고 있다." "예?" "그날 새벽에 끌려간 뒤로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아무리 수소문해봐도 찾을 길이 없구나. 이를 어쩌나." "거기에서도 모른데요?" "가서 물어보니 거기에 온적도 없다고 하던데." 아니, 분명히 그날 끌려와서 하루종일 모진 고문에, 남자의 좆물받이가 되고. 그 수모를 모두 겪었는데 거기에 온 적이 없다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이 느껴졌다. 수감 생활을 힘들지 않았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라도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맑아졌다. 그동안 읽지 못한 한학책도 읽었다. 그동안 읽지 못한 각종 영문책도 구해서 읽었다. 정치범들은 통상 노역을 시키지 않는다. 일반 수감자와는 다른 시간대에 산책을 시켜주는게 하루에 밖으로 나가는 시간의 전부이다. 추운 겨울이 지났다. 살을 에는듯한 추운 겨울이 지났다. 한여름의 복더위가 찾아 왔다. 초복이 지났다. 중복이 지났다. 말복이 되었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여균이가 풀려난 것이다. 이제 겨울 1년도 옥살이를 안했는데. 드디어 일본이 패망한 것이다. 천황의 무조건 항복으로 인해 조국이 해방을 맞았고, 여균이도 자유의 몸이 되었다. 여균이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을때에는 아버지의 병세가 많이 호전되었고, 그래도 건강하게 돌아온 외아들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까지 되었다. 여균의 집안이야 워낙 지역에서 인망도 깊고, 더구나 여균이 거짓으로 엮어진 일이지만, 나라를 위한 일을 하다 옥살이를 했기에 더더욱 그 지역에서 존경을 받는 몸이 되었다. 여균의 집안은 가진 재산을 어느 정도는 보존을 하고 있었기에, 해방과 함께 평안한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소이가 아이를 낳은 것이다. 여균이 풀려 난 후 꼭 1년만의 일이었다. 집안에 경사가 났다. 소이는 이제 정실이나 다름없었다. 정희는 해방이 된 지금도 행방이 묘연하다. 그동안 여균에게도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 건준이다 연청이다 해서 해방후 생겨난 여러가지 단체에서 서로 여균을 데려가려 했다. 독립운동을 하다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지, 집안도 훌륭하고 재산도 충분하지, 어디 하나 나무랄데 없는 여균은 그런 단체에서는 꼭 모시고 싶은 인물 1호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여균은 다 싫었다. 그런 것들과는 무관하게 살고 싶었다. 여균은 다니던 학교도 마쳤다. 그리고 다시고향으로 내려와 아버지와 상의하여 읍내에 학교를 세웠다. 재산을 일부 기부하고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함께 학교를 세워 후학을 도모하기로 했다. 자신이 배운 학문을 어린 제자들에게 쏟아 부었다. 자신과 같이 재판을 받았던 동지(?)들은 모두 현실에 참여를 했다. 건준이다, 연청이다, 건청이다 해서 모두들 참여했다. 그리고 몇몇은 새로 들어선 정부에 참여를 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일어 났다. 남한에 남한만의 단독정부가 생겨났고, 나라의 큰 어른이 돌아가셨고. 또 반민특위라는 단체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기도 하고. 그러나, 여균이 사는 지역에까지는 그런 정치적인 소용돌이가 몰아치기엔 너무 멀었다. 그렇게 행복하게만 살고 있던 1949년의 어느날 밤이었다. 여균은 이제 세돌이 막 지난 어린 아들의 재롱을 보며 한가로이 지내던 밤이었다. 집앞에 웬 검은 짚차가 섰다. 그리고, 여균에게 같이 가줄 것을 요구했다. 여균은 별 생각없이 그들과 동행을 했다. 여균이 탄 차는 두세시간을 꼬박 달려 어디론가 도착했다. 오는 길에 검문소를 몇군데 지났지만, 오히려 그가 탄 차에게 깍듯이 경례를 하며 길을 터 주었다. 여균은 어떤 건물에 내려 꼬불꼬불한 사무실 복도를 지나 작은 방에 앉혀 졌다. 어딘가 모르게 분위기가 낯설지 않은 그런 방이었다. 네평 남짓한 방에는 가운데에 책상이 놓여 있었고, 한편에는 간이침대가 있고, 또 한편으로 작은 욕조와 이상한 도구들이 있고. 기억 저편에 낯설지 않은 구도의 방이었다. 그 방에 여균은 혼자 남겨졌다. 방안에 30촉 백열구만이 흔들렸다. 한 두세시간이 지났으려나. 누군가 방으로 들어 왔다. 짧은 머리에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정여균씨" "예. 제가 정여균이오만." "경력이 화려하시군요. 지금은 시골 중학교 교장선생님까지 하고 있고." 그는 뜸을 들였다. "우리, 빨리 끝냅시다. 지저분하게 질질 끌지 말고 빨리 끝냅시다. 남자답게." "예?" "이형식이를 알죠?" 이형식, 여균의 대학교때 친구이자 해방전에 여균에게 뜻밖의 선물을 선사했던 그 이형식을 물론 안다. "예. 제 학교때 친구입니다." "그렇지요. 학교때 친구이기도 하고, 평생 동지이기도 하죠." 이형식이 평생동지라. "이형식이를 최근에 만난 적이 있습니까?" "이형식을 못본지도 5년이 넘었고, 그의 소식도 모릅니다." "어허, 왜 이러시나요? 이형식은 해방이 되자 북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북한노동당에 참여했고, 당 서열 20위이내에 드는 전도유망한 청년이 되었죠. 그리고, 그가 이번에 자신의 옛 조직을 이곳 남한땅에 다시 세우려는 비밀 공작을 하고 있음이 우리 요원에 의해 감지가 됐고." 아니, 이형식이 해방이 되고 남한으로 안 오고 북한으로 갔단 말이야? "나는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다만,"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그 사내의 발길이 여균의 가슴팍을 때렸다. 그리고, 여균은 의자에 앉은 체로 뒤로 벌렁 넘어지고 말았다. "역시 소문데로 독종이구만, 신사적으로 하려고 했더니 안되겠네." 그는 여균을 노려보았다. 그때 문이 열리고 세 명의 사내가 들어왔다. 조금 전, 그 사내는 새로 들어 온 사내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 "과장님, 역시 과장님말씀데로 독종이 틀림없는데요." 그 과장이라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 왔다. 어디선가 본듯한 그 얼굴. 아니 저 얼굴은 마사오. "아니, 너는 마사오." "후후, 마사오라니. 사람을 잘 못 보신것 같은데. 난 빨갱이잡는 특수수사과장 조평득이오." 아니, 그때 그를 그렇게 괴롭히던 마사오는 다시 조평득이라는 이름으로 그 앞에 다시 섰다. "우리 오래 끌지 맙시다. 당시 당신이랑 같이 조선청년동맹을 조직했던 인물들은 모두 북한 노동당의 이형식이를 중심으로 다시 뭉쳐 남한의 혼란을 조장하는 단체로 재구성하려는 음모가 발각되었소. 조선청년동맹의 핵심간부인 당신이 이형식을 만난 적이 없다? 그 누가 믿을까? 두달전에 남한에 왔다가 돌아간 이형식이가 당신을 만나지 않고 과연 누굴 만났을까?" 이게 또 무슨 소리일까, 여균은 5년전에 자기 몸에 일어났던 그 소름이 다시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너같은 빨갱이 녀석에겐 말이 필요없어. 몽둥이가 최고지." 조평득의 그 말에 그 옆에 있던 사내 둘이 여균의 옆구리를 끼고 끌고 갔다. 그리고, 옷을 모두 벗기고 벽쪽으로 끌고가 여균의 팔다리를 묶었다. 여균은 자신의 팔다리를 묶는 그들의 얼굴을 언뜻 보았다. 그들은 놀랍게도 사토와 사사끼였던 것이다. 사토와 사사끼는 잘 훈련된 개처럼 발가벗기워져 팔다리가 묶여진 여균의 몸에 몽둥이를 퍼붓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맞던 여균에게 조평득이 다가왔다. 조평득은 여균이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이봐, 어차피 너는 판사앞에 끌려가게 되어 있어. 괜히 고생하지 말고 순순히 우리 얘기에 따르는 게 낫다는 것을 네가 더 잘 알지 않아?" 그의 얼굴에는 비열함이 감돌았다. "네 둘째 마누라도 여기에 불러 줄까?" 그의 몸은 5년전의 악몽으로 몸서리가 쳐졌다. 그런 그의 몸위로 사토와 사사끼의 몽둥이가 마구 떨어 졌다. 여균은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은 여균의 얼굴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이봐, 네가 궁금한게 하나 있을텐데." 여균의 그의 짐승같은 눈을 쳐다보았다. "네 아내 김정희가 어디에 있을까?" 그와의 악연은 왜 이리도 길까? "네 아내 말야. 그 몸을 해가지고 어딜 가겠어? 평생 네 자지만 보고 살겠어? 아무래도 우리 자지가 그리웠는지도 모르지. 제발로 걸러 들어오더군. 우리 집에서 가정부로 데리고 있지. 그리고, 심심할때마다 우리들의 좆물받이로 쓰고 있지. 가끔 우리집에 오는 손님들에게도 주고. 모두들 좋아하지. 네 아내, 정말 색기가 철철 넘치거든." 여균의 얼굴은 이미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순간 조평득과 사토, 사사끼에는 비열한 웃음이 쓱 스치고 지나갔다. "자, 빨리 빨리 하자구. 안 그러면 네 둘째 마누라는 저기 사토, 아니 이동호의 마누라로 줘 버린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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