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부장은 회의실로 향하며 방금 전에 본 안정수 사원의 아내를 떠올린다. 서서히 무르익는 그녀의 여체를 보고 있자니 자신도 모르게 침이 넘어간다.‘이것 참 이번에도 사고 치면 안 되는데.’사실 이번에 새로 이 부서로 발령 받은 이유가 전 부서에서 워낙 여직원들에게 추근대서 항의도 많이 들어왔지만 사원의 아내와 바람피우는 걸 들키는 바람에 인사발령이 난 것이다. 그것도 가는 곳마다 그런 사건이 터지니 회사 입장에선 해고할 만한데도 그를 데리고 있는 이유는 그가 물어오는 계약은 규모도 그렇지만 건수도 상당하다.회사에서도 더 이상 사…
정나은이 문을 열고 먼저 들어선다. 김우영은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가며 조용히 현관문에 잠금장치를 건다. 철컥하는 현관문의 잠금장치 소리가 울려 퍼지지만, 정나은도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자료가 있을 방으로 걸음을 옮긴다.“자료가 어떤 이름으로 되어 있는지 아시나요?”“아, 분명히…….”김우영은 대충 둘러대며 책상 위 어질러진 자료를 뒤지기 시작하는 정나은의 뒤태를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일정을 물어본다.“이거 죄송합니다. 아내 분께서도 출근하셔야 할 텐데. 시간 괜찮으신가요?”“오호호~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 회사는 느슨한 …
프롤로그어느 집이나 아침 풍경은 비슷하다. 바쁜 일상에 치이는 직장인들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맞벌이가 대부분인 젊은 부부들은 아침을 간단히 먹고 각자 회사로 출근할 준비를 한다.“이놈의 월요일은 왜 자꾸 찾아오는지.”“후훗! 월요일이 찾아오고 싶어서 찾아오겠어? 너무 뭐라 하지 마.”남편 안정수는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현관 앞에서 구두를 신으며 투덜대자 그 뒤에서 아내 정나은은 그런 남편을 달랜다.두 부부 모두 깔끔함이 묻어나는 정장을 입고 있는데, 아직 아내는 준비가 덜 된 것인지 겉옷 상의만 입지 않은 모습이다. 부부는 닮…
둥실둥실 떠가는 뭉게구름. 도시 어딜 가나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콘크리트 건물은 푸른 하늘을 가리고, 사람들의 답답한 마음을 더욱 옥죈다. “……하늘은 참 평화롭네.” 건물 사이로 보이는 작은 하늘에 위안을 얻기 위해 올려다보며 그 하늘에 닿길 바라는 듯이 뿌연 담배연기를 훅 내뿜어보는 이가 있다. 이 수많은 건물들에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각자의 일에 종사하며 드문드문 일에 지친 직장인들이 잠시 야외 휴게실로 나와 담배를 뻐금뻐금 피우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풍경 속의 직장인.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전쟁터에서…
시간이라는 것은 각각 상대적으로 느낀다. 어떤 이는 굉장히 빠르게, 어떤 이는 굉장히 느리게.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괴로운 시간은 느리게. 그렇기에 약속한 날까지의 시간은 각 3명에게 있어 서로 다르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누가 어떻게 느끼고 있던 시간은 착실히 흘러 약속한 날이 되었다. 금요일. 다음날 출근하는 사람들도, 주말을 잊고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도, 오히려 주말이기에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은 일주일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려는 듯 길거리는 활기로 넘치고 있다. 부드러운 황혼 …
서서히 깊어가는 밤.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던 소음이 더욱 크게 부각되는 마법의 시간. 안정수가 술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서며 두터운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어색한 거실의 공기를 한 번에 날려버리듯이 강타한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결코 작지 않음에도 정나은과 김우영은 각자의 생각에 빠져 있느라 입도 뻥긋 하지 않는다. ‘오늘따라 남편이 왜 그러지?’ 술을 마셔서일까? 평소보다 묘하게 다른 그의 행동에 정나은은 혼란스러워 제대로 된 사고가 안 된다. 남편이 데려온 상대가 김우영이라는 것도 한 몫 단단히 했지만 그의…
해가 떨어지고 어스름했던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진 시각. 어두워진 길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얼굴에선 평소보다 활기가 느껴진다. 오늘 밤을 꼴딱 지새워도 다음날은 쉴 수 있는 주말 저녁이기에. 오늘 밤을 길거리에서 하얗게 불태우는 사람도 있고, 집으로 돌아가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사람도 있다.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사람은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와 있는 걸 알려주듯 창문너머로 드문드문 새어나오는 불빛들. 그 불빛들 중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듯 불이 들어와 있는 한 집이 있다. “후우우…….” 피곤함이 절절이 묻어나는 여성의…
나뭇잎이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며 바스러지는 소리.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따뜻하게 내려쬐는 햇빛이 지친 몸을 흔들어 깨운다. ‘……음, 어라?’ 무거운 몸을 의식하며 강렬한 햇빛에 적응 안 되는 눈을 억지로 뜨며, 돌아가지 않는 머리에서 가늘게 뜬 눈동자가 인식한 풍경을 필사적으로 해석한다. ‘공원?’ 정나은은 축 처진 몸과 공원의 풍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자니 곁에 앉아있는 사람의 존재를 그제야 알아챈다. “……어? 어, 언제? 어떻게?!” 정나은은 곁에 앉아있는 김우영의 얼굴을 보자 그제야 화장실에 있었…
물줄기가 쏟아지는 소리와 자욱한 수증기가 가득 찬 화장실엔 그 물줄기를 머리부터 뒤집어쓰고 있는 한 여인이 있다. 어젯밤 딱 한 번이었지만 결국 그 한 번뿐인 정사에도 만족해버린 그녀는 정나은이다. ‘……피곤하다.’ 머리부터 끼얹어지는 뜨거운 물줄기가 피곤한 몸을 노곤하게 풀어준다. 어젯밤 샤워를 하고 잠들었음에도 남편보다 빨리 일어나 또 다시 씻는 이유는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그의 체취를 떨어트리기 위해서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서서히 농익어가는 유부녀의 여체를 꼼꼼히 스쳐지나가며 혹시 남아있을 그의 체취를 깨끗하게 …
적막하고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안방에는 깊고, 일정한 숨소리뿐만이 들려오고 있다. 이따금 부스럭거리는 이불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누군가가 잠꼬대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으, 으흠.” 목이 타는 듯 괴로움이 섞인 목소리가 안방을 울린다. 이에 호응하듯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사람이 깨어나는 듯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점점 잦아진다. 곧이어 짙은 어둠이 깔린 안방에는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부스럭거리며 침대 위에 사람의 그림자가 비틀거리며 앉는다. “……물.” 갈라진 목소리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 안방 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