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천중행 - 검 - 39편 (39/46)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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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천중행 - 검 - 39편 (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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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북궁후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노옥정을 닫히고 있는 석벽 을 향해 던지면서 그 반동을 이용하여 몸을 우측으로 퉁겼다.
요란한 쇳소리가 터지며 빛나간 검기는 또다시 석벽을 후려쳤는 데, 역시 이번에도 환마의 나직한 신음이 들리면서 그가 뒷걸음치 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북궁후는 가슴이 화끈하였다.
환마의 검기가 스친 것 같았다.
허 나 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석문쪽으로 전력을 다해 몸을 날 렸다.
그때 노옥정은 석문 밖 계단에 무사히 내려서고 있었음은 물론그 녀는 빙백신공을 전력으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쉭! 하는 옷자락 날리는 음향과 함께 북궁후가 계단으로 빠져나오 자 기다렸다는 듯이 십이 성의 빙백신공이 막 북궁후의 뒤를 쫓아 오고 있던 환마에게 무지막지하게 밀려갔다.
환마는 당황한 듯 급히 뒤로 후퇴하였다.
그는 삼 장 정도의 거리 를 두고 급급히 내려섰다.
그때 북궁후는 환마를 향해 천뢰수를 후려치고 있었다.
재차 몸을 날려 북궁후의 천뢰수를 피하는 순간 석벽이 닫히고 있 었다.
우르르릉! 환마는 황급히 몸을 날렸으나 그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석벽은 굳게 닫히고 난 뒤였다.
그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크아악!" 그는 갑자기 분노의 괴성을 지르더니 석벽을 향해 일장을 후려쳤 다.
허나 그는 곧 손목을 감싸쥐면서 비틀비틀 물러서고 말았다.
한동안 석벽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의 눈에 비로소 공포가 밀려오 기 시작했다. ■ 검 3권 제27장 심기(心機) 대 심계(心計)! ━━━━━━━━━━━━━━━━━━━━━━━━━━━━━━━━━━━ ① 안휘성(安徽省)으로 가는 수로(水路).
따스한 햇살을 받으면서 한 대의 화려한 유람선(遊覽船)이 흐르고 있었다.
유람선의 선창에는 한 명의 흑의서생이 수평선을 주시하 고 있었다.
그는 노옥정과 헤어진 북궁후였다.
그의 뇌리에는 이별을 슬퍼하는 노옥정의 눈물이 그렁그렁한 사슴 같은 눈망울이 떠올랐다. ...
소녀는 빙궁으로 갔다 다시 당신을 찾아 중원으로 나오겠어 요.
반드시....
노옥정은 그 말만을 남기고 떠났다.
북궁후 역시 가슴이 저려왔지 만 돌아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역시 해야 할 일들이 산 적해 있지 않은가? 단지 그 지하석실에서 있었던 그녀와의 짧지만 행복했던 순간만을 가슴에 간직한 채 그들은 기약없는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다.
북궁후는 상념을 떨쳐버리려는 듯이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 봤다.
눈부시게 맑고 청명한 하늘은 마치 그 가 웅지를 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눈에 이채가 번뜩였다.
저 멀리 황산(黃山)이 보이고 있었 다.
다음 순간 번쩍! 하면서 그의 몸이 대붕처럼 날아올랐다.
까마득한 창공으로 활짝 나래를 펴면서 날아오른 그는 이내 길게 포물선을 그리면서 황산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선창에 나와 있던 유람객들의 입이 떡 벌어지고 있었다.
황산.
안휘성 검현에서는 동북쪽이며 태평현에서 바라보면 남서쪽 에 자리잡고 있다.
태평현과 휴영현의 사이에 있으며 검산(劍山) 이라고도 한다.
산 높이는 수천길, 기봉준령들은 우뚝우뚝 구름을 뚫고 사시사철 백설을 뒤덮어 쓴 채 솟아 있었다.
거기에 깎아 세운 듯한 석벽이며 수백 길이 넘는 단애들이 사람의 접근을 불허하고 있다.
봉우리는 높고 구릉은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산이 바로 황산 이었다.
주봉은 천도봉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언화봉, 광명정을 끼고 거대 한 성벽(城壁)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성루(城樓)의 편액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천기신궁(天機神宮).> 무림을 놀라게 했던 그 어마어마한 축조공사의 실체는 바로 천기 신궁의 재건(再建)이었던 것이다.
이 천기신궁이 실체를 드러낸 순간 무림은 경악을 하고 말았다.
도대체 누구냐? 누가 천기신궁을 재건했단 말인가? 허나 천기신궁 은 침묵속에 신비롭게 문을 닫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다가올 폭풍전야를 맞이하는 질식할 것 같은 긴장같 기도 했는데....
천기신궁은 한낮의 햇살 속에서 그 현란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 다.
과거의 천기신궁을 오히려 능가하는 위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만리장성(萬里長城)처럼 세 개의 봉우리를 휘감고 있는 화강암으 로 만들어진 궁벽(宮壁)과 눈부신 햇살에 반사되어 은빛으로 빛나 는 무수한 전각(殿閣)들은 천자가 머물고 있는 자금성을 방불케 하였다.
지난 날 성역으로 받들어지던 천기신궁이 새롭게 건축된 것이었다. ■ 검 3권 제27장 심기(心機) 대 심계(心計)! -2 ━━━━━━━━━━━━━━━━━━━━━━━━━━━━━━━━━━━ ② 천기신궁의 후원, 우르르릉! 하는 뇌성을 토하며 백여 장 높이의 절벽에서 물기둥이 쏟아지고 있었다.
물기둥의 아래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웅덩이가 있었고 웅덩이에 서 소용돌이치던 물줄기는 한쪽 단애로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떨 어지고 있었다.
웅덩이의 한쪽에는 아담한 정자가 있었는데 한 사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헌데 그는 북궁후가 아닌가? 정자의 아래에는 두 명의 백의인이 공손하게 시립해 있었는데 그 들은 바로 승소진과 천낭중이었다.
천기신궁의 재건은 바로 북궁후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북 궁후의 지시에 따라 승소진은 금린대전장에서 전식솔을 이끌고 천 기신궁으로 이동해 온 것이었다.
더불어 이곳에서는 또 한 번 무림을 뒤집을 귀계(鬼計)가 시작되 고 있었는데....
이때 승소진은 곤혹스러운 시선으로 북궁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형, 그간 어디에 가 계셨습니까? 모두의 걱정이 대단했습니 다." 승소진은 질책하는 듯한 음성으로 북궁후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 다. "후후!" 북궁후는 미소만 머금을 뿐 입을 열지 않았다. "대형, 왜 말을 하지 않는 것이오?" 천낭중이 소리쳤다. "아랑은 대형 때문에 걱정이 되어 자리에 눕고 말았단 말이오.
그 런 병은 나도 고칠 수 없는 병이니 이제 대형이 알아서 하시오." 북궁후의 눈에 의혹이 스쳤다. "아랑이?" 승소진이 뭐라고 입을 열려는 천낭중을 제지하며 차분하게 말했 다. "그렇습니다.
대형이 그녀의 부친을 구하러 가서는 열흘 동안이나 소식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후후, 그럴 사정이 있었네.
헌데 나는 검마 뇌소천을 구해 이곳 에 보냈거늘 왜 걱정을 한단 말이지?" 북궁후의 말에 천낭중과 승소진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검마 뇌소천! 그가 아랑의 부친이었단 말입니까? 그, 그리고 그 에게 이곳으로 가라고 했단 말이오?" "그럼 오지 않았단 말인가?" 북궁후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때 한가닥 나약한 옥음이 후원으로 이어진 맞은편 누각의 난간 에서 들려왔다. "아! 대가, 정말 오셨군요." 한 소녀가 난간에 서 있었다.
아랑이었다.
그녀는 계단을 내려와 정자로 다가왔는데 넘어질 듯 비틀거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모습을 본 북궁후는 움찔하였다.
그녀의 몸은 며칠 사이에 깡말라 있었으며 핼쑥한 얼굴에는 병색 이 완연하였던 것이다.
그것으로 보아 그녀의 심적 고통이 어떠했 는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사슴처럼 덩그런 눈망울을 보자 북궁후는 가슴이 저려왔다.
아랑의 눈에는 이슬이 고여 있었다.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혹시 그들에게 당하지는 않았나 하 고!" "하하, 내가 누구요?" 북궁후는 특유의 짓궂은 미소를 흘리며 가슴을 폈다.
나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아랑이 문득 처연한 기색으로 주위 를 둘러보았다.
북궁후는 그녀가 대뜸 뇌소천을 찾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내심 침 음했다. '어찌된 일일까? 분명 이곳으로 가라고 했는데!' 북궁후 역시 뇌소천의 행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헌데 이때였다. "궁, 궁주님!" 돌연 밖으로부터 다급한 외침이 들려오지 않는가! "무슨 일이냐?" 승소진이 점잖게 소리쳤다. "저, 외궁의 입구에 만류교의 검마 뇌소천이 찾아와 궁주님을 뵙 겠다고 막무가내로...." 북궁후가 자리를 박차고 몸을 일으켰다.
예의 음성이 이어졌다. "철기령주님들이 막고 있으나 싸우러 온 기세는 아니었습니다." 북궁후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분을 이리로 모시시오.
이제 그는 만류교의 사람이 아니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번쩍! 하면서 정자 앞에 유령처럼 한 사내가 나타났다.
승소진과 천낭중은 움찔하면서 주춤 물러섰다.
사내의 전신에서 발산되는 무형의 예리한 기도에 의해 밀려난 것이었다. ■ 검 3권 제27장 심기(心機) 대 심계(心計)! -3 ━━━━━━━━━━━━━━━━━━━━━━━━━━━━━━━━━━━ ③ 나타난 사내를 보면서 북궁후가 빙그레 웃었다. "어찌된 일이시오? 왜 이제야 오신 것이오?" 그의 앞에는 검마 뇌소천이 서 있었다.
그는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넘기더니 입을 열었다. "음, 주인없는 집에 객이 먼저 올 수 있겠나...
해서 자네가 도착 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네." "음!"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북궁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뇌소천이 북궁후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아버지 노릇을 해야할 소 녀가 누구인가를 묻는 눈빛이었다. "아, 아버님!" 한쪽에 서 있던 아랑이 떨리는 음성으로 다가왔다.
뇌소천이 아랑 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랑의 눈에서는 연신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바로 저 소녀요.
아랑은 당신을 아버님으로 굳게 믿고 있으니 제 발....) 북궁후가 전음을 보냈다.
헌데 담담한 눈으로 아랑을 바라보던 뇌소천의 눈이 돌연 찢어질 듯 부릅떠지는 것이 아닌가! "너...
너는...! 그의 몸이 한차례 세찬 진동을 일으켰다. "너는...
닮았다!" 떨리는 음성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오오! 청아! 정...
정말이었구나!" 그의 음성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격앙되어 나왔다.
한편 뇌소천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던 북궁후의 내심에 감탄성이 터졌다. '으음, 멋진 연기다! 이미 내막을 알고 있는 나까지 속을 정도라 니!' "청아!" "아버님!" 헌데 뇌소천의 노안에 진정으로 굵은 이슬이 맺혀 있는 것이 아닌 가? 뇌소천이 고개를 홱 돌려 북궁후를 바라보았다. "이 아이는 진정으로 나의 청아이네!" 북궁후의 눈이 부릅떠졌다. "무엇이?" 승소진과 천낭중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 고 있었다. "아버님!" 아랑이 뇌소천의 품에 뛰어들었다. "아아! 북궁주! 이 아이는 정말 나의 딸일세!" 뇌소천의 눈에서는 연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 어찌된 일이오?" 북궁후는 도대체 믿을 수가 없었다.
뇌소천은 어린아이처럼 기뻐 하고 있었다. "아아! 이 아이를 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소.
바로 나의 잃어버 린 딸임을!" "어떻게 알 수 있었단 말입니까?" 북궁후는 침착하게 물었다. "간단하오.
이 아이는 모친을 판에 박은 듯 닮았기 때문이오.
나 는 처음 그녀가 살아 돌아온 듯한 착각을 느꼈소." "으음!" 북궁후는 침음을 터뜨렸다.
허나 단지 닮은 것만을 가지고 친딸이 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흐흐흐!" 뇌소천이 마치 그의 심중을 읽기라도 한 듯이 괴이하게 웃었다. "또 한 가지 확인할 길이 있네.
허나 나는 그것을 확인하지 않아 도 이 아이가 내 딸임을 확신하네." 아랑이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무엇이죠? 북궁대가는 아직도 우리를 믿지 않는 것 같은 데 아버님이 확인시켜 드리세요." 아랑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활짝 웃었다.
실로 아름다운 광 경이었다. "좋지, 좋아!" 뇌소천이 아랑을 안은 채 북궁후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의미심 장한 빛이 어렸다. "북궁주! 꼭 확인하고 싶은가?" 북궁후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책임질 수 있는가?" 뇌소천이 돌연 괴이한 질문을 던졌다.
북궁후는 그의 질문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 빨리 말하게.
자네가 이 아이가 청아임을 확인시켜 줄 수 있 느냐는 것일세!" "예? 그것은 노선배님이 확인시켜야 하는 것이지, 제가 어떻게 확 인시...." "아닐세.
이것을 확인하려면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북궁후가 입을 열었다. "제가 필요하다면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습니다만...." "됐네.
그 한마디면 족하네." 뇌소천이 빙긋이 웃었다.
그는 아랑을 보았다. "청아야." "예!" 뇌소천이 기이하게 눈을 빛냈다. "너의 단전 세치밑에 분홍빛 점이 세 개 있지 않느냐?" 순간 아랑의 전신이 부르르 떨렸다. "맞, 맞아요! 흑!" 아랑이 또다시 격동의 눈물을 흘리며 뇌소천의 가슴으로 파고들었 다.
여인의 깊숙한 위치에 점이 있다는 것을 과연 몇사람이나 알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은 진정한 부녀관계임이 분명했다. ■ 검 3권 제27장 심기(心機) 대 심계(心計)! -4 ━━━━━━━━━━━━━━━━━━━━━━━━━━━━━━━━━━━ ④ 북궁후는 불가사의한 인연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그가 어찌 짐작이나 했으랴.
가짜 부친을 만들어 온 것이 오히려 진짜 부녀상봉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와하하하!" 뇌소천이 대소를 터뜨리며 아랑을 힘껏 끌어안았다.
한동안 기쁨을 만끽하고 있던 그는 문득 대소를 멈추더니 북궁후 를 기이한 눈으로 보았다. "북궁주! 자네가 도와주어야 확인한다고 했으니 이제 자네의 일만 남았네." 그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하!' 북궁후의 얼굴이 붉어졌다.
뇌소천의 말뜻은 그가 곧 아랑의 옷을 벗겨 확인하라는 뜻인 것이다.
또한 이것은 사위가 되어 달라는 간청이기도 했다.
뇌소천의 품 속에 얼굴을 묻고 있던 아랑의 얼굴이 급격히 붉어졌 다.
그녀의 가슴이 마구 고동치고 있었다.
그녀로서는 엄청난 선 물을 한꺼번에 두 개씩이나 받은 셈이었다.
헌데 이때였다. "누가 남의 딸을 빼앗아!" 돌연 일진의 대갈이 뒤쪽에서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조금 전에 아랑이 있던 그곳 난간에 한 인물이 짐짓 노기 를 띠고 서 있었다.
투령신옹 추린이었다.
그는 분노한 표정으로 주먹질을 하고 있었으나 그의 눈에도 역시 아랑을 축복해 주는 기쁨의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는 순식간에 장내로 날아왔다. "아, 아버님!" 아랑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아버님? 나 말고 또 아버지가 있단 말인가?' 뇌소천이 새삼 추린을 살폈다. "아버님, 인사드리세요.
이분은 저의 아버님...." 아랑은 말하던 중 자신의 말이 괴이함을 느끼고 머뭇거렸다. "하하하!" "크크크!" 장내에서 일제히 요란한 대소가 터져나왔다. "제기랄! 누구는 아버지가 둘이나 되는데 나는 한 분도 없으니!" 승소진이 투덜거렸다.
또다시 박장대소가 터졌다.
뇌소천이 문득 추린과 승소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니, 그럼 두 분은 부자지간이 아니었소?" 승소진과 추린의 모습이 너무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이라고? 저렇게 못생긴 놈이 내 아들이 아니냐고?" 추린이 기겁하며 손을 흔들었다. "맙소사!" 승소진이 어이없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또다시 장내에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좋은 날, 그리고 좋은 하루였다.
허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하던가? 장내로 누군가 허겁지겁 달 려 들어왔다. "궁주! 큰일 났습니다!" 재옹 금명철이었다.
장내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돌려졌다.
금명철은 안색이 허옇게 질려 있었는데 장내에 낯선 인물들이 보 이자 머뭇거렸다.
북궁후가 입을 열었다. "개의치 말고 보고하시오.
가족들이니까." 그의 말에 뇌소천과 추린의 얼굴에는 감동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 다.
그들은 이제 북궁후로부터 신뢰를 받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 었다.
그들은 알아서 눈짓을 하더니 아랑을 데리고 순식간에 장내 에서 사라졌다.
금명철이 안심을 한 듯이 급히 입을 열었다. "화, 화령공자께서 무수한 격전 끝에 심한 부상을 입고...." "무엇이?" 승소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북궁후의 안색이 핼쑥해지면서 승소진을 돌아보았다.
승소진이 움찔하더니 감히 그를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는 것이 아닌가.
북궁후는 문득 불안한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화령이 어째 보이지 않는다고 했더니! 필시 내가 없는 사이에 뭔 가 일을 저지른 모양이구나!' 북궁후가 다그치듯이 소진에게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이냐?" 이때 피투성이가 된 화령이 몇몇 수하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들어 오고 있었는데 그는 돌연 북궁후의 존재를 느꼈는지 얼굴에 경악 의 빛을 떠올리더니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마치 큰 죄라도 지은 듯한 태도였다. ■ 검 3권 제27장 심기(心機) 대 심계(心計)! -5 ━━━━━━━━━━━━━━━━━━━━━━━━━━━━━━━━━━━ ⑤ 북궁후는 막상 낭패한 모습의 화령을 보자 대경실색했으나 다행히 외상(外傷)이 심하기만 할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자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질책하는 듯한 시선으로 승소진을 쏘아보았다. "소진, 화령이 어디에서, 무슨 짓을 하였느냐?" "대, 대형!" "무슨 일인데 말을 못하는 것이냐?" 승소진의 이마에서 진땀이 배어나왔다. "그, 그것이...." 승소진은 무슨 말인가를 할 듯 하다가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북궁후의 검미가 찌푸러졌다.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소진! 나에게도 숨기는 것이 있었단 말이냐?" "그, 그게 아니고...
화령은 기실, 천학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승소진이 쩔쩔 매며 겨우 입을 열었다. "천학장!" "예!" 천학장이라면 바로 북궁후의 집이 아닌가? "예, 대형의 부친의 안위를 염려하여 화령으로 하여금 그곳을 지 키게 했는데...
화령이 당한 것으로 보아 천학장에 변이 일어난 것으로...." 승소진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으음!" 북궁후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누군가 대형의 부친을 인질로 삼을 것을 대비해 화령을 시킨 것 인데...." 승소진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화령!" "예!" "천학장을 습격한 자들이 누구인 것 같으냐?" "만류교가 확실합니다." 화령은 북궁후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북궁후가 돌 연 나직이 웃었다. "후후, 화령, 미안해 할 것 없다!" "대, 대형!" 자신의 부친이 적에게 납치되어 갔다는 말을 듣고도 태연하기만한 북궁후의 태도에 화령은 놀란 눈을 들었다.
승소진 역시 죽을상을 하다가 의아해 했다. "후후, 그들이 납치해 간 사람은 나의 부친이 아니다!" 북궁후가 다시 자리에 앉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예? 허나, 제 눈으로 분명히 대인께서 잡혀가는 것을!" "하하하, 내가 그만한 준비도 없이 일을 시작할 것 같으냐?" 북궁후의 입에서 대소가 터졌다. "이번 일에 화령이 끼어드는 바람에 오히려 완벽하게 그들을 속여 넘기게 된 셈이군!" 승소진과 화령은 북궁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기실 나의 아버님으로 변장하고 있던 사람은 본궁의 옥기령주인 천경유사 제갈후이다.
승소진마저 속아 넘어갔다면 서문유허 역시 안 속을 수 없겠지!" "예에?" 승소진이 작은 눈을 한껏 크게 떴다. "그, 그럼 나는 그것도 모르고 가짜 대인을 지키라고 화령을 보냈 단 말입니까?" "하하하,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면 그들이 의심할 것이 아니냐? 소 진, 네가 나를 도와주었구나!" 북궁후의 말에 승소진의 입이 딱 벌어졌다.
진정 놀라운 심기가 아닌가! '대, 대형은!' 승소진은 내심 감탄과 경이의 탄성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하, 천경유사 제갈후, 그는 나의 아버님 못지 않은 대학자이 다.
또한 역용의 대가이기도 하지.
그들은 감쪽같이 속아 오히려 그들의 내부에 호랑이를 불러들인 셈이 될 것이다!" "나의 아버님이 무공을 모른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 아 니냐? 그들이 천경유사를 나의 아버님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자연 감시도 소홀할 수밖에 없을 터!" "천경유사의 능력이라면 그들의 금제 정도야 쉽사리 풀고 그들의 내부를 하나하나 파괴해 나갈 것이다!" "아아!" 화령은 언제 상처를 입었냐는 듯 벌떡 일어나 북궁후를 바라보았 다.
경이의 눈, 그리고 감복한 눈빛이었다. ■ 검 3권 제27장 심기(心機) 대 심계(心計)! -6 ━━━━━━━━━━━━━━━━━━━━━━━━━━━━━━━━━━━ ⑥ 달빛이 내리고 있었다.
천기신궁의 후원에 있는 정자 안에는 두 개의 그림자가 마주 앉아 있었다.
그들은 바로 북궁후와 승소진이 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오랜 시간을 밀담을 나누던 그들은 이윽고 결정을 본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잠시 후, 승소진이 정자에서 내려오더니 돌연 번쩍 몸을 날려 순 식간에 장내에서 사라졌다.
승소진이 사라진 장내에는 이내 깊은 침묵이 내려 앉았다.
은은한 달빛이 스며드는 정자 안에는 북궁후만이 홀로 앉아 있었 다.
그는 깊은 상념에 빠져 있는 듯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한동안 명상하듯 앉아 있던 북궁후가 눈을 뜨면서 천천히 몸을 일 으켰다. '후후! 이제 시작인가?' 그의 입가에는 신비로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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