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천중행 - 검 - 3편 (3/46)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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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천중행 - 검 - 3편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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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악동 북궁후는 승소진과 천낭 중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자못 묵직한 태도였으되 그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천낭중! 너는 내 말대로 폐뇨음마환이나 빨리 만들어 내라.
그리 고 승소진, 네가 할 일은...." 이내 북궁후의 입에서 음모(陰謀)의 전말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 다. "클클클!" "에구! 푸핫핫...!"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북궁후가 말을 마치자 승소진과 천낭중 은 배꼽을 쥐고 몸을 비비 꼬아대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들의 이런 태도로 보아 북궁후가 꾸며낸 음모는 실로 포복절도할 음모 임이 분명했다. ■ 검 1권 제2장 작은 하늘 -5 ━━━━━━━━━━━━━━━━━━━━━━━━━━━━━━━━━━━ ⑤ 잠시 후 승소진은 웃음에 지친 얼굴로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그런 후에 이러저러 한단 말이지?" 벌써 결과가 눈에 훤히 보인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때 천낭중이 내키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헌데 이건 우리가 좀 너무 하는 게 아닐까?"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승소진의 작은 주먹이 날렵하게 그의 옆 구리를 후려쳤다. "김새는 소리마라! 자식, 무른 호박같이 생겨갖고는...." 천낭중은 제법 야무지게 얻어맞은 듯 짐짓 엄살을 떨기 시작했다.
허나 승소진은 그를 무시한 채 다시 북궁후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보다 국원은 경계가 삼엄한데 어떻게 이 일을 해내지?" 천낭중은 금방 아픈 것을 잊고 눈을 둥그렇게 떴다.
북궁후는 입 꼬리를 올리며 묘하게 웃었다.
그의 대답은 너무도 간단했다. "아랑을 시키면 돼!" "아랑?" "아, 그렇군! 그 말괄량이를 잊었었군!" 그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북궁후가 재촉하듯 말했다. "자, 이제 행동개시다!" "후훗!" "흐헤헤...!" 악동 셋, 그들은 익살스러운 얼굴에 짓궂은 미소를 머금은 채 서 로의 눈을 찾았다.
그리고는 이내 각자 흩어져 가기 시작했다.
봄날의 화창한 햇살이 그들의 웃음 끝에 걸려 있는 그런 하루였 다.
토지묘(土地廟), 허름하기 이를데 없는 토지묘 위로 창백한 달빛이 비쳐들고 있었 다.
간간이 서늘한 바람이 잠든 수목을 흔들어 올 뿐, 사위는 고 요하기 이를데 없었다.
헌데 예의 낡은 토지묘 속에서 느닷없이 노기어린 음성이 터져 나 오지 않는가? "뭐, 뭐야? 네게 절을 하라고?" 느닷없이 버럭 소리를 지른 사람은 바로 경자혁이었다.
희미한 어둠 속, 경자혁의 앞쪽에는 더벅머리의 천낭중이 먼지 속 에 나뒹굴고 있는 토신상(土神像) 위에 터억 정좌해 있었다.
일개 점소이가 금릉 최대의 갑부인 도왕 경자혁 앞에 이런 자세로 앉아 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것은 정녕 천낭중으로서는 꿈속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 다.
허나 그는 하고 있었다.
바로 소야 북궁후가 있기 때문이었 다.
경자혁은 분노에 거구(巨軀)를 부들부들 떨었다. "으으...
네 놈이!" 허나 천낭중은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태연히 입을 열었다. "이건 아드님을 고쳐드리는 대가요.
경대인!" "놈!" 목청이 갈라 터지는 듯한 호통과 함께 경자혁의 솥뚜껑만한 손이 천낭중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그 상태에서 경자혁은 스스로 분 노를 못이겨 부들부들 전신을 떨었다.
일순 천낭중의 낯빛이 허옇게 질려 버렸다.
경자혁이 손에 조금이라도 힘을 가하면 그야말로 소리없이 죽을 상황이 아니겠는가! 허나 오기랄까...? 천낭중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그 순간 오히려 내심 한 가지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후후, 소야, 나는 꼭 이자의 절을 받고 말겠다!' 천낭중은 계속 경자혁의 눈을 똑바로 직시했다.
동시에 그는 태연 히 미소를 머금었다.
이렇게 되자 오히려 그의 목을 움켜쥐고 있는 경자혁은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점차 그의 손에서 힘이 빠져 나갔다. '으으! 내가 일개 점소이 놈에게 우롱당하다니! 하지만 어쩌겠는 가? 아들 놈의 목숨을 내 체면과 바꿀 수는 없으니!' 잠시 후 경자혁은 슬그머니 손을 놓으며 천낭중을 쏘아 보았다. "진정 네가 내 아들의 병을 고칠 수 있단 말이냐?" 천낭중이 목을 이리저리 갸웃거리며 기분 나쁘다는 듯 투덜거렸 다. "내 이름이 왜 천낭중인 줄 아시오?" "...?" "하늘의 곪은 상처도 낫게 한다고 해서 천낭중이오!" 천낭중, 사실 그 이름은 천낭중 스스로 붙힌 이름이었다.
본래 고 아로 태어나 자신의 이름조차 몰랐으나 천하제일의 의술대가(醫術 大家)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것이다. "끄응!" 경자혁은 짓눌리는 듯한 신음성을 토했다. '참자, 참아! 그까짓 절 몇번...
미친 개에게 물린 셈치지.
그보 다 만에 하나 보는 사람이 없어야 할텐데....' 경자혁은 슬그머니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어두운 밤 에 후미진 토지묘를 누가 찾아 오겠는가.
다소 안심한 경자혁은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떼었다. "좋다.
네 녀석의 요구대로 하겠다.
대신 병을 못고치면 네놈 은...." "하하, 그런 염려는 안해도 될 거요.
대신 황금 십만 냥이나 준비 해 놓고 기다리시오." 천낭중은 태연히 내뱉았다. "황, 황금 십만 냥!" 경자혁은 토지묘 지붕이 들썩하도록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천 낭중은 의아롭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왜? 아드님의 생명이 황금 십만 냥의 가치가 없단 말씀이시오?" "아, 아니다!" 경자혁은 얼른 얼버무리고 의미심장한 눈빛을 발했다. '그거야 병을 고친 후에 달라는 것이니 그때 가서....' 이어 그는 다시 한 차례 주위를 살핀 후 이를 악물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사람이 절을 하는 속도가 저처럼 빠를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그야말로 경자혁은 번개같이 서른세 번의 절을 해치웠다.
굴욕의 이빨을 갈아대면서. '놈! 네 놈이 내 아들의 병을 못고쳤다간 뼈를 갈아마실 것이다.' 절을 마친 후 그는 천낭중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다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 검 1권 제2장 작은 하늘 -6 ━━━━━━━━━━━━━━━━━━━━━━━━━━━━━━━━━━━ ⑥ "우헤헤헤! 덕분에 나도 절 받았다!" 돌연 토지묘 한구석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불쑥 솟아 올랐다.
승소 진이었다.
그도 숨어 있었던 것이다. "푸후하! 어떠냐? 그자 얼굴이 썩은 돼지간같던데!" "우하하! 기분이 매우 통쾌하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
후히히!" 천낭중과 승소진은 토지묘 속을 개구리처럼 펄쩍펄쩍 뛰며 낄낄거 렸다.
실로 통쾌하기 이를데 없어 하는 태도들이었다.
스슷! 헌데 이때 홀연 한 왜소한 인영이 소리도 없이 토지묘 안에 모습 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몸에 착 달라붙은 흑색 야행의(夜行衣)를 입은 소녀였다.
승소진이 고개를 쑥 빼며 물었다. "아랑! 먹였냐?" 십오 세 가량 되었을까? 동그스름한 얼굴이 깜찍하고 예쁘다.
여 기에다가 늘씬하게 뻗어내린 지체와 특히 뺨에 옴폭 패인 보조개 가 인상적이었다.
크고 반짝이는 눈매에 영특한 재기(才氣)가 발산되고 있었으나 어 딘지 덜 닦인 보물처럼 짙은 영기(英氣)가 안으로 잠재되어 있는 소녀였다.
아랑은 먼지 쌓인 토지묘 한쪽에 거침없이 앉으며 냉랭히 입을 떼 었다. "흥! 그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먹이긴 했다만...." 그녀는 돌연 차가운 눈으로 승소진과 천낭중을 쏘아보았다. "헌데 왜 그따위 고약한 짓을 하는 거지? 나도 여자란 말야.
여자 에게 그 따위 짓을 하다니...." 그녀의 숨결이 높아졌다.
여차하면 승소진과 천낭중에게 덤벼들 듯한 기세였다.
아랑의 기세에 승소진이 더듬거렸다. "그, 그건 소야가 시킨 거다!" 아랑은 입꼬리를 가볍게 말아 올리며 말했다. "나도 소야가 시켰다기에 하긴 했다만, 정당한 이유없이 여자를 괴롭히려 한다면 아무리 소야라도 가만두지 않겠어!" 그녀는 짐짓 매섭게 소리치고는 있었으나 그 음성은 이미 한결 누 그러져 있었다.
두 소년은 서로 마주보며 당황해 하는 빛을 떠올렸다. '어휴, 천하에 못 훔칠 게 없다는 금릉의 저 여자소매치기 두목이 화가 났으니 큰일났다!' '어서 소야가 나타나야 할텐데!' 이때 승소진과 천낭중의 내심을 알고 있는 듯 돌연 낭랑한 음성이 어둠 속에 울려 퍼졌다. "아랑! 나한데 따지려는 건 나와 사랑 싸움을 하고 싶어서겠지?" 이어서 천천히 북궁후가 토지묘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빙글 빙글 미소를 머금은 태연한 모습이었다.
아랑은 퉁기듯 일어나며 입을 떼었다. "소, 소야.
언제 왔지?" 그녀의 얼굴이 당황과 함께 약간 붉어졌다.
동시에 숨길 수 없는 기쁨의 미소가 그녀의 작은 입술가에 파랑쳤다.
북궁후가 나타나자 승소진과 천낭중의 태도는 금방 달라졌다. "아랑! 방금 뭐라고 했지?" "소야에게 항의할 게 있다고 했잖아?" 일순 아랑은 그들을 샐쭉 쏘아보았다.
이어 북궁후를 향해 어깨를 으쓱이며 배시시 웃었다. "내가 뭐라긴...
난 그저 소야를 보면 한 번 안아주고 싶다고 밖 에 안했다구." "엉? "뭐, 뭐라구?" 승소진과 천낭중은 아랑의 태연한 말에 일순 멍청한 빛을 머금지 않을 수 없었다.
이어 그들은 의미심장하고 괴이한 웃음을 터트리 기 시작했다. ■ 검 1권 제2장 작은 하늘 -7 ━━━━━━━━━━━━━━━━━━━━━━━━━━━━━━━━━━━ ⑦ 아랑은 태연히 북궁후를 응시했다.
본래부터 대담하고 당돌한 그 녀였다.
북궁후는 한쪽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짧게 웃었다.
아랑의 너무도 당돌한 말에 천하제일의 악동인 그로서도 쑥스러움을 느낀 듯 머 쓱해 하는 표정이었다.
문득 북궁후를 바라보는 아랑의 눈에 따뜻한 빛이 물결처럼 퍼졌 다.
진지하기 이를데 없는 눈빛이었다. '소야, 소야는 외로운 나에게 웃음과 희망을 가르쳐 준 유일한 사 람이었지.' 어느새 천낭중과 승소진의 기괴한 웃음은 딱 멎어 있었다.
그들은 실눈을 뜨고 두 사람을 조심스레 살피며 입을 열기 시작했 다. "흐흐흐, 금릉 땅을 뒤흔드는 여걸(女傑) 아랑이 소야 앞에서만 얼굴을 붉힌다더라." "킥, 난 그 이유를 알지!" 승조진과 천낭중의 놀리는 듯한 말투에 아랑의 눈이 그들에게 돌 려졌다.
매서운 눈빛이었다. "너희들이?" "아, 아니다.
우리는 아무 말도...." 승소진과 천낭중은 움찔하여 시선을 피하면서 양손을 황급히 휘저 었다.
이때 잠자코 있던 북궁후의 얼굴이 문득 굳어지면서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난 내일부터 황궁서고에 들어가지 못하게 됐다.
그러니 이제 그 것들을 제 자리에 갖다놔야 한다." 승소진과 천낭중, 그리고 아랑은 북궁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들은 품속에서 하나씩 낡은 고본(古本)들을 꺼내 북궁후에 게 내밀었다.
헌데 그들이 북궁후에게 건네고 있는 책자들이 바로 황실서고에 있던 그 엄청난 귀서(貴書)들이란 말인가! 천낭중은 색이 바래어 누렇게 변해버린 낡은 책자를 내놓으며 입 맛을 다셨다. "막상 내놓으래서 내놓긴 한다만 좀 아쉽구나!" 그가 내미는 책자의 표지에는 이러한 글귀가 쓰여 있었다. <의경총해(醫經總解).> 칠백 년 전의 기인(奇人) 만수성의(萬獸聖醫)가 남긴 천하제일의 기서(奇書).
이 의경총해야말로 고금(古今)의 모든 의도(醫道)를 집대성한 책 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의술(醫術)과 독술(毒術)의 교묘한 조화를 시도한 원조로서 무림에 단 한 번만 모습을 보여도 천하를 떠들썩하게 만들 엄청난 의서(醫書)였다.
승소진은 낡디낡은 양피지 묶음을 내놓으며 설레설레 고개를 내저 었다. "귀조만학보록(鬼祖萬學寶錄), 만약 내가 이 책의 이치를 오성(五 成)만 깨우친다면 천하를 손에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순간 원숭이같은 그의 두 눈은 번쩍이는 기광(奇光)을 뿜어내 고 있었다.
진정 놀라운 일이었다.
도대체 그 얼마나 대단한 오의 (奧義)를 가진 책이기에 단지 오성의 깨달음만으로도 천하를 좌지 우지 할 수 있단 말인가. <귀조만학보록(鬼祖萬學寶錄).> 일만(一萬) 가지 귀계(鬼計)가 수록되어 있는 책이었다.
말 한마디에 다정하던 부부(夫婦)가 서로 원수가 되어 칼을 겨누 고, 한 가지 심계(心計)로 일대문파(一大門派)를 뒤집을 수 있다 는 가공할 심기절공(心機絶功).
백오십 년 전, 천하인들이 이 한 권의 책을 손에 넣기 위해 혈풍 을 일으킨 적이 있다고 전해진다. ■ 검 1권 제2장 작은 하늘 -8 ━━━━━━━━━━━━━━━━━━━━━━━━━━━━━━━━━━━ ⑧ 북궁후는 승소진을 힐끗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그 돌대가리로 다시 한 번 그런 광오한 소릴 지껄이면 입을 찢어 놓겠다.
소진!" 말은 그랬다.
허나 승소진을 바라보는 북궁후의 눈 깊은 곳에 떠 올라 있는 빛은 일종의 감탄이었다. '저 볼품없는 녀석의 작은 머리통은 소위 스스로 모사(謀士)라 자 처하고 있는 치들 일천 명보다 나을 것이다.' 이 순간 아랑은 얇은 책자를 내밀며 생글생글 미소를 머금고 있었 다. "소야, 이 책이 없었다면 금릉 애인원(愛仁院)의 어린 고아들은 모두 굶어 죽고 말았을 거야.
고마웠어." 북궁후는 물끄러미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답지 않게 우울한 그림 자가 깔린 눈이었다.
허나 그는 이내 예의 짓궂은 웃음을 떠올리 며 말했다. "아랑은 자신을 과소평가 하고 있군.
난 안다.
이 책이 없었다면 너는 춤추는 재주를 배워서라도 애인원의 동생들을 먹여 살렸을 거다." 북궁후의 말에 승소진과 천낭중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 다.
일순 아랑의 눈에 뽀얀 물안개가 피어 올랐다. "소야!"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나직이 그 이름을 중얼대고 있었는데 그 표 정은 너무도 그윽해 주위에 승소진이나 천낭중이 없었다면 아예 북궁후의 품속으로 뛰어들 것만 같았다. "아아, 그러지 마라.
아랑!" 북궁후는 찔끔해 하며 손을 내저었다.
이어 그는 토신상 위에 걸 터앉아 아랑이 준 책자를 대충 넘기기 시작했다. <투신비학(偸神秘學).> 오백 년 전 무림을 철저히 희롱했던 절세의 도수(盜帥)인 무영천 투(無影天偸) 비신후(秘神厚)의 괴공절기(怪功絶技)가 수록된 책 자이다.
천하에 못 훔칠 물건이 없는, 그야말로 천하의 모든 물건이 자신 의 소유였던 무영천투.
이 무영천투는 또한 신출귀몰한 경공술(輕空術)마저 책자에 남긴 바 있었다. - 의경총해. - 귀조만학보록. - 투신비학.
단 한 권만으로도 세상에 피바람을 일으키고도 남을 절세기보(絶 世寄寶)들이 지금 북궁후의 작은 손아귀에 있는 것이다.
북궁후는 세 권의 책을 탁탁 털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암기했겠지?" "물론이다." 승소진과 천낭중, 그리고 아랑은 입을 모아 대답했다.
그러자 북 궁후는 승소진을 돌아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소진, 경휘천에겐 말해 두었냐?" 승소진이 뻐드렁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더니 투덜거렸다. "아무리 말해도 안 믿더니 소야, 네 말이라니까 믿더라.
빌어먹 을...!" "하하, 사람의 신용이란 게 하루 이틀에 쌓아지는 게 아니다!" 북궁후는 세 권의 책을 품에 넣고 밖으로 나갔다.
문득 그는 입구 에 멈춰서며 말했다. "당분간 너희들을 못보게 될지도 모른다.
아버님의 엄명이 떨어졌 거든." "엄명?" 아랑을 비롯한 세 명의 눈이 크게 떠졌다.
승소진과 천낭중이 동 시에 당황해 소리쳤다. "그럼, 이번 상사병 사건은 어떻게 하라고?" 북궁후가 소리쳤다. "멍청한 놈들! 해놓은 밥을 입에까지 퍼넣어 줘야겠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토지묘 밖으로 사라졌다.
달빛이 밝은 밤이었다.
허나 지금 이 순간 어쩐지 북궁후의 뒷모 습은 쓸쓸하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 검 1권 제3장 뜻밖에 맺어진 남녀(男女) ━━━━━━━━━━━━━━━━━━━━━━━━━━━━━━━━━━━ ① 국원(菊院), 금릉에서 이곳 국원은 너무나 유명한 곳이었다.
천하의 모든 국화(菊花)가 집결되어 있는 곳, 수천 종(種)의 국화 들이 각기 아름다움을 다투며 향기를 발산하고 있는 가경(佳景)의 장원.
국원은 그야말로 천하에 존재하는 온갖 종류의 국화들로 뒤덮여 있는 곳이었다.
원주(院主)는 병부시랑을 지내고 있는 전백(全伯)이라는 인물로서 그는 유독 국화만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내실(內室).
일견 화려하기 이를데 없는 어느 내실에서 초로(初老)의 기품있는 두 노부부가 침상을 내려다 보며 장탄식을 터뜨리고 있었다. "후유...! 이것 참!" 노부부의 얼굴에는 깊은 수심(愁心)이 가득해 있었다.
그들은 침 상을 내려다 보고 있었는데 침상 위에는 한 명의 소녀가 파리한 안색으로 누워 있었다.
깨끗한 피부에 그린 듯한 이목구비, 비(雨)가 내린 뒤의 수선(水 仙)처럼 청초한 미모의 소녀였다.
허나 그녀의 얼굴에는 병색(病色)이 완연해 한눈에 보기에도 중병 을 앓고 있는 듯했다. "이것아, 어디가 아픈지 말을 해야 알지, 도대체 의원이 와도 아 픈 곳을 말하지 않으니 어쩌란 말이냐!" 노부인(老婦人)은 애가 타서 소녀의 가냘픈 손목을 쥐고 흔들었 다.
소녀가 울상을 머금었다. "아픈 게 아니라니까요.
어머니!" "그럼?" "아이참!" 소녀는 얼굴을 붉힌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다! 소녀의 말처럼 기실 그녀는 아픈 게 아니었다.
소녀의 배는 동산처럼 부풀어 있었다.
실로 해괴한 증세라고나 할 까? 소변은 자꾸 마려우나 막상 일을 보려하면 나오지 않는 것이 다.
그러니 그 부끄러운 일을 어찌 남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바로 천낭중이 만든 폐뇨음마환의 공능이었던 것이다.
돌연 소녀는 안색이 더욱 파리해 지더니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쏜 살같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이구,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저 꼴이니!" 노부인이 자신의 가슴을 쳤다.
동시에 넋두리같은 장탄식이 노부 인의 입에서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천하의 온갖 명의들은 물론, 특별히 어의(御醫)까지 모셔 와도 병명을 모르겠다니!" 잠시 후, 소녀는 잔뜩 기진한 모습으로 내실로 돌아와 다시 침상 위에 누웠다.
얼굴은 더욱 파리하다 못해 아예 사색(死色)이었다. "어휴!" "이거 참...." 다시 두 노부부는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아무런 방도가 없으니 이처럼 답답한 일이 없었던 것이다.
헌데 이때 밖으로부터 조심스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저어...
나으리, 웬 소년이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그 말과 동시에 한 더벅머리 소년이 불쑥 들어섰다.
바로 천낭중 이었다. "저는 이댁 아가씨께서 아프시단 소문을 듣고 왔습니다." 노부부는 난데없이 들어선 천낭중을 보며 의아해 하는 표정을 떠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너는 종의원 밑에 있는...? 하지만 이미 종의원도 두 손 들고 말 았는데 설마 네가 치료해 보겠다는 것이냐?" 천낭중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허나 저는 방도가 있습니다." 순간 병부시랑 전백은 희색이 만면해지며 그의 손을 덥썩 잡았다. "오! 그래, 어찌하면 좋겠느냐? 어서 말해 보아라." 천낭중은 노부부를 번갈아 보며 태연히 말했다. "사실 취취 아가씨의 병은 증세로 보아 회음혈(會陰穴)에 이상이 생긴 것입니다요.
즉, 옥문(玉門)이 막힌 것입죠." 진중하던 노부부의 얼굴에 난감하고 민망한 빛이 떠올랐다.
존엄한 병부시랑 앞에서 그의 금지옥엽(金枝玉葉)의 옥문이 어쩌 고 저쩌고 하고 있으니 어찌 민망스럽지 않으랴! 그것도 일개 소년이 말이다.
허나 어쩌랴! 노부인은 귀뿌리까지 붉게 물들이며 간신히 입을 열 었다. "그렇다고 치면...
고칠 방도가 있다는 겐가?" 천낭중은 노부인을 바라보며 또 거침없이 말했다. "경험이 많은 남자와 음양교합(陰陽交合)을 해야 합니다." 폐뇨음마환은 남녀가 음양교합을 하면 저절로 해독되는 기약이었 다. "무엇이라고?" 노부부의 입에서 동시에 터져나온 부르짖음이었다.
허나 짧은 시간이 흐른 후 전백은 침착을 되찾은 듯 차분하게 말 했다. "실로 해괴하도다.
그럼 빨리 혼인을 시켜야 한단 말인가?" "그것이...?" 천낭중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경험이 많은 것은 물론이려니와 그 비법(秘法)을 알고 있는 사람 만이 치료할 수 있을 것입니다요." 일순 전백의 얼굴은 무참히 일그러졌다. '경험이 많은 난봉꾼을 사위로 맞는 것도 골치 아픈데, 또 그런 비법까지?' 천낭중은 짐짓 정색하고 말했다. "그 사람은 천하에 오직 한 명, 야화공자 경공자 뿐입니다요." "으익! 그 망나니 풍류공자!" 병부시랑 부처는 낯빛이 대변해 부르짖었다.
돌연 전백은 두자나 펄쩍 뛰어오르며 소리쳤다. "아, 안된다! 안되고 말고! 사실 그 공자야 다소 방탕해서 탈이지 특별히 흠잡을 데는 없지만 문제는 그 아비가 천하에 못된 도박꾼 이라는 점이다!" 천낭중은 그들을 번갈아 쳐다보다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며 돌아섰 다. "하는 수 없군요.
안타까와서 말씀드리러 왔더니...." 일순 노부인이 전백의 소매를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했다. "영감! 그 도박꾼을 사위로 삼는 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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