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빠름은 가히 번개 도 능가할 정도이다. 북궁후가 최종적으로 추려낸 세 개의 비급중 마지막은 귀원일요 (歸元一要)라는 속가의 무공이었다. 이것은 모든 속가의 신공절예들을 종합해 장단점을 보완하여 창안 해낸 광세신공(廣世神功)이었던 때문인지 그 분량은 매우 많았다. 칠백 년 전, 백여 년 동안이나 무림천하를 우롱했던 만심노자(萬 心老子)라는 인물이 평생에 걸쳐 모은 속가신공들을 말년에 한 권 의 비급으로써 남긴 책자인 것이다. "후후후, 무학이란 역시 내 생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 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북궁후는 돌연 그 한마디를 남기고 제일 석실을 벗어나고 있었다. - 웅지(雄志)를 품었거든 천마(天魔) 위에 군림하라. 제이석실(第二石室)의 입구에는 실로 기이한 문귀가 적혀 있었다. "천마 위에 군림하라고?" 글귀를 대한 북궁후의 입가에 도저히 그 내심을 짐작할 수 없는 신비한 웃음이 솟아났다가 사라졌다. 그는 거침없이 두번째 석실 을 가득 채우고 있는 비급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사도(邪道) 이백삼십사공(二百三十四功).> 놀랍게도 두번째 석실을 메우고 있는 비급들은 모두 천하의 모든 사공(邪功)에 관한 것이었다. ■ 검 1권 제6장 기연(奇緣) -8 ━━━━━━━━━━━━━━━━━━━━━━━━━━━━━━━━━━━ ⑧ "이럴 수가! 천하의 모든 사공(邪功)이 망라되어 있다. 사공비급 의 수효만 따진다면 오히려 황궁서고에 있는 것보다 열 배는 많은 것이다!" 그렇다. 능히 열 배는 많았다. 적막한 침묵과 고요 속에 잠긴 책 자들, 왠지 괴기로운 기운을 잔뜩 풍기는 엄청난 고서들은 모두 짙은 피비린내를 풍기는 사마도의 비급들이었다. 천하를 혈해 속으로 몰아넣고,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지옥 속으로 떨어뜨렸던 역대의 저주받은 사공들, 그 엄청난 사공마급들이 여 기 잠들어 있는 것이다. 잠시 후, 서가를 살피던 북궁후는 단 두 권의 책자(冊子)를 골라 냈다. "읽을 만한 것은 이것뿐이군!" 실로 누군가 그의 독백을 들었다면 경악을 금치 못했으리라. 두번째 석실에 들어 있는 비급들은 모두 절대사공의 비학들이다. 평범한 책이라곤 단 한 권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 우 두 권 정도만이 북궁후의 관심을 끌었다 함이니 뉘라서 믿을 수 있으랴! - 고루십팔풍( 賜十八風). 귀풍(鬼風)이 천하를 감도니 그 안에 남아 있을 것이 없어라. 이것은 삼백 년 사존(邪尊)을 자처하던 고루신군( 賜神君)이 남 긴 사공으로서 처절무비한 사기(邪氣)를 뿌리는 검법이었다. 이것을 전개하면 검이 귀곡성(鬼哭聲)을 내며 운다. 동시에 무서 운 검풍(劍風)이 이는데 상대의 심기를 흐트러뜨리는 마력(魔力) 이 그 검풍속에 함유되어 있다. 당시 고루신군은 이 한 가지 절기로서 천하를 질풍처럼 활보했다 고 전해지고 있었다. - 음마쇄혼공(陰魔碎魂功). 무형(無形), 무음(無音)의 한 가닥 사기가 찰나간 상대의 심맥(心 脈)을 끊는다. 그 누구도 벗어나지 못한다. - 단천마접혈영공(斷天魔接血影功). 핏빛 광채 속에 만기(萬氣)가 사라지도다. 행여 그 가운데 살아난 자가 있다 해도 무형의 검세가 하늘조차 가르니 무엇으로 당하랴! 이 밖에 두번째 석실에서 간신히 북궁후가 찾아낸 두 권의 무공비 급은 다음과 같았다. - 도반부음신공(道反浮陰神功). 싸움을 하면서 상대의 내공을 흡취하는 기괴한 마공, 이것은 심지 어 여자와 교접(交接)하는 동안에도 상대의 음기(陰氣)를 흡취하 는 무공이기도 했다. - 잠행제공공(潛行制空空). 하나의 경공술이되 땅 속에 물처럼 스며들어 몸을 감추는 은둔법 이기도 하며, 또한 한 모금 진기로 천 번이나 모습을 바꿀 수 있 는 변신대법이기도 하다. 심지어 나무껍질이나 바위의 한 부분인 것처럼 조화를 부려 자신 의 모습을 감출 수도 있다. 실로 기괴한 사술대법이었다. 제삼석실(第三石室)에는 마도칠십종의 마공들이 소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북궁후가 세번째 석실에서 골라낸 것은 단 한 권의 비급뿐 이었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고나 할까? 갈수록 그가 흥미를 느끼는 무 공비급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북궁후의 이런 모습을 보았다면 우롱당하는 느낌에 분노마저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임에야 어찌 하겠는가. 북궁후는 지금 그 한 권의 책에서 단 한 가지 기공(奇功)을 읽고 있었다. - 마혼소(魔魂笑). 단 한 번 미소에 천마(天魔)가 굴복하고, 만웅(萬雄)이 피를 토하 며 죽는다! 소리없는 미소(微笑), 불타(佛陀)의 그것같은 자비로운 신비의 미 소이되 또한 대하는 것만으로도 처절한 공포로 피가 말라 죽어야 하는 마소(魔笑)이다. 정도의 일백여 무공과 사도 이백팔십사공, 여기에 마도 칠십이종. 이 모든 것들은 결코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다. 이중 가장 약한 무공 한 가지만이라도 강호에 흘러나가면 실로 적 수를 찾지 못할 것이다. 헌데 북궁후가 이 세 개의 석실을 거친 시간은 불과 칠 일에 지나지 않았다. 아아, 누가 믿을 수 있으랴! 그 짧은 시간에 이미 그 엄청난 비학 의 내용들이 모두 그의 뇌리에 새겨져 있음을! 더구나 그가 골라 낸 여섯 가지 무공은 이미 그의 대뇌 속에 완벽한 구결로서 자리 잡고 있었으니.... ■ 검 1권 제7장 신지(神智)를 깨닫거든 도(刀)를 들어라! ━━━━━━━━━━━━━━━━━━━━━━━━━━━━━━━━━━━ ① 천기무고(天機武庫), 이곳은 금기령패가 있어야만 문이 열리는 곳이었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천기신군의 절학이 비장되어 있는 곳인 것이다. 북궁후는 영패를 입구 우측 구멍 속에 넣었다. 그러자 한점 음향 도 없이 석벽이 좌우로 갈라졌다. 천기무고의 내부 중앙에는 붉은 좌대(坐臺)가 있고, 그 위에 청옥 색 옥함이 놓여 있었다. 옥함 속에는 단 다섯 권의 무학비급만이 들어 있었다. 헌데 그 내용을 대충 살피던 북궁후의 눈빛이 신기(神氣)를 발하 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광오할 수 없었다. 이 다섯 권의 비급은 천하의 모든 것을 총망라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 천기진의록(天機眞意錄). 이 한 권의 비급에는 가히 상상할 수 없는 가공할 토목기문술(土 木奇門術)을 배합한 여든아홉 가지의 기관매복진학이 수록되어 있 었다. - 천기예학(天機藝學). 금(琴), 기(碁), 서(書), 화( ) 등 일반 세속의 모든 학문기예 (學文奇藝)가 망라되었다. 허나 이 속에 실로 불가해(不可解)할 무학대도(武學大道)가 있었다. 금(琴)을 탄주하면 가공할 음공(音功)이 되고, 음공을 듣는 이의 심지(心地)를 장악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 천기잡학보록(天機雜學寶錄). 제목은 그렇되 이것은 결코 잡학이 아니었다. 천하제일의 투술(偸術), 천하제일의 사기술, 천하제일의 도박술, 심지어 방중비술(房中秘術)의 최고경지까지 수록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천(天), 지(地), 인(人) 천하의 모든 것을 수록한 방대 한 분량의 책이었다. - 천기무적검경(天機無敵劍經). 낡은 양피지로 된 얇은 책자였다. 헌데 첫 장을 넘긴 순간 북궁후는 이 천기무적검경의 광오함에 혀 를 내두르고 말았다. 그곳에 빛바랜 필체로 아래와 같이 쓰여 있 었던 것이다. <천기지기(天氣地氣)가 합쳐지니 풍운조화(風雲造化)가 여기 있 다. 그대가 평범한 인간이라면 여기서 책을 덮어라! 평범한 인간 은 천기무적검경을 익힐 수도 볼 자격도 없음이다. 보아도 알 수 없음이요. 노력해도 터득할 수 없다!> "대단한 자부심이군. 어디...." 북궁후는 오연한 냉소를 머금으며 책장을 계속 넘겨갔다. 다음 순간 그의 준미한 눈썹이 한 차례 찌푸려졌다. <검(劍)의 묘(妙)를 깨달으려면 만 번을 싸우고 만 번을 패하라! 그런 후에 얻으리라. 검에 있어선 빠름(快)이 변화보다 일백 배 앞서며, 그 모든 것이 처음 발검(拔劍)에서부터 이루어진다는 것 을.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발검자세는 모두 삼만이천(三萬二千) 가지, 여기 만칠천구십의 결점을 보강해 삼백예순다섯 가지로 압축했다. 삼백육십오세(三百六十五勢), 이것이 매 일초에 깃들어 있음인 것 이다.> 어찌 놀랍지 않은가! 검공(劍功), 검강(劍 ), 검류(劍流), 검기(劍氣)를 모두 품고 있 는 가공할 절세검경(絶世劍經). 가히 경천지세(驚天之勢)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 검 1권 제7장 신지(神智)를 깨닫거든 도(刀)를 들어라! -2 ━━━━━━━━━━━━━━━━━━━━━━━━━━━━━━━━━━━ ② - 천기마종도결(天機魔宗道結) <신지(神智)를 깨닫거든 도(刀)를 들어라!> 첫머리의 짧은 글귀로서 어찌 보자면 불문의 선문답같기만 한 글 이다. 허나 천기마종도결은 우주의 근본과 천지만물(天地萬物)의 흐름, 그리고 만물의 이치를 배합한 심후한 도결이다. "놀랍다!" 마지막으로 천기마종도결마저 모두 읽어 내려간 북궁후의 얼굴은 경이로움에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뿐이랴! 그의 두 눈은 깊은 혜광(慧光)을 뿜어내고 있어 진정 단 지 대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깨달음을 얻은 눈빛이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음, 백부님께서 이런 무공을 지니고도 화선과 검마에게 몰리던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혹시 일부러 무공을 감추신 게 아니었을까?"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잠시 북궁후의 두 눈이 의미심장하게 빛 을 발했다. 헌데 이때, 문득 청옥색 옥함 밑에 누런 서찰이 있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그것은 천기신군 모용선학의 필체였다. <후아에게 남긴다. 노부는 네게 한 가지 알려줄 일이 있다. 그것 은 무림을 독패(獨覇)하려는 암류(暗流)의 세력을 엄밀히 조사하 던 끝에 더욱 가공할 신비세력(神秘勢力)이 태동하고 있음을 알아 냈다는 사실이다.> "신비세력? 그건 그렇고 백부님께서 나를 이곳에 들여 보내신 것 은 이미 오래 전에 결정하신 일이란 말인가?" 북궁후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모용선학이 남긴 서찰에 눈을 주었 다. 읽어 내려갈수록 놀라운 내용이 적혀 있는 서신이었다. <만일 노부의 예감대로 본궁의 신화가 깨어진다면, 이것은 서문선 생 서문유허가 주축이 된 세외세력(世外勢力)일 것이다. 허나 노 부가 두려워 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다. 천 년 전의 무림사에는 파천지장(破天之章)이 적혀 있다. 그것은 전설(傳說)처럼 몇몇 현자(賢者)들의 뇌리에 기억되어 오고 있는 데 그 내용은 바로 혈륜마성(血輪魔城)에 관한 것이니.... 혈륜마성이 다시 열릴 수 있는 무서운 한 가지 안배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흐르는 세월 속에 무서운 피의 저주가 움트 고 있음을 짐작할 뿐이다. 혈륜마성이 기약했던 천 년이 당금(當 今)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또한 당금 무림을 뒤덮어 오는 거대한 신비의 암류(暗流)는 분명 무림사 속의 전설을 입증하는 것이다.> 서찰을 읽어 내려가던 북궁후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마침내 혈륜마성의 저주가 열렸단 말인가?" 아아,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진정 엄청난 일이 아니겠는가. 북 궁후는 긴장을 금치 못하며 다시 서찰을 읽기 시작했다. <허나 단언하건대 아직 혈륜마성의 저주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다만 혈륜마성에서 몇명의 마인(魔人)들이 뛰쳐나온 것이라 본다. 그들은 천 년 저주를 실현키 위해 모종의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그들의 저주는 반드시 실현된다. 허나 노부는 따로 할 일이 있어 당분간 무림에서 활동할 수 없다. 근심스러운 것은 닥 쳐올 엄청난 혈겁의 회오리로부터 무림을 구할 인재가 아무도 없 다는 것이다. 게다가 천기신궁의 붕괴로 무림인들은 하늘을 잃은 것이다. 후아야! 네가 그들의 하늘이 되어다오. 중원의 하늘이 되어 천하 무림의 대들보 구실을 해다오. 노부는 네게 이 마지막 기대를 걸 고 있음이다.> 북궁후의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엇이 치밀어 올랐다. '중원의 하늘, 무림의 대들보?' 엄청난 말이었다. 허나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천기신군 모용선학 이 어두운 침소(寢所)에서 던졌던 가슴 뜨거운 말을. - 검수(劍手)는 단 한 번의 발검(拔劍)을 위해 평생 한 자루 검을 갈며 무인(武人)은 단 한순간의 멋진 산화에 목숨을 건다. ■ 검 1권 제7장 신지(神智)를 깨닫거든 도(刀)를 들어라! -3 ━━━━━━━━━━━━━━━━━━━━━━━━━━━━━━━━━━━ ③ 북궁후에게서 무인의 기질이 피어나기 시작한 것일까? 이 순간 그의 입가엔 의연하고도 신비로운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 다. <네가 여기서 천기비고의 모든 것을 얻었다고 자부하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기실 본 천기신궁의 무학절예는 일천오백 년(一千五百 年) 전의 일대 기인이신 천령무황(天靈武皇)의 것에서 기인되었 다. 허나 노부가 익힌 것은 천령무황의 진재절학(眞才絶學)의 일푼도 되지 못한다. 노부는 그의 완전치도 못한 초본(初本)을 얻었을 뿐 이었다. 그럼에도 노부는 당금 강호에서 적수를 만나지 못했다.> 북궁후는 해연히 놀랐다. "천령무황이 대체 얼마나 가공할 인물이기에 초본만으로 천하를 경동시킬 수 있는가?" 만학(萬學)의 귀재인 북궁후였지만 사실 그 역시 천령무황에 대해 선 알지 못하고 있었다. - 천령무황. 일천오백 년 전 천하 최강(最强)의 고수로 떠오른 한 시대를 풍미 한 절대고수. 그는 정도 인물이면서도 사마도(邪魔道)의 갖가지 무공들의 장점 을 기묘히 취해 자신의 무공에 보완한 인물이었다. 하여 유약정대 (柔弱正大)하기만 하던 정도무학들은 그의 손에서 일대 혁신을 일 으켰으며, 단 오 년만에 그 자신 역시 무림사상 전무후무한 절정 의 고수로 부각되었다. 천령무황은 천오백 년 전 우뢰같이 천하를 뒤흔들던 이름이었다. 헌데 천기신군 모용선학의 무공이 바로 천령무황의 것이었다니 실 로 의외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릇 무인들은 자신의 무학을 완성시키려는 욕망을 갖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나는 천령무황의 완전한 진공실학(眞功實學)을 찾 기에 많은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마침내 천령무황이 원적한 장소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그곳은 바로 천령동(天靈洞)이었다. 허나 그곳엔 엄청난 기관매복 과 기문진(奇門陳)이 설치되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내게는 천운(天運)이 없었음이다. 허나 네게 천운이 온다면 기꺼 이 천령동의 문이 열리리라. 천령동의 신비를 얻음은 곧 하늘을 얻음이니....> 일순 북궁후는 가슴을 누르는 듯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강렬한 호기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천령동에 도대체 얼마나 무서운 기관매복이 설치되어 있기에 백 부님조차 실패하셨단 말인가?" ■ 검 1권 제7장 신지(神智)를 깨닫거든 도(刀)를 들어라! -4 ━━━━━━━━━━━━━━━━━━━━━━━━━━━━━━━━━━━ ④ 지저동굴(地低洞窟), 어둠 속에 마른 흙먼지 냄새가 퀴퀴하게 코를 찔러 오는 곳으로 가히 지난 천오백 년간 인간의 범접을 거부해 온 지하 깊숙한 곳 에 위치해 있는 동굴이었다. 냉기만이 귀풍(鬼風)처럼 맴돌고 있으되 빛 또한 죽어있음인지 완 벽하게 어둠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천령동(天靈洞).> 전면(前面)의 거무튀튀한 석벽에 금강지(金剛指)로 패인 삼촌(三 寸) 깊이의 글씨가 있었다. 헌데 그 밑에 실로 괴이무비한 문양 (文樣)이 새겨져 있지 않은가?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파인 완전치 못한 문양, 무심히 보면 오랜 풍화(風化)작용으로 인한 자연적인 균열로 보일 정도로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그런 문양이었다.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천령동 입구에 서 있던 북궁후는 예의 문양을 발견하고 이내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는 생각을 더듬어갔다. "아, 그렇다!" 잠시 후 북궁후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이마를 탁 쳤다. 이 순간 그의 뇌리에는 지난 날 황궁보고에서 도저히 해석(解釋)할 수 없 었던 단 한 권의 고서(古書)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중 그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단 세 장, 그 마지막 장에도 이 와 흡사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헌데 황궁무고 안에서 읽은 바 있는 책자의 문양이 이곳 천령동의 입구에 새겨져 있음이니 실로 괴이하지 않은가! 구구궁! 하는 둔중한 굉음과 함께 석벽이 열렸다. 북궁후는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순간 그의 안색이 급변했다. 수많은 미로(迷路)였다. 인공이 가미 된 거미줄같이 복잡한 미로가 그의 전면에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생로(生路)를 알고 발을 내딛지 않으면 영원히 중심 부(中心部)에 이를 수 없는 엄청난 미로기진(迷路奇陳)이었다. 북궁후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졌다. '아무리 찾아봐도 생로는커녕, 휴문(休門)조차 보이지 않는구나. 과연 백부께서 수십 년 동안이나 도전에 실패하신 까닭을 알겠 다!' 헌데 문득 그의 두 눈이 번뜩 기광을 발했다. "오오, 그렇다!" 외마디 탄성과 함께 만면에 번져가는 오연한 희열의 미소. 그렇다. 이 순간 그의 뇌리에는 황궁무고에서 보았던 고서의 문양 과 천령동 입구의 문양이 서서히 합쳐지지 않는가! 실로 스스로 하늘도 우롱할 정도로 영민한 두뇌의 소유자라고 자 처하던 북궁후였다. 그는 곧 두 가지 문양(文樣) 속에서 기기묘묘 한 조화(造化)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점점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며 그것은 더욱 짙어져 가기 시작 했다. 아아, 하늘의 안배이련가? 놀랍게도 그가 황궁무고에서 우연히 머 릿속에 암기해 두었던 두 개의 기이한 문양이 천령동의 입구에 새 겨져 있는 또 하나의 문양과 합쳐지며 진의 파해방법으로 연결되 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어찌 단순한 우연이겠는가! 실로 하늘의 안배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마침내 북궁후는 천령동 입구의 복잡난해한 진법의 파해법을 알아 내고 거침없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검 1권 제7장 신지(神智)를 깨닫거든 도(刀)를 들어라! -5 ━━━━━━━━━━━━━━━━━━━━━━━━━━━━━━━━━━━ ⑤ 빛, 찬란한 오색(五色)빛이 허공 가득히 가루처럼 흩어지고 있었 다. 특이하게 축조된 거대한 원형(圓形) 석실이었다. 그 영롱한 빛살 속, 원형 석실의 정중앙에는 한 개의 붉은 좌대가 있었고, 그 위에 한 명의 노인(老人)이 좌정해 있었다. 낡디낡아 빛바랜 청포장삼의 노인, 성성한 백발은 완전히 상체를 뒤덮고 있었고 구름같은 수염 또한 좌정해 있는 무릎 위까지 늘어 져 있다. 학(鶴)의 깃털같은 흰 눈썹, 자애로운 인상. 일견 고아(高雅)한 신선같은 풍도의 노인이었다. 헌데 놀랍게도 안면에 은은히 혈색까지 돌고 있지 않은가! 마치 살아 참선에 든 듯한 모습이었다. 좌화해 있는 유체(遺體)를 뚫어 져라 바라보던 북궁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천오백 년 전의 시신이 이처럼 생생히 보존되어 있다니, 도대체 생전의 공력이 얼마나 높기에 죽어서도 금강지체(金剛之體)를 유 지할 수 있단 말인가?' 순수한 경외지심(敬畏之心)이 북궁후의 가슴을 덮어왔다. 해서 그 는 유체를 향해 경건히 대례(大禮)를 올렸다. 이때 낡은 두루마리 양피지 하나가 마악 몸을 일으키는 북궁후의 앞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는가? 그것은 마치 누군가 유체를 향해 예를 취하는 미미한 진동이 있을 때 떨어지게 안배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응?" 북궁후는 당혹한 눈빛을 발하며 그것을 펼쳐보았다. 그것은 희미 하게 퇴색되어 있는 유필(遺筆)이었다. <나 천령무황(天靈武皇)은 천기(天機)를 헤아려 알게 되었다. 노 부 원적 후 천오백 년이 흐른 후에야 노부의 진전을 이을 후계자 가 나타난다는 것을 말이다.> 일순 북궁후의 눈은 깊숙이 신광을 발하며 타올랐다. '이분이 바로 천령무황? 헌데 이미 천오백 년 전에 오늘의 일을 예견했단 말인가?' 그는 새삼 천령무황의 유체를 그윽히 응시하다 계속 양피지의 내 용을 읽어갔다. 이어지는 유필의 내용은 극히 광오(狂傲)했다. 북궁후는 아직 이같이 광오한 자나 문구(文句)를 보지 못했다. 그 는 천령무황의 유체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허나 나는 결코 이분을 광오하다고 생각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인간의 한계의 벽(壁)을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대가 이곳 천령동에 들었다면 이미 만학(萬學)에 달통했을 터, 허나 감히 이곳에서는 자만치 마라. 노부는 고금천상천하만사무불통지(高今天上天下萬事無不通知)를 자부하노니 노부가 신산지술(神算之術)로 천기를 짐작컨데 그대가 노부와 사도지연(師道之緣)을 맺을 즈음의 강호 정세가 급박하여 천령동의 모든 무학진경을 순서대로 단계(段階)를 밟을 수 없을 것이다. 하여 노부는 그대를 위한 몇 가지 안배를 남긴다. 노부는 이곳 지하에 오랜 세월 영천정유(靈泉精乳)가 고여 작은 연못을 이루고 있는 곳을 발견했다. 만일 그대가 영천정유의 신비 로운 효능을 전신에 흡수한다면 노부의 진공실학(眞孔實學)의 연 마에 급진전을 이루리라. 또한 그대의 내공(內功) 증진을 위해 한 알의 신단(神丹)을 남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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