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천중행 - 검 - 24편 (24/46)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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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천중행 - 검 - 24편 (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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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벽안엔 짙은 신뢰와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노신이 확신컨데 대인께선 반드시 조사 이래 본부의 광세기예(廣 世奇藝)를 완벽히 연마하신 최초의 부주가 되실 것입니다." 그 말에 힘이 들어 있었다.
천예궁도 애정과 존경의 빛이 반짝이 는 눈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그래요, 대가.
소녀도 대가를 믿고 있어요." 북궁후는 그녀의 하얀 소수를 힘주어 쥐며 밝게 웃었다. "하하, 그대들의 기대가 오히려 나를 자만치 못하게 하는구려.
허 나 나는 최선을 다하겠소." 이 얼마나 믿음직스런 말인가? 이 순간 그의 전신에선 일대영웅 (一代英雄)의 기운이 뻗쳐나오고 있었다.
천도모모는 감탄의 빛으 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곧 앞장서며 말했다. "대인께선 노신을 따르십시오.
조사전에 드시기 전에 몇 가지 기 억해 두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북궁후와 천예궁은 그녀를 따라 화원을 벗어났다.
백색 대리석으 로 축조된 화려하고 긴 낭하로 들어섰다.
낭하는 수십 개 석조물 과 천연 기암괴석(奇岩怪石)으로 형성된 동굴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때 앞서 가던 천도모모가 지나가는 듯한 무심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껏 마전이 열리지 않은 것도 역시 본부처럼 그들의 마공을 극성으로 연성한 기재를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허나 두 분께선 기억해 두십시오.
세월에 묻혀간 또 하나의 강호 전설에는 이런 것이 있습니다." 천도모모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했다. "하늘이 내린 두 천맥기체(天脈奇體)가 만나는 날...
서천(西天) 이 피로 물들이라.
이는 곧 또 하나의 혈성(血星)이 잉태됨이라."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지만 천예궁은 느끼고 있었다.
마주 잡은 북궁후의 손이 얼음덩이보다 더 싸늘히 식는 것을.
그것은 두려움 인가, 아니면 분노인가? ■ 검 2권 제17장 천하를 밝히리라! ━━━━━━━━━━━━━━━━━━━━━━━━━━━━━━━━━━━ ① 조사전(祖師殿).
지하궁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전각(殿閣)에 있었다.
전각의 화려 하고 장엄함이란 세 치 혀로 다 형용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황제가 기거하는 자금전(紫禁殿)을 방불케 하였는데, 삼엄한 경계 가 펼쳐지고 있는 듯 여기저기에서 감히 경시하지 못할 싸늘한 예 기가 뻗치고 있었다.
더구나 주위의 공기가 희뿌연 탁기를 품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보이 지 않는 괴절진(怪絶陣)이 펼쳐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곳은 극마문의 절대금역(絶代禁域)이었다.
전내(殿內).
내부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그 어둠 속의 중앙에 한 사내가 장승처럼 서 있었다.
바로 북궁후였다.
그의 무공은 이미 출신입화의 경지에 이르러 있는지라 그 어둠 속에서도 별 어려움 없이 내부의 사물을 뚜렷하게 구별할 수 있었다.
그의 전면 다섯 척의 거리에는 사각의 거대한 옥대(玉臺)가 놓여 있었다.
옥대 위에는 한폭의 초상화가 황금빛의 테두리 속에 들어 있었는데 은은히 선인(仙人)의 풍도를 발하는 귀품(貴品) 서린 노 인의 모습이었다.
특히 미간 중심에 찍힌 붉은 점(點)이 불타의 그것처럼 신비감을 느끼게 했다.
북궁후는 은은한 감탄의 빛을 흘리고 있었다. '이것이 조사의 모습인가...? 과연 단지 초상만으로도 일세를 풍 미할 무상종사(無上宗師)의 위엄이 가득하구나!' 옥대 위에는 한 자루 고검(古劍)과 낡은 고서(古書)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오랜 세월 사람의 손길이 타지 않은 듯 그 위에 먼 지가 두텁게 내려앉아 있었다.
북궁후는 경건한 자세로 천천히 무 릎을 꿇었다. "이십팔대(二十八代) 부주 북궁후...
조사(祖師)를 뵈옵니다." 그는 정중히 구배지례(九拜之禮)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이것이 북궁후를 변신시키는 또 하나의 운명이었다는 것을! 한 번 바뀌기 시작한 운명은 떨어져 나간 수레바퀴처럼 예측불허 의 방향으로 구르고 있었다.
북궁후는 그 자리에 정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옥대 위에 있던 고서가 들려 있었고, 옆에는 고검이 놓여져 있었다.
북 궁후가 고서에 두텁게 쌓인 먼지를 손으로 쓸어내자 빛바랜 황금 빛 웅혼한 필체가 드러났다. <천단이십사기(天壇二十四技).> 북궁후는 책장을 넘겼다.
표제(表題)를 그대로 반영한 듯 장(章) 마다 스물네 가지 형태의 기이한 인물도(人物圖)가 그려져 있었 다.
얼핏 보면 극히 기본적인 인간의 움직임들을 나열해 놓은 것 같았다.
허나 그 미세한 동작 변화 하나하나에는 실로 기기묘묘한 변식(變式)과 조화(造化)들이 숨겨져 있었다.
그림 옆에는 간단한 주해(註解)가 적혀 있었다.
내용은 간단했으 나 저의(底意)는 매우 난해(難解)했다.
북궁후는 무섭게 몰입해 갔다.
일단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혼 (魂)을 쏟아넣는 그가 아니던가? 점차 그의 얼굴에는 격랑이 일렁 이기 시작했다.
두 눈은 가슴 섬뜩할 정도로 신광을 발하며 타올 랐다.
그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아아! 진정 신비오묘한 무학대도(武學大道)를 나는 여기서 발견 했다!" 대오각성(大悟覺醒)의 현자무종(賢者武宗)이라고 할지라도 제대로 이해 못할 심오한 무학진결이었지만 북궁후는 대뜸 그 이치를 깨 달을 수 있었다.
이미 어릴 때부터 그 타고난 오성으로 세인들을 놀라게 했던 북궁 후가 아닌가! 그의 눈앞에는 지금 천단이십사기의 진수(眞髓)가 찬란한 광휘(光 輝)처럼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점점 빠른 속도로 천단이십사기의 오묘불가사의한 진결에 빨 려들고 있었다.
헌데 한동안 해독삼매경에 빠져 있던 그의 표정이 흔들리더니 하 나 가득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 "어디선가...
본 듯하지 않은가?" 그의 검미가 찌푸려지고 있었다. "이것이 심오하기는 하다.
허나...
나는 이와 흡사한 무공을!" 돌연 그의 입이 쩍 벌어졌다. "아! 천령무황!" 그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그렇다.
이 비급에 실린 무공은 바로 천령무황의 무학과 맥(脈)을 같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미 익힌 천령참마극선강이 강유(强柔)의 다섯 가지 조화 에 역점을 두고 있는 반면 이것은 강(强)과 유(柔)의 기본적인 맥 (脈)의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예리한 판단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천오백 년 전 무림을 독 패했던 천령무황의 경세적 무공! 그것은 놀랍게도 이 비급의 이십 사기(二十四技) 중 십칠기(十七技)까지만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놓 은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 검 2권 제17장 천하를 밝히리라! -2 ━━━━━━━━━━━━━━━━━━━━━━━━━━━━━━━━━━━ ② 실로 괴이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으음, 기이한 일이다.
천령무황이 천외선부의 인물이었단 말인 가?" 그는 미궁(迷宮)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는 더욱 심취하여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떠올린 의 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듯이! 한동안 나머지 기예(技藝)들을 읽어내려가던 북궁후의 온몸에 급 격한 전율이 일어났다.
그는 꽤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렇다.
놀랍게도 그는 나머 지 주해를 전혀 해독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파고들수록 더 욱 그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불현듯 그의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호남성 의 화진루에서 붕마왕과 격돌할 때 백옥선을 병기로 사용했던 기 억이었다.
그는 당시 백옥선의 위력을 십분 절감하지 않았던가! '이치를 선공(扇功)으로 응용해 본다면...?' 그는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 이것은 바로 천령무황이 남겼던 백옥선의 묘점(妙點)을 살릴 수 있는 구결이다!" 그는 마침내 나머지 십칠기의 구결이 실타래처럼 미친 듯이 풀려 가는 것을 느끼고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새삼 천령무황이 백옥선은 남겼으나 한 가지 선공(扇功)도 남기지 않았던 사실이 상기되었다.
결국 천령무황은 십구기까지밖에 익히지 못했음을 증 명하는 것이었다.
북궁후는 품 속에서 백옥선을 꺼내보았다. "그럼 이 섭선 또한 천외선부의 것이었단 말인가?" 그는 잠시 백옥선을 내려다보더니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비급에 적힌 구결대로 백옥선을 가볍게 펼쳐보았다.
순간 번쩍! 하면서 눈부신 백광이 사방으로 확 퍼져나갔다.
헌데 그것도 일순간이었 고 백광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북궁후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순간 그는 돌연 등 뒤에서 섬뜩한 예기를 느끼고는 벼락처럼 팽이가 회전을 하듯이 맹렬하게 우측으 로 신형을 날렸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돌연 사라졌던 백광이 그의 뒤쪽에서 짓쳐들 고 있었으며 그것은 그대로 그가 앉아 있던 포단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는 것을! '맙소사! 공력 한 줌 없이 단지 초식만을 펼쳤거늘...
저런 위력 이라니!' 그의 눈에 은은한 놀람과 기쁨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후유!" 그는 다시 포단이 있던 자리에 내려앉으며 자신도 모르게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만족감이 서려 있었다. "좋다! 나는 이것을 무허광양선강(無虛狂陽扇 )이라 이름 짓겠 다!" 무허광양선강! 이 이름은 장차 무림에 또 하나의 충격을 불러 일 으키나니! 잠시 후, 그는 다시 비급을 펼쳐들고 나머지 구결들을 해독해 나 가기 시작했다.
이미 전반부의 성취가 있었기 때문에 한결 쉬웠고, 그 이치를 알 게 되자 좀전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독파해 나가고 있었다.
오히려 천령무황의 무공에서 놓쳐 버릴 뻔했던 여러 가지 강점과 변화까지 얻고 있었다.
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허나 한순 간도 그의 시선은 비급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얼마나 깊이 심취를 하고 있고, 얼마나 많은 기력을 쏟고 있는지 그의 입술이 그 짧은 순간에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타들어가던 입술이 가뭄의 논바닥처럼 갈라지더니 한방울의 피가 비급 위에 떨어지는 순간 그의 몸이 폭풍을 만난 듯 흔들리면서 굳은 듯이 닫혀 있던 입술이 열렸다. "아아! 이것이...
정녕...
인간의 무학이란 말인가?" 그의 음성은 놀랍게도 잔뜩 쉬어 있었다.
그것만 보아도 그가 얼 마나 초인적인 정력을 쏟았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허공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무학의 대도에 대한 끝없는 경외감 이 물결치고 있었다.
그렇다.
천단이십사기는 고금만무(古今萬武)의 총요(總要)요, 무 학의 궁극적인 대도(大道)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도를 향해 지금 한 명의 기재가 발을 들여놓고 있었던 것이다.
검(劍).
검신의 길이는 세 자, 검신은 물론 손잡이까지 투명한 백상아로 만들어진 특이한 검이었다.
한눈에도 신기비범해 보이는 한자루 고검(古劍)이었다.
북궁후는 고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름 없는 검이었다.
길고 화 려한 과거를 말하지 않는 검(劍)이었다.
북궁후는 이 한 자루 고 검에 가슴 저 밑바닥에서 웅지가 피어오름을 느꼈다. "너에게 이름을 주리라!" 검이 뽑히면서 휘황한 백광이 눈부시게 솟아났다. "천패검(天覇劍)! 곧 천하를 밝히리라!" 검의 이름은 천패검이었다. ■ 검 2권 제17장 천하를 밝히리라! -3 ━━━━━━━━━━━━━━━━━━━━━━━━━━━━━━━━━━━ ③ 삼 개월 후.
북궁후는 조사전을 나왔다.
석 달 전 자신이 전에 없던 평화로움을 맛보던 화원으로 그는 천 천히 들어서고 있었다.
불과 삼 개월만에 그의 모습은 크게 달라 져 있었다.
성숙한 인간의 체취를 물씬 풍기는 듯한 자태였다.
두 눈은 득도(得道)한 고승처럼 무한의 소유(所有)를 품고 적요롭 게 빛나고 있었으며 고귀하고 웅대(雄大)한 기상이 전신에서 발산 되고 있었다. "아! 대가!" 투명한 햇살이 창공에 부서지는 소리인가? 외마디 놀람과 기쁨의 교성이 화원의 향기를 흩어놓았다.
동시에 화원 속에서 발딱 솟아 오르는 하나의 섬세한 인영이 있었다.
바로 천예궁이었다.
그녀의 품에 안겨 있던 무수한 꽃가지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그녀 는 자신의 침소에 장식할 꽃을 꺾던 중이었다.
북궁후는 화원 속 으로 들어서며 호쾌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 예궁!" "오오, 대가!" 그녀는 다소 초췌해져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잠시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대는 것 같더니 돌연 놀란 기러기처럼 날아와 북궁후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격렬한 포옹과 달콤한 입맞춤이 한동안 이어졌다.
서로를 애타게 갈구했기 때문에 입맞춤은 더욱 달콤하였고 포옹은 더욱 격렬했으리라.
천예궁은 잠시 북궁후를 밀치더니 숨을 할딱이면서 고개를 들어 북궁후를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의 변화에 민감한 법이다.
북궁후 의 변신은 가슴 떨리도록 그녀를 감동케 했다. "대가! 이렇게 빨리 나오실 줄은 몰랐어요." 북궁후는 그녀의 갸름한 턱을 살짝 쳐들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그대가 보고 싶어서 빨리 나온 거요." 천예궁의 해맑은 얼굴에 햇살같은 기쁨이 번지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눈을 흘겼다. "흥! 그 동안 더욱 능청맞아지시다니!" 북궁후는 눈을 크게 떴다. "내 마음을 믿지 못하겠단 말이오?" 그는 가슴이라도 열어 보일 기세였다.
그를 가만히 응시하는 천예 궁의 검은 눈동자 사이로 문득 까닭을 알 수 없는 물기가 반짝였 다.
그녀는 돌연 격렬하게 북궁후의 품 안으로 안겨들었다. "예궁!" 북궁후 역시 그녀를 뜨겁게 끌어안았다. "대가, 보고 싶었어요." 천예궁은 북궁후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물기 젖은 음성으로 속삭 였다.
문득 그녀는 갑자기 겁에 질린 새처럼 세차게 북궁후의 목 을 끌어안고 전신을 밀착시켜 오더니 잠시 후 천천히 북궁후의 가 슴을 밀면서 품을 벗어났다.
그녀는 한동안 눈이 부신 듯 북궁후 를 바라보다가 달콤한 음성으로 말했다. "대가, 당신의 성취를 보고 싶어요." 북궁후는 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천외선부의 무학비경(武學秘經)은 진정 놀라운 것이었소." 그는 턱을 쓸며 잠시 생각하더니. "음, 이것은 본래 천령무황이 남긴 천령영허무기보(天靈影虛無氣 步)란 보법인데, 나는 여기에 열여섯 군데의 허점을 보았소." 설명을 끝냄과 동시에 그가 가볍게 한 발을 내딛는가 싶은 순간 그의 신형은 십여 장 거리를 단숨에 미끄러져 나가는 것이 아닌 가! 미풍보다 더 희미한 공기의 파동이 있었을 뿐, 빽빽한 화수림 의 꽃잎 하나 다치지 않았다.
천예궁의 눈에 경악의 빛이 스쳤다.
그녀는 감탄성을 지르며 나비 처럼 날아와 그의 품에 안겼다. "오, 훌륭해요.
대가!" "하하, 고맙소." "허공에서 단숨에 삼백육방위(三百六防位)를 짚어 주위 공기의 흐 름을 막다니...
소녀는 아직 그처럼 신기절륜한 보법을 보지 못했 어요." 천예궁의 말에 북궁후는 감탄한 빛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안목은 놀랍구려.
얼마 전 천도모모가 말하기를...
그대 가 천외선부 팔백 년 이래 최고의 재질을 타고났다 하더니 그 말 이 조금도 과장된 게 아님을 알겠소." 천예궁은 다소곳이 웃으며 살래살래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대가의 성취에 비하면...
소녀의 무공은 그 그림자도 되 지 못할 거예요." 북궁후는 화원 땅바닥에 무수히 흐트러진 꽃가지들을 주워 그녀의 팔에 안겨주며 가볍게 소리내어 웃었다. "후후, 그대는 너무 겸손하군." "아녜요.
대가! 본부의 무학은 초대 조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극 성까지 익힌 사람이 없어요.
천령무황은...." 북궁후는 숙였던 고개를 들며 눈을 번뜩였다. "천령무황?" "그래요.
그 분은 본부의 십이대(十二代) 부주였죠.
역대의 부주 들 중 가장 두드러진 능력의 소유자이신 그 분조차도 겨우 칠 성 의 진전을 보였을 뿐이에요." 북궁후는 비로소 확연히 깨닫는 바 있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내 짐작이 맞았군.
그 분이 천외선부의 제자였다니!' 문득 천령동에 남겨졌던 서찰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노부는 그대를 독차지할 수 없다.
그것은 더 큰 복연(福緣)이 그 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검 2권 제17장 천하를 밝히리라! -4 ━━━━━━━━━━━━━━━━━━━━━━━━━━━━━━━━━━━ ④ '천령무황...
그 분은 내가 천외선부의 기연을 얻을 것을 미리 예 측하셨단 말인가?' 그는 문득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북궁후는 비로소 천령무황 이 남긴 구절의 깊은 뜻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천예궁이 그의 손에 깍지를 끼고 흔들며 달콤하게 말했다. "대가, 어서 천화루(天花樓)로 드세요.
오늘밤 천도모모가 모든 본부의 식솔들을 모아 놓고 축하연을 베풀 거예요.
호호!" 그녀의 웃음은 화사하고 밝게 화원에 울려 퍼졌다.
허나 어쩐지 초조감과 안타까움 같은 것이 스며 있는 것을 북궁후는 느낄 수 있었다.
윤기 있는 머리결 사이로 살짝 드러난 희고 섬세한 그녀 의 목덜미를 바라보며 그는 내심 무겁게 중얼거렸다. '그대는 이미 알고 있군.
우리가 헤어질 날이 더욱 빨리 다가왔다 는 것을!' 그의 얼굴에 언뜻 어두운 그림자가 내리고 있었다.
그도 천예궁처 럼 이미 이별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일까? 무림(武林), 이 비정한 세계는 꽃다운 청춘남녀의 사랑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고 있었다.
화원 속에서 행복한 기운에 만개했던 화초 의 꽃망울들이 아련한 슬픔에 떨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치 두 사람의 슬픈 앞날을 예고하듯이....
밤(夜).
여인의 가슴에 묘한 흥분과 두려움을 안겨주는 그런 밤이었다.
이별의 안타까움이, 못 다푼 정염(情炎)의 아쉬움이, 실타래처럼 엉켜드는 운명의 밤이었다.
그러나 이 밤도 역시 아쉬움만 남긴 채 가리라.
격정의 열풍(熱風)도 촛불의 촛농처럼 녹여 버리고 그 렇게 가리라. ■ 검 2권 제17장 천하를 밝히리라! -5 ━━━━━━━━━━━━━━━━━━━━━━━━━━━━━━━━━━━ ⑤ 중원대륙의 최남단, 광서성(廣西省) 남쪽의 열대기후 속에 길게 나부산이 누워 있었다.
나부산의 스물일곱 개의 험악한 계곡중에 침조곡(沈鳥谷)이라는 계곡이 있다.
나는 새조차 그곳에 들어가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는 바로 그 침조곡.
이곳에 만충림(萬蟲林)이라는 수림(樹林)이 있는데 말 그대로 하 늘을 가릴 듯이 우거진 기수이목(奇樹異木) 사이로 한 치 건너 듣 도 보도 못한 악충(惡蟲)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이 만충림에서도 가장 무섭다는 사고(邪蠱)들의 둥지가 있는 계곡 의 귀퉁이 쪽에 놀랍게도 한 채의 모옥이 자리잡고 있었다.
잡초더미가 무성한 백여 평 정도의 평지 중앙에 자리잡은 이 모옥 의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그도 그럴 것이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목(樹木)들이 우거져 하늘을 차단하고 있었으며 주위에는 음산한 검은 안개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ㅆ! 하는 일진의 파공성이 들리더니 돌연 잡초더미 무성한 평지 위에 한 명의 인영이 내려섰다.
내로라 하는 무림의 고수들조차 접근을 회피하는 나부산의 침조 곡, 그것도 수많은 독벌레들이 우글거리는 만충림에 마치 제집 안 마당처럼 나타난 그는 바로 북궁후였다.
북궁후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전방 십여 장 앞을 흐르고 있는 검은 안개를 보면서 이맛살을 찌푸렸다. '사골부시독(死骨腐屍毒)이라...
고약한 노인네로군.' 그는 천천히 모옥을 향해 다가갔다.
모옥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기광이 번뜩이고 있었다. '오십 년간을 이 모옥 밖에 한 걸음도 내딛지 않고 있다는 일세기 인(一世奇人)....
그를 만나러 왔다.' 그의 신형은 어느새 모옥의 앞 칠 장여까지 접근하고 있었다.
문득 오 장여 앞에서 그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뜻밖에도 모옥의 주위에는 기이한 절진(絶陣)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허나 몇 개의 돌멩이와 자연적인 지형(地形)을 이용해 펼쳐진 그 진법은 누구나 시전할 줄 아는 지극히 평범한 진법이었다.
헌데 그 진세를 파악하던 북궁후의 얼굴에 은은한 경탄의 빛이 떠 오르고 있었다. '가공할 괴절진(怪絶陣)이다! 천하 진법의 귀재가 온다 해도 이 진식은 결코 돌파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과연 천기신궁의 옥기령주답군.
허나...
내겐 우습지." 그것은 언뜻 오만해 보일 정도로 자신만만하였다.
그는 이내 서슴 없이 진 속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약 일각 후, 모옥의 삼 장앞 희 뿌연 어둠 속에서 돌연 사람의 발이 불쑥 나왔다.
이어 마치 거울 속에서 빠져나오는 유령처럼 북궁후가 걸어나왔다.
북궁후는 촌각만에 진법을 파해하고 나온 것이었다.
그는 모옥의 삼 장여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모옥의 안마당을 쓸고 있 는 한 명의 청포문사(靑袍文士)을 보았던 것이다.
일견 사십대의 중년인으로 보였는데 제법 준수한 용모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왼쪽 눈썹 위에 찍힌 푸른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중년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북궁후의 눈에 기이한 빛이 떠올 랐다.
마당은 먼지는커녕 대리석처럼 반질거리고 있었다.
헌데 괴이쩍게 도 청포문사는 먼지 한 올 없는 마당 위를 계속 쓸고 있었던 것이 다.
언뜻 보면 그는 마치 비질에 심취되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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