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천중행 - 검 - 43편 (43/46)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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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천중행 - 검 - 43편 (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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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은 당장이라도 물줄기 속에 휘말려 들어갈 것만 같았 다.
허나 범선은 여유롭게 격랑을 헤쳐나가고 있었다.
마치 아슬 아슬한 곡예라도 하듯이....
선창가에 서 있는 천예궁의 흑발은 강바람에 아름답게 나부끼고 있었다.
청초한 미태가 한결 돋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사위를 둘러보며 해맑게 웃었다. "대가, 이곳의 절경(絶景)은 매우 뛰어나군요." 북궁후는 담담히 웃을 뿐이었다.
이때 범선의 후미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던 동정어옹의 눈이 기광을 뿌렸다. "낄낄낄, 주군, 이곳은 경치도 좋지만 동정호와 달리 큰 고기도 많군요." 순간 천해신이 눈가에 잔잔한 살광을 띠우며 말했다. "허허허, 이놈! 군소리 말고 어서 주군께 낚시 솜씨나 보여 드리 게." "흐흐흐, 알았네." 동정어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절묘한 동작으로 낚싯대를 잡 아채 올렸다. "크악!" 처절한 비명이 터지면서 하나의 시커먼 인영이 낚시줄을 따라 올 라왔다.
미끌거리는 가죽옷을 입은 왜소한 인물이었는데 섬칫하게 도 목줄기에 세 치 길이의 낚시바늘이 꿰어 있었다.
동정어옹은 그를 뱃전으로 끌어 올리며 말했다. "클클, 이것은 젊은 놈이니 자네 마누라에게 푹 고아 먹이게." "허허, 그거 좋지." 천해신이 빙그레 웃더니 돌연 품 속에서 시커먼 철그물을 꺼내었 다.
그리고는 투망(投網)처럼 범선 아래를 향해 홱 뿌렸다.
철그물은 넓게 퍼지면서 누런 강물 위를 뒤덮었다.
촤아악! 철그물은 순식간에 강물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 순간 천해신 의 눈이 번쩍 빛나더니, "허! 이곳엔 뜻밖에도 큰고기들이 많군!" 철그물을 천천히 끌어 당겼다.
그에따라 철그물이 올라오고 있었 고 그물 안에는 칠팔 명의 흑의인들이 갇혀 있었다.
그들은 이미 숨이 끊어진 듯 죽은 물고기처럼 눈을 뒤집고 사지를 그물 밖으로 늘어뜨린 채 해면체처럼 늘어져 있었다.
동정어옹이 그것을 보고는 혀를 끌끌 찼다. "저런...
모두 상한 것들이구만...." 천해신도 혀를 차면서 그물을 풀고 있었다.
후두둑! 그물에 갇혀있던 흑의인들이 피를 뿌리며 강물로 떨어졌다.
붉은 피가 강물 위에 번지고 있었다. "에잉! 쯧쯧, 이 누런 황하가 저놈의 고기들 때문에 더욱 더러워 지는군." 이때 천예궁은 그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는지 북궁후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대가! 저들은 대체 누구기에 저토록 절륜하죠?" 북궁후가 소리없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사해쌍기(四海雙奇)! 저들의 수공(水攻)은 천하에 독보적(獨步 的)이오." 천예궁은 감탄한 듯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검 3권 제29장 만리대장정(萬里大長征), 혈전(血戰)! -6 ━━━━━━━━━━━━━━━━━━━━━━━━━━━━━━━━━━━ ⑥ 이때 꽈지직! 하는 음향과 함께 간판에 수십 개의 구멍이 뚫리더 니 그 안에서 시퍼런 철창(鐵槍)들이 솟구치는 것이 아닌가! 허나 네 사람은 번뜩 하는 순간 이미 신형을 선실의 지붕쪽으로 날리고 있었다.
그들은 지붕 위에 가볍게 내려섰는데 돌연 천해진이 분노의 폭갈 을 터뜨리며 다시 갑판쪽으로 날아갔다. "빌어먹을 놈들아! 남의 집 귀한 재산을 수장시킬 작정이냐!" 그는 순식간에 철창들을 뽑아내더니 번개같이 거꾸로 처박고 있었 다.
처절한 비명이 잇달아 갑판 아래에서 터져나왔다.
천해진은 여전히 허공에 뜬 몸을 홱 돌려 동정어옹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이봐! 낚시꾼! 어서 배를 젓지 않고 뭘해!" "클클, 알았네." 동정어옹이 훌쩍 몸을 띄우더니 그 역시 허공에 뜬 채로 낚싯대로 수면을 내리쳤다.
순간 배는 질풍처럼 수면을 미끄러져 나가기 시 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북궁후는 내심 감탄성을 터뜨렸다. '과연 듣던 대로 대단하군!' 이때 천예궁이 그의 팔을 잡으며 근심스러운 듯 말했다. "대가! 배밑이 뚫어져 물이 들어오지 않을까요?" 그때 동정어옹이 연신 낚싯대를 철썩이며 말했다. "낄낄, 주모께선 걱정 마십시오.
조금 전 저 늙은이가 고기를 산 적처럼 찍어 막았습죠." 그녀는 주모라는 말에 얼굴을 살짝 붉혔으나 이내 정색을 하고는 흑요석같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그럼...
조금 전 철창을 되박은 것이?" "낄낄, 저 늙은이가 제법 재주가 있습죠." 북궁후가 미소하며 말을 거들었다. "그렇소, 예궁, 긴 철창에 시체가 단단히 꿰었으니 물은 새지 않 을 거요.
하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인 것...
우리는 어서 강을 건너 야 하오." 천예궁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선미의 주위에서 붉은 거품이 일어나 는 것을 보고는 아미를 찌푸렸다. "대가, 저것은...?" 그녀가 가리키는 수면으로 붉은 거품이 배를 따라 계속 번지고 있었다.
북궁후가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배밑 철창에 꿰인 자들이 흘리는 피요." "아!" 천예궁은 마음이 언짢아진 듯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뱃머리쪽을 응시하며 다소 침울한 음성으로 물었다. "헌데, 그들은 어떤 자들이죠?" 동정어옹이 앞을 응시한 채 말했다. "이 황하를 주름잡는다고 제법 설치는 자들이었습죠." 북궁후가 가볍게 내뱉았다. "수룡채(水龍寨)로군." "그렇습니다.
주군!" - 수룡채.
드넓은 황하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해상문파(海上門派)였다.
그들은 여느 녹림도(綠林徒)의 수적(水賊)들과는 달리 유서깊은 사백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그들의 조직망은 바다의 개방( 幇)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방대하였는데 수만 리 길에 이르 는 황하의 대소수로(大小水路)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어 황하를 지날 때에는 구파일방조차 한수 접어주고 있었다.
수룡채는 사백 년 동안 황하를 지배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동정어옹이 낚싯대를 들어 상류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군, 저기 노를 젓는 자가 수룡채주인 황하일파(黃河一波) 무원 구(武原九)란 인물입니다." 상류쪽에 한 척의 배가 여유롭게 떠 있었다.
그곳은 바로 급류를 이루고 있는 곳으로 일반 범선은 물론이고 치수(治水)를 알고 있 는 어부라 해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헌데 한 척의 배가 유람하듯 떠 있고 그 위에 한 인영이 한가롭게 서 있었다.
더구나 그 인물은 유람이라도 나온 듯이 한가롭게 섭선을 접었다 폈다 하고 있었다.
헌데 그는 바로 서문유허가 아닌가! 북궁후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서문유허!' 그의 눈에서 새파란 살기가 불똥처럼 튀었다.
서문유허는 이백여 장 떨어진 상류에서 북궁후 일행을 바라보며 우뚝 서 있었다. "음, 저자가 직접 출동했군!" 북궁후의 입가에 비릿한 냉소가 흘렀다. '후후, 직접 지휘하고 있는 것인가? 네놈을 기다렸다!' 이때 천예궁은 북궁후의 전신에 살기가 맴돌자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북궁후가 차갑게 말했다. "저자는 바로 만류교의 군사이며 교주라고 할 수 있는 서문유허이 외다.
나는 이 대설산의 장정에서 두 인물을 끌어내려 한 것이 오."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한자한자 또박또박 내뱉았다. "바로 저 서문유허와 암중의 또 하나의 인물!" 그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빛이 떠올랐다. "후후, 저자가 나타난 것을 보니 만류교가 총동원 된 모양이오.
우선 그들의 공세가 발동하기 전에 나는 저자를 죽이겠소!" 북궁후의 살기찬 기세에 천예궁이 불안한 빛을 떠올렸다. "허나...
저자가 우리가 보는 앞에 서 있는 것은...
어쩌면 유인 하는 것인지도 모르잖아요?" "후후, 그렇소.
저자는 내가 쫓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오.
멋진 함정을 준비해 놓고.
허나 나는 쫓아갈 것이오." "대가!" "걱정마시오.
죽음의 함정이 미처 발동되기도 전에 돌아올 것이 니!" 천예궁이 미처 제지하기도 전에 북궁후의 신형은 그대로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서문유허와의 거리는 이백여 장이었는데 북궁후의 신형은 그 이백 여 장의 거리를 단숨에 단축시키고 있었다.
이때 서문유허는 북궁후가 날아오자 빙그레 미소를 흘리더니 가볍 게 바닥을 찼다.
그 순간 ㅆ! 하는 음향과 함께 돌연 서문유허가 딛고 있던 갑판이 뒤로 맹렬한 속도로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아니 그것은 날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갑판이 기다랗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 검 3권 제29장 만리대장정(萬里大長征), 혈전(血戰)! -7 ━━━━━━━━━━━━━━━━━━━━━━━━━━━━━━━━━━━ ⑦ 그 길이는 자그마치 십여 장이나 되어 북궁후가 그가 있던 자리에 내려섰을 때에는 이미 서문유허는 십오 장 밖으로 늘어난 갑판 위 에 깃털처럼 서 있었다.
갑판 위에 내려선 북궁후의 눈에 은은한 감탄의 빛이 떠올랐다. '절묘한 기관이 설치된 범선이구나!' 그는 즉시 자세를 바로 하고 돌연 있을지도 모를 기관작동에 경계 를 하였다.
이때 서문유허가 여전히 느긋하게 섭선을 부치면서 입 을 열었다. "네놈도 정말 보통놈이 아니다.
잘도 내 계획을 무산시켰더구나." 그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비아냥거리고 있었다.
북궁후가 싱긋 웃었다. "어디...
당신만큼 했겠소?" 서문유허가 시선을 돌렸다. "대막유유궁도 네놈의 작품이었고...
아무래도 걸작중의 걸작은 네놈의 애비로 변장시킨 천경유사의 등장이었지.
네놈 때문에 노 부는 갈곳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만류교 총단이 그놈 때문에 쑥대 밭이 되버렸단 말이지.
더구나 소림삼천불(少林三天佛)에게 완전 히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그들까지 합류했을 줄이야....
그들을 소림사에서 불러낸 것도 네 작품일테지?" 북궁후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천경유사 제갈우가 제대로 일을 꾸민 모양이로군.
승소 진과 소림삼천불이 적시에 협조한 모양이고.' 북궁후는 이미 대장정을 시작하기 전에 만류교의 총단에 잠입한 천경유사와 내밀한 연락을 주고 받고 적시에 승소진과 소림삼천불 이 투입되도록 안배를 해 놓았던 것이다.
문득 서문유허의 눈에서 흉폭한 광채가 뿜어졌다.
그는 북궁후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더니 어금니를 뿌드득 갈았다. "결국은 네놈이 나의 모든 기반을 없애버리고 말았구나...." 그는 이제 더 이상 태연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참고 있던 감정들 이 노도처럼 폭발하고 있었다. "더이상 기다리지 않겠다.
네놈을 노부가 직접 죽이고 세 개의 묵 옥악마상을 얻으리라." 북궁후의 입가에 조소가 떠올랐다. "글쎄...
과연 서문유허, 당신의 능력으로 나를 꺾을 수 있을까?" 서문유허가 기이한 미소를 흘렸다. "누가 서문유허란 말이냐?" 북궁후는 그의 반문에 기이함을 느끼고는 내심 흠칫하였다.
그때 서문유허가 돌연 미친 듯한 광소를 터뜨렸다. "와하하하! 지난 오십 년 동안 천하의 이목을 속였거늘! 하룻강아 지 한 마리 제대로 다루지 못했단 말인가!" 돌연 그의 얼굴이 우두둑! 소리와 함께 꿈틀거리면서 변화를 일으 키기 시작했다.
북궁후의 눈이 부릅떠졌다.
서문유허는 전혀 다른 얼굴로 변해 있었다.
조금 전의 청수한 얼굴보다는 다소 늙어보이는 노안(老顔)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북궁후는 대뜸 짐작할 수 있었다. "서문규!" 북궁후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서문규가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와하하하하! 네놈도 이것만은 짐작하지 못했던 모양이구나!" 북궁후는 가슴이 서늘해 왔다.
서문유허가 육십 년 전 천하를 뒤엎을 모계를 꾸미다 천기신군에 패해 새외변방으로 도주했던 서문규 본인이었다니! 천하만사무불통지라는 승소진조차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실로 무 섭도록 치밀한 간계(奸計)가 아닌가! 서문규의 눈에서 탐욕스러운 빛이 번뜩였다. "세 개의 묵옥악마상은 가지고 있겠지?" 북궁후는 순간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치밀어오르는 무서운 분노 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말없이 영웅검을 빼들었다.
그의 영웅검을 본 서문규가 움찔 하였으나 이내 음침한 미소를 흘렸다. "나는 이미 너의 무공에 대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다.
너는 내 삼초지적이 될 수가 없다." 서문규가 천천히 섭선을 내려뜨렸다. "나는 이미 지난 육십 년 동안...
미완성이던 태극현천강기(太極 玄天剛氣)를 대성했다.
설사 천기신군이 직접 상대한다 해도 나의 일초지적이 될 수는 없을 터...." 그의 섭선에서 돌연 묵광(墨光)이 번뜩이더니 섭선이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살아 꿈틀거리는 것처럼 그의 팔을 기어올라 그의 상반신을 뒤덮더니 이윽고 그의 전신이 시커멓게 변했다.
순간 서문규의 입에서 폭갈이 터졌다. "태극현천강기!" 콰아아아! 그의 주위에서 물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가공할 경력을 견디지 못하고 강물이 폭발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었다. ■ 검 3권 제29장 만리대장정(萬里大長征), 혈전(血戰)! -8 ━━━━━━━━━━━━━━━━━━━━━━━━━━━━━━━━━━━ ⑧ 번쩍! 서문규의 신형이 마치 검은 태양처럼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의 전신에서는 이 순간 수십 수백 개의 검은 뇌전(雷電)이 천지 사방으로 치뻗으면서 대기를 갈기갈기 찢고 있었다.
순식간에 하늘은 시커멓게 변해 버렸다.
그 사이로 서문규는 벽력 처럼 북궁후를 향해 내리꽂히고 있었다.
수백 줄기의 묵선(默線) 이 폭우처럼 북궁후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때 북궁후의 입에서 노호가 터져나왔다. "합마신검(合魔神劍)!" 천혜검경의 구초검예 중 비류신검에 이어 제이초가 펼쳐지고 있었 다.
북궁후가 있던 갑판에서 한줄기 백광이 일직선으로 서문규를 향해 폭사되었다.
서문규의 눈이 휩뜨여졌다.
꽈지지직! 마치 폭발 직전의 공처럼 팽창하고 있는 한 덩어리의 백광이 자신 이 쏟아낸 강기(剛氣)를 뚫고 치솟아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백광은 순식간에 그의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그것은 하나의 백옥 선이었다.
서문규는 어금니를 깨물면서 태극현천강기의 두번째 초식을 펼치 려고 하였다.
그때 서문규는 화려한 폭발의 섬광을 보았다.
뜻밖 에도 백옥선은 그의 지척지간에서 폭발을 일으킨 것이었다. "으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터지면서 하늘을 뒤덮고 있던 시커먼 기운이 확 사 라졌다.
그리고 장내는 눈부시도록 밝아졌는데, 하나의 인영이 맹 렬한 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허나 그는 중간어림에서 팽이처럼 몸을 돌리면서 속도를 늦추더니 이윽고 천천히 갑판 위에 내려섰다.
그는 내려서는 순간 왼쪽 팔을 잡고 비틀거렸다.
바로 서문규였 다.
그의 몰골은 처참했다.
왼쪽팔은 어깨부위부터 댕강 떨어져 나가고 없었으며 얼굴은 부서진 백옥선의 파편들이 틀어박혀 만신 창이가 되어 있었다.
그는 경악으로 가득한 시선을 북궁후에게 던졌다.
북궁후는 여전 히 예의 그 자리에 담담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었다.
비로소 서문 규의 눈에 공포가 떠올랐다.
그는 돌연 몸을 빙글 돌렸다.
그때 북궁후의 차가운 냉소가 들렸 다. "흥! 도주? 내 눈에 띈 이상 도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흑!" 서문규는 눈 앞에 뭔가 희끗하면서 이마에 뜨끔하는 통증을 느끼 고는 눈을 부릅떴다.
어느새 북궁후가 그의 이마에 검극을 대고 자신을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서문유허...
아니 서문규!" 북궁후의 음성은 차갑기 이를데 없었다. "으!" 북궁후의 무서운 눈을 본 서문규는 비로소 죽음이 다가왔다는 것 을 직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는 너무 경솔했다.
내 눈에 뜨이지 말았어야 했다." 북궁후가 차갑게 외치며 검을 슬쩍 밀어냈다.
한가닥 선혈이 서문 규의 콧잔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잘가라!" 다음 순간, 퍽! 하는 음향과 함께 서문규의 머리는 산산조각이 나 면서 어깨 위로 무너져 내렸다.
한동안 목없는 시체가 되어버린 서문규를 바라보던 북궁후는 번쩍 신형을 날렸다.
그는 순식간에 천예궁이 있는 범선으로 날아왔다.
그가 날아가고, 서문규와 싸우고, 다시 되돌아온 것은 무척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지만 실로 찰라적인 일이었는지라 천예궁을 비 롯하여 모두는 넋을 잃은 듯 한동안 멍하니 북궁후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때 북궁후는 강변의 바람에 옷자락을 나부끼며 이쪽을 향해 빙 긋 웃었다.
너무도 매력적인 웃음이었다. ■ 검 3권 제30장 죽음의 성(城)! ━━━━━━━━━━━━━━━━━━━━━━━━━━━━━━━━━━━ ① 대설산(大雪山).
하늘에는 만월(滿月)이 떠 있었다.
대설산은 태고의 고요와 적막 에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오직 보이는 것이라고는 눈덮인 봉우 리와 능선들뿐이었다.
미풍 한 점 일지 않고 있었다.
희뿌연 백야(白夜)였다.
태양이 없어도 희미한 박명(薄明)이 계속되고 있는 산야(山野)는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경외와 신비감이 깃들어 있었다.
헌데 이 백야의 능선에 기다란 족적이 이어져 있었다.
설원(雪原)에 족적을 남기면서 막 능선을 넘어가는 한 쌍의 젊은 남녀가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이 요요(遙遙)로운 산야 위에 한 폭의 그림이었다.
바로 북궁후와 천예궁이었다.
천예궁은 북궁후가 벗어준 겉옷을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그녀는 연신 주위를 둘러보며 아름다운 얼굴에 감탄과 경이의 빛 을 가득 떠올리고 있었다. "아, 대가! 이곳은 참 기이하군요! 밤인데도 이토록 밝다니!" 상기된 그녀의 얼굴은 밤안개에 촉촉히 젖은 듯 더욱 싱그러워 보 였다. "하하, 이것이 백야(白夜)라는 것이오.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 는 현상이지." 백야는 북극(北極)이나 남극(南極)에 일출(日出)과 일몰(日沒) 사 이에 반영하는 태양 때문에 희미한 박명이 계속되는 짧은 밤의 현 상이었다.
이때 북궁후의 얼굴이 문득 격동에 차올랐다.
그는 아득히 시야를 뚫고 솟은 웅장무비한 산악을 가리키며 말했다. "예궁, 드디어 대설산이오!" 천예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감탄성을 터뜨렸다. "아! 저것이 바로 천고(千古)의 신비가 간직되어 있는 대설산이란 말인가요?" 시야 멀리 미명(未明) 속에 우뚝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전설의 신 비 영산(靈山).
장장 십팔만 리의 산악 뿌리를 신비의 대지에 묻 고 고고히 침묵을 지켜온 대설산.
이 대설산은 천축(千竺), 토번(吐蕃)과 중원(中原)의 경계를 타고 꿈틀거리듯 누워 있는 것이다.
태초(太初)부터 인간의 범접을 거 부해온 신비의 대자연 그대로....
문득 북궁후는 검미를 꿈틀거렸다. "후후, 서서히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그는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예궁." "예." "일반 무림인들은 천기신궁의 수하들이 이미 모두 막았을 것이 오." "그렇지만...." "그렇소.
진정으로 나타나야 할 자는 어쩌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 문득 북궁후의 눈이 차갑게 빛을 발했다. "훗! 저기 있군!" 천예궁이 의혹의 눈을 들어 전면을 바라보다 눈을 좁혔다.
십여 장 밖의 전면에는 어느새 나타났는지 십이 인의 흑의검수가 유령처럼 서 있지 않은가.
무서운 기세가 그들의 주위에서 형성되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은 채 도열해 있었는데 삼엄한 살기가 안개처럼 그들 에게서 뻗어나고 있었다. "대, 대가! 저들은 정상적인 무공을 익힌 사람들같지 않군요." 천예궁의 음성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렇소! 어떤 마공에 의해 인성이 말살된 악마 그 자체같구료." 그 십이검수의 전신에서 귀기가 번져나오고 있어 여인의 몸인 천 예궁으로서는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소름끼치는 귀기를 발산하면서 십이검수가 조용히 미끄러져 왔다.
헌데 그들은 마치 눈 위로 미끄러지는 한 줄기 바람과도 같이 그 신법이 사이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 모양이 심히 신비스럽고 또한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조금도 몸을 움직이지 않는데 한 가닥 경기가 그들의 발밑을 감돌 며 그들을 전진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그들의 손에서 일제히 검이 뽑혔다.
열두 명이 검을 뽑는 것 이 마치 한 사람이 뽑는 것 같았다.
북궁후의 눈에 은은한 감탄이 스쳤다.
그들이 검을 뽑자마자 삼엄한 검기가 해일처럼 밀려오지 않는가.
검세가 발동되지도 않았건만 이 정도이니 만약 검세가 막 상 발동하면 어느 정도나 되겠는가! 허나 북궁후의 눈은 이내 담담하게 가라앉고 있었다. "후후, 너희들이 아니다.
내가 기다린 것은 너희들의 상관이지, 네까짓 귀신같은 놈들인 줄 아느냐." 북궁후의 몸이 전진했다. "예궁은 물러나 있으시오." 그의 입에서 낭랑한 음성이 터지는 순간 무서운 검광이 그의 허리 에서 작렬하고 있었다.
십이검수의 검이 일제히 기이한 각도로 움직였다.
동시에 그들의 검진이 둥글게 북궁후를 말아왔다.
불꽃이 튀기면서 눈발이 휘날 려 천지가 하얀 구름에 휩싸인 듯했다.
고막을 파열시킬 듯한 굉음이 터지면서 북궁후의 신형이 뒤로 퉁 겨져 나왔다.
북궁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팔 전체가 울리고 가슴의 기혈이 솟 구침을 느낀 것이었다.
앞을 보던 그의 안색이 일그러졌다.
십이검수가 구성한 진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데 겨우 반자가량 밀려난 정도였던 것이다.
다음 순간 검진은 무서운 기세로 북궁후 에게 덮쳐오고 있었다. '이럴 수가!' 그들은 전혀 충격을 받지 않은 듯했다.
북궁후의 몸이 허공 십 장 높이로 솟아올랐다.
퍽! 하는 음향과 함께 그가 서 있던 자리가 한 장 깊이로 패여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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