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김용) - 56편 (56/82)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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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김용) - 56편 (5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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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석 방주께서 는 방주의 자리를 잇게 된 이후 본방을 위해 몇 가지 큰공을 세웠소 이다.
따라서 사도 방주께서는 그야말로 영웅을 알아보는 혜안을 지 니신 분이라고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며 그 어른이야말로 비단 무공이 월등하게 뛰어날 뿐만 아니라 견식 또한 역시 비범했다는 것을 알 수 가 있었소이다.
어흠 어흠……만약에 그렇지 않았을 때에 그분께서 또 어떻게 요동의 영웅호걸들과 교분을 가질 수 있었겠소이까?] 그 말뜻은 만약 당신들이 사도 방주의 눈이 사람 볼 줄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당신들 자신마저도 대단한 인물이 못된다는 것을 말해주 고 있었다.
이때 여정평은 갑자기 불쑥 입을 열었다.
[패 의원.
우리들이 관동에서 들은 소문은 결코 그렇지가 않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다 함께 중원땅으로 들어와 모든 것을 명백하게 알아보려는 것이외다.] 패해석은 담담히 말했다.
[만리 밖까지 소문이 전해지게 되었을 적에는 점점 불어날 수도 있 는 것이고 없었던 일도 그럴싸하게 있는 것처럼 와전될 때도 있는 것 이외다.
그런데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유언비어를 들으셨는지 모르겠 구려?] 여정평은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입을 열었다.
[진상이 아직도 크게 밝혀지기 전에는 궁극적으로 그 소문이 유언비 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소이다.
우리들은 한 분의 친구로부터 들은 바가 있는데 그것은 사도 형님께서……] 거기까지 말하다가 그는 말끝을 흐렸으나 갑자기 두 눈에 형형한 안 광을 크게 빛내면서 다시 낭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장락방의 간악한 인물에게 해침을 받아서 영문도 모를 죽음을 당했 다는구려.
그리고 방주의 자리는 한 명의 음탕하고 여색을 밝히고 흉 폭하면서도 잔인한 젊은 탕아의 손으로 들어갔다는구려.
그 친구분은 당당하게 이야기를 했으며 듣기에도 거짓말같지 않았소이다.
우리들 은 사도 형님의 옛날 은정을 생각하고 비록 무공이나 명망으로 볼 때 에 귀방의 큰일에 대해서 물어볼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도 친구를 위한 뜨거운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그만……당돌함을 무릎쓰게 되었소이다.] 패해석은 싸늘히 냉소를 흘렸다.
[흐흐흐! 여 형의 조리있는 말씀이 오히려 당돌함을 면할 수가 없을 것 같소이다.] 여정평은 얼굴이 뜨끈해지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들은 착수회춘 패해석이 똑똑하다고 하더니 정말 명불허전이로 구나.)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큰소리로 말했다.
[귀방에서 어떤 사람을 우두머리로 삼고자 했는지에 대해서 국외인 (局外人)이 굳이 나서서 물어볼 필요가 있겠소이까? 우리 이 관동의 무림도(武林道)에서는 그저 귀방에서 사도 방주가 지금쯤 돌아가셨는 지 아니면 살아계시는지를 묻고 싶을 뿐이외다.
그리고 그가 귀방의 방주 자리에 앉지 않은 것은 도대체 그 분이 좋아서 자리를 기꺼이 버리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핍박을 받아서 물러선 것인지 알 고 싶었을 뿐이외다.] 패해석은 얼굴에 냉소를 띄웠다.
[이 패가는 그릇이 못되지만은 그래도 강호에서는 조금이나마 헛된 명성을 지니고 있는데 한 번 한 말에 대해서 어찌 부정을 하겠소이 까? 귀하가 만약에 반드시 이 패모가 거짓말을 한다고 한사코 단정을 짓겠다면 이 패모로서도 그저 끝까지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구려.
흐흐흐……여러분들은 모두다 무림에서 신분내력이 있는 사 람이고 친구를 위해 열성을 보이는데 대해서는 그야말로 우리들로서 는 탄복해마지 않는 바이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타당성이 결여된 것 같소이다.] 고삼 낭자는 언제나 남으로부터 칭찬의 말이나 아첨하는 말을 들어 왔을 뿐이었는데 이제 패해석으로부터 그와 같은 빈정거림을 당하게 되자 그만 크게 노기가 끓어올라 매서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사도 오라버니를 해쳐 죽게 만든 사람들 가운데 아무래도 당신 패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주모자인 것 같구려.
우리들이 중원으로 들어오 게 되었을 적에 사도 오라버니의 원수를 갚자고 각오를 단단히 하 바 가 있으며 벌써부터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소이다.
당 신이 사내대장부로서 일을 저지를 용기가 있었다면 책임질 용기도 가 져야 할 것이 아니겠소? 당신은 나에게 속시원히 한마디만 해 주시 오.
사도 오라버니께서는 살아계시오? 아니면 돌아가셨소?] 패해석은 나른한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 패씨 성을 가진 사람으로 말하면 오래 전부터 병을 앓아 왔으며 그야말로 죽었다고 했을 때 죽지는 않고 살았다고 했을 때에 살아있 다고 볼 수가 없는 삶을 누려오느라고 고생을 했기 때문에 이미 살아 있는 데에 대해서 미련을 갖지 못하고 있는 터이외다.
고삼 낭자께서 죽이겠다면 상관없으니 어서 손을 쓰시구려.] 고삼 낭자는 노해서 반박했다.
[그러고도 당신은 무림의 명숙(名宿)이라 할 수 있겠소? 이 늙은이 에게 그와 같은 억지를 쓰다니 당신이 말하지 않겠다면 좋소.
당신은 가서 그 석씨 성을 가진 녀석을 불러내시오.
이 늙은 것이 직접 그에 게 물어보겠소이다.] 그녀는 패해석이 늙고 교활한 만큼 입으로는 도저히 싸워서 이길 수 가 없고 무기를 쓴다고 하더라도 중과부적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석 방주가 나이 어린 후배라고 하니 설사 사실대로 이야기 하지 않는 다 하더라도 그 표정에서 어쨌든 간에 어느 정도의 단서는 얻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때 패해석의 뒤에 섰던 진충지가 갑자기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고삼 낭자에게 말씀을 드리는 데 우리 석 방주께서는 여자 들을 좋아한답니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나 이 젊고 아름다운 여인을 보게 되었을 때이지요.
따라서 그에게 고삼 낭자를 한 번 만나보라고 한다는 것은……헤헤헤……아무래도 그는 헤헤……] 이 몇 마디의 경박한 말뜻은 자연히 고삼 낭자가 늙고 추악하며 앙 칼진 것을 비아냥거리는 것이고 석 방주가 전혀 그녀를 한 번 만나볼 욕심을 갖지 않으리라는 것을 비친 것이었다.
정당은 그와 같은 말을 듣고 속으로 웃으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기실 고삼 낭자 언니의 얼굴 모습도 퍽이나 예쁜 편이지요.
당신은 또 그녀에게 혹한 것이죠.
그렇지 않나요?] 석파천은 눈을 커다랗게 떴다.
[또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이는구려.
그녀가 비도를 당신에게 던지 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정당은 웃으며 반박했다.
[그녀가 비도를 나에게 던지게 되었을 때 당신은 어느 쪽을 도와 주 겠어요?] 석파천은 미처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고삼 낭자는 이미 크게 노기가 끓어오른 끝에 아니나 다를까 세 자루의 비도를 꺼내더니 진충지를 향해 내던졌다.
은빛 광채를 급격하게 번뜩이며 세 자루의 비도는 진 충지에게로 쏘아져 갔다.
그러나 진충지는 일일이 피해버리고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나를 잘 봤다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는 여전히 입으로 그렇게 깨끗하지 못한 희롱을 해대고 있는 것이 었다.
범일비는 갑자기 부르짖었다.
[잠깐 손을 멈추시오!] 그러나 고삼 낭자는 노기가 한 번 끓어오르게 되자 도저히 억제 할 수 없는 듯 비도를 잇달아 내던졌으며 그 손놀림이 더욱더 재빨라지 고 있었다.
진충지는 여섯 자루의 비도를 피하기는 했으나 일곱번째의 비도를 미처 피할 수가 없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 한 자루의 비도는 바로 그의 오른쪽 다리에 꽂히게 되었고 진충지는 그만 대뜸 무릎을 꿇어앉는 형태가 되고 말았다.
고삼 낭자는 냉소했다.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겠다는 것이오?] 진충지는 크게 노하더니 지니고 있던 칼을 뽑아들고 몸을 일으켜서 는 고삼 낭자에게로 달려들었다.
풍량이 재빨리 구절연편을 휘둘러서는 그를 막았다.
이제는 수습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여 한바탕의 떼싸움이 금방이 라도 벌어질 것 같았다.
별안간 석파천은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싸우지들 마시오.
싸우지들 마시오.
당신네들이 나를 만나보겠다고 했는데 이미 나를 만나보지 않았소?] 그러면서 그는 정당의 손을 잡고 그 커다란 바위 뒤에서 달려나갔고 몇 번 몸을 날리지 않아 어느덧 여러 사람들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내 게 되었다.
진충지와 풍량은 각기 뒤로 물러났다.
장락방의 군호들은 우뢰와 같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일제히 허리를 구부리고 외쳤다.
[방주께서 왕림하셨습니까!] 범일비 등은 모두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장락방의 뭇 사람 들의 표정이나 태도가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은공께서는 스스로 석씨 성을 밝혔고 나이 또한 무척 젊은 데다가 무공은 지극히 높았다.
그런 만큼 그가 장락방의 방주 자리에 앉아있 다는 것은 본래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는데 다만 우리가 미리 생각지 를 못했었구나.
그가 스스로 석중옥이라고 자처했는데 우리들은 장락 방의 방주가 석파천인가 하는 사람이라고 들었다.
음, 석중옥에 자 (字)가 파천이 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가 있는 일이 아닌가.) 고삼 낭자는 겸연쩍은 어조로 입을 열었다.
[석……석 은공.
알고 보니 당신이……당신이 바로 장락방의 방주였 구려.
우리들은 정말 경망된 행동을 했구려.
진작 이럴줄 알았더라면 어떻게 믿지 않을 수가 있었겠소이까?] 석파천은 빙그레 웃고서는 패해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패 선생, 이곳에서 여러분들을 만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소이다.
이 몇 분은 나의 친구이니 서로들 화목하게 지내도록 하시구려.] 패해석은 석파천을 발견하게 되자 기쁜 마음 금할 수가 없었다.
그 는 관동의 군호들과 원래부터 조금도 원한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었 기 때문에 약간 허리를 구부려서는 말했다.
[방주께서 몸소 이곳에 납시어 대국(大局)을 이끌어나간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 없지요.
모든 일은 방주께서 알아서 처단하도록 하시구 려.] 고삼 낭자는 천천히 입을 열고 설명을 했다.
[우리들은 남의 말을 듣고 사도 오라버니께서 남에게 해침을 당한줄 알았소이다.
그래서 귀방과 만날 것을 약정하게 되었는데 새 방주님 이 바로 석 은공일 줄이야 어찌 알았겠소이까? 석 은공께서는 의리가 하늘을 찌를 것 같으니 결코 사도 오라버니에 대해서 어떤 양심에 어 긋난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려.
틀림없이 사도 오 라버니께서는 석 은공의 무공이 자기보다 고강하고 젊을 뿐 아니라 훌륭한 인재인 것을 보고 자리를 어진 사람에게 양보를 해 주신 것이 겠지요.
그런데 사도 오라버니께서는 안녕하신지요?] 석파천은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를 몰라 얼굴을 돌리고 패해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 사도……사도 형님께서……] 패해석은 정중히 입을 열었다.
[사도 전 방주께서는 지금 깊은 산속에서 은거하고 계시며 어떤 손 님도 만나보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을 때 여러분들의 이토록 열성적 으로 만리 길을 멀다하지 않고 달려왔으니 본래 그분과 한 번쯤을 만 나셔야 옳은 일이지요.] 여정평은 그 말을 받아 입을 열었다.
[불초는 조금전 말씀을 함부로 드려 패 선생의 비위를 거슬린데 대 해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며 죽을 죄를 지었다고 생각이 드는구려.
아무쪼록 용서를 해 주시구려.] 그리고 나서 그는 깊이 읍을 하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사도 형님과 우리들간의 교분은 흔하게 보는 것이 아니외 다.
이번에 중원으로 들어오게 된 이상 끝내 그를 한번 만나보아야겠 으니 아무쪼록 은공과 패 선생깨서는 대신 간청을 해주셨으면 고맙겠 소이다.
사도 형님께서는 외부의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 리들은 남이라고 할 수가 없소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두 눈을 들어 똑바로 석파천을 바라보았다.
석파천은 패해석에게 물었다.
[그 사도 선배님께서 살고 계신 곳이 이곳에서 먼곳입니까? 범형 등 은 이토록 오랜 시일을 두고 먼 길을 고생해 가면서 그분을 만나보려 고 찾아왔는데 만약 만나보지 못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크게 실망을 하지 않겠소이까?] 패해석은 무척 난처해졌다.
방주의 말은 바로 명령이나 다를 바 없 으니 방의 형제들 앞이나 손님들 앞에서 그 명을 어길 수도 없는지라 부득이 변명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가운데의 여러 가지 관계는 일시 명백하게 설명을 드릴 수가 없 구려.
여러분들께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방문을 해주셨는데 장락방에서 어찌 조금이나마 주인의 도리를 다하지 않을 수가 있겠소 이까? 폐방의 총타는 이곳에서 멀지 않으니 아무쪼록 멀리서 오신 여 러분들은 폐방의 총단으로 가셔서 한 잔의 술이라도 마시면서 천천히 이야기해도 늦지 않을 것 같소이다.] 석파천은 약간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고 입을 열었다.
[총타는 이곳에서 멀지 않소?] 패해석은 약간 의아한 얼굴빛을 띄우고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동북으로 지름길을 택하게 된다면 진강의 총타까지는 불과 오십리 밖에 되지 않소이다.] 석파천은 얼굴을 돌리고 정당을 바라보았다.
정당은 훗 하고 웃으면서 손을 뻗쳐 입을 가렸다.
범일비 등은 그렇지 않아도 사도 방주 사도횡(司徒橫)의 행방을 알 아내야 할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구동성으로 응했다.
[강남으로 온 이상 반드시 비방의 총타를 방문해야지요.] 즉시 일행은 동북쪽으로 향해 나가게 되었고, 날이 밝은 이후에는 어느덧 진강의 장락방 총타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방 안에는 자연히 집사의 일을 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요동의 군호들 을 은근히 정성껏 접대를 했다.
석파천과 정당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내실로 들어가자 시검은 방주 가 돌아온 것을 보고 여간 반가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름다운 정당을 데리고 온 것을 보고 그녀는 옛버릇이 재발 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석파천이 막 세수를 끝내고 시검이 가져다 준 차를 마시고 있는데 패해석의 음성이 들려왔다.
[시검 소저, 패해석이 뵈옵고자 찾아왔다고 방주님에게 전갈을 좀 해주시구려.] 석파천은 시검이 고하기도 전에 밖으로 나아가며 입을 열었다.
[패 선생,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여 물어보려던 참인데 사도 방주의 일은 어떻게 된 것이오?] 패해석은 나직이 말했다.
[방주님.
잠시 저쪽으로 좀 가실까요?] 그리고 그는 화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석파천은 그의 뒤를 따랐다.
국화꽃으로 둘러싸인 정자에 이르러 석파천에게 돌의자에 앉도록 권 한 후 그도 옆에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주께서는 병을 앓으신 후 옛날의 일을 여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군요.] 석파천은 이제 장락방에서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가 대해 알고 있었 다.
그러나 온몸에 한기와 열기가 엄습해와 죽을 고비에 이르렀을때 그 가 살려준 것이 사실인지라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소.
그리니 패 선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 시기 바라오.] 패해석은 느릿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전 방주는 사도횡이라고 하는 분이며 아호는 팔조금룡이라고 일컫 는데 방주님의 사숙이 되십니다.
그건 기억하고 계시겠지요?] [나의 사숙이라고요? 나는……어째서 전혀 기억이 없을까? 도대체 어떤 문파이오?] [사도 방주는 자기의 내력을 분명히 말하지 않았는데 저희들이 따지 고 물어볼 수가 없었지요.
삼 년 전에 방주께서 사부의 명령을 받고 ……] [아니, 잠깐.
나의 사부는 또 누구이오?] [방주께서는 지난번 앓으신 병의 충격이 너무나 컸던가 봅니다.
사 부가 누구신지도 기억하지 못하시니……] 그리고 패해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희들이야 어찌 방주님의 사문내력을 알 수 있겠소이까? 방주께서 한 번도 밝히지를 않았던 것이지요.] 이어 그는 기침을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지난 번 설산파의 백만검은 방주가 설산파의 제자라고 하지만 속하 는 많은 의심을 느꼈소이다.
방주님의 무공 수법은 전혀 성질을 달리 하고 있으니까 말이외다.] 석파천은 잠시 생각을 굴리며 말했다.
[나의 사부라면 최근에 모시게 된 금오파의 사 노파밖에 없소이다.] 그리고 그는 자기의 뒤통수를 탁 쳤다.
자기가 기억하고 있는 사실 과 남들이 말하는 사실이 너무나 거리가 멀어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사부님의 명을 받아 어떻게 했다는 것이지요?] [방주께서는 사부님의 명을 받고 사도 방주에게 의탁차 온 것이오이 다.
사도 방주의 도움으로 강호에서 이름을 떨치고 커다란 일을 하자 는 것이지요……] [사도 방주는 다른 의견이 없었소이까?] [그렇소이다.
그런데 얼마 후 방에서 커다란 일이 발생했소이다.
그 것은 바로 상선벌악의 초청으로 기인되는 일인데 방주께서 기억하고 계신지 모르겠군요?] [상선벌악과 구리패의 두 사자에 관해서는 나도 약간 알고 있소.
다 만 그 당시 어떻게 상의했는지 기억되는 것이 없소이다.] 패해석은 그를 한 번 바라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본 방에서는 매년 삼월 삼짓날 전방의 형제들을 진강에 모아놓고 중요한 회의를 연답니다.
그런데 삼 년 전 하(何) 향주가 근년에 이 르러 본 방이 크게 일어서서 활약을 하고 있으니 만큼 삼 년 후 구리 패로 사람을 초청하는 상선벌악의 사자가 본 방에도 들이 닥치게 되 면 어떻게 하느냐 미리 대응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니냐 하는 문제 를 제의했소이다.] [그렇지.
구리패의 초청을 거절한다면 일문이 몰살을 당한다는 말을 들었고 또 목격도 했소.] 패해석은 흠칫해서 의아한 어조로 물었다.
[아니 방주께서는 정말 그와 같은 사건을 목격하셨소이까?] 석파천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기실 나는 진짜 장락방의 방주가 아니오.
그러나 비어방과 철차회 의 사람들이 몰살당한 것은 실제로 보았소.] 그러면서 그는 상선벌악의 수단이 너무 악독했다고 한탄했다.
패해석도 비어방과 철차회의 방도들이 어떻게 되었다는 것은 이미 연락을 받고서 알고 있었다.
그는 한숨을 쉬고 계속 설명을 했다.
[사실 그와 같은 제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닌데 방주는 크게 역정을 내시며 하 향주가 사람들을 선동한다고 감금하라는 명령 을 내렸소이다.] 그는 말을 계속했다.
[여러 사람들이 나서서 사정을 하자 사도 방주는 그를 용서하겠다고 약속을 했소이다.
그런데 그날 밤 몰래 하 향주를 죽여버린 것이외 다.
그리고 그가 자살했다고 발표했지요.] [아니 방주와 하 향주는 서로 원한이라도 있었소?] [그건 아니고 사도 방주는 다른 사람들이 그 일을 들먹이는 것이 싫 었기 때문이지요.] 석파천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석청 부부와 정당의 덕으로 세상의 물정에 눈이 트게 되었는지라 속으로 생각했다.
(구리패를 받고 협객도로 가면 죽게 될 것이고 거절하면 방 전체의 형제가 몰살을 당할 판이라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그와 같은 질문을 던지자 자기의 치부를 드러낸 것 같아 발끈한 모양이로 구나.) 패해석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렇게 되자 뭇 형제들은 구리패가 삼 년 후 전해지게 되었을때 틀 림없이 방주가 받지 않으려고 기피할 것이다.
따라서 전 형제들이 몰 살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모두들 한결같이 불만스 럽게 생각했소이다.] 그리고 패해석은 석파천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한데 그때 바로 석 방주께서 일어나 사숙에게 질문을 했소이다.] 석파천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내가 질문을 던졌다……이 말씀이오?] 패해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이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이야기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석파천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여러 형제들을 대신해서 불만을 표시했다.
[사숙, 일방의 주인이라면 먼 앞날을 헤아려 볼 줄 알아야 할 것이 오이다.
상선벌악 두 사자가 나타날 시기가 멀지 않았으니 하 향주는 전체 형제들을 생각해서 그와 같은 제의를 한 것인데 그를 다그쳐 자 살하게 하다니 뭇 형제들은 승복할 수 없을 것이외다.] 사도 방주는 머리까지 화가 난 듯 석파천을 꾸짖었다.
[당돌한 녀석 같으니라구! 이곳이 지금 네가 나설 자리냐? 장락방으 로 말하면 내 손으로 세운 것이니 내 손으로 멸망을 당한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여러 소리할 여지는 없다.] 뭇 형제들은 그 말을 듣고 더욱 실망하고 말았다.
한데 석파천은 여전히 당당하게 나왔다.
[사숙.
구리패를 받아도 죽고 받지 않아도 죽지 않소이까? 차라리 호기롭게 구리패를 받아 전 형제들을 살리신다면 전 방의 형제들은 사숙을 영원히 추앙하게 될 것이외다.] 이렇게 되자 사도 방주는 얼굴이 푸르락 붉으락해져서는 탁자를 쳤 다.
[이런 배은망덕한 녀석같으니라구! 게 누구 없느냐? 빨리 이 녀석을 포박해라.] 그러나 뭇 사람들은 한 명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사도 방주는 더욱 화가 나서 역정을 냈다.
[이런 녀석들 보았나? 너희들은 나를 배반할 작정이냐? 좋아! 저 어 린 녀석부터 죽여주겠다.] 사도 방주는 즉시 팔조비조를 들고 석파천을 공격했다.
석파천은 즉 시 몸을 날려 피했을 뿐 반격하지 않았다.
맨손으로 무림일절이라고 할 수 있는 사도 방주의 비조(飛爪)를 육 칠 초나 피한다는 것은 대단한 솜씨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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