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김용) - 58편 (58/82)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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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김용) - 58편 (5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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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그는 패해석의 한마디에 꼬투리를 잡고는 비열한 날강도라 는 것을 인정하도록 다그친 것이었다.
이때 문 밖에서 갑자기 그 누가 낭랑히 외쳤다.
[송강부의 은극 양광과 현소장의 석청 부부가 방문왔소이다.] 그것은 바로 석청의 음성이었다.
석파천은 크게 기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버님, 어머님……] 그는 대청에서 급히 달려나갔다.
백만검의 곁을 지나치게 되었을 때 백만검은 석파천의 손목을 잡으 려고 했다.
너무나 재빠른 수법이어서 석파천은 전혀 방비를 하지 않은 탓에 그 만 완맥을 움켜잡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부모님과 한시바삐 만나고 싶은 생각에 손을 홱 뿌리쳤 다.
진력이 돋우어진 탓에 백만검은 반신이 시큰하니 저려오는 것을 느 끼고 재빨리 손가락을 떼어냈다.
뿐만 아니라 한 줄기 엄청난 힘이 부딪쳐오는 것을 느끼고 급히 앞 으로 두 걸음이나 옮겨서야 겨우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그만 안색이 변하게 되었는데 패해석은 그 모 양을 보가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정말 무예가 고강하시군!] 이 말은 겉으로 석파천을 칭찬하는 말이지만 그 한마디의 뼈속에는 백만검의 무공이 형편없고 오만하며 무지한 자임을 풍자하는 뜻이 서 려 있었다.
얼마 후 석파천은 싱글벙글하며 석청 부부를 안내하여 안으로 들어 섰다.
안내를 받으며 걸어들어오는 사람들이 또 있었다.
체구가 우람한 백발의 노인인데 바로 가운데 서서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백발노인 등뒤로 건강한 체구의 다섯 사내가 따르고 있었다.
진강과 송강은 별로 멀지 않는 거리에 놓여 있는 고장들이었다.
장락방의 호걸들은 백발노인이 강남 무림의 명숙인 은극 양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더구나 방주가 석청 부부를 아버님 어머님하고 부르는 판이라 모두 몸을 일으켜서 경의를 표했다.
석파천은 민유의 손을 잡고 오는데 그 태도가 매우 친밀해 모자 사 이인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민유는 약간 고개를 쳐들고 아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어제 아침 객점에서 네가 보이지 않길래 나는 정말 초조해서 죽을 뻔했다.
너의 아버지는 암살하거나 방비하기 어려운 틈을 타고서 너 를 사로잡아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었지……] 그리고 그녀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웃으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는 장락방에 와서 수소문을 해보면 반드시 너의 소식은 들을 수 있으리라고 했는데 정말 이곳에 있었구나.] 정당은 석청 부부가 들어오자 얼굴이 샛빨개졌다.
얼굴을 돌려 감히 두 사람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귀를 곤두세우고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유심히 듣 고 있었다.
이때 석청 부부와 양광 그리고 패해석, 범일비, 여정평 등은 일일이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양광의 등뒤에 있는 다섯 명의 사내들은 강남에서 이름난 무사들이 었다.
석청이 일부러 송강부에 가서 양광을 초청해 온 것은 장락방과 한 판 따지는데 증인으로 내세우려는 것이었다.
인사를 나누게 된 사람들은 각기 무림에서 높은 인물이라 서로 오래 전부터 명성을 익히 들었느니 하는 인사의 말을 주고 받았다.
한참 후에야 인사말이 끝나게 되고 범일비 등은 그들이 바로 석파천 의 부모인 것을 알게 되자 더욱더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
석청 부부는 그간의 사정을 모르는지라 상대방에서 예의를 깍듯이 해오면 해올수록 더욱더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패해석만이 갑자기 석파천에게 부모가 나타났고 또 그 부모가 강호에서 혁혁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현소장 장주인 것을 알게 되자 지혜가 많은 그였지만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석파천은 이때 패해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패 선생, 이 설산파의 영웅호걸들을 모두 놓아주는 것이 어떻겠 소?] 그는 명령을 하지 못했다.
패해석으로 하여금 스스로 알아서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었다.
패해석은 즉시 웃으며 아랫쪽을 향해 부르짖었다.
[방주께서 명하셨다.
설산파의 영웅들을 풀어주어라!] 그는 일부러 영웅들이라는 한마디에 힘을 주었다.
비웃고 있는 의도 임이 분명했다.
장락방의 십여 명이나 되는 무리들은 우렁차게 대답을 했다.
[예.
방주께서 명령을 내리시니 설산파 영웅들을 모조리 풀어 주겠 습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열쇠를 가지고 설산파 제자들의 발목 에 찬 고랑쇠와 손에 찬 수갑을 풀어주었다.
백만검은 손을 검자루에 갖다대고 큰소리로 외쳤다.
[잠깐! 석 방주와 패 선생, 송강부의 은극 양 노영웅과 현소장 석 장주가 있는 이 자리에서 우리들은 분명히 한마디 해둘 것이 있소.] 그리고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림에서는 무공이 앝아 상대방에게 지고 죽음을 당하든지 욕을 당 하는 것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소……] 이어 그는 두 눈에 형형한 안광을 빛내며 여러 사람을 훑어보았다.
[하지만 우리 사제들은 장락방의 몽한약에 나가떨어져 손 한 번 쓰 지 못하고 사로잡히게 된 것이오.
장락방에서 이와 같이 비열한 수단 을 쓴다는 것은 설산파의 명성을 더럽힌 것인지 장락방의 명예를 실 추시킨 것인지 묻고 싶소.] 여기까지 말하던 그는 깊이 숨을 내쉬고 매우 정중하고도 힘찬 어조 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 패 선생께서는 방금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한 번 더 말 씀을 해서 새로 오신 친구분들이 듣도록 하셨으면 좋겠소이다.] 패해석은 헛기침을 하더니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핫하하……저 백 형제는……] 백만검은 그 말을 가로채듯 날카롭게 외쳤다.
[누가 당신과 같은 비열한 날강도들과 형제가 된단 말이오! 염체없 는 수작 그만두시오!] 패해석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석 방주께서는……] 석청은 불쑥 입을 열었다.
[패 선생, 우리 이 아이는 나이도 젊고 철도 들지 않았는데 무슨 덕 과 능력이 있다 하여 귀방의 방주가 되었소?] 그리고 그는 패해석을 한 번 돌아보았을 뿐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
[더군다나 얼마전에 심한 병을 앓아 옛일을 모조리 잊어버렸소.
이 가운데는 틀림없이 오해가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방주에 관해서는 다 시 더 들먹이지 않았으면 하오……] 이어 그는 자기가 은극 양광을 모시고 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백만검과 장락방 사이의 충돌은 석파천이 설산파에서 잘못을 저지른 일과는 별도의 문제이니 당연히 나누어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 장했다.
그와 같이 설명을 한 석청은 다시 정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 석가는 강호에서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지만 남에게 한 번도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소.
이 애는 정말 모든 과거를 잊어버렸 소……] 다시 한 번 그는 그 사실을 강조하고 낭랑히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가 한 짓에 대해서 그가 기억하든 기억하지 못하든 간에 책임을 지도록 하겠소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그 이름을 빌려 한 짓은 우리 애와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설명하는 바이외다.] 대청에 모여 있던 군웅들은 그만 어안이 벙벙해져서는 서로의 얼굴 을 쳐다보았다.
그 누구도 이와 같은 뜻밖의 변고가 발생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 던 것이다.
패해석은 헛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허허허허……그게 무슨 말씀이오? 석 방주……] 그러나 그는 속으로 여간 야단나지 않았다고 혀를 찼다.
석파천은 고개를 흔들며 그 말을 가로챘다.
[우리 아버님 말씀이 옳소이다.
나는 당신네들의 방주가 아니외다.
내가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소? 하지만 당신네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 소.] 범일비는 정중하게 입을 열고 나섰다.
[이 가운데 어떤 은밀한 사연이 있는지 이 형제는 자세히 듣고 싶소 이다.
장락방의 방주가 사도횡 형님이라는 것만 알았지 언제 석 소협 으로 변했는지 모르겠으니 그 사연을 말씀해 주시겠소이까?] 줄곧 아무 말이 없던 양광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 다.
[백 대협도 너무 서두르지 마시오.
옳고 그름은 무림에서 자연 판명 이 날 것이오.] 그는 나이가 많았으나 말하는 소리는 우렁찼다.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매우 위세가 높아보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승복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한마디 운을 뗀 양광은 다시 입을 열었다.
[모든 사실은 천천히 이야기하도록 하고 우선 저 몇 분의 손과 발에 차여 있는 고랑쇠나 먼저 풀어주도록 합시다.] 장락방의 무리들은 패해석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자 열쇠로 설 산파 제자들의 손과 발에 채웠던 수갑과 고랑쇠를 일일이 풀어주었 다.
백만검은 석청과 양광 두 사람의 말투를 듣고 자기에게 조금도 적의 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군다나 패해석에게 따지려는 듯한 의도인 것을 보고 천만뜻밖이라 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그의 뭇 사제들은 장락방에게 사로잡혀 그야말로 외로운 처지 였다.
패해석을 비난하고 도전을 했지만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 어찌할 수 없었던 행동이기도 했다.
설산파의 명망을 생각하여 난도질을 당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치욕 을 참을 수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이길 자신은 반푼어치도 없었다.
패해석 혼자만 하더라도 자 기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석청 부부와 양광이 느닷없이 들이닥침으로써 그에 게 일대 전기(轉機)를 안겨다준 셈이 되었다.
따라서 그는 아무 소리 하지 않고 패해석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 이가 조용히 지켜만 보았다.
이때 석청은 설산파의 제자들 몸에 채워졌던 수갑과 고랑쇠가 풀어 지게 되고 다시 자리에 앉혀진 것을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패 선생, 우리 애는 아직 철도 들지 않았는데 귀방의 방주가 된 것 은 천하영웅들의 비웃음을 사게 되지 않겠소?] 그리고 그는 슬쩍 양광 등 자기가 데리고 온 무사들에게 시선을 던 진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는 양 노영웅과 강남 무림의 친구들 그리고 백 대협 및 설산파의 사형제들 뿐만이 아니라 관동 사대문파의 여러분들이 계신 이 자리에 서 분명히 해두는 것이 좋겠소이다……] 이어 그는 선포하듯 더욱 언성을 높였다.
[우리 애 석중옥은 이후 장락방과 반푼어치의 관계도 맺지 않을 것 이나 최근 몇 년간 그가 저지른 일은 물론 모두 해결을 지어드리겠소 이다.
그러나 아까도 말씀을 드린 것과 같이 좋은 일도 더 말할 나위 가 없지만 다른 사람이 그의 이름을 빌어 나쁜 짓을 했다면 결코 억 울하게 누명을 덮어쓰고 있지 않겠다는 것이외다.] 패해석은 빙그레 웃더니 입을 열었다.
[석 장주께서 그와 같은 말을 하는데는 저로서는 어리둥절할 뿐입니 다.
석 방주가 폐방의 방주가 된 것은 이미 삼 년이라 세월이 흘러간 것이고 결코 일조일석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오이다.
어험 어험……] 그는 말을 하다 말고 기침을 했다.
그리고 그는 좀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우리들은 방주에게서 강호에 명성을 떨치게 된 현소쌍검이 우리 방 주의 부모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소이다.] 이어 그는 석파천에게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방주, 왜 진작 그런 말씀을 하지 않았소이까? 그렇지 않으면 현소 장이 이곳에서 멀지 않으니 방주직에 앉게 되었을 때 우리들은 영존 과 자당을 이곳으로 모셔와 관례(觀禮)토록 하였을 것이외다.] 석파천은 어리둥절해져서 말했다.
[나는……나는……본래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그 말이 떨어지자 뭇사람들은 다시 한 번 어리벙벙해졌다.
(아니! 그 자신도 모른다니!) 석청은 변명하듯 입을 열었다.
[우리 이 애는 심한 병을 앓고 나서 과거의 일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말았소이다.
부모마저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를 탓할 수는 없 는 노릇이외다.] 패해석은 본래 석청에게 다그침을 받게 되자 낭패하기 이를 데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야말로 뭐라고 대답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장락방의 무리들은 아래 위 할 것 없이 석파천을 방주로 모시게 된 것은 협객도의 초청을 받게 되었을 때 방패막이로 삼자는 데 그 목적 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다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실은 바로 장락방의 비밀이라 남에게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한데 석파천이 자기도 석청 부부가 자기의 부모인줄 몰랐다는 말을 하게 되자 대뜸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게 되었다.
[방주는 확실히 심한 병을 앓고 낫소이다.
한기와 열기가 한꺼번에 엄습해와 며칠간 혼미상태에 빠지기도 했소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 개월 전의 일이며 그가 장락방의 방주가 되었을 때는 몸이 매우 건강 했으며 정신도 맑았소이다.] 그리고 그는 여러 사람들을 돌아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한 자루 장검을 들고 사도 전방주의 비조를 상대로 어떻게 근 백초나 싸울 수 있었겠으며 무공으로 사도 전방주를 패배 시키지 않았더라면 또 어찌 방주 직위에 올라설 수 있었겠느냐 하는 것이외다.] 석청과 민유는 아들에게 그와 같은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터라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다.
민유는 슬쩍 석파천에게 물었다.
[얘야,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이냐?] 패해석은 그와 같은 한쪽의 동태를 무시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방주의 성씨가 석씨이며 이름자가 파천이라는 것을 알았을 뿐 석중옥이라는 이름도 바로 백 대협과 석 장주 입으로부터 들은 것 이외다.
따라서 혹시 석 장주께서는 사람을 잘못 아시고 계신 것이 아닌지 물어보고 싶소이다.] 민유가 노해 부르짖었다.
[내가 친히 낳은 아들을 어찌 잘못 볼 리가 있겠어요?] 평소 매우 단정하고 예의바른 그녀였다.
그러나 패해석이 그와 같은 말을 하자 참을 수 없어 노기가 끓어오른 것이다.
석청은 패해석이 물고 늘어지려고 하지만 끝내 밝혀지리라 믿어 의 심치 않았다.
[패 선생, 우리 눈감고 아웅하는 식의 말은 그만두기로 합시다.
귀 방에서 우리 애를 어여삐 본 것은 결코 그에게 어떤 웅재(雄才)가 있 거나 심기가 깊기 때문이 아니고 그의 조그만 목숨을 빌어 협객도의 초청을 면해보자는 것이 아니겠소이까?] 단도직입적으로 정곡을 찌르는 말에 패해석의 얼굴은 그만 홱 변하 고 말았다.
매우 노련한 그였지만은 몇 번이나 헛기침을 하고 겨우 쓴웃음을 지 으며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
이때 갑자기 한 사람이 껄껄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핫하하하……여러분들은 협객도의 초청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보 구려.
좋소이다 좋소이다! 동패는 바로 이곳에 있소이다.] 갑자기 대청 한복판에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사람은 뚱뚱 하고 한 사람은 비쩍 말랐다.
웃차림은 매우 화려했는데 두 사람이 언제 나타났는지 그 누구도 알 아차리지를 못한 것이었다.
석파천은 대뜸 두 사람을 알아보고 크게 기뻐서 부르짖었다.
[큰형님, 둘째 형님.
며칠 만나지 못했는데 그동안 안녕하셨소이 까?] 석청 부부는 그에게 장삼과 이사와 더불어 결의형제를 맺은 사실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큰형님과 둘째 형님을 부르게 되었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나 석청은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두 분께서는 마침 잘 오셨소이다.
우리들은 그렇지 않아도 장락방 주의 신분에 관한 일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두 분깨서 오셨으니 증인 이 되어 주십시오.] 이때 석파천은 장삼과 이사 곁으로 다가서서 두 사람의 손을 잡는 등 매우 다정하고 친절하게 굴었다.
장삼은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셋째, 자네의 장락방 방주는 아마 가짜일걸?] 민유는 자식의 생사문제가 바로 이 순간에 걸려 있다고 느낀 나머지 얌전하고 말이 없는 평소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었 다.
[맞아요.
장락방의 방주는 사도횡 사도 방주입니다.
그들은 우리 애 를 속여 재난을 막으려하고 있는데 그것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에요.] 장삼은 이사에게 물었다.
[둘째, 자네 의향은 어떤가?] 이사는 음산한 어조로 말했다.
[응당 본래의 주인을 찾아야겠지.] 장삼은 싱글벙글했다.
[그렇지.
우리 세 사람은 결의형제를 맺은 사이가 아닌가? 생사고락 을 함께 하기로 했는데 장락방에서 우리 셋째 아우로 하여금 방패막 이로 삼는다면 우리 형제 두 사람의 체면을 깎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 겠는가?] 군웅들은 장삼과 이사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을 때부터 이 미 두 사람의 무공이 기이할 정도로 높다는 사실을 알았다.
거기다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바로 삼십 년 전 무림에서 이야기 만 듣고도 얼굴빛이 변했다는 상선벌악의 두 사자인 것을 깨달았다.
따라서 모두 다 그만 등골이 오싹해져서는 입을 열지 못했다.
패해석과 백만검과 같은 고수도 그만 가슴이 두근거려지는 것을 금 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이 석파천과 형님입네 동생입네 하고 칭하는 것을 보 고서는 궁금하게 여기기도 했다.
장삼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형제 두 사람이 명을 받고 사람들에게 청해 동지 팥죽을 먹자 고 하는 것은 호의에서 비롯된 것인데 어찌된 것인지 모두들 얼굴을 내밀려고 하지 않고 이러쿵 저러쿵 거절을 하신단 말씀이야.
이러니 무슨 흥이 나야지.] 그리고 그는 다시 주위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거기다가 우리가 모시고자 하는 사람은 바로 각 대문파의 장문인이 아니면 대방의 방주 나으리, 대교의 교주 등이며 어지간한 사람은 두 조각의 동패가 전해지지도 않는단 말씀이야.
좋아, 좋아, 좋아……] 그는 잇달아 세 번이나 좋다고 하면서 범일비, 여정평, 풍량, 고삼 낭자 네 사람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네 사람은 그만 간이 콩알만해졌다.
장삼의 시선이 고삼 낭자에게 머물게 되었을 때 좀더 여유를 두는 것 같았다.
이어 그는 싱글벙글하면서 다시 한마디를 덧붙였다.
[매우 좋아……] 범일비 등은 자기네 관동 사대문파의 장문인들도 이번에는 초청을 받게 된 모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장삼이 잇달아 네 번 매우 좋아 하고 소리친 것이 아 니겠는가! 즉 이것은 멀리 관외까지 달려갈 필요없이 이곳에서 초청할 수 있게 되어 좋다는 뜻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고삼 낭자는 큰소리로 부르짖듯 물었다.
[당신은 이 늙은이에게 매우 좋다라는 말을 잇달아 한 것 같은데 그 게 무슨 뜻인가요?] 장삼은 싱글벙글하면서 말했다.
[매우 좋은 것은 바로 매우 좋은 것이오.
또 다른 뜻이 있겠소?] 고삼 낭자는 호통을 쳤다.
[살리든 죽이든 당신 마음대로 하시오.
난 동패를 받을 수 없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오른손을 한 번 떨쳤다.
휙휙 하는 소 리와 더불어 두 자루의 비도가 장삼에게 날아갔다.
뭇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사실 고삼 낭자는 성질이 나빴지만 심기가 전혀 없는 사람은 아니었 다.
두 사자가 동패를 전해준다면 어쨌든 피할 수 없는 액난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지금 이곳에 많은 고수들이 있으니 자기가 달려든다면 모두 똑같이 적개심을 품고 있으니 함께 달려들지 모른다 는 계산에서였다.
한데 바로 이때 석파천이 부르짖었다.
[형님, 조심하십시오.] 장삼은 웃으며 응수했다.
[상관없네.] 동시에 그는 소맷자락을 가볍게 떨쳤다.
순간 노란 물체가 날아 나 와 각기 두 자루의 비도를 맞는 것이 아닌가? 창! 창! 두 노란 물체는 세로로 날던 것이 가로로 변하면서 비도를 받들듯 하고 고삼 낭자에게로 날아갔다.
바람소리로 미루어 비도가 세찬 반 탄력에 부딪친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삼 낭자는 두 손을 일제히 뻗쳐 두 개의 노란 물체를 잡아챘다.
순간 그녀는 두 팔이 시큰거리는 것을 느꼈다.
웝몸 전체가 다 저려 왔다.
그녀는 황망히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 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간담 이 서늘해져 훅 하니 찬 기운을 들이마셔야 했다.
비도를 받들 듯하고서 날아든 물체는 바로 동패였다.
고삼 낭자는 이미 선악 두 사자의 규칙을 잘 알고 있었다.
손을 뻗쳐 두 패를 받기만 한다면 협객도의 초청에 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는 거절할래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안색이 창백해지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바람빠진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나보고……협객도로 가서 동지 팥죽을 먹으라고……] 너무나 쓰디쓰고 울 것 같은 음성에 옆에 앉았던 사람들은 그녀가 그럴 수 없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장삼은 싱글벙글하며 입을 열었다.
[패 선생, 당신은 그럴싸하게 연극을 꾸며서 셋째로 하여금 방주 노 릇을 대신하게 했는데 우리 셋째는 너무나 어진 사람이라 그 속임수 에 넘어간 것이오.] 그리고 그는 헤벌쭉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그렇게 어질기만 하지 않거든.
남을 초청하 면서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엉뚱한 사람을 초청하는 결과가 된다면 이 장삼과 이사의 얼굴이 뭐가 되겠소?] 이어 그는 좌중을 돌아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들은 장락방의 진짜 우두머리가 누구라는 것을 다 알아내는데 힘깨나 들었지.
이제 이곳으로 데리고 왔으니 잘 보도록 하시오.] 여기까지 말한 그는 이사를 바라보고 웃으며 의견을 물었다.
[아우, 이제 장본인이 나타났으니 내려오라고 해야 하겠지?] 이사는 그 말에 대답했다.
[그렇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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