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김용) - 65편 (65/82)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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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김용) - 65편 (6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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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요가가 일 검으로 질풍과 같이 찔러오자 그는 밀어내기는 했지만 요가가 곧이어 초식을 변화시켜 옆으로 베어오게 되자 봉만리는 상대 방의 검초가 들어닥치는 방향을 가늠하고 있었지만 손에 들고 있는 잠검을 제대로 놀릴 수가 없었다.
다행히 오른팔을 벌써 잘렸기때문 에 커다랗게 한 토막의 소맷자락이 짤리게 된 셈이었다.
한데 요가는 일 초에 성공을 거두게 되자 제 이초를 잇달아 펼쳐내 었다.
봉만리의 옆에 있던 제자가 두 자루의 검을 뻗쳐내어서는 쌍쌍히 요 가의 검을 밀어내었다.
요가는 호통을 내질렀다.
[그래도 손을 쓰지 않고 뭣 하느냐?] 그러자 사지에 속하는 육칠십 명의 제자들이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검을 휘두르며 공격해 들어왔다.
장문의 제자들은 나누어서 그들을 맞아 싸웠다.
모두 다 일대이가 아니면 일대 삼의 싸움을 벌여야했다.
하얀 광채가 눈부시게 번쩍이고 창창 하는 소리가 크게 이는 가운데 설산파의 의사대청(議事大廳)은 대뜸 싸움터로 화하고 말았다.
이때 나머지 제 이지와 제 삼지 그리고 제 오지 제자들은 벽에 붙어 서서 구경만 했다.
요가는 이를 보고 그들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어서 어느덧 크게 노 해 부르짖었다.
[둘째, 셋째 그리고 다섯째 가만히 있다가 어부지리를 노리자는 것 인가? 흥! 꿈꾸지 마라!] 그러더니 이번에는 봉만리를 제자들에게 맡기고 제가를 향해 찔러갔 다.
제가 역시 검을 뽑아 그를 맞아 싸웠다.
요가는 제가보다 검법이 나은 듯 제가는 십 초도 되지 않아 연신 뒤 로 밀려나야 했다.
다섯째인 양가가 검을 뽑아들고는 말했다.
[넷째, 말로 합시다.
같은 형제끼리 손을 써야 하다니 이게 무슨 망 신살이오?] 그러면서 그는 장검을 휘둘러 요가의 장검을 밀어냈다.
셋째인 제가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정면으로 달려들어 요가의 아랫 배를 찔러가는데 요가의 목숨을 앗으려는 듯 전혀 사정을 두지 않았 다.
요가의 장검은 양가의 장검에 붙어 내공을 겨루고 있는 국면이 되었 는지라 제가의 검을 막을 수가 없었다.
마침 둘째인 성가가 이를 보고 검을 들어 제가의 등심을 찔러가며 탄식을 불어냈다.
[아, 죄를 짓는구나 죄를 지어……] 제가는 급히 몸을 돌려 성가를 맞아 싸우게 되었다.
이에 구경만 하던 이지, 삼지, 오지의 제자들도 일제히 나서서 사부 를 도우느라고 편을 갈라서 맞서게 되었다.
삽시간에 대청 안은 팔다리가 잘려지고 피가 튀는 참담한 광경이 벌 어지게 되었고 이곳저곳에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수아는 이 광경을 엿보고 석파천의 손을 잡으며 떨리는 음성으로 속 삭였다.
[오라버니 전……전 무서워요.] 석파천은 궁금하여 마지 못해 입을 열고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이오? 어째서 모두들 싸우는 것이오?] 대청 안의 사람들은 서로 싸우느라고 창밖에 사람이 와 있다는 기척 을 알면서도 이제는 여유가 없어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다.
사노파가 냉소를 했다.
[흥, 흥, 잘 한다 잘 해.
잘 싸운다.
모두 다 싸워서 깨끗이 죽어버 려야만이 내 마음에 꼭 합당하겠구나.] 이삼백 명이나 되는 사람이 떼싸움을 벌이게 되고 또 모두 다 하나 같이 같은 옷을 입고 있으며 똑같은 무기를 쓰고 있는지라 어느 쪽이 한편이고 적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본래 사지의 제자들이 장문의 제자들과 싸웠고 제 삼지의 제자들이 제 사지의 제자들을 상대로 싸웠으며 제이지는 또한 오지의 제자들과 싸우게 된 것인데 나중에는 본지(本支)의 사형제 간에도 평소에 감정 이 있었던 사람들은 이 기회를 빌어 혹은 공개적으로 공격을 하거나 혹은 몰래 습격을 가하는 등 하면서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이게 되어 국면은 지극히 혼란스러워지고 말았다.
이때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더불어 두 쪽의 문이 날아가고 난청으 로 두 명의 인형이 날아 들어오면서 낭랑히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협객도의 상선벌악 두 사자가 설산 장문인을 뵈오러 왔소이다.] 너무나 우렁찬 음성이라 이삼백 명이 싸우는 소리를 압도할 지경이 었다.
설산파의 무리들은 깜짝 놀라 손을 멈추고 한켠으로 물러났다.
차츰 차츰 손을 멈추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게 되었는데 얼마 후 모두 들 벽쪽으로 물러서서 문쪽을 바라보았다.
이제 난청 즉 의사대청에는 상처입은 사람들의 신음소리만 들려올 뿐이데 다시 약간 시간이 흐르자 부상자도 신음을 멈추고 문쪽을 바 라보았다.
대청 문앞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한 사람은 뚱뚱하고 한 사람은 비쩍 마른 사람이었다.
석파천은 그들을 발견하는 순간 소리를 질러 부를 뻔했으나 자기가 지금 석중옥으로 가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꾹 참았다.
장삼은 싱글벙글하며 입을 열었다.
[설산파의 무공이 천하에 명성을 떨치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군? 동 문끼리 무공을 연마하면서도 진짜로 살수를 펼치다니 흐흐흐……정말 가상하구료.
탄복했소이다.
탄복했어!] 이에 요가 즉 요자려(廖自礪)는 한 걸음씩 나서며 물었다.
[두 분은 협객도에서 온 상선벌악의 사자이십니까?] 장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소이다.
그런데 어느 분이 장문인이시오? 우리들은 협객 도 도주의 명을 받고 동패를 들고서 동짓날 팥죽을 함께 먹자고 귀파 의 장문인을 청하러 왔소.] 그리고 그는 품속에서 두 개의 동패를 꺼내더니 이사를 돌아보며 다 시 입을 열었다.
[설산파의 장문인은 위덕 선생이라고 들었는데 이곳에는 위덕 선생 이 없는 것 같군?] [나도 닮은 사람을 발견할 수가 없구료.] 요자려는 불쑥 그 말을 받았다.
[백가는 죽었소.
새 장문인은……]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봉만리는 대뜸 그 말을 가로챘다.
[개방귀 같은 소리는 하지 마시오.] 이어 그는 장삼과 이사를 향해 다시 부르짖었다.
[위덕 선생은 아직 돌아가시지 않았소이다.
다만……] 요자려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네 녀석은 사숙에게 무슨 말버릇이 그러냐?] 봉만리는 굳건하게 나왔다.
[당신과 같은 사람은 사숙이 될 자격이 없소!] 요자려는 대번에 장검을 들어 봉만리를 찔러왔다.
봉만리는 검을 들 어 밀어내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요자려는 두 눈이 충혈되어서는 다시 달려들었고 한 사람의 장문제 자가 앞으로 나와 봉만리를 도왔다.
이어 성자학(成自學), 제자면(齊自勉), 그리고 양자진(梁自進)이 다 투어 나서서 검을 휘두르게 되자 대청 안은 다시 일대 수라장으로 화 했다.
설산파의 이번 커다란 변괴는 관계가 중대했다.
그들 사형제지간은 서로 견제하고 있으며 장문 제자들이 불리하나 그들 실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따라서 그들 각기 먼저 내분에서 다른 사형제들을 압도한 후 동패의 일을 논하자는 배포였다.
장삼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 웃으면서 앞으로 나왔다.
[검법을 연마하여 명성을 떨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지금 서두를 필요는 없는 것 같구료.
도대체 설산파의 장문인이 누구인지 이야기 나 해주시오.] 그러면서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나가더니 마구잡이로 두 손을 뻗쳐 설 산파 제자들의 장검을 낚아챘다.
쨍그랑거리는 소리가 잇달아 울려퍼지는 가운데 예닐곱 자루의 장검 이 땅바닥에 팽개쳐지고 말았다.
성, 제, 요 양 네 사람은 물론 봉만리를 위시한 스무 한 명이나 되 는 제이 대 제자들의 장검은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빼앗기고 만것이 다.
그들이 다만 팔이 시큰하고 아프다고 느꼈을 때 장검은 이미 빼앗겨 땅바닥에 팽겨쳐진 상태였다.
이렇게 되자 그들은 깜짝 놀라게 되고 새삼 두 사자의 무공이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그들은 내분을 잊고 새삼스럽게 중원에서 몰살당한 문파들을 상기하고 몸을 떨었다.
먼저번에 여러 사람들은 하나같이 능소성이 외딴 서역에 위치하고 있고 더구나 중원의 무림에 몸을 담고 있는 인사들과 내왕을 거의 하 지 않고 있기 때문에 동지팥죽을 먹으라고 초청을 하는 동패가 설산 파에까지 전달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상선벌악 두 사자의 무공은 그저 소문에만 들었을 뿐이지만 십중팔구 너무 과장되었을 것이며 진정으로 그와 같이 무섭지는 않으 리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거기다가 설산파에서는 장문인 위덕 선생 백자재가 마치 커다란 나 무가 그늘을 짓듯 여러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늘만치 커다란 화라 하더라도 위덕 선생 백자재가 나서서 막아내리라고 믿었 다.
그렇기 때문에 상선벌악 두 사자가 전달한다는 동패에 대해서는 별 로 주의를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갑자기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이 끝 내 나타나고 만 것이었으며 드러낸 무공은 소문에 듣던 것보다 더욱 더 고강했다.
거기다가 그늘을 지어주던 커다란 나무는 또 자기네들이 잘라서 쓰 러뜨린 결과가 되었으니 이제는 보호를 받을 만한 사람도 없어지고 만 것이었다.
사실 과거 삼십 년 동안 협객도로 초청을 받고 떠난 장문인들 가운 데 한 사람도 살아서 돌아온 사람이 없었다.
따라서 이때에 그 누가 설산파의 장문인이 된다면 그야말로 자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들 생각했다.
조금전까지만 하더라도 오지의 제자들은 서로 자웅을 다투고자 했으 며 하나같이 자기네 본지의 수뇌가 장문인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오지의 문하제자들은 모두 다 꿍꿍이속을 가지고 알게 모르 게 투쟁을 벌여왔을 뿐만 아니라 한걸음 더 나가서는 칼을 휘둘러 서 로 죽고 죽이는 공공연한 싸움을 벌이게 되었던 것인데 이제는 갑자 스럽게 들어닥친 일에 의해서 정세는 급전직하하고 있었다.
성, 제, 요, 양, 봉 다섯 사람은 일순 어리둥절한 표정이으나 곧 서 로를 가리키며 부르짖었다.
[장문인은 이 사람입니다.] 갑자기 대청 안은 조용해지고 서로의 눈치만 살피는 결과가 되었다.
그러나 요자려는 다시 맨먼저 그 침묵을 깨뜨렸다.
[셋째 사형의 연세가 제일 많으시니 응당 본파의 장문직에 올라야 할 것이오.] 제자면은 즉시 반박하고 나섰다.
[나이가 많다고 장문인이 된다는 법이 있는가? 요 사제야말로 무공 이 가장 고강하고 이번 일에도 가장 많은 힘을 썼으니 자네야 말로 장문인이 되어야 할 걸세.] 양자진은 냉랭히 그 말을 받았다.
[본문의 장문인은 본래 대사형이 지켰던 자리이고 대사형이 하지 않 을 때에는 물론 둘째 사형이 하는 것이지 그걸 가지고 뭘 다툰단 말 이오?] 성자학은 그 말을 받았다.
[우리 네 사람 가운데 지모가 뛰어나기로는 역시 다섯째 사제를 손 꼽아야 할 걸세.
그러니 나는 다섯째 사제가 대임(大任)을 담당할 것 을 찬성하는 바일세.
사실 오늘의 일은 지혜로 싸워야지 힘으로 싸워 서 될 일은 아니란 말일세.] 요자려는 봉만리를 바라보았다.
[장문인은 본래 장문일지(長文一支)의 제자들이 이어받는 것이 아니 겠소? 제 사형께서 하기 싫다면 장문 제자 가운데 봉 사질이 계승하 게 된다면 모두들 다른 말은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며 적어도 이 요 가만은 크게 찬성을 표하는 바이오.] 봉만리는 시큰둥하게 그 말을 받았다.
[조금전에 그 누가 큰소리로 장문일지의 제자들을 모조리 죽이라고 했는데 그 누가 그와 같은 개방귀 같은 소리를 내질렀는지 모르겠 군.] 요자려는 두 눈썹을 벼락같이 곤두세우며 노기띤 음성으로 꾸짓으려 고 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을 해보고 그는 억지로 성질을 억누르고서 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고 막상 책임을 져야 할 순간에 뒤로 물러난다는 것은 너무나도 몰염치한 짓이지.] 다섯 사람들은 그 누구도 지지 않으려고 한 마디씩을 했다.
이제 서 로들 미루기에 바빠진 것이다.
장삼은 싱글벙글하며 듣고만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이사는 듣고만 있을 수 없는 듯 호통쳐 물었다.
[도대체 당신네들 가운데 누가 장문인이라는 것이오? 이렇게 다투다 가는 보름이 아니라 한 달이 가도 결정을 내릴 수가 없겠소.
우리들 은 곧 떠나야 한단 말이오.] 양자진은 성자학을 바라보았다.
[성 사형, 성 사형이 빨리 응낙을 하고 쓸데없는 화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하시오.
모두 다 성 사형 한 사람이 모든 사람에게 누를 끼친 것이 아니겠소?] 성자학은 노해서 그 말을 받았다.
[어째서 내가 여러 사람에게 누를 끼쳤고 자네가 누를 끼친 것이 아 니라고 하는가?] 다섯 사람은 다시 떠들며 언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장삼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면서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나에게 한 가지 생각이 있소.
당신네들 다섯 분은 무공으로 승부를 겨루도록 하시오.
누구의 무공이 가장 강하면 그 사람이 바로 설산파 의 장문인이 되는 것이오.] 다섯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 사람은 저 사람을 쳐다 보고 저 사람은 이 사람을 쳐다볼 뿐 하나같이 입을 열려고 하지 않 았다.
장삼은 다시 입을 열고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이 이 대청으로 들어서게 되었을 때 당신네들은 서로 싸우고 있었는데 아마도 무공을 연구하는 한편 당신네 다섯 사람이 강약을 가려 장문인을 뽑도록 한 모양이나 우리가 너무 일찍 들어닥 쳐 여러분의 흥을 깨뜨린 모양이니 계속 싸워보시구료……] 그리고 그는 다시 입을 열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한 시진 안으로 승부를 내야 할 것이오.
우리 아우님은 무 척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 한 시잔 안으로 결정을 내지 못한다면 전부 몰살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오.] 요자려는 그 말이 떨어지자 가장 먼저 검을 찾아 주워들었다.
장삼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창문 밖에서 엿듣고 있는 사람도 설산파의 사람인 것 같은데 안으 로 들어오도록 하시오.
무공의 강약으로 장문인이 되는 것이니 배분 을 따질 것 없이 손을 써도 무방한 것이오.] 그리고 그가 소맷자락을 한 번 가볍게 떨치자 맞은편에 있던 창문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사 노파는 석파천과 수아에게 들어가자고 했다.
그리하여 세 사람은 대청 안으로 들어갔다.
대청의 사람들은 그들을 발견하고 모두 깜짝 놀랐다.
성, 제, 요, 양 네 사람은 일제히 장검을 들고 사 노파 등 세 사람 을 에워쌌다.
사 노파는 냉소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봉만리만 앞으로 나서서 절을 하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사모님……삼가 제자가 인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석파천은 어리둥절해졌다. '아니, 나의 사부가 이 사람의 사모가 된다니?' 사 노파는 천정만 바라볼 뿐 아무말 하지 않았다.
장삼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매우 좋다.
좋아! 장락방의 방주 노릇을 했던 이 녀석이 또 설산까 지 왔군.
정말 우리 셋째와 닮지 않았는가?] 이사는 빈정거리는 투로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했다.
[다만 번지르르하고 경망한 것이 다르단 말이야.
그리고 어디든지 예쁜 계집애만 있으면 그곳으로 머리를 처박는 것이 다르다면 다르구 료.] 석파천은 두 의형이 자기를 석중옥으로 알고 있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리고 자기가 말만 하지 않는다면 자기를 몰라보리라 생각하고 입을 꼭 다물었다.
장삼은 이번에는 사 노파에게 시선을 옮겼다.
[알고보니 이 노파가 백 노부인이시구료? 몰라 뵌 점 실례했소이다.
그런데 귀파의 사제들이 백 나으리의 장문직이 탐이 나서 서로 무공 을 겨루고 있던데 백 노부인께서는 이의가 없으시겠지요?] 그리고 성자학 등 네 사람에게 빨리 시작하라는 재촉을 했다.
사 노파는 얼굴 가득히 오열의 빛을 띠고 석파천과 수아를 데리고서 가슴을 편 채 앞으로 나아갔다.
성자학 등 네 사람은 그녀의 당당한 기세에 사 노파 등을 에워싸기 는 했으나 감히 장검을 찌르지는 못했다.
사 노파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태사의 쪽으로 다가가더니 가운데 태 사의에 앉았다.
이사는 호통을 내질렀다.
[당신들은 아직도 손을 쓰지 않고 언제까지 기다릴 참이오.] 성자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소이다.] 그리고 그는 검을 들어서는 양자진을 찔러갔다.
양자진은 검을 들어 막았으나 발걸음을 휘청하니 제대로 서지를 못 하는 시늉을 하고서 말했다.
[성 사형, 검에 사정을 좀 두어주시구료.
소제는 성 사형의 적수가 아니오이다.] 이쪽의 요자려와 제자면 역시 한 쌍이 되어 어우러졌다.
네 사람은 겨우 십여 초를 겨루었을 뿐인데 옆에서 구경하던 뭇 사 람들은 모두 다 몰래 고개를 내흔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 사람의 검초에는 빈틈이 백출(百出)했다.
초식을 펼치는 것이 전 혀 정확성이 없었고 또한 형체만 있었다 뿐이지 기운을 전혀쓰지 않 아 손톱만큼도 설산파 제일대(一代) 명수의 풍도를 보이지 않았다.
설령 한두 해 검법을 익힌 소년이라 하더라도 아마 그들보다는 몇 푼 정도 더 나을 것 같았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이들 네 사람은 지금 승리를 하기 위해서 다투는 것이 아니라 지기 위해서 다투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설산파의 장문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고 어쩔 수 없이 겨우 손을 쓰기는 했으나 그저 상대방의 검아래 지기만을 바라고 있던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똑같은지라 그 누구도 쉽게 질 수가 없었다.
양자진은 몸을 비스듬히 하더니 자기 자신을 성자학의 검끝으로 몸 을 부딪쳐 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성자학은 실수라도 한 듯 소리를 쳤다.
[아이쿠!] 그러면서 한쪽 무릎을 갑자기 맥없이 꿇면서 검의 끝으로 땅바닥을 짚는 것이었다.
요자려는 검을 뻗쳐서 제자면을 찔러갔으나 상대방이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서 있기 때문에 그 일 검이 곧장 그의 어깻죽 지에 적중되려는 것을 보고는 재빨리 자기의 검을 거두어 들이면서 몸을 돌려서는 등심에 있는 요해를 상대방에게 내보였다.
장삼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 둘째, 우리 두 사람은 천하를 두루 돌아봤지만 이와 같이 재미있는 대결은 그야말로 오늘 처음 보는 것 같네.
정말 시야를 크 게 넓힌 셈이군! 설산파의 무공이 당금 세상에서 독보적인 것도 무리 는 아니었군.
정말 여느 무공과는 다른 데가 있네 그려.] 이때 사 노파는 날카로운 어조로 봉만리를 향해 호통을 내질렀다.
[만리, 자네는 장문인과 장문제자들을 모두 어디다 가두었는가? 빨 리 그들을 내놓게나!] 봉만리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저……저 요 사숙께서 가둔 것이라 제자는 정말 모릅니다.] 사 노파는 다그쳤다.
[자네가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으니 빨리 가서 그분들을 풀어놓지 못하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나는 당장에 자네를 죽이고 말겠네.] 봉만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제자는 즉시 달려가 찾아보도록 하지요.] 그리고 나서 그는 몸을 돌려서는 대청에서 나가려고 했다.
장삼은 웃으면서 말렸다.
[잠깐! 귀하 역시 설산파의 장문을 계승할 만한 사람 가운데 하나이 니 어찌 함부로 나갈 수가 있겠소? 그리고 당신! 당신! 당신!……] 그리고 그는 잇달아 네 명의 설산 제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네들 네 사람이 가서 감금당한 뭇 사람들을 모두 다 이곳으로 데리고 오도록 하시게.
한 사람이라도 모자란다면 당신들의 머리통이 이 모양이 될걸.] 그러면서 그는 오른손을 뻗쳐서는 대청에 있는 나무기둥을 한번 움 켜잡았다.
그러자 그 기둥에는 대뜸 하나의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리면 서 그의 손가락 사이로 톱밥 같은 나무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네 명의 설산파 제자들을 자기도 모르게 그만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장삼의 시선이 자기네들의 머리 통으로 옮겨지고 장삼의 오른쪽 다섯 손가락이 흔들거리는 것이 금방 이라도 자기의 머리통을 움켜잡아 묵사발을 만들 것처럼 느껴진 나머 지 겁을 집어먹고 즉시 연신 대답 소리를 내면서 대청 밖으로 달려나 갔다.
이때 성, 제, 요, 양 네 사람은 여전히 네가 일 검을 찌르면 내가 일 검을 찌르는 등 거짓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물론 네 사람은 장삼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들은 만큼 이제는 더 감 히 초식에 있어서 일부러 빈틈을 드러내지를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경(內勁)이 물론 약해지지 않을까봐 걱정을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자세나 초식에 있어서도 매서워 보이지 않을까봐 일부러 날카롭게 호 통소리를 내지르는가 하면 거기다가 이빨마저 부드득부드득 갈면서 두 눈썹을 치켜올리고 눈을 부릅뜨는 등 박진감을 보이려고 수단을 썼다.
그들 네 사람은 먼저번에 정말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되었을 때에는 표정이 이오 같이 흉신악살처럼 흉칙하고 무섭지 않았다.
그런데 검은 질풍과 같이 뻗쳤으나 초식마다 허공을 찌르는 결과를 낳았고 손은 번개같이 움직이고 있었으나 가볍고 맥빠진 것이 솜뭉치 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하지를 않았다.
결국 보다 못한 사 노파가 꽥 고함을 질렀다.
[그만들 두어라.
그게 설산파의 무공이냐? 능소성의 위명은 자네들 때문에 완전히 땅에 떨어지고 말았네……] 그리고 그녀는 석파천을 향해 부르짖었다.
[제자야, 이 칼을 가져 가서 그들의 왼팔을 하나씩 잘라내도록해 라!] 석파천은 장삼과 이사가 있기 때문에 입은 열어 말을 할 수 없고 해 서 아무 말 없이 칼을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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