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김용) - 70편 (70/82)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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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김용) - 70편 (7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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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만종은 말을 더듬거렸다.
[그건……그들이 무림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 사부님의 위 명을 들었으리라고 생각하고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백자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 참 이상하군! 나의 위명을 알면서도 능소성으로 시비를 걸러 와……]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내가 석실에서 잠시동안 속세를 피해 은거했다는 사실 이 천하에 알려진 모양이군.
그래서 내가 은퇴한 줄로 알고 찾 아와 도전을 한 것이겠지.
허허허……그것 보라.
너의 사부라는 커다란 나무가 너희들을 가려주지 않으면 너희들은 그만 이 꼴 이 되는 것이다.] 사 노파는 노해 부르짖었다.
[당신이나 이곳에서 큰소리치도록 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 가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앞장을 서서 재빨리 나갔고 백만검과 성자 학 등이 뒤를 따랐다.
석파천도 따라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백자재가 그를 불렀다.
[네 녀석은 여기에 남아 있어.
내가 버릇을 가르쳐 주겠다.] 석파천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수아는 이미 문가에 이르렀으나 석파천의 안위를 생각해서 되 돌아오고 말았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반실성하다시피 하고 있으니 석파천과 내력 을 겨루다가 멋도 모르고 힘을 너무 써서 석파천을 죽이면 어쩌 나 하는 생각에 큰 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정말로 이 ……이이와 무공을 겨루려고 하고 있어요.] 사 노파는 고개를 돌리고 백자재에게 말했다.
[당신이 만약 나의 제자 목숨을 해치기라도 한다면 나는 벽라 산으로 갈테니 알아서 해요.
그때는 한평생 돌아오지 않을 거예 요.] 백자재는 노해 부르짖었다.
[뭐……무어라고?] 사 노파는 아랑곳하지 않고 석옥에서 나아가며 석문을 닫았다.
이렇게 되자 안이 칠흑과 같이 어두워지게 되었다.
수아는 백자재 발앞에 놓인 열쇠를 들어 할아버지의 발과 손에 채워진 수갑을 풀어주었다.
[할아버지, 여기서 그에게 몇 수 무공을 가르쳐 주도록 하세 요.
무공은 별로 연마하지 못해 재간이 매우 떨어져요.] [하하하……좋아! 내가 몇 초 가르치기만 하면 그는 한평생 써 먹고도 남게 될 것이다.] 석파천은 그 말을 듣고 잘 됐다고 생각했다.
백자재가 천하의 모든 무공에서 자기가 제일이라고 외치는 소 리를 듣고 자기가 백자재를 이길 수 없을 판인데 무공을 가르쳐 주겠다니 영광스러운 일이라 재빨리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백자재는 웃으며 말했다.
[좋아! 내가 가장 간단한 재간을 가르쳐 주지.
좀 깊이 있는 것은 아마 아직 네가 터득하지 못할 것이다.] 수아는 뒤로 물러가 석옥의 문을 열었다.
석옥 안은 다시 밝아졌다.
석파천은 갑자기 백자재가 몸을 똑바로 세우고 있는데 거의 자 기보다도 머리 하나가 더 클 정도로 위풍당당한 것을 보고 천신 처럼 느껴졌다.
더욱더 그에 대한 존경과 두려움에 자기도 모르 게 두 걸음 물러섰다.
백자재는 웃었다.
[두려워하지 마라! 두려워하지 마! 이 할아버지는 너를 헤치지 않는다.
자, 봐라.
내가 이렇게 손을 뻗쳐서 너의 뒷덜미를 잡 고 힘을 주면 너는 곤두박질을……] 그러면서 그는 오른손을 뻗쳤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석파천의 뒷덜미를 움켜잡았다.
손씀씀이가 재빠르고 노린 부위가 기이할 정도로 묘해서 석파 천은 피할 수가 없었다.
순간 석파천은 그의 힘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느꼈다.
한번 잡히게 되자 자기의 몸이 붕 떠오르는 것을 느끼고 급히 힘을 주어 자세를 가다듬었다.
동시에 그는 오른팔을 뻗쳐서는 그의 팔을 떨쳐내려고 했다.
백자재는 분명히 그의 뒷덜미 요혈을 잡고 기운을 주어서는 들 어올리려고 했다.
아닌게 아니라 석파천이 들리기는 했는데 다시 석파천이 아래 로 떨어지면서 들어올릴 수 없게 되었다.
동시에 오른팔이 그에게 밀리자 시큰거리고 아파오는지라 그만 손을 놓고 말았다. '어! 이 녀석의 내력이 정말 뛰어나구나.' 이번에 그는 왼손을 뻗쳐 그의 가슴팍을 움켜쥐고 그 바람으로 손을 떨치며 던져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석파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석파천이 이 미 경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한편으로 피하려고 했는데 끝내 그에게 잡히게 된 것이라 탄복하는 마음이 절로 우러나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는 정말 대단하시군요! 이 두 초만 하더라도 정불사 할아버지보다는 훨씬 뛰어납니다.] 백자재는 본래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자기가 정불사보다 뛰어나다는 말에 또 흐뭇해져서 말 했다.
[정불사가 어찌 나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느냐?] 그러면서 그는 완발을 들어 석파천의 다리를 걸고 밀었다.
그 러나 석파천은 몸을 흔들했을 뿐 쓰러지지는 않았다.
백자재는 한 번 떨치고 한 번 움켜잡고 또 한 번 발로 거는 등 잇달아 삼 초를 펼친 것이었다.
이 삼 초는 신도귀질삼연환(神倒鬼跌三連環)이었다.
이는 그가 한평생 자랑해 온 절기로서 조금전에 말한 것처럼 보잘것 없는 무공이 아니었다.
수십 년 간 명성을 떨쳐온 영웅 호걸들이 그와 같이 잇달아 펼 쳐지는 삼 초에 나가 떨어지곤 했던 것이다.
한데 지금 삼 초를 펼치는데 성공은 했으나 석파천은 꿈쩍하지 않아 삼 초가 모두 무위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그날 정씨 형제와 만나게 되었을 때 정불사와 사 노파가 벽라 산으로 가서 며칠 묵었다는 말을 듣고 백자재는 질투와 분노에 머리가 약간 돌게 되었는데 오늘 사랑스런 처가 돌아온 것을 보 고야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거기다가 수아를 만나게 되자 그만 마음이 흐뭇해져서는 야간 돌았던 정신이 한결 되살았던 것이다.
하지만 천하에서 무공이 제일이라는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런데 이제 연환삼초(連環三招)도 이 젊은이를 쓰러뜨리지 못 하게 되자 그만 노기가 끓어올랐고 머리도 어지러워졌다.
휙 하니 그는 석파천의 가슴팍을 향해 일 장을 후려쳤다.
놀랍게도 그는 삼사성의 공력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석파천은 그의 장세가 흉악하고 맹렬한 것을 보자 왼팔을 들어 막는 동시에 재빨리 밀어냈다.
백자재는 왼쪽 주먹을 내질렀다.
석파천은 몸을 날려 피하려고 했으나 그만 기묘한 일권에 오른 쪽 어깨를 퍽 하니 얻어맞게 되었다.
수아는 놀라 부르짖었다.
[아!] 석파천은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별로 아프지 않소이다.] 그 소리에 백자재는 노해 부르짖었다.
[이 녀석 보라! 아무렇지 않다구?] 한데 이 일권마저도 석파천은 슬쩍 손을 들어 막아버렸다.
백 자재는 잇달아 네 번 주먹을 내뻗었다.
네 대의 주먹질 가운데 발길질도 섞여 있어서 그는 석파천의 왼쪽 허벅지를 한 번 걷어차기도 했다.
수아는 두 사람이 갈수록 격렬하게 싸우고 백자재가 펼치는 권 각법 가운데 석파천이 막아내는 것은 반밖에 되지 않으면서 태 반이 얻어맞게 되는 것을 보고 처음에 매우 걱정을 했다.
[할아버지, 손에 사정을 두세요.] 그와 같이 연신 부르짖으며 석파천을 걱정한 것인데 석파천의 안색이 차분할 뿐 아니라 조금도 고통이 없는 듯한 표정에 약간 마음을 놓았다.
백자재는 석파천의 몸에다 십여 차례나 주먹을 적중시켰다.
처음에는 처의 말을 듣고 삼사성의 공력밖에 쓰지 않았다.
혹 시나 그에게 상처를 입힐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주먹으로 치든 손으로 때리든간에 석파천은 몸을 흔들 했을 뿐 아무렇지도 않게 견디어 내는데 그만 약이 오르게 되었 다.
따라서 차츰 주먹을 무겁게 쓰게 되었다.
하지만 진정 이상한 노릇이 아닌가? 백자재가 아무리 힘을 써도 상대방을 쓰러뜨릴 수 없었다.
그만 미칠 듯 울부짖으며 전신의 공력을 모조리 끌어올리게 되 었다.
삽시간에 석옥 안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로 가득차게 되고 돌기 둥에 걸렸던 쇠사슬마저도 장력이 마구 소용돌이 치는 바람에 쨍그랑거렸다.
수아는 숨쉬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몇 장 밖에 서 있었으나 견딜 수 없어 바깥쪽으로 나가고 말았다.
할아버지가 강맹한 일 장으로 석파천을 마구 때리는 것을 더 보고 있을 수 없어 석문을 가만히 닫아주고는 두 손을 합장했 다. '하늘이 보호하시어 두 사람의 이 싸움에서 어떤 불상사가 일 어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가장 좋은 것은 승패를 가리지 않 고 끝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등에 기대고 있는 석문이 자꾸 흔들거렸다.
쇠사슬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더욱더 커졌다.
수아는 머리가 약간 띵해졌다.
마치 발 밑의 땅바닥이 흔들거 리는 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석문은 더 흔들거리지 않고 쇠가 부딪치는 소리도 멈추 었다.
수아는 석문에다 귀를 기울였다.
석옥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너무나 조용해 조금전 요란하게 싸울 때보다 더욱더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만약 할아버지가 이겼다면 반드시 의기양양해서 껄껄 웃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천 오라버니가 이겼다면 문을 열고 나올 것인데 어찌하여 아무런 기척도 없을까? 혹시 한 사람은 중상을 입고 한 사람은 힘이 모조리 빠져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녀는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천천히 석문을 열고 한참 동안 눈을 감고 보지 못했다.
눈을 떴다가 처참하게 뒹굴어져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게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한참 후에 그녀는 겨우 눈을 떴다.
석파천과 백자재 두 사람은 땅바닥에 앉아 있었는데 백자재는 두 눈을 꼭 감고 있었고 석파천은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수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석파천은 오른손을 내밀어 백자재의 등심에 갖다대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진기로 상처가 치유되도록 돕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수아는 다정한 음성으로 물었다.
[할아버지께서……상처를 입으셨나요?] 석파천은 고개를 저었다.
[상처는 입지 않았소.
다만 한 모금의 진기를 제대로 돌리지 못한 것인데 잠시 후면 낫게 되오.] 수아는 오른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천지신명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갑자기 백자재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뭐라고? 한 가닥 진기가 제대로 유통이 되지 않았다고? 난… …그런 일이 없다.] 그리고 그는 손을 뻗쳐 석파천의 머리 위를 내리치려고 했다.
헌데 갑자기 그는 손바닥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는 것 을 느꼈다.
손바닥을 펼쳐 보았다.
이게 왠일일까? 손바닥은 둥근 공처럼 부어올랐으며 붉다 못해 자주색으로 변 해 있지 않는가? 이와 같은 손으로 석파천을 내려쳤다가는 자기의 손이 짓이겨 질 것 같았다.
그는 일순 어리둥절해졌으나 그 이유를 알았다. '진정 이 녀석의 내공력은 불가사의하구나.
수십 초나 되는 권 장법으로 후려쳤으나 오히려 반탄력에 튕기듯 밀려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내 손이 이 지경이 되다니 ……' 동시에 자기의 권장이 석파천의 몸을 후려치게 되었을 때 마치 석벽을 치는 듯한 충격이 있었던 것을 기억에 떠올렸다.
그리고 두 발도 수백 수천을 헤아리는 바늘이 끊임없이 찌르는 듯 따끔거렸다.
자기의 발도 오히려 상대방의 반탁력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갑자기 그는 절망감에 휩싸이고 말았다.
[에잇 빌어먹을! 뭐가 고금에 없는 천하제일 고수냐! 다 틀렸 다.
틀렸어……] 그렇게 큰소리친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수갑과 고랑쇠를 들어 자기의 손과 발목에 감고 쇠를 채웠다.
수아는 놀라 부르짖었다.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백자재은 몸을 돌려 석벽을 향한 채 침울히 말했다.
[백자재는 오만한 수작을 함부로 부려 큰 죄를 지었다.
이곳에 서 면벽하여 잘못을 뉘우치겠다.
너희들은 빨리 나가거라.
이후 나는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 그러더니 그는 새삼 생각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너의 할머니보고 벽라산으로 떠나라고 해라.
그리고 영영 능 소성으로 돌아오지 말라고 해라.] 수아와 석파천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잠시 후 수아는 석파천을 원망했다.
[모두 오라버니 탓이에요! 할아버지에게 지지 않으려고 했으니 까 그렇지.] 석파천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내가……? 난 당신 할아버지를 한 대도 때리지 않았소?] 수아는 그를 흘겨주며 뾰루퉁하니 말했다.
[나에게만 할아버지가 되나요? 너의 할아버지 내 할아버지를 찾게? 오라버니가 할아버지라고 부른다고 해서 체면이 깎이기라 도 하나요?] 석파천은 속으로 흐뭇하게 받아들이고 백자재를 향해 나직이 불렀다.
[할아버지!] 백자재는 손을 흔들었다.
[빨리 가! 너는 나보다 강해.
내가 너의 손자이고 네가 나의 할아버지다.] 수아는 혀를 쑥 내밀어보이고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는 지금 화가 나셨어요.
우리 빨리 할머니에게 알려 요.] 두 사람은 석옥을 나와 대청을 향했다.
석파천은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사람들마다 나를 보기만하면 석중옥이라 하고 석 장주 부부도 분간하지 못하는데 수아는 어떻게 알아보았소?] 수아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러나 삽시간에 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옮겨놓던 걸음마저 도 멈추었다.
이때 두 사람은 화원 사이에 난 오솔길에 들어 서 있었는데 수 아는 몸을 흔들하더니 옆에 섰는 백매화나무를 붙잡고 몸을 지 탱했다.
그녀의 안색은 백매화 꽃잎처럼 창백했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는 듯 여유를 두더니 입을 열었다.
[석중옥은 나를 괴롭히려고 했어요.
나는 화가 나서 벼랑 아래 로 뛰어내렸던 거예요.
오라버니가 나를 대신해서 이 한을 풀어 줘요.
그를 죽여 주세요.] 석파천은 머뭇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석 장주 부부의 아들이오.
석 장주나 부인은 나에게 그 럴 수 없이 잘 대해 주었는데 내가 어떻게 그들의 아들을 죽인 단 말이오?] 수아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의 두 눈에서 수정과 같은 눈물이 고운 뺨을 타고 흘러내 렸다.
[처음으로 내가 부탁드리는 것을……거절하다니.
이후는 틀림 없이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대하듯 하겠지! 난 할머니와 어머니 에게 알려줄테야.] 그리고 그녀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며 달려갔다.
석파천은 급히 그녀를 불렀다.
[수아! 수아! 내 말좀 들어보시오.] 수아는 흐느끼며 대답했다.
[그를 죽이지 않으면 영원히 당신을 상대하지 않을테니 두고보 세요.] 그리고 그녀는 쪼르르 대청 안으로 들어갔다.
석파천은 따라 들어갔다.
대청에는 검광이 번쩍이는 가운데 네 사람이 한참 격렬한 싸움 을 벌이고 있었다.
바로 백만검과 성자학 그리고 제자면이 장검을 휘두르며 청포 에 짧은 수염을 기른 노인을 상대로 포위공격을 하고 있었다.
석파천은 그를 발견하자 자기도 모르게 불쑥 부르짖었다.
[노 백부님! 그렇지 않아도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하고 걱정했 었어요.] 청포 노인은 바로 마천거사이며 현철령주이기도 한 사연객이었 다.
맨손이지만 세 고수를 상대로 기세를 돋우고 있던 사연객은 갑 자기 석파천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시선을 옮겼다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어디서 또 하나가 나타났지?] 그가 그와 같이 말하는 순간에 자연 빈틈이 생기게 되었다.
백, 성, 제 세 사람은 같은 스승으로부터 검법을 가르침 받은 터라 똑같이 명타준족(明駝駿足)이라는 신속하고 매서운 절초를 펼쳤냈다.
장검의 끝이 어느덧 사연객의 청포자락에 닿았으며 금방이라도 세 자루의 검이 그의 살속으로 파고들 순간이었다.
석파천은 크게 부르짖었다.
[조심하십시오.] 그러면서 그는 후딱 몸을 날려 백만검의 오른쪽 어깨를 잡았 다.
이어 다짜고짜 뒤로 몇 걸음 끌어당겼다.
바로 이때 뚝 뚝 하는 소리와 더불어 제자면과 성자학의 장검 이 부러졌 나갔다.
사연객은 위기의 순간에 절기인 벽침청장(碧針淸掌)을 펼쳐 왼 손으로는 제자면의 검을 오른손으로 성자학의 검을 두 토막으로 내고 만 것이다.
그의 두 손이 재빨리 움직이기는 했으나 그 순간 두 자루의 장 검은 이미 옷자락 두곳에 구멍을 내고 말았다.
이와 거의 같은 시각에 사연객은 두 손은 홱 뒤집으며 내력을 쏟아냈다.
성과 제 두 사람은 그만 붕 하니 날아 저쪽 벽에 쿵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부딪쳤다.
그 바람에 천정에서 흙이 우수수하니 떨어졌다.
마치 소낙비가 퍼붓는 꼴이었다.
바로 이때 다시 철썩 하는 소리가 났다.
석파천이 백만검의 어깨를 놓자 백만검은 돌아서면서 대뜸 그 의 따귀를 갈긴 것이었다.
이때 사연객은 석파천을 한 번 돌아보더니 다시 한쪽 모퉁이에 앉아있는 석중옥을 바라보았다.
[아니, 어떻게 해서……자네들 두 사람은 똑같지?] 석파천은 얼굴 가득히 기쁜 빛을 띠고 부르짖었다.
[노 백부님, 저를 구하러 오신 건가요?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무사합니다.
설산파의 사람들은 저를 죽이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정당 몇 석청 부부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쟁그랑땡과 석 형도 왔구료.
석 장주님과 석 부인께서도 이곳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지 않으셨군요.
이제 저는 안심입니다.
그 리고 사부님, 할아버지는 다시 몸에 몸소 쇠를 채우고 나오지 않겠다고 하면서 사부보고 벽라산으로 가라는군요.] 그가 여러 사람들에게 신이 나서 하는 말을 듣고 모두 깜짝 놀 라고 말았다.
사연객은 그날 마천애에서 벽침청장(碧針淸掌)을 연마하고 있 었다.
그런데 일시적 솟구치는 흥을 이기지 못해 전신의 내력을 모조리 쏟아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이때에 패해석이 그의 장락방의 여섯 명 고수를 데리고 마천애로 올라왔는데 자기네들의 방주를 영접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한사코 방주가 마천애 위에 있 다는 것이었다.
사연객은 단 일 초에 마횡야를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후에 패해석과 손을 쓰게 되었을 때에 마침 자기의 내력이 다 소모된 것을 발견하고 즉시 결단을 내려서는 패색을 드러내기 전에 표연히 그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이 일전에서 물러나게 된 것은 물론 패했다고는 할 수 없었으 나 궁극적으로 역시 다른 사람들이 그의 지방까지 들어와 그를 몰아 내다시피해서 마천애를 내려왔기 때문에 그야말로 한평생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던 커다란 치욕으로 여겼다.
따라서 그는 자세히 생각해 본 끝에 그와 같은 협박을 받은 것 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의 무공을 연마하게 되었을 때에 내력을 너무 소모했기 때문에 당한 것이지 그렇지 않았을 때에는 설사 상대방의 사람들이 많다 하더라도 두려울 것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원한을 갚지 않는다면 사내대장부가 아니라 생각한 그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하여 그는 은밀한 장소를 찾아 수 개월에 걸쳐서 무공을 연마한 끝에 벽침청장을 출신입화(出神入化)의 전혀 빈틈없을 정도로 연성하는 데 성공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진강에 있는 장락방의 총타로 달려가게 되었는 데 총타의 대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손으로 쳐 네 명의 향주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었고, 장락방 전체는 이에 커다란 충격을 받고 발칵 뒤집히다시피 했다.
이 무렵에는 석파천은 이미 정당의 속임수에 말려들어서 석중 옥과 바꿔치기를 한 이후였다.
석중옥은 그렇지 않아도 정당과 멀리 도망을 치려고 했었는데 뜻밖에도 장락방에서는 곳곳에 사람들들 풀어놓고 있어서 반나 절도 되기 전에 장락방의 사람들과 맞닥뜨리게 되었고 그는 다 시 억지로 장락방의 총타로 되돌아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후로 패해석은 그에 대한 관심이 더욱더 엄했으며 장락방에 서는 석중옥이라는 녀석이 그 당시에서는 호기가 구름을 찌를 듯 큰소리를 탕탕 쳤으나 나중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두려움이 치솟아 그만 줄행랑을 놓고 말 생각을 가진 모양이지만 이 세상 에 그토록 수월한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거기다가 패해석은 수십 명의 장락방 수뇌들로 하여금 사방에 서 석중옥을 지키도록 했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감시를 했다.
이렇게 되자 석중옥이 아무리 교활하고 잔꾀가 많은 사람이었 지만 도저히 뺑소니를 칠 수가 없었다.
석중옥으로서는 가까스로 능소성으로 잡혀가는 액난에서 벗어 나게 되자 다시 협객도로 가야 하는 액겁에 빠져든 셈이라 여간 근심이 되지 않았다.
그는 정당과 여러 차례 상의를 한 끝에 두 사람은 협객도에 물 론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가지 않기로 했으나 총타에서 도망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오직 협객도로 가는 도중에 방법을 강구해 서 빠져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단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잠시 동안 석파천으로 가장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한 것이었다.
사실 그는 여간 눈치가 빠르지 않고 영악하기 이를 데 없는 사 람이었다.
따라서 방의 아래 위 사람들 모두와 낯이 익었고 또 각자의 성격을 완전히 파악하다시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석파천 으로 가장을 하는데 있어서 조금도 남의 의심을 받지 않았으며 석파천이 그를 가장했을 때보다 백 배나 더 수월히 일을 해내었 다.
하지만 그는 역시 마음속으로 꿍꿍이가 있었기 때문에 그전처 럼 그토록 거드름을 피우는 방주 노릇을 할 수 없었다.
그저 매 일 같이 방안에 몸을 숨기고서 정당과 얽혀돌아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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