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김용) - 72편 (72/82)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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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김용) - 72편 (7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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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연객은 그 말에 냉소를 했다.
[어찌되었든 간에 모조리 주살을 하는 것이니 늙은 것을 죽이 든 젊은 것을 죽이든 그거야 마찬가지지.] 그리하여 얼마 이후 사 노파와 백만검 등이 대청으로 달려오게 되었고 오고 가는 말이 결코 곱지 못해서 즉시 손을 쓰게 되었 다.
백만검의 무공은 고강하기는 했으나 어찌 현철령 령주의 적수 가 되겠는가? 몇 초가 되지 못해 그는 그만 아슬아슬한 고비를 만나게 되었 다.
성자학과 제자면은 사연객이 말끝마다 설산파를 모조리 주살한 다는 말을 뱉어내는 것을 보고는 즉시 앞으로 나가 협공을 했 다.
그러나 삼대 일의 싸움을 벌였지만 여전히 사연객의 그 날카롭 기 이를 데 없는 벽침청장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석파천이 대청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을 때에 사 노파 와 양자진도 정히 싸움판에 뛰어들려고 했었는데 뜻밖에도 사연 객이 깜짝 놀라는 바람에 그만 형세가 크게 변하게 되었던 터였 다.
석중옥은 석파천의 무공이 그토록 고강한 것을 보고 매우 놀라 워했다.
설산파에서 옛 빚을 다시 따지게 될까봐 두렵기도 했다.
그렇게 되다면 석파천이 자기를 괴롭히려고 할 것인데 마침 수 아가 무사한 것을 보고 약간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정당은 풍류적이고 부드러운 석중옥에게 마음이 쏠리게 되었고 풍류라고는 전혀 없는 석파천을 혐오했다.
그러나 며칠간 같이 있었기 때문에 없는 정도 생기게 되어 석 파천이 무사한 것을 보고 속으로는 좋아했다.
석청 부부는 그제서야 자기네를 따라 산으로 올라온 것이 아들 이 아니고 바로 석파천인 것을 깨닫고 부끄러움과 함께 우스꽝 스러운 것을 금할 수 없었다.
처음 아들을 잘못 본 것은 그만두더라도 두 번째 다시 잘못보 다니 어처구니 없기도 했던 것이다.
석청 부부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기 자식을 못알아 보았으니 이후 무림에서 비웃음거리가 되 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똑같이 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 부부는 일제히 물었다.
[석 방주, 어째서 목이 아픈 척하고서 옥아와 바꿔치기를 하게 되었소?] 사 노파는 석파천에게 자기 남편이 석옥 안에서 나오지 않으려 한다는 말을 듣고 재빨리 물었다.
[너희들은 무공을 겨루어 누가 이겼느냐? 어째서 할아버지가 나를 보고 다시 벽라산으로 가라고 했지?] 사연객 역시 의아하여 물었다.
[아니 어떻게 해서 두 명의 개잡종이 생기게 된 것이지? 도대 체 어떻게 된 노릇이야?] 백만검은 호통을 쳤다.
[이 녀석, 대담한 녀석 같으니! 너는 또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냐?] 정당 역시 싸늘한 음성으로 쏘아붙였다.
[나의 분부도 받기 전에 이미 비밀을 누설했군요.] 서로 한마디씩 내던지며 질문을 던졌다.
석파천은 입술을 꿈틀거렸으나 일시 뭐라고 대답할 바를 몰랐 다.
이때 뒤에서 한 중년 부인이 나타난 수아에게 말했다.
[수아! 두 소년 가운데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어떤 사람 이 나쁜 사람이냐?] 이 부인은 바로 백만검의 처였고 수아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수아가 벼랑에서 떨어진 이후 거의 미치다시피하여 정 신을 잃었던 터라 성자학, 제자면, 요자려 등이 모반을 꾀하게 되었을 때도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 수아가 조모를 따라 성으로 들어오게 되었을 때 첫번째 로 달려가서 찾은 사람이 그녀의 어머니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사랑하는 딸을 보자 대뜸 그만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이때 그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된 것이었다.
사 노파는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그 누구도 그렇게 묻지 마라! 하나 하나씩 물어야지 이와 같 이 시끌벅적하게 물으면 누구의 말에 대답해야 될 바를 모르지 않겠느냐?] 뭇 사람들은 그와 같은 말을 듣자 조용해졌다.
사연객은 싸늘히 코웃음치며 더 말하지 않았다.
사 노파는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먼저 나에게 대답을 해보아라.
너의 할아버지와 네가 겨루어 누가 이겼느냐?] 설산파의 사람들은 일제히 석파천을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 모두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자재가 오만하고 횡포를 부린 데에 뭇 사람들은 불만이 컸으 나 정말 젊은이에게 졌다면 설산파의 위명이 땅에 떨어지는 것 이고 자기 자신들도 체면이 서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데 석파천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물론 할아버지가 이겼지요.
제가 어찌 할아버지와 겨룰 수가 있겠습니까? 할아버지는 저에게 하찮은 재간을 가르친다고 칠팔 십 대의 주먹을 가하고 이삼십 번이나 발길질을 저의 몸에 적중 시켰지만 저는 할아버지 몸에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 백만검 등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안심을 했다.
사 노파는 그를 곁눈질로 쳐다보고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너의 몸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느냐?] 석파천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도 할아버지께서 사정을 두신 모양입니다.
후에 피곤해서 땅바닥에 주저앉게 되었는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 같아 제가 도와서 진기를 유통시키자 금방 나아졌습니다.] 사연객은 그 소리에 냉소를 날렸다.
[알고보니 그랬었군.] 사 노파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너의 할아버지는 무어라고 하더냐?] 석파천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백자재가 오 무엇을 부리게 된 것은 정말 죄를 지었다고 하시 던데, 바로 그곳에서……뭔가 하다고 하면서 우리보고는 빨리 나가라고 그러시고 다시는 아무와도 만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께서는 벽라산으로 가셔서 영원히 능소성으로 돌 아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는 물론 낱말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오만했던 죄가 크 다느니 근신하여 죄를 뉘우치겠다는 말들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짐작할 수 있었다.
사 노파는 노해 부르짖었다.
[그 늙은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벽라산으로 가라고 하지?] 원래 그녀의 아명은 소취였다.
젊었을 적에 꽃과 같이 아름다워 무림의 젊은이는 그녀에 대해 서 대개가 짝사랑을 했다.
그 가운데서도 백자재와 정불사가 가장 그녀를 좋아한 인물이 었다.
백자재는 항상 오만한 편이라 사소취는 본래 그를 별로 좋아하 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가 백자재의 명성이나 무공을 대견하게 여 기고 끝내 그녀를 설산파의 장문인에게 시집을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혼례를 올린 첫날밤 사소취는 남편과 말다툼을 벌이게 되었고 말다툼만 벌이기만 하면 자기 부모를 원망하며 그때 정 불사에게 시집을 갔더라면 이와 같은 번뇌에 휩싸이지 않을 것 이라고 투덜거렸다.
정불사의 행동도 괴퍅하기 이를 데 없었고 위인됨도 백자재보 다 오히려 더 떨어졌다.
하지만 강을 격하고 경치를 구경하게 된다면 눈앞에 대할 때보 다 더욱더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가? 더군다나 사소취는 남편이 하는 짓이 못마땅해서 화풀이로 그 런 말을 하고 더 보태어 과장한 것인데 백자재는 곧이 곧대로 듣게 되고 버럭 화를 내곤 했으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두 사람은 혼례를 올린 이후 백만검을 낳게 되고 사 소취는 아들을 키우고 가르치느라 능소성에서 한 걸음도 나간 적이 없었다.
수십 년 동안 한번도 정불사와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백자재 역시 마음속으로 질투를 굉장히 하고 있으면서도 달리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늙은 부부들은 만년에 이르러 석중옥과 수 아의 일을 겪게 되었고 사소취는 그만 남편에게 따귀를 한 대 얻어맞은 나머지 성이 나서는 능소성에서 나갔다.
그리고 벼랑 아래 눈골짜기에서 수아를 구출하기는 했으나 끓어오르는 노기 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 수아를 데리고 중원으로 마음을 가라 앉힐 겸 유랑삼아 나서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남편이 자기 때문에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도록 하 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진정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무창부(武昌府) 에서 정불사를 만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젊었을 적에 헤어졌다가 이제 허연 백발이 되어서는 다시 만나게 된 셈이라 그동안의 일들을 주고 받게 되었다.
그런데 정불사는 퍽이나 순정적이었다.
그는 시종 장가를 가지 않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사코 그녀에게 자기가 살고 있는 벽 라산으로 가서 며칠 묵고 가라고 붙잡았다.
두 사람은 이때 이미 나이가 육순이 되었기 때문에 남녀의 정 이라는 것은 논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정불사가 그녀를 굳이 자기의 거처가 있는 벽라산으로 초청을 한 것은 젊은 시절에 심어졌던 심원을 풀자는 것이었다.
그 심원이라는 것은 옛날의 마음속에 두었던 사람의 두 발이 벽라산의 파란 잔디밭을 밟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죽어도 이제는 미련이 없겠다는 그런 것이었다.
한데 사 노파는 대뜸 거절해버리고 말았다.
정불사는 간청을 하다가 나중에는 그야말로 붙잡고 늘어져서는 한사코 애걸했다.
사 노파는 노기가 끓어올라서는 좋지 못한 말을 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두 사람은 손을 쓰게 되었으나 사 노파의 무공이 정불 사보다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정불사는 결코 그녀에게 상해 를 입힐뜻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생사의 고비에 이르게 되었을 때에 정불사는 언 제나 손에 사정을 두어서 사 노파를 해치지 않았다.
사 노파는 울화도 나고 마음도 초조해진 나머지 양자강에 띄워 놓은 배 안에서 열심히 서둘러 내공을 연마하게 되었는데 그만 너무 서두르다보니 수아와 더불어 쌍쌍이 주화입마를 당하게 되 었고 그리하여 정불사에게 강제로 이끌리어 벽라산 위로 올라가 게 된 처지에 놓이게 되자 부득이 강물에 투신해서 자결을 하려 고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석파천이 그녀들을 구해주어 그녀들은 무사 히 목숨을 건질 수가 있었다.
나중에 자연도에서 다시 정씨 형제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 사 노파는 정불사와 만나고 싶지 않았고 더욱더 이와 같이 겸연쩍 은 상황하에서 아들을 만나고 싶지 않아 수아를 데리고 피신을 해버리고 말았다.
정불사는 수십 년 동안 소취를 만나지 못하게 되었을 적에는 그런대로 세월을 보내왔지만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되자 그야말로 그의 외고집이 폭발돼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녀의 발바닥에 벽 라산의 흙을 묻히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혼자서는 설산파의 적수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자기 의 성질을 죽이고 구차하지만 평소 그와 화목하지 못했던 형인 정불삼에게 구원을 청하게 되어 함께 능소성으로 오게 되었다.
본래의 뜻은 억지로 빼앗거나 몰래 사로잡든 방법과 수단을 가 리지 않고 사 노파를 벽라산으로 데리고 가서는 그녀의 두 발에 벽라산의 흙을 묻히게 되었을 때는 그 즉시 타고 왔던 배로 그 녀를 되돌려 보내준다는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정씨 형제가 능소성에 도달하게 되었을 적에 그때까 지 사 노파는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정불사는 그만 거짓말을 날조했다.
사 노파가 벽라산으로 가서 는 그와 더불어 이별의 정을 오랫동안 주고 받았다는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그는 사소취를 자기 아내로 맞아들이지 못하게 된 터라 기회만 있으면 연적의 부화를 돋을 생각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
백자재는 처음 그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으나 정불사가 말하 는 사 노파의 최근 모습과 그녀의 말투를 이야기하는데 그 이야 기가 사실과 부합되는지라 그만 백자재로서는 믿지 않을래야 믿 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따라서 두 사람은 두 마디 오고 가는 말이 좋지 못해 대뜸 사 재에서 손을 쓰게 되었다.
정불사는 끝내 백자재에게 일 장을 얻어 맞고 중상을 입게 되 었으나 그 형의 도움 아래 성에서 떠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자 백자재는 더욱더 울화가 치밀게 되고 그만 광기를 부리게 되어 커다란 풍파를 일으키게 된 것이었다.
사 노파는 성으로 돌아온 이후 남편의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 속으로 여간 후회하지 않았다.
남편이 실성하게 된 원인은 자신의 오만한 성격 때문에 생겼지 만 그 반은 자기로 인해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남편으로부터 자기에게 벽라산으로 가서 영원히 돌아오지 말라는 말을 전달받게 되자 가슴이 아팠다.
더군다나 석옥에서 근신하며 죄를 뉘우치겠다는 말에 스스로 결심을 했다. '우리 두 사람은 부부로 맺어진 이상 늙어서 헤어질 수는 없지 않은가? 그가 석옥 안에서 자책감에 빠져 회개의 삶을 보내겠다 면 나는 바로 그 석옥 안에서 그가 죽을 때까지 옆에서 모시다 가 그가 눈을 감게 되었을 때 나도 눈을 감게 될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석파천에 대한 것이었다. '장문의 지위를 나에게 양보하도록 한 것은 그를 대신해서 협 객도로 가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헛되이 목숨을 잃게 되고 수아가 생과부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한데 남편의 일과 이 일은 완전히 다른 일이니 어떻게 한담?' 이와 같은 생각과 더불어 그녀는 우선 남편부터 만나보자는 생 각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백만검 역시 부친이 걱정되어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었으나 대 적이 눈앞에 있고 설산파가 바로 존망 위기의 백척간두에 서 있 는 꼴이라 사연객을 먼저 상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남아 있었 다.
사연객은 석중옥을 바라보다가 석파천을 바라보았다하며 일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행동거지로 볼 때 석파천이 진짜 개잡종 같았다.
그러나 조금전 단숨에 백만검을 물러나게 만든 고강한 무공을 볼 때 옛날 마천애에 있던 시골 소년과는 천지 차이가 나는 공 력인지라 그만 긴가민가 하게 되었다.
불과 수개월 동안 그토록 무공이 정진되다니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 오른것이다.
별안간 그는 얼굴에 푸른 기운을 가득 띄우고 벼락 같은 호통 을 내질렀다.
[너희들 두 녀석 가운데 도대체 어느 쪽이 개잡종이냐?] 이 호통소리에 천장의 흙이 우수수 떨어졌다.
당장이라도 손을 써서 사람을 죽일 듯한 기세였다.
석중옥은 개잡종이라는 한마디가 석파천의 진짜 이름인 것을 모르고 있었다.
사연객이 대노해서 그냥 욕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며 이제는 계책이 탄로난 모양이지만 염치불구하고 억지를 써야 된다고 생 각했다.
그러다가 버틸 때까지 버텨보다가는 기회를 보아 도망치겠다는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아니오! 저 녀석이야말로 개잡종입니다.] 사연객은 그를 노려보더니 냉소를 흘리며 다시 다그치듯 물었 다.
[흐흐흐……너는 정말 개잡종이 아니냐?] 석중옥은 그와 같은 시선에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끼 고 재빨리 말했다.
[나는 아니외다.] 사연객은 다시 석파천을 향해 물었다.
[그럼 네가 개잡종이냐?] 석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노 백부님.
가르쳐 준 무공을 연마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신이 더워졌다가 얼음과 같이 차가워지는 고통을 견디 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말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잇달아 이 상한 사건들이 들이닥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는 빙그레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노 백부님, 그동안 안녕하셨으며 그 누가 밥을 지어드렸는지 요? 때로는 노 백부님을 생각하며 밥해 줄 사람이 없어 노 백부 님께서 고생을 하시겠다고 걱정을 했었지요.] 그러는 그의 눈에는 관심의 빛이 가득 어려 있었다.
사연객은 더욱더 의심할 수가 없었다. '이 바보 녀석은 나에게 퍽이나 참된 사랑을 가지고 있었구 나.' 그리고 그는 고개를 돌리고 석중옥을 향해 외쳤다.
[네 녀석은 감히 이 사람을 사칭하고 나를 희롱하다니 흐흐흐 ……감히 죽지 않고는 정신을 못차리겠군.] 석청과 민유는 그의 얼굴에 푸른 기운이 사라지고 두 눈에 형 형한 안광이 빛나는 것을 보고 자기 아들에게 기만당했다는 사 실에 그가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손을 쓰기만 하면 자기 아들이 시체가 되어 쓰러질 판이 라 황망히 달려나가 아들의 앞을 몸으로 막았다.
그리고 민유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사 선생, 넓으신 아량으로 이 어린 사람의 무지함을 용서하십 시오.
제가……큰절로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사연객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석중옥에게 기만당한 것은 둘째 치고 이렇게 되면 현철령을 두 고 한 맹세가 다시 물거품이 되는지라 그는 못내 답답한 심정을 가눌 수 없어 냉소했다.
[이 사모가 새파란 당신네 아들에게 기만을 당했는데 절을 한 다고 해서 아들을 없애지 않을 줄 아시오? 저리 물러 서시오!] 물러서라는 호통소리와 더불어 그는 두 소맷자락을 떨쳤다.
두 가닥 산을 무너뜨릴 듯한 장력이 뻗쳐왔다.
석청과 민유는 내력이 대단한 편이었으나 제대로 서 있지를 못 하고 좌우로 몇 걸음이나 흔들거리며 밀려나게 되었다.
석파천은 민유가 놀라고 당황해 할 뿐만 아니라 눈물마저 금방 이라도 흘릴 듯한 모습을 보고 재빨리 외쳤다.
[노 백부님, 그를 죽이면 안됩니다.] 사연객은 오른손의 장력을 거두고 다시 일 장을 내려치려고 했 다.
이때 대청에 있는 수십 명이 모조리 나서서 막는다 하더라도 석중옥의 목숨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석파천이 이와 같은 호통은 사연객에게 있어서 항거할 수 없는 명령과 같은 것이었다.
그는 어리둥절해져서는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너는 이 녀석을 나보고 죽이지 말라는 것인가?] 이 비열한 젊은이의 한 목숨을 살려줌으로써 현철령을 두고 한 맹세를 지키게 된다면 매우 수월한 일이라 불현듯 얼굴에 기쁜 빛을 띄웠다.
석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 사람은 석 장주와 석 부인의 아들이며 쟁그랑 땡도 그를 매우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생각을 해보고 나서 다시 말을 이 었다.
[이 사람은 행실이 좋지 못합니다.
수아를 못살게 굴었는가 하 면 사람을 속이기도 하고 장락방의 방주가 되었을 때는 나쁜 짓 도 많이 했습니다.] 사연객은 다시 다그치듯 물었다.
[그런데 왜 죽이지 말라는 것이지?] 무공에 있어서 절정에 이른 일대의 효웅이지만 그와 같은 한마 디를 내던질 때 그의 음성은 혹시나 석파천이 다른 말을 할까봐 두려워 떨리고 있었다.
석파천은 천천히 말했다.
[맞습니다.
아무쪼록 죽이지 마십시오.
이 사람은 자꾸만 나쁜 짓만 일삼고 있으니 노 백부님의 곁에 두시고 좋은 사람이 되도 록 가르쳐 주십시오.
그리하여 진짜 좋은 사람이 되었을 때 놓 아 보내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노 백부님은 마음씨가 곱습니다.
저를 몇 년 동안 돌봐주면서 무공까지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까? 제가 어머니를 찾지 못하게 된 이후 노 백부님이 저를 키워 주셨는데 이 석형도 노 백부님 의 곁에 있게 된다면 틀림없이 좋은 사람이 될 것입니다.] 마음이 좋다는 말을 듣자 사연객은 울컥 울화가 치밀었다.
석파천이 자기를 비웃은 것이라 생각한 그의 얼굴에 다시 푸른 기운이 떠올랐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볼 때 석파천이 그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석파천의 얼굴에 긴장된 빛이 감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몇 년간 그와 함께 마천애에서 보내게 되었을 때 자기 자신은 온갖 열성을 다 해서 그를 죽일려고 했지만 그는 시종 천진난만하게 행동 했으며 자기를 반푼어치도 싫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 렸다.
헤어진 지 수 개월 동안 여전히 자기의 옷을 빨아주고 밥을 지 어주지 못한 데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만 보면 어머니를 잃게 된 이후 자기에게 의탁하고 매사에 자기를 좋게만 생각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그가 무공을 그에게 가르친 것은 그의 목숨을 빼앗자는 것인데 그는 오히려 깊이 그 은혜에 감사하고 있으며 이제는 또 자기에게 석중옥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있 다. '이 바보 같은 녀석은 정말 터무니없는 말만 지껄이고 있구나? 이 사모는 언제나 홀로 행동하는 천하의 기남자인데 어찌 이 비 굴한 녀석 때문에 쓸데없는 세월을 보내야 하는가?' 이와 같은 생각과 더불어 그는 천천히 말했다.
[나는 본래 자네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하겠다고 응낙을 했었 네.
그러니 이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자네의 부탁을 받아들이 지.
자! 이제 그만 작별을 하겠네.
이후 다시 만나볼 일도 없으 리라고 생각하네.] 석파천은 재빨리 그를 만류했다.
[아닙니다.
노 백부님, 그를 잘 가르쳐 주십시오.
그가 또 사 람을 속이고 해치려 들다가 끝내 다른 사람에게 살해를 당하게 된다면 석 부인과 쟁그랑땡이 슬퍼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더듬거리는 어조로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부탁을 하는 것은 그를 가르쳐 그가 좋은 사람이 될 때 까지 노 백부님 곁에서 떠나지 않도록 하면 되는 것입니다.
저 의 어머님은 원래 저보고 남에게 부탁 같은 것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 일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 부득이 노 백부님에게 부 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사연객은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어려울 것은 없지만 쉬 울것도 전혀 없었다.
본래 자기가 좋지 않은 사람인데 어떻게 남을 좋게 만들 수 있 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하여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이 일은 내가 할 수가 없네.
다른 일을 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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