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김용) - 81편 (81/82)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본문 바로가기

협객행(김용) - 81편 (81/82)

💬 0 👁 6
☰ 목록
책갈피와 음성 읽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청삼을 입은 큰제자가 외쳤다.
[해변에 배들이 이미 준비되었으니 여러분들은 즉시 출발하도 록 하십시오.] 그리하여 군웅들은 다투어 용, 목 두 도주의 시체에 큰절을 하 고 작별을 고했다.
장삼과 이사는 석파천의 손을 잡았다.
장삼은 슬픔에 찬 어조로 당부했다.
[형제도 빨리 떠나게.
이후 우리들은 반드시 자네를 찾아보겠 네.] 석파천은 두 사람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백자재를 따라 많은 사 람들과 더불어 해변가에 이르렀다.
그리고 배에 올라서는 출항을 기다렸다.
그들이 탄 배는 커다란 해선이었는데 모두 세 척이나 되었다.
군웅들은 모두가 이 배들을 타고 떠나게 된 것이다.
이윽고 닻줄이 풀어지고 다시 감기게 되었는가 하면 다시 올려 졌다.
그리고 천천히 섬에서 멀어져 가게 되었다.
협객도에서 십 년 이상이나 살고 있던 사람들은 도해와 그림에 대해 거의 심취된 상태였다.
따라서 석벽이 망가진데 대해서 애석해마지 않았다.
또 어떤 사람들은 진작 한벌 베껴놓는 것인데 베껴 놓지 않았 다고 후회를 했다.
여기 저기서 애석해 하는 장탄식과 가슴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 다.
그러나 새로이 온 사람들은 고향에 돌아간다는 기쁨이 아쉬움 보다 더 컸다.
한데 협객도가 점점 멀어지자 석파천은 갑자기 한 가지 사실이 떠올 그만 등골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자기도 모르게 그는 발을 구르며 말했다.
[야단났군, 야단났어! 할아버지 오늘이 몇 일이지요?] 백자재는 깜짝 놀라서는 부르짖었다.
[어이쿠!] 그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수염마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오늘이……몇 일이던가?] 정불사는 선실의 한쪽 모퉁이에 앉아있다가 물었다.
[도대체 갑자기 날짜는 왜 묻느냐?] 석파천은 다급한 음성으로 물었다.
[정 넷째 할아버지, 우리가 협객도에 온 지 며칠이나 되었습니 까?] 정불사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백 일이 되어도 좋고 이백 일이 되어도 좋은데 누가 그까짓 것을 기억하고 있느냐?] 석파천은 초조해져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고 삼 낭자에게 물었다.
[우리들이 동짓날에 이곳에 왔는데 지금은 이월 말이 되었겠지 요?] 고삼 낭자는 잠시 헤아려 보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들이 섬에서 보낸지 곧 넉 달이군! 오늘이 삼월 스무닷새 가 아니면 엿새가 될 거 같군.] 석파천은 그만 놀라 부르짖었다.
[삼월이라구요?] 고삼낭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백자재는 가슴팍을 쳤다.
[이거 야단났구나 야단났어!] 정불사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어 시원하다.
어 시원하다!] 석파천은 노해 부르짖었다.
[정 넷째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이월 말까지 백 할아버지가 돌아오시지 않는다면 바다에 뛰어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뭐가 시원하다는 겁니까? 수아도……바다에 뛰어든다고 했는데……] 정불사는 그만 멍청해졌다.
[이월 말에 바다에 뛰어든다구? 그럼 지금이 삼월 하순이란 말 이지……] 석파천은 울면서 부르짖었다.
[그래요.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정불사는 노해 부르짖었다.
[소취는 이월 말에 바다에 뛰어든다고 했으면 지금은 이미 죽 은지 스무날이 넘었을 것이니 별 도리가 없지 않느냐? 그녀의 고집이 너무나 세어서 탈이야……] 그리고 그는 오히려 백자재에게 화풀이를 하려고 했다.
[백자재 제기랄! 이 늙은 것아, 너는 어째서 진작 돌아가지 않 고 여태까지 버티고 있었느냐? 이 개가 낳은 늙은 녀석아!] 백자재는 가슴팍을 치면서 부르짖었다.
[맞아 맞아! 나는 후레자식이야! 나는 늙은 도적이야.] 정불사는 다시 욕을 했다.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해! 때려잡아 죽일 개새끼란 말이야! 진작 왜 돌아가지 못했어!] 석파천은 울면서 부르짖었다.
[그래요 정말.
저도 죽어야 마땅해요.] 그러자 갑자기 날카로운 여자의 부르짖음이 들려왔다.
[소취가 죽든 살든 당신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당신이 욕을 하 는 것이죠?] 바로 매씨라는 여자였다.
정불사는 그 말을 듣자 더 이상 아무 말하지 못하고 무어라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백자재는 오히려 석파천을 꾸짖었다.
[이 녀석은 네 할머니가 이월 말에 바다에 뛰어든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진작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느냐? 망할 녀석아, 너 도 너무나 멍청하구나.
내 네 녀석의 목을……비틀어 버려야지 ……] 석파천은 너무나 슬퍼 변명할 마음도 생기지 않아 그가 욕을 하는대로 내버려 두었다.
남풍이 세차게 불자 해선(海船)은 세 개의 돛을 달고 있었기에 매우 빠르게 달렸다.
백자재는 실성한 사람처럼 석파천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하고 정불사를 잡고 시비를 걸기도 했다.
물론 정불사도 지지 않고 맞섬에 따라 몇 번이나 손을 쓰려고 했으나 배에 있는 사람들이 말려주었다.
이윽고 사흘째 되던 저녁이었다.
멀리 지평선이 나타나고 육지를 본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백자재는 사 노파와 수아의 시체를 찾기라도 하는 듯 멍하니 푸른 파도만 바라보고 있었다.
배는 점점 더 가까이 육지에 다가가고 있었다.
석파천은 시력을 집중해 바라보았다.
바닷가가 어렴풋이 망막에 비치었다.
자기가 떠날 때와 별로 다름이 없었다.
바닷가에는 종려나무들이 서 있었고 오른쪽 벼랑가의 세 그루 의 야자나무가 변함없이 그대로 서 있었다.
그 세 그루의 야자나무는 바로 키가 큰 사람의 모습과 비슷했 다.
그는 사 개월 전 이곳을 떠날 때 사 노파와 수아가 해변가에서 전송을 하던 광경을 떠올렸다.
그런데 지금 자기는 무사히 돌아오는데 사부인 사 노파와 수아 가 이미 바다의 고기밥이 되었으리라 생각하니 그만 눈물이 자 꾸만 흘러내려 제대로 사물을 살펴볼 수가 없게 되었다.
해선은 끊임없이 육지쪽으로 나갔다.
갑자기 한 마디의 외침이 벼랑쪽에서 들려왔다.
뭇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쳐들고 벼랑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니 하는 잿빛이고 하나는 하난 빛의 두 인형이 벼랑 위에서 아래의 바다로 쌍쌍히 뛰어내리는 것이 아닌가.
석파천은 멀리서 보고 있었지만 바다에 뛰어든 사람이 바로 사 노파와 수아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렇게 되자 그는 놀람과 기쁨에 얽히게 되었지만 그 위기의 순간에 어째서 그녀들 두 사람이 아직도 살아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볼 여가도 없이 잡히는 대로 한 조각의 배에 있는 판 대기를 들어서는 힘주어 두 사람이 바다로 뛰든 물결 위로 던졌 다.
그리고 그 자신은 두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가 전신의 힘을 발 밑에 모아서는 죽어라 하고 발로 찼다.
그의 몸뚱아리는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격사(激射)되어 나갔다.
그는 협객도에서 배운 고심한 내공을 대뜸 이와 같이 한번 차 고 도약하는 가운데 펼쳐내었다.
판대기가 바닷물 위에 떨어지기는 했으나 자기의 발을 내릴 곳 과 판대기가 아직도 몇 자의 간격이 있는 것을 보고 왼발을 허 공으로 들어서는 성큼 한 걸음 내딛는 시늉을 했다.
그리하여 그는 즉시 판대기 위에 올라설 수가 있었다.
그야말로 정녕 찰나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왼발로 판대기를 딛게 되었을 때에 수아의 몸뚱아리가 바 로 그의 곁으로 급히 떨어지고 있었다.
석파천은 재빨리 왼팔을 뻗쳐서는 그녀를 허리께로부터 끌어안 았다.
두 사람의 무게에다가 그 떨어지는 기세가 보태지게 되자 석파 천은 두 다리가 바닷속으로 푹 꺼져들었는데 사 노파가 다시 그 의 왼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석파천은 즉시 오른손을 급히 뻗쳐서는 사 노파의 등을 받쳐들 었다가 당기는 수법을 써서 힘을 빌려 석벽에서 본 은안조백마 (銀鞍照白馬) 가운데의 무공을 펼쳐내서 사 노파를 던졌다.
사 노파의 몸뚱이는 평온하게 그리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해선쪽으로 날아갔다.
배 위의 뭇 사람들은 일제히 크게 소리를 질렀다.
백자재와 정불사는 이미 뱃머리로 달려와 있었는데 사 노파가 날아드는 것을 보자 두 사람은 함께 손을 뻗치며 받으려고 했 다.
그 순간 백자재는 호통을 내질렀다.
[비켜!] 그리고 왼손을 들어 정불사를 후려쳤다.
정불사가 손을 써서 반격하려고 했을 적에 뜻밖에도 그 복면을 한 여인이 재빨리 손을 뻗치며 그를 밀었는데 그 수법이 무척 괴이했다.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그만 정불사는 바닷속으로 떨어지고 말 았다.
바로 이때에 백자재는 어느덧 사 노파를 끌어안게 되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 날아드는 기세에 석파천의 웅혼하기 이를 데 없는 내력이 실려 있어서 백자재는 제대로 서지 못하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섰을 뿐만 아니라 우지끈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발이 갑판에다가 커다란 구멍을 내면서 그 자신도 주저앉게 되 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사 노파를 가슴에 안고서 놓치지를 않았 다.
석파천은 수아를 안고서는 판대기의 부력(浮力)을 빌려 해선 옆까지 미끄러져 갔다가는 갑판 위로 뛰어올랐다.
정불사는 다행히 자맥질에 능통한 사람이어서 한편으로 헤엄을 치면서 한편으로 입을 벌리고 크게 욕지거리를 했다.
배 위에 선원이 밧줄을 던져서는 그를 끌어올렸다.
뭇 사람들은 서로 다투어 한 마디씩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는 바람에 그야말로 수라장이 난 것 같았다.
정불사는 온몸이 새앙쥐처럼 젖어서는 멍하니 그 복면 여자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부르짖었다.
[당신은……당신은 그녀의 누이동생이 아니야! 당신은 바로 그 녀지! 바로 그녀 자신이지!] 복면의 여인은 그저 냉소를 흘리더니 음산한 어조로 입을 열었 다.
[흐흐흐! 당신의 담이 이토록 클 줄은 몰랐군! 감히 내 앞에서 사소취를 안으려고 하다니!] 정불사는 여전히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당신은……바로 당신 자신이었군.
당신이 나를 바다로 떠미는 그 일 초……일 초는 비래기봉(飛來奇峯)으로 천하에서 오직 당 신만이 펼칠 줄 알고 있소.] 그 여인은 차갑게 응수했다.
[알고 있다니 다행이군!] 그러면서 그녀는 손을 뻗쳐서는 얼굴을 가린 수건을 벗고 잔뜩 주름이 진 얼굴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그 살결은 지극히 희었다.
아마도 너무나 면사로 얼굴 을 오랫동안 가렸기 때문에 햇살을 보지 못해 희어진 것 같았 다.
정불사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문향(文향), 문향, 아니나 다를까 당신이었군! 당신은……당 신은 어째서 나에게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지?] 이 복면을 한 여인의 성은 매씨인데 이름으로 매문향(梅文향) 이라 했으며 정불사의 옛날 정인이었다.
그들 두 사람 사이에 한 명의 딸을 두게 되었는데 그 딸이 바 로 매방고였다.
그러나 정불사는 사소취를 짝사랑한 나머지 중도에 매문향을 버리게 되었던 것인데 그 일이 있은 지 수십 년이 지난 오늘에 사 또다시 놀랍게도 재회를 하게 된 것이었다.
매문향은 왼손을 뻗쳐서는 정불사의 귀를 비틀어잡더니 뾰족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은 그저 내가 벌써 죽기만을 바랬겠지? 그래야만 기쁠테 니까 말이오.
그렇지 않나요?] 정불사는 마음속으로 가책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감히 바둥거 리지 못하고 쓸쓸히 웃으며 달랬다.
[빨리 손을 놓으시오! 뭇 영웅들이 이곳에 계신데 이게 무슨 꼬락서니요?] 매문향은 꽥 소리쳤다.
[나는 한사코 당신의 그 좋은 꼬라지를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 려는 거요.
나의 방고는 어떻게 되었소? 빨리 나에게 돌려주어 요.] 정불사는 여전히 달래는 말투였다.
[빨리 손을 놓으시오.
용 도주께서는 그 애가 웅이산 고초령에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으니 우리 이제 그 애를 찾아 가도록 합시 다.] 매문향은 싸늘하게 말했다.
[그 애를 찾고 나서야 당신을 놓아주겠소! 만약에 찾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 당신의 두 귀를 모조리 찢어내고 말 것이오!] 시끌벅적한 가운데 해선은 어느덧 언덕에 닿게 되었다.
석청 부부와 백만검 그리고 설산파의 성자학 등 몇 명의 사람 들이 모두 다 마중나왔다.
백자재와 석파천이 모두 무사히 돌아오고 사 노파와 수아가 바 다에 몸을 던졌으나 구원을 받게 된 것을 보고 모두들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다만 성자학과 제자면 그리고 양자진 세 사람은 내심 적지 않 게 실망을 했으나 억지로 웃는 얼굴을 짓고서는 앞으로 달려나 와 축하를 할 뿐이었다.
배 위의 뭇 영웅들은 땅에 닿자마자 고향땅으로 달려가고 싶어 발이 뭍에 닿자 다투어 흩어졌다.
범일비, 여정평, 풍랑 그리고 고삼 낭자 등 네 사람은 석파천 에게 작별을 고하고 요동으로 돌아갔다.
백만검은 급히 달려와 백자재를 보고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께서는 일찍이 이월 말까지 아버님께서 돌아오 시지 않는다면 바다에 뛰어들어 자결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이 바로 이월 말입니다.
제가 정히 경계하고 있는데 뜻밖에 도 어머님이 저의 혈도를 짚어버리지 않겠습니까? 다행스럽게도 천지신명이 돌보셔서 제때에 돌아와 주셨군요.] 백자재는 어리둥절해 물었다.
[뭐라고? 이월 말이라고?] 백만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오늘이 바로 이월 말입니다.] 백자재는 다시 한마디를 던졌다.
[이월 말이란 말이지?] 백만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틀림없이 이월 말입니다.] 백자재는 머리를 긁적긁적 했다.
[우리들이 협객도에 간 지 사 개월이 좀 더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오늘이 여전히 이월 말이지?] 백만검은 공손히 말했다.
[아버님께서는 작년 십일 월에 윤달이 끼어 있다는 사실을 깜 박 잊으신 모양이군요.] 그 말이 떨어지자 백자재는 황망히 깨달은 듯 석파천을 향해 말했다.
[이 녀석, 네녀석은 어째서 진작 이야기 하지 않았지? 핫하하 ……윤십일월이라……정말 작년에 윤달이 들어 있었구나.] 석파천은 의아하여 물었다.
[윤달이 또 무엇입니까? 어째서 작년 십일 월이 두 달이나 있 지요?] 백자재는 웃으며 말했다.
[너야 뭐 작년 십일월 달이 두 개 있든 세 개 있든 상관할 게 있냐? 그리고 나는 내 할멈이 죽지 않았으니 백 개의 윤달이 끼 어 있다고 해도 상관이 없다.] 뭇 사람들은 그만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
백자재는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정불사, 그 늙은 도적은 어디로 갔지?] 사 노파는 웃으면서 말했다.
[왜 그 사람을 찾는 거예요? 매문향이 그를 붙잡고 자기의 딸 매방고를 찾아간다고 했어요.] 매방고란 이름을 듣게 되자 석청 부부는 안색이 홱 변해서는 일제히 질문을 던졌다.
[금방 매방고라고 하셨습니까? 어디로 찾아간다고 하던가요?] 사 노파는 의아해하며 대답했다.
[조금 전 배에서 내려서 하는 말을 들었는데 웅이산 고초령으 로 그들의 사생녀(私生女)를 찾아 간다고 들었네.] 민유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아!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끝내……끝내……그 여자의 행 방을 알아냈구나.] 그러더니 그녀는 석청에게 얼굴을 돌렸다.
[사형, 우리들도 빨리 달려가 보도록 해요.] 석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두 사람은 즉시 백자재 등과 작별했다.
백자재는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모두들 함께 즐겨야지……적어도 열흘이고 보름은 함께 지내 도록 하세.
그 누구도 가서는 안돼!] 석청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백 노백부님께서는 잘 모르십니다.
매방고는 바로 저희 조카 부부 사이에 난 아들을 죽인 원수입니다.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 며 수소문을 했으나 십팔 년 간 그녀의 종적을 몰랐었는데 오늘 에야 알게 되었으니 어찌 서두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한 걸음이라도 늦게 달려간다면 그녀가 숨어버릴지도 모릅니 다.] 백자재는 무릎을 탁 쳤다.
[그 여자가 자네의 아들을 죽였어? 그런 일이 있다니! 그렇군.
그 계집애를 천 갈래 만 갈래 찢어놓아야지.
자네의 일은 나의 일이나 마찬가지네.
가세, 함께 가자구……] 그리고 그는 자기가 앞장을 서며 다시 말을 이었다.
[석 노질, 정불사라는 늙은이가 자기의 딸년을 편들 것이네.
그리고 매문향이라는 할멈의 가전무학인 매화권도 대단하다네.
자네도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원한을 갚을 수 있을 것 이네.] 이때 백자재는 사 노파와 수아를 다시 만나게 되자 심정이 매 우 흐뭇했다.
어떠한 사람이라도 그에게 무슨 일을 부탁한다면 모조리 응낙할 형편이었다.
석청과 민유는 매방고에게 정불사와 매문향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원수를 갚기가 어려워졌다고 약간 두려 움 마저 느꼈다.
그런데 백자재가 스스로 나서며 도와주겠다고 하니 매우 기뻤다.
상청관의 장문인 천허 도장은 아직도 다른 한 척의 배를 타고 있어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으나 석청 부부는 원한을 갚고 싶다 는 생각에 기다리지 않고 즉시 출발하기로 했다.
석파천도 물론 뭇 사람들을 따라갔다.
이날 일행은 웅이산에 도착했다.
웅이산은 둘레가 수백 리나 되는 곳이었다.
고초령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뭇 사람들은 며칠을 두고 찾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백자재는 아무리 찾아 헤메도 고초령이 나타나지 않자 석청을 탓했다.
[석 노질, 자네 현소쌍검으로 말하면 강남의 검술 명가인데 무 공은 이 어르신에게 미칠 바가 못되지만 그래도 대단한 명성을 떨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어찌하여 아들 하나도 지키지 못하 고 여도적에게 살해를 당하게 내버려두었는가?] 그리고 그는 기침을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여도적은 자네와 또 무슨 원한이 있어서 자네의 아들을 죽 였지?] 석청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일은 전생에 맺어진 업보인 것 같습니다.
뭐라고 말씀드려 야 할지 모르겠군요.] 민유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사형, 혹시 일부러 여러 사람을 데리고 길을 잘못 인도한 것 이 아닌가요? 정말 그녀를 죽여 견(堅)아의 원한을 갚으려 하지 않는 다면……나는 나는……] 그녀는 말을 맺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백자재는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어째서 그녀를 죽이지 않으려는 생각을 하게 됐는가? 아차! 석 노질은 그 여도적의 모습이 매우 아름다와 옛날부터 자네와 는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 보지?] 석청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원, 백부님께서 농담도 다 하시는군요.] 백자재는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말했다.
[틀림없이 그랬을 걸.
그래서 그 여도적이 질투를 일으켜서 독 수를 써 민 여협과 자네 사이에서 난 아이를 죽였겠지.] 이 늙은이는 어떻게 된 것인지 자기의 일에는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지만 남의 일은 아주 그럴싸하게 맞추었다.
석청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민유는 길게 탄식을 토했다.
[노 백부님, 사형이 그녀와 어떤 애매한 관계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그 매가라는 여자가 짝사랑을 한 거예요.
질투심이 증오 심으로 변해 어린애에게 화풀이를 한 거죠.
저의 가엾은 어린애 에게……] 이때 석파천은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어!] 그러는 그의 얼굴이 매우 이상야릇하게 변했다.
[아니……아니 어떻게 이곳에 있지?] 그리고 나서 그는 왼쪽의 산봉우리를 향해 치달았다.
원래 그 는 갑자기 산봉우리 위의 사물이 매우 눈에 익었던 것이다.
바 로 자가가 어릴 적에 자란 곳이 아닌가? 그는 산봉우리의 다른 쪽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그런 점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제 그의 경공신법이 뛰어나 순식간에 산봉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숲을 돌아 몇 칸의 초가집 앞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자 개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면서 누렁이가 한 마리 집 안에서 달려나왔다.
그 누렁이는 대뜸 그의 어깨쪽으로 달려들며 좋아 라고 날뛰었다.
석파천은 대뜸 그를 끌어안고 말했다.
[아황! 네가 돌아왔구나! 어머니는?] 그리고 나서 그는 큰소리로 외쳐 불렀다.
[어머니! 어머니!] 그러자 초가 집안에서 세 사람이 걸어나왔다.
중간의 한 여자 는 얼굴이 기이하도록 추악했다.
바로 석파천의 어머니였다.
양쪽에는 정불사와 매문향이 서 있었다.
석파천은 기뻐 부르짖었다.
[어머니!] 그리고 그는 아황을 안은 채 어머니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 여인은 냉랭하게 말했다.
[너는 그동안 어디 갔다 왔느냐?] 석파천은 떠듬 떠듬 말했다.
[저는……] 이때 민유가 석파천의 등뒤에서 소리쳤다.
[매방고, 역용(易容)을 한다고 해서 나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 하느냐? 세상 끝까지 도망친다고 하더라도……] 석파천은 깜짝 놀라 몸을 날려 피하면서 부르짖었다.
[석 부인, 잘못 아신 것입니다. ……이 분은 저의 어머님입니 다.
부인의 아들을 죽인 원수가 아닙니다.] 석청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이 여인이 너의 어머니란 말이냐?] 석파천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어릴 적에 어머님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어머님이 보이지 않았고 며칠 동안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 아 제가 찾으러 나갔다가 그만 길을 잃게 된 것입니다.
아황도 보이지 않았으나 이제 아황도 여기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그는 개를 안고 그녀에게 보여주는데 매우 기쁜 표정 이었다.
석청은 그 추악한 얼굴의 여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방고, 당신에게 아들이 있었으면서도 어찌하여 그때 우리 아 들을 죽였소?] 그의 어조는 매우 차분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그 어조에 괴로워하는 빛이 역력히 서려 있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 한 줄 댓글 0
비회원 · 이 글에 하루 1개만 등록 가능
HTML/스크립트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댓글은 최대 120자이며 페이지를 이동하지 않고 바로 등록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

Copyright © webstoryboard.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