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1 무림삼보 '벌써 봄이로군' -백자안 그는 실로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곳은 그가 태어 난 곳이지만 그러나, 아버지의 고향은 아니다 말하자면 그는 지금 아 버지의 고향에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관외가에서 중원으로 들어 가는 길목에 해당되는 이곳은 비록 아직 잔설이 땅을 가득 뒤덮고 있기는 해도 오후의 햇살은 제법 따스했다. '이제 머지않아 저 눈들이 모두 녹고 이곳에는 다시 새로운 풀잎들 이 돋아나겠지...' 그는 본래 시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고 게다가 술을 특히 좋아하는 주당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는 술을 즐기며 취흥에 젖어 시를 읊조리는 시선 처럼 흉내를 내고 있었다. 술은 비록 조금전에 주막에 들러서 산 값싼 죽엽청이요, 그 양도 얼마되지 않는 것이지만, 그러나 그는 마치 그것을 음미하기라도 하듯이 조금씩 입안에서 굴 려가며 마시고 있엇다. '한잔 마시지 않겠습니까?' 백자안이 문득 앞자리 마부석에 앉아있는 늙은 마붕게 술병 속의 남아있는 술을 건네자, 그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마부는 약간 주저하 는 듯 하다가 술병을 받아들더니 마시면서 질문을 해왔다. '저어 공자께서는 북경으로 벼슬을 사러 가시는가 보죠?' 마차는 한 마리의 비루먹은 말이 끄는 초라한 마차였는데, 백자안 은 다소 쑥스러운 듯이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하, 제가 마치 낙방수재처럼 보이는 모양이로군요. 하지만 저는 사실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다가 북경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 다.' 늙은 마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그랬군요....소인은 공자께서 이 근방의 사정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혹시 외지에서 오신분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 백자안은 미소하다가 다시 물었다. '무림삼보의 일 말입니까?' 늙은 마부는 한차례 백자안의 얼굴을 돌아더니 대답했다. '원래 아시고 계셨군요? 그 일로 인해서 근래 이 부근에는 한차례 의 심한 피보라가 몰아치고 있는 중이지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마 차를 몰려고 하지 않지만, 허허, 이 늙은 목숨이야 상관없는 일이지요' 백자안은 다소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이런 훤한 대낮인데도 그와 같은 무뢰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늙은 마부는 나직하게 코웃음을 쳤다. '흥, 그런 도적같은 놈들이 뭘 못하겠습니까? 놈들은 그저 낮이나 밤이나 짐승같이.....' 늙은 마부는 그렇게 말을 하다가 말고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마차가 마악 작은 길모퉁이를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돌연 말 이 우뚝 걸음을 멈췄기 때문이었다. 멀쩡히 나아가던 마차가 그렇게 갑자기 멈춰졌으니 그 늙은 마부가 놀라는 것은 거의 당연했다. .....! 서장1 괴소년. 흑의소년. 놀랍게도 지금 마차의 앞길을 막고 잇는 사람은 겨우 한 명의 소년 이었다.나이가 겨우 십오륙세나 될까?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 소년이 다만 왼손으로 말고삐를 움켜잡고 꼼짝 못하게 하고 잇다는 사실이엇다. 비록 천천히라고는 하지만 달리는 말을 마차와 함께 그렇게 간단하 게 세울 수 잇다고 하는 것은 정말 놀라운 힘이 아닐 수 없엇다. 자세히 보니 소년의 좌측 허리춤에는 장검이 걸려 잇엇고, 옷차림 은 매우 허술햇고 궁핍해 보였다. (강도인가....?) '왜, 왜 이러시오?' 늙은 마부는 놀란 나머지 입술을 덜덜 떨면서 소리쳐 물었다. 흑의소년은 비록 괴력을 발휘하여 한손으로 말고삐를 잡고 있엇지 만 그러나 말주변은 별로인 모양이었다. 소년은 금방 뭐라고 말하려는 듯 하다가 다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곤 했다. 늙은 마부는 그것을 보자 다소 기가 살아나서 다시 소리쳐 말했다. '이, 이봐! 젊은 사람이 이러면 쓰나? 어서 그 말고삐를 놓고 물러 서게!' 그러나 그 흑의소년은 쉽게 말고삐를 놓아주지도 않았다. 늙은 마부는 그것을 보자 두려움과 당혹감으로 안절부절을 못했다. 당혹감이 더하개가는 것은 흑의소년도 마찬가지인지 얼굴이 시뻘겋 게 물들어가고 있엇다. (애송이 강도로군.) 백자안은 문득 그 흑의소년의 신체골격이 우수하고 용모 또한 상당 히 준수하다는 것을 발견햇다. '이리 올라오라고 하십시오' 백자안의 말에 늙은 마부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 졌다. '아니 그를 올라오라고 해서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백자안은 빙긋 웃고는 대꾸했다. '지금 다른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다 책임질테 니 어서 그를 이 위로 올라오라고 하십시오.' 늙은 마부는 잠시 복잡한 표정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아무래도 대안이 없는지 그 소년을 불렀다. '이보게, 여기 이분 공자께서 잠시 보자고 하니 어서 이리 와 보게!' 흑의소년은 그 말을 듣자 이내 말고비를 놓아주고 다가와서 마차의 옆에 섰다. '당신이 나를 보자고 했소?' 소년의 안색은 아직 상기되어 있었으나 음성은 제법 싸늘했다. (이건 오히려 적반하장이로군!) 백자안은 내심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자네 혹시 나에게 용돈을 조금 빌리려고 하는 게 아닌가?' 소년은 다소 의외인 듯 하면서도 검자루로 손을 가져가며 싸늘하게 대꾸했다. '당신은 못하겠다는 말이오' (허, 이거야...) '그게 아니라, 자네가 잠깐 이리 올라와서 나와 술 한잔을 할 용기 가 있다면 내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네.' 흑의소년은 그제서야 이 허약하고 키만 늘씬해 보이는 백면서생이 특이하게 보이는지. 잠시 찬찬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다시 물었다. '어째서 나와 술 한잔을 하자는 것이오?' 백자안은 이 의심많은 괴소년을 향해 웃으며 대답했다. '그야, 내가 만약 자네에게 돈을 빌려주게 된다면, 나중에 이름이라 도 알아야 도로 받을 수가 있을 것이 아닌가? 물론 자네가 정히 싫다 면 어쩔 수가 없는 일이겠지만 말이야.' '자네 혹시 나에게 돈을 빌리려는 것이 아니라 강탈하려고 하는 것 이 아닌가?' 소년은 잠시 더 망설였으나 이내 훌쩍 신형을 움직여 마차위에 올 라타고는 간단하게 대꾸했다. '나는 반드시 당신에게 돈을 갚을 것이오!' ]백자안은 이에 가볍게 미소하며 늙은 마부에게 다시 마차를 움직 이라고 시킨 다음에 다시 소년에게 물었다. '나는 백자안이라고 하며 지금 북경에 잇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지. 헌데 자네의 이름은 뭔가?' 소년은 마차가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하는 수 없다는 듯 이 한숨을 내쉬며 대꾸햇다. ' 천가준이오.' '아, 본래 천소협이었구만.' 이어 백자안은 품속에서 한 장의 백냥짜리 은표를 꺼내서 천가준이 라는 소년에게 내밀었다. 천가준이라는 소년은 그것을 보자 다소 놀라는 눈치었다. 백자안은 그것을 보고 미소하며 다시 말했다. '그렇게 너무 의외라고 생각하지 말게. 사실 이건 나의 전재산이나 다름이 없는 것인데,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니 모두 빌려주는 것 이네.' 천가준은 그 은표를 주저하다가 받아들고는 이렇게 다시 물었다. ;나에게 이렇게 빌려줘도 불안하지 않겠소?' 백자안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햇다. '돈을 빌려주는 거이야 어차피 사람을 믿을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만일 자네가 미안하다면 다음 주막에 내려서 나에게 술아나 한잔 사면 되는 것이네. 마침 이거 술이 다 떨어졌군.' 천가준은 그 말에 그제서야 은표를 품속에 갈무리하고 미소하며 대 꾸했다. '좋소 술이라면 내가 대접하겠소.' 백자안은 천천히 미소하며 다시 물었다. '고맙군, 헌데 자네도 이 부근에 사는가? 아니면 지금 이곳에 다니 러 온 것인가?' 천가준은 그말에 눈빛이 다소 우울해지더니 대답했다. '나는 본래 요동에서 살았었소. 그런데 이번에 이곳으로 잠시 다니 러온 것이오.' 백자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자네는 상당히 나이에 비해 사연이 많은 모양이로군. 그 건 그렇고……혹시 자네도 그 무림삼보에 대해서 관심을 두고 있는 가?' 백자안이 화제를 돌리기 위해 무림삼보의 애기를 꺼내자 의외에도 천가준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신은 무림삼보에 대해 알고 있다는 말이오?' 마차를 모는 늙은 마부는 일단 위험한 인물을 마차안에 태웠다고 생각하여 가능한한 빨리 마차를 몰아가기 시작햇다. 백자안은 주위를 휙휙 지나가는 풍경에 잠시 시선을 주며 대꾸했 다. '허, 그거야......나는 비록 그러한 일에 관심이 없어도 워낙 소문이 떠들썩하니 나 역시 듣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 아닌가?' 천가준은 잠시 백자안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생각을 굴리다가 한숨 을 내쉬며 말을 받았다. '그 무림삼보는 바로 장백산에서 난 천년삼왕 한 뿌리와 달마역근 경이라는 무공비급, 그리고 냉월보도라는 두 자루의 칼을 말하는 것이 오.' 백자안은 앞족을 바라보며 건성으로 듣는 듯 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 천년삼왕을 복용하고 무공을 익히면 일갑자의 공력을 얻게 된 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 천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럴 것이오' 백자안은 다시 물었다. '그럼 자네는 지금 그 무림삼보를 뒤쫓고 있는 것이라는 말인가?' 천가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오 나는, 나는 지금 그것들을 뒤쫓고 있는 것은 아니오. 하지 만 만일 그것들을 얻게 된다면....그 때는....' 천가준은 다소 망설여 지는지 그 뒤의 말을 잇지 못하고 더듬거렸 다. 헌데 바로 그 때 마차가 다시 급하게 멈춰 세워졌다. 서장3 흑점 마차가 다시 멈춰선 곳은 하나의 길옆에 있는 주막의 앞이엇다. 마차가 그렇게 다시 급하게 멈춰선 것은 바로 이제까지 마차가 그 만큼 빨리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말이 되는가T_T 늙은 마부는 천가준이 귀찮은 혹이라고 생각하여 그를 떼어놓기 위 해 자동적으로 주막의 앞에 마차를 세운 것인가? 그것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마차를 세우지 않을 수 없엇던 것은 바로 한 명의 대한이 나 타나 길을 막아섰기 때문이엇다. '어이, 주막에서 쉬어 가시오!' 말은 비록 정중하게 청하는 것 같지만 기실은 반 강제적이었다. 하지만 늙은 마부는 이미 조금전에 천가준에게 당햇기 때문에 감히 마차를 계속 몰수가 없엇, 황급히 마차를 멈춰세운 것이엇다. 마차를 세운 그 대한은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누런 장삼을 걸친 털 복숭이 사내였는데, 늙은 마부가 마차를 세우자 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마차의 옆 으로 다가서며 이렇게 소리쳐 불렀다. '혹시 이거 실례가 되는 것은 아닙니까?' 백자안과 천가준은 대화를 중단하고 그 대한을 바라보고 있엇다. 백자안이 말했다. '이거 마침 잘 됐군. 주인장, 이곳이 주막이니 당연히 술이 있겠지 요?' 대한은 두사람에게 다가와서 잠시 차가운 시선을 두리번 거리다가 돌연 한숨과 함께 욕을 하며 가래침을 내뱉았다. '아니 이런 우라질! 오래간만에 걸린 손님이라는게 겨우 이런 거지 같은 놈들이야?' 백자안 등은 그가 자신의 말에 대꾸도 않고 욕을 해대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졌다. 백자안은 의아해져서 물었다. '아니 이곳에는 술을 팔지 않소?' 대한은 그제서야 다시 백자안을 바라보더니 이내 음험한 표정으로 털이 숭숭한 우수를 내밀었다. '팔지만 네놈들에게 줄 것은 없어. 어서 가진 것을 모두 내놓고 마 차에서 내리도록 해!' 백자안은 순간 멍청한 표정이 되었다. (알고보니 이 자는 백주의 강도엿군. 오늘 따라 강도를 여럿 만나 는 걸?) 백자안이 멈칫하는 것을 보고 천가준이 먼저 마차에서 내려서 품속 에서 예의 그 백냥짜리 은표를 꺼내며 말했다. '그는 지금 돈이 없으니, 필요하면 나에게 은자를 달라고 해야할 것 이오!' 대한은 낡은 백의를 걸치고 있는 백자안과, 역시 그 보다 더욱 낡은 흑의를 걸치고 있는 천가준을 보고 필시 거지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천가준이 무려 백냥자리 은표를 내밀자 그만 눈이 휘둥그 래졌다. 그는 본래 백자안은 영락없는 힘없는 백면서생이고, 또한 천가준은 나이가 어려보였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그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었던 차였다. 대한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즉각 예의 그 우수를 내뻗어서 천가준 이 들고 있는 은표를 빼앗으려고 햇다. 대한의 손속은 제법 신속한 것이어서 그저 녹림의 잡배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다음 순간 천가준의 손가락이 움직이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들고 있던 은표를 뒤쪽으로 빼고 대한의 손가락을 잡았는데, 순간 대한은 마치 찌르르 전기에 감전되기라도 한 듯이 몸을 떠려 뻣뻣하게 굳어지는 것이엇다. '어?' 실상 대한은 일부러 천가준의 손길을 피하지 않앗던 것인데, 뜻밖에도 그의 손에 잡히는 순간 마치 전신이 불속에 빠진 듯이 뜨 겁게 저려올줄은 미처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대한은 그만 졸지에 간단하게 사로잡히게 되어 일순 크게 당혹스럽 기도하여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천가준은 가볍게 은표를 왼손으로 옮겨잡으며 그 대한을 향해 물었 다. '자, 이래도 가져갈 수가 있겠소?' 대한은 순간 전신이 심하게 고통스럽기고하여 소리ㅊ다. '조이, 어서 나와서 나를 좀 구해줘!' 그럼 그 대한은 다른 패거리가 있다는 말인가? 과연 아니나 다를까, 대한의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주막의 안에서 갑자기 두명의 사람이 걸어나왔다. 비록 걸어나온 사람은 둘이지만 기실 나타난 사람은 모두 넷이엇 다. 한명의 거국의 우람한 홍의대한이 양손에 각기 한명씩의 사람을 들 고 있었으며, 보아하니 그들은 중년의 평범한 부부로 이 주막의 원래 주인들인 모양이었다. 그 우람한 대머리 홍의대한이 두사람을 양손에 들고 먼저 나타나자 그 잡혀있는 대한은 다시 고래고래 소리ㅊ다. '왕팔, 왕팔! 어서 빠리 나를 좀 구해 줘. 글쌔 이 녀석이 보통이 아 니라니까!' 그때 홍의대한의 뒤쪽에서 뒤늦게 나타난 깡마르고 신경질적으로 생긴 염소수염의 흑의사내가, 대한을 바라보더니 약간 귀찮다는 듯이 대구했다. '이사, 걱정마라!' 이어 흑의사내는 허리춤에서 기다란 강편을 하나 깨들더니. '우선 이 계집과 재미좀 보고 나서 구해줄 테니 기다려.' 쫘악! 그 조이라는 자의 채ㅉ기 휘두르는 솜시는 제법 이골이 난 것이엇 다. 단번에 그 부인의 의복이 한꺼번에 찢어지고 고의와 맨살이 드러났 다. 이미 혈도가 제압당한 듯 그 부부는 새파랗게 변해 있엇다. 쫘악! 조이의 채직이 두ㅈ번재로 움직이며 위의 젖가리개와 고의가 동시 에 찢겨져 나가며 맨살위에 시뻘건 홀혼이 새겨졌다. 그 부인은 이미 수치감보다도 공포감에 질려서 거의 혼절할 지경이 되어 있었다. 조이라는 자의 채직이 다시 움직이려는 것을 보고 문득 천가준이 소리쳐서 그것을 막앗다. '잠간 기다리시오!' 조이라는 자는 망가 다시 채찍을 움직이려다가 고개를 돌려서 천가 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뭐냐?' 천가준은 이미 자신이 사로잡고 잇는 대한을 가리키며 말햇다. '이 사람을 놓아준다면 그 두사람을 풀어줄 수가 있소?' '으흐흐, 왜 그래? 사실 이제부터가 가장 재미있는 장면인데.' 천가준은 차갑게 대구햇다. '만일 당신이 그들에게 더 이상 손을 댄다면 나는 먼저 당신들의 동료인 이자의 팔을 잘라놓고 보겠소!' 대한은 그 말에 일순 놀라서 돼지멱 따는 듯한 괴성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조이! 설마하니 나를 죽이려는 것은 아니겠지? 나 좀 살려줘!' 순간, 조이라는 자는 표정이 음침해 지더니 말햇다. '좋아, 우리가 먼저 이들을 놓아줄 테니 너도 어서 그를 우리에게 보내라!' 이어 대머리 왕팔에게 손짓을 하자 그가 두명의 부부에게 혈도를 풀어준 다음에 놓아주었다. '여보!' 그 주인남자는 급히 울면서 자신의 옷으로 부인의 알몸을 가리며 안아들고 급히 한족으로 몸을 피햇다. 그것을 보고 천가준은 드디어 그 대한을 풀어주었다. 대한은 천가준의 손에서 벗어나자 마자 즉 안으로 달려들 가더니 이내 한 자루의 귀두도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그는 그 귀두도를 들고 이쪽으로 오지 않고 곧장 아까 그 중년부부 의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엇다. 천가준 등은 두 명의 대한에게 가로막혀서 갈 수가 없기도 햇지만, 그 이사라는 대한의 행동을 살ㅍ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대한은 부부의 앞으로 달려가서 귀두도를 휘둘러서 대 번에 두 남녀를 인육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으악!' 내심 설마 하고 잇었너느데 그 대한이 정말로 단번ㄴ에 그 죄없는 부부를 난도질해 죽여버리는 것을 보고, 늙은 마부는 그만 한쪽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부부의 몸뚱이가 피가 사방으로 튀었는데, 그 대한은 전신에 피투성이가 되어 귀두도를 들고 이쪽으로 다가들 며 이렇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흐흐, 감히 우리 연산삼호(虎)를 건드리다니! 나 이사를 업신여기면 어떻게 된다는 걸 이제 똑독히 보여주마!' 그럼 그는 그저 본보기로 죄없는 부부를 죽엿단 말인가? 천가준 등은 정말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미처 몰라엇다. 천가준은 즉시 허리춤의 장검을 뽑아들며 그들의 앞으로 걸아가며 소리쳤다. '알고보니 당신들은 바로 연산삼악(惡)이었군. 자, 그럼 함께 덤벼 보시오!' 이사라는 대한은 이미 노기가 충천하고 살심이 발동되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엇다.네놈은 우리 연산삼호가 합공할 가치가 없는 놈이 다!' 소리치며 그 대한은 천가준의 면상을 향해 귀두도를 맹렬하게 휘둘 러 왔다. 마치 광풍이 일시에 휘몰아치는 듯한 그 도법은 너죽고 나죽자는 양패구상의 음험한 수법이엇다. 만일 그러한 수법을 대하면 누구라도 마음이 주춤해질 것이다. 헌데 천가준은 그것을 보고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있었 으며 이윽고 상대의 도풍이 인접해서야 드디어 움지경ㅆ다. 하지만 그의 검초는 너무나도 유연해 보여서 금방이라도 그 약한 검기가 상대의 강한 도기에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상황은 갑자기 엉뚱하게 변했다. '으악!' 짧은 외마디 비병소리와 함께 검기와 도기가 사라져서 바라보니, 어느새 천가준의 검끝은 그 대한의 좌측 가슴을 정확하게 꿰뚫고 잇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대한의 귀두도 역시 천가준의 가슴부위를 향하고 있었으나 그저 겉에 가벼운 상처만을 입혔을 뿐이었다. 기이하게도 천가준의 장검은 무척이나 길어서 귀두도보다 무려 여 섯치나 더 긴것이엇다. 물론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만, 상황을 보니 그것은 마치 서로가 찌르기를 해서 병기가 짧은 쪽이 진 것 같지 안은가? 천가준이 대한을 찌른 장소는 바로 영락없는 급소였다. 장검을 뽑아서 다시 검집에 갈무리하자 이미 시체가 되어버린 이사 의 육신은 썩은 짚단처럼 벌렁 넘어갔다. 이사의 시신에서는 피가 솟구쳐서 주위를 시뻘허게 해 노앗다. 천가준은 비록 어쩔 수가 없었지만 다소 안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우왁!' 한차례의 큰 고함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돌연 이번에는 왕팔이 커다 란 철퇴를 휘둘며 덤별들고 있지 않은가? 왕팔의 철퇴는 장병기여서 천가준의 장검보다 족히 한자는 더 컸 다. 왕팔이 그것을 무지막지하게 휘두르며 덤비자 일순 천가준의 육신 이 그 그림자에서 박살이 나버리는 듯했다. 그런데, 왕팔이 미친듯한 움직임을 멈춘 순간에 어느새 검집속에 있는 장검 이 왕팔의 목줄기에 꽂혀있는 것이 아닌가? 왕팔의 철퇴는 아슬아슬하게 천가준의 머리위에서 멈춰져 있었는 데, 이미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왕팔은 목이 꿰뚫린 탓에 비명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제 겨우 십오세 나이의 소년에게 그와 같은 능력이 발휘되다니 실로 기이한 일이었다. '쾌검이로구나!' 쳔가준이 이어 장검을 미처 뽑기도 전에 돌연 등뒤에서 그와 같은 고함이 들리며 채직이 살벌하게 날아왔다. 바로 연산삼악주의 첫째인 조이라는 자였다. 이번엔 그가 공격하는 것은 아까 시험적으로 채찍을 휘두르던 것과 는 판이하게 다른 것임은 말할나위가 없었다. 쫘악 천가준은 그것을 의식하고 급히 몸을 옆으로 피했으나 어느새 그의 둥줄기가 화끈거리며 핏물이 솟구쳤다. 천가준은 그만 약간 신음을 토하며 옆으로 벌렁 나동그라졌다. 조이는 뜻밖에도 천가준의 ㅗ법이 이렇게 느린 줄은 미처 몰랐엇기 때문에 득의해 하며 계속 채찍을 휘둘러 갔다. 그런데, 이때 이미 천가준은 장검을 뽑아들고 준비를 하고 있엇다. 한 번 맞으면 뼈가지 으스러지고 말것같은 기다란 강편이 뱀처럼 휘감아 오자, 천가준은 마치 무거운 철퇴라도 움직이듯이 장검을 느리게 움직였 다. 천가준이 들고 있는 장검은 긴 반면에 날이 얇은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보자 조이는 내심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갑자기 그 두 개의 병기가 부딪치는 순간 알 수 없는 경력 이 장검에서 일며 강편을 조가조각 부서버리는 것이 아닌가? '으악!' 안차례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끝난 다음 장내는 다시 피비린내가 가 득했다. 조이는 천가준의 정감에 허리가 두동강이 나서 피와 내장을 쏟으며 시체가 되어 있엇다. 천가준은 그 밑에 누워서 다소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엇다. 조이의 강편의 끝부분이 그의 왼쪽 팔뚝에도 꽂혀 있었으나 그다지 중상은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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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는 지금 뭔가풀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여 곰곰히 생각에 젖어잇는 것 같았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가장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어진 늙은 마부 였다. '저어 공자, 이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