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가준은 약간 놀랐다. 아, 그럼 바로 저의 선친의 사부였다는 그 용화문주 말씀이십니까? 장노인은 잠시 복잡한 심경을 정리하려는 듯이 말이 없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십여년 전에, 나는 스스로 승승장구하여 천하에 거칠것이 없으리라 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날, 한 사람에게 아주 쓴 맛을 보게 되었지. 말을 하는 순간에 장노인의 두눈에서는 일순 시퍼런 불길이 폭사되 었다. 그 불길은 실로 무시무시하여, 천가준은 실로 그런 눈빛은 처음 으로 대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장노인은 그 당시의 일에 대해서 무슨 커다란 원한이라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내심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 고 하였으나 그것이 잘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불길 같은 안광은 급속히 사라지고, 장노인은 다시 가벼운 탄식과 함께 말 을 이었다. 나는 그 당시 처음으로 나의 무능함을 뼈러러게 느끼게 되었다. 하 지만 더욱 원통한 것은 내가 그 자의 얼굴이나 신분 등에 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 자는 그저 평범한 무공으로 나를 상대했 기 때문에 나는 그것으로도 그의 신분을 추측할 수가 없었다. 그는 실 로 내가 처음으로 만난 아주 무서운 놈이었다. 나는 평생 그를 따라갈 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 장노인의 음성은 격한 감정으로 잦아들었다가 이내 서서히 이어졌 다. 천가준은 마치 점입가경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토록 무 공이 뛰어난 장노인마저 어찌할 수가 없는 능력의 사람이 또 있었다니 실로 믿기지 않는 일리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는 그야말로 극적으로 간신히 목숨만을 부지하고 몰래 달아났을 때, 문득 다시 한 사람의 놀라운 사람을 보게 되었다. 그 사 람이 바로 백검민이라는 사람이었다. 나는 당신 문인노야에게 약간의 구명지은을 받게 되었고, 나의 몸을 치료할 겸해서 그 장원에 숨어서 살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나를 습격한 사람의 능력은 내가 그 무 서움을 느낄 수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백검민이라는 사람의 능력 은 내가 도무지 알 수 가 없었다. 나는 처음에는 몰랐고, 나중에야 그 가 일종의 능력자라는 것을 알았을 정도였다. 나는 세상에 또한 그러 한 신비한 사람이 있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는 내 가 그렇게 경각한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떠나버리고 말았지. 천가준은 이미 용화문주인 백검민이 당시 자신의 선친의 일을 해결 하려다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문득 그 용화문주와 비견되었던 그 무시무시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노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나는 당시에도 백검민의 능력에 대해서 믿지 못하고 있었는데, 요 사이 그 개방의 방주가 그의 제자였다는 애기를 듣고 나서 더욱 놀라 고 있다. 사실 그는 예전에 이미 나를 손받가의 손금을 읽듯 훤하게 들여다 보고 있었을 것이다. 천가준은 문득 생각나서 화제를 돌려 물었다. 그럼 형님께서 이렇게 많은 돈을 벌려고 하시는 것도 다 거기와 연 관이 있겠군요. 장노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의 음성은 약간 떨리고 있 는 것 같았다. 나는 당시 구사일생으로 겨우 도망쳐 나와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 니 정말로 그자의 능력은 뛰어나고, 나의 능력으로는 평생 그를 이길 수가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복면을 한 녀석은 아주..아주 무서운 놈이었다. 게다가 나는 그 원한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지. 따라서, 나는 황금을 만냥 정도 모으면 그것으로 흑루의 사람들을 움직일 수가 있겠다고 생가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흑루, 그것은 바로 다름아닌 중원제일의 살수조직으로서, 많은 돔만 주면 누구의 목이라도 잘라다 줄 수가 있다고 공언하는 공포의 집단이 었다. 장노인은 알고보니 살인청부를 할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천가 준은 다시 물었다. 헌데, 왜 그것이 아니라는 말이죠? 장노인은 힐끗 천가준을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나는 당시에 그 자가 제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결국 중원제일의 살수들의 손아귀는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지 금에 이르러 보니, 그자의 무공은 워낙에 뛰어나서 그 어떤 가공할 살 수라도 그자를 도저히 해칠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 었다. 천가준은 다시 물었다. 혹시 당시에 용화문주가 나섰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장노인은 대답했다. 아마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쪽이 비교적 가능성이 있었을 것 같 다. 그러나,당시 백검민은 내가 미처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전에 떠나 버리고 말았다. 천가준은 다시 물었다. 글머 아직도 그 복면신비인에 대해서 모른다는 말입니까? 장노인은 약간 눈빛이 변했다.그는 약간 주저하는 듯 했으나 이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모르네. 하지만, 천가준은 이제는 장노인이 자신을 해친 그 흉수에 대해서 어느정도의 감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구태여 그런 것을 그에게 강요하며 묻고 싶지 않았따. 이미 장노인은 많은 것 을 애기해 주었고, 그것으로도 충분히 천가준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었다. 천가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쨌든, 그렇고 보면 저는 그야말로 쓸모도 없는 무명소졸에 불과 한 것이로군요? 장노인은 정색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내가 너에게 굳이 사부를 잘 선택하라는 말이다. 천가준은 물었다. 그럼 형님은 제가 누구를 사부로 모셔야 한다는 거죠? 장노인은 대답했다. 천하에 세외팔세의 무공과 겨룰수가 있는 것은 소림사의 무학 외에 는 아무래고 그 용화문의 무학 뿐인 것 같다. 너는 어째서 그에게 제 자로 받아달라고 청을 올리지 않느냐? 천가준은 되물었다. 나으리께 말입니까? 장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에, 당금의 개방방주가 무공이 그토록 깊어지게 된 이유 는 바로 개방의 절학이 아닌 용화문의 절학을 익혔기 때문일 것이다. 너도 그 내공을 배워서 그 심오함을 익히 알고 있겠지만....나의 무공을 배워봐야 결국 나 정도의 실력에 오르는 정도밖에는 되지 못할 것이 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용화문의 절기는 그 이상으로보인다. 그것 은 나으리의 무공이 내가 아직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신비함이 있 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너는 본래부터 기실 용화문의 절학을 배 우고 싶었던 것이 아니냐? 그렇다. 기실 아까부터 천가준은 그 일을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었 다. 그가 용화문의 절학을 배우는 것은 비단 선친의 유지일 뿐만 아니 라 그의 원대한 이상이고, 포부이면서 희망이었다. 천가준은 용화대수 미선공의 내공을 혼자 참오해 오면서 간혹 그 무공들을 눈물겹게 대하 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것이다. 제22장 제자를 맞이하다. 천가준은 한숨을 내쉬고는 물었다. 헌데, 제가 그런 청을 한다고 해도 나으리께서 받아주실까요? 기실, 천가준의 자존심은 매우 강하여 그는 혹시 자신이 백자안에 게 무시당하게 되지나 않을까 하고,속으로 두려워 하고 있었던 것이었 다. 장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보아하니 그는 너를 매우 사랑하고 있다. 일전에 네게 은자를 주고, 이어서 너를 애써 구해준 것 등을 보더라도 알 수가 있는 일이 아니 냐? 내가 보기에 과거의 인연이 있으므로 너는 그에게 사문에 들지 않 아도 무공을 배울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네가 그의 제자가 되는 것이 더욱 나으리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기실 천가준의 고민거리중의 하나였다. 천가준은 의아해 하 며 다시 물었다. 그건 어째서죠? 장노인은 대답했다. 그건 일종의 예감이다. 아니, 굳이 들자면, 본래 그 용화문의 절학 은 무명문의 절학이었다는 애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용화문의 개파조시인 백검민도 미처 무명문의 진전을 잇지 못한 기명제자에 불 과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진전을 이었다는 사람이 그이므로, 그가 가를치는 용화문의 절학은 뭔가 다른 점이 있지 않겠느나? 천가준은 잠시 더 묵묵히 생각하다가 이윽고 신형을 일으켰다. 저는 그래도 아직 그분이 저를 제자로 맞아주실 지 의문입니다. 장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아마 가능할 것이다. 만일 네가 무명문의 기명제자라도 되어 과거 의 용화문주처럼 되기만 한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가 없는 광영일 것 이다. 천가준은 그 애기를 들으며 왠지 가슴이 뜨겁게 끓어 오르는 것 같 았다. 그는 자신이 과거의 용화문주처럼 된다는 것은 지나친 기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만일 나중에 장노인과 같은 대홍락의 경 지에 오르게 된다면 정말로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나의 아버님께서 는 당시 대홍락의 경지에 오르셨었을까?) 천가준은 내심 하늘을 보고 생각을 굴리다가 이윽고 결심한 듯 주먹에 힘을 주고 안채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천가준이 안채에 들어섰을 때, 백자안은마악 안채의 후원에서 다섯 명의여인들과 무학에 관해서 애기를 주고 받고 있던 중이었ㄷ. 천가준 이 뵙기를 바란다는 하인의 말을 듣고 백자안은 이내 그를 불러들였 다. 후원에는 마악 매화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매화꽃의 향기가 가득히 흐르는 사이로 다섯명의 꽃보다도 더욱 아름다운 여인 들이 한 남자와 어울려 담소를 하는 광경은 마치 선경을 바라보는 듯 했다. 천가준이 나타나자 여인들은 즉시 대화를 멈추었다. 백자안은 앉 은 채로 미소하며 물었다. 천소협, 무슨 특별한 볼일이라도 있소? 천가준은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다가와서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예, 저는...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백자안은 미소하며 말했다. 아, 무공에 관한 것 말이로군. 그것은 내가 잠시 후에 별채로 가서 용화문의 무공을 직접 가르쳐 주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미리왔군. 그렇 게 부탁까지 할 것은 없소. 천가준은 이미 이곳까지 걸어오면서 내심 단단히 결심한 바가 있었 기 때문에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런 부탁을 드리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지금 나으 리께 저를 제자로 맞아달라는 부탁을 드리고자 온 것입니다. 어려운 말을 꺼냈기 때문에 천가준의 안색은 어느새 시뻘개져 있었 고,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시선을 들어 백자안의 얼굴을 마주 바 라보지 못했다. 천가준은 내심 다섯명의 여인들이 웃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햇다. 그러나, 뜻밖에도 장내는 갑자기 물을 끼얹은 것처럼 아주 조용했다. 그리고, 이윽고 백자안이 그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의 손을 따뜻하게 잡으며 이렇게 되묻는 것이었다. 가준, 너는 진심으로 나의 문하에 들기를 소원하느냐? 백자안이 직접 천가준의 이름을 부른 것은 그를 제자로 맞아들이겠 다는 대답과도 같았따. 순간 천가준의 가슴은 거대하게 진동을 시작하 는 것 같았다.그는 다리가 심하게 떨려서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 무 릎을 끓고 엎드렸다. 예, 사....사부님. 백자안은 마주 앉아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하며 말했다. 좋다. 내 지금부터 너를 본문의 기명제자로 받아들이기로 하겠다. 백자안의 말이 끝나자, 이윽고 천가준은 안색이 온통 시뻘개진 상 태에서 구배지례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배사지례가 끝나자, 백 자안은 무릎을 끓고 있는 천가준을 향해 정색을 하고 말했다. 본문은 일명 무명문이라고 하며 발해에서 발원되었다. 그 연원은 내 차후 소상히 가르쳐 주겠지만, 어쨌든 본문의 취지는 정도를 걷고,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을 좋은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살인과 간음, 도 둑질과 거짓말 등은 삼갈 것이며 그밖의 죄를 짓지 말아야 하는 것이 다. 알겠느냐? 천가준은 엄숙한 표정으로 곤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백자안은 다시 말했다. 너는 사실 이미 본문의 기초적인 내공심법을 배운 상태이니 기명제 자로서의 토대를 닦았다고 할 수가 있다. 백자안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하자, 그때까지 지켜보고 있 던 다섯명의 여인들은 이내 조용히 물러가 버렸다. 백자안은 다시 말 을 이었다. 이제 너는 본문의 무공이자 용화문의 무공이라고 할 수가 있는 칠 대절학에 대해서 배워야 하겠구나. 천가준은 고개를 들고 공손히 물었다. 그 칠대절학은 바로 용화문의 최고 절학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 다. 그럼 그것은 무명문에서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까? 백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것들은 본문에 있엇도 역시 매우 중요한 절학들이다. 다만, 본문 에는 그보다 또 하나의 단계가 있기 때문에 약간 다르다고 할 수가 있 다. 천가준은 다시 물었다. 그럼 하나 남은 절학을 배워야만 비로소 본문의 진전을 잇게 되는 것입니까? 백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 칠대절학에 머물고 있는 이상은 아직은 본문의 기명제 자에 불과하다고 할 수가 있지. 천가준은 다시 물었다. 글머, 사부님의 선친께서는 아직 그 하나 남은 절학을 배우시지 못 하셨따는 말씀이십니까? 백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옆으로 자리를 옮겨 자리에 앉고, 이어 천가준에게도 맞은 편의 자리에 앉게 한 뒤에 이어 말했다. 그렇다. 그 분은 비록 그 칠대절학에는 모두 정통하셨으나 끝내 하 나남은 절학만큼은 배우지 못했다. 그리하여 본문의 진전을 잇지 못하 셨던 것이다. 천가준은 그 말을 듣고 보니 그 하나 남은 절학이야말로 칠대절학 에 비해 훨씬 난해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천가준은 다시 물었다. 그럼 사부님은 그것을 터득하셨습니까? 백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렇다. 보아하니 네가 그 절학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있는 모양인 데, 그러나 일단은 지금의 단계에서는 구태여 그것을 알 필요가 없다. 나는 네게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수련을 시킬 것이며, 또한 불필요하다 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은 본래 그 러한 전통이 있었다. 백자안은 화제를 돌렸다. 너는 이제부터 그 칠대절학을 배우는 일에 전념하도록 해야할 것이 다. 백자안의 선친머자 기명제자에 그쳤다니 천가준이 그것을 불만스럽 게 생각할 리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천가준은 공손히 대답하자, 백자안은 다시 말했다. 본문의 칠대절학은 이른바 용화대수미선공이라고 이름지어진 내공 법과, 하나의 권법인 백보신권, 그리고 하나의 장법인 수미산장, 그리 고 하나의 지법인 금강지, 그리고 능공금나수,라고 할 수가 있는 백팔 번뇌무, 그리고 금강부동신법과 팔만사천검법을 말하는 것이다. 천가준이 약간 의아해져서 물었다. 본문의 무학들 가운데 백보신권나 수미산장, 그리고 금강지, 금강부 동신법 등은 소림사에도 있는 절기들 같은데, 다른 절기인가요? 백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천하에는 수도 없이 많은 절학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어 떻게 일일이 그 이름들을 다르게 하겠느냐? 이른바 뜻이 통하면 되는 것이지 그 이름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른바 내공에 있어서도 용화 라는 말이 들어 가지만, 그것은 실제가 아니라 오로지 상징적인 의미 인 것이다. 알겠느냐? 천가준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백자안은 미소하며 문득 물었다. 그래, 듣자니 너는 이미 그 가운데의 하나인 용화대수미선공을 배 우고 있다면서? 그것을 지금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낭송해볼 수가 있 겠느냐? 천가준은 즉시 대답했다. 예, 사부님. 이어, 천가준은 자세를 바르게 하고 용화대수미선공의 구결을 처음 부터 끝까지 천천히 낭송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의 구결이 혹시 틀린 부분이 없나 우려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백자안은 그에게 말했다. 도중에 틀려도 좋으니 최대한으로 빠르게 하거라. 천가준은 따라서 그대로 했다. 하지만, 본래 그 내공구결은 내용이 몹시 방대하여 무려 반시진이나 되어서야 한차례의 낭송이 끝이 났다. 본래 그가 알고 있는 내공구결은 기초적인 법문은 어렸을 때 선친에ㄱ 서 직접 배운 것이었고, 나머지는 선친이 미리 만들어 놓은 하나의 비 급을 보고 혼자서 암기한 것이엇다. 천가준은 그 내용을 모르고 암기 하고 나서 비급을 불태운 다음에 여태까지 계속 암송해 보았기 때문 에, 조금도 틀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백자안은 이윽고 그 내용을 모두 다 듣고 나서 말했다. 너의 구결은 아주 정확한 것이다. 너의 선친이 가르쳐준 것이니 당 연히 정확한 것이었겠지. 헌데, 너는 그 가운데 스스로 얼마 정도를 깨 워쳤따고 생각하느냐? 천가준은 대답했다,. 저는 아직 십분지 일도 미처 깨우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천가준은 대답했다,. 백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제법 겸손한 구석이 있구나. 하지만 내 생각은 틀린 것이다. 백자안은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상 너는 아직 그 심법구결의 백분지 일도 다 깨우치지 못한 것 이다. 천가준은 그 말을 듣고 내심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기실, 그는 스스로도 이미 그 내공심법의 삼분지 일 정도는 터득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 것을 겸손하게 십분지 일도 다 깨우치 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천가준은 이어 자신의 귀가 약간 의 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자신의 내공은 이미 절정의 경지에 이르러 있다. 이른바 절정이라고 하면 황화예의 경지를 말하는 것으로서, 일단은 무 림명숙의 경지에 접어들게 한다는 높은경지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정정의 경지마저 아직 백분지 일도 배우지 못한 것이라면, 정말로 그 것이 대성의 경지에 올랐을 경우에는 어떤 경지가 된다는 말인가? 천 가준은 문득 용화문을 개파했다는 백자안의 선친에 대해서 생각해 보 았다. 백자안은 놀라는 그에게 다시 말했다. 너는 내 애기를 듣고 의아해 하겠지만, 그러나 실상 내 애기를 추 호도 의심하는 마음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천가준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백자안은 다시 말했다. 내 비록 오늘 당장 너에게 나머지 여섯 개의 절학을 모두 가르쳐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내용을 가르쳐 주도록 하겠다. 말이 끝 나자, 백자안은 이윽고 신형을 일으켜서 하나하나 무공을 기초적인 것 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미 사위에는 황혼히 깃들기 시작하고 있었다.아난은 거실의 창문 을 통해 백자안이 여전히 천가준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것을 바라보다 가 약간 금신되는 듯이 뒤돌아 보며 말했다. 주인님께서는 아직 점심ㅅ도 하지 않으시고 저렇게 계쏙 제자에게 무공을 가리치기만 하시니, 혹시 건강을 해치시지는 않을까? 임몽청이 말했다. 저는 일전에 무학이 대홍락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한꺼번에 수십 일치의 식사도 할 수가 있고, 게다가 또한 몇 달을 굶는다고 해도 상 관이 없다는 애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요. 백공자님게서도 무학 이 높으시니 아무리 해도 건강을 해치시지는 않을 거예요. 아난이 다시 임몽청에게 말했다. 헌데 임언니는 아직도 그분을 백공자님이라고 부르시나요? 임몽청은 안색을 붉혔다. 저는 아직 정식으로 그분께 인정을 받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아난은 고개를 돌려 아국에 말했다. 하기는 임언니의 처지나 우리의 처지나 다른 것은 없지요. 오직 이 가운데에서 아국만 좋아진 것 같은데? 헌데 대체 어떻게 해서 우리 주 인님을 단숨에 꼬신 것이지? 아국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남자를 상대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의 경우가 있다고 생각해. 아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여러 종류의 남자들이 있으니까 말이야. 아국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첫째는 가장 멍청한 남자들이지. 그들은 미처 사람이라는 것을 모 르기 때문에 가르치면서 이끌어야 하는 것이지. 그리고 두 번째로 멍 청하지만 욕심이 강한 남자를 만나게 되면, 그때는 허실을 교묘하게 위장하여 그를 꼼짝없이 따르게 해야하는 것이지. 그리고 세 번재는 두뉘는 멍청하지만 욕심어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아난이 웃으며 끼어 들어 말했다. 그 사람에게는 진실된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국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 만일 그런 사람을 만나 진실된 사랑을 베풀게 된다면 오히려 천덕꾸러기가 되기가 쉽지. 두뇌는 명석하지만 욕심이 없는 사 람들은 대개가 외골수적인 독선을 가지고 있어서 사랑이라든가 하는 따위의 다른 것들은 아무리 진실이라고 해도 쉽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지. 아난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그럼 대체 그런 사람에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아국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사람에게는 오직 스스로의 마음을 절제하고 다가가서 거짓된 사랑의 환상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지. 그 방법은 물론 그런 자들의 외 골수적인 심리를 잘 이용해야만 하는 거지. 하지만 결코 그런 사람에 게 나중에라도 진심을 보여서는 안돼. 그러면 반드시 배반을 당하게 될 테니까. 아난은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아국, 너는 본래가 요조숙녀인줄 알았는데 오늘 애기를 들 어보니 그게 아닌데? 아국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따. 호호, 나는 그저 여자의 입장에서 서서. 이를테면 진심이 통하지 않 는 남자들에게 여자의 방어적인 수단에 대해서 말해보고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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