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소. 아매가 다시 입을 열머 말했다. 이제 상황이 거의 끝났기 때문에 아마도 그들이 다시 나타나게 될 거야.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을 여기에서 다시 만나느냐? 아니면 다른 곳을 통해서 떠나느냐 하는 갈래 놓인 것이지. 백자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매에게 다시 물었다. 당신이 보기에는 어떻소? 아매는 대답했다. 지금은 아무래도 서로간에 다시 만나는 거싱 좋지 않을 듯 해요. 우리는 나중에 다시 이곳을 찾아오는 것이 좋겠어요. 말과 함께 아매는 은근히 천가준을 바라보았다.천가준은 이에 공손 히 대답했다. 저는 사부님의 의견대로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백자안은 아매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이곳을 그냥 떠나자는 것이 오! 아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리고 가능한 우리는 흔적을 남기지 않아서 그들로 하여금 나 중에 혼란에 빠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어요. 아난이 웃으며 끼어들었다. 그건 말도 되지 않아. 우리가 여기에서 그냥 빠져나가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어떻게 흔적을 없앨 수가 있겠어요? 아매는 대답하지 않고 백자안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백자안에게는 이미 그러한 복안이 다 세워져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따. 과연 아니나 다를까? 백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나는 아매의 의견에 찬성이오. 우리는 일단 여기를 몰래 빠져 나가도록 합시다. 그들은 우리가 여기에서 한줌의 재가 되었을 것이라 고 생각하여 과히 찾지 않게 될 것이오. 아난은 다시 물었다. 대체 우리는 어떻게 몰래 빠져난간다는 말이죠? 백자안은 미소하며 아난에게 되물었다. 지금 저 물은 저렇게 빠르게 차오르고 있으니, 아무래도 저 아래에 는 거센 급류가 흐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소? 아난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군요..... 백자안은 다시 말했다. 우리는 바로 그곳을 통해서 이곳을 빠져나갑시다. 아난은 백자안이 무슨 애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매, 지금 그 방법을 알 수가 있겠소? 아매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아! 이제 알겠어요! 제26장 소요거사 이미 실내에는 사람의 키만큼이나 높이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백 자안은 미소하며 아매에게 물었다. 한 번 말해 보시오. 아매는 즉시 손짓으로 아까 폭발이 일어났던 그 장소를 가리켰다. 우리는 바로 저기로 나가는 거예요. 아난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아니, 그 곳은 다시 폭발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아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냐. 이미 그곳은 한 번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에 누구도 그곳으로 다가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므로, 오히려 적은 더 이상 다른 함정을 설 치할 필요가 없어졌을 것이라는 애기야. 게다가, 저렇게 함정이 있었던 곳은 아무래도 다른 곳보다는 취약점이 드러나게 마련인 것이지. 백자안은 가볍게 아매의 얼굴에 입맞춤을 했다. 맞소. 아매가 이렇게 지혜롭다니 나는 정말 걱정이 하나도 없겠소! 아매는 백자안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서 그런 농도짙은 애정표현 을 하자 그만 얼굴이 금세 뻘개졌다. 그녀는 얼른 고개를 숙였지만 눈 빛은 매우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 이미 물은 더욱 차올라서 석자 정도 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이제는 아무래도 결단을 내려야할 싯점이었다. 담요는 마치 물이 새지 않는 공기주머니처럼 사람들을 태운채 물 위에 둥둥 떠올라 있었는데, 백자안은 이윽고 우수를 가볍게 저어서 손을 쓰기 시작했다. 매난국죽 등은 이제 그들이 물속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마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백자안이 우수를 저은 순 간에 느닷없이 담요가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그들은 하나의 커다란 물방울속에 갇히게 되는 것이었다. 말이 갇히는 것이지. 사실은 그 담 요의 주위로 물이침범하지 않는 둥근 공간이 셩겨나서 일행은 전혀 물 을 묻히지 않았고, 게다가 편안하게 앉은 채로 호흡할 수가 있었다. 매 난국죽 등도 그러한 사실을 매우 기이하게 생각했다. 그녀들은 설마하 니 백자안에게 끄러한 능력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마치 이순간 백자 안은 전혀 불가능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백자안은 담요에 사람들을 태운 사태로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앉았으며, 이윽고, 함정이 있었던 그 앞에 이르러 손바닥을 바닥에 대고 약간 움직였다. 그러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돌연 우웅, 하는 가벼운 음향과 함께 그 철판이 옆으로 밀려나더니 그 아래에는 시커먼 공간이 나타나는 것 이었다. 본래 그 아래에는 기관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공간을 넓게 비 워두었던 모양이엇다. 즉, 백자안은 그 기관장치를 역으로 작동시켜서 다시 그 철문을 열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만일 이것을 팽도천이 보 앗다면 정말 믿을 수가 없어 했을 것이었다. 그 통로는 두어 명의 사 람이 지나갈 정도로 제법 넓었는데, 대여섯자 정도의 통로를 지나자 더욱 넓은 지하공간이 나타났다. 그 아래는 마치 무저갱과도 같이 길 이 아래로 뚫려 있었떤 것이었다. 백자안은 먼저 담요를 아래로 내려 보낸 다음에 한 사람씩 차례로 내려와서 다시 그 담요에 올라타게 했 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다 내려와 담요에 올라타자, 이윽고 그 철판은 다시 기관의 작동으로 거짓말처럼 닫혀지게 되었다. 백자안은 그야말 로 감쪽같이 그 밀실에서 탈출을 한 것이었고, 이어 천천히 아래쪽으 로 담요를 타고서 내려갔다. 과연 아나니 다를까? 그 아래쪽에는 불과 수십장도 내려가지 않아서 급하고 거대한 격류가 흐록 잇엇는데, 백자 안은 그 격류의 위에 담요를 뛰워놓았다. 이제까지는 허공을 나는 날 개가 되었지만, 그것은 이제부터는 물위를 나아가는 가장 안전한 배가 된 것이었다. 이 거대한 지하세계는 매우 음산했고 어두웠다. 하지만, 백자안은 물살이 흐르는 대로 담요가 나아가게 만들었고, 이어 일행은 불과 한 시진이 지나기 전에 그 지하세게를 벗어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들은 지하수가 강물에 유입되는곳에 이르러 강가에 올라서게 된 것 이었다.비록 실제는 편안하게 돌아온 것이었지만 알고 보면 모두가 끔 찍한 경험을 했다고 아니할 수가 없었다. 천가준은 자신 때문에 그와 같은 커다란 고생을 하게 된 것을 계속 죄송스러워했다. 일행이 다시 그 객저ㅁ로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저녁무렵이 다 되 어 잇었다. 이미 아까 하북팽가의 정문에서 마차를 모느 ㄴ하인들에게 객점으로갈고 했엇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 일찍이 객점으로 돌아와서 일행을 눈이 빠져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은 대부분이 매우 지 쳐 있었고 또한 옷차림이 지저분해져 있었기 때문에 먼저 각기 객점의 욕실을 찾아들어갔다. 그리고, 이어 새옷으로 모두 갈아입고 몸단장을 새롭게 한 다음에 일행은 객방의 거실에서 다시 만났다. 그들은 식사 를 주문해 먹으면서 지나가는 담소를 나누었다. 매난국죽 네자매는 이 번에 커다란 경험을 한 것이었으므로 표정들이 매우 침착해져 있는 듯 햇다. 이윽고, 식사를 물리고 나서 차를 마시고 있을 때 문득 아국이 백자안에게 물었다.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거죠? 백자안은 천가준을 돌아보며 물었다. 준아, 네 생각은 어떠냐? 내일 다시 한 번 하북팽가로 가 보고 싶 으냐? 천가준은 다소 주저했다. 그는 이번에 확실한 원인을 알게 되지는 못햇어도, 그의 선친이 하북팽가의 금기사항에 손을 댔었기 때문에 죽 음을 당햇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대가 무림각파는 금기사항이 적어도 한두개는 있기 만련이 아니겠는가? 저는, 이제 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천가준은 이윽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다. 전대에 금기사항의 문 제로 자신의 선친과 하북팽가 사이에 어떤 마찰이 있었다면 그것은 역 시 과거의 문제였다. 그의 선친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었어도 그 대상 은 역시 그의 외갓집이 아니던가? 하북팽가에는 나쁜 사람도 있엇지만 그다지 나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았다. 천가준은 물론 그 금 기사항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었지만,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 에서 무조건 선친의 복수만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사 실 하북팽가에 약간의 혈육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자안은 천가준의 그런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우리는 내일 다시 북경성으로돌아가도록 하자! 아국이 다시 물었다. 아니 그럼 아버님에 관한 것을 조사해 보지시도 않는다는 말씀인가 요? 내가 아까 보니, 그 하북팽가에는 나의 선친의 자취가 없었소. 물론 그들의 힘으로 선친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을 것도 분명한 일이고....아 무래도 이 일은 다른 곳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는 듯하오. 그래서 나는 일단 그 문제에 접하게 전에 주위를 재정비하려는 것이오. 아국이 놀라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럼 당신은 용화문의 사람들을 만나실 생각이시군요? 백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렇소. 아국은 다시 물었다. 그럼 그 분들을 어디에 가면 만날 수가 있죠? 백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여기에서 북경으로 가다 보면, 미처 이백여리 정도 못미쳐서 소요 곡이라고 불리우는 매림이 하나 있소. 아난이 말했다. 저도 그 곳의 매화가 유명하고 또한 한 분의 대유가 거처하고 있다 는 애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요. 백자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바로 거기에 있는 그 학자가 사실은 용화문의 대제자인 소 요거사 상잠험인 것이오. 아난등은 언젠가 백자안으로부터 그 소요거사 상잠허의 애기를 들 은 적이 있는 것 같았다.아매가 놀라 말했다. 아! 그럼 둘째제자라는 개방의 방주도 거기에서 만날 생각이신가 요? 백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상잠허는 왕륭과 서로 알고 지내는 처지일 것이오. 아매는 다시 물었다. 만일 그 두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지요? 백자안은 대답했다 우선 당연히 그들의 힘을 빌려야할 것이고, 게다가 그들의 의견도 들어볼 생각이오. 아매는 다시 물었다. 그들도 지금 당신의 존재를 알고 있나요? 백자안은 대답하며 몸을 일으켰다. 아직은 모르고 있을 지라도 나중에는 인정하게 될 것이오. 자, 이제 모두 그만 쉬도록 합시다! 백자안은 오늘 밤은 아죽과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전날에는 아 죽은 다른 사람들 때문에 백자안과 그저 가벼운 접촉에 만족했어야ㅁ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야말로 마음놓고 님의 품속에 안기게 된 것이 었다. 그녀는 기실 전날밤에 가벼운 접촉 이후에 은근히 백자안과의 첫날밤을 기다리게 되어서, 이제는 마음이 크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하 지만, 아죽은 평상시에는 냉정한 반면에 밤에는 오히려 심한 부끄러움 을 탔다. 그녀는 일단 백자안과 한 침상을 사용하게 되자 얼른 잠옷을 입고 누웠으나 감히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백자안은 이미 불같이 뜨거워진 그녀의 몸을 부드럽고 은근하게 애무하여 그녀와 부부의 관 계를 맺게 되었다. 대개 첫날밤의 관계는 소녀들에게는 상상과는 달리 고통과 긴장감이 가득차게 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아죽은 비록 고통 스러웠을 것인데도 일단 사랑을 나누게 되자 오히려 다소 적극적으로 뜨겁게 안겨왔다. 백자안은 그것이 그녀의 마음 속의 사랑에서 비롯된 행동임을 알 수가 있었다. 백자안은 이미 경험이 쌓였다고 할 수가 있 었으므로, 그녀를 보다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안아 주었고 오래도록 그 녀를 소유했다. 아죽은 매우 고통스러웠을 것이고 즐거움은 느낄수가 없었을 텐데도 수차례에 걸쳐서 기쁘게 백자안과 사랑을 나누었고, 그 리고 새벽ㄴ에야 비로소 겨우 잠이 들었다. 백자안은 함께 잠이 드는 듯 햇으나 그러나 잠시 아죽을 바라보며 뭔가 깊은 생각에 젖어 있었 다. (그대도 역시 매우 사랑스럽군) 백자안은 이불을 끌어다가 그녀의 알몸위에 잘 덮어주었다. 그러는 가운데 문득 그녀의 다리 아래에 순 결의 상징이 앵혈이 침상바닥에 소중하게 묻어있는 것이 누에 들어왔 다. 백자안은 정말 바라볼수록 사랑스러운지 그녀의 이마에 가벼운 입 맞춤을 했다. 그리고, 그는 이어 일어서서 옷을 주섬주섬 집어 입었다. 밖으로 나가려는 것일까? 아니었다. 그는 불이 꺼져서 어두운 방안을 걸어서 한쪽의 탁자로 가서 앉은 다음에 이윽고 창문쪽을 향해 말했 다. 자, 나를 찾아왔으면 그렇게 기웃거리지 말고 나타나는 것이 더 낮 지 않겠소? 순간, 왠지 기척하나 없었던 창문밖에서 느닷없이 가벼운 기운의 떨림이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백자안은 대체 누구를 향해 말하고 있는 것일까? 헌데, 과연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에는 갑자기 창문이 소리없이 열리더닌 그 앞에 홀연 세 명의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만일 그들이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았다면 혹시 유령일지 도 모른다고 착각할 뻔한 놀라운 신법이었다. 정말 대단하군. 자네가 바로 나를 만나고자 했던 그 사람인가? 지금 중앙에 나타나서 말한 사람은 칠척이나 되는 키에 우람한 거 구를 가지고 있는 노인이었다. 그는 비록 머리는 하얗게 세었으나 안 색은 마치 청년처럼 붉었는데, 등에는 커다란 술호로를 메고 있었고 전신에 조가조각 무수하게 기운 옷을 입고 있었다. 백자안은 그 사람 의 신분을 보는 즉시 이내 알 수가 있었다. 지금 그의 우측에는 이미 낯익은 한 사람이 공소한 태도로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영개 상장 품. 바로 전날 백자안의 뒤를 추적했었던 개방의 장발요두였다. 그리 고, 가장 좌측에는 비교적 깨끗한 의복에 평범한 용모를 하고 있는 역 시 칠십대의 비슷한 또래의 노인이 서있었는데, 그들 세명의 공통점은 바로 허리춤이나 등뒤에 무수한 부대를 작게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었다. 즉, 그들은 개방의 사람들인 것이었다. 백자안은 은근히 그 중앙 의 백결의를 걸친 노인이 들고 있는 푸른 색의 대나무를 바라보며 되 물었다. 당신이 바로 당금의 개방 방주인 신주개왕 왕륭이오? 그 백결의 옷을 입은 노인은 백자안이 대번에 신분을 알아맞추자 다소 의외인 모양이었다. 그는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백자안을 바라보 다가 다시 말했다. 나를 알고 있는 자네는 누구인가? 백자안은 이에 품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내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바로 용화문의 신물이 평범하게 보이는 구리팔찌였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는 평범하게 보일지라도 사람에 따라서는 특수하게 보이 는 모양이었다. 그 신주개왕 왕륭은 이내 기척도 없이 백자안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서 약간 놀란 시선으로 멍하니 그 구리팔찌를 바라보 다가, 약간 코먹은 듯한 음성으로 음성을 높여 다시 물었다. 그 그대는 이 팔찌의 주인과는 어떤 사이인가? 백자안은 대꾸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 당신은 분명히 이것울 확인했소? 왕륭은 생각보다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깜박거리며 대꾸했다. 그렇네, 자네는 누구인가? 백자안은 이에 다시 대꾸는 하지 않고 다른 것을 품속에서 꺼내 보 여주었다. 그럼 이것을 마저 보도록 하시오! 왠지 그 물건을 바라본 왕륭의 우람한 체구가 바람도 없는데 크게 한 번 흔들리는 듯 했다. 그것은 바로 황금빛의 광채가 빛나는 팔찌였 기 때문이었다. 그 형상은 구리팔찌와 비슷하나 색깔이 황금색이고 고 색창연하며 무게가 몹시 가볍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가 있었다. 극 서은 다름아닌 무명문의 문주의 신물인 무명환이었기 때문이었다. 백 자안안은 그것을 저번에 임몽청에게 한 번 소매치기를 당하기도 했었 다. 왕륭은 크게 긴장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그것을 한 번 나에게 만져보게 해줄수가 있겠는가? 그 무명환은 천하에서 오직 하나뿐인 것이므로 왕륭의 그러한 부탁 은 얼핏 몹시 무리한 것처럼 여겨졌다.하지만, 백자안은 상대방을 쉽게 믿는지 이내 그것을 그의 손에 건네주었다. 그 무명환의 표면은 완전 한 황금으로 되어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팔찌는 오히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워서 마치 나무팔찌에 색깔만 입혀놓은 것 같았다. 왕륭도 그러한 것을 충분히 조사해본 다음에 이내 곧장 백자안에게 그 것을 도로 돌려주었다. 백자안은 그것을 받아들고 두 개의 팔찌를 다 시 품속에 잘 갈무리하며 왕륭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제 나를 알겠소? 그러자, 문득 그를 대하는 왕륭의 말투가 완전히 달라졌다. 당신이,당신이 바로.....무명문주라는 말입니까? 그 굵직한 음성은 어울리지 않게 더듬거리고 있었다. 백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당신은 설마하니 그 신물을 보고도 문주라는 사실을 의 심한다는 말이오? 왕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그 신물은 오직 문주만이 가질 수가 있는 것이므로.... 백자안이 다시 물었다. 그럼 당신은 용화문과 무명문의 관계를 인정한다는 말이오? 왕륭은 다소 주저하다가 이내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용화문은 바로 무명문의 일부라고 할 수가 있지요. 과 거, 선사께서는 무명문주를 만나면 사조를 대한 듯 하라고 하셨습니다. 백자안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무엇을 망설이는 것이오? 왕륭은 잠시 주저하다가 이윽고 백자안의 앞에 털썩 무릎을 끓고 엎드리고 말았다. 제자 왕륭이 삼가 무명문주님을 뵈옵니다. 실로 그것은 뒤에 시립하고 서있던 그 두명의 늙은거지들에게도 놀 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들은 그만 처음으로 대하는 경악스러 운 광경에 입을 딱 벌렸다. 천하의 개방방주가 이렇게 대하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감히 생각하지 못할 것이었다. 너무나도 급작스 러운 광경이었기 때문에 그 두 늙은 거지는 말리지도 못하고 그냥 어 정쩡하게 서있었다. 백자안은 간단하게 왕륭의 인사에 답한 다음에 말 했다. 좋소. 나는 제 사십일대의 무명문주인 것이오. 왕륭은 자리에 엎드린 채 일어나지도 않고 다시 물었다. 그럼 문주께서는 용화문주와는 어떤 관계이십니까? 백자안은 대답했다 그분은 바로 나의 선친이오. 그리고 그분은 또한 나의 사형이기도 한 것이오. 왕륭은 다소 놀란 듯이 잠시 엎드린채 생각하고 있었다. 이어 그는 물었따. 혹시 선사의 실종에 관해서 조사학소 계신 것입니까? 백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래서 나는 그대들을 보려고 하였던 것이며, 게다가 나는 그대들을 정식으로 본문의 기명제다로 삼으려고 생각중이오. 왕륭은 이에 매우 기쁜 듯이 말했다. 감사드립니다. 본래 선사께서는 늘상 저희들게 만일 무명문주를 뵙 게 되면 기명제자가 되라고 지시하셨던 것입니다. 혹시 지금 저의 힘 을 필요로 하시지는 않습니까? 백자안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오. 오늘은 장소가 적당하지 않으니 우리는 다음에 다시 만나 서 애기를 나누도록 합시다. 나는 내일 소요곡의 상잠허를 만나러 떠 날 생각이므로 그대가 먼저 가서 알려주는 것이 좋겠소. 알겠습니다! 왕륭은 즉시 대답하고 머리를 조아린 다음에 일어섰다. 그럼 제자도 소욕곡에서 문주님을 기다리리고 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왕륭은 홀연히 창밖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 두명의 늙 은거지도 이내 어리둥절해 하다가 즉시 그 뒤를 따라서 사라지고 말았 다. 이윽고 방안은 다시 조ㅎ해졌다. 백자안은 창문으로 다가가서 문을 잘닫은 다음에 옷을 벗고 침상으로 다가가서 아죽의 옆에 다시 누웠 다. 순간, 아죽은 눈을 뜨더니 그의 품속에 안기며 말했다. 개방의 방주가 나타나다니 저는 깜짝 놀랐어요. 백자안은 그녀가 벌써부터 깨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웃으며 대답했 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테니 그를 나무라지는 마시오. 아죽은 눈빛을 반짝였다. 정말로 그가 나중에는 저를 존중하게 될까요? 백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당신은 바로 나의 사랑하는 부인이 아니오? 이어 아죽은 묵묵히 자꾸만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아죽이 말해주었기 때문에 아난 등은 아침에 왕륭이 다녀갔다는 사 실을 자연히 알게 되었다. 일행은 서둘러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곧장 마차를 몰아서 북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비록 이틀만에 돌아가는 길 이기는 해도 그들은 이번에 제법 많은 사건들과 접한 기분이었다. 일 행은 마차를 부지런히 달려서 저녁무렵에는 북경성 부근의 어느 한 계 곡앞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 계곡의 앞에는 다음과 같은 팻말이 세워 져 있었다. 소요곡.마차가 계곡의 입구에 당도하자 문득 그 안쪽의 매 화나무숲에서 한명의 장년인이 학사의 차림을 하고 걸어나와 정중히 이렇게 물어왔다. 혹시 오시는 분은 백공자님이 아니십니까? 백자안은 마차에서 내려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솟만, 귀하는 누구시오? 그 장년인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소인은 소요문의 대제자인ㅇ 종진이라고 하옵니다. 소인은 저의 사 부님의 지시를 받고 나온 것이니, 백공자님은 소인을 따르십시오! 그것은 약간 이상한 일이었다. 개방의 방주가 이미 알렸다면 당연 히 상잠허가 직접 마중을 나왔어야지, 그는 전혀 보이지도 않고 대제 자를 만저 보낸다니 거기에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어쨌 든 일행은 그 종진이라는 사람의 안내를 받아서 안으로 들어가니, 마 침 가득 만발한 매화의 향기가 사방에 가득하여 마치 별천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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