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반대인 조루의 치료를 어렵다고 알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조루는 성기능장애중에서 제일 고치기 쉬운 것이다. 행동요법적인 조절과 일시적인 약물치료로 2개월안에 90%이상 치유될 수 있다. 그러나 지루의 경우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보다 깊은 성격적인 문제나 부부관계상의 문제에 그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그들의 성격구조가 조루환자들처럼 순수하지 않고 남을 학대함으로써 만족을 얻으려는 가학적인 경향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30대중반 미모의 부인이 남편과 함께 여성 불감증문제로 찾아왔다. 여자쪽에서는 별로 오고 싶지 않았는데 목석같은 부인과 같이 사는 남편쪽에서 견디다 못해 데려 왔다는 것이다. 의사이기도 한 이 부인은 한번도 오르가슴을 느껴보지 못하고 살았으며 또 성적접촉 자체를 싫어한다고 했다. 조루증상이 심한 남편 때문에 도대체 성적인 흥미를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다. 엄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자위행위가 무엇인지도 몰랐으며 요즘은 단지 환자를 보는 것이 그녀의 낙이라고 했다. 이 경우 불감증보다도 먼저 성욕저하증을 치료해야 했다. 70년대 초 필자의 스승이던 헬렌 카프란은 인간의 성적반응을 성적욕구기 흥분기 오르가슴기로 단순화시키고 성욕이라는 측면을 강조했다. 그 후 20여년동안 연구된 결과에 의하면 일반인의 3분의 1정도는 이 성적욕구기에 문제가 있을 경우 성욕저하증 또는 성적공황장애 성적혐오증을 가진다는 것이다. 성욕저하증의 원인은 생물학적요인 및 심리적인 요인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생물학적인 요인은 성욕을 지배하는 호르몬의 저하를 비롯하여 우울증, 심한 스트레스, 고혈압, 약물 등을 들 수 있다. 심리적인 요인은 심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데 따른 불안, 배우자와의 힘겨루기, 친밀감에 대한 공포, 나아가서는 배우자에 대한 분노 등이 얘기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단순한 성기능장애를 치료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남자의 경우 흔히 발기부전이나 조루로 인한 부끄러움으로 여자에게 접근을 안하게 된다. 여자의 경우 앞의 예처럼 불감증으로 성적접촉자체에 흥미를 잃게 돼 이차적으로 성욕저하증이 생기게 된다. 많은 부부들은 배우자의 성욕저하를 개인적인 「배척」으로 생각하여 위협을 느낀다. 예전에 느꼈던 배척감이 다시 살아나면서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의 안정감이 무너진다. 여성으로서는 자신의 가슴이 너무 빈약하다거나 너무 뚱뚱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남성으로서는 너무 늙어버린 것 같다거나 발기력이 시원치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빠지게 된다. 이런 경우 부부사이의 행위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아무 재미없이 각본에 의해 움직이는 성적 드라마에 불과하게 된다. 이런 행위에서 서로를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찾을 수 없다. 성욕저하증은 발기부전이나 여성불감증보다 좀 더 심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앞에서 얘기한 환자의 경우 고치기 쉬운 남편의 조루증상부터 치료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다. 성욕저하증 치료에 있어서는 관능초점훈련, 부부간의 성적 환상의 공유, 정형화된 성행위의 변화를 꾀함으로써 상호유대감과 친밀감을 회복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항우울제나 성욕촉진제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생활에 대한 충실도이며 부부간의 사랑과 친밀감은 어떤 약보다도 가장 좋은 성욕촉진제가 된다. 82세의 점잖은 노인이 경남 어느시골에서 찾아왔다. 『지금 나이에 이런 문제를 꺼낸다는 것이 주책스런 일』이라며 머뭇 머뭇 꺼낸 얘기는 발기가 되지 않아 지난 15년동안 한번도 성관계를 갖지 못했는데 혹시 가능하냐는 것이다. 발기유발제인 프로스타글란딘을 소량 주사하고 15분쯤 있다가 그방에 다시 들어가 보니 할아버지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지나간 시절이 억울하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60대 초반의 대학교수도 찾아왔다. 몇십년을 자신의 남성적 능력 때문에 부인과의 갈등이 심하다고 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성생활 기간이지만 이제라도 치료할 수 있는지를 알아 보러 왔다고 했다. 온갖 서적을 뒤적여 보고 의사를 찾아 다녔지만 조루증을 고칠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에 행동요법인가 뭔가 하는 현대의 성의학 치료방법으로 조루증을 고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혹시나 해서 왔다는 것이다. 10년전만 해도 성기능 장애의 원인은 뿌리 깊은 성격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보는게 의학계의 통념이었다. 치료는 정신과의사들의 전유물이었고 성기능장애에 대한 의과대학 교육도 정신과를 중심으로 이루어 졌었다. 그 당시 비뇨기과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남자성기에 음경 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정도였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많은 의사들은 발기부전환자들에게 음경보형물삽입술만 얘기를 해주든지 또는 조루증은 아예 고치기 힘들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또 정신과의사들은 음경의 귀두부분을 3, 4초동안 눌러 주는 스퀴즈방법과 같은 행동요법으로 조루증을 치료한다는 얘기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 어떻게 하는지는 몰랐다. 도플러검사나 발기유발제 등에 대한 최신 정보에도 둔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 검증도 안된 온갖 민간요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강장제로 보약이 이용되기도 하고 굼벵이나 지렁이 같은 이상한 동물, 하다못해 까마귀를 구워먹으면 양기가 회복된다는 속설이 널리 힘을 얻었다. 질근육이 헐렁해져서 불감증에 걸렸다고 짐작해서 산부인과를 찾아가서 예쁜이수술을 받은 여자환자도 마찬가지다. 대개 남성이나 여성의 성적 만족도는 질근육의 수축력이 문제되지 않는다. 꼭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질근육 수축력을 측정하고 수축력이 아주 낮은 경우 수술을 해 주기도 한다. 이 경우에도 수술 자체보다 질근육 수축훈련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또 한국 남성들만큼 음경에 온갖 장치를 해 놓은 사람들도 드물다. 우리나라 남자의 약 10∼15% 정도는 음경확대주사를 맞거나 링을 끼워 여러 종류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성기 모양조차 이상하게 변형돼 있다. 미국에서 하루 20∼30명씩 진찰하며 발기된 여러인종의 음경을 보았지만 우리 식으로 음경을 학대(?)한 경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외국 의사들은 이상한 것을 먹어 정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믿지도 않고 또 그런 수술을 해 주지 않는다. 그만큼 외국에서는 의학정보가 개방돼 있다는 얘기가 되고 우리의 경우는 정보부족에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 할 왜곡된 성지식이 판을 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지난 10여년동안 성의학 분야에서 가장 연구가 안된 부분이 바로 남성 성기능장애인 조루라고 할 수 있다. 조루가 성의학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원인은 「행동치료로 쉽게 고칠 수 있다」는 20여년전에 발표된 마스터스와 존슨의 연구가 의학계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원인이 발기부전이나 성욕저하증과 같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치기 힘든 암을 연구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얼굴에 나는 종기에 대해 연구하는 이는 적다. 조루에 대한 연구가 적은 것도 너무 쉽게 고칠 수 있는 병이기 때문이다. 조루란 삽입후 1∼2분 이내 사정하는 「짧은 시간」이 병이란 개념도 있다. 또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사정이 되는, 마음대로 조절이 안되는 경우를 말하기도 한다. 그 빈도는 젊은 층에서는 약 반, 일반 성인층에서는 3분의 1이상이 나타난다. 그 이유를 몇몇 성의학자들은 자위행위와 연관을 지어 얘기하기도 한다. 대개의 남성은 첫번째 오르가슴을 자위행위나 몽정을 통해 경험한다. 서구의 경우 만 10세에서 14세 사이의 남자 90% 이상이 자위행위를 한다. 자위행위란 누가 볼까봐 죄의식속에서 빠르게, 강하게, 오직 사정만을 목표로 행해진다. 그들은 음경의 감각에만 온정신을 집중하고 그러다가 몇초의 오르가슴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남성은 사정을 조루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사랑에 빠지거나 또는 거리의 여자와 관계를 할 경우 4명중 1명의 남성은 첫 경험을 악몽으로 간직하게 된다. 그들은 삽입하기도 전에 사정을 해 버리는 것이다. 자위는 누구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묘한 흥분상태에서 이뤄진다. 이런 반복적인 경험이 조루증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혼생활을 하면서 성행위를 편안하게 느끼고, 사정만을 편안하게 느끼고, 사정만을 위한 행위라기보다 사랑을 주고 받으며 기쁨과 친밀감이 생기면서 서서히 사정이 자연적으로 조절되는 것이다. 물론 선천적으로 사정을 빨리 하는 유전적인 경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도 있다. 또 흔치 않게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신경계의 질환이 조루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스트레스나 새로운 파트너와의 불안, 발기력에 대한 불안도 조루증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고 자위행위 자체가 조루의 원인이 된다거나 자위행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위를 통해 자신의 신체나 음경의 성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건전한 성반응의 기초를 이루는 것으로 이를 통해 후에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하기야 신형 국산차의 헤드라이트 램프를 남자의 음경과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놓을 정도로 성이 노골화된 우리의 현실에서 이런 자위문제로 좋다 나쁘다 얘기하는 것 자체가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