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김용) - 42편 (42/82)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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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김용) - 42편 (4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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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손과 발에 실린 기운이 엄청난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 미소를 교환했다.
석파천의 내력이 심후하기는 하나 무공은 보잘것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구구환과 열화단의 독에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기네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것과 조금전에는 너무 과대평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자기네들이 쓴 구구환과 열화단, 그리고 술이 아까울 지경이 었다.
원래 음양이 상반된 맹렬한 약기운이 한데 모임으로써 중화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석파천이 연마한 주된 무공은 나한복마공이었다.
만약 그가 한가지 약주만 마셨다면 그와 같은 극독에 아무리 내공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목숨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그와 같은 사실을 모르는 뚱뚱이와 동시에 두 가지 약을 쓴 것이고 그 결과 두 가지 약은 서로 융합하게 되었던 것이다.
일찍이 현철령의 주인인 사연객이 그와 같은 방법으로 그를 죽이려 고 했던 관계로 석파천은 그에 대항하는 능력이 길러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 길이 없었다.
이때 한참 몸부림을 치듯 권장법을 쓰고 난 후 뱃속의 독이 내력을 따라 점차 손바닥에 돋우어지자 석파천은 한결 고통이 가셔지는 것을 느꼈다.
복통도 점차 가라앉았다.
이윽고 뱃속의 독기운이 모조리 빠져나가게 되자 복통은 완전히 가 라앉았다.
그는 휘청거리며 모닥불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서 웃으며 입을 열 었다.
[아, 조금전에는 창자가 다 끊어지는 줄 알았소이다.
정말 혼이 났 어요.] 뚱뚱이와 홀쭉이는 속으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녀석의 내공은 정말 불가사이한 경지에 이르렀구나!) 이와 같은 감탄을 하면서 뚱뚱이는 넌지시 그에게 물었다.
[이제 배는 아프지 않는가?] 석파천은 싱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프지 않소이다.] 그는 돼지고기를 한 점 집어들었다.
이미 숯덩이가 다 된 고기였다.
그 고기를 집어 입으로 가져가려던 그는 자기의 오른손쪽 손바닥에 동전 크기만한 붉은 반점이 생긴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붉은 반 점은 가장 자리에는 무수한 파란 점이 돋아나 있지 않은가? 석파천은 그만 탄성을 발했다.
[어? 이......이게 뭐지?] 왼손을 보니 왼손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내공으로 극독을 손바닥에 모으게 된 사실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는 내력을 운용하여 독을 몸 밖으로 제거할 줄 모르기 때문에 모 조리 손바닥에 모인 것이었다.
뚱뚱이와 홀쭉이는 그와 같은 사실을 알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내력을 제대로 운용할 줄 모르니 더 두려워할 것은 없다.
천품을 타고 났거나 특이한 체질이 아니라면 우연히 영약을 먹고 그와 같이 내력이 심후해진 것일게다.) 본래 두 사람은 그가 악의를 갖고 접근해온 것이라 생각했으나 중독 이 되어서 거의 미친 상태로 나무들만 쳤을 뿐 자기들에게 공격을 하 지 않았고 또 자기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서도 전혀 악독한 빛 이 나타나지 않았던 사실로 미루어 자신들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 두 사람은 자기들의 그와 같은 수단으로 어수룩한 젊은 사람을 대한 데 대해 양심의 가책을 받았다.
석파천은 손바닥을 한번 무릎팍에 쓱 문지르고는 멧돼지 고기를 뜯 으며 입을 열었다.
[조금전 서로 의형제를 맺으려고 했는데 어느 분이 더 연세가 많으 신지, 그리고 두 분의 존성대명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군요.] 두 사람은 석파천이 극독에 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와 같은 약속을 한 것이었다.
평소 자부심이 강하고 한 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실천하는 그들은 언행일치를 중시했다.
마음속으로는 멍청한 젊은 녀석과 형제의 의를 맺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한번 내뱉은 말을 저버릴 수도 없었다.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시선을 교환하더니 뚱뚱이가 먼저 입을 열었 다.
[어흠, 나는 장삼(張三)이라고 하네.
그리고 이 사람은 이사(李四) 이네.
내가 이사 아우보다 몇 살 더 먹은 셈이지......] 그는 넌지시 물었다.
[소형제, 자네는 성과 이름이 없는데 우리와 어떻게 의형제를 맺 지?] 석파천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나의 본래 이름은 좋지 않아요.
그러니 나의 사부가 새로 지어준 이름인 사억도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구료.] 뚱뚱이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는 이제 형제의 의를 맺어야지......]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낭랑히 외쳤다.
[장삼은 이사와 사억도와 더불어 오늘 이 자리에서 형제의 의를 맺 게 된 것을 하늘에 알리는 바이며 이후로는 고락을 함께 할 것을 맹 세합니다......] 이어 그는 더욱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만약 이를 어기게 되었을 때 장삼은 이 멧돼지처럼 다른 사람에게 죽음을 당해 구어질 것을 맹세합니다.
하하하......] 장삼이란 물론 가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라고 한번도 칭하 지 않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성의가 없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었 다.
홀쭉이 역시 한쪽 무릎을 꿇고 맹세를 했다.
[이사는 장삼과 사억도라는 두 분과 오늘 형제의 의를 맺는 바, 같 은 날에 태어나지 않았지만 같은 날에 죽기를 바랍니다.
이 맹세를 어기면 육시를 당하거나 화살에 고슴도치와 같은 꼴이 되어 죽게 될 것입니다.
흐흐흐!] 하지만 전혀 강호의 경험이 없는 석파천은 그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홀쭉이의 뒤를 이어 하늘에 맹세했다.
[나는 장삼과 이사 두 형님과 더불어 형제의 의를 맺는 바입니다.
좋은 술과 고기가 있을 때 두 분 형님이 먼저 드시도록 하고 그 누가 두 분 형님을 해치려고 한다면 제가 먼저 그들을 맞겠소이다......] 그는 더욱 언성을 높여 낭랑히 외쳤다.
[제가 만약 이 말을 어긴다면 방금 겪은 복통을 매일 겪게 해주십시 오.] 뚱뚱이와 홀쭉이는 너무나 진실에 찬 그의 어조에 다시 한 번 부끄 러움을 느꼈다.
그들은 곧 몸을 일으키더니 뚱뚱이가 입을 열었다.
[셋째, 우리 두 사람은 볼 일이 있어 먼저 가 봐야겠네.
여기서 그 만 헤어져야 하겠구먼.] 석파천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방금 두 분 형님은 고락을 같이 하자고 하지 않았소이까? 나도 할 일이 없으니 같이 가겠소이다.] 뚱보 장삼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우리는 손님을 접대하려는 것일세.
같이 가 보았자 아무 재미도 없네.
그러니 자네는 가지 말게나.] 그는 걸음을 옮겨놓았다.
홀쭉이 이사 역시 장삼의 뒤를 급히 따랐 다.
석파천은 여지껏 친구라고 가져본 적이 없었다.
오늘 이렇게 두 분 형님을 모시게 되었으니 기쁜 그 마음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이 떠나가는 것을 보자 여간 섭섭하지 않아 그들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만큼 두 분 형님을 바래다 드리지요.
조금이라도 같이 있게......] 이어 그는 한숨을 쉬며 다시 말을 이었다.
[언제 다시 만나 조금전처럼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게 될지 모르겠 구료.] 홀쭉이는 이사는 음침한 얼굴로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뚱보 장삼은 시큰둥한 어조로 말했다.
[아우, 자네의 사부가 자네에게 사억도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며? 그럼 자네의 사부가 그 이름을 지어주기 전에는 어떤 이름을 지니고 있었지? 우리가 이미 금란지교(金蘭之交)를 맺었으니 우리 두 형님에 게 속일 필요는 없지 않는가?] 석파천은 헤벌죽 웃으며 말했다.
[형님들을 속이려는 게 아니고 그 이름은 정말 듣기가 거북합니다.
저의 어머님은 저를 개잡종이라고 불렀습니다.] 장삼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으하하핫! 개잡종, 개잡종이라! 그 이름은 정말 너무너무 웃기는구 나!] 장삼과 이사는 발을 빨리 놀리지 않았으나 갑자기 발에 내공을 돋우 자 속도는 무척 빨라 삽시간에 석파천을 멀찍이 떨어뜨렸다.
그는 즉시 달려갔다.
세 사람은 일렬로 서서 달려갔다.
장삼과 이사 는 이 귀찮은 녀석을 떼버리기 위해 힘을 다했으나 석파천은 그들의 뒤를 잘도 따라붙었다.
갑자기 석파천이 감탄하여 말했다.
[두 분 형님은 정말 무공이 훌륭하시군요.
힘도 안 들이고 이렇게 빨리 달리시니 말입니다.
저는 쫓아가느라고 개고생을 하고 있습니 다.] 사실 겉으로 보면 장삼과 이사는 가볍게 발걸음을 옮겨 놓는 것 같 았고 석파천은 네 활개를 치며 죽어라고 쫓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장삼과 이사는 석파천이 달려가면서도 말을 할 수 있고 또 숨을 조 금도 가빠하지 않는 것을 보자 석파천의 훌륭한 내공에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 달려가게 되었을 때 석파천은 앞선 두 사람이 바로 자기가 왔 던 길로 되돌아 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니까 바로 철차회의 무리들이 숨어 있는 어촌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점차 그 어촌에 가까워지자 그는 큰소리로 말했다.
[두 분 형님, 앞쪽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 더 나아가면 안됩니 다.
쓸데없이 목숨을 잃기보다 길을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소이 다.] 장삼과 이사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이사가 궁금한 듯 물었다.
[어째서 앞쪽이 위험하다는 것인가?] 석파천 역시 걸음을 멈추고 대답했다.
[이 길로 가면 홍류항 밖의 조그만 어촌인데 많은 흉악한 사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네들이 발견될 것을 꺼려 낯선 사람을 발견하 면 죽이려고 할 것입니다.] 이사는 싸늘한 얼굴로 물었다.
[자네가 그와 같은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지?] 석파천은 시체가 가득한 배에 오르게 되고 철차회 사람들이 의논하 던 말을 엿듣게 된 사실 등을 이야기했다.
이사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그들이 어촌에 숨어 있는 것은 상선벌악의 두 사자를 두려워해서 그런 것이지,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왜 우리들을 죽이려고 하 겠는가?] 석파천은 손을 내저었다.
[아니지요.
그 사람들은 지극히 흉악한 자들이라 걸핏하면 사람을 죽이지요......] 그는 자기의 옷을 가리켰다.
[이 옷에 묻은 피도 자기편 사람이 소식을 누설시키게 되까봐 둘이 나 죽였을 때 나의 옷에 묻은 것이외다.] 이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그렇게 무섭다면 자네는 우리를 따라오지 않으면 될 것이 아니겠는 가?] 그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석파천은 급히 말했다.
[두 분 형님은 역시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소이다.
이건 장난이 아니라니까요.] 장삼과 이사는 아무말 없이 앞으로 휘적휘적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 했다.
그들은 석파천을 공력이 그렇게 뛰어나면서도 간이 작은 겁쟁이라고 속으로 비웃었다.
한데 그들이 얼마 가지 않아 석파천이 뒤따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 다.
장삼은 얼굴을 돌리지 않고 물었다.
[철차회 사람들이 무섭다면서 왜 따라오는 것이냐?] 석파천은 힘찬 어조로 말했다.
[고락을 같이 하기로 맹세하지 않았소? 두 분 형님이 가시는데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같이 갈 수 밖에 없지요......사내대장부가 한번 말을 했다면 그대로 실천해야지, 모른 척할 수 있소이까?] 이사는 일부러 음산한 어조를 하고 물었다.
[흐흐흐......
철차회의 사내들이 수십 자루의 철차로 일제히 찔러 온다면 자네는 그야말로 고슴도치와 같은 모양으로 죽고 말걸? 그래 도 두렵지 않단 말인가?] 석파천은 배에서 두 사람이 죽음을 당할 때 지르던 비명소리가 뇌리 에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더구나 지금 그 어촌 에는 일이 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도사리고 있는지라 두 의형의 무 공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자기들 세 사람으로서는 적수가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사는 그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냉소했다.
[우리 두 사람은 기꺼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네.
자네 한 사람 더 죽어준다고 해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게 없으니 자네는 그만 돌아가 게......] 그는 약간 누그러진 어조로 다시 말했다.
[이번에 우리들이 죽지 않는다면 십 년 후에는 다시 만나게 될 걸 세.] 석파천은 손을 흔들었다.
[제가 두 분 형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지 않겠소이까?] 그는 눈을 깜빡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많은 사람을 당해내지 못할 때 도망을 친다면 반드시 죽는다고는 볼 수 없지요.] 이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진다고 해서 도망을 친다면 어찌 영웅호걸이라 할 수 있겠는가? 자 네는 역시 우리와 함께 가서 우리의 얼굴에 먹칠을 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아!] 석파천은 의연히 말했다.
[좋소이다.
저는 도망치지 않겠소이다.] 장삼과 이사는 그를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을 알고는 서로 쳐 다보며 고소(苦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빨리 걸음을 옮기며 두 사람은 똑같이 생각했다.
(이 멍청이 같은 녀석은 의리는 깊군.
의리를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동행하겠다니, 무림에서 명성을 떨친 영웅호걸보다 나으면 낫지 못하 진 않구나.) 얼마 후 세 사람은 어촌에 도달했다.
석파천은 시체를 가득 실은 그 배가 이미 보이지 않고 사람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이 조용한 것을 보고 걸음을 옮겨 놓을 적마다 가 슴이 쿵쿵 내려앉았다.
이미 안색이 창백해진 그는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들이 이미 숨어버렸으니 우리들은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되었 군.
오히려 잘된 셈이다.] 이때 장삼과 이사는 주위를 한 번 살펴보더니 한 초가집 앞으로 다 가갔다.
판자문을 열고 곧장 안으로 들어가더니 아궁이 옆에 섰다.
사방을 돌아보며 잠시 생각해 보더니 물이 잔뜩 들어있는 커다란 독 을 한쪽으로 옮겼다.
그러자 그곳에 무쇠로 만든 고리가 나타났다.
이사는 철고리를 잡고 쳐들었다.
텅 하는 소리와 더불어 철판이 들 어올려지고 커다란 구덩이가 나타났다.
독 밑은 바로 지하 땅굴의 입 구였던 것이다.
장삼과 이사는 차례로 그 구멍 안으로 뛰어들었다.
석파천은 정말 희한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철차회라는 흉악한 무리들이 이곳에 숨어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의형들을 만류했 다.
[두 분 형님, 역시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소이다.]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석파천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그 안으로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구멍으로 뛰어내리자 바로 통로가 나타났다.
저만치 장삼과 이사가 더듬거리며 나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석파천은 허둥지둥 그들의 뒤를 따라 더듬거리며 앞으로 나갔다.
이 때였다.
[게 누구냐?] 말소리와 함께 세찬 바람을 일으키며 두 자루의 날이 시퍼런 철차가 장삼을 찔러왔다.
장삼이 두 손을 휘둘러 철차를 후려치자 세찬 내력이 철차의 자루를 타고 흘러 두 사람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를 공격했던 두 사람은 후딱 튕기듯 뒤로 날아 벽에 부딪쳐서는 맥없이 쓰러지는데 이미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이 다시 살 아나지 못할 것 같았다.
통로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커다란 촛불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수 장마다 모퉁이를 돌게 되어 있었고 모퉁이마다 두 명의 장정이 지 키고 있었다.
장삼이 손을 한 번 쓸 적마다 철차를 들고 있는 사내들은 힘없이 죽 어갔다.
그 손씀씀이의 정확하고 재빠른 데는 감탄할 지경이었으며, 두 번 다시 상대방에게 손을 쓰는 적이 없었다.
석파천은 입을 쩍 벌리고 다물지를 못했다.
(장 형님은 도대체 무슨 술법을 쓰는 것일까? 만일 이것이 무공이라 면 정씨 할아버지 형제나 백 대협보다 훨씬 뛰어난 것이 아니겠는 가?) 그는 넋을 잃고 이와 같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떠들썩한 소리와 더 불어 많은 사람들이 통로 저쪽에서 달려나왔다.
장삼과 이사가 천천히 같은 속도로 나아가자 앞에서 달려오던 무리 들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은 얼굴에 경악의 빛을 띄웠다.
장삼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총타주 계신가?] 체구가 우람한 사내가 포권의 예를 취했다.
[불초는 우득승(尤得勝)이라 하며 철차회에서 두목 일을 맡고 있소 이다……] 바로 그가 총타주였다.
그리고 그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다시 한 후 에 입을 열었다.
[두 분이 이렇게 왕림하신 것도 모르고 마중을 나가지 못한 죄큽니 다.
아무쪼록 대청으로 납시어 술이라도 한 잔 드시지요……] 갑자기 그는 또 한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말했다.
[아, 또 한 분이 계시군요.
그럼 세 분께서 함께 들어가시지요.] 장삼과 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석파천은 괴이한 일도 다 있다고 생각했다.
장삼이 이미 많은 사람들을 죽였으니 결코 좋아서 청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자꾸만 몸이 떨리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두 형님이 아무렇지 않게 그들과 말을 주고 받는데 도망을 칠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는 여전히 염치 불구하고 따라 들어가지 않을 수 없 었다.
철차회의 총타주는 공손히 앞장을 서 안내를 했다.
통로에는 철차회의 무리들이 줄지어 서 있었으며 하나같이 철차를 손에 들고 있었다.
더군나 철차의 뾰족한 날에서는 싸늘한 광채가 연 신 번득이고 있었다.
장삼과 이사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들 무리들을 한번 쳐다보지 않고 따라 들어갔다.
석파천은 오금이 저리는 것을 무릅쓰고 그들을 따라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 모퉁이를 돌게 되자 앞이 환해졌다.
이미 대청에 도달한 것이 었다.
벽에 무수한 횃불이 꽂혀 있어서 주위를 대낮과 같이 밝혀주고 있었 다.
사방에는 철차를 든 무리들이 서 있었다.
석파천은 간혹 그들을 돌 아보기는 했지만 흉악한 그들의 시선과 마주치게 되면 재빨리 시선을 돌리고 다시 쳐다보지 못했다.
우득승은 장삼과 이사에게 상좌에 앉기를 권했다.
장삼과 이사는 서 슴치 않고 그 자리에 앉았다.
[소형제, 자네도 이곳에 와 앉게.] 바로 장삼이 옆자리를 가리키며 석파천에게 하는 소리였다.
석파천은 말없이 그 자리에 가서 앉았다.
우득승은 손님을 모시고 주인석에 앉게 되었다.
잠시 후 무기를 들지 않은 청포(靑袍)의 사내들이 술과 잔, 그리고 젓가락과 음식들을 날라왔다.
이때 장삼과 이사는 동시에 소맷자락을 한 번 떨쳤다.
그러자 그들 의 소맷자락에서 동시에 날아나온 물건이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우득 승의 앞에 떨어졌다.
다른 물건이 아니라 바로 두 개의 동패였다.
동패는 가지런하니 탁자에 푹 박혀 탁자의 면과 수평을 이룬 상태가 되었다.
동패에는 똑같이 사람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는데 하나는 성이 난 얼 굴이고 하나는 웃는 얼굴이었다.
순간 우득승의 안색이 홱 변했다.
동시에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쨍그랑거리는 소리와 더불어 주위 백여 명이나 되는 사내들이 일제 히 철차를 휘둘렀다.
챙그랑거리는 소리는 철차에 달아 놓은 무쇠고 리가 낸 소리였다.
그들을 일제히 철차를 휘두르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섰다.
석파천은 놀라 부르짖었다.
[아이쿠!] 그는 재빨리 일어나 도망을 치려고 했다.
하나 다음 순간, 그는 지 금 있는 곳이 지하땅속이라 도망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장삼 과 이사를 힐끗 바라보았다.
장삼은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이사는 반대로 음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석파천은 별수없이 자리에 앉고 말았다.
우득승은 참담한 어조로 입 을 열었다.
[그렇다면 더 드릴 말씀이 없소이다.] 장삼은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우 총타주, 당신이 산서성(山西省) 복호문(伏虎門)의 유일한 제자 이며, 짧은 쌍차를 쓸 줄 아는 사람은 당신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소 ……] 그는 다시 싱긋이 웃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동지 팥죽을 같이 들자고 당신을 협객도로 청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오.
결코 다른 뜻은 없소.] 우득승은 잠시 주저했다.
그러더니 그는 탁자를 한번 쳤다.
탁자에 박혔던 동패가 툭 튀어나왔다.
우득승은 튀어오른 두 개의 동패를 손으로 받아서는 품속에 간직했 다.
[이 우가는 반드시 동지까지 그곳에 당도하겠소이다.] 장삼은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훌륭하오.
우리 형제들이 헛걸음을 하지 않게 한 데 감사를 드리는 바이오.] 갑자기 많은 사람들 틈에서 누가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총타주는 우리의 우두머리외다.
철차회의 형제들은 생사고락을 같 이 하기로 맹세했으니 총타주 혼자 뭇 형제들을 위해 돌아가시게 할 수는 없소!] 석파천은 그 소리를 듣자 그렇게 외친 사람이 바로 배에서 흉악하게 잇달아 두 사람을 죽였던 그 호 형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그만 가슴이 쿵쾅거렸다.
우득승은 쓰디쓰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헛되이 많은 목숨만 희생될 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나는 이미 작정했으니 호 형제는 여러 말 마시오.] 그는 술주전자를 들어 장삼에게 술을 따랐다.
한데 그의 오른손이 벌벌 떨리고 있어 술이 탁자 위에 많이 엎질러지게 되었다.
장삼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평소 듣기로 우 총타주는 영웅호걸이며 사람을 죽일 때도 눈 한번 깜빡이지 않는다고 하던데 오늘은 어째서 이토록 두려움을 느끼시 오?] 그는 술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한데 갑자기 그의 술잔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 다.
곧이어 장삼은 비스듬히 옆으로 쓰러지면서 의자에 푹 파묻히게 되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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