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김용) - 73편 (73/82)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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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김용) - 73편 (7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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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려 운 일이라도 자네의 일이라면 해주도록 하지.] 석청은 갑자기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사람들은 마천거사가 한 번 한 말을 거두어들이지 않는다고 했소.
그리하여 현철령은 강호에서 크게 이름이 났던 것인데 현철령주가 남의 부탁을 이렇게 거절한다면 후감집에서 목숨을 잃게 된 사람들은 너무나 억울한 일이 아니겠소?] 사연객은 두 눈썹을 곤두세우며 날카롭게 외쳤다.
[석 장주, 그게 무슨 말이오?] 석청은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이 소형제가 우리의 자식놈을 당신에게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 는 것은 원래 어려운 일을 부탁드리는 일이라 할 수 있소.
하지 만 현철령은 이 소형제가 사 선생에게 건네주지 않았소……] 그리고 그는 여러 사람들을 돌아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때 우리 부부도 그것을 빼앗으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이곳 의 경 형, 왕 형, 가 형, 화 소저 등도 빼앗으려고 했던 것이오 ……] 이어 그는 무거운 어조로 재차 말을 이어갔다.
[평소 마천거사는 한번 한 약속을 천금보다 더 중히 여긴다고 들어왔는데 지금 어째서 이 소형제가 부탁하는 것을 사 선생은 이러쿵 저러쿵 피하려고만 하시오?] 사연객은 노해 부르짖었다.
[당신이 낳은 아들을 왜 당신이 가르치지 않소? 저와 같은 가 풍을 해치는 불효자식은 차라니 일 장에 때려죽이는 것이 무림 을 위해 좋을 것이오.] 석청은 탄식하듯 말했다.
[저의 자식놈은 우둔하고 버르장머리가 전혀 없습니다.
만약 엄한 스승이 애써 길을 들려주지 않는다면 좋은 사람이 되기는 틀렸지요.] 사연객은 노해 부르짖었다.
[길을 들이는 것 좋아하는군! 내가 저 녀석을 데려간다면 사흘 도 되기 전에 저 녀석으로 하여금 사람인데 사람 같지 않고 도 깨비인데 도깨비 같지 않은 꼴로 만들게 될 것이오.] 민유는 석청에게 연신 눈짓을 하며 불렀다.
[사형!] 그녀는 사연객과 같은 대마두에게 아들을 딸려 보낸다면 앞으 로 무사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이 더 화를 북돋지 못하도록 말리려는 것이 었다.
그런데 석청은 민유의 눈짓을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강호의 영웅 호걸들은 현철령주를 모두 다 엄지손가락을 내밀 고 훌륭하다는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소.
그와 같은 모든 사람 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맹세를 저버린다는 것은 어찌 명성이 쟁 쟁한 마천거사의 행위라고 할 수 있겠소?] 사연객은 이렇게 되자 그만 말문이 막히게 되었다.
세상 일을 모르는 석파천의 요구를 얼렁뚱땅 넘겨 버린다는 것 은 어렵지 않았지만 강호의 경험이 풍부한 석 장주는 말로써 이 길 수 없는 상대가 아닌가? 그야말로 이제 자기에게 이와 같은 임무가 뱀의 꼬리처럼 머리 위에 감긴 이상 체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좋소.
이 사모의 남은 여생은 이 개잡종 때문에 편안한 날이 없겠군.] 그는 지금 개잡종이라고 한 것은 석파천을 가리키는 것 같았지 만 실상은 석중옥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는 말을 빙글 돌려 석청 부부에게까지 욕을 한 것이다.
석청은 이를 알고 빙긋 웃으며 아무말 하지 않았다.
민유는 얼 굴을 붉혔다가 곧 다시 창백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사연객은 석중옥에게 말했다.
[이 녀석 나를 따라오너라! 좋은 사람이 되지 않는다면 노부는 매일 너의 껍질을 세 번씩 벗겨 줄테다.] 석중옥은 매우 겁이 나 아버지와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런 연후 석파천이 행여나 말을 바꾸어 줄까봐 기대에 찬 시 선으로 바라보았다.
석파천은 정색을 하고 입을 열었다.
[석 형, 두려워할 것 없소이다.
사 선배님은 일부러 무섭게 보 이는 것이외다.
기실 사 선배님은 가장 좋은 사람이외다.
매일 밥을 짓고 옷을 빨아 드리며 나무도 하고 닭도 키우며 채소를 가꾼다면 사 선배님은 석 형의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도록 할 것이외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 찬 어조로 웃음을 띄우고 다시 말을 이었 다.
[내가 몇 년간 사 선배님의 뒤를 따라 다녔지만 사 선배님은 나의 어머니처럼 나를 대해 주고 또 무공까지 가르쳐 주었소이 다.] 사연객은 그가 자기를 어머니로 비유하는 것을 보고 그만 한숨 을 길게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너의 어머니야말로 미치광이 여자다! 자기의 아들에게 개잡종 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네 녀석은 오히려 강호에서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서늘해진다는 마천거사를 그와 같은 미친 계집에게 비유하는구나.' 석중옥은 더욱 속으로 야단났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빨래를 하고 채소도 가꾸면서 나무도 하고 닭도 키워? 이것은 나를 죽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매일같이 밥을 지어 이 대마두에게 먹이다니 내가 언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봤어 야지.' 이때 석파천은 다시 입을 열었다.
[석 형, 사 선배님의 옷이 해어진다면 재빨리 기워 주시오.
그 리고 사 선배님께서는 찬을 항상 바꾸는 것을 좋아하시니 열흘 안으로 똑같은 찬을 만들지 않도록 하시오.] 사연객은 냉소를 흘렸다.
[흐흐흐……석 장주 두 분께서도 후감집에서 이 현철령에 눈독 을 들였는데 당신들 두 분도 이 사모로 하여금 당신의 아드님을 잘 가르쳐 달라고 할 생각으로 눈독을 들였던 것이오?] 그는 석청에게 말을 하면서도 눈동자는 석중옥을 노려보고 있 었다.
더군다나 그의 눈동자는 석중옥의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흙어 보고 또 흙어보고 하는 것이 아닌가? 석중옥은 번개와 같은 그의 시선에 쥐가 고양이를 대하듯 맥이 탁 빠지고 혼이 반쯤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석청은 깍듯한 태도로 말했다.
[황송하오이다.
솔직히 사 선배에게 말씀드리면 불초 부부에게 는 원수가 한 사람이 있지요.
그 사람은 우리의 애를 죽였지요.
그후 은거하여 숨어버렸기 때문에 십여 년간 불초들이 찾았지만 찾아낼 수가 없었소이다.] 사연객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니까 그 당시 당신들이 현철령을 얻게 되었더라면 나보고 그 원수를 갚아달라는 것이었소?] 석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한을 갚아달라는 것은 너무나 수고를 끼치는 것이지요.
하 지만 사 선배님께서는 신통력이 대단하시니 그 사람의 행방을 알아내리라 생각했답니다.] 사연객은 한숨을 내쉬었다.
[현철령이 그날 당신네들 부부의 손에 들어가지 않은 것을 이 사람은 그야말로 천지신명께 감사를 드리고 싶을 뿐이오.] 석청은 허리를 굽히고 길게 읍을 했다.
[저의 자식놈이 사 선배의 가르침을 받게 되었으니 애비된 도 리로 무어라고 감사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소이다.
저희들 부 부는 차후로 항상 부처님에게 사 선배께서 백 세를 사시도록 염 원을 드리겠소이다.] 매우 겸손한 어조였고 또 진지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연객은 퉤 하고 침을 뱉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손을 등뒤로 돌려서는 길다란 보따리를 땅바 닥에 내던졌다.
그리고 왼손을 뻗쳐 석중옥의 오른손 손목을 잡더니 대청에서 달려나갔다.
석중옥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으나 곧 그 소리는 십여 장 밖으 로 사라지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리하여 서로 얼굴을 쳐다보게 되었을 때에 정당이 손을 뻗쳐 철썩 하니 힘주어 석파천의 따귀를 한 대 갈기더니 큰소리로 불 렀다.
[천 오라버니! 천 오라버니!] 그러면서 나는 듯 뒤쫓아가는 것이었다.
석파천은 뺨을 어루만지며 어안이 벙벙해져서는 외쳐 물었다.
[쟁그랑땡, 당신은 왜 나를 때리는 거지?] 석청은 그 보따리를 들고 손으로 가늠해 보았다.
그리고 즉시 보따리를 풀어보니 바로 자기네들 부부가 사용했 던 흑백쌍검이 아닌가? 민유는 보검을 다시 찾게 된 데 대해서 조금도 기쁘지 않은 듯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사형……어째서 옥아로 하여금……그에게 딸려보냈어요?] 석청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매, 옥아가 어째서 그와 같은 모양이 됐는지 알겠소?] 민유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사형은……또 내가 그 애를 너무 총애했다고 탓하는군요.] 그 말을 하고는 그만 눈물을 흘렸다.
석청은 차분한 어조로 그녀를 위로했다.
[원래 그대는 옥아에 대해서 너무나 잘 대해주었소.
그런데다 가 견아가 남에게 죽음을 당한 후 더욱더 옥아의 비위를 맞추느 라고 여념이 없었소.
어릴 때부터 말썽이 많고 말을 듣지 않았 지만 그대 앞에서 나는 차마 어떻게 그 아이를 가르쳐야 할 줄 을 몰랐소.
그래서 모질게 마음을 가다듬고 능소성으로 데려왔 던 것이오……] 그리고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의 본성이 너무나 나빠 오히려 우리 부부로 하여금 설산파의 여러분들을 대할 수 없도록 만들지 않았소? 사 선배의 심기로 말하면 옥아보다 뛰어나며 수단 또한 악랄하오.
독에는 독이라고 십중팔구 옥아가 좋은 사람이 될 것이니 그대는 안심 하구려……] 이어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한마디를 덧붙였다.
[마천거사는 일을 행함에 있어서 제멋대로이지만 천하에서 가 장 신의를 잘 지키는 사람이오.
이 소형제가 그에게 옥아를 잘 가르쳐 사람이 되도록 해달라고 했으니 그는 반드시 방법을 강 구해서 실천할 것이오.] 민유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옥아는 어릴 적부터 총애만 받고 자란 몸인데 밥짓고 ……빨래를……] 석청은 그 말을 가로챘다.
[바로 너무 귀하게 키웠기 때문에 그 애의 버릇이 나빠진 것이 오.] 마침 이때 백만검 등은 백자재와 사 노파에게 마천거사가 석중 옥을 데려간 사실을 알리려는 듯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석청은 민유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옥아가 마천거사를 따라가지 않았다면 그애 때문에 내분까지 일으킨 설산파에서 그 애를 그냥 내버려두겠소?] 민유는 생각해 보니 그 말이 옳았다.
그제서야 그녀는 울음을 거두고 석파천에게 입을 열었다.
[자네가 또 우리 아들의 목숨을 구했군.
나는……나는 정말… …자네는 이토록 착한데 그는 또 그렇게 나쁘니! 정말 서글프 네.
나에게 만약……자네와 같은……] 그녀는 본래 자기에게 석파천과 같은 아들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말을 하려고 했으나 목구멍까지 넘어온 말을 끝내 참고 말하지 않았다.
석파천은 석중옥이 그녀로부터 그토록 사랑과 동정을 받게 되 는 것을 보고 속으로 여간 부러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또 그녀가 두번이나 자기를 그녀의 아들로 잘못 알고 자기에게 여러모로 돌봐주어 사랑을 베풀던 일을 상기했 다.
반면에 자기의 어머니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만 자기의 어머 니가 자기에게 대한 언행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으며 민유가 그 녀의 알들에게 대하는 태도와 크게 다른 점이 비교가 되어 불현 듯 침울해져서는 서글픈 빛을 얼굴에 띄웠다.
민유는 그를 똑바로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형제, 자네는 어떻게 하여 옥아로 가장을 하고 길을 오는 동안 우리들을 속일 수 있었는가?] 석파천은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그것은 쟁그랑땡이……] 바로 이때 왕만인은 당황해서 대청 안으로 달려 들어오더니 부 르짖었다.
[야단났습니다……사부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청에 있던 뭇 사람들은 놀라 물었다.
[아니 어떻게 된 일인가?] 왕만인은 그저 보이지 않는다고만 대답했다.
수아는 석파천의 소맷자락을 잡아다녔다.
[우리 빨리 가봐요.] 두 사람은 급히 석실로 달려갔다.
석옥 밖의 통로에는 이미 설산 제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석파천과 수아가 도달한 것을 보고 길을 열어주 었다.
석실 안에는 백만검 부부가 사 노파를 부축하여 앉혀놓고서 쩔 쩔매고 있었다.
수아는 재빨리 물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어떻게 된 거예요? 상처 를 입으셨나?] 백만검은 온 얼굴에 살기를 가득 띄웠다.
[첩자가 있는 것 같군! 어머님은 본문의 수법에 혈도를 짚혔고 아버님은 사로잡혀 간 모양이군! 수아야, 너는 할머니를 지키고 있거라.
나는 할아버지를 구하러 가야겠다.] 그리고 나서 그는 몸을 날려서는 달려가려고 했다.
그런데 마침 맞은편에 삼지(三支)의 제자가 한 명이 서 있었 다.
백만검은 성이 나고 다급한 김에 힘주어 그를 밀어 그가 곧장 저쪽으로 나가떨어지도록 만들고는 성큼성큼 걸어서 나갔다.
수아는 석파천을 향해 다소곳이 말했다.
[오라버니, 할머니를 도와 운기행공해서 혈도를 풀어주도록 하 세요.] 석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요.] 추혈과궁(推血過宮)의 혈도를 푸는 방법은 사 노파가 이미 그 에게 가르친 바가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즉시 그 방법대로 손 을 쓴결과 얼마 이후에는 사 노파가 봉쇄당한 세 곳의 혈도를 풀 수가 있었다.
사 노파가 즉시 부르짖었다.
[모두들 수선을 피우지 말게.
장문인이 나의 혈도를 짚었던 것 이며 그 자신이 떠나간 것이네.] 뭇 사람들은 그 말을 듣자 그만 어리벙벙해졌다.
[원래 장문인이 친히 혈도를 짚은 것이군! 그러니까 백 사형마 저도 일시에 풀지를 못하셨지.] 이때 설산파의 장문인은 도대체 누구로 모셔야 하는 것인지 모 두들 제대로 분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 그들은 백자재를 장문인이라고 불러왔기 때문에 모두들 옛날의 그 칭호를 쓰고 있었다.
본래 하나같이 설산파에 또 어떤 내분이 다시 이는 것이 아닌 가하고 의심을 하게 되었고 다시 한바탕 피를 뿌리는 살륙전이 벌어지겠구나 하고 걱정을 했던 것인데 알고 보니 늙은 부부끼 리의 다툼인지라 뭇 사람들은 그 즉시 마음을 놓고서는 신속하 게 그와 같은 사실을 알렸다.
백만검은 그 소식을 듣고 다시 되돌아왔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 음성에는 퍽이나 불쾌한 빛이 서려 있었다.
이 며칠 동안 여러 가지 일로 인해서 이토록 똑똑하고 부지런 한 기한서북 백만검마저 마치 머리통이 떨어진 파리처럼 두서를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졌던 일은 또 자기 부모들의 몸에서 비롯된 일이었기 때문에 가슴 가득히 끓 어오르는 울분을 느꼈으나 또 어떻게 그와 같은 울분을 삭여야 할지 알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 노파는 그의 표정을 보고 노해서 입을 열었다.
[너는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어째 애비와 에미부 터 먼저 탓하는 투냐?] 백자재은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제가 어찌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사 노파는 천천히 말했다.
[너의 아버님은 모두를 위해서 협객도로 가신 것이다.] 백만검은 놀라 물었다.
[아버님이 협객도로 가다니요? 어째서이죠?] 사 노파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라니? 너의 아버님이야말로 설산파의 참된 장문인이 아니냔 말이다.
그가 가지 않는다면 누가 가겠느냐? 내가 이 석옥으로 와서 너의 아버님에게 그가 석옥에서 한평생 스스로 감금당해 있기를 원한다면 나도 그를 옆에서 모시고 한평생 이 석옥에서 보낼 참인데 협객도로 가겠다는 약속은 누구를 시켜 응하도록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너의 아버님은 나 에게 그 사정을 묻게 되었고 나는 자초지정을 이야기했다.
그리 하여 너의 아버님은 자기가 장문인이니 물론 자기가 가야 한다 고 했다.
나는 그 양반에게 시간을 두고 계획을 세워 만전지책 (萬全之策)을 강구하자고 했다.
그러나 그는 고집스럽고도 당당 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설산파에 대해서 죄를 지었네.
많 은 무고한 제자들을 죽였으니 나로서는 그야말로 기둥에 머리를 박고 죽었으면 속이 시원할 것 같네.
그러니 나로서는 오직 설 산파를 위해서 이 한 몸 던져 나의 큰죄를 용서받도록 하려는 것이네.
그래야만이 당신이나 아들, 며느리, 손녀, 손자사위, 뭇 제자들이 사람을 대할 얼굴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 리고 그는 손을 뻗쳐서 나의 몇곳의 혈도를 짚고 두 조각의 동 패를 가져갔는데 지금쯤은 상당히 멀리 가셨을게다.] 백만검은 말했다.
[어머니, 아버님께서는 연세가 많으시고 또한 몸이 제대로 회 복되지 못했으니 어떻게 그곳으로 갈 수가 있겠습니까? 이 아들 이 마땅히 가야 할 것입니다.] 사 노파는 싸늘히 그 말을 받았다.
[너는 지금까지도 너의 애비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고 있구 나.] 그리고 그녀는 성큼성큼 석옥에서 걸어나갔다.
백만검은 뒤를 따르면서 입을 열었다.
[어머니, 어머니는……어머니는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사 노파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나는 금오파의 장문인이니 협객도로 갈 자격이 있다.] 백만검은 그만 마음이 실타래처럼 어지러워져서는 생각을 했 다. '모두들 함께 가서 사생결단을 내도록 하자.
모조리 협객도에 서 죽어버리면 그만이 아닌가.' 동지달 스무하루가 되는 날 사 노파는 석청, 민유, 백만검, 석 파천, 수아, 성자학, 제자면, 양자진 등 일행을 이끌고 남해(南 海)가의 한 조그마한 어촌에 이르게 되었다.
사 노파가 능소성을 떠나게 되었을 때에 경만종으로 하여금 장 문과 성주의 직책을 대신 돌보도록 하고 왕만인과 호연만선이 보좌토록 했다.
그리고 풍화신룡 봉만리는 스승을 배반한 역모에 참여했기 때 문에 비록 사태에 핍박을 받아 그랬다고 하지만 백만검 등 장문 의 제자들은 다시 그를 상대하려고 하지 않았다.
사 노파는 성자학과 제자면 그리고 양자진 세 사람을 데리고 동행을 했다.
이는 각지(各支)의 제자들이 또다시 모반의 변고를 일으키지 않도록 방비하자는 것이었다.
요자려는 몸에 중상을 입고 있었고 무공을 깡그리 상실하다시 피 했기 때문에 이미 화근이 되기에는 부족한 존재가 되고 말았 다.
협객도에서 건네어준 두 조각의 구리패 뒷쪽에는 어촌에 도달 하는 날짜와 시진(時辰) 그리고 길을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를 새겨놓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전해받은 동패에 조각된 모임의 날짜와 장소는 각기 다른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사 노파 등 일행인들이 이곳에 당도한 이후 어 촌에 한 사람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물론 다른 강호의 협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백자재는 더더욱 종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으며 심지어는 바닷가에서 고기잡이 를 하고 있어야 할 어선마저도 한 척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여러 사람들은 잠시 한 칸의 초가집에서 쉬지 않을 수가 없었 다.
그런데 해질 무렵이 되었을 때 갑자기 한 명의 노란 옷 즉 황 의(黃衣)를 걸친 사내가 손에 노를 들고는 어촌으로 들어오며 낭랑히 외치듯 말했다.
[협객도의 영빈사(迎賓使)가 도주(島主)의 명을 받고 삼가 장 락방의 석 방주를 모시고 가려고 왔소이다.] 사 노파 등은 그 소리를 듣고서는 초가집에서 달려나갔다.
그 사내는 석파천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허리를 구부려 절을 하 며 입을 열었다.
[이 분이 아무래도 석 방주인 것 같군요.
그렇지요?] 석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오.
귀하의 존성은 어떻게 되시오?] 그 사람은 대답했다.
[소인의 성은 조(趙)가입니다.
석 방주께서는 어서 출발을 하 시지요.] 석파천은 그를 바라보며 넌즈시 입을 열었다.
[불초는 몇 분의 윗어른들과 친구들과 더불어 함께 귀도(貴島) 로 가서 구경을 하고 싶소이다.] 그 조씨 성을 가진 사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곤란하지요.
조그만 배라 많은 사람을 실을 수가 없습니 다.
그리고 도주께서는 엄히 명령을 내리시되 석 방주 한 사람 만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한 사람이라도 더 태 우게 된다면 조그만 배는 반드시 뒤집어질 것이고 소인 또한 목 을 보존하지 못하게 됩니다.] 사 노파는 냉소를 했다.
[흥흥! 사태가 이 지경이 된 이상 아마도 당신 맘대로 되지는 않을걸.] 그리고 그녀는 조씨 성을 가진 사내 앞으로 다가서며 손으로 칼자루를 거머쥐었다.
그 조씨 성을 가진 사람은 사 노파에 대해서 아랑곳하지 않고 석파천에게만 공손히 말했다.
[소인이 안내를 하겠으니 석 방주께서는 가시지요.] 그리고 그는 몸을 돌려서 걸었다.
석파천과 사 노파 그리고 석 청은 등 모두 그 뒤를 따랐다.
바닷가를 따라 나가게 되었는데 두 곳의 산등성이를 돌아가자 모래 사장가에 한 척의 조그마한 배가 놓여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배의 폭은 불과 석 자 정도였으며 길이 또한 여섯 자를 넘지 않을 것 같았다.
진정 적과 적어서 다시 더 적을 수 없는 그런 배라 두 사람을 태울 수 있을런지도 매우 말하기가 어려울 지경 이니 한 사람을 더 태운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가 없을 것 같 았다.
그 사람은 여러 사람들을 한 번 돌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소인을 죽이는 것은 그저 손 한 번 놀리는 수고를 하면 끝나는 것이지요.
그러나 어느 분이 협객도로 가는 바닷길 을 알고 계신다면 얼마든지 석 방주를 모시고 가도록 하시지 요.] 사 노파와 석청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협객도가 이토록 용이주도하게 사태를 안배하여 한 사람도 더 탈 수 없도록 만들 어 놓았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여러 사람들은 그저 협객도의 이름만 들었을 뿐이고 이 섬이 남쪽에 있는지 북쪽에 있는지 아니면 가까운 곳에 있는지 아니 면 먼곳에 있는지 전혀 들어본 바가 없었다.
더군다나 협객도라는 이름은 십중팔구 본래의 이름이 아닐 것 같아서 설사 바닷길에 익숙한 사공들이나 장사치들도 알고 있지 못할 것인데 넓고 넓은 바다에서 어떻게 찾아갈 수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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