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김용) - 4편 (4/82)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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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김용) - 4편 (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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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가 너무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어 석청 부부가 오도통의 시체 와 호떡가게를 살펴본 후 떠나가자 비로소 이들은 후감집에 이르게 되 었던 것이었다.
그는 고을 입구에 이르게 되었을 때 지붕 위에 사람이 서 있고 세 사 람이 모두 백의를 걸쳤으며 등뒤에 장검을 메고 있은 것을 보고 설산 파(雪山派)의 제자라는 것을 알았다.
설산파의 제자들을 제외하고는 그와 같은 차림을 할 사람이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말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세 사람의 눈빛이 마치 큰 적 을 대하는 듯한 태도인 것을 보고 혹시나 석씨 부부를 암습하지 않을 까 싶어 소리를 쳤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는 석씨 부부에게 주의하도 록 경고를 해준 것이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석씨 부부의 종적은 간데없고 설산파의 일곱 명의 제자들이 조그만 거지를 포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일봉은 내심 의아하게 생각했다.
조그만 거지의 나이는 매우 어려 보였으며 얼굴은 온통 흙투성이였다.
무공을 지니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눈앞의 백의 사내가 연신 눈짓하는 것을 보고 그는 다시 거지를 바라 보았다.
그 순간,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거지의 왼손에는 쇳조각이 들려 있었는데 시커먼 것이 바로 소문에 듣던 현철령(玄鐵令) 같지 않은가! 이때 생각해 보지도 않고 급히 금도를 뽑아들었다.
그는 팔방장도세(八方藏刀勢)라는 도법을 펼쳐 금도를 빙그르 돌리더 니 어린 거지의 주위와 자기 자신의 사면에 도막을 이루어 놓았다.
그는 금도를 삽시간에 스물네 번 휘둘러 사면팔방에서 뛰어든 백의인 들을 견제한 것이었다.
조그만 거지는 칼빛이 눈이 부시도록 번쩍이는 것을 보자 온몸에 소 름이 쫙 끼쳐 그만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바로 이때 일곱 명의 백의인들은 각기 장검을 뽑아들고 한 줄기의 검 광으로 이루어진 그물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들은 안봉일과 거지의 주 위에 검의 광막을 펼쳐 놓은 것이었다.
하얀 광채가 큰 원을 그리고 커다란 원 안에 다시 금빛의 조그만 원 이 그려져 있는 꼴이었다.
금빛 테두리 안에서는 조그만 거지가 눈물 콧물을 짜면서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
별안간 말발굽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두 필의 흑마와 백마가 서쪽에서 부터 달려왔다.
그들은 다름아닌 석청 부부였다.
원래 그들 두 사람은 변량으로 말을 몰았다.
그런데 얼마 못 가서 설 산파 제자들의 종적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이에 두 사람은 상의를 한 후 즉시 되돌아오게 되었던 것이다.
석청은 여덟 사람이 일제히 칼과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 냉랭히 부 르짖었다. "설산파의 친구들, 그리고 안 채주, 서로 절친한 사이끼리 싸워서야 쓰겠소? 우리 말로 합시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설산파 제자 중 우람한 체구의 사내가 장검을 세 우자 다른 일곱 명들도 일제히 장검을 멈추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 히 안봉일의 주위에 늘어서 있었다.
석청과 민유는 가까이 다가왔다.
이ㄸ, 그들은 어린 거지의 왼손에 들려 있는 쇳조각을 발견하고 동시 에 어, 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그 물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두 사람은 심장이 고동치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
석청은 재빨리 말안장에서 내려 천천히 다가갔다. "작은 형제, 자네의 손에 들린 것이 무엇인가? 나에게 보여줄 수 없 겠나?" 평소에 그는 침착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음성은 약 간 떨리고 있었다.
그는 안봉일이 자기를 막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 거지가 손을 뻗치기만 하면 그 즉시 안으로 달려 들어가 재빨리 그 쇳 조각을 자기의 수중에 넣을 작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설산파의 제자들 은 자기를 막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때 백의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석 장주, 이 꼬마는 우리가 먼저 찾은 것이외다." 민유가 말에서 내려 다가왔다. "경(耿)형,이 작은 형제에게 발밑에 있는 저 은덩이를 누가 준것인지 한번 물어 보세요." 그 말은 그녀가 이미 거지에게 은자를 준 것이니 자연히 백의인들보 다 먼저 거지를 발견했다는 말이었다.
우람한 체구의 사내는 경만종(耿萬種)이라는 사람으로서 설산파의 제 이대 제자 중의 고수였다.
경만종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석 부인께서 먼저 저 소형제를 보았을지 모르지만 저 현철령은 우리 형제들이 먼저 본 것입니다." 현철령이라는 말을 듣자 석청, 민유, 안일봉 세 사람음 마음속으로 똑같이 흠칫했다. '역시 현철령이었구나!" 설산파의 나머지 여섯 사람들도 제각기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기실 그들 일곱 사람들은 그 거지의 손에 들린 쇳조각이 무엇인지 자 세히 살펴보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석씨 부부와 금도채의 안 채주가 그토록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 을 보고 반드시 그 물건이 예삿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반면 석청, 민유, 안봉일 이들 세 사람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 니, 그것은 설산파의 경만종 등 일곱 사람은 보통사람이 아닌만큼 그 쇳조각에 눈독을 들이게 되었다면 잘못 보았을 리 없다는 생각이었다.
열 사람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갑자기 약속이나 한 듯 일제 히 손을 내밀었다. "소형제, 나에게 주게!" 그런데 열 사람이 모두 다 서로 견제를 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감히 손을 써서 빼앗지 못했다.
먼저 손을 써서 강제 수단 을 쓴다면 커다란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생기는 자신의 빈틈을 노리고 옆의 사람이 공격해 올 우려가 있었다.
다만 그 조그만 거지가 스스로 그 쇳조각을 자기에게 내밀었으면 하고 바라고 들 있었다.
그 나이 어린 거지는 열 사람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자기의 이 빨을 하마터면 분지를 뻔했던 쇳조각인줄 모르고 있었다.
이때 그는 이미 울음을 그치고 있었으나 망연해져서는 눈물을 글썽이 며 이 사람 저 사람을 훑어보았다.
그 데굴데굴 구르는 눈동자에 눈물이 맺혀서는 금방이라도 뺨을 타고 흘러내릴 것 같았다. "역시 나에게 주렴!" 말소리와 동시에 한 사람의 그림자가 그들 안으로 뛰어들더니 순식간 에 어린 거지의 손에 들린 쇳조각을 빼앗아갔다.
이와 거의 때를 같이하여 호통소리와 함께 욕지거리가 터져나왔다. "놔!" "어떡하자는 것이냐?" "당돌하구나!" 호통과 욕지거리속에 아홉 자루의 장검과 한 자루의 금도가 동시에 그 사람에게 떨어졌다.
이때 어린 거지와 가장 가까이 서 있던 사람은 안봉일이었다.
그는 금도를 휘둘러 백홍관일(白虹寬日)이라는 일 초를 펼쳐 그 사람의 머 리통을 내려쳤다.
평소 훈련이 잘 된 설산파의 제자들도 동시에 그 사 람의 일곱 군데 요혈을 노리고 찔러왔다.
이렇게 되니 그 사람은 어깻죽지로 날아드는 공격을 피할 수 있다고 해도 허벅지로 날아드는 공격을 피할수는 없을 것이고 허리께로 날아 드는 공격을 피한다 해도 머리에 떨어지는 검세를 피할 수 없을 것이 었다.
석청과 민유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짐작이 가지 않아 살수를 써서 그 의 목숨을 빼앗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각기 검을 휘둘러 반원을 그리 면서 검광을 휙휙 뿌려내 그 사람을 두 자루의 검 아래 가두어버렸다.
곧이어 쨍그랑, 창창, 하는 소리가 잇달아 울려 퍼졌다.
그 사람은 어떤 수법을 썼는지 삽시간에 안봉일의 금도와 설산파 제 자의 장검이 모조리 그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었다.
순간 석청과 민유는 장검을 놓칠 뻔 했으며 손아귀가 짜릿해지는 것 을 느끼고 급히 뒤로 물러섰다.
석청은 대뜸 안색이 창백해지고 말았으며 민유도 역시 얼굴이 새빨개 지고 말았다.
현소장의 석 장주 부부가 손을 합쳐서 초식을 펼치면 천하무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대뜸 손가락으로 검신을 각 기 한번씩 퉁겼을 뿐인데 두 자루의 장검이 하마터면 손에서 떨어져 나갈 뻔했으니 그야말로 석 장주 부부로서는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적수였다.
이 때 그 사람은 우뚝 버티고 서 있었으며 한 자루의 금도와 일곱 자 루의 장검을 모조리 그의 주위 땅바닥에 꽂아 놓고 있었다.
그 사람은 푸른 장포에 짧은 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나이는 약 오십 세 정도 되어 보였으며 용모는 청수한 편이었으나 안색에 푸른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는 눈초리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기쁜 빛을 띄우고 있었다.
이 때 한 사람이 불쑥 생각나서 입을 열었다. "귀하께서는 혹시 이 현철령(玄鐵令)의 주인이 아니십니까?" 그 사람은 냉소를 흘렸다. "현소장의 흑백쌍검은 강호에서도 검술이 대단하다고들 칭찬이 자자 하더니 역시 명불허전이구료.
노부는 조금전 한푼의 힘으로 여덟 명의 친구들이 휘두르는 무기를 상대했고 구 푼의 힘으로는 두 장주 부부의 힘에 대응했소..."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그런데도 역시 두 분의 손에 들린 무기를 빼앗지 못했구료.
나의 탄 지신통(彈指神通) 재간은 손가락을 퉁기는 탄지인 것은 틀림이 없으 나 신통이라는 두 글자는 어울리지 않는가 보오.
아무래도 다시 십년 간 고된 수련을 쌓아야겠소이다." 석청은 그 말을 듣자 자신의 생각이 틀림없다고 확신하고 포권의 예 를 취했다. "저희 부부가 이번에 하남까지 온 것은 마천애(摩天涯)로 가서 귀하 를 뵈오려고 했기 때문인데 인연이 있어 이와 같이 만나 뵈옵게 되었 으니 헛걸음을 한 셈은 아닙니다."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저희 부부의 ㅇ은 검술은 귀하의 눈에는 차지 않겠지요? 그런데 귀 하께서 오늘 친히 현철령을 거둬들이게 되었으니 정말 축하하는 바입 니다." 설산파의 제자들은 석청의 말을 듣고 속으로 꺼림칙하게 생각했다. '이 청포인이 현철령의 주인인 사연객(謝煙客)이란 말인가? 일초에 우리들의 손에 들린 장검을 빼앗아 간 것을 보면 세상 천지에 그를 제 외하고 그 누가 있어 그럴 능력을 지닐 수 있겠는가?' 일곱 사람은 서로 쳐다보며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안봉일은 무공이 별로 높지 않았다.
그러나 강호의 경험은 설산파의 일곱 명 제자들보다 훨씬 뛰어난 편이라 즉시 공수의 예를 취했다. "조금전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불초는 삼가 선배님에게 사과를 드리 는 바이며 지은 죄,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청포인의 바로 마천애의 사연객이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핫하하! 평소 나의 규칙에 의하면 당신네들이 무기를 휘둘러 나의 몸을 찌르려고 한 데 대해서 반드시 보답을 하였을 것이외다."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당신은 금도로 나의 왼쪽 어깨를 후려치려고 했으니 나도 역시 이 금도로 당신의 왼쪽 어깨를 후려쳐 팔병신으로 만들어야 옳은 이치가 아니겠소?" 여기까지 말하던 그는 손에 든 그 쇳조각을 손바닥에 놓고 허공으로 던져 올렸다가 받으며 빙그레 웃더니 재차 말을 이었다. "하지만 노부는 오늘 기분이 매우 좋소.
그 한 칼질은 잠시 외상 장 부에 기재해 두겠소.
그리고 저 사람은 나의 가슴팍을 찔렀고 저 사람 은 나의 허벅지에 있는 환도혈을 찔렀으며 저 사람은 나의 왼쪽 허리 를 찔렀고 저 사람은 나의 다리를 자르려고 했고..." 그는 오른손으로 설산파의 일곱 명 제자들을 일일이 가르키며 그들이 노린 부위를 지적했다.
일곱 명의 설산파 제자들은 방금 자기네들이 펼친 초식을 틀린데 없 이 지적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광석화와 같은 순간에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펼친 초식의 부위를 정확히 알아보고 기억을 한 것이었다.
이때 사연객은 다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모조리 외상장부에 기재해 놓겠소.
언젠가 나의 성질이 터지게 될 때 기어코 빚을 갚아 주기로 하지." 설산파의 사람 중 키가 좀 작은 사람이 입을 열었다. "우리들의 재간이 당신보다 못하여 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같이 빈 정거리는 말투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오? 외상장부에 기재하다니, 차 라리 시원스럽게 나에게 일 검을 찌르도록 하시오.
누가 귀찮게시리 외상장부에 기재해 두었다가 나중에 갚겠소?" 이 사람은 왕만인(王萬人)이라는 사람이었다.
이 때 그는 두손에 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와 같은 말 을 하는 것을 보면 목숨을 이미 상대방의 수중에 맡기겠다는 것이 분 명했다.
그의 동문 사형제들은 일제히 호통을 쳐 말리려고 했으나 그는 단숨 에 그와 같이 지껄인 것이다.
사연객은 그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좋아!" 그는 왕만인의 장검을 뽑아들고 앞으로 찔러갔다.
왕만인은 급히 뒤 를 향해 몇 자 밖으로 몸을 날렸다.
일 검을 피해 보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찔러오는 검은 지극히 빨 라 왕만이이 허공에 떠 있는 순간에 어느덧 그의 가슴팍에 이르러 있 었다.
왕만인은 가슴 속이 서늘해져 고개를 숙여보는 순간, 그만 아,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가슴 한복판에는 이미 커다란 구멍이 나있었다.
알고보니 사연객이 손목을 약간 비트는 순간, 검끝으로 그이 옷자락 에 구멍을 낸 것이었다.
밖으로부터 안으로 파여진 구멍은 세 겹의 옷에 똑같은 크기의 구멍 이 나 있었고 살이 훤히 드러나게 되었다.
만약 사연객이 조금만 팔에 힘을 더 주었더라면 왕만인의 심장은 이미 도려내지게 되었을 것이다.
왕만인은 그만 안색이 잿빛으로 되어서는 멍청해지고 말았다.
안봉일은 충심으로 탄복하며 갈채를 보냈다. "훌륭한 검법입니다!" 물론 석청 부부도 사연객이 방금 펼쳐 낸 그 일초를 해낼 수는 있었 다.
그러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디를 찌르는지를 알게 하면서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재빠르다는 것은 석청과 민유로서도 흉내를 낼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놀란 시선으로 서로 쳐다본 후 똑같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은 무공은 정말 절묘하구나.
과연 불가사의할 정도이다.' 사연객은 껄껄 웃으며 걸음을 옮겨 떠나려 했다.
그 때 설산파의 한 젊은 여자가 갑자기 부르짖었다. "사선배님, 잠깐만!" 그러자 사연객은 귀찮은 듯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왜 그러는 것이오?" 그 여인은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귀하가 손에 사정을 두어 저의 왕사형을 해치지 않은 데 대해 저희 설산파 제자들은 한결같이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녀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그런데 사 선배님이 가져간 그 쇳조각이 정녕 현철령인가요?" 사연객은 얼굴에 오만한 빛을 띄우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또 어쩔 셈이오?" 그러자 그 여인은 말했다. "만약에 현철령이 아니라면 여러 사람들이 다시 또 찾을 거예요.
그 러나 현철령이라면 사 선배님의 잘못을 지적하고 싶어요." 사연객은 갑자기 얼굴에 푸른 기색을 짙게 띄웠으나 곧 거두었다.
경만종(耿萬鐘)이 호통을 질렀다. "화(花) 사매,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마시오!" 뭇사람들은 평소 사연객의 성격이 잔인하여 사람을 잘 죽이며 위인됨 이 어떤 때는 매우 올바른 짓을 했다가 때때로 사악한 짓을 저지른다 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모든 일을 자기 기분 내키는대로 하는 사람이었고, 흑도든 백도 든 간에 그의 손아래 숨을 거둔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 그는 열 사람의 포위 공격을 받고도 그 어느 한 사람에 게도 상처를 입히지 않은 것이다.
이는 그야말로 일찍이 한번도 없었 던 자비심을 베푼 것이었다.
설산파의 여제자인 화만자(花萬紫)의 성격은 꼿꼿하다고나 할까, 아 니면 분수를 모른다고나 할까? 상대방을 꼬집고 나섰는데 이렇게 되자 설산파의 동문들은 경악하게 되었고 석씨 부부도 그녀의 이같은 행동에 손바닥에 땀을 쥐지 않을 수 없었다.
사연객은 쇳조각을 쳐들며 낭랑히 읊었다. "현철령으로 부탁하면 반드시 들어주리!" 그는 그 쇳조각을 뒤집어 보이고 나서 다시 그 뒤에 적힌 글을 낭랑 히 읽었다. "마천애 사연객이 선포하노라!" 이어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설명을 했다. "이 현철령은 칼이나 검으로 깨뜨릴 수 없는 것으로 천하에 보기 드 문 것이오." 그는 땅바닥에서 한 자루의 장검을 뽑아들더니 그 쇳조각을 내려쳤 다.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장검이 두 동강 나고 말았으며 앞쪽의 장검 끝 이 퉁겨져 날아갔다.
하지만 그 시커면 쇳조각은 흠집 하나없이 멀쩡 했다.
곧이어 사연객은 안색을 굳히더니 날카롭게 외쳤다. "그런데 내가 왜 잘못했다는 거지?" 여검객 화만자는 말했다. "후배는 강호의 친구들로부터 사 선배님에게는 세 조각의 현철령이 있어 과거 세 분의 은혜를 베푼 친구에게 주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현철령을 갖고 와서 친히 사 선배님에게 부탁을 하면 어 떠한 부탁이라도 들어준다는 것인데 그 소문이 틀림이 없겠죠?" 이에 사연객은 득의 양양한 음성으로 말했다. "맞았소.
그 일은 무림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지." 그는 매우 의기양양해 하는 표정이었다.
화만자는 다시 말했다. "그 세 조각의 현철령 가운데 두 조각은 이미 사 선배님의 손으로 돌 아가게 되었고 따라서 무림에서는 경천동지할 대사건이 두번 발생했다 고 들었습니다.
따라서 이 현철령은 최후의 한 조각인데 그렇지 않습 니까?" 사연객은 무림에서 그로 인해 두 번의 경천동지의 대 사건이 발생했 다는 말에 약간 기분이 좋아져서 안색을 누그러뜨리고 부드러운 어조 로 말했다. "맞았소.
세번째 현철령을 가져간 그 친구의 무공은 매우 고강하여 별로 처리하기 힘든 일이 없었으니 물론 나에게 부탁할 일도 없었지.
이 영패는 그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또 자녀가 없어 세상을 떠난 후에 영패가 어디로 가게 되었는지 찾을 수도 없었던 것이오."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이 몇 년간 모두들 죽어라 하고 세번째 현철령을 찾았는데 물론 그 목적은 이 사가에게 어떤 큰일을 시키려는 것이었지." 이어 그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 그런데 뜻밖에도 오늘 수월하게 내가 이 현철령을 거둬들이 게 되었소.
강호의 친구들은 약간 실망을 하겠으나 나는 오히려 당신 네들의 재앙을 해소시켜 주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오." 그는 발을 뻗어 오도통의 시체를 수 장 밖으로 걷어차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예를 들어 설명해드리겠소.
이 시체의 주인 공은 비록 현철령을 얻었으나 나의 얼굴을 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 지.
따라서 영패를 나의 손에 쥐어주기 전에 그 자신은 뭇사람의 표적 이 되어야 했고 또 뭇사람 가운데 그를 죽이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없 고, 그의 손에 들어간 영패를 수중에 넣지 않으려는 사람이 없었오." 이와 같이 말한 그는 슬쩍 석청 부부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현소장의 석 장주 부부가 평소 어질다는 평판이 자자한 분인데도 속 된 욕심을 떨쳐버리지 못했으니 다른 사람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소? 하하!!" 최후의 몇 마디는 비웃음이 가득 서려 있었다.
석청은 그와 같은 말 을 듣자 그만 얼굴이 시뻘개지고 말았다.
평소 그는 뭇 사람들에게 매우 겸손하며 예의도 바랐다.
그러나 무공 이 고강하고 또한 명성이 자자해서 한번 말을 꺼내면 그 말을 반박하 는 사람이 드물었다.
한데 이번에 사연객의 핀잔과 비웃음을 듣게 되었으니 이치로 따지든 힘으로 따지든 간에 대항할 수가 없었다.
평소 오만한 그는 갑자기 좌 절을 당하게 되자 실로 창피하기 이를 데 없었다.
민유는 석청의 안색을 살핀 뒤 남편이 만약 검을 뽑고 함께 달려들 뜻을 보인다면 즉시 행동으로 옮겨 사연객과 사생결단을 내려고 했다.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같은 창피를 좀처럼 참아 내기란 힘든 것이었다.
그런데 사연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석장주 부부는 영웅호걸이외다.
이 현철령을 당신네들이 가져왔다면 노부에게 한 가지 어려운 일을 시킬 것이고 약간 수고를 한다 해도 그 만이겠으나 만약 몰염치한 소인이 가져가 노부에게 스스로 사지를 자 르라고 하던지 죽지도 살지도 못할 정도로 나를 몰아세우거나 아니면 자살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오.
내가 자살을 하지 않겠다면 바로 부 탁에 반드시 응한다는 맹세를 저버리는 것이 아니겠소?"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설명을 했다. "어찌 되었든 노부의 운이 나쁘지 않아 힘들이지 않고 현철령을 거둬 들이게 되었소.
핫핫핫!" 그는 크게 웃었는데 그 웃음소리에 지붕 위의 기왓장이 들썩들썩했 다.
화만자는 낭랑히 외쳤다. "과거 사 선배님은 독하기 이를데 없는 맹세를 남겼다고 하더군요.
누구의 손에서 그 영패를 받든지 간에 상대방이 요구하는 일을 해주겠 다고 했으며 설사 상대방이 칠대에 걸친 원수라 해도 그를 손가락 하 나 다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요?" 그녀는 나이 어린 거지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 영패는 저 꼬마 형제의 손에서 받아낸 것인데 어째서 저 형제에 게는 어떤 부탁할 말이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으세요? 그에게도 혹시 어떤 부탁이 있을지 모르잖아요?" 사연객은 퉤, 하고 침을 뱉더니 말했다. "저 어린 거지가 무엇인데 이 사연객이 저 거지의 말을 들어야 한다 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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