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김용) - 7편 (7/82)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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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김용) - 7편 (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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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공을 겨루는 것은 위험하기 그지 없으며 강한 자는 살아남지만 약한 자는 패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의 내공이 별 차이가 없으면 죽을 때까지 겨뤄야 비로소 승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이며 나중에는 손을 멈추고 양보하고 싶어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바로 내공의 겨룸인 것이다.
경만종은 부득이 석청과 겨루지 않을 수 없어 내심 절망감을 맛보았 다.
그가 어떻게 석청과 겨룰 수 있겟는가? 그러나 뜻밖에도 석청은 두칼을 경만종의 손아귀에 쥐어주며 웃었다. "우리들은 형제와 다름없는 사이이오.
어찌 우애를 손상할 수 있겠 소? 그럼 이만 작별합시다." 경만종은 조금전에 석청이 조금만 힘을 주었다면 자기는 이미 피를 토하고 즉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렸 다.
그는 멍하니 쌍검을 받아들고 서서 온 얼굴 가득 부끄러움을 담고 무 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고 있었다.
석청은 민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매, 우리는 변량성으로 갑시다." 민유는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사형, 그 애가......" 석청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 말을 가로챘다. "차라리 견이처럼 한 칼에 살해당했으면 좋았을 것을!" 민유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사형, 어떻게 그런 말을......" 석청은 그녀의 손을 잡고 백마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그녀를 부축하 여 말에 태웠다.
설사파의 제자들은 그녀의 가련한 모습을 보고 저 여자가 과연 강호 를 떨어 울리는 빙설신검인지 의문스러울 지경이었다.
설산파의 여검객 화만자는 현소쌍검(玄素雙劍) 석청 부부가 말을 몰 아 떠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자기도 모르게 측은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때 왕만인이 가만균의 탈골된 손목뼈를 맞춰주고 있었다.
가만균은 연신 빌어먹을이니 제미랄이니 욕을 해대고 있었다.
화만자는 그 광경을 보자 눈살을 찌푸리며 경만종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경 사형, 이번에 모든 일이 꼬이기만 하는군요." 경만종은 말했다. "꼬이는 게 당연하다.
상대방의 무공이 얼마나 고강한지 너도 보았 지? 우리 일곱 명이 힘을 합쳐도 그들을 당해낼 수 없으니 할 수 없 다.
그들의 무기를 압류했으니 능소성으로 돌아가도 할 말은 있는 셈 이다." 말을 하면서 그는 흑백쌍검을 검집에서 뽑아보았다.
백검은 얼음과 같이 싸늘한 한기를 뿜어냈고 흑검은 먹처럼 새까만 빛을 뿜어냈다.
그 싸늘한 광채가 발산되자 살을 에이는 듯한 통증이 뼈속으로 스며 드는 것 같았다.
정말 보기 드문 희세의 보검이었다.
경만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진짜로구나!" 화만자는 그와 같은 보검을 감탄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 다. "검은 물론 진짜예요.
우리들이 사람을 잡아두지 못했는데 이 두자루 의 보검을 능소성까지 무사히 가져갈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되겠죠." 경만종은 흠칫해서 물었다. "화 사매, 어째서 그와 같은 말을 하지?" 화만자는 말했다. "작년 어느날 소매가 백 사형 부부와 잡담을 나누며 천하의 보검과 보도를 논한 적이 있어요.
마침 옆에 있던 석중옥이란 개잡종이 끼여 들어 말하기를 자기 부모의 흑백쌍검이 천하에서 으뜸이라고 했어요.
석중옥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 부부는 흑백쌍검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 긴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그들은 아들인 자기를 대설산으로 보내 무공 을 배우게 하느라고 몇 년씩 떼어놓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만 한시도 흑백쌍검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런데 석장주가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보검을 우리에게 맡기긴 했지만 만약 어떤 수작을 부려 보검을 훔쳐간 후 훗날 능소성으로 찾아와 우리들에게 보검을 내달라 고 한다면 일이 매우 난처하게 되지 않겠어요?" 가만균이 그 말을 받았다. "우리 일곱 사람이 철통 같은 수비로 보검을 지키고 있을텐데 그들이 무슨 재주로 보검을 훔쳐간단 말이오?" 경만종은 잠시 생각해보고 말했다. "화 사매의 말이 옳네.
결코 쓸데없는 일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 라고 생각되는군.
석청이라는 사람은 만만한 인물이 아닐세.
그러니 우리들이 신중히 경계를 해야 할 것이네." 왕만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매사를 조심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일이오.
오늘부터 우리 여섯 사람의 남자들이 매일 밤 차례로 보검을 지키기로 합시다."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물었다. "경 사형.
그 석가가 변량으로 간다고 했는데 우리들은 그자의 뒤를 ㅉ아서 가는 것이 좋겠소? 아니면 다른 길로 앞질러 가는 것이 좋겟 소?" 경만종은 변량으로 가지 않는다면 자기들이 상대방에게 겁을 집어먹 은 행위라고 생각되었다.
더군다나 변량은 이름난 큰 성인데 이곳까지 왔다가 그 성안으로 들어가 구경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소심한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보검을 가지고 변량으로 가는 것은 역시 위험을 자처하는 일인지라 일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였다.
별안간 호통소리가 들려오며 저쪽에서 한 떼의 관졸이 나타났다.
네 명의 가마꾼이 파란색 가마를 메고 달려오고 있었다.
아마도 관가 에서 사람이 나온 모양이었다.
후감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으니 조 사를 하러 나온 모양이었다.
경만종은 살인 사건이 발생한 이때 자기들이 무기를 들고 이곳에 모 여 있는 것은 의심을 받기 쉬우며 관가와 충돌을 하게 된다면 귀찮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는 급히 말했다. "자 빨리 가자!" 일곱 명의 설산파 제자들이 재빨리 그곳에서 떠나려 할 때 한 명의 관졸이 갑자기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살인강도를 놓지지 마라! 살인강도들이 도망을 치려고 한다!" 경만종은 관졸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휘둘러 여러 사람에게 빨리 가자고 재촉을 했다.
그때 관졸의 날카로운 외침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살인자의 이름은 백자재(白自在)이며 설산파의 늙어도 죽지 않는 장 문인(掌問人)이라고 했다.
무위무덕(無爲無德)한 백자재야! 이 못된 놈들아! 떼를 지어 다니며 남의 재물을 빼앗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 는다니, 정말 흉악하구나! 저놈들을 잡아라!" 설산파의 제자들은 그와 같은 말을 듣고 놀람과 분노로 인해 온몸의 솜털이 빳빳이 곤두섰다.
그들의 사부 백자재는 별호가 위덕 선생(爲德先生)이었다.
관졸이 그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만 해도 불경스러운 데 감히 무위무덕이라고 비꼬지 않는가? 왕만인이 휙, 하니 장검을 뽑아들고 부르짖었다. "이 개같은 벼슬아치들이 너무 무례하구나.
너의 혀바닥을 잘라 놓고 말겠다." 경만종은 황급히 말했다. "왕 사제.
잠깐! 관가의 사람이 어떻게 사부의 별호와 함자를 알고있 지? 이는 어떤 자의 교사를 받았을 것이네." 그는 몸을 날려 앞으로 나아가 포권을 취하고 허리를 굽히며 물었다. "어느 나으리께서 이곳까지 왕림하셨소?" 이때였다.
별안간 칙, 하는 소리가 나면서 가마 안에서 한 알의 암기 가 날아나왔다.
그 암기는 바로 그의 허벅지 옆에 있는 복토혈(伏兎穴)을 적중시켰 다.
이 암기는 무척 가늘고 작은 것이었으나 위력은 굉장했다.
경만종은 그만 다리에 맥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 힘없이 옆으로 쓰러 졌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은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장검을 사력을 다해 가 마 안으로 번개같이 던졌다.
그가 쓰러지긴 했어도 그가 펼쳐낸 학비구천(鶴飛九泉)의 위력은 역 시 정확하고 매서웠다.
쉭, 하는 소리와 함께 장검은 가마의 휘장을 뚫고 안으로 날아들었다.
틀림없이 가마 안에서 암기를 날린 사람을 정통으로 찌른것 같았다.
그는 속으로 매우 기뻐했다.
그러나 네 명의 가마꾼은 아무 일도 없 다는 듯 여전히 가마를 떠메고 나는 듯이 달려왔다.
다음 순간이었다.
갑자기 한가닥 채찍이 가마 안에서 뻗쳐나와 왕만 인의 왼쪽 다리를 휘감는 것이 아닌가! 곧이어 그 채찍이 당겨졌다가 떨쳐지자 왕만인의 몸이 허공에 붕떠오 르게 되었다.
그 순간 채찍은 날쌔게 그가 들고 있떤 묵검(墨劍)을 휘감아 가마 안 으로 끌어들이고 마는 것이 아닌가! 화만자는 그 광경을 보고 큰소리로 외쳤다. "석 장주이십니까?" 이렇게 외치면서 그녀는 백검을 검집에서 뽑아내어 말채찍을 자르려 고했다.
찍, 하는 가벼운 음향과 함께 더불어 가마 안에서 다시 한개 의 암기가 날아나와 그녀의 손목에 적중되었다.
그녀는 손목에 격렬한 고통을 느끼고 그만 백검을 놓치고 말았다.
옆에 있던 동문 사형이 재빨리 팔을 뻗어 백검을 꽉 잡았다.
그러나 가마 안에서 다시 한 줄기 물체가 유성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나와 그의 머리를 휘감아 버리는 것이 아닌가? 갑작스런 기습에 눈앞이 캄캄해진 그는 깜짝 놀란 나머지 급히 뒤로 몸을 날렸다.
그런 연후에 머리에 씌워진 것을 벗기고 땅바닥에 내팽 개쳤다.
알고보니 그것은 관원이 쓰던 모자였다.
그 순간 가마 안에서 뻗쳐나온 채찍은 다시 백검을 휘감아서 가마 안 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닌가? 가만균등은 큰소리로 부르짖으며 가마의 뒤를 쫓았다.
그러자 가마 안에서 예리한 파공을 대동한 암기가 끊임없이 격사되어 나왔다.
어떤 것은 그들의 얼굴을 향해 격사되어 왔고 어떤 것은 그들의 허리 께를 향해 쏘아졌다.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라 암기를 피할 수가 없었 다.
그 암기들은 요혈을 적중시키지는 못했으나 몸에 맞자 여간 아픈 것 이 아니었다.
여러사람들이 암기를 자세히 살펴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알고보니 가마 안에서 격사되어 나온 암기는 구리단추가 아닌가? 옷차락에서 금방 떼어낸 것이 분명했다.
설산파의 제자들은 가마 안의 그 사람이 반드시 석청일 것이라고 생 각했다.
아니, 석청 부부가 다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 약에 그들이 힘을 합쳐 협공을 가한다고 해도 역시 석청 부부에게 패 한다는 것은 기정사실 아닌가? 가만균은 노하를 참지 못하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 "흥! 이제 보니 석가 집은 모두 형편없는 놈들만 사는군! 아들 녀석 은 천하에 둘도 없는 색마이고 그 애비는 수치라고는 전혀 모르는 몰 염치한 인간이군!" 그는 빨갛게 상기된 채 씩씩거리며 말을 이었다. "마치 커다란 선심이라도 쓰는 것 처럼 흑백쌍검을 맡겨 두겠다고 얘 기한 지 채 한 시각도 못 되는데 암기를 사용하여 보검을 도로 탈취해 가는 몰염치하고 비열한 작자군." 왕만인은 유유히 사라져가는 가마를 향해 고래고래 악을 썼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발을 동동 구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천하에 둘도 없는 날강도놈아!" 이때 경만종이 침중한 음성으로 그의 말을 가로챘다. "이 일으 더 이상 떠들어 보았자 우리 설산파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밖에 안되네.
그러니 더이상 여기서 왈가왈부하지 말고 본파로 돌아 가서 자세한 것은 사부님께 말씀드리고 적절한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 세." 일이 이 지경이 되자 설산파 제자들은 심한 좌절감에 빠졌다.
능소성 일대에서 크게 위맹을 떨쳐온 그들인지라 창피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설산파의 무공을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이번 일로 인해 크게 망신을 당하고 만 셈이었다.
그들은 각기 길게 한숨만 토할 뿐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마는 수마장을 전진해 가더니 작은 길로 접어들었다.
가마를 메고 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소리가 조금씩 낮추어졌다.
이때였다.
가마 안에서 말채찍이 쭉 뻗쳐나오더니 휙휙, 휘둘러졌다.
그런가 하 면 곧이어 그 채찍은 앞의 가마꾼의 등을 세차게 후려쳤다.
그러자 앞 의 가마꾼이 걸음을 빨리 하니 뒤에 따라가던 가마꾼도 걸음을 빨리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명의 관졸들은 뒤에서 따랐다.
가마는 어느새 네 마장을 전진했다.
이때서야 가마 안의 사람이 입을 열었다. "됐다.
멈추어라." 네 명의 가마꾼은 마치 대사면을 받은 사람처럼 숨을 헐떡이며 가마 를 내려놓았다.
가마의 휘장이 들춰지고 한 사람의 늙은이가 걸어나왔다.
늙은이는 바로 현철령의 주인 사연객이었으며 그의 손에 붙잡혀 있는 사람은 바 로 그 나이 어린 거지였다.
그는 몇 명의 관졸에게 호통을 쳤다. "돌아가서 너희들 관장(官長)에게 오늘의 일을 퍼뜨리지 말라고 전해 라.
어떠한 소문이라도 듣게 된다면 너희들의 머리통을 모조리 베어버 리고 관인(官印)을 황하(黃河)에 던져버리고 말 것이다." 관졸들은 그 말을 듣자 겁에 질린 표정을 허리를 굽신거렸다. "알겠습니다.
절대로 입을 열지 않겠으니 나으리께서는 아무 염려마 시고 천천히 떠나도록 하십시오." 사연객은 버럭 고함을 질렀다. "나더러 천천히 떠나라고? 흥! 네놈들은 동료들을 불러서 나를 사로 잡겠다는 것이냐?" 그러자 한 명의 관졸이 재빨리 말했다. "아, 아닙니다.
저희들이 어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사연객은 두 눈에 흉광을 번뜩이며 말했다. "너희 관장에게 전하라고 한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겠지?" 그러자 관졸은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기억하고 말굽쇼.
후감집에서 호떡 장사를 하는 늙은이와 잡화가게 의 사환을 죽인 백자재라는 늙은이는 설산파의 장문인이며 별호는 위 덕선생이라고 하나 실제에 있어서는 아무런 위엄도 덕망도 없는 사람 이며 무기는 한 자루의 칼인데 칼에는 피가 묻어 있었습니다, 하고 보 고하는 것입죠.
그렇게 된다면 인증물증(人證物證)이 모두 있으니 그 늙은이도 억지를 쓰지는 못할 것입니다." 관졸은 먼저 사연객에게 얻어맞아 두렵기 때문에 인증물증을 들먹인 것이며 칼로 증거를 삼는 것은 그들의 상투수단이었다.
사연객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백 늙은이는 검을 사용하지 칼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러자 그 관졸은 재빨리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 백가 범인은 청강검(靑鋼劍)을 들고 있었으며 호떡 파는 늙은이의 몸을 찔렀습니다.
후감집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보았습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되겠지요?" 사연객은 속으로 웃었다. '위덕선생 백자재가 정말 오도통을 죽이려고 했다면 무기를 사용할 필요도 없지.' 그러나 그는 그와 같은 관졸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왼손으로 어린 거지의 손을 잡고 오른손에는 석청부부의 흑백쌍검을 들고 그곳을 떠 나갔다.
그는 매우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
원래 그는 어린 거지를 데리고 간 후 석청부부와 설산파 제자가 자기에게 어떤 불리한 일을 할까 봐 수 마장을 달려나간 후 어린 거지의 혈도를 짚어 풀밭에 던져버리고 살그 머니 돌아와 그들이 주고받은 말을 듣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무공이 석청보다 훨씬 뛰어났기 때문에 나무 뒤에서 숨어서 그 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으나 석청과 민유등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이다.
사연객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모든 것이 자기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석청이 쌍검을 경만종에게 주는 것을 목격하고는 쌍검을 빼앗아 와야겠다고 작정을 했다.
그리하여 풀밭으로 되돌아가 어린 거지를 잡 아 일으켜서 그의 혈도를 풀었다.
마침 이때 저쪽 길에서 후감집으로 사건을 조사하러 하는 지현(知縣) 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즉시 지현을 가마 안에서 끌어내고 관졸들과 가마꾼들을 위협했다.
그리하여 관졸들과 가마꾼들이 그와 어린 거지 를 태워서는 쌍검을 빼앗는데 한몫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경만종은 가마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지 못했는지라 필시 석청 부부의 수작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사연객은 어린 거지를 붙잡고 황량한 곳으로만 걸어갔다.
어느덧 조 그만 시냇가에 이르게 되었다.
사방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그는 어린 거지의 손을 놓고 민유의 백검을 뽑아 어린 거지의 목에 갖다대고 날카롭게 외쳐 물었다. "도대체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말해라.
만약 한마디라도 거짓말을 했다간 네 놈을 즉시 죽이고 말겠다.!" 그는 백검을 휘둘렀다.
싹, 하는 가벼운 음향과 함께 옆의 조그마한 나무가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반토막의 나무는 가지 및 잎과 더불어 냇물에 떨어져 물길을 따라 흘러갔다.
어린 거지는 그것을 보자 겁먹은 음성으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나는......누구의......지시도......받지 않았어요." 사연객은 현철령을 꺼내 들고 호통쳐 물었다. "이것은 누가 준 것이지?" 어린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호떡을 깨물었더니......그속에 있었어요." 사연객은 대노했다.
왼손을 번쩍 들어 그의 얼굴을 후려치려는 순간 이었다.
그는 현철령을 자기에게 건네준 사람에게 손찌검을 해서는 안된다는 과거의 맹세를 상기하고 재빨리 손을 거둬들이고는 호통을 내질렀다. "터무니 없는 소리! 무슨 호떡이란 말이냐? 내가 지금 묻고 있는 것 은 누가 이 물건을 너에게 주었느냐 하는 것이다." 어린 거지는 그의 호통소리에 사색이 되어 말을 이었다. "저는 땅바닥의 호떡을 주워 먹었어요.
그런데 한번 깨물자마자 하마 터면...
이빨이 부러져 나갈 뻔 했지 뭐에요...." 사연객은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오도통 녀석이 이 쇳조각을 호떡 속에 숨긴 것이 아닐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은 너무 어처구니 없는 행동같았다. '천하에 그와 같이 우연한 일이 있을 리가 없다.
그 녀석이 이 현철 령을 손에 넣었다면 자기 목숨보다 더욱 아꼈을 것인데 어찌 호떡 속 에 넣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는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금도채의 인 마가 갑자기 나타나 후감집의 사면을 에워싸자 오도통은 달리 그 현철 령을 숨길만한 장소를 찾을 여가가 없었다.
그리하여 어찌할 수 없어 현철령을 호떡 속에 넣어서는 금도채의 소두형에게 내밀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은 크게 노해서 호떡을 집어 드는 즉시 내어던 지게 된 것이고, 곧이어 금도채의 졸개들이 호떡가게를 모조리 뒤엎어 버릴 듯 찾았으나 땅바닥에 떨어진 호떡 속에 현철령이 들어 있으리라 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연객은 한참 동안 어린 거지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너의 이름이 뭐지?" 어린 거지는 머뭇거리더니 이내 대답했다. "저는......개잡종이라고 해요." 사연은 크게 의아하여 물었다. "뭐야? 개잡종이라구?" 어린 거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요.
저의 어머니는 저를 개잡종이라고 불러요." 성격이 괴퍅한 사연객은 일년 열두 달 동안 별로 웃어본 적이 없었 다.
그런데 어린 거지의 그와 같은 말을 듣게 되자 그만 배꼽을 움켜잡고 웃는 것이었다.
그는 웃으면서 생각했다. '세상에 자기 아이에게 천한 이름을 지어주는 부모들은 흔히 있다.
무럭무럭 자라나 귀신의 질투를 받지 않도록 하려는 뜻에서 개똥이니 돼지니 하는 이름을 붙이지만 자기의 애를 개잡종이라고 부르는 사람 이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그의 어머니가 그렇게 불렀다니, 아이고! 정말 우습다.' 어린 거지는 그가 웃자 이유도 모르고 따라서 헤헤 웃었다.
사연객은 갑자기 웃음을 그치고 물었다. "너의 아버지 이름은 뭐지?" 어린 거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저의 아버님요? 저는 아버님이 없는 걸요." 사연객은 계속 물었다. "그럼 집에 또 어떤 사람이 있지?" 어린 거지는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저와 어머니, 그리고 아황입니다." 사연객이 물었다. "아황이 누구냐?" 어린거지는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황은 한 마리의 누런 개입니다.
어머님이 보이지 않게 되자 어머 님을 찾으러 나서게 되었는데 아황도 저의 뒤를 따라왔지요.
그런데 배가 고프게 되자 음식을 먹으러 저의 곁을 떠난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사연객은 속으로 생각했다. '알고보니 좀 바보같은 아이로군.
아루래도 이 현철령을 얻게 된 것 은 우연인 것 같다.
나에게 어떤 부탁을 한가지 하도록 하여 옛날의 맹세를 저버리지 않고 일을 끝내야겠군.' 이리하여 그는 물었다. "너는 노부에게 무슨 부탁할......"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이 녀석이 만약 나에게 그의 어머니를 찾아내라든가 그 개새끼를 찾 아 달라고 하면 어디 가서 찾지? 그의 어머니는 반드시 다른 사내를 따라 도망을 쳤을 것이고 아황은 벌써 보신탕이 되고 말았을 터인데 그와 같은 부탁을 하게 된다면 정말 큰 일이지.
일곱 명이나 여덟 명 의 무림고수를 죽이는 것보다도 더욱 힘드는 일이 아니냐 말이다.' 이와 같은 생각이 들어 잠시 망설이다가 생각나는 것이 있어 다시 말 을 이었다. "좋아! 나는 너에게 말하겠는데 누가 너보고 나한테 무슨 말을 하라 고 했을 때 너는 그 말을 들어선 안돼! 그렇지 않으면 나는 즉시 너의 머리를 뎅강 잘라버리고 말겠다.
알겠느냐?" 어린 거지가 현철령을 자기의 손에 넘겨준 일은 얼마후 무림에 퍼지 게 될 것이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이 어린 거지를 꼬여서 자기에게 어떤 부탁을 하 도록 한다면 과거의 맹세 때문에 거절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
어린 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사연객은 안심을 하고 다시 물었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어린 거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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