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김용) - 8편 (8/82)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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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김용) - 8편 (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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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그 누가 나보고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라고 시킨다면 입을 열지 말 것이며, 내가 말을 하면 나의 목을 뎅강 자르겠다고 했잖아 요?" 사연객은 말했다. "그렇다.
이제보니 네 녀석은 아주 바보는 아니구나.
기억력이 꽤 괜 찮은데 그래.
만약에 네가 백치라면 정말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을 게야.
너는 나를 따라오너라." 그는 황량한 곳에 큰길로 나섰다.
그들은 길옆의 어느 조그만 국수집으로 들어갔다.
사연객은 두개의 만두를 시켜서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린 거지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천천히 만두를 씹으면서 감탄을 연발했다. "맛있군.
맛이 매우 좋군!" 그는 왼손으로 다른 만두를 쳐들고 어린 거지의 앞에서 들어보였다. '이 아이는 남에게 빌어먹는 것이 습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내 가 만두를 먹게 된다면 그만 먹고 싶어서 나에게 하나 달라고 하겠지.
내가 만두를 그에게 주게 된다면 현철령으로 인한 나의 약속은 지켜지 는 셈이니 나는 자연히 자유자재로 이 세상을 다닐 수 있게 될 것이고 다시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현철령에 얽힌 커다란 일을 하나의 만두로 해결한다는 방법은 터무니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와같은 어린 거지를 상대할 때는 문제가 달 랐다.
거지를 상대로 했을 때 한개의 호떡이나 만두로써 끝낼 수도 있는 것 이다.
한데 나이 어린 거지는 만두를 쳐다보며 끊임없이 침을 삼키면 서도 좀처럼 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사연객은 그의 입에서 만두를 달라는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나 의 만두를 다 먹고 두번째 만두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다시 그는 찜통 속으로부터 하나의 만두를 더 집어들려고 했다.
그때 나이 어린 거지가 갑자기 가게 주인에게 말했다. "나도 두 개의 만두를 먹겠어요." 그는 찜통 안으로 손을 넣었다.
가게 주인은 사연객을 보았다.
혹시 사연객이 주지 말라면 어쩌나 싶 어 그의 대답을 들으려는 것이었다.
사연객은 속으로 무척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가게 주인이 너에게 돈을 달라고 하게 된다면 네가 나에게 부탁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지.' 그런데 어린 거지는 하나를 먹고 다시 하나를 더 먹었다.
한꺼번에 네 개의 만두를 먹고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이젠 배가 불러요.
이제 그만 먹겠어요." 사연객은 두 개를 먹고 더 먹지 않았다.
그는 주인에게 물었다. "얼마요?" 주인은 계산을 하고 대답했다. "하나에 이푼이니 여섯 개니까 십이푼입니다." 사연객은 말했다. "아니오.
각자가 먹은 것을 치르는 것이외다.
내가 두개를 먹었으니 네 푼만 주면 되는 것이오." 그는 품 속에서 동전을 꺼내려고 했다.
헌데 주머니 안이 텅 비어 있었다.
낮에 변량성 밖에서 술을 먹느라고 은자와 동전을 모조리 써버린 것 이다.
몸에는 적지 않은 금조각이 있었으나 변량성에서 은으로 바꾸는 것을 깜빡 잊고 말았던 것이다.
이와 같은 길옆의 조그만 가게에서 금을 꺼 내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만 난처해지고 말았 다.
그런데 갑자기 어린 거지가 품속에서 한 덩이의 은을 꺼내 주인에게 내밀었다. "모두 십이 푼이라고 했죠? 내가 모두 드리겠어요." 사연객은 어리둥절했다. "뭐라구? 네가 한턱을 내겠다는 거냐?" 어린 거지는 웃으며 말앴다. "당신은 돈이 없고 나는 돈이 있으니 당신한테 한턱 낸들 무슨 상관 이 있겠어요?" 그 가게 주인도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다.
주인은 놀라 거스름돈을 계 산하여 은자와 동전을 어린 거지에게 내주었다.
어린 거지는 그것을 품 속에 집어넣고 사연객을 쳐다보며 그의 분부 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사연객은 그만 어이가 없었다. '나 사연객은 남에게 쌀 한톨의 은혜도 입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오늘 이 어린 거지에게 만두를 얻어 먹게 되었구나.'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물었다. "너는 내가 돈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어린 거지는 웃으면서 말했다. "며칠 전 시장에서 주머니의 돈을 꺼낸답시고 손을 집어넣은 사람이 반나절 동안 그 손을 뽑아내지 못하는 것을 보았는데 열굴표정이 매우 야릇했어요.
그것은 바로 돈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모양을 본 반점의 주인은 남의 음식을 공짜로 먹는 사람은 모두 그런 수작을 부린다고 하더군요." 사연객은 다시 한번 쓴웃음을 머금지 않을 수 없었다. '이녀석이 나를 공짜로 얻어 먹는 사람으로 아는가 보구나.'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물었다. "너는 그 은자를 어디서 훔쳤느냐?" 어린 거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했다. "훔치다뇨? 조금 전 백의를 입은 어진 아주머니가 나에게 준 거예 요." 사연객은 말했다. "백의를 입은 아주머니라구?" 그는 곧 민유를 떠올렸다. '그 여인이 내 일을 망친 셈이군.' 두 사람은 가게에서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수십 마장을 걸어가자 사연객은 민유의 그 백검을 쳐들고 말했다. "이 검은 매우 예리하다.
조금전 가볍게 휘둘렀는데 나무가 잘라졌 다.
너는 이 검이 마음에 안 드느냐? 네가 달라면 내가 너에게 주지." 그는 실로 더럽기 짝이 없는 이 어린 거지와 더 오래 있고 싶지가 않 았다.
그는 빨리 어떤 부탁을 들어주고 홀가분해지고 싶었다.
그 어린 거지는 뜻밖에도 고개를 흔들었다. "싫어요! 그 검은 그 착하신 아주머니 것이에요.
그 분은 좋은 사람 이니 그녀의 물건을 달라고 할 수 없어요." 사연객은 다시 흑검을 뽑았다.
그는 뽑는 즉시 옆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두 동강이 나게 베어 넘기 고 말했다. "이 검의 위력이 어떠냐? 이 흑검을 너에게 주겠다." 어린 거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은 흑의를 입은 분의 것이 아니에요? 흑의인과 착하신 아주머니 는 일행이었어요.
나는 그의 물건을 달라고 할 수가 없어요." 사연객은 퉤, 하고 침을 뱉었다. "개잡종! 너는 퍽 의리를 좋아하는 녀석이구나." 어린 거지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는지 반문했다. "의리가 뭐에요?" 사연객은 코웃음치고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 것도 모르는 너를 상대해 보았자 헛것이지.' 거지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알고보니 당신은 의리를 싫어하는가 보군요?" 사연객은 어린 거지의 당돌한 질문에 화가 났다.
푸른 기운이 그의 얼굴에 번쩍하며 떠올랐다.
그는 대뜸 손을 들어서 어린 거지의 정수리를 내려치려고 했다.
그러다가 그의 천진난만한 얼굴 표정을 보자 그만 자기도 모르게 손 을 거둬 들이고 말았다. '내가 어찌 너에게 손을 쓰겠느냐? 너는 의리가 무엇인지도 모르니 일부러 나를 비웃으려고 하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그는 의리를 싫어한다는 말을 의리를 지키기 싫어한다, 즉 의리가 없 는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이다.
강호에서 의리가 없다는 것은 정사 양파에서도 가장 신랄한 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연객은 화가 났던 것이다.
사연객은 천천히 말했다. "내가 왜 의리를 싫어한단 말이냐? 나는 의리를 좋아하고 또 지키기 도 한다." 어린 거지는 두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의리를 지키는 것은 좋은 일인가요?" 사연객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물론 좋은 일이지!" 어린 거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일을 하는 사 람은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잖아요? 어르신은 좋은 일을 했으니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말이 다른 사람의 입에서 흘러 나왔더라면 사연객은 반드시 비웃 음으로 받아들였을 것이고, 생각해 보지도 않고 단 일 장에 그를 쳐죽 였을 것이다.
그는 한평생 남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우연히 몇가지 좋은 일을 했으나 그것은 그의 기분에 의한 것 이었고 어쩌다가 해 본 짓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자기가 한평생 저지른 나쁜 짓을 생각해 볼 때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린 거지가 매우 진지한 어조로 그와 같은 말을 하게 되니 그만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은 정말 말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구나.
나를 의리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가 또 좋은 사람이라고 하니, 만약 나의 적들이 옆 에서 이 말을 들었다면 무림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았겠는가? 이 사연 객이 얼굴을 어떻게 내놓을 수 있겠는가? 일찌감치 이 일을 끝내고 꼬 마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하자.' 사연객은 어린 거지가 흑백쌍검을 마다하자 파란 보자기를 꺼내 쌍검 을 싸서 어깨에 짊어지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서 저 녀석이 나에게 부탁을 하도록 만들까?'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길 옆 세 그루의 대추나무에 대추들 이 잔뜩 영글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연객은 대추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대추가 매우 먹음직스럽구나." 그 세 그루의 대추나무는 매우 거대했다.
어린 거지가 자기에게 대추를 따달라고 한다면 그의 부탁을 들어준 것으로 간주하고 일을 끝내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린 거지가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대호인(大好人), 대추를 먹고 싶은가요?" 사연객은 의아해 하여 물었다. "대호인? 그게 무슨 뜻이냐?" 어린 거지는 대답했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나는 당신을 대호인이라고 부른거 에요." 사연객은 무서운 안색으로 물었다. "누가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냐?" 어린 거지는 말했다. "좋은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요? 그럼 나쁜 사람이겠군요.
좋아요.
저 는 당신을 대악인(大惡人)이라고 부르겠어요." 사연객은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였다. "나는 대악인도 아니다." 꼬마 거지는 물었다. "그것 참 이상하군요.
좋은 사람도 아니고 나쁜 사람도 아니라니, 이 런 사람도 아니고 저런 사람도 아니니 그럼 뭐지? 아, 알았어요.
당신 은 사람이 아니군요." 사연객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너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어린 거지는 말했다. "당신의 재간이 신기하니까 사람이 아니고 신선일거에요." 사연객은 말했다. "그것도 틀리다." 그의 표정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곧이어 그는 타이리듯 말했다. "제발 터무니없는 소리 좀 그만 해라." 어린 거지는 고개를 가로저으면 중얼거렸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니 뭐가 되는지 알 수가 없군." 갑자기 그는 쪼르르 달려가더니 그 대추나무 위로 기어올라갔다.
두어 번 발을 차는 듯 하더니 나무 위로 올라갔는데 그 동작은 놀라 울 정도로 빨랐다.
사연객은 그가 무공을 모르긴 하나 나무를 기어오르는 솜씨는 제법 민활하다고 여겼다.
이때 어린 거지는 가장 큰 대추들을 골라서 따더니 연신 주머니에 집 어넣었다.
삽시간에 그의 주머니가 불룩해졌다.
그제서야 어린 거지는 나무 위 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두 손으로 대추를 한웅큼 받쳐들고 사연객에게 내밀었다. "이 대추를 잡숴 보세요." 사연객은 말없이 대추를 받아서 먹어 보았다.
달콤한 것이 맛이 괜찮았다. '그가 나에게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그에게 부탁하는 꼴 이 되었군.'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넌즈시 말했다. "너는 내가 누군지 알고 싶지 않느냐? 나에게 당신이 누구냐고 물어 보아라.
그러면 내가 나의 신분을 알려 주겠다." 그러나 어린 거지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나는 남에게 부탁 같은 것은 하지 않습니다." 사연객은 속으로 흠칫해져서는 물었다. "어째서 남에게 부탁을 하지 않느냐?" 어린 거지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의 어머님은 말했어요.
남에게 어떤 부탁을 하면 그 사람이 들어 주고 싶어도 들어주지 않는다고요.
그러나 부탁을 하지 않는다면 도리 어 들어 준다는 거예요.
상대방에서 원하지 않을 때는 아무리 부탁하 고 애걸복걸 해도 소용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에게 혐오감을 산다고 했어요." 그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사연객을 한번 힐끔 쳐다보며 다시 말했다. "저의 어머니는 때로 맛있는 음식을 저에게 주면서도 제가 달라고 하 면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무섭게 매를 때렸어요.
그리고 '개잡 종 새끼, 나에게 무슨 부탁을 하는 것이냐? 왜 그 예쁜 계집년에게 가 서 부탁하지 않고' 하면서 마구 때리기 때문에 저는 결코 남에게 부탁 을 하지 않아요." 사연객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예쁜 계집년이란 누구냐?" 어린 거지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나도 몰라요." 사연객은 다시 한번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적지 않게 실망을 했다. '이 녀석은 도대체 어떻게 된 녀석이길래 부탁도 하지 않는 것일까? 부탁을 하지 않는다면 내가 맹세한 것을 지킬 수 없게 되는데 야단났 군.
더군다나 그의 어미는 아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데도 때리고 욕을 한다니 아마도 남편이 소실을 얻어 그녀를 버렸기 때문에 아들한 테 화풀이를 하는 모양이다.
시골의 우둔한 여인네들은 본래 그렇지.'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너는 거지 행세를 하고 있는데 남에게 밥을 빌어먹거나 돈을 동냥하 지 않았느냐?" 어린 거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한번도 빌어 먹어 본 적이 없어요.
남이 나에게 준다면 갖고 남이 주지 않을 때는 그가 주의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정신을 팔게 되 었을 때 갖고서 뺑소니를 쳐요." 사연객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그럼 거지가 아니라 도둑놈이구나." 어린 거지는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도둑놈이 뭐예요?" 사연객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정말 모르는 것이냐? 아니면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는 것이냐?" 어린 거지는 더욱 궁금하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 모르니까 묻는 것이지요.
그리고 시치미라는 게 뭐예요?" 사연객은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봤다.
비록 때가 묻어 더러운 얼굴 이지만 눈빛은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것이 전혀 우둔한 점이 엿보이지 않았다. "너는 세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어째서 그 나이가 되도록 아는 것 이 하나도 없느냐?" 어린 거지는 침울한 음성으로 말했다. "저의 어머니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기 싫어했어요.
나를 보기만 하 면 역겨워했거든요.
그리고 열흘이고 보름이고 나를 아랑곳하지 않아 요." 그는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나는 부득이 아황에게 말을 걸죠.
그러나 아황은 말을 들을 수만 있었지 하지는 못해요.
그러니 그가 어떻게 도적이 뭐고 시치미 를 뗀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줄 수 있겠느냔 말이에요." 사연객은 그의 눈동자에 조금도 교활한 빛이 없는 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은 정말 슬쩍 말을 돌려서 나를 욕하는 것이 아닌 것 같구 나.'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물었다. "그럼 이웃과 이야기를 하면 되지 않느냐?" 어린 거지는 눈망울을 굴리며 반문했다. "이웃이 뭐예요?" 사연객은 그만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 말했다. "너의 집 부근에 살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웃이다." 어린 거지는 실망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저의 집 부근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구요? 저의 집 부근에 살고 있는 것이라면 열한 그루의 소나무와 소나무 위에서 살고 있는 다람쥐들, 그리고 꿩들이나 토끼들이 있는데 그들이 이웃이란 말이예요? 그들은 짹짹 소리만 지를 뿐 말은 못하던데요?" 사연객은 그만 어이가 없었다. "너는 이 나이가 되도록 어머니 외에 남과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었 느냐?" 그는 암담히 말했다. "나는 줄곧 산중에서 살았으며 산에서 내려오지 못했어요.
어머님 외 에 남과 이야기해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며칠 전 어머니가 보이지 않 아 어머니를 찾아 나섰다가 산 위에서 떨어지고 말았아요.
그리고 아 황을 잃어버렸어요." 그는 고개를 쳐들고 사연객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남에게 우리 어머니가 어디 갔냐고 물어보았고 아황이 어디 갔냐고 물어보았지만 다른 사람은 한결같이 모른다고 하데요.
이것도 이야기 한 것이라고 하나요?" 사연객은 속으로 생각했다. '알고보니 이 아이는 황량한 산속에서 살고 있었구나.
거기다가 어미 가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니 이것저것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 지.' 그는 이렇게 생각을 굴리고 대답했다. "그것도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말이다, 너는 어떻게 은자로 만두를 사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 어린 거지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남들이 사먹는 것을 보았거든요." 그는 다시 사연객을 쳐다보며 말했다. "은자가 없다면 나에게 있으니 필요하다면 드릴께요." 그는 품 속에서 은조작을 꺼내서 내밀었다.
사연객은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필요없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은 멍청한 데가 있기는 하지만 치사한 녀석은 아니로구나.' 이와같은 대화를 나누자 그는 점차 마음이 놓였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이 나이 어린 거지를 이 용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거지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조금 전에 나를 거지가 아니고 도둑놈이라고 했는데 내가 거지예요? 아니면 도둑놈이예요?" 사연객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네가 남에게 밥을 빌어 먹고 동냥을 했을 때 남들이 너에게 먹을 것 을 주고 은자를 주었다면 바로 거지이다."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만약에 네가 남이 주는 것을 갖지 않고 몰래 남의 것을 훔쳐 가지고 도망쳤다면 도둑놈이 되겠지." 어린 거지는 잠시 생각을 해보고 나서 말했다. "나는 한번도 남에게 동냥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상대방이 주 든 주지 않든 집어 먹곤 했죠.
그렇다면 나는 도둑놈이겠군요." 그는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엉뚱한 말을 했다. "그렇군.
당신은 늙은 도둑놈이지요?" 사연객은 그 말에 흠칫 놀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뭐라고 했느냐?" 어린 거지는 그가 화를 내는 것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 다. "아니, 그럼 당신은 늙은 도둑놈이 아니란 말예요? 두자루의 검은 분 명히 상대방이 당신에게 주려고 하지 않았는데 당신은 빼앗아 왔지 않 아요? 그리고 당신은 어린애가 아니니 늙은 도둑놈이 될 수밖에 더 있 겠어요?" 사연객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 도둑놈이라는 말은 남을 욕하는 말이야.
늙은 도둑놈도 남을 욕하는 것이구.
너는 함부로 나에게 욕을 해서는 안돼!" 어린 거지는 그제서야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당신은 왜 나에게 욕을 했어요?" 사연객은 웃으며 말했다. "좋아! 이 순간부터 너를 욕하지 않겠다.
너는 거지도 아니고 도둑놈 도 아니다.
나는 너를 꼬마라고 불러줄테니 너는 나를 백부님이라고 불러라." 어린 거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꼬마가 아니에요.
나의 이름은 개잡종이라니까요." 사연객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개잡종이라는 이름은 듣기에 좋지 않다.
너의 어머니는 너를 그렇게 부를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불러서는 안돼! 너의 어머님은 정말 이상 하구나.
어째서 자기 아들을 개잡종이라 불렀지?" 어린 거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반문했다. "개잡종이 뭐가 나빠요? 나의 아황은 바로 개가 아니에요.
그가 내 곁에 있으면 나는 기분이 좋아요.
마치 당신이 내 곁에 있는 것처럼 말예요."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하지만 아황에게 이야기를 해보았자 그는 컹컹 짖기만 했지 말을 못 하는데 당신은 말을 하는군요." 그는 사연객의 등을 몇 번 어루만졌다.
손길이 매우 부드러운 것이 마치 개잔등을 만질 때의 손짓이 아닌가! 사연객은 한 줄기의 내력을 등에다가 돋우었다.
그 순간 어린 거지는 흠칫하며 얼른 등에서 손을 떼었다.
마치 불에 달구어진 인두를 만진 듯 재빨리 손을 움츠렸다.
거기다가 그는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매스꺼 움을 금하지 못해 헛구역질을 했다.
사연객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짓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나에게 무례한 짓을 했으니 고통을 당해도 할말이 없겠 지?' 천진난만한 어린 거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백부님.
몸에서 열이 나는가 봐요.
빨리 저 나무 그늘에 가서 쉬도 록 해요.
내가 물을 좀 떠다 드릴께요."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어디가 불편하신지 열이 대단해요.
아마도 가볍지 않은 병인 것 같 아요." 그는 얼굴 가득 관심이 어린 빛을 떠올렸다.
그리고 손을 뻗쳐 그의 팔을 잡으며 부축해 주려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되자 사연객이 아무리 포악한 자라고 할지라도 자기에 대해서 진지한 관심을 보이는 어린 거지를 대하자 계속 운기행공하여 그에게 상처를 입힐 수는 없었다. "나는 이렇게 멀쩡한데 왜 병이 났다고 하느냐? 봐라! 이제 열이 다 식었지 않느냐?" 그는 그 조그만 손을 잡아끌어 자기의 이마에 갖다대었다.
어린 거지는 그의 이마가 갑자기 서늘해진 것을 보고 급히 말했다. "어이쿠! 백부님이 곧 죽게 될라나 봐요." 사연객은 그의 말에 내심 노화가 치밀었다. "무슨 터무니 없는 소리야? 내가 어째서 곧 죽게 된다는 것이냐?" 어린 거지는 근심스런 음성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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