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김용) - 33편 (33/82)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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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김용) - 33편 (3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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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 런가?" 노파는 정불사의 체면은 아랑곳하지 앉고 코를 납작하게 만들 심산인 모양이었다.
계속 듣기만 하고 있던 정불사는 더이상 못듣겠다는 듯 화를 내며 그 녀의 어깻죽지를 움켜잡으려 들었다.
순간 석파천이 부르짖었다. "아니, 손을 쓰시면 안 되오!" 그는 비스듬히 몸을 돌리더니 정불사의 오른쪽 손목을 내려치려고 했 다.
이것은 정당이 그에게 가르쳐준 십팔 초 금나수법 가운데 백학수라는 일 초였다.
정당에게 혈도를 찍힌 지 오래되었기에 그의 혈도가 저절로 풀린 것 이다.
밧줄이 끊어지는 동시에 피가 유통하게 되고 행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그는 손을 쓸 수 있었다.
정불사는 놀라서 어, 하더니 냅다 석파천의 팔을 비틀려고 들었다.
석파천은 십팔 초 금나수법에 이미 익숙해진 상태였다.
즉시 초식을 변화시켜 왼손을 막는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상대방의 두 눈을 찔러갔 다.
정불사는 호통을 내질렀다. "좋아! 이거 셋째의 금나수법이로구나!" 그는 팔을 뻗치며 앞으로 나와서 석파천의 팔굽을 내려누르려고 하였 다.
석파천은 두 팔을 웅크리며 두 주먹으로 그의 태양혈을 양쪽에서 힘 껏 치려고 했다.
정불사는 팔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면서 바깥쪽으로 벌려 전광석화 와 같이 석파천의 팔을 떨쳐내려고 했다.
그는 석파천의 두 팔이 자기가 떨쳐내는 그의 두 팔에 닿기만하면 부 러져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퍽, 쌍방의 팔이 부딪치게 되었을 때 석파천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해 휘청거렸고 정불사는 두 팔이 시큰 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우직끈 하는 소리와 함께 정불사가 밟고 있던 뱃바닥의 널 판이 가운데서부터 뚝 부러지고 말았다.
동시에 중심을 잃은 배가 좌 우로 맹렬히 두어 번 흔들거렸다.
정불사는 급히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자기의 발이 부러진 널판지 사이 로 빠지는 것을 방비했다.
방금 그는 전력을 다 기울이지는 않았지만 석파천이 아무 이상도 없 는 것을 보자 뱃바닥의 널판지를 부러뜨린 자기가 한 수 지게 된 셈이 라고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석파천의 이토록 무공이 심후한데 어째서 정당에게 붙잡혀서 따 귀까지 얻어맞았을까 하는 의문을 느꼈다.
노파 역시 놀란 마음은 정불사에 못지 않았다.
그 즉시 그녀는 깔깔 웃었다. "호호홋......바보 멍청이 같은 녀석도 이기지 못하면서......" 그러나 숨이 턱턱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
정불사는 노해 부르짖었다. "그러니까 바보 멍청이 같은 녀석도 이기지 못하면서 무슨 영웅호걸 이라고 뽑내느냐, 이런 말씀이시겠지? 좋아! 좋아! 아마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대는 숨이 콱 막혀 황천객이 되었을걸." 비웃음인지, 야유하는 것인지, 잘 모를 그런 말투였다.
그래도 노파 는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띄우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불사는 얼굴을 돌려 석파천을 쏘아보며 물었다. "이봐 송편, 자네의 사부는 누구지?" 석파천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나는 사부가 없소이다." 정불사는 노해 부르짖었다. "터무니 없는 소리! 그렇다면 십팔 초 금나수법은 어디서 훔쳐배운 것이냐?" 석파천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나는 훔쳐 배운 것이 아니오.
띵땅이 나에게 열흘 동안 가르쳐 준 것이외다.
그녀는 나의 사부가 아니고 나는......나는......" 나는 그녀의 남편이라고 말하려다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정불사 는 더욱 더 화가 치미는 듯 욕을 퍼부었다. "제기랄! 네 녀석의 무공은 당아가 가르쳐준 것이란 말이냐? 무슨 엉 뚱한 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이때 제대로 숨을 쉬게 된 노파는 낭랑히 입을 열었다. "강호에서는 정씨 쌍웅을 두고 말하건데 하나는 영웅이고 하나는 곰 과 같이 미련하다더니만 그 말이 틀림이 없었군.
오늘 이 내가 친히 목격한 결과 강호의 소문이 틀림없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로구나." 정불사는 버럭 화를 내며 악을 쓰듯 고함을 질렀다. "언제 강호에 그와 같은 소문이 있었단 말이오? 그 소문은 그대가 날 조한 것에 불과하오.
도대체 누가 영웅이고 누가 곰과 같다는 것인지 말하시오.
나의 무공으로 말할 것 같으면 셋째보다 고강하다는 사실을 무림에서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요!" 노파는 발악하듯 하는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빨리 말할 엄두가 나지 않는듯 느릿한 어조로 말했다. "정당은 정 셋째의 손녀딸이고, 정 셋째는 그의 아들에게 무공을 가 르쳤으며, 그의 아들은 그의 딸인 정당에게 무공을 가르쳤는데 정당은 또 이 바보 녀석에게 무공을 가르친 것이 아니겠소......" 그녀는 그를 골려주려는 심산으로 싱글벙글 웃으면서 다시 말을 이어 갔다. "이 바보 녀석은 열흘만에 금나수법에 통달했을 뿐만 아니라 정 노사 보다 더욱 더 뛰어난 솜씨를 가지게 되었으니 당신이 할말이 뭐가 있 다고 그러는 것이오? 천하 사람들을 불러세워놓고 따져보시지......" 정불사는 그녀의 느릿한 말을 듣고 있기가 답답한 듯 불쑥 입을 열었 다. "내가 당신을 대신해서 말하지.
천하 사람들에게 도대체 어느 쪽이 영웅이고 어느 쪽이 곰인지 알아보라는 것이겠지? 그리고 물론 정 셋 째가 영웅이고 정 넷째가 곰과 같은 사람이다 그런 말이 아니겠소?" 그의 음성은 점차 우뢰처럼 쩌렁쩌렁 울렸다.
노파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자신을 잘 알고 있으니 되었소." 이 한 마디는 실날같이 가늘었다.
정불사는 그 말을 듣고 치솟아 오르는 울분을 참을 수 없다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렇다면 저 새파란 녀석이 정 넷째를 이길 수 있다는 그 말 인가? 좋아, 좋아! 우리 다시 한번 겨루어 보자구.
나는......" 그는 삼 초 안으로 너를 강물속으로 처박아 버리겠다고 말하려다 그 만 입을 다물어 버렸다.
석파천의 무공이 범상하지 않은데 삼 초 안으로 강물속에 처박아 버 리겠다고 큰소리는 쳐놓고 오히려 자기가 창피를 당하게 될까봐 두려 웠기 때문이었다.
십 초 또는 이십 초 안으로 요절을 내겠다고 외치고 싶었지만 역시 너무 자만하는 것 같았고, 일백 초로 정하자니 명성을 떨친 자기가 질 손녀의 제자를 상대로 일백 초를 겨루는 것도 못난 짓으로 여겨졌다.
그가 잠시 주저하고 있을 때 노파는 재빨리 그 말을 이어받아 입을 열었다. "당신은 십만 초 안으로 그를 패배시키지 못한다면 당신은 그 를.......콜록......콜록......." 정불사는 노호하듯 그 말을 받았다. "십만 초 안으로 그를 패배시키지 못한다면 그를 사부님으로 모시라 는 말이겠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몸을 날려 허공에서 손을 어지럽게 휘두 르며 석파천의 머리와 가슴팍을 향해 동시에 내려쳐 왔다.
석파천은 십팔 초 금나수법을 배우기는 했으나 정당과 한 수 한 수 연습을 배워나가는 데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제대로 응용을 못하는 상 태였던 것이다.
정불사의 마치 수천 수만의 손바닥을 휘두르며 덮쳐오는 듯한 공격을 그가 어찌 막아낼 수 있겠는가? 그는 정불사의 절묘한 수법에 미처 손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그저 두 손으로 보호하듯 머리만을 감싸쥐고 있었다.
바로 이때 그는 뒷덜미 대추혈에 지극히 무거운 압력을 느꼈다.
이미 일 장을 맞은 것이다.
대추혈은 수족삼양독맥(手足三陽督脈)이 모이는 곳으로, 가장 중요한 급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곳의 경맥이 모여 있는 내력이 동시에 반탄력을 일으켰다.
정불사는 일 장을 후려치려는 순간, 전신에 커다란 충격을 받고 오히 려 옆으로 튕겨지게 되었다.
깜짝 놀란 그는 급히 석파천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석파천은 아무렇 지도 않은 모양으로 멀쩡했다.
석파천이 그의 장력에 적중되기는 했으나 오히려 정불사가 옆으로 튕 겨났으니 누가 이기고 졌는지 가름할 수가 없었다.
노파는 시큰둥한 어조로 말했다. "정불사, 상대방은 일부러 당신에게 맞아준 거요.
당신은 저 멍청한 녀석의 단 일 초에 진 것이나 다름없소!" 정불사는 노해 부르짖었다. "내가 왜 졌소? 터무니 없는 소리 지껄이지 마시오!" 노파는 싸늘히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한번 대추혈을 맞아보시지.
당신이 죽지 않고 저 녀석을 몇 걸음 퉁겨낼 수 있다면 당신들이 막상막하라 할 수 있겠 지." 정불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녀석의 내력은 심후하기 이를 데 없다.
내가 만약 대추혈을 얻어 맞게 된다면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중상을 입고 말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이 미치자 그는 싸늘히 말했다. "왜 내가 그에게 맞아야 해? 당신의 대추혈이나 나에게 한번 맞아보 시지 그래?" 노파는 입가에 비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정불사가 못난 곰이라는 사실을 내 익히 들어 알고 있지.
항상 요령 으로만 득을 보려는 자라는 걸 그 누가 모르겠어? 상대방과 일 장 대 일 장으로 맞받아칠 수 있는 자신이 있을 때만 감히 싸우려고 하지." 정불사는 자기의 단점이 발각되자 겸연쩍은 듯 말했다. "맞받아치는 우격다짐은 무식한 자들의 무공이고 고수는 그와 같은 우둔한 방법을 이용하지 않소!" 그는 노파의 핀잔을 더 받게 될까봐 재빨리 석파천을 향해 제의했다. "자, 우리 다시 한번 겨루어 보세!" 석파천은 지레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 "나는 띵땅에게 배운 금나수법밖에 모르오.
조금전 어르신네가 마구 손을 휘두르는 것 같은 재간은 막을 수가 없지요.
어르신네가 이긴 것 으로 하시고, 더 이상 겨룰 필요가 없소이다." 이긴 것으로 하자는 말에 기분이 나빠진 정불사는 큰소리로 외쳤다. "이기면 이기는 것이고 지면 지는 것이지.
이긴 것으로 하자니 무슨 수작이냐? 내가 한 수 양보할 테니 네가 먼저 때려보아라." 석파천은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남을 때릴 줄 모릅니다." 정불사는 노파가 끊임없이 냉소를 흘리고 있는 것을 보고 속으로 울 화가 치밀었다. "제기랄, 네 녀석이 모른다면 내가 가르쳐 주지.
자, 자세히 보라구, 이렇게 때려보란 말이다.
그러면 나는 피하면서 이렇게 너를 때리겠 다.
그러면 너는 옆으로 슬쩍 피해서 왼손의 주먹으로 나의 이곳을 치 란 말이다." 석파천은 초식을 빨리도 배웠다.
그는 정불사가 가르쳐준 대로 손을 썼고 정불사는 자기가 말한대로 반격을 했다.
두 사람이 사 초를 교환하게 되었을 때 정불사는 획, 하니 일권을 내 질렀으나 석파천은 어떻게 반격할 줄을 몰라 손을 내려뜨리며 말했다. "모르오이다.
다음은 모르오이다." 정불사는 우습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여 그를 차갑게 쏘아보며 말 했다. "내가 모두 가르쳐서 겨루어야 한다면 이게 무슨 무공의 겨룸인가?" 석파천은 어쩔 줄 모르며 원망조로 말했다. "그러니까 겨루지 말자고 하지 않았소? 어르신이 이긴 것으로 하자구 요." 정불사는 버럭 고함을 쳤다. "안 돼! 진정으로 내가 너를 이기지 못한다면 소취는 한평생 나를 비 웃을 것이다.
정씨 집안의 대영웅이 자네로 인해 대구웅(大狗雄)으로 변하고 말테니 나의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계속 이었다. "잘 기억해라, 내가 이렇게 치면 너는 막아낼 생각을 하지 말고 한 걸음을 나서면서 손가락을 뻗쳐 나의 아랫배를 찌르란 말이야.
이 일 초는 매우 음흉하고 악독한 것이라 나의 이 주먹질은 그대로 뻗쳐낼 수 없게 되지.
그리하여 피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공세로써 수비를 하게 되는 것이고 적이 구하지 않을 수 없는 부위를 공격하는 셈이 되 지." 그는 입으로 말하고 손짓을 해가며 가르쳤다.
석파천은 빠짐없이 자세히 보고 기억하였다.
그런 후 두 사람은 처음 부터 실지 대결을 가졌다.
석파천은 정불사가 가르친 마지막 대목에 이르게 되었을 때 다시 손 을 멈추었다.
그러면 정불사는 다시 그에게 초식을 가르치고 다시 계 속해서 겨루었다.
정불사가 가르치는 권법이나 장법의 변화는 매우 복잡다단했으나 석 파천을 상대로 싸움에 있어서 가르친 초식만을 사용했다.
정불사는 계속 반복해 겨루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언제 이길 수 있겠는가......' 약간 모자란 데가 있는 석파천이 초식을 잊게 된다면 자기가 이길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석파천은 기억력이 대단했다.
정불사가 한번 가르쳤는데도 꼭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수 십 초를 싸우게 되었으나 석파천의 초식에는 빈틈이 없었다.
노파가 때때로 냉소를 터뜨리곤 하여 정불사는 그에게 범속한 초식을 가르쳐 줄 수도 없었다.
공격과 수비를 할 때 날카롭고 절묘한 초식을 펼치거나 가르쳐주지 않으면 노파가 비웃음에 찬 말을 던지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주화입마된 후에 행동이 불편하기는 했으나 보는 눈은 매우 날카로워서 고명한 무공을 비방하곤 했다.
정불사는 별 수 없이 절묘한 초식만 펼쳐내야 했다.
정불사는 기운을 내서 석파천에게 권장법을 가르치는 한편 전전긍긍 전력을 다해 싸움에 임해야 하니 지금의 상황은 과거 몇차례에 걸쳐 노파와 싸울 때에 비추어 조금도 쉽지 않았다.
이러기를 수십 초.
날은 어느덧 밝아왔다.
정불사는 초조하고 답답한 심정이었다.
그는 권법을 일변시켜 앞서 가르친 바 있는 갈마분천이라는 일초를 펼쳐 맹렬히 석파천에게 달려들었다.
석파천은 아연실색하여 부르짖었다. "차례가 틀렸소!" 정불사는 화난 음성으로 소리쳤다. "차례는 무슨 차례냐? 가르쳐준 것을 그대로 응용하면 되는 거지." 석파천은 갈마분천을 분접번비라는 초식으로 해소시켰던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몸을 날려 피하면서 분접번비라는 일 초를 펼쳤다.
정불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너를 강물 속으로 뛰어들게만 한다면 내가 이기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리고 수취가 제아무리 항의한다 하더라도 소용이 없을 것이 다.' 그는 성큼 한걸음 다가서며 횡소천군(橫掃千軍)이라는 일 초를 펼쳐 내 두 팔을 맹렬히 휘둘렀다.
석파천은 여전히 화풍세우(和風細雨)라는 일 초로 상대방의 맹렬한 공세를 피했다.
그러나 그가 한걸음 물러서는 순간 왼발이 그만 뱃전을 밟게 되었다.
정불사는 크게 기뻐하며 호통을 내질렀다. "내려가!" 그러면서 그는 종고제명(鍾鼓齊鳴)이라는 일 초로 두 주먹을 동그랗 게 만들더니 그대로 석파천의 좌우 태양혈을 때리려고 달려들었다.
정불사가 전수한 재간에 따르자면 석파천은 뒤로 물러서야 했다.
그 런 연후에 춘운사전(春雲斜電)이라는 일 장으로 해소시켜야만 되었다.
지금 그는 뒤로 물러날 여지가 없었다.
한걸음 물러서면 강물속으로 빠지게 되는 순간이었다.
다급한 김에 그는 생각할 여지도 없이 가장 익숙해져 있는 호조수와 옥녀첨침이란 이 초를 펼쳐 냈다.
그는 슬쩍 정불사의 등뒤로 돌아가서는 정불사의 영태혈과 현추혈을 움켜잡은 것이다.
움켜잡는 순간 그의 손아귀에서 강맹한 내력이 쏟아 져 나왔다.
정불사는 큰소리로 부르짖더니 그대로 뱃바닥 위에 털썩 주저 앉았 다.
석파천의 내공이 제 아무리 고강하다 한들 며칠간 연마한 금나수법으 로 어찌 정불사 같은 고수의 등에 있는 혈도를 잡을 수 있었을까? 이것은 정불사가 공격한 종고제명이라는 초식을 석파천이 춘운사전이 라는 초식으로 해소시킬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뜻밖에도 석파천은 위기에 처하자 정불사가 가르쳐주지도 않은 엉뚱 한 초식인 옥녀첨침이라는 초식을 사용한 것이었다.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고 경험이 풍부한 정불사라고 해도 사태가 이렇 게 되자 그만 여지없이 당하고 만 것이었다.
이같은 변고가 생기자 정불사, 석파천은 물론 노파 역시 깜짝놀라 어 리둥절하여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 노파는 곧 정신을 차리고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그녀는 주화입마된 상태에서 웃더니 진기가 모자라 웃다가 숨이 콱 막히자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두 눈을 뒤집고 누워있는 모습은 무 시무시할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석파천은 놀라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며 부르짖었다. "할머니......어떻게 된 일입니까?" 수아라고 불리는 소저는 선실에 있어서 뱃머리에서 일어난 광경을 제 대로 살펴볼 수 없었다.
석파천의 황급히 부르짖는 소리에 그녀는 재빨리 물었다. "저의 할머니가 어떻게 되셨나요?" 석파천은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어이쿠! 할머니가 정신을 잃었소.
이번에는......이번에는 아무래도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 같소.
정신을 차릴 수 없을 것 같은데......" 수아는 놀라 부르짖었다. "저의 할머니가......돌아가셨다는 말씀인가요?" 석파천은 노파의 코앞에 손을 갖다대어 보았다. "숨은 아직도 쉬고 있는데 아무래도 심상치 않소." 수아는 급히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잘못되었다는 거예요?" 석파천은 두려움에 계속 떨며 말했다. "할머니의 안색이 마치 죽은 것 같구료.
내 소저를 부축해서 보여주 도록 하겠소." 수아는 그에게 부축을 받고 싶지 않았으나 조모가 너무 걱정되어서 망설이다가 응낙했다. "좋아요." 석파천은 한평생 그토록 얌전하고 예의바른 아가씨를 대해 본적이 없 었다.
장락방의 사람들도 물론 예의를 갖추고 공손하려고 애를 썼으나 두려 워하고 우러러 보는 것이지 결코 우호적이고 정이 있어 그런 것은 아 니었다.
하녀인 시검마저도 얼굴에 당황과 공포의 빛을 띄우곤 했다.
정당은 그에게 다정다감하게 대해 주었으나 행동은 매우 무례하다고 할 수 있었다.
오직 이 소저만이 말할 수 없이 평온함과 안온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석파천은 이부자리로 그녀의 몸을 덮고 가볍게 안고서 뱃머리로 나왔 다.
수아는 조모가 혼절해서 깨어나지 못하는 광경을 보더니 소리쳤다. "아! 오라버니, 저의 할머니 영태혈에 내공을 주입해 주실 수 없어 요? 너무 당돌한 청이라 죄송해요." 석파천은 그녀의 음성이 너무나 부드러워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이때 동녘 하늘에 해가 막 떠오르는 중이어서 그녀의 갸름한 얼굴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청초하고도 아리따운 생김새였다.
그녀는 맑고 커다란 눈망울로 역시 석파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석파천은 물론 수아도 얼굴을 붉히며 어 쩔 줄을 몰라했다.
그녀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모르는 듯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석파천은 불쑥 말했다. "소저, 당신도 매우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구려." 수아는 더욱더 얼굴이 붉어졌다.
두 사람의 입김이 얼굴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지게 되자 혹시 말할 때 입김이 석파천의 얼굴에 뿜어지게 될까봐 그녀는 더욱더 입을 꼭 다물 었다.
석파천은 그제야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이거 미안하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내려놓고 손을 뻗쳐 노파의 영태혈을 살짝 눌렀다.
그는 내력을 어떻게 주입시켜 주는지 잘 몰라 정당이 그에게 가르쳐 준 호조수의 수법으로 영태혈을 잡는 방법을 써서 내력을 주입했다.
노파는 아, 하더니 정신이 드는지 곧 외쳤다. "이 멍청한 녀석, 무엇하는 거냐?" 석파천은 어리둥절하여 말했다. "이 소저가 내력을 할머니의 영태혈로 주입시키라고 부탁을 했습니 다.
그런데 정말 깨어나셨군요!" 노파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네 녀석이 내력을 주입시켜 준다면서 내 혈도를 막아버리고 말았다.
그런 식으로 내력을 주입시켜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 석파천은 겸연쩍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저는 내력을 주입시키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지금이라 도 알려주십시오." 그가 방금 공력을 돋우는 바람에 노파는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듯 충 격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영태혈이 더욱더 봉쇄되고 말았다.
다행히 그녀는 주화입마되어 혈도가 이미 저절로 봉쇄되었기에 망정 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커다란 중상을 입을 뻔한 것이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게 되었을 때 매우 화가 났지만 석파천의 내력이 매우 응후한 것을 깨닫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은 천품이 매우 뛰어나군.
어릴 적에 영지선초(靈芝仙草)나 영물(靈物)의 내단(內丹) 같은 것을 먹어 내력이 고강하게 되었으나 운용할 줄 모르는 모양이다.
나는 무공을 연마하다가 주화입마 되었는 데 어쩌면 이 녀석의 도움으로 봉쇄된 경맥을 유통시킬 수 있지 않을 까?" 이와 같은 생각이 들자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좋아.
내가 알려주지.
내공을 단전으로 끌어올리게, 한 줄기의 따뜻 한 기운을 느끼게 되면 그 따뜻한 기운이 수소양담경(手少陽膽經)의 경맥에 이르도록 하게." 노파가 말하는 경맥 혈도의 명칭은 사연객이 마천애에서 그에게 가르 쳐준 적이 있었다.
석파천은 곧 그녀의 말대로 행동에 옮겼다.
그는 힘들이지 않고 내력 을 손바닥에 돋을 수 있었다.
그가 익힌 나한복마공은 소림파의 으뜸가는 정묘한 내공으로서 음양 및 강유로 겸용할 수 있는데 용법을 모르는 그는 금은이 잔뜩 쌓인 보 고(寶庫)가 있지만 그 열쇠를 갖지 못한 꼴이었다.
이제 노파의 지도를 받고 그대로 하자 체내에 축적되었던 내력이 산 이라도 무너뜨릴 것 같은 기세로 쏟아져 나왔다.
노파는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잠깐! 좀 느리게......"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윽, 하더니 한 모금의 선지피를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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