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아!넌 가지 않겠느냐?] [......] 좌려선은 잠시 생각해보다가 역시 이번에는 함께 돌아가는것이 나으리라고 생 각했는지 고개를 돌려 백리운을 향해 말했다. [백리공자,그럼 나중에 다시 봐요!심언니도......] 이미 백운기와 백운하가 창밖으로 신형을 날려 쾌속하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곽씨남매와 함께 좌천상 좌려선도 역시 그와같은 신법을 펼쳐서 빠르게 사라 져 버리고 말았다. ...... 이렇게 해서 주루의 내부가 갑자기 조용해지자, 식사를 마치고 관전에 열중하던 많은 사람들도 하나씩 밖으로 사라져 버리고 모든 사람들은 제 위치를 찾아갔다. 거지청년이 백리운을 향해 포권하며 말했다. [도와줘서 고맙소.실례지만 형씨의 존성대명을 알려줄 수는 없겠소?] 백리운은 이미 들통이 나버렸기 때문에 선선하게 대꾸했다. [나는 백리운이라고 하오.] 이때, 옆에 있던 젊은 승려가 탁자에 홀로 남아있는 심옥산을 바라보더니 다소 놀란 표정으로 백리운을 향해 물었다. [아니 그럼 혹시......?] 그 젊은 승려는 소림사의 사람으로,원래는 전에 심씨부녀가 백리운을 찾던 것 을 상기하며 놀라 그렇게 물은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름과 그 위치가 비슷한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었다. 백리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내가 바로 소림에서 쫓겨났던 그 추악했던 백리운이었소.하지만 지금 은 확실히 소림의 무예가 남아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오.실례지만 스님의 법명 을 알수가 있겠소?] 백리운은 비록 이렇게 쉽게 말을 했지만 막상 듣는 젊은 승려의 놀라움은 실 로 거대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아미타불!......] 한차례 불호를 외우더니, 젊은 승려는 침중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소승의 법명의 혜진이오.] -혜진, 소림의 심공현혜허도의 당금의 여섯가지 배분중에서 대략 중년이상의 승려들 에게 붙여지는 혜자배의 배분을 이 젊은 승려가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실로 보 통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 사람의 자질이나 성품이 특출하여 특별히 혜자배로 거둔 경우에만 해당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백리운은 비록 소림사에서 삼년여의 세월을 보냈지만 오직 장경각의 내부에 틀어박혀 있어서 이 혜진이란 승려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만나뵈서 반갑소!] 백리운이 웃으며 말하자, 그의 주위로 다른 사람들이 다가들기 시작했다. 거지청년이 백리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다른 사람들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 다. [백리공자!서로 모두가 처음보는 사람들일 것이니 내가 차례대로 소개해 드리 기로 하겠소.] 곽씨남매를 대할 때와는 달리, 이 거지청년이 백리운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부드럽고 우호적이기 그지 없었 다. 그것은 백리운이 거의 그들의 목숨을 구해준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었다. 백운기가 그렇게 무력을 사용하게 되면 명문정파의 사람들로서 그들은 결코 순순히 그의 말에 따를 수가 없게될 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이는 동심각의 무림팔패와 구파일방간의 대대적인 적대심으로 발전할 소지가 있는 것이어서, 백리운이 백운기 등을 물리쳐서 쫓아보낸 것은 기실 거의 양쪽 모두다를 위하 는 일이라고 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당금의 무림에서 누가 감히 자신의 일도 아닌데 나서서 동심각의 미움을 사서 받으려고 하겠는가? 비교적 남이 할수 없는 일을 해낼 때 그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가 있는 것이다. 이어, 거지청년이 일일이 소개해주는 대로 백리운은 각자와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 다. 우선 혜진은 예상대로 소림의 승려였는데 이 거지청년의 말에 의하면 그는 바 로 놀랍게도 당금의 소림장문인인 현자방장의 애제자라는 것이었다. 헌데 놀라운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일곱사랍 모두가 각각의 문파에서 비교적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재들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젊은 도인은 바로 무당장문인의 애제자인 현수였고, 두명의 속가청년은 화산파 장문인의 제자 악무양과 종남파 장문인의 애제자 화검영이었고, 그 거지청년은 바로개방의 방주의 제자 사도천종, 그리고, 비록 구파일방의 사람은 아니지만 앞서의 흑의청년과 남삼청년은 바로 오대세 가중의 하북팽가와 제갈세가의 자제들로, 그 이름은 각각 팽륭과 제갈학이었다. 실로 이들의 신분을 본다면 오늘 이곳에서의 사태는 자칫하면 크게 벌어질 소 지가 매우 다분했었던 것이다. 원래 이들은 나이가 스물에서 서른사이의 젊은 기재들로 우연히 서로간의 의 기가 매우 상통하는 것을 느끼고, 이번에 각파의 인원들이 영웅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 부근에 진을 치고 있는 동안 몰래 빠져나와 이곳에서 조우하여 우의를 나누려고 했었던 것이었다. #6263 안두헌 (myyaj ) [백상] 소림화상 제5권 제33장 07/22 20:57 394 line 제 33 장. 청혼. 서로간의 수인사를 마치자, 백리운은 저쪽의 탁자앞에 여전히 조용히 앉아있는 심옥산을 불러서 그들과 서로 인사를 나누게 했다. [이 사람은 바로 성수방의 심낭자요,서로 인사를 나누시오!] 심옥산이 또한 무림팔패의 인물이라고 하자 일곱사람들은 다시 한 번 놀랐으 나 이내 곧 서로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성수방은 무림팔패의 가운데에서도 가장 세인들에게 신망이 두텁기로 소문난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모두 인사를 마치고 나자,백리운은 그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아니 왜 우리와함께 자리를 같이하는 것이 싫으시오?] 거지청년 사도천종이 애써 권하는 것을 백리운은 웃으며 마다했다. [우리는 이미 며칠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기 때문에 이 사람이 피로할 것 같아 서 그럽니다.제가 여기에 있으면 모처럼의 여러분의 자리에 방해가 될것 같기 도 하고......저도 대홍산의 영웅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니 우리 거기에서 다시 만나도록 합시다!] 백리운의 구구한 변명에 그들 칠인은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백 리운과 심옥산에게 작별의 인사를 했다. [두분이 잘 되시길 빌겠소!] 사도천종의 짖궂은 소리를 뒤로 하면서 백리운과 심옥산은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계산을 치르고 벽화루를 떠났다. * * * 사실상 백리운과 심옥산이 벽화루에 들렀다가 나왔다고는 하나 백운기등이 나 타나는 바람에 정작 먹은 음식은 얼마되지 않았다. 따라서, 백리운은 벽화루를 나와서 길옆의 만두가게에 들러서 먹음직한 고기만두를 한 보따리나 사들고 그들이 예약한 청향객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때 때는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서 하늘에는 어둠이 가득차 있었고 사위에는 휘황한 궁등들이 무수한 전각들과 길을 밝히고 있었다. 백리운은 심옥산의 손을 잡고 길을 가면서 문득 고개를 돌려 물었다. [피곤하지는 않소?우리가 공연히 그곳에 들러서 말썽만 일으키게 되었소.그대 의 아버님께서는 이미 이 부근에 당도하셨을까?] 백리운은 한 번 입을 열어서 세마디를 물은 격이었다. 심옥산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아마도 저의 아버지는 이 부근에 도착하셨을 거예요.그리고 피곤하지는 않 고......오히려 우리가 그곳에 있었기때문에 문제가 더욱 적었던 것이 아닐까 요?] 백리운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모든 것이 인연이니......] 심옥산이 문득 물었다. [당신은 선매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백리운은 느닷없는 그녀의 질문에 다소 의아해하다가 대답했다. [그녀는 아주 총명하고 강하며 지혜로운 여인이오.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지혜 로운 여인은 아니오.] 심옥산은 아름다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이죠?] 백리운은 심옥산을 바라보더니 웃으며 대답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바로 지금 내곁에 있기때문이오.옥산,당신이 야말로 천하에서 가장 지혜로운 여인이오.] 심옥산은 안색을 발그레하니 붉혔다. [과찬이시군요,제 말은......그녀 역시 당신을 마음에 두고 있었고 또한 오늘 많은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 같았어요.저는 당신이 가능한한 그녀에게 잘해주 었으면 하고 바래요.] 백리운은 웃으며 물었다. [사랑은 간섭이 아니라고 하던데,이제보니 당신은 서서히 나를 간섭하고 싶어 진 것이오?] 심옥산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예요 제 말은......그녀는 오빠와는 달리 마음이 매우 넓어요.그래서 미 리 그녀와 사귀어두는 것이 당신에게 좋을 것 같아서......] 백리운은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나더러 삼처사첩을 거느리란 말이군?나는 절대로 당신을 놓칠 수는 없으니 아무래도 당신이 나의 제일부인이 될 것이고?] 심옥산은 붉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예로부터 영웅에게는 삼처사첩이 흉이 아니라고 했어요.그리고 제가 보기에 당신은 기실 세상에서 가장 존경 받아야할 분이예요.그런 분이 얼마간 처첩을 더 거느린다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당연해요.] 백리운은 눈을 감고 걸으며 잠시 생각했다. [음......영웅은 호색이라?......영웅은 호색해도 된다는말인데,내가 과연 그 렇게 호색해도 괜찮을까?] 심옥산은 그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예로부터 큰 인물은 작은 일에 구애되지 않는다고 했어요.] [......] 백리운은 문득 눈을 뜨고 심옥산을 바라보았다. 그의 두 눈에는 이순간 깊은 고요가 흐르고 있었다. [옥산,당신이 나를 깨우쳐 주는구려!] 심옥산은 그대로 그의 시선을 받으며 조용한 미소를 떠올렸다. ...... 잠시 두 사람은 그렇게 걷닫가 문득 백리운이 다시 입을 열어 물었다. [좌천상,좌소협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심옥산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는 원래 처음에는 저를 마음에 두고 있다가 제가 당신에게 마음이 기울자 당신을 매우 미워하는 것 같았어요.그런데 당신이 아까 보란 듯이 그런 무예 를 보이셨으니......그는 아마도 당신에게 감히 어쩌지는 못할 거예요.] 백리운은 물었다. [그럼 그가 당신에게 손을 뻗칠 것이란 말이오?] 심옥산은 고개를 저으며 얼굴을 붉혔다. [저는 확실히 사람을 모질게 대하지를 못해서......그도 이성이 있으니 함부 로 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백리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말했다. [방금전에 만난 그 일곱사람은 모두가 훌륭한 인재들이오.아마도 앞으로 강호 는 그런 사람들의 손에 의해 이끌어져 나가게될 것이오.] 심옥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래요.그들은 강호의 중추적인 위치를 담당하게될테니까요.헌데...... 당신은 그럼 나중에 무림을 떠날 생각이신가요?] 백리운은 대답했다. [글쎄......하지만 강호에 나의 할 일이 없어진다면 우리끼리 산좋고 물좋은 곳에 은거하며 사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소?] 심옥산은 가볍게 웃었다. [그건 그래요......] 두 사람이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어느덧 그들은 예약해 놓았던 청향객 점의 앞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들이 마악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안에서 그들을 반기는 일단의 무리 들이 있었다. [귀인나으리,이제 오십니까?] 맨 앞에서 그들을 반기는 사람을 보니,그는 바로 얼마전에 백리운에게 고질병 을 고쳤던 그 늙은이가 아닌가? 다만, 노인은 전의 그 낡은 옷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비단옷을 입고 치장을하여 한결 활력이 있어 보이고 대부호같은 모습이었다. 백리운은 노인의 뒷쪽을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다. 노인의 뒤쪽에는 십여명의 장한들이 양쪽으로 줄지어 서있었는데,그들의 손에 는 각기 금은보화를 담은 상자들이 수두룩 하게 들려 있었던 것이었다. 원래 이 노인이 백리운과 심옥산이 묵을 객점을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백리운은 놀라며 말했다. [노인 어른,이렇게 하시면 제가 불편해집니다.제가 노인어른을 치료해드린 값 이야 대략 이백냥이면 되는 것인데,이렇게 많은 보물을 가져오실 필요가 어디 에 있겠습니까?] 노인은 그말에 즉시 품속에서 한 장의 금표를 꺼내서 두 손으로 받들어 올렸 다. [그럼 이것이라도 받아주십시오.이 조부자의 목숨이 그리 값어치가 없지 않는 바에야 귀인께서 다만 이것이라도 받아주시지 않는 다면 소인은 결코 이 자리 에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요!] -조부자, 기실, 원래 그 보잘 것 없어 보이던 늙은이는 당시에는 이빨빠진 호랑이에 불과했었 으나 육신이 멀쩡했을 때에는 이곳 양양성내에서도 몇번째 안가는 부자였던 것이었다. 백리운이 그 금표를 받고 보니 바로 놀랍게도 황금 일만냥짜리 전표였다. 그 전표는 중원천하의 어느 전장에서도 교환이 가능하고 신용이 좋은 산서은 호의 것으로, 말이 쉽게 황금일만냥이지, 그것은 은자로 무려 수십만냥에 해당되는 거금이었다. 백리운이 다시 노인의 얼굴을 보니,그는 마치 백리운이 금표를 받지 않는다면 결사적으로 물러가지 않을 것 같은 완강한 태도였다. 백리운은 웃으며 그 금표를 받았다. [좋습니다,노인어른,제가 이것을 받기는 하겠지만 역시 이일을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는 것은 제게 곤란을 초래하게되니 반드시 비밀을 지켜주실것을 부탁드 리겠습니다.] 노인은 백리운이 선선하게 금표를 받아주자 매우 기쁜 듯 연신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귀인!지키고 말고요.반드시 비밀을 지켜드리겠습니다요!] 이어, [두분 귀인께서 영생토록 평안무사하시기를 비옵니다!] 노인은 백리운과 심옥산을 향해 커다란 음성으로 축원을 하고 장정 들을 데리 고 돌아갔다. ...... 백리운과 심옥산은 그러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웃으며 자신들이 예약 해놓은 객방으로 향했다. * * * 이 호화로운 객점의 객방은 실로 넓고 아름다우며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숙박료가 워낙 값비싼 만큼,갖가지의 정밀하고 고급스러운 아름다운 가구들과 실내를 은은하고 안온하게 비춰주는 붉은 촛불들...... 바닥에 깔려있는 잡털하나 일지않는 붉은 융단과 사방의 벽을 온통 수놓고 있 는 아름다운 실내장식들이 그야말로 내부를 환상적인 분위기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백리운은 심옥산과 함께 방안으로 들어서자 우선 들고 있던 보따리를 내려놓 고 겉옷을 벗으며 심옥산에게 물었다. [이거,내가 그 노인에게 너무나도 많은 돈을 뜯어낸 것이 아니오?] 심옥산은 겉옷을 벗어서 백리운이 벗어놓은 옷과 함께 한쪽에 나란히 개어 놓 으며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돈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죽은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는 것이죠,그는 원래 벌 써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었는데 당신을 만나서 새로운 삶을 되찾게 되었으 니 사실은 그보다 더욱 값진 것을 얻었다고 할 수가 있겠지요.] 백리운은 심옥산을 바라보고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우리가 그에게서 받은 이돈은 우리 마음대로 떳떳하게 써도 된다는 말 이오?] 심옥산은 몸을 일으켜 세우고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보며 대답했다. [그것은 그 노인이 아주 기쁜 마음에 드린 것이었으니 실상은 아마도 세상에 서 가장 깨끗한 돈이라고 할수 있을 거예요.] 이어, 심옥산은 마치 정교하게 그린 듯이 아름다운 얼굴을 다소 상기시키면서 말을 이었다. [원래 의술적으로 따져 보더라도 그런 불치의 병을 기적적으로 완치시키기 위 해서는 필시 천고의 희귀영약과 고명한 의술,그리고 그런것들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절세의 내가공부가 필요했었을 것이니,그저 그러한 것들만 모아서 계산 해본다고 하더라도 그만한 돈을 들게 되었을 거예요.게다가 의술 이외의 여러 가지 필요한 여건을 거기에도 합산시킨다면 오히려 그보다도 훨씬 많은 돈이 들수도 있죠.] ...... 심옥산은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가 문득 백리운이 자신의 말을 듣고 있지 않다 는 사실을 깨달았다. 백리운은 이 순간 아주 보기 드물게 고요한 눈길로 마치 그녀의 마음을 낱낱 이 들여다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백리운은 심옥산을 향해 미소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옥산,나와 혼인을 해 주시겠소?] 심옥산은 백리운의 시선을 올려다보며 눈이 부심을 느꼈다. 그리하여 그녀는 눈을 조용히 내리깔고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예,기꺼이......] 백리운은 심옥산의 손을 잡고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 ...... 그러다가, 문득 백리운은 다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참,당신에게 줄 선물이 있소.] 말과 함께 백리운은 자신이 조부자에게서 받은 그 황금전표를 내밀었다. [나의 첫 선물이 이런 것이어서 미안하오.] 심옥산은 전표를 받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예요,원래 돈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물건을 살수가 있기 때문에 저는 이 것으로 모든 선물을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어요.그리고,그보다도 더욱 중요한 당신의 사랑을 이미 받았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겠어요?] 백리운은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고맙소.] 심옥산은 미미하게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도 저는 이 돈으로 당신의 아내로서 다시는 성수방의 돈을 쓰지 않 고 당신의 돈을 쓰며 당신과 한 가정을 꾸리고 나가게된 것이 기뻐요.저는 이 제부터는 완전히 당신의 아내노릇을 하고 싶어요.] 백리운은 다시 말했다. [고맙소......] 이어, 그는 더 이상 참기 어렵다는 듯이 그녀를 부드럽게 안아 주었다. 심옥산도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나직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운랑......] ...... 잠시 무한히 깊은 사랑의 감동스런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다가 이윽고, 백리운은 예의 그 장난스런 얼굴로 돌아와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참,우리의 혼인식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우리의 이러한 사이를 그대의 아버님께 알려드리는 것이 어떻겠소?] 심옥산은 가볍게 그의 품속에서 빠져나오며 대답했다. [그건 당신의 뜻대로 하세요.] 이어, 심옥산은 욕실에 들어갔다. 백리운은 욕실에서 물결이 찰랑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대로 침상위에 올라 조용한 마음으로 참선에 들었다. 이때의 그의 마음은 아주 맑고 고요하여 장애가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기척이 일어서 고개를 돌려보니,어느새 심옥산이 목욕을 마치고 새로운 속옷으로 갈아입은채 그의 뒤에 서 있었다. [목욕을 하지 않으시겠어요?] 백리운은 가볍게 그녀를 안아준 다음에 목욕실에 들어갔다. 이 욕실도 역시 넓고 아늑하였으며 은은한 향기가 흐르는 물은 심옥산이 방금 전에 갈아놓은 것이었다. 원래 백리운은 저번에 탈태환골을 한 이후부터는 거의 때가 끼지 않는 몸이 되어 있었다. 백리운은 잠시 동안 목욕을 마치고 나와 심옥산이 미리 준비해놓은 새옷으로 갈아입은 뒤 방으로 돌아갔다. 심옥산은 침상위에서속옷바람으로 운기조식을 하다가 백리운을 맞았다. [목욕은 좋으셨나요?] 백리운은 미소하며 침상위로 올라가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심옥산의 몸을 매우 가늘고 버들가지처럼 연약했지만 뜨겁고 부드러운 탄력이 넘치고 있었다. 이 천하삼미중의 으뜸으로 꼽히는 심옥산의 육신은 가히 황홀함의 극치 그 자 체라고 말할 수가 있었다. 어차피, 이 두사람은 젊은 피가 끓는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백리운은 천천히 그녀의 옷을 벗겨주었고 자신의 옷을 벗으며 함께 알몸이 되 어 침상위에 나란히 누웠다. 서로의 몸과 몸이 닿고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기 시작하자 성결한 아름다운 그 녀의 나신도 매우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육신이 하나가 된다는 차원을 넘어선 깊고 깊은 사랑의 확인이었다. 누구라도 흉내내기 어려운 그러한 극치의 황홀한 순간들이 계속이어졌고 그것 으로 두 사람은 온밤을 지새게 되었다. 한없는 사랑으로 가득찬...... * * * 간밤의 끝없는 사랑의 확인으로 인해 다소 지친 듯 심옥산의 안색은 조금 창 백해 보였다. 백리운은 날이 환하게 밝아오자 잠깐 눈을 붙였던 잠에서 깨어나 알몸인채로 심옥산의 나신을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심옥산은 그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 아름다운 눈을 떴다. [오늘이 바로 영웅대회가 열리는 날이 아니오?] 심옥산은 조용히 백리운의 품속으로 안겨들며 대답했다. [그래요,오늘 정오에 영웅대회가 열린다고 했어요.지금 제게 영웅첩이 있으니 우리가 함께 들어갈 수가 있을 거예요.] 백리운은 너무도 아름다운 그녀의 나신을 쓰다듬어주며 다시 물었다. [당신 피곤하지는 않소?] [그렇지는 않아요.] 심옥산은 살짝 웃더니 즉시 일어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창문으로 뿌옇게 스며드는 햇빛아래 드러난 그녀의 나신은 정녕 아름답고 안 개처럼 황홀하기 그지 없었다. 백리운은 그녀가 옷을 다 입기를 기다려 자신도 일어나 옷을 걸치자 재차 물 었다. [우리가 어제 동심각의 사람들을 괴롭혔다고 해서 그들이 우리를 쫓아내지는 않을까?] 심옥산은 이미 새옷으로 단정하게 잘 차려입고는 돌아서서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지는 않을거예요.감히 그랬다간 강호의 모든 사람들이 어제의 그 동심각 사람들의 비행을 알게되지 않겠어요?] 지금 백리운이 입고 있는 새옷은 순백색의 속옷과 황금빛의 아름다운 무늬가 수놓아져 있는 백색 비단장삼이었고, 심옥산이 입은 옷은 담황색의 비단에 백색의 무늬가 정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의상이었다. 이 두 사람은 원래 상대방을 위해 각기 최고급의 의상을 골랐었고,지금 그것 들을 입고나자 두 사람의 용모는 마치 하늘의 해와 달처럼 눈부시기 이를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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