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기정무협소설[백상] 소림화상 - 21편 (21/56)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본문 바로가기

장편기정무협소설[백상] 소림화상 - 21편 (21/56)

💬 0 👁 5
☰ 목록
책갈피와 음성 읽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다시 물었다.
[잠시후면 사람들이 자네의 물품이나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줄 것이네만 특별 히 내게 달리 묻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가?] 백리운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예,스님은 법명이 어떻게 되십니까?] 황의노승은 그 말에 빙그레 미소를 떠올리더니 대답했다.
[나는 이곳 장경각을 책임지고 있는 수좌 현비라네.앞으로 자네가 나와 만날 기회는 아마 많이 있을 것이네.] -현비대사.
백리운은 그가 소림사에서 현자방장과 함께 매우 인상좋은 사람이라고 느꼈 다.
현비대사는 미소와 함께 한차례 방안을 둘러보더니 이윽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신형을 움직였다.
그것을 보고 백리운은 문득 한가지가 생각나서 급히 그를 불렀다.
[대사님 잠깐만!] [......] 고개를 돌린 현비대사를 향해 백리운은 물었다.
[제가 함께 일하게될 사람은 없습니까?아무래도 전에 이곳을 청소하던 사람이 있었을 것이 아닙니까?] 현비대사는 미소하며 대답했다.
[물론 있었지.] 이어, 그는 건너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쪽의 서가를 돌아가면 역시 작은 방이 하나 있네.그는 지금 그안에 있으니 원한다면 만나보도록 하게!아미타불......] 가벼운 불호소리와 함께 현비대사는 밖으로 사라졌다.
백리운은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좁은 방안을 서성거렸다.
그는 아직 점심식사를 하지 않았지만 그다지 배가 고프지는 않았고 또한 저녁 이 되어야만 식사를 가져다줄 것 같았다.
따라서, 지금 별로 할 일이 없는지라 그는 우선 현비대사가 말한 그 사람을 만나보기 위해 건너편의 방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건너편에 있는 작은 방은 역시 백리운에게 배정된 그 방과 그리 다르지 않았 다.
그러나, 일단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순간 백리운은 문득 크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노승, 백리운은 여태 제법 많은 노승들을 보았다고 생각했지만 실로 이렇게 심하게 늙고 깡마른 노승을 본적이 없었다.
전신의 뼈마디에 가죽만 씌워놓은 것 같고,얼굴은 마치 죽은 해골과도 같이 들러붙었으며 휑하니 들어간 두 눈에서는 어둡고 혼탁한 빛이 흐르고 있었다.
방안은 어두침침했고 그 노승은 바닥에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는데, 이러한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백리운은 본래 나이에 비해 지극히 담대하고 초연한 성품이어서 금방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노승을 향해 예를 올렸다.
[안녕하십니까?스님,오늘부로 장경각의 일을 맡아보게된 사람입니다.스님께서 는 이곳의 전임자이십니까?] 백리운은 혹시 이 노승이 너무나도 늙어서 이미 죽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 했다.
허나, 노승의 합죽이처럼 들어간 입술이 열리며 나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렇소.나는 이미 오랫동안 홀로 이곳에서 지내왔는데......이제는,이제는 그 짐을 덜게 되었군.좋은......좋은 일이야......] 백리운은 노승의 어조가 서글픔이나 고통,섭섭함 따위의 감정이 들어있지 않 은 담담한 것이라는 데에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비교적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다고 할 수가 있었다.
강호에서 살아가자면 그러한 것을 보는 것은 다반사라고 할 수가 있는데 그들 모두는 한결같이 죽음을 두려워했고 공포와 고통을 심하게 나타내곤 했었다.
그런데, 틀림없이 죽음이 얼마남지 않은것 같은 노승의 태도가 저렇듯 초연하고 담담 하니 이는 실로 감탄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이런 허드렛일을 하던 사람까지도 깊은 수양이 되어 있으니 정말 불문의 사람 은 다른 것이로구나 하는 탄복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그리고, 백리운 스스로 택한 길에 대한 자부심과 기쁨이 생긴 것은 두말할 리가 없는 것이었다.
(역시 사람은 겉으로만 보아서는 알수가 없는 것이로군!) 눈앞의 해골같은 노승에게 절로 존경의 염을 느끼며 백리운은 다시 노승을 향 해 공손히 입을 열었다.
[저의 이름은 백리운이라고 합니다.실례지만 스님의 성함은 무엇입니까?] 소림사에서 법명을 지어주지 않는다니 백리운으로서는 부득불 강호에서 사용 하던 이름을 다시 쓰는 수밖에 없었다.
노승은 고개를 움직일 힘조차 없는 듯 다만 입술만 움직이며 대답했다.
[이름,이름이라......이 육신은 그저 허망한 가죽부대에 불과하거늘 그 이름이 야 말해 무엇하겠는가?그냥 무명승이라고 불러주게.] 백리운은 노승의 그러한 생각에 내심 찬성하고 있었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백리운은 잠시 방안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할말을 찾 지 못해 잠시 묵묵히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듯 백리운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사람도 찾아오지않으니 외롭지 않으십니까?] 노승의 뻣뻣한 얼굴 근육이 가늘게 움직이는 듯 했다.
[나는 이미......아주 오랫동안 이곳에서 홀로 살아왔네.혼자 있는 것은 습관 이 되서 외롭지도 심심하지도 않지.
나는 차라리 이렇게 혼자 있는 것이 좋네 ......] 백리운도 역시 다른 곳으로 보내줄 수 있다는 현비대사의 말을 거절하고 이곳 에서 혼자사는 것을 택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오랫동안 홀로 살아온 노선배를 만나고 보니 자연 궁금해지지 않 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오랫동안 이곳에 갇혀서 사는 것은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겠죠?] [......] 노승은 잠시 대답하지 않고 백리운의 얼굴을 보았다.
문득 어둡고 혼탁해보이는 그의 두 눈에서 한줄기 미묘한 빛이 희미하게 어른 거리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노승은 문득 되물었다.
[그대는 어째서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는가?] 백리운은 노승의 시선을 받는 순간 왠지 기이한 밝은 빛 아래 자신의 모습이 훤하게 드러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때문에, 그는 자연 경건한 생각이 들어서 공손히 있는대로 대답했다.
[저는 무공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불법을 배우고 싶어서 장문방장께 말씀을 드렸더니 그분께서는 특별히 저를 이곳에 보내주셨습니다.] [무공에는 관심이 없다고?] 노승은 다소 놀라는 듯 했다.
그러나, 이 노승이 놀라는 것은 아까 황의노승들이 놀라는 것과는 조금 달라서 마치 매우 반가와하는 느낌이었다.
백리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저는 우연히 인연이 닿아서 이곳에 오게 되었을뿐 무공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불도를 닦고 싶을 뿐입니다.] [......] 노승은 말을 하지 않고 잠자코 백리운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마치 백리운의 마음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것 같기도 했 다.
백리운은 그 순간 노승의 어두침침한 두 눈에서 마치 눈부신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실로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때 문득, 노승이 다시 입을 열었다.
[좋네.얻고자 하면 얻지 못할 것이지만,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자연 얻게될 것 이네.] 노승의 처음의 말은 다소 불분명하고 희미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 졌는지 거의 또렷하게 들리고 있었다.
백리운은 의아해져서 물었다.
[그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노승은 다시 말했다.
[사람들은 세속의 욕심에 휩쓸려 보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하찮은 것에 몰두 하고 있네.본래 달마조사의 의도가 그것이 아니었거늘......중심을 놓친다면 하찮은 것도 얻을 수 없게 되지.그와 반대로 중심으로 간다면 자연 하찮은 것 이야 얻을수 있다는 말이네.] 백리운은 말을 들을수록 더욱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느낌이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고 하찮은 것은 무엇입니까?그리고 달마조사의 의도라는 것은 또한 무슨 의미인지 다시 말씀해 주십시오.] 허나, 노승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자네는 앞으로 자연 그 말뜻을 알게될 것이네.그보다......자네는 앞으로 자 네가 마음먹은 길을 후회없이 굳건하게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네.] 백리운은 그의 이 말은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의 길을 굳건하게 나아가라는 말은 지금 이곳에서 오직 불도에만 전념하겠 다는 그 의지에 충실하라는 뜻인 것이다.
노승은 그 이후로 눈을 감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백리운은 그가 참선에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곧장 조용히 그 방을 물러나 왔다. * * * 백리운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니 이미 여러명의 승려들이 왔다갔었던 것 같 았다.
방안에는 덮고 잘 이부자리와 포단이나 작은 탁자 등의 생활용품들이 회색승 의등과 함께 놓여져 있었고 또한 식사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백리운은 음식들을 보자 식욕이 나서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음식들은 모두가 산나물이나 채소 따위의 비리지 않은 것들이었으나 백리운은 오래전부터 산속에서 그러한 것만 먹고 살아왔던 만큼 입맛에 꼭 맞았다.
백리운이식사를 마치고 일어나서 물건들을 정돈하고 있으려니까 문득 방밖에 한 명의 회의승복을 걸친 젊은 승려가 나타나 다가왔다.
백리운은 방으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장경각의 내부를 둘러보는 도중에 이 부 근을 삼엄하게 지키고 있는 수십명의 승려들을 볼 수가 있었고, 그것은 일반적으로 장경각을 지키는 관례적인 면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자기 를 감시하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금 방안으로 들어오는 이 젊은 승려도 역시 그들 가운데의 한사람인 것이 다.
그 승려의 표정은 딱딱했지만 백리운은 개의치 않고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에 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십니까,스님?] 젊은 승려는 딱딱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식사는 끝냈소?] 백리운은 즉시 그가 그릇을 가지러 왔음을 알아차렸다.
[예,그런데......] 이 젊은 승려는 정식제자이고 자신은 그저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인데 그는 백 리운에게 식사를 가져다주는 일이 불만인 모양이었다.
백리운은 그러한 그의 심사를 헤아리며 인상좋게 웃으며 물었다.
[건넌방의 노스님께는 식사를 갖다드리셨습니까?] 무엇 때문에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게된 것일까? 그것은 달리 할말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해골같은 노승 을 생각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일 것이다.
이렇게 그에게도 식사를 갖다주는 상황이니 그 노승에게는 물론 두말할 필요 가 없을 것이다.
헌데, 의외에도 젊은 승려의 대답은 다른 것이었다.
[그는 이미 곡기를 끊은지 오래이니 식사를 가져다주지 않소.] -곡기를 끊었다.그렇다면 그 노승은 지금 그대로 죽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란 말인가? 백리운이 의아해하고 있는 동안 젊은 승려는 어느새 그릇들을 모아서 들고 밖 으로 걸음을 옮겨가고 있었다.
백리운은 급히 그를 불렀다.
[잠깐만,그렇다면 그는 지금 일부러 죽으려고 하는 것이란 말이오?] 젊은 승려는 고개를 돌리더니 대답했다.
[그 사람은 이미 몇차례 단식을 하곤 했었기 때문에 그저 단식만 한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죽는 것은 아니오.] [......] 백리운은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할 말을 잊었다.
그가 그 노승에게서 받은 느낌이 강렬했기 때문에 이 순간에 받는 충격 또한 커다란 것인지도 몰랐다.
(그래,그 노스님은 단식때문이 아니라도 이미 죽을 때가 되었을 거야.) 이때, [나는 허경이오.] 간략한 자기소개와 함께 젊은 승려는 곧장 고개를 돌려 아래로 내려가버리고 말았다.
백리운은 그것을 보면서도 마음은 건넌방의 노스님에게로 달려서 정신이 온통 멍멍해질 정도였다. * * * 백리운은 다시 건넌방의 노승을 찾아가볼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까 노승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눈을 내리감고 상대하려고 하지도 않 았기 때문에 백리운은 다시 가서 방해하고 싶지가 않았다.
따라서, 그는 바삐 움직여서 방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남은 햇살을 이용하여 아래 윗 층의 서고를 정리한 다음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때는 대략 삼경무렵이라고 생각되었다.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떠보니 돌연 방안에 그 노승이 나타나 그를 바라보고 있 는 것이 아닌가? (아!......) 백리운은 절로 흠칫해져서 몸을 일으켰다.
이때의 노승의 두 눈은 아까와는 달리 어두침침한 것이 아니라 어둠속에서도 기이한 광채로 충만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더욱 놀라운 것은 노승은 지금 방바닥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아까의 가부좌 를 튼 자세 그대로 허공에 둥둥 떠있다는 사실이었다.
비록 심원이나 심옥산의 무예를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깡마르고 힘없이 보이는 노승이 이러한 신비로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 다는 것은 어떤 불가사의한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백리운은 절로 경외심이 일어서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공손히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이렇게 오셨습니까?] 노승은 깊은 눈길로 그를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그대에게 한가지 해줄 일이 있어서 왔네.] 백리운은 의아해져서 물었다.
[그것은 무엇입니까?] 노승은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
[그대는 아직 사부를 모시지 않았겠지?] 백리운은 정식제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사부를 모시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아마 사부를 모시지 못하게 될 것이다.
백리운은 공손히 대답했다.
[예,하지만 올바르게 불도를 구하기만 한다면 굳이 사부를 모시지 않아도 상관 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승은 고개를 저었다.
[아미타불,자네의 말대로 일세.그러나 정작 불도를 구하는 사람은 많아도 바르 게 도를 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그대는 아는가?] 노승의 말은 실로 틀림이 없는 사실이었다.
백리운은 그의 말에서 뭔가 놀랍고도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고는 눈을 크게 떴 다.
[그렇다면?......] 노승은 그의 마음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물었다.
[자네는 나는 어떻게 보는가?] 백리운은 자신의 느낌대로 대답했다.
[노스님께서는 실로 바르게 불도를 구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승은 두 눈에 문득 자애로운 빛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됐네.] 순간, 백리운은 노승의 양손이 전혀 기척도 없이 그의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 다.
그 순간은 너무도 빨라 마치 찰나의 순간처럼 여겨졌는데, 백리운은 갑자기 자신의 머리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눈앞의 노승 의 신형이 마치 환각처럼 꺼져버리는 것을 보았다. ......
이게 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홀로 방안에 우두커니 남은 백리운은 잠시 망연자실하여 멍하니 넋을 잃은 듯 이 텅빈 허공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헌데, 이때 그의 주변에는 무수한 머리카락들이 흩어지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이미 그의 머리는 깨끗하게 삭발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그 노승은 백리운의 머리를 깎아주기 위해 이렇게 한밤중에 나타났 었던 것이란 말인가? 노승이 마지막 순간에 사라져간 그 방법도 놀라운 것이었지만,백리운은 먼저 노승의 의도에 대해 망연히 생각에 접어들었다.
분명히, 노승이 그를 삭발해준 것은 그를 자신의 제자로 맞이하겠다는 의미였다.
백리운은 물론 그러한 점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지만 문제는 무엇 때문에 노승 이 그러한 행동을 스스로 했는가 하는 점이었다.
노승의 모습으로 보아 단순히 그를 제자로 삼기위해 일시 격정을 이기지 못해 이 한밤중에 나타난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필시 그가 일부러 나타나서 이러한 방법으로 제자를 삼은 데에는 뭔가 크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대체 그것은 무엇일까? 백리운은 단시간내에 명확하게 그 의도를 알수가 없었다.
그러자, 백리운은 순간 빨리 노승에게 달려가서 그 이유를 묻고 또한 사제지간의 예의 를 다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허나 다음 순간, 백리운은 마악 방문을 나서려다 말고 문득 걸음을 멈춰세우고 내심 생각했다.
(그분께서 나를 이렇게 제자로 삼은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듯이 또한 그처럼 갑자기 돌아가신 것 역시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그분이 만일 내가 배사지 례를 올리는 것이나,혹은 그 이유에 대해서 지금 묻는것을 허락하셨다면 그처 럼 빨리 가시지 않고 더 머물거나 아니면 따라오라고 지시를 하셨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백리운은 지금 건너방으로 찾아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따라서, 그는 내일 아침 날이 밝는대로 찾아가 뵙기로 하고 그냥 다시 바닥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그러나 잠을 청했지만 마음은 온통 노승의 의도에만 쏠려서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이 더욱 또렷해지고, 왠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대체 노승이 의도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 * * 밤새 뒤척이다가 겨우 새벽녘에 잠들었는가 했는데,문득 놀라 깨어보니 어느 새 주위가 훤하게 밝아져 있었다.
게다가, 몸을 일으켜보니 눈앞에 어제 보았던 그 허경이란 젊은 승려가 나타나 있었다.
백리운은 그 젊은 승려의 안색이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짐작하고는 물었 다.
[무슨 일이십니까?] 허경은 잠시 백리운의 표정을 살피다가 문득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 늙은이가 죽었소.] #6223 안두헌 (myyaj ) [백상] 소림화상 제3권 제18장 07/13 06:19 403 line 제 18 장.
달마역근경.
백리운은 순간 거의 기절할만큼 놀랐다.
허경의 말뜻에서 바로 어젯밤에 그의 방에 들렸던 그 노승이 이미 열반에 들 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 노승은 형상이 거의 해골과도 같아서 지금 죽는다는 것은 실로 전혀 이상 할 것도 없는 것이었지만, 백리운은 어젯밤에 그를 사부로 모셨다는 점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러한 사실 에 심한 마음의 충격을 느꼈다.
마치 모처럼 친인을 만난 것 같았는데 다시 천애고아가 된 듯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제서야 백리운은 어젯밤에 노승이 굳이 그를 제자로 삼은 이유를 분명하게 알아낼 수가 있었다.
말하자면, 그것은 백리운이 자신의 대를 이어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단순히 이 장경각의 청소를 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것은 실로 바르고 바른 불도에 대한 유촉이었다.
백리운은 그순간 마치 영감처럼,전에 그와 노승과의 대화 내용을 비추어 그같 은 사실을 훤하게 알 수가 있었다.
[......] 허경은 빠르게 변화하는 삭발한 백리운의 표정을 기이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거나 말거나, 백리운은 허경을 한차례 주시한 후 빠르게 몸을 움직여건넌방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 * 건넌방의 방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 백리운이 목격한 것은 이미 싸늘하게 굳은 채 해골같은 깡마른 몸을 바닥에 눕히고 있는 노승의 시신이었다.
노승은 정말로 열반한 것이다.
어젯밤에 그 신비스러운 모습이나 눈빛은 지금 그 차디찬 시신에서는 단 한구 석도 찾아볼수가 없었다.
아련한 슬픔속에서, 백리운은 서서히 그 시신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때 방안에서는 허경 또래의 젊은 승려들과 중년승려들 몇몇이 뒷일을 논의 하고 있었는데, 백리운의 이같은 행동을 보자 매우 의아한 표정이었다. ...... * * * 일반의 정식제자들과는 달리, 노승의 시신은 아주 간소하고도 쓸쓸하게 뜰앞 마당에서 화장이 되어서 그 유 골은 산중 아무곳에나 묻혀졌다.
그날은 그래도 제자들이 백리운이 유골을 묻는 것을 방해하지 않아서 장경각 의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올 수가 있었다.
백리운은 장례를 치룬 후에 노승의 방으로 들어가서 그의 물건 등을 챙겼다.
노승의 물건이라는 것은 실로 너무나도 간단했다.
낡은 옷가지와 읽다만 몇권의 불경이 전부였고 그 흔한 목탁이나 염주따위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백리운은 하루 온종일 노승의 방에서 마치 그의 체취를 느껴보기라도 하듯 상 념에 잠기다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아무튼, 그러는 가운데 백리운은 자연스럽게 장경각을 지키는 모든 제자들에게 장경각 의 청소부로 인식되었다.
노승의 죽음은 비록 커다란 충격을 주었지만, 이상하게도 그것은 좌절은 커녕 기이한 활력소가 되어서 백리운은 다음날부터 자신의 맡은바 책무에 충실하기 시작했다.
이 장경각의 내부의 서적들은 대략 일 이층 합쳐서 수만권은 될 것 같았다.
아니, 무려 십만권이 넘을지도 모르지만 백리운은 그 모든 서적들을 청소도구를 사용 하여 하나씩 털고 제자리에 정리하느라 며칠동안 시간 가는줄 몰랐다.
아마도 노승이 너무나도 몸이 쇠약하여 미처 서고를 청소할 틈이 없었던지,장 경각의 서가나 벽면,천정등에는 거미줄이나 먼지가 가득 뒤덮여 있었다.
그런 것을 깨끗하게 청소해가는 도중의 백리운의 일과는 실상 너무도 단조롭고 판에 박은 듯이 똑같았다.
매일 장경각에 소속된 제자들이 번갈아 주변을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방법으 로 지키고 있고 물품이나 식사를 가져다주는 것도 허경만이 담당했다.
그러다 보니, 백리운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허경이란 젊은 승려밖에 없었는데,아마도 보통 사람이었으면 이런 단조로운 생활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마음 속의 사부로 생각하고 있는 노승의 유촉을 받은 것을 뇌리에 떠올리 며, 백리운은 가능하면 수많은 책들과 친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고요한 평온을 즐기기 위해 노력했다.
백리운은 이미 석문산속에 있을때에도 제법 많은 불경들과 접했던 경험이 있었 다.
그러한 이유로 백리운은 쉽게 어려운 불경들과 친근해질 수가 있었고,혼자 있 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 한 줄 댓글 0
비회원 · 이 글에 하루 1개만 등록 가능
HTML/스크립트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댓글은 최대 120자이며 페이지를 이동하지 않고 바로 등록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

Copyright © webstoryboard.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