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그녀의 뒷쪽에서 일시에 여러명이 합창을 하는듯한 커다란 음성이 울 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그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곽진은 이 느닷없는 소리에 놀라 급히 몸을 뒤로 돌렸다. -주루의 이층입구, 거기에는 어느새 다섯명의 젊은이들이 나타나서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 보고 있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그들은 다만 하나의 부류가 아니라 그 가운데에는 승려도 있고 도 사도 있으며 거지도 있는것이었다. 곽진은 이들의 그녀를 쏘아보는 눈빛에 저마다 강렬한 신광이 내재되어 있음 을 보고는 이들이 뭔가 심상치 않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곽진은 이들 다섯명이갑자기 부르짖는 바람에 일시 크게 놀랐을뿐만 아니라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기실, 그녀가 이들 모두를 상대한다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의 신분이 보기보다 대단한 것일지도 모르는데 만일 그녀가 일을 저질렀다가 나중에 수습하기 어려워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때, 곽진이 다소 머뭇거리자 그 다섯명의 젊은이들이 일제히 허공을 날아서 탁자 주위에 이르러 그녀를 포위하며 소리쳤다. [너는 누구냐-?] 아마도 이들 다섯명은 서로 매우 친하여 목소리도 거의 함께 나오는 모양이었 다. 곽진은 이에 다소 궁지에 몰렸다. 그녀는 이들과 함께 어울려 싸울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수도 없고 하여 안색을 잠시 푸르락붉으락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다른쪽의 탁자에서 한 사람이 느릿하게 걸어나오며 입을 열었다. [이 일은 내가 시킨 것이니 당신들은 너무 그렇게 나무라지 마시오!] ......? 사람들은 그 어조가 너무나도 천연덕스러웠기 때문에 일시 저마다 흠칫하여 그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방금 나타난 사람은 바로 다름아닌 백운기였다. 사람들은 느닷없이 다가온 사람이 이제 겨우 십오세 가량의 나이어린 소년이 라는 사실을 알자 더욱 놀라고 어이없는 표정이었다. 백운기는 그들을 행해 다시 말했다. [당신들은 내가 누군줄 아시오?나는 바로 이번의 영웅대회를 주관하시는 백군 악,백대협의 아들인 백운기인 것이오.] 백운기의 그러한 말은 마치 폭탄선언과도 같았다. 그러나, 의외에도 그들은 백운기의 말을 듣고도 별로 놀라거나 안색을 변화시키지 않 는 것 같았다. 오히려 그중 거지차림을 한 젊은 청년이 소리쳐 이렇게 되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체 어쨌다는 말이오?] #6262 안두헌 (myyaj ) [백상] 소림화상 제5권 제32장 07/22 05:32 407 line 제 32 장. 불가사의 백운기는 그가 자신의 출신내력만 대면 상대방이 모두가 최소한 기가 죽을 것 으로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그렇게 뻣뻣하게 되묻는 것을 보고 다소 의아한 표 정을 지어 보였다. [당신들은 내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인단 말이오?] 이에, 방금전에 말했던 거지청년이 다시 싸늘한 안색으로 대꾸했다. [네가 동심각의 사람이든 아니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동심각의 사람이 라면 이렇게 사람을 함부로 개 돼지 취급을 해도 된단 말인가?] 과거 백운기는 여러번 강호에 나와서 귀찮은 무리들을 만나면 자신의 신분을 밝혀서 상대들이 놀라 쩔쩔매는 것을 구경하곤 했었는데, 오늘 이렇게 동심각을 두려워하지 않고 항변하는 무리들을 만나게 되자 다소 흠칫하여 다음과 같이 생각하게 되었다. (저들은 혹시 구파일방의 사람들이 아닐까?) 백운기가 아직 구파일방의 사람들과 많이 어울려 보지는 않았지만 소문으로 구파일방의 사람들이 자부심이 강하고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는다는, 강호의 터줏대감격인 명문정파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게다가, 그의 부친인 백군악 역시 다른 문파의 사람들은 몰라도 구파일방의 사람들에 게는 결코 실례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를 누차하곤 했었으므로, 백운기는 눈빛이 싸늘해졌으나 곧 다시 부드럽게 정색을 하고는 그들에게 물 었다. [당신들은 혹시 구파일방의 사람들이 아니오?] 이 새로 나타난 다섯명의 사람들 가운데에는 두명의 속가청년과 한명의 도인, 한명의 승려,그리고 한명의 거지청년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저 침중한 얼굴을 하고 묵묵히 말이 없었는데 유독 거지청년 만이 나서서 사납게 대꾸했다. [우리가 구파일방의 사람들이든 아니든 너희들이 알게 무엇인가?왜 하필 쓰레 기 같은 우리의 출신내력을 알려고 하지?] 아무래도, 아 다섯명의 사람들을 일찍부터 와서 곽진과 흑의청년 팽륭의 시비가 일어나 는 장면까지 모두 보았었던 모양이었다. 그들은 웬 나이어린 낭자가 팽륭에게 시비를 걸자 흥미반 장난반으로 몰래 숨 어서 지켜보았었던 것 같았다. 백운기는 원래 오만하고 안하무인격인 성품이었는데, 그래도 방금전에는 일부러 자세를 낮추어 대해주었는데도 상대방으로부터 비 아냥거리는 소리를 듣게되자 그만 안색이 차갑게 변하고 말았다. 헌데 그때였다. 백운기가 마악 발작을 하려고 하는 순간에 갑자기 아까의 그 탁자에서 번쩍하 더니 순식간에 백운기의 옆에 내려서는 인영이 하나 있었다. 그는 바로 다름아닌 곽호였다. 남삼청년을 비롯한 여섯 사람은 눈앞의 이 곽진과 백운기 두 사람을 상대하기 도 벅찬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다시 눈부신 신법을 발휘하는 새로운 상대자가 나타나자 저마다 안색 이 크게 무거워지고 말았다. 그런데, 곽호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아주 저자세로 공손하게 포권하며 정중 하게 입을 여는 것이었다. [불초는 도회의 곽호라고 합니다.저 철없는 계집아이는 바로 저의 여동생이지 요.이렇게된 마당에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만 부디 불초의 얼굴을 보아서라 도 이 일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남삼청년등 육인은 곽진과 곽호가 역시 무림팔패의 인물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하지만, 거지청년은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는 좌천상등이 앉아있는 탁자를 힐끗 건너다보더니 싸늘하게 대꾸했다. [당신들은 보아하니 응원군을 많이 데리고 온 것 같은데......흐흐 그렇다고 우리가 기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이오.대체 사람을 죽여놓고 용서를 해달라니,이게 말이 될법이나 한 소리요?] 그 말을 듣자, 곽호는 한순간 흠칫 깨닫고 웃으며 대답했다. [아 바로 이분을 두고 하시는 말씀이시군요?그건 걱정 마십시오,그는 죽은 것 이 아니라 내 여동생이 장력으로 혼절을 시켜놓았을 뿐입니다.] 이어, 그는 급히 곽진에게 지시하는 것이었다. [진아,어서 그분의 혈도를 풀어주지 못하겠느냐?] 그렇다! 원래 사람을 죽일 생각이 없었던 곽진은 남삼청년을 위협하기 위해 자신의 무 공수법중의 공공장력을 이용하여, 흑의청년의 등줄기를 후려쳐서 다만 죽은 것처럼 깊이 혼절하게 만들어 놓았 던 것이었다. 이 공공장력은 비록 소리는 맹렬했지만 그 진력이 내부를 상하도록 후려친 것 이 아니어서 흑의청년 팽륭은 그저 잠시후면 다시 스스로 깨어날 수 있게 되 어 있었다. 하지만, 곽진의 그 수법은 상승무예의 경지에 있는 것이어서 남삼청년등 여섯명은 미 처 그런 사실을 모르고 오해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상, 곽호는 처음에 곽진이 일을 벌이려는 것을 반대하여 소리쳐 제지하긴 했었지 만 백운기의 은근한 요청에 의해 가만히 주시하고만 있었는데, 만일 곽진이 살인을 할 상황이었다면 아무리 누가 말린다고 해도 결코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었을 그가 아니었다. 곽진은 평소 집안에서 너무 귀여움만 받고 자라나서 맹랑한 성격이 되어버렸 고, 곽호로선 도저히 그녀의 성질을 감당해낼 수 없는 데다가,마침 그가 곽진과 맺어지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던, 백운기가 요청하는 것이라 무슨 큰일은 벌어지지 않겠지 하고 꾸준히 참고 지 켜보던 참이었던 것이다. 곽호도 이들이 구파일방의 사람들이 아닐까 하고 의심을 하다가 백운기가 나 서자 잠시 기다리다가 이제야 나서게 되었던 것이었다. 곽호의 지시에 따라 곽진이 즉시 가볍게 일장을 후려쳐서 혈도를 풀어주자 팽 륭은 금방 끙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는, 눈알을 크게 부라리며 소리치는 것이었다. [이 죽일 계집아!어서 덤벼봐라!] 팽륭은 금방이라도 곽진에게 달려들려고 했으나 곧 옆에 있던 젊은 승려에게 손을 잡혀 제지당하고 말았다. [아미타불,참으시오 팽형!] 하지만, 팽륭은 도저히 참을 기세가 아니었다. [저 계집은 우리더러 쓰레기라고 했소!이래도 내가 참아야 한단 말이오?] 젊은 승려는 온화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원래 인간의 몸이라는 것은 사실 더러운 쓰레기나 다름이없는 것이라오.그리 고 지금 이순간에 무력을 사용한다고 해서 무슨 결말이 나겠소?] 이 젊은 승려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아주 수양이 깊은 사람인 것 같았다. 하긴, 자세히 본다면 지금 이 탁자의 주위에 있는 일곱명의 사람중에 비범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원래 곽진이 사람을 볼줄 모르고 함부로 날뛰다가 어이없게도 이런 비범한 인 재들을 건드리게 되었던 것이었다. 팽륭은 젊은 승려를 한차례 멍하니 바라보다가 일순 땅이 꺼져라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발작을 멈추었다. 그것을 보고 거지청년이 싸늘하게 웃으며 팽륭을 향해 입을 열었다. [팽형,팽형은 먼저 사람을 알아본 다음에 대항을 했어야만 했소.저 계집이 누 군줄 아시오?바로 이분과 함께 도회의 소공녀와 소공자라지뭐요.그리고 또 이 젊은 분은 동심각의 백운기 공자이시고......] 거지청년의 그 말은 팽륭의 심사는 있는대로 긁어놓는 것이었다. [뭐라구?내가 그렇다고 꼼짝 못할 줄 아시오?] 팽륭이 다시 발작을 일으키려는 것을 그 젊은 승려가 다시 나서서 말렸다. [허허 그만 하시래두!] 이어, 젊은 승려는 거지청년이 다시 나설까봐 재차 입을 열었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저런일도 있는 것이오.오늘의 이일은 서로간의 오해가 빚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모두 잊어버립시다!] 그 말에, 곽호가 진심으로 감사하여 그 젊은 승려를 향해 예를 올렸다. [이렇게 선처해 주시니 고맙습니다.실례지만 스님의 법명을 알려주실 수는 없 겠습니까?] 그때, 거지청년이 싸늘하게 말했다. [묻는다고 고지식하게 대답하지마시오.그랬다만 우리 구파일방의 제자들은 무 림팔패의 사람들에게 수모를 당했다는소문이 정말로 퍼지면 큰일날테니!] 아무래도 이 거지청년은 자신들이 그야말로 노골적으로 수모를 당했다는 데에 도저히 그냥 참기가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리고, 백운기 등이 예측했던 대로 이들은 과연 구파일방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 곽호는 감히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가 없어서 백운기와 곽진을 데리고 자신 들의 탁자로 돌아가려고 했다. 헌데 그때였다 거지청년이 다시 신형을 훌쩍 날려 곽진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 [잠깐만!당신들은 비록 사과를 했다지만 정작 이 계집은 전혀 사과를 하지 않 았으니 이대로 그냥 보낼 수가 있겠소이까?허허,세상살이가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쉽다면 누군들 세상을 여유있게 살지 못하겠소?] 이 거지청년은 비록 나이는 아직 젊으나 그 태도나 말투에는 거지 특유의 닳 고 닳은 풍자적인 기색이 가득했다. 곽호는 다소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었으나 그래도 분명 자신들이 잘못을 했고 거지의 요구는 타당한 것이어서, 할수 없이 곽진에게 말했다. [진아,네가 어서 이분들에게 사과를 해라!] 그러나, 실로 이 곽진이란 낭자는 맹랑했다. 그녀는 이 일이 모두 자신으로 인해 비롯되었다는점은 생각지도 않고 그저 여태까지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참고 있다가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 다. [싫어요!내가 그만큼 창피를 당했으면 됐지 또 어떻게 사과를 하란 말이예요? 내가 쓰레기에게 쓰레기라고 한 것이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요?] ......! 이에 장내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크게 경악하고 말았다. 곽진의 입에서 이미 뱉아진 말인지라 곽호도 일순 전혀 수습할 생각도 못하고 얼굴이 시뻘개진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거지청년은 어이없다는 듯 곽진을 주시하다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흐흐 그랬군!원래가 무림팔패에서는 우리 구파일방을 겨우 쓰레기 정도로 밖 에 보지않고 있었군!그런데 내가 공연히 사과를 바라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나 는 개처럼 개소리를 냈던 것이 아닌가!] 분위기는 갑자기 화해로 돌아서는 듯 하다가 갑자기 살벌해졌다. 이미 그들이 구파일방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밝혔음에도 곽진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완전히 구파일방 자체를 모욕하는 것이었으므로, 자파의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무림에서 이와같은 일은 결코 쉽게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는 아까 곽진이 팽륭을 폭행한 사건보다 더욱 중대한 것이며, 사건의 중재역을 맡았던 이해심 많은 젊은 승려조차 이 순간은 무거운 안색으 로 말을 잃고 있는 중이었다. 이것을 보고, 마침내 좌천상의 옆에서 그를 주시하고 있었던 홍의낭자 백운하가 더 이상 가 만히 있을수가 없어서 번쩍 신형을 날려 거지청년의 앞에 내려서며 사납게 소 리쳤다. [당신은 대체 뭐가 그리 못마땅해서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난리죠?바로 당신 이 그따위로 나오는데 우리라고 곱게 대해줄 리가 있겠어요?] 백운하의 그 놀라운 신법과 그녀의 아름다운 두 눈에서 뻗치는 칼날같은 예광 을 본다면 누구나 기가 죽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 거지청년은 오히려 그럴수록 더욱 표정이 차가와졌다. [흐흐,이건 또 뭐야?바로 동심각의 사람이겠군!이것 보시오!당신은 지금 내가 쓸데없는 트집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시오?설사 개도 자신을 해코자 하지 않으 면 물지않는 법인데 내가 무엇 때문에 더운밥을 먹고 이런 장난을 하겠소?그 래,당신이라면 그런 꼴을 당하고도 가만히 물러나겠소?] 백운하는 상대방이 개 운운하자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납게 대 꾸했다. [우리는 개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하지도 않고 당할 일도 없어요!] 거지청년은 싸늘하게 비웃었다. [이것봐라!이번엔 우리를 또 개취급하는군?] 백운하는 금방 자신이 상대의 화술에 말려들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크게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그래요!우리가 설령 당신들을 개취급 했다라고 한다해도 당신들은 대체 어쩔 거예요?강호는 강자존의 세상이 아닌가요?혼나고 어디 한두군데 부러지고 싶 지 않다면 어서 좋은 소리할때 물러가는 것이 좋을 거예요!] 백운하의 이말은 격앙에 의해 절로 나온 것이었으나 이는 실로 일곱사람의 노 화에 불을 지른 격이 되었다 거지청년이 껄껄껄 웃고나자, 그 옆의 속가청년 하나가 냉랭한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 구파일방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소인배는 아니오.그러니 어서 주저없이 손을 쓰시오!] 이에 대해, 한줄기 격노한 음성이 터져나왔다. [손을 쓰라면 못쓸줄 아는가-?] 소리친 사람은 바로 백운기였다. 그는 안하무인격인 성품으로 용케도 오랫동안 참아오다가 마침내 더 이상 참 아내지 못하고 발작을 일으켰던 것이었다. 백운기의 신형은 커다랗게 소리침과 동시에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 직이며 희뿌연 그림자로 화해, 거지청년을 덮쳐갔다. 그는 우선 이 말이 많은 청년을 제압해놓고 나서 자신의 뜻대로 사건을 해결 하려는 생각이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백운기의 신형은 아주 빠르게 거지청년의 전면으로 덮쳐들어서 순간 거지청년 의 몸이 여지없이 그의 손아귀에 잡히는가 싶었는데, 웬걸, 거지청년의 신형은 그 순간 마치 누런 안개처럼 사라지며 백운기의 손은 그대 로 허공만을 잡고 마는 것이 아닌가? 모든 사람들은 일시에 크게 놀랐다. 이 거지청년의 실력이 사실은 그렇게 놀라운 것이었단 말인가? 그러나, 다시한번 분명하게 살펴본 결과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거지청년은 이순간 한 사람의 손에 잡힌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멀찍이 물러 나 있었고,그를 잡은 사람은 바로 백리운이었던 것이었다. -백리운, 그의 출현은 마치 거짓말 같았다. 아무도 그가 어떻게하여 탁자가 있는 자리에서 사라져서 그곳에 나타났었는지 분명하게 본 사람은 없었다. 특히, 백리운이 무공을 할줄 안다는 사실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었던당사자 백운 기였기 때문에 그의 놀라움은 가장 컸다. 또한 그의 오만한 마음에 분노 역시 컸다. 백운기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일순 이빨을 갈면서 전신을 부들부들 떨더니 손가락으로 백리운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네,네놈이 감히 나의 일을 방해해-?] 백리운은 가볍게 거지청년의 손을 놓은 뒤 웃으며 대꾸했다. [나는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대가 감히 무력을 쓰려고 하니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만일 그대처럼 무력으로 모든 일을 해치우려고 한다면 강호의 모 든 약자들은 하나같이 죽어야 한다는 결론이 아닌가?] 백운기는 이미 화가 나서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는 이빨을 뿌드득 갈며 다시 말했다. [그렇다!네놈이 감히 나의 일에 방해할 생각이라면 우선 나의 일격을 받아야 만 할 것이다!] 말과 함께, 백운기는 쌍장을 앞으로 모아서 기이한 호선을 그리며 백리운을 향해 내뻗었 다. 그러자, 마치 수십 수백개의 장력이 일시에 퍼져나가는 듯한 환영이 일어나며 그것은 실로 눈깜짝할 사이에 백리운의 면전에 쇄도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마치 고요한 호수에 하나의 돌을 던지면 무수한 파문이 번져가는 모양 과 흡사했다. 이 장력은 아무런 색깔이나 소리도 일지않는 무형의 투명한 강기로서,다른 사 람들의 눈에는 다만 환영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이것을 보고, 주루내에서 식사를 하다가 돌연 관전객으로 화한 누군가가 놀란 음성으로 소 리쳤다. [앗!동심인이닷!] 그렇다! 이 백운기가 펼친 무형장은 동심인이란 것으로 동심각의 독문절예였으며,장곡 의 유령인과 함께 천하이대장력이라고 불리우기도 했던 절기였다. 원래 이 절기는 좀처럼 강호에서 보기 드물었으나 백운기가 너무나도 심하게 이성을 잃고 흥분한 나머지 자신의 최고절기인 이것을 사용하게 되었던 것이 었다. 엄격하게 말하면,이것은 무림의 절정고수들도 전혀 알수 없는 마음상의 무예 였다. 백운기가 그와같은 어린나이에 초절정의 무예를 펼칠수 있다는 것은 비단 놀 라울 뿐만 아니라 걱정되는 것은 백리운의 신상이었다. 처음에, 백리운이 기가막힌 신법을 펼쳤을 당시 좌려선 뿐만 아니라 심옥산도 다소 놀 랐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보다 더욱 놀라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나, 백운기의 무예가 워낙 가공한 것이고 또한 그가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그러한 무공을 펼쳤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도저히 백리운을 구할 도리가 없었다. 헌데 바로 이때였다.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현란한 환영을 일으키던 백운기의 동심인이 백리운의 몸 가까이에 이르자 홀 연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마치 이 환영은 원래부터 아무런 위력이 없는 환영이었는데 백리운의 몸과 부딪치자 절로 꺼져버린 상황과 비슷했다. 하지만, 정말로 그 환영은 아무런 위력이 없는 것이었을까? 그 진위여부는 바로 지금 그 시전자인 백운기의 표정을 보면 알수가 있었다. -백운기, 그는 이 순간 눈을 있는대로 부릅뜬채 충혈된 눈으로 백리운을 노려보며 이빨 을 덜덜덜 떨고 있었다. 두 손마저 가늘게 떨고 있는 그의 태도에는 원한과 분노의 기색이 가득했다. 그러다가 그는 불쑥 물었다. [너,너는 대체 어떻게 했지?] 백리운은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나는 다만 그대의 공격을 막았을 뿐인데 왜 그렇게 놀라고 있나?내가 그럼 자네의 공격을 맞고 쓰러져야 옳은 것이란 말인가?] 백운기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아냐,내 동심인을 그렇게 쉽게 막을 수 있는 무공은 세상에 없어!] 백리운은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의 부친이라고 해도 그럴수가 없단 말이냐?] 백운기는 악독하게 대꾸했다. [너는 나의 아버지가 아니지 않느냐?그리고 너는 나이도 어린데 이미 무형검 을 성취했을리도 없고......] -무형검, 그것은 바로 무예의 최고봉을 말하는 것이었다. 모든 형식과 초식이 사라져서 가장 위력있는 최고의 무예가 되었을 때 그것을 무형검이라고 일컬으며, 소문에 의하며 이것을 터득하고 있는 사람은 무림팔패의 사람들 밖에 없다고 했다. 백리운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물론 너의 아버지가 아니고 또한 무형검을 성취하지도 않았다.너는 그 문제에 대해서 집에 돌아가서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이런!......] 백운기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빨을 바득바득 갈며 너무도 분노하여 말을 잊지 못했다. 그런 것을 보고 옆에서 백운하가 그의 손을 잡고 끌었다. [기아!어서 돌아가자!] 이미 더이상 이곳에 있어 보았자 좋지 않은 일이 생길뿐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그렇게 빠르게 결정을 내렸던 것이었다. 이에, 백운기도 잠시 거부하는 듯 하다가 잠시 생각해보고는 역시 안되겠던지 백리 운을 향해 이빨을 한 번 갈며 돌아서고 말았다. 그것을 보고 곽호와 곽진이 뒤따랐고, 뒤이어 좌천상이 뒤따르며 좌려선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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