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서 맑아서 밑바닥까지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연 못 속의 아름다운 잉어들이 짝을 지어 노니는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 다. ...... 그는 이순간 한 번 더 깊이 생각을 거듭해 보는 것이리라. 백리운은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문득 담담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무림에는 잠시 자신의 몸을 은폐시킬 수 있는 사술이나 은신술같은 것들이 있습니다.혹시 백맹주가 그런 방법을 썼다고 생각되지는 않으십니까?] 느닷없는 질문에, 심원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다소 놀란 듯 흠칫해하며 고개를 들 어 백리운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백맹주?......어제 죽은 그 백군악 동심각주를 말하는 것인가?] 백리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그는 비록 어제 만인의 앞에서 죽었지만 그것이 조작일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조작이라고?......] 심원은 잠시 심각한 표정으로 멍하니 생각해보는 듯 하다가,문득 가볍게 웃으 며 고개를 내저었다. [자네의 추리는 대단한 편이로군,허나 그러한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네.] 물론 심원이라고 해서 백리운이 방금전에 말한 그런 조작의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을리가 없는 것이었다. 심원이 그저 가볍게 웃어 넘기는것을 보고,백리운은 담담하게 웃으며 다시 물 었다. [장인어른께서는 어떻게 그렇게 단정을 하십니까?] 일반적으로 호칭을 부르게 되면 보다 다정하게 들리기 마련이었다. 심원은 조용히 미소하며 대답했다. [무림에는 예를 들어 나나 나의 부친과 같은 상승경지에 도달한 고수의 눈을 속일수 있는 사술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지.사술이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환각일 뿐이며 어느 경지 이상의 고수에게는 전혀 소용이 없게되고 만 다네. 게다가 백맹주가 그런 일을 벌이려고 했다면 애초에 무엇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상황을 택했었겠는가?] 심원은 마음이 심란한 가운데에서도 백리운에게 장인어른이란 호칭을 듣게되 자 자상한 마음이 일어나서 세세하게 설명을 주었다. 심원의 이 설명은 가장 명쾌하면서도 정확한 답변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이 었다. 그런데, 백리운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만일 정말로 노리는 것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만인 앞에서 그런 일을 벌이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 심원은 사위의 질문을 무심코 듣다가 문득 가볍게 안색이 변했다. 백리운의 말은 원래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는,달변가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고 있는 문답방법의 하나였는데, 갑자기 그 말을 듣는 순간 왠지 모르게 어떤 기이한 예감같은 것이 심원의 뇌 리속을 번갯불처럼 스치고 지나갔었기 때문이었다. 실로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문제들,심원 역시 다소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심원은 다소 창백해진 안색으로 백리운에게 되물었다. [자네의 말은 그렇다면,만인의 앞에 공개적으로 보이는 것이 오히려 의문심을 들지 않게하여 쉽게 속여 넘길수가 있다는 말인가?] 백리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만일 원대한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모험을 하 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그는 완벽하게 짜여진 계획대로 행동에 옮기기 때 문에 설령 그럴 가능성이 있더라도 우선은 모든 사람들이 의심을 할 수가 있 다는 점을 배제하지 않지요.] 심원은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듯 눈살을 다소 찌푸렸다. [그렇다면 자네는 그가 오직 만인앞에 일부러 그사실을 드러낼 필요가 있어서 당당하게 모습을 보이는 것이란 말인가?] 백리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그는 당연히 확실하게 자신의 죽는 모습을 모든 사람에게 주지시 킬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물론......그러기 위해서는 한가지 선행 되어야할 필수적인 과제가 있습니다.] 이때, 묵묵히 듣고만 있었던 심청우가 다소 번쩍이는 눈빛으로 백리운에게 질문을 던졌다. [동남풍 말입니까?] 백리운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말하자면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에 나오는 제갈공명의 동남풍과 도 같은 것이지요.비록 연환계가 마련되었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동남풍이 없 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지요.] ...... 장내에 일시 숨막힐듯한 격정적인 침묵의 시간이 잠시 지나갔다. 심원은 매우 궁금하면서도 쉽게 입을 떼지 못하는 까닭은 원래 그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 과제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젖혀놓고 거기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었다. 심청우도 잠시의 격동에 입을 열기는 했지만 부친이 잠자코 생각에 잠겨있는 것을 보고 감히 먼저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것을 보고, 백리운이 문득 담담한 웃음을 지으며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 [장인어른께서는 무림최강자들의 싸움에서 적도들에게 승리가 굳어질 경우를 대비하여 차후를 기약하는 대책을 세워놓고 계십니까?] 심청우가 참다못해 되물었다. [지금은 백맹주가 살아있는 경우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니,그것은 이일과는 관 계가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백리운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않습니다.설령 그가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차후 의 대비책은 마련해두어야 하는 것입니다.왜냐하면,그가 만약 죽은 것이 거짓 이었다면 그것은 지금의 상황보다도 더욱 어려운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 다.] [......] 심청우는 일시 아연하여 할 말을 잊었다. 심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사실 그말이 옳다.백군악이 만일 살아있는 것이라면 십중팔구는적도들과 처 음부터 결탁하고 있었던 것이었을 것이며,그렇다면 당금의 무림은 도저히 재 기할 수가 없는 암울한 상태라고 말할 수가 있을 것이다.다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란.......바로 그의 계획을 역이용하는 것일 것이다.] 백리운은 다소 감탄한 듯한 표정으로 웃으며 물었다. [백군악이 일부러 만인에게 자신의 죽음을 보여야 했던 그 이유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그가 일부러 자신의 죽음을 알리려고 했다면 마땅히 거기에는 그럴만 한 중대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네.] 백리운은 심원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장인어른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심원은 문득 두 눈에서 이제까지 보지 못하던 강렬한 신광을 번갯불처럼 크게 불러 일으켰다. 그와 함께, 심원은 백리운의 얼굴을 마주보며 대답했다. [만일 나였다면 단순히 무림제패를 위해서는 그런 연극을 하지 않았을 것이네 .거기에는 오직 단 하나의 목적이 있을 때에만 그런 연극이 필요했을 것이네. 그것은 바로......완벽한 무림제패라는 것이네.] 듣고있던 심청우가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완벽한 무림제패라면 혹시......그는 무림의 진정한 신이 되려고하는 것이란 말인가요?] 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럴것이다.] 심청우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하지만 무림의 진정한 신이 되기 위해서라도 어째서 일부러 자신이 죽는 것 을 사람들에게 보여야 한다는 말입니까?] 심원은 대답했다. [그것은 바로 그 자신 스스로가 진정한 신이 되기 위해서다.] [예에?......] 심청우는 일시 눈을 휘둥그래 뜨고 더욱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보 였다. 이것은 마치 의문에 의문을 오히려 더하게 되어 미궁속을 헤매게된 듯한 기분 이 되었던 것이었다. 이에, 옆에 있던 백리운이 담담하게 웃으며 설명해주었다. [무릇 신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로 따지자면 인간과 같지않습니다.비록 강호에 서 무슨 무슨 신이라는 별호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다만 과장되거나 흡사한 비유적인 표현일 뿐이고,진정한 신은 아닙니다.] 심청우는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물었다. [그럼 신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까?] 백리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신은 결코 인간이 아니어야 합니다.인간이란 어릴때 모체에서 태 어나는 것이지만,신은 결코 그래서는 안됩니다.따라서 신이 되기 위해서는 우 선 사람의 탈을 벗지 않으면 아니되는 것,즉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죽음을 보 이는 것입니다.] (......?) 심청우는 일시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넋을 놓고 입을 크게 벌렸다. 그는 이제서야 비로소 그 말뜻을 이해할 수가 있게 되었지만 그 내용이 너무 나도 황당무계한 것이라 몹시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이었다. 심청우는 겨우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스리고는 다소 불신의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과연 그렇게까지 해서 신이 된다면 그만한 댓가가 있을까요?] 백리운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도 그가 원하는 댓가는 충분히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절대적인 힘 앞에는 대체로 쉽게 속아넘어갈 수가 있는 것이 속인들의 마음이니까요.] ......! 그렇다! 만일 한 사람이 완전한 신으로서 만인에게 떠받들리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야 말로 괴이하고 더없이 공포스러운 세상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완벽한 신은 완벽하지 않고,또한 신은 신이 아닌 한낱 추악한 탐욕 과 욕정을 지닌 인간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심청우는 비로소 실로 현실의 엄청난암흑의 먹구름을 느끼고 아주 무거운 기 색을 떠올렸다. 그것을 보고, 백리운은 고개를 돌려 다시 심원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거기에는 어떤 헛점이 있을 것 같습니까?] 심원은 묵묵히 생각을 하다가 역시 무거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는 아무래도 철두철미한 준비를 했었을 것이니 어렵겠지만,일단은 한가지 헛점은 나타난 셈이네.그것은......바로 자신이 신이 되기 위해서는 버금가는 강적들을 살려두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사실이네.] 백리운은 다시 물었다. [그럼 그가 무림팔패의 주인들을 이용하다가 결국은 모조리 제거할 것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네.그리고 그는 앞으로 자신의 적이 될수 있는 모든 위험요소를 제 거하려고 할 것이네.] 그것은 말하자면 무림팔패의 뿌리 자체를 소멸시켜 버릴 것이라는 말이었다. 심청우가 입을 열어 물었다. [그렇다면 미리 그러한 사실을 그들에게 알려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심원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지 않아.그는 아무래도 거기에 대한 준비도 역시 완벽하게 갖추어 두고 있을 것이다.왜냐하면 배신이라는 말은 효웅에게는 가장 먼저 떠오를 낱말일 것이기 때문이지. 따라서......우리가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가 무림팔패의 주인들을 제거하는 그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일만큼은 오직 그 스스로가 할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 사이에 우리는 시간을 벌수가 있게 되 는 것이지.] 심청우는 눈살을 다소 찌푸리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 그 시간에 무엇을 할 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심원은 다소 엄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것은 바로 조금전에 백리공자가 말했던 것처럼 차후를 기약하기 위해 안배 를 남기는 일이다.백군악은 아직 무림인중에 자신의 계획을 눈치챈 사람이 없 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또한 자신을 겨냥한 안배가 베풀어지고 있 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심청우는 자신도 모르게 더욱 눈살을 찌푸렸다. [허나 비록 어떤 안배를 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무슨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가 있겠습니까?] 심원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지않다.우아야!안배란 특별한 기회와 특별한 시기,그리고 여건과 특별한 자질을 갖춘,사람을 만나게 되면 특별한 위력을 발휘할수도 있는 것이란다.] 말을 하면서도 심원은 다소 의식적으로 백리운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그것은 그렇다면 백리운을 안배의 대상자로 생각한다는 뜻인가? 심청우는 심원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역시 마음이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었 다. 그도 그럴 것이, 심청우는 젊은 사람이기 때문에 걸코 얼마되지 않은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어 볼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을 보고, 문득 백리운은 심원을 향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외람되지만,장인어른의 추측은 틀리셨습니다.무릇 큰 뜻을 품은 사람이라면 결코 만에 하나 일어날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결코 소홀히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그는 아마도 무수한 사람들 중에서 자신의 계획을 알아내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는 필시 거기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 다.그 예로, 만일 그가 무림팔패의 주인들을 제거하지 않고 오히려 역으로 이 용하려고 한다면 어떻하실 생각이십니까?] #6281 안두헌 (myyaj ) [백상] 소림화상 제7권 제45장 07/26 07:14 404 line 제 45 장. 화무십일홍. ......! 심원은 일시 매우 크게 놀란 듯 안색이 창백해진채 다소 넋나간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백리운의 말은 그가 그냥 간과하고 넘어간 헛점을 정확하게 짚은 것이었고,그 말은 또한 틀림이 없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이윽고 심원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만일 그렇다면......나로서는 더 이상 방법이 없네.아니 자네의 생각이 틀림 없을 것 같군!실로......실로 그자의 계획은 완벽하여 헛점을 찾을수가 없는 것이로군.] 심원은 오직 절망밖에는 느낄 수가 없는 현실에 대해서 강한 반발심을 떠올리 는 듯 얼굴 가득 다소 상기된 기색을 일으켰다. 이에, 백리운이 담담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하지만 제가 처음 말씀드렸던 그자의 죽음이 조작일 가능성은 역시 반반인 것이므로 아직 절망할 단계는 아닙니다.따라서 역시 차후를 위한 안배는 필요 한 것입니다.] 심원은 눈빛을 빛내며 백리운에게 물었다. [자네는 혹시 그 안배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가?] 백리운은 대답했다. [무림을 위한 차후의 안배로는 역시 무슨 일이 있든 없든 간에 보다 정확한 무림정의에 대한 인식을 일깨워주고 정의에 대한 신념을 확고하게 모든 사람 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심원은 다소 눈살을 찌푸렸다. [무공은 상관하지 말고 말인가?] 백리운은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무공이란 기연이 닿으면 누구라도 얻을수가 있는 것입니다.그러나 비록 어떤 안배를 베풀었다고 하더라도, 그 당사자가 무림정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나 인식이 없다면 그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 심원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백리운의 말은 비록 특별히 도움이 되는 의견은 아닌 것 같아도 생각하면 생 각할수록 깊은 의미가 담겨있는 듯한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이르러, 마침내 심원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의문을 풀기 위 해 백리운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제야 묻는 것이네만,자네는 정말로 어떤 은신술로써 모든 사람들에게 죽음 으로 보일 수 있도록 가장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그것이 가능할까?만약 불가능하다면 그런 확률은 반반이 아니라 전혀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 바로 그것은 심청우가 말한 동남풍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비록 백군악이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세워놓고 만인의 앞에서 죽음을 당당하 게 가장하더라도 우선은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할 과제인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을 속일 수 있는 완벽 한 은신술이 있어야 하고 또한 그것이 시전 가능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만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동남풍이 빠진 연환계와 같은 것으로 백군악의 조 작설은 전혀 거론할 필요도 없는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에, 백리운은 마치 여태 그 질문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사람처럼 담담하게 웃더 니 간단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사실 가능합니다.불가능하다면 제가 처음에 그런 얘기를 꺼내지 도 않았을 것입니다.] ......! 그 말에, 심원을 비롯하여 심청우 역시 크게 놀란 듯 안면을 경직시키고 두 눈을 크게 부릅떠 보였다. 비록 어느 정도 기대나 예상을 하고 있었기는 해도, 백리운의 그 말은 여태까지의 무림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파천황적인 내용 이요,당금무림의 현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뉘라서 백리운의 그 말에 극심한 마음의 충격을 받지 않을수가 있으랴! 심원은 너무 놀란 나머지 다음 순간에는 혹시 백리운이 농담을 하고 있는 것 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어서, 마악 그에게 진위여부를 다시 물어보려고 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실로 불가사의하고 괴이하기 짝이 없는 일이 심원의 눈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질문을 하려던 대상인 백리운이 순간 눈앞에서 귀신같이 사라져버렸던 것이었 다. (......!) 심원은 실로 이 순간의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의 무예는 이미 무형검의 경지에 들어서서 제아무리 빠른 신법을 가진 사람 이라도 결코 그의 눈을 속일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의 눈에는 모든 사술이나 은신술등의 허실이 명백하게 드러나게 되어 있었 다. 그러나, 이 순간 백리운은 전혀 그러한 상식을 무시하고 갑자기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심원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까지 일어났다. 대체 이것이 현실 그대로라는 말인가? 그때, 텅비어 있는 그의 앞쪽에서 분명한 백리운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 눈앞에는 틀림없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건만 그 텅빈 공간속에서 백리운의 음 성은 어떻게 들려오는 것일까? 그것은 오직 한가지의 결론밖에 없었다. 비록 백리운이 눈앞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그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그는 여전 히 눈앞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실로 이것은 그야말로 완벽한 은신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극히 불가사의하며 믿기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심원은 문득 길게 장탄식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다소 우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 대답했다. [나는 이제......분명히 알았네, 나의 지식이라는 것은 그저 우물안의 개구리 식의 좁디좁은 편견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백리운은 다시 거짓말처럼 그 자리에 신형을 나타내며 담담한 음성으로입을 열어 대꾸했다. 그의 모습은 아까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완전한 그대로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와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 장인어른께서는 특별히 심하게 자책하실 필요는 없으실 것입니다.] (......!) 심원은 다시 나타난 백리운의 전신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다시 탄식과 함께 고 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겠군, 모든 사람이 그와 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으니 흉수는 그러한 헛점을 노리게 되는 것이고......] 백리운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백맹주가 연극을 했을 확률은 반반에불과한 것이니 너무 그렇 게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사실 그는 정말로 그렇게 죽었을수도 있 으니까요.] ...... 옆에서 눈을 휘둥그래 뜨고 지켜보고 있던 심청우가 백리운을 향해 놀란 듯이 질문을 했다. [백리공자,방금전의 그 절기는 뭐라는 것입니까?] 성수방의 차기 계승자가 될 사람이니 그런 불가사의한 무예에 대해 특별한 관 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백리운은 고개를 내저었다. [저도 아직 이름은 모릅니다.다만 그러한 것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요.] (......?) 심청우는 백리운의 말을 듣고 다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곤혹한 빛을 떠올렸 다. 일반적으로 무공의 명칭을 알고 그것을 펼칠수 없는 경우는 흔해도,이렇게 백 리운의 말대로 시전은 가능하나 명칭을 모르는 경우는 결코 흔할수가 없기 때 문이었다. 심청우는 다시 물었다. [그럼 백맹주가 그것을 연성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백리운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는 무공이 대단한 사람이었으니 물론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할 수가 있겠지 요.무공이 있으면 그것을 터득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니까요.] 심청우는 눈살을 다소 찌푸리며 다시 말했다. [백리공자도 어제 낮의 구궁산에서 백군악을 보았을것입니다.그렇다면,백리공 자는 그 백군악의 생사여부를 누구보다도 잘 아고 있을 것이 아니겠습니까?자 신 역시 그런 은신술을 사용할 수가 있으니까요.그렇다면......백리공자는 나 중에 다시 백군악을 만나더라도 그를 능히 이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심청우가 질문한 내용은 그야말로 가장 중요하고도 요점을 말한 것으로 ,대단히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들이었다. 백리운은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로서는 지금 그 문제에 관해서 확실하게 답변을 해드릴수가 없습니다.다만 지금 말씀드릴 수가 있는 것은, 만일 그 백맹주가 연극을 꾸민 것이 확실하고 그 의도가 무림에 해가 되는 것이 분명하다면 저는 마땅히 전력을 다해서 그 를 제지해 보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백리운의 이 대답은 실상 매우 모호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진정한 능력의 한계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으며 백군악의 생사 여부나 그의 의도,그리고 확실하게 그를 제거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대체 백리운의 진정한 의도는 어떠한 것일까?
💬 한 줄 댓글
0
비회원 · 이 글에 하루 1개만 등록 가능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
🔗 비슷한 글
현재 51편 →
52편부터
52편
장편기정무협소설[백상] 소림화상 - 52편 (52/56)
그리고 정말로 백군악은 지금 살아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죽고 없는 것일 까? 이 모든 의문점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지만 대체 백리운이 알고도 말을 하지 않는 것인지,아니면 몰라서...